‘兵風’과 검찰수사

병역비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회지도층의 병역비리는 더욱 엄단돼야 한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의 두 아들에 대한 병역면제 관련의 논란은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있었다. 벌써 5년전 일이다. 그랬던 게 몇달 전 이에 대한 의혹이 다시 제기될 때만 해도 그러는 가보다 했다. 의문이 있으면 역시 밝혀내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생각이 달라진다. 검찰수사에 어떤 예단을 갖는 것은 물론 아니다.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사를 보면 도대체 뭘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간다. 변죽만 요란할 뿐 딱 부러지게 무엇하나 밝혀낸 게 없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조사했고 계좌도 수없이 추적했다. 두어달동안 이러했다. 그런데도 소리만 요란했지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검찰수사가 무능하다고는 결코 믿지 않는데도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게 이상하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수사가 김모씨에게만 의존하는 듯한 인상부터가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말이 많았다. 민주당 이해찬의원이 밝힌 검찰의 수사 요청설, 전담 부장인 서울지검 박모 부장검사의 지역 연고설 등이 있었다. 그래도 어떻든 혐의가 있으면 혐의만 밝혀내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도 수사는 여전하여 마치 수사를 위한 수사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사회정서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수사가 정치권의 입방아 감이 돼서는 검찰의 권위를 위해서도 좋지않다. 검찰수사를 원용하는 민주당의 병풍공세, 한나라당의 받아치기 역공에 많은 국민들은 벌써 식상한지 오래다. 이의 원인을 따지면 비록 검찰의 본의는 그렇지 않더라도 병풍공세를 검찰이 제공하는 결과가 됐다. 이는 검찰을 신뢰하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적잖은 상처를 준다고 보아 간과할 일이 못된다. 검찰수사가 정치권에서 정쟁 수단으로 더 이상 오르 내려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든 시급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 수사 상황을 잘은 모르지만 세인에게 입으로 털사이를 불어가면서까지 이잡듯 흠집을 찾으려는 취모구자(吹毛求疵)식으로 하여 시일을 끄는 것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다. 만약 수사를 매듭 지을 단계가 아직 안되어 시일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 중간 수사 내용이라도 국민에게 발표하는 것이 좋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음으로써 무작정 병풍(兵風)의 도구로 전락돼서는 안된다. 본란은 그동안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병풍 정쟁을 자제할 것을 수차 정치권에 촉구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니다. 검찰 스스로가 어떤 단안을 내려야 할 때라고 믿는다.

케이블 TV 문제점 많다

케이블 TV에서 시청자들을 경시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프로그램 중간에 불쑥 불법적인 홈쇼핑 광고가 나와 시청을 방해하는가 하면, 고정적으로 시청하던 채널이 아무 예고도 없이 다른 채널로 바뀌어 방송된다. 방송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불법 홈쇼핑 광고를 내보내거나 승인받지 않은 채널을 무단으로 내보낸 케이블 TV지역방송국(SO) 및 중계유선방송국 130곳에 대해 과태료·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내렸는데도 시정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SO는 방송채널사업자(PP)로부터 영화·뉴스·다큐멘터리 등의 프로그램을 받아 유선망을 통해 각 가정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SO들이 소화할 수 있는 채널 수는 평균 60개 정도인데 반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채널(PP)은 이보다 세배나 많은 190개에 이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SO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뒷거래나 PP에 수신료를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채널이 선택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SO에 음성적으로 뒷돈을 줘야할 뿐 아니라 SO으로부터 당연히 받게 돼 있는 수신료도 거의 못받거나 극히 일부만 받아도 항의를 못하는 것이다. 케이블 TV가입자 수는 8월말 현재 약 700만명에 이르지만 올 3월 방송을 시작한 위성방송은 30만명을 겨우 넘었다. 위성방송이 부진하게 된 데는 경영부실에다 일부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이 막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그램 제공하는 곳이 190개인데 송출 가능한 채널 수는 60개 뿐이라니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그나마 5개 홈쇼핑 전문채널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인다고 한다. 전문채널의 주수입원이 광고와 수신료인 상황에서 광고수입이 미미하고 수신료도 적다보니 프로그램 제작에 투여할 여력이 없어 부실 프로그램을 재탕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SO나 PP의 경영상 문제이지 그 피해가 시청자에게 돌아가서는 안된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케이블 TV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공정한 경쟁 체제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SO들은 수신료를 정당하게 PP에게 제공하고 SO내에서도 1,2차 SO와 3,4차 SO 사이에 공정한 경쟁을 벌여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다.방송위원회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신북풍과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대북 태세에 문제가 발견된다. 이른바 ‘신북풍’의 대응이 졸렬하다. 이 정권은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제2차 경협회담에 이은 적십자회담 등 후속 조치가 줄을 잇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설까지 나돈다. 한동안 서해 도발등 긴장 사태를 일으킨 북측이 갑자기 화해 제스처를 취해 오는 것은 다분히 계산적이기는 하다. 당장은 쌀과 비료를 지원받고, 이 정권의 임기말까지 최대한의 도움을 울거내고자 하는 객관적 관측이 성립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의 이념 승계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자하는 대통령 선거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간파하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를 목전의 단기 정략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남북관계는 민족관계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 정권이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북측이 이에 맞장구를 친다 하더라도 한나라당 또한 대승적으로 대처하는 폭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김정일위원장의 대선전 답방을 반대한다든지 하는 협량한 소견은 자승자박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설령 김위원장이 답방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당장 나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좀더 안목이 있다면 김위원장 답방에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게 사실이어도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그 효과에 의문을 갖는 큰 안목을 보이는 것이 큰 정치의 틀이라고 믿는다. 그러지않고 남북관계 하나 하나마다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 실효성과 관계없이 자칫 민족화해를 해친다는 소릴 듣기 쉽다. 그럼으로 하여 이 정권말의 남북관계를 무조건 거부 성향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 감시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제1야당의 의무라고 판단한다. 지금같은 대응으로는 남북관계는 잘잘못간에 이 정권 전유물로 자동 헌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그렇게 생각지 않고 있다. 어느 한 정권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적 합의를 기초로 하는 것이 참다운 민족화해의 길이라고 믿는다. 이 정권의 대북정책은 검증받아야 할 점이 무척 많다. 이럼으로 하여 무조건 반대하거나 방관하여서는 그 소임을 다 한다 할 수 없다.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신북풍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대승적 견지의 견제 및 비판기능을 다하길 기대하고자 한다.

병역제도 개선할 수 없나

병역비리문제로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마냥 시끄럽다. 병역비리와 관련된 문제는 항상 언론에 보도되고 때로는 정치적 쟁점이 되어 여야간의 극한적 상황까지 가는 사례도 많다. 특히 지도층이나 권력층 인사들이 자신은 물론 아들들의 병역문제와 관련해 많은 비리 의혹들이 제기되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방의무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이므로 이를 위반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법에 의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국토분단 상황에서 안보위협이 상존하여 강력한 군의 존재는 국토방위에 있어 절대적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으로서 징병제 자체를 재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안보에 대한 시대적 상황도 변하고 또한 군사력의 개념도 과거와는 다른 상태다. 과거 군사력을 군인 수를 대비하여 기준하던 군사력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더구나 안보전략이 동맹군간의 공동대응으로 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수십만명의 군인 수를 유지해야 되고 또한 2년 이상의 장기간 동안 젊은이들에게 군복무를 시켜야 되는 것인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현행과 같이 2년 이상 젊은이들을 군복무로 강제화시키는 것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20대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일생에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복무에 얽매어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방황하는 경우가 많으며, 더구나 최근 밝혀진 1984년 허원근 일병의 자살위장 사건 등으로 군 복무를 꺼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부유층, 권력층의 아들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 병역면제를 받으므로 사회적 불만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최소한 군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보다 복무기간이 짧게되면 병역을 기피할 젊은이도 적을 것이고 또한 병역비리 의혹도 줄어들어 사회적 갈등 또한 적어질 것이다. 가능한한 면제의 범위를 축소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현재보다 단축된 기간, 평등하게 군 복무를 하게 함으로써 조국에 대한 인식도 확고히 심어주고 또 불평등적 요소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 군복무로 인한 병역기피증이 확대되기 전에 군복무기간의 축소를 포함한 합리적인 병역제도가 개선되기를 요망한다.

완전선거공영제 환영한다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완전 선거공영제를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지난 주말 국회에 제출한 것은 바람직한 선거풍토 개선을 위하여 환영한다. 선관위는 지난 7월말 개정의견을 만들어 그동안 공청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정치계,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종합, 초안에 수정을 가하여 최종 작성된 것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속 입법화되면 오는 대선부터 적용될 수 있다. 개정의견의 골자는 선거법 개정을 통하여 TV합동연설회와 정책토론회, 정당의 정강정책의 신문광고 등 미디어 중심 선거를 통하여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비용을 최소화시키고 또한 대부분의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돈 선거로부터 정당과 후보자를 해방시켜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또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여 일정 금액 이상의 선거 및 정치자금 사용시 수표 또는 신용카드의 사용을 의무화하여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였다. 이는 역대 대통령 선거에 천문학적 선거비용이 투입됨으로써 정경유착은 물론 정치부패를 조장하여 한국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선관위 개정의견이 이번 선거부터 적용하여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의견은 선관위가 마련한 당초 초안보다 완화되어 정치자금의 투명성 의지가 다소 약화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즉 연간 100만원 이상 기부자의 인적사항 및 기부금액 공개가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500만원으로 완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통령 후보자 난립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국가부담의 미디어 선거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을 대상으로 제한하여 기득권 보호에만 치중, 새로운 정당의 출현 등을 억제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세력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선관위의 개정 의견은 국회에서도 역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법화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의견들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국회는 기득권 보호에 급급하지 말고 선관위의 개정의견을 조속 입법화시켜 바람직한 선거문화 정착으로 한국정치발전에 기여하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경의선 연결, 꼭 성사시켜라

남북한이 오는 18일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 착공식을 동시에 갖는다. 지난 8월 30일 서울서 열린 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경의선 연결은 그동안 말로만 여덟번을 했다. 이번까지 치면 아홉번째다.1차 장관급회담(2000년 7월31일)에서 경의선 철도의 끊어진 구간을 연결하며 이를 위한 문제는 빠른 시일내에 협의키로 했었다. 남한측은 마치 경의선이 연결된 것처럼 흥분했었다. 2차 장관급 회담에서는 서울∼신의주 사이의 철도를 연결하여 문산∼개성사이의 도로를 개설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9월중에 갖고 착공식 문제 등을 협의했다. 김용순 특사가 서울을 방문,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기공식을 개최하자고 밝혔다. 1차 국방장관회담에서는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공사를 위하여 각측의 비무장지대안에 인원과 차량 기자재들이 들어오는 것을 허가하고 안전을 보장키로 합의했다.그 이후 1차 경협추진위, 5차 장관급 회담, 임동원 특사 방북을 통해 원칙만을 합의했다. 서울∼신의주 사이의 철도연결 및 문산∼개성간 도로 개설을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 서울∼신의주 사이의 철도와 문산∼개성사이의 도로 연결 공사에 곧 착수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개통, 동부에서 새로 동해선 철도 및 도로를, 서부에서 서울∼신의주 사이의 철도 및 문산∼개성사이의 도로를 빨리 연결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더니 7차 장관급회담에선 기술적인 문제 등을 고려하여 날짜를 최종 확정하자고 했다. 저번 2차 경추위에서는 다행히 경의선·동해선 연결 동시착공에 이어 경의선 철도는 올해말, 도로는 2003년 봄까지 완공키로 일정을 확정지었다. 특히 동해선은, 1차로 철도는 저진 ∼ 온정리, 도로는 송현리 ∼ 고성 구간을 1년내 완공키로 했다. 하지만 북측은 시쳇말로 남측의 진을 빼왔다.얻을 것은 최대한 모두 얻는 실리를 위해서다. 이번에도 북측은 쌀 40만t을 차관 제공 방식으로,200억원 상당의 비료 10만t을 무상으로 받아냈다. 남북한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협의회를 금강산에서 갖기로 돼 있다. 북측이 별안간 또 태도를 바꾸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정부는 이러한 문제 앞에서 제발 끌려다니지 말고 정면으로 풀어가는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

노무현 신당의 정체성은?

민주당 신당 창당이 노무현 신당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몽준 의원의 경선들러리 영입이 무산되자 이한동 전총리를 재경선 들러리로 섭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노파의 후보사퇴요구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든 저러든 노무현 신당은 민주당의 대세로 굳어졌다. 민주당이 간판을 바꿔 단다고 해서 DJ와 그의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볼 관측은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의문스런 것은 신당의 정체성이다. 신당은 일단은 이른바 ‘개혁성 보수’를 지향할 것이 확실하다. 보수로 포장한 진보 성향이다. 노무현 후보의 성향이 그렇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라든지, 국유화 분배라든지 하는 것은 진보 성향의 이론이다. 노 후보의 과거 그같은 발언은 그의 말대로 수사법에 그치지 않는 이념의 토로다. 또 얼마전에는 범진보 세력의 신당 영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변화에 대처하는 상대적 개념의 차이라고 말한다. EU 국가중 11개 나라가 좌파 정권이었던 것이 수년만에 5개로 준 우파 득세의 좌·우가 이런 개념에 속한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이 범주가 아닌 이념적 색깔이 진하다. 헌정회에서는 그를 가리켜 ‘시한폭탄’이라고 직접 들려준 적이 있다. 벌써부터 창당도 안된 신당의 당권 물밑 싸움이 한창이다. 대통령 후보야 이미 노 후보를 밀기로 한게 기정사실화 됐으므로 하나 남은 당권을 두고 각축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당권도 ‘노무현선대위’가 발족하면 허약해진다. 선대위 하부기능에 머문다. 만약에 노후보가 당선되면 당은 노무현 이념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마침내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소위 당권 싸움을 벌이는 신당 중진을 비롯한 참여 정치인들의 성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보수 정치인이 맞다면 진보 성향이 농후한 노무현 후보와의 관계 정립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낡은 이념론을 내세운다고 말을 막아서는 안된다. 낡은 건 틀림이 없다. 그 낡은 것을 마치 새것처럼 무기화 삼으면서 그에 대한 추궁을 비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만일 본란의 이같은 판단이 사실이 아니라면 노무현 신당은 모든 것을 미리 분명히 밝혀야 한다. 노 후보부터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구분한 자신의 노선 정리와 함께 참여 정치인들의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이러지 않는 노무현 신당은 그 정체성에 항상 의구심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식품위생 관리대책에 기대한다

콩나물에서 ‘포장마차’까지 식품위생을 관리하겠다는 경기도의 ‘식품위생 단기 및 중·장기 관리대책’은 매우 시의적절한 행정이다. 문제는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경기도의 계획대로 보건환경연구원 보건기동조사팀을 가동, 식탁에 자주 오르는 상추,들깻잎, 시금치 등 농산물 2천400건, 수산물 200건 등 2천600건을 월별 및 수시로 검사하고, 콩나물 재배업소 344개소를 방문, 농약검사를 실시한다면 도민들이 불량식품 불안감에서 해소될 것이다. 재래시장, 대형할인 판매점,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도라지, 연근, 더덕, 두부 등을 수거, 표백제·색소 등 위해물질 유통여부를 검사한다는 계획도 바람직한 일이다. 또 수산물 취급 4천여개 업소를 전산화하여 어류·해수어에 대해 수산물 항생물질 사용여부도 수시로 점검한다니 기대가 크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부정·불량식품 관리차원에서 소규모 음식점 및 포장마차를 대상으로 오는 10월까지 실태를 조사, 환경개선을 위한 융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포장마차 등은 그동안 위생관리의 중점 대상이었다. 이러한 식품위생 향상을 위한 당국의 개선대책에 앞서 요구되는 것은 위생업소들의 청결의식이다. 기동단속반, 명예감시원 등 민·관 합동감시활동 체계를 구축, 수시 점검한다고 해도 연중 24시간을 계속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식품취급 업소들이 각종 식품 소비자를 가족처럼 생각하여 스스로 위생을 항상 청결히 하고 불량식품 추방을 최우선시하는 풍토를 항상 먼저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단속과 지도 업무를 위임받은 각종 자생협회들의 철저한 책임의식 실천은 특히 중요하다.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식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식품위생 관리대책이 성공하려면 농약, 항생물질 등 남용에 따른 행정처분상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에도 수차례 제기됐던 사안들인 농수산물 관리법, 식품위생법, 도로법 등도 개정하고 식품의약품 안전청 시·도 위임하는 문제 역시 신중하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식품위생 개선대책이 일회성 구호가 아니길 바란다.

주5일 근무제, 정부 단독안은 안된다

정부의 주5일 근무제 단독 확정에 따른 근로기준법개정안을 정기국회에 내게 됐으나 과연 국내 실정에 합당한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8천900달러에 머문 우리가 3만7천달러에 이른 일본이나 서구 등 경제강국보다 놀고 먹는 휴일이 더 많은 것 부터가 설명되기 어렵다. 개정안은 연간 휴일 136∼146일로 하여 일본의 휴일수 129∼139일보다 높다. 오히려 소비에 치우쳐 근로의 질을 이완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기업 경쟁력과 경제적 충격에 대한 고려가 근로자의 복리증진에 밀려도 된다고 믿을 순 없다. 물론 근로자의 복리는 아주 중요하다. 문제는 생산이 없는 소비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 균형을 이루는 조화가 추구돼야 한다. 정부는 노사정위 논의사항을 통해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조정했다고 하나 재계와 노동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재계는 근로기준법개정안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노동계는 중소기업에 대한 실시시기를 늦추는 등 노동법을 개악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사·정의 합의안으로 해도 막상 시행단계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생기는 충돌 요인이 있다. 하물며 정부단독안 추진으로 분쟁 조정능력을 갖기는 심히 어렵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것은 천차만별의 중소기업에 대해 무차별로 적용되는 점이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큰 부담이 될 충격을 도외시한 것은 정부안의 맹점이다. 다만 종업원 인원수에 따라 시행시기를 2006년 7월까지 단계적 구분을 두긴 했으나 이 역시 부작용의 소지가 있다. 적용시기를 늦추기 위해 종업원의 신규채용을 피하는 고용불안의 요소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가 되면 노는 날이 현재보다 30∼40%가 는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근무, 학교수업도 5일로 줄어든다. 이유는 잘 사는 나라에선 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주5일 근무제를 않는 나라는 우리뿐이라지만 회원국 가운데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긴 하나, 공약이라고 다 규제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대선공약 중엔 예컨대 대학졸업 국가고시제, 자치경찰 등 착수조차 않은 것이 더 많다. 결국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중영합주의를 위해 밀어 붙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행한다 해도 정부 단독안으로는 안된다. 국회에서 각계의 의견이 반영되는 충분한 심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가짜 장애인들 색출된다

가짜 장애인이 있는 별난 세상이다. 오죽하면 보건복지부가 장애판정을 엄격히 하는 법령을 마련했겠는가. 이는 선진국에 비해 그 수준은 아직 미흡하지만 1999년말 장애인복지 5개년 계획이 마련된 이후 장애인 복지혜택이 확대되자 이를 노린 일부 정상인들이 편법을 써 장애인으로 등록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명의를 도용하거나 노부모를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등의 편법으로 LPG승용차를 싸게 구입하는 경우가 그 한 예다. 실제로 2002년 6월말 현재 등록된 장애인은 121만7천837명으로, 2000년 3월에 등록된 79만5천408명보다 무려 53.1%가 늘어났다. 이는 장애인 범주가 지체·시각·청각·언어장애와 정신적 결함 등 5종에서 뇌병변장애·정신장애·발달장애·신장장애·심장장애 등 10종으로 늘어나면서 자연증가한 면도 있지만 상당 부분 허위장애인도 포함된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하고 있다.복지부가 지난 4월 장애인차량 299대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이 아니면서 허위로 장애인 등록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애인차량을 소유한 부정사례가 25건으로 드러난데서 기인한다. 이는 현재 장애인스티커를 부착한 차량 22만대 중 상당수가 가짜 장애인용 차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더구나 장애판정을 부당하게 내린 의료기관도 조사대상 32곳 중 29곳이나 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특히 장애등급 3급과 6급의 경우, 의사의 소견이 결정적인 판단기준이 된다는 점을 악용해 장애등급을 올리거나 심지어 비장애인이 장애인으로 판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범위 확대 등 2차 장애인 복지시책을 확대하기에 앞서 가짜 장애인을 가려내기 위해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오는 11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병·의원 어느 곳에서나 가능한 장애 진단을 시·군· 구별로 지정 병원에서만 가능토록 제한해 허위로 장애판정이 되는 것을 줄이는 한편 장애를 유형별로 세분하고 장애등급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정신장애나 심장장애 등 정기적인 재판정이 필요한 장애 유형에 대해서는 재판정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장애 판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는 것이다. 멀쩡한 육신을 지니고 장애인 대열에 합류하는 파렴치는 빠짐없이 색출해야 한다. 장애인 지정관리를 강화하여 가짜 장애인을 빠짐없이 추려내고 진짜 장애인에게 혜택을 늘릴 수 있도록 장애복지정책이 강력히 추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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