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 타당하다

만 20세 미만 미성년자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계획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신용카드 연체금액을 현재의 5만원 이상(3개월 이상 연체)에서 1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침도 지지해 마지 않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발급된 신용카드가 7천500여만장이었다고 한다. 이는 한해동안 1천400만장이 늘어난 수치다. 더구나 지난해 말 현재 245만명의 신용불량자 중 10대가 1만2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의 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 방침은 지극히 타당하다. 소득이 있어야만 발급해 줄 수 있도록 돼있는 만 18세 이상 미성년자에게 그동안 소득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점도 차제에 확인 요건을 단단히 해야 한다. 이같은 금감원의 방침에 카드사들은 물론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을 제한할 경우 140만명에 이르는 만 18∼19세의 잠재 고객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에 반대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비싼 연체료·수수료 등으로 인해 불만이 많은 터에 사회적인 비난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최근 금감원이 L G, 삼성, 국민, 비씨, 외환, 현대 , 동양 등 7개 전업카드사들의 지난해 잠정 실적을 조사한 결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174·5 % 증가한 2조 5천 75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하니 그 수익금이 실로 엄청나다. 사실 그동안 신용카드 발급 기준은 느슨한 반면, 신용불량자 요건은 카드사측 마음대로여서 지금 이 순간에도 신용불량자가 특히 미성년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있을 것이다. 신용카드 연체금을 갚지 못한 여대생의 자살과 강도 등 범법 행위가 계속 발생할 것 같아 특히 우려된다. 규제일변도 감독정책이라는 이유로 정부측에서는 반대하고 있으나 20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소득이 있는 18∼19세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직불카드를, 소득이 있는 미성년자는 가족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정당한 규제는 대형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금융감독원이 추진중인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개정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학원비리 왜 보고만 있나

과외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틈을 이용, 사설학원의 탈·불법 변칙운영이 판치고 있다. 경기일보가 수회에 걸쳐 보도한 기획기사를 보면 사설학원의 변칙운영 실태와 폭리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어 조기교육 열풍을 타고 유치원형 외국어학원의 연간 학원비가 600만∼800만원선으로 대학의 1년치 등록금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고액 학원비를 받는 유치원형 외국어학원은 수원 분당 일산 등 도내에만도 130개에 이른다. 이들 학원이 폭리를 취하며 성업중인 것은 학원의 변칙운영을 막지 못한 관할 교육청의 잘못이 크다. 학원이 교육청에 신고한 수강료는 과목당 월 20시간 기준 14만5천원(연간 174만원)이다. 그러나 학원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변칙적으로 특별강좌를 개설하는 등 강의시간을 늘려 초과강의 수강료를 받기 때문에 단과수강료(월 20시간) 기준으로 5∼7배 이상의 학원비 부담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5세의 딸을 둔 부모의 연간 사교육비가 외국어학원비 800만원을 비롯 피아노 120만원·글짓기 80만원 등 1천만원이 넘고 있다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일반 입시학원의 수강료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교육청 신고액이 단과반 4만7천∼5만4천원, 종합반은 13만∼15만원선이나 학원측은 초과강의 수강료와 자습지도비 또는 논술지도비 명목을 붙여 3∼4배를 더 받고 있다. 이처럼 학원들이 교육청 신고액을 초과한 학원비를 변칙적으로 받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수강료가 신고제로 바뀌어 사실상 자유화 됐다는 이유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학원들의 변칙운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강사진을 선전해 놓고는 인건비가 싼 무자격 강사를 고용하고 소득노출을 꺼려서인지 신용카드 사용을 기피, 탈세의혹도 받고 있다. 그동안 이런 변칙적 운영에 대한 관할 교육청과 세무당국의 지도· 감사가 너무 허술했다. 보충학습 수단으로서의 정상적 과외란 막아서도 안되고 막을 수도 없다. 불법과외에 대한 지속적 단속과 관할 감독청의 지도·감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정상적 과외가 자리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학원들 역시 외국어 조기교육 바람과 수능시험의 널뛰기식 출제로 과외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약삭빠르게 수강료나 변칙적으로 올려 받을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보충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학원들의 각성과 함께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시·감독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위험 수준의 인터넷 중독

지난해 말 조사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한달에 한번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모두 2천4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민의 56%로 2000년 말 1천900만명에 비하여 무려 11.9%가 증가한 것이며 앞으로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통계에서 보듯이 한국은 세계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은 IT강국임을 증명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의 중요한 국력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와 더불어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인터넷에 재미를 들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이나 채팅을 일과 삼아 하고 있는 소위 ‘인터넷 중독자’들이 어린 학생들에서부터 주부층까지 확산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초·중·고생 사이에 인터넷 중독자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어린 중학생이 인터넷에서 즐기던 자동차 경주 게임이 가상이라 싱겁다고 하면서 실제로 자동차를 탈취하여 시내를 질주, 사고를 냈는가 하면 가정주부가 인터넷 채팅에 몰두하여 가사를 돌보지 않아 이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 학생들이 음란물에 쉽게 접근하여 청소년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하여 모방 자살하는 사례도 보도되고 있으니 이는 인터넷 중독이 준 피해가 아닌가. 최근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국내 10대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새벽까지 게임을 즐기는 것은 예사이고 잠이나 식사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이며, 때로는 정신나간 표정을 하여 부모들을 놀라게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이를 IT강국이란 이름하에 그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 학교나 관계부서는 인터넷 중독자가 더 이상 확산되기 전에 인터넷 중독 예방법이나 자기검진 방법 등에 관하여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일정 시간만 컴퓨터를 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특히 게임방 업주들은 어린 학생들이 오랜 시간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선도해야 된다. 더이상 인터넷 중독자가 확대되지 않도록 사회와 가정 모두 세심한 배려와 대책이 요구된다.

휴대전화료 더 내려야 한다

연초에 휴대전화 요금이 이동통신사별로 4.3∼8.3% 내렸으나 인하내용이 속빈강정이어서 많은 가입자들이 더 내려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줄기찬 인하 요구로 올들어 SK텔레콤이 8.3% 인하한 것을 비롯 KTF가 4.3%·LG텔레콤이 6.3% 각각 인하했으나 이는 당초 소비자들이 요구한 30%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었다. 그런데다 조정된 요금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업계의 선두 주자인 SK텔레콤은 기본료 1천원 인하에 통화료는 10초당 1원 내리고 매달 7분간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011 가입자끼리 통화할 때 4.5% 할인해 주던 망내 할인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됐고 7년이상 장기 가입자에게 제공되던 15% 할인혜택도 10%로 줄어 결국 인하혜택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동전화 요금은 기업이 경쟁원칙에 따라 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겠으나 개인서비스 요금이 아닌 공공요금 성격을 감안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도 정보통신부의 요금조정 기능은 항상 소비자의 기대에 미흡했다. 지난 연말의 요금조정안도 요금인하의 구성체계를 놓고 볼 때 소비자를 우선 생각했다기 보다는 기업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요금을 그에 맞게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는데도 사업자들이 비싼 요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기업윤리상 옳다고 볼 수 없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98년 1천400만명에서 작년말까지 3년여만에 2천800만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가입자 및 사용량 증가로 SK텔레콤은 작년 순이익이 1조2천억원에 이르렀고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3천억∼2천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요금을 대폭 인하하지 않는 이유로 차세대 이동통신(IMF-2000)투자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실을 대지만 이는 자기중심적 억지다. 신규투자 비용을 모두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서 뽑겠다는 발상은 가당치 않다.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이제 막대한 이익을 혼자 챙기지 말고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게 요금을 더 내려야 한다.

심각한 불법식품 유통판매행위

설 대목을 앞둔 성수기를 틈탄 일부 식품제조 및 유통업체가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보도다. 경기도와 각 시·군 단속반이 도내 150곳의 식품제조업소, 판매업소, 휴게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검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업소들이 불법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안양시의 S만두는 제품의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시켰고 평택시 C영농조합은 진녹즙·생녹즙·참녹즙을 생산, 판매하면서 자가품질검사 일부 항목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택시 S식품과 M식품은 배추김치, 귀감차를 생산하는데도 품목보고를 하지 않았고, 광명시 H업소는 팬널티 등 18개 품목을 생산하면서 업소 소재지를 허위표시했다고 한다.이는 단속에 적발됐을 때를 대비한 도피수단이어서 공분을 금할 수 없다.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는 위법행위도 여전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정부·동두천·양주 출장소가 실시한 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중국산 곡식을 국내산으로, 캐나다산 소갈비를 미국산으로, 미국산 목심을 국내산으로 허위표시해 판매하다가 적발된 양곡상회, 식육판매점 등이 수두룩하다. 의정부·동두천·양주 관내에서만 원산지 허위표시 및 미표시로 적발된 품목이 돼지고기 25건, 쇠고기 12건, 농산가공물 등이 17건이라고 하니 도내 전역의 실정은 더 심각할 게 분명하다. 더구나 최근 도내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설대목 특판경쟁에 돌입한 것도 노파심을 갖게 한다. 다량으로 판매하는 식품들이 과연 100% 안전한가, 하는 점이다. 각 유통업체들이 내수경기 및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단가가 높은 정육, 건강식품, 수산물 등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갈비, 찜갈비 불고기, 특히 수입육이나 바닷가재 등 수입수산물을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식품의 이상유무를 철저히 확인 또 확인한 후 판매하여야 할 것이다.무허가 제품, 유통기한 경과제품 등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별단속은 물론 더욱 강력하게 실시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 등 부정사례를 신고한 소비자에게는 최고 100만원까지의 포상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신고정신도 부정식품 유통 판매 근절에 기여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유통업체의 양심적인 판매, 당국의 철저한 지도 단속, 그리고 소비자들의 신고정신으로 불법 식품판매행위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개각으로 국정쇄신 되나

김대중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한마디로 실망 그대로다. 이한동 국무총리의 유임과 박지원 정책특보의 재기용을 보면서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한동 총리 체제로는 9명의 장관 경질에도 불구하고 국정쇄신의 분위기조차 느낄 수 없으며, 박지원 정책특보의 재기용은 과거 정치쟁점의 중심에 있었던 측근 인사여서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대결정치로 치달을 우려가 짙어졌다. 대통령 자신도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터지는 각종 의혹사건들로 국정이 최대 위기에 몰려있고 민심이반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다수 국민들은 이번 개각이 도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장관들로 채우는 조각차원의 혁신적 개편이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판단으로는 그러한 기대가 깨졌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한동 총리는 지난해 9월 DJP 결별 때 자민련 총재이던 그가 내각에 잔류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정치도의적인 비난을 받아온 터였다. 그런 이 총리를 바꿀 경우 사실상의 야대(野大)국회 상황에서 후임 총리가 자칫 인준 받지못할 것을 우려해서 유임시킨 것이라거나, 박 정책특보 재기용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 사퇴와 함께 정치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소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청와대의 인적자원 빈곤과 대통령의 인재 발굴의 한계성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의 난국에서 무엇이 더욱 중요한지를 모르거나 국민이 무엇을 더 원하는지를 외면하는 ‘오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번 개각에서 양대 선거를 앞두고 내각의 중립성 측면에서 민주당 출신 장관들을 경질한 것이 당연시 되면서도 새 내각에서 참신성과 쇄신의 이미지를 찾기 어려운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특히 박 정책특보의 재기용에 대해서는 민주당내 소장의원은 물론 중진의원들도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 온 인적 쇄신 요구와는 정반대로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데 대한 이유 있는 반발이다. 한나라당도 ‘오기의 정치’라고 비판하면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각종 게이트로 허망해진 국민의 절망감을 어루만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여소야대 정국이 제대로 돌아갈리도 없다.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이번 개각을 권력핵심으로 향하는 이형택 게이트 등 의혹의 파장을 덮으려는 국면전환용으로 쓰려했다면 큰 오산이다. 최대 위기를 맞고서도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1년간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이다.

마지막 개각이 성공하려면

최근 각종 게이트로 얼룩진 정국을 돌파하기 위하여 이번주 개각이 있을 것 같다.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윤태식 게이트에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까지 연루되어 있는 상황이니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 조각수준의 대폭 개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개각 일정까지 발표한 것으로 볼 때 개각은 사실상 오래 전부터 준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개각은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물발굴 사업에 관련된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가 국정원, 해군, 해경은 물론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개입시킴으로써 ‘청와대 게이트’로 까지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 개각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이번 개각은 임기를 1년 남겨 놓은 대통령의 마지막 개각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DJP 연합 정권이 붕괴된 이후 다른 정치권의 간섭없이 순수한 자신의 의도대로 하는 조각 성격의 개각이기에 어떤 개각이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개각에 따라 앞으로 남은 1년의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느냐 또는 허송세월로 보내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은 우선 최근 불거진 각종 게이트에 관련된 청와대 측근을 비롯한 부정부패 관련자들을 성역없이 조사,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천명이 있어야 한다. 관련자 조사는 검찰이 하겠지만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위하여 관련자들을 전원 사직시킴은 물론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수사 범위에는 친인척도 포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지금까지 행한 인사는 최근 민주당내 대선주자들까지 비판할 정도로 지연, 학연, 특정 계보 등에 편중된 인사였기에 사실상 실패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개각에서는 어느 때보다 능력과 청렴성을 겸비한 인재를 등용하여야 한다. 특히 금년은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라는 큰 정치 일정이 있으므로 이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탈정치형 내각이 구성되어야 한다. 민주당 총재직까지 포기할 정도로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 개각에 분명하게 나타나야 한다. 더이상 정치적 게임을 하는 개각이 아닌 국민을 위한 개각이 이루어 지기를 기대한다.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해소를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얼마전 경기도와 인천시등 6개 시·도가 가진 실무협의회에서 이에 공동 대처키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도내만 해도 10년이 지나 매수청구 대상이 되는 미집행 시설이 공원용지를 비롯해 모두 151.1㎢에 이른다. 소요액은 19조원을 웃돈다. 막대한 이 매수 금액을 지방정부가 단독 부담하기엔 사실상 불가능 하다. 사정은 다른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계획시설로 사유재산을 묶어두는 것은 공공복리를 위한 소유권 제한으로 이를테면 토지의 공개념이다. 다만 무작정 묶어두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아 매수청구제를 두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소유권자가 떠안아야 할 인고부담의 원칙에 반한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체로 도시계획시설에 든 사유지를 가진 소수 계층에 공공복리의 공중을 위한 소유권 제한을 가하는 것은 사회정의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매수해야 할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매입못해 규제 효력이 상실되면 나중에 훨씬 더 많은 예산으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시민의 혈세를 더 많이 들여 지주만 좋은일 시키는 결과가 된다. 일이 이러하므로 매입해야 할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어떻게든 매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또 지방정부만이 아닌 국토이용 측면에서 중앙정부도 함께 풀어가는 것이 순리다. 한가지 지방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도시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만을 놔두고 별 필요가 없을 시설은 도시계획 재정비 차원에서 과감하게 푸는 점검이 먼저 요구된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미집행 시설의 필요한 용지 가운데 국유지 등은 지방정부에 무상양도 하는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또 지방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미집행시설 해소를 위한 예산의 30∼40% 지원을 무턱대고 거부할 것이 아니라 탄력성 있는 검토가 있어야 할 줄로 안다. 시일은 아직도 있다. 시설물 매수청구는 2년이내에 그 여부를 통지하고 매수는 통지한 날로부터 2년이내에 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지원할 방법은 작심만 하면 얼마든지 연구가 가능하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지방정부의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1971년 도시계획법이 시행되기 이전, 도시계획에 의한 도시팽창이 아니고 도시팽창에 의해 도시계획이 뒤따라야 했던 한국적 특유의 도시문제가 곧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것이다. 중앙정부의 원천적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전향적 검토가 있기를 기대한다.

학교에 영양사 모두 배치해야

정부가 학교급식 전면 확대를 실시하면서 정작 전담인력인 영양사의 정원을 동결한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교육시책이다. 학교를 신설하면서 교사를 임용하지 않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교육청과 각급 학교에 따르면 지난 연말까지 도내에서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모두 1천116곳이다. 그러나 공동 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를 포함, 영양사는 915명만 배치돼 있다고 한다. 현재 학교의 영양사는 1998년 2월까지 559명의 정규직 영양사가 채용됐다. 그러나 공무원 정원이 동결된 이후 신설되는 학교는 영양사를 일용직으로 채용, 최근 333명의 일용직 영양사가 학교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올해는 초등학교 88곳, 고등학교 18곳이 각각 신설되는데다 올 연말까지 중학교도 전면 급식이 실시될 계획이어서 일용직 영양사는 전체의 59%인 594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본란이 우려하는 것은 일용직 영양사는 증가가 아니다. 문제는 일용직 영양사들의 열악한 보수체계와 신분 불안 등으로 이직률이 높아져 학교 급식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일용직의 보수 지급 기준일수도 기존의 연간 300일에서 290일로 축소돼 가뜩이나 불안정한 일용직 영양사의 이직률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어 새 학기를 앞둔 학교급식을 더욱 걱정스럽게 만든다. 공무원 총정원제가 당초에는 설득력이 있었으나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업무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인력을 증원하지 않는다면 업무과중으로 인한 공무원의 고충은 물론 더욱 많은 각종 민원이 발생할 것이다. 경기도내의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식품직 공무원인 영양사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가 1천116곳인데 비해 정규직, 일용직을 합해 영양사는 915명에 불과하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러다가 만일 영양사의 부족으로 인해 식중독 등 급식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며칠 후면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맞이한다. 급식을 실시중인 학교는 물론이고 실시 예정인 학교, 신설된 학교마다 영양사를 배치함은 당연한 일이다. 정규직 영양사 배치가 정 어려우면 일용직 영양사의 처우를 크게 개선해서라도 학교급식에 차질이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당국의 능동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정권부패와 민간부패

이형택게이트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대통령직속 ‘부패방지위원회’의 출범을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또 하나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기호 경제수석의 보물사업 연루사실이 드러난 25일 있은 강철규 부패방지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오늘은 부패척결과 관련, 역사에 기록될 날”이라고 밝힌 김대중 대통령의 말은 공허하다. 이어 다짐한 비리척결 내용도 탈세등 민간형 비리에만 치우쳤다. 민간형 비리척결 역시 백번 마땅한 것이나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마당에 그 말이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들렸다고 볼 수는 없다. 이용호게이트에서 이형택게이트로 발전한 권력형 비리 의혹의 특성은 관련자들의 거짓말 잔치다. 지금까지의 막후 관련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기호 경제수석 또한 처음에는 개입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다가 궁지에 몰린 끝에 시인했다. 이형택씨가 ‘대통령의 처조카인줄 몰랐다’는 국방부의 해명도 옹색하다. 끝모른 의혹의 불길은 청와대 국정원 해경 해군 국방부 등 국가 중추기관으로 크게 번졌다. 국가기강의 총체적 문란에 허탈한 국민들은 무력증에 빠졌다. 청와대측은 어떻게든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하지만 대충해서 끝나길 바란다면 오산이다. 사태가 기왕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소극적으로 끝나지길 바라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풀어 파헤쳐서 끝내야 한다. 이같은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결단은 대통령이 내려야 한다. 어떤 권력형 비리든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주변 정리의 단안이 지연되면 지연될 수록 이같은 믿음이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것은 불행한 현상이다. 이형택씨 일만 그런게 아니다. 모든 게이트 파문에 대해 결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비리에도 등급이 있다. 정권차원의 비리를 두고 공직차원의 비리를 말할 수 없고 민간차원의 비리를 말할 수는 더욱 없다. 도덕성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로 이 입장에 처했다. 다 털고 가야 한다. 특검이나 검찰수사에서 밝혀지면 비로소 잘라내고 묻혀지면 그대로 간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도덕성 회복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앞서 권력부패를 밝혀내는 특단의 조치로 국가의 기강확립 의지를 뒤늦게나마 보이려는 비장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민간부패 신고엔 최고 2억원까지의 포상금을 내걸고 있다. 하물며 게이트 투성의 만연된 권력부패에 정부가 수치를 몰라서는 사회위기 수준이 더 심각해 진다. 권력부패 청산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운전하는 불도저 청소작업이 시급하다. 운전대를 잡을 형편이 못되면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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