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미군의 재판권 포기다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의 원인이 검찰 조사결과 미군측이 주장해온 것과 일부 다른 사실로 밝혀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여중생 사망사고의 주된 원인은 운전병과 관제병 사이의 통신장비 결함에 의한 통신 장애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제병이 여중생을 발견하고 정지할 것을 운전병에 지시했으나 알아 듣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운전병이 중대장과 교신하느라 관제병의 무선경고를 듣지 못했을뿐 통신장비에 문제가 없었다는 미군측의 발표를 뒤집는 것으로 이 사고와 관련, 전방 주시 태만과 함께 장비결함이라는 미군의 중대과실이 추가됐다. 검찰은 당시 운전병이 중대장과 교신하지 않은 사실과 통신장비에 이상이 있었음을 밝혔냄으로써 미군측 주장의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 검찰이 미군을 소환 직접조사한 점, 그리고 그 결과 사망 사고의 주된 원인을 밝혀내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판권 관할을 둘러싼 한미간 논란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군측이 재판권을 포기할 수 있는 1차 시한이 7일이지만 그들은 ‘공무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재판권을 포기하는 선례를 만들 수 없다’며 재판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군측은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명분없는 억지 주장이다. 이미 1957년 주일 미군사격장에서 일본인이 미군에 의해 숨진 총기사고에 대해 미군측이 재판권을 포기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규정은 미군이 공무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정부가 재판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으나 미군측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협정은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한 국가에 대해 호의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법적 기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군측이 한·미우호관계를 고려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한다면 이 조항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단지 미군측이 ‘선례를 만들 수 없다’운운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꽃다운 여중생 2명의 사망사건은 한국민의 큰 관심사다. 우리가 재판권을 요청하는 것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과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 위한 노력임을 미군측은 이해해야 한다. 미군측의 심사숙고와 결단을 기대한다.

‘경기학 연구소’ 설립 환영한다

지방화 시대인 21세기를 맞이하여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가 미진하여 지역연구에 대한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방화나 지역발전은 구호용이나 전시용이 아닌 실제적인 학문적 연구를 통하여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지역발전책을 강구해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손학규 경기지사가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경기학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한 것은 참으로 환영할만 하다. 앞으로 수년 있으면 경기도는 인구 대비 서울을 능가할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교육 등 제반 분야에서 한국의 중심지역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아직까지 한국의 중심이 아닌 서울의 변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더구나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의 이동으로 도민의 정체성은 아주 약하다. 경기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이나 애착심 없이 서울의 주변부로 전락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역발전의 추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선 시급한 것은 도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학문적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서울에는 ‘서울600년’을 맞이하여 서울학연구소가 설립되어 활발한 학문적 활동을 하고 있으며, 부산 역시 최근 ‘부산학 연구센터’가 창립되어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100만 도시 수원의 경우도 이미 지난 4월 100만 인구 돌파 기념 수원시발전 방안 학술세미나에서 ‘수원학’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인천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사실 ‘경기학’ 연구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손학규 지사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학연구소’의 설립계획이나 연구 방향 등은 아직 제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조속한 시일 내에 연구소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바란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서울학’ ‘부산학’ 연구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官) 주도로 설립되기보다는 지역내 대학 또는 대학간의 협력을 통하여 설립,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지자체는 설립 자체를 주도하기보다는 지역내 대학이 ‘경기학연구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좋다. 대학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하여 ‘경기학연구소’가 조속 설립되어 경기도민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기를 고대한다.

법외 노조가 교섭권 있나?

전국공무원노조가 정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사려깊게 보기 어렵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법안을 입법 추진중이다. 가입대상, 조직형태, 교섭대상자, 교섭사항, 노동권, 노조전임자 등 제반 문제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공무원 임금과 노동조건 전반에 관해 정부와 협상하겠다며 정부측 교섭단 구성을 요청하는 게 법외 노조로써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단체협약안으로 꼽힌 임금인상, 주5일근무제, 공무원조직 현안등도 그렇다. 주5일근무제는 근로가 단축되는 만큼 임금도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돼 논란이 되고있다. 일반 기업도 이런 마당에 공무원사회는 더 말할 게 없다. 근무일수 단축에 겹친 임금 인상같은 요구를 법외 공무원단체가 제기할 수 있다고는 믿기 어렵다.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부와 공무원단체(노조)의 교섭사항으로 보수 및 근무조건을 합의해 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법제화는 되지 못했다. 공무원 노조의 설립 시기는 핵심 쟁점이긴 하다. 정부는 3년후 허용방침인 데 비해 노동계는 즉각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공무원 노조 허용압력이 없지 않다. 어떻든 예상보다는 공무원 노조가 빨리 공식 출범할 전망은 높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 명칭을 정부는 공무원단체 또는 공무원조합으로 하자는데 비해 노동계는 공무원노조를, 또 노조 전임자 문제는 정부는 주당 특정시간만 전임을 허용하는데 반해 노동계는 전면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단체협약에도 이견이 크다. 정부는 협의권만 인정하고 노동계는 협약체결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만약 협약체결권에 따라 공무원 임금이 인상될 경우, 대두되는 예산 증액문제 등은 노·정이 국회의 정부예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저런 미완의 법외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일 수는 있다. 그러나 당부할 말도 있다. 공무원 노조운동은 일반 기업과 본질이 다르다. 기업체 노조는 자신들이 생산한 기업 이윤에서 임금을 받는다. 이에 비해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임금을 받는다. 임금을 부담하는 국민이 공무원 노조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공무원 노조 역시 국민 및 사회정서를 마땅히 살펴야 한다. 전국공무원노조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자 한다.

성매매 강요, 중벌은 당연하다

국회의원 74명이 지난달 25일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강요하는 사람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이나 최소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 법안은 국회 여성위원회에 접수된 첫 법안으로 기존의 윤리행위 등 방지법이 성(性)을 파는 사람을 위주로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처벌대상을 성 매매자는 물론 알선자까지로 확대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한정하고 있는 종래의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도 주목되는 내용이다. 1961년 제정된 현행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성을 파는 사람 특히 여성의 처벌에 치중돼 윤락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다. 이번 법률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우선 윤락행위라는 용어를 성매매 알선 행위로 바꿔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윤락이라는 용어가 주로 성을 파는 여성에 치중돼 성을 사는 남성이나 중간 매개자들의 범죄행위가 감춰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성매매의 강요, 알선 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신고자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해 범죄행위를 쉽게 파악토록 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혹자들은 성매매가 사회 필요악이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근절될 수 없는 게 성매매라고 한다. 때문에 이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강요하는 사람, 성을 사는 사람에 비해 성을 파는 여성의 권익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우리 사회 성매매의 심각성과 착취고리에 있는 여성의 인권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큰 무리없이 통과할 것으로 본다.근절은 불가하다 하더라도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성매매 여성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지원시설에서 제공하는 의료지원, 취업교육, 법률 지원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용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보장하는 생활비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복지사회 구현을 근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의 현명한 지혜 결집과 적극적인 참여가 더욱 요구된다.

남북장관급 회담 전망?

제7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위한 금강산 실무대표 접촉이 별 성과없이 끝났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서 본회담을 갖기로한 일정합의가 고작 새로운 것 뿐이다. 제5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제4차 남북적십자 회담을 금강산서 갖기로 한 것은 추석을 앞두고 기대할만 하나 제도화 도출엔 실패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상시 면회소 설치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꾸준한 우리측 제기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인도주의를 외면,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 생색내듯이 정략화하고 있다. 오는 9월29일부터 10월14일까지 열리는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북한이 참가키로 한 것은 주목할만 하다. 하나, 이 또한 두고 보아야 한다. 이밖에 의제로 합의한 경의선 남북철도 및 도로연결,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수해방지, 금강산 육로관광, 군사당국자 회담 등은 이미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됐던 사항들이다. 그럼에도 전혀 이행되지 않다가 다시 이번 회담에서 재론하는 것이어서 재합의가 이루어져도 과연 얼마나 실천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공동조사 등 합의사항에 구체적 이행 일정을 잡아 놓고도 일방적으로 어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6·29 서해도발 사태가 있은 연후여서 저들의 신뢰성에 더욱 의문이 없을 수 없다. 실무접촉 남측대표단이 금강산으로 떠나는 날 북한 중앙방송은 ‘서해교전은 남측의 계획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또 조평통은 북방한계선(NLL)을 새삼 비방, ‘북방한계선을 계속 고집하는 한 전면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담보가 없다’고 위협했다. 아울러 우리측 고속정 인양작업과 관련, ‘자주권 유린’이라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교란하려는데 대해 단호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당국자는 북측의 석연치 않은 대화와 비방의 양동작전을 북 내부를 의식한 체면치레로 보고 있으나 이는 심히 안일하다. 안일함은 이번 실무접촉에서도 드러났다. 북측에 기조연설을 통한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요구가 북측의 거듭된 형식적 유감 표명 몇마디로 끝났다. 국민적 정서인 이같은 요구는 그야말로 정부가 마지못해 체면치레로 하고 장관급회담 성사에 급급, 단호한 천명은 피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유엔사와 북측의 장성급 회담에서 논의된다 하겠으나 이 또한 첨예한 문제엔 종전에 취했던 ‘봉남통미’의 전철과 같다. 서해도발에 북측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은 남북대화가 1회성이 아닌 미래지향의 지속적 신뢰가 보장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장치를 포기한채 임하는 장관급 회담을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하고자 한다.

괴이한 청와대측 반응

청와대의 장상 국무총리 지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괴이하다. 국회에서 부결된 당일의 반응부터 사회통념에 심히 거슬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능력과 식견을 갖춘 여성지도자인 장 총리지명자 인준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대변인이 전했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는 “통절한 심정”이라면서 “참으로 애석하고 유감스런 일”이라고 대통령이 직접 논평했다.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국회를 보는 인식에 치명적 결함을 드러낸다. 국회에서 부결될 인물을 잘못 지명해 국정에 혼돈을 가져온 책임을 져야할 대통령이 국회의 부결을 탓하는 것은 국회를 평소 거수기로 여기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그냥 표결한 것이 아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인사청문회법에 의한 청문회를 거쳤다. 청문회 검증 결과로 나타난 부결 또한 100표 대 142표의 압도적인 표차를 드러냈다. 원의(院意)를 존중할 줄 모르는 대통령의 유감표명이야 말로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이미 부정적 판단을 내린 사람을 두고 ‘능력과 식견’을 계속 우기는 것은 아집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여성 지명자이기 때문에 부결된 것으로 안다면 큰 착각이다. 다음 지명자가 또 여성이라도 좋다.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도덕성을 갖춘 참다운 국정 수행능력의 소유자를 희망하는 것이다. 국무총리 궐위 역시 궐위의 연유가 어떻든 사고다. 정부조직법에 따른 총리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측은 ‘사고와 궐위는 다르다’며 대행 체제를 굳이 외면, 총리를 비어두고 있다. 이로 인한 국정 파행 책임을 마치 총리 임명 동의안을 부결한 국회쪽에 돌리려는 심산으로 까지 보이기도 한다. 법에 없는 서리와 법에 있는 대행은 완전히 다르다. 국무총리 서리가 비록 헌정의 관행이었다 할지라도 그 편법성에 위헌의 논란이 설득력있게 제기된 지금에 와서는 정부조직법에 따르는 것이 순리다. 뒤집어 말하면 국회 경시, 인사 아집의 독단이 42년만의 근래없는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를 가져왔다. 이런 생각들을 새삼 바꾸라고 말할 필요는 있을 것 같지 않다. 효험이 없을 것으로 보인지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를 원망하는듯한 잘못된 감정 노출 따윈 더 없기 바란다. 시급한 게 총리 재지명이다. 대통령은 하루빨리 내각의 안정을 기할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밀실추천 보단 객관적 기초 검증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다이옥신 대책 시급하다

평택의 한 산업쓰레기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는 최근 평택시 안중면 산업폐기물 소각장 인근 주민 10명(암환자 5·암환자 가족 3·일반인 2명)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53.4ppt(1ppt=1조분의 1g)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으로 암과 기형아 출산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베트남의 호지민(28.0) 동나이(49.0)주민들보다 훨씬 높은 것이며, 국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 시화공단 주변 주민(16.62)보다 최고 6배 정도 높은 것이다. 특히 조사대상 가운데 유방암 환자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가 92.9로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위암환자 2명이 59.5와 62.17로 조사되는 등 건강주민 10∼20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이옥신은 산업쓰레기 등 염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발암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하루에 72t의 산업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의 소각장에서 배출하는 다이옥신이 인근에 오염됐을 가능성과 함께 암 발병과의 연관성을 일단 의심케 하는 것으로 일대 경종이 아닐 수 없다. 다이옥신이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이론이 없으나 극미량의 다이옥신에 인체가 노출되었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과학적 상식이 없다. 그래서 각국은 예방적 차원에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94년부터 가동된 이 소각장이 다이옥신을 제거하기 위한 장치를 제대로 갖추었는지 궁금하고, 정부가 설정한 배출기준치(0.1나노그램)를 지켰는지도 의심스럽다. 또 단속당국이 배출기준치 초과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왔는지도 의문이다. 관계당국은 이런 의문점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또 소각장이 들어선 후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당국은 정확한 피해 파악을 위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수·토양·식품 등 조사대상을 넓히는 등 심층적인 연구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 이미 가동중인 다른 지역의 소각장에 대해서도 측정결과를 공개하고 조사의 신빙성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다이옥신 제거장치를 갖추지 못한 소각장은 이를 갖추도록 해야 하며, 부실 시공된 소각장이 있지는 않은가 살펴야 한다. 차제에 소각장 건설과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겉도는 육아휴직제

정부가 모성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관계법을 고쳐 무급에서 유급으로 바꾼 육아휴직제도의 신청자 수가 당초 예산보다 극히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복직 등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 탓이다. 우리의 기업풍토가 아직은 육아휴직 제도를 마음놓고 사용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의 경우는 동료들과의 경쟁의식도 육아휴직 신청의 저조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볼수 있다. 또 소득보전의 의미가 없는 낮은 급여액도 육아휴직제가 겉도는 이유다. 아이를 출산하더라도 안심하고 육아휴직을 할 수가 없다. 100만원선의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힘든 상황에 육아휴직을 한다면 육아휴직 지원금 20만원으로는 갓난 아기의 우유값도 부족한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감당하고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여도 휴직이 끝난 뒤 복직이 불투명한 것도 불안스럽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현행 육아휴직제는 출산 여성 근로자와 배우자는 최장 1년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으며, 정부는 휴직기간 중 휴직자와 사업주에게 각각 한달에 20만원의 지원금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육아 휴직자 수는 모두 1천300명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정부가 예상한 2만여명은 말할 것도 없고 무급이던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수(2천226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보다 앞서 육아휴직제를 실시한 일본도 시행한 지 5년정도 지나서야 이용자가 급증했으며 매스컴을 통한 홍보를 확대하면 이용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노동부는 전망하고 있다. 물론 지도점검과 홍보는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휴직 후 원직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길이다. 장기적으로 육아휴직 기간에만 일할 대체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에 특별 장려금을 지급함으로써 육아휴직자의 고용 불안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특히 휴직 지원금을 휴직전 급여의 45%를 주는 일본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모성보호를 위한 육아휴직제도가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보다 실질적인 개선책이 앞당겨 실시되기를 기대한다.

오염단속권 이관 미루지말라

환경부의 하는 일이 도무지 미덥지 못하다. 지금까지 지방환경청이 관리해온 전국 산업단지 내 오염물질 배출업체 단속권 등 관리업무를 올 7월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키로 해놓고도 환경부가 관련법 시행령 개정 지연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중앙정부 권한의 지자체이관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제까지 산업단지는 지방환경청이, 산업단지 이외 지역은 지자체가 가졌던 오염물질 배출업체 단속권을 모두 지자체로 일원화 하기로 한 것은 지방화·분권화시대에 맞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조치였다. 지난 1994년 오염단속권이 중앙과 지방으로 나뉘어진 이후 오염배출업체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단 내 업체에 대한 지도·단속권이 없는 탓에 사고나 민원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 자자체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경기도 등 지자체의 끈질긴 요구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방이양추진실무위가 산업단지 내 공해배출업체 관리권을 지방에 이양키로 결정한 것이 작년 7월이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이제와서 관련법 시행령 개정 지연을 핑계로 권한 이관을 미루고 있으니 1년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환경부의 미적지근한 조치 때문에 경기·인천 등 지자체들도 엉거주춤, 공해업체 관리에 따른 기구 편성 및 인력확보 등 준비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관련법 시행령이 개정돼야 자체 조례를 정비하고 이에 부수되는 추가업무를 추진해야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환경부가 시행령 개정을 서둘지 않아 석연치 않은 의혹을 받게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공해단속권 위임과 함께 부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지방환경청의 인력·장비 지원문제도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환경부가 산업단지내 공해단속권을 계속 고수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 1년을 허송세월한 정당한 이유를 달리 찾을수가 없다. 환경부는 단속권 이양을 더이상 지체 말고 서둘러야 한다.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이 각 부처별로 이미 상당히 이루어졌고 또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데도 환경부가 지방소재 산업공단 오염단속권 이양을 미루고 있는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환경부의 신속한 조치를 다시한번 촉구해 둔다.

부끄러운 피서철 휴가문화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때문에 전국의 유명 피서지가 초만원이다. 경인지역도 제부도, 대부도, 송도, 을왕리 등 유명 해수욕장과 백운산, 용문산 등과 같은 계곡은 피서 인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지난 주말부터 휴가 계획을 세워 휴가를 떠나고 있으며, 앞으로 약 2주간이 휴가철의 절정기에 달할 것 같다. 현대인에게 휴가는 업무에 쌓인 피로를 풀고, 내일을 위한 재충전 방법으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또한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가족이나 친지와 같이 산이나 바다 등을 찾아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휴가는 새삼 생활의 새로운 활력소를 찾을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휴가 문화는 많은 개선점이 요구된다. 불과 한달전만 해도 월드컵 4강에 진입하여 자부심이 대단했고 더구나 질서 있는 응원문화로 선진국들이 놀랄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 피서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휴가문화를 보면 아직도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정 정도가 아니고 이렇게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전국의 피서지는 휴가지가 아니고 쓰레기 집하장과 다름없다. 피서객들이 몰래 버리고 간 각종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냄새가 고약할 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어 주민들은 식수 걱정이 대단하다. 예컨대 경기도의 경우, 대부도나 제부도에 널려있는 쓰레기 더미를 보면 피서지에서 피로를 푸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피로가 쌓이게 된다. 심지어 집에서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하다. 인천의 을왕해수욕장은 샤워시설도 되어 있지 않고 화장실은 엉망이다. 어디 그것이 인천뿐인가. 전국이 마찬가지이다. 숙박업소나 음식점의 호객행위 역시 짜증이 난다. 술판, 화투판이 여기 저기 요란하게 벌어지고 싸움판도 자주 일어난다. 이웃을 생각지 않고 밤늦게까지 떠들어대는 고성방가, 젊은이들의 성문란 행위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월드컵 4강만 외치지 말고 건전한 휴가문화를 통하여 선진문화의식을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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