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말 일반시민들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액이 목표를 훨씬 초과했다고 한다. 인정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입증이어서 흐뭇하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했다고 한다. 기업체가 무슨 ‘봉’이냐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과거에 준조세처럼 타의에 의해 각종 성금을 기탁한 사례가 있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입맛은 쓰다. 특히 지난 한해동안 최대 호황을 누린 신용카드, 이동통신, 홈쇼핑업계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이웃돕기에는 참여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수백%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내가 번 돈,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야 할 말은 없지만 서운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불우이웃돕기 모금운동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일반시민들의 성금과 전화 통화당 2천원의 기부금을 내는 자동응답서비스(ARS) 모금액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성금은 삼성그룹, 국민은행, SK그룹 3개 기업이 전체 모금액의 87.9%를 차지한 반면 LG, 한진, 롯데, 금호 등이 올 연초 현재 기부금을 내지 않았으며 주요기업 참여수도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역시 지난 해에 비해 76.2%가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도 시민들의 성금이 전체의 85%를 차지한 반면 기업체에서는 농협, 한국 까르푸, 중외제약, 매직컴 등이 1천만원 이상을 냈을뿐, 참여수준은 15%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더구나 도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정부투자기관들의 모금참여율도 극히 미미하여 일반시민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민간 대기업에 버금가는 정부 산하기관 본사들이 도내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올해 성금을 기탁한 곳은 대한도시가스, 건강보험공단 경인지사, 대한지적공사 경기도지사, 대한주택공사 경기지사가 100만∼400만원을 기탁한 정도라고 한다. 일반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목표액을 초과했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웃돕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기업들의 참여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 일부 기업의 거액기부로 목표액을 맞춘다는 것은 왜곡된 기업기부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전체가 십시일반의 진정어린 마음으로 호응해야 하는 것이다. 불우이웃돕기는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아직 경제가 활성화되지는 못했겠지만 도민과 함께 기업체들의 뜨거운 참여가 있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사설
경기일보
2002-01-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