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이 전국적으로 지속되면서 식수난과 농업용수 부족이 심히 우려된다.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한강·금강·낙동강·섬진강 등 4대강 수계 13개 다목적 댐의 저수율이 35.6%로 봄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 같은 시기의 39.5% 보다도 3.9%포인트 낮다고 한다. 이같은 저수율은 예년 평균 저수율 42.4%에 비해 6.8%포인트나 낮은 수치여서 걱정스러운 것이다. 특히 다목적 댐 물이 아닌 지방 상수도가 공급되는 곳 가운데 시간제 급수를 받고 있는 지역 중 경기도만 하여도 급수인구가 14개 시·군 94개 읍·면에 9만여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급수난의 심각성을 알게 한다. 농업용수 또한 부족한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저수지들이 거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시·군과 농업관리공사가 관리하는 도내 408개 농업용 저수지의 최근 저수율이 88%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8%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져 있다. 저수율 하락은 지난해 9월 이후 강수량이 적어 90년만의 혹독한 가뭄을 치렀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어서 걱정이 크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영농철에 물을 사용해 저수율이 55%까지 떨어졌으나 가을부터 지금까지 큰 비와 큰 눈이 내리지 않아 저수지에 물을 많이 가두지 못한 탓이다. 더구나 기상청이 올 3∼4월 건조한 날이 많을 것으로 예보해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만일 이같이 낮은 저수율 상태에서 벼농사 못자리가 시작될 오는 4월까지 강수량이 적을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가뭄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정을 개발하고 저수지를 준설,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하천굴착 및 보 설치 등 간이 용수원을 개발해야 한다. 가뭄 대처에는 농민들 뿐만 아니라 도시지역 주민들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히 수돗물을 아껴야 함은 물론 법규가 권장하는 제도를 이행하여야 한다. 예컨대 지난 1999년 4월30일 개정된 수도법은 상수도를 절약하는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건축물 신축 및 증축시 대·소변기와 수도꼭지 등에 대해 절수형기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물 대부분이 절수설비를 미설치, 수돗물 절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가뭄은 농사와 급수만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것이다. 당국은 관정 개발과 저수지 준설 등을 신속, 철저하게 추진하고, 도시지역 주민들은 수돗물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축대붕괴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계절이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탓인지 해빙기 사고방지 안전대책에는 전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특히 하루 수천 수만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국도와 지방도로변의 절개지 곳곳이 균열되면서 낙석이 발생, 산사태 위험이 있는데도 제대로 손을 쓰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낙석 및 산사태 위험이 도사린 절개지는 도내 곳곳에 널려 있으나 특히 경기북부지역이 많고 위험상태도 심각하다. 남양주시 양지∼금곡간 도로 양지리의 절개지는 안전망이 설치돼 있으나 언 땅이 녹으면서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으며, 균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양주군 양주읍 삼송리의 어약고개 절개지는 아예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다. 또 확장·포장공사가 진행중인 파주시 통일동산 진입도로변 절개지 곳곳도 금이 가 있다. 이밖에 가평읍 이화리와 금대리지역 절개지, 그리고 가평∼양평간 국도 등 신설 도로변 절개지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경사지에서 돌과 흙이 계속 떨어져 해토기나 보통비에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1등급 취약지역이다. 수많은 차량들이 산사태 위험이 있는 국도와 지방도로를 그런 사실도 모른 채 통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금 이 시간에도 운전자들이 ‘낙석주의’표지를 보고도 ‘설마’하며 무심결에 통행하고 있을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내려 앉고 무너지는 대형 참사와 부산 횡령터널 입구 산사태 등 사고를 그렇게 겪고도 여전히 이런 안전불감증이 고쳐지지 않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도로변 절개지 곳곳에서 이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는 것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비탈면 경사를 완만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토목기술상 문제가 뻔히 있는데도 돈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했다면 이는 마치 대형 사고가 나기를 기다린 꼴이나 다름없다. 당국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 절개지 공사를 무책임하게 강행한 공사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당국은 위험 절개지 시공회사의 부실공사는 없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설계·시공·감리 등 공사 전과정에서 어디에 부실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내 민·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보강공사에 드는 일체의 경비와 피해보상을 건설회사측에 부담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것은 모든 위험요소에 대한 점검과 취약절개지에 대한 긴급보강공사에 나서는 일이다.
어제로써 국민의 정부는 4년을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남은 1년의 임기가 시작된다. 앞으로 남은 1년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할 일이 태산같다고 생각하는 김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짧은 기간일 것이다. 지난 4년간 국정의 최고책임자로 김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남은 임기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중요한 과제이다. 김대통령 취임시 국민의 기대는 컸다. DJP 공동연합을 통하여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통령은 IMF체제로 초래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햇볕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시킨 것은 큰 치적이다. 그러나 인사정책의 평향성으로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의약분업과 교육개혁 등을 추진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켰다. 더구나 최근에는 측근까지 관련된 각종 게이트가 발생,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김대통령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일은 시작하는 것보다도 마무리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첫째 김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기업·공공·노동부문 등 4대개혁을 비롯,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하였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문제점을 분석하여 미진한 부문을 마무리해 경제회생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된다. 둘째 금년은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다. 김대통령은 여당 총재직까지 사퇴하면서 정치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여당내의 경선이나 각종 선거에서 소위 김심(金心)이나 정부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된다. 공정한 선거관리는 가장 중요한 국민의 정부 임기말 과제이다. 필요하면 중립내각을 구성해서라도 선거관리에 공정을 기해야 한다. 셋째 각종 부정부패의 철저한 조사이다. 최근 각종 게이트로 인하여 국민의 분노가 대단하다. 대통령 측근까지 개입되어 있어 몸통이 누구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임기중에 이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면 차기정권까지 연결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게이트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철도, 발전분야의 파업도 가스분야와 마찬가지로 조속히 수습돼야 한다. 연대파업에 참여했던 가스공사 노조가 어제 오후 노사협상을 통해 파업을 철회했다. 앞으로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시기 및 방법 등을 노사정위에서 협의키로 합의했다. 이같은 대타협의 타결이 철도, 발전분야 노조라고 하여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지금으로써는 노사 쌍방이 다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도출해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공기업 노조의 파업은 민영화 반대가 가장 큰 쟁점이다. 민영화는 오래 전부터 추진돼 왔던 일이다. 정부는 철도 등 민영화 관련법안을 국회에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 공기업의 누적된 적자탈피를 위해서 민영화 검토가 요청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시점에서 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돌입은 그 명분이 약하다. 하물며 공기업의 적자를 계속 국민의 혈세로 보전해갈 요량으로 파업을 장기화 하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공기업 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경영을 걱정하는 공익적 관점이기 보다는 민영화 이후의 신분변동을 우려하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차라리 민영화 이후의 신분계승에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더 떳떳하고 또 객관적 관점에서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논의를 할 시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가스공사 노사타결 수준의 대타협이 가장 현명한 해결방안이라고 여겨 철도, 발전분야 또한 이같은 타결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공기업 노조라고 하여 근로자의 권익옹호 수단의 마지막 투쟁보루인 파업이 배제돼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파업은 그것이 아니다. 명분으로나 시기로나 절차상으로나 사회의 변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노동운동이 노동운동으로 성공하는 예는 없다. 공기업의 파업이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어서가 아니라 불편을 줄만한 노조의 이유가 빈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기업 파업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 강경 대응책을 서둘고 있으나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아직은 더 현명하다. 여야 정치권이 파업사태를 대화로 풀기를 촉구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신축성 있게 임해야 한다. 파업주도층을 범법자로 몰아세우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 보다는 공기업 노조에 파업을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상 초유의 고등학교 배정 취소와 재배정으로 물의를 빚은 경기도교육청이 또 잘못을 저질렀다. 자녀들의 학교 배정에 불만을 품은 고양시 일산지역 학부모들과 전학을 허용하되 학생들이 기피하는 특정 고교를 전학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합의를 했다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노릇인가. 지난 19일 ‘재배정에서 덕양구로 진학하게 될 일산구 학생의 경우 일산구내 10개 고교 중 자신이 원하지 않는 1개교를 제외한 9개교를 대상으로 다시 전학 배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교육국장 직무대리가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같은 합의서는 도교육청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온 원거리 통학불편에 따른 전학원칙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앞으로 확산될 파장이 심히 걱정스럽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는 이른바 ‘기피학교’에 전학 배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면 도교육청 스스로 평준화를 깨뜨린 셈이다. 더군다나 소위 기피고교라는 이유만으로 전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크게 흔들린 내용이어서 도교육청의 대응 능력이 더욱 실망스럽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은 지난 22일 전학허용 기본원칙을 발표하면서 평준화원칙 준수, 원거리 전학방침을 강조해 지역합의와는 전혀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도교육청이 지난 21일 구역내 원거리 배정 구제를 요구하며 항의하는 고양 세원고와 A고교, B고교 등 학부모들과 이들 3개교 중 1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교를 대상으로 재배정에 또 다시 합의, 학부모들의 요구에 원칙없이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면합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형평성을 요구하며 안양권이나 성남 등지도 비슷한 주장을 펼 것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학교 배정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집단행동을 자제해온 상당수의 학생·학부모들이 반발할 경우 지금까지의 모든 협상이 백지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부디 침착하게 직무에 임하기 바란다. 고교 배정 취소 파동과 교육감 사퇴 등으로 내부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은 십이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우왕좌왕 한다면 더욱 심각한 불상사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학부모들의 요구에는 이번처럼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지 말고 확고한 방침을 제시,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아무래도 정부차원의 관리가 있을 것 같다. 하루 빨리 도교육청 자체적으로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전경련이 엊그제 가진 정기총회에서 ‘법에 의하지 않은 부당한 정치자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선언은 평가할 만하다. 이 자리엔 회장단과 250여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2002년 전경련 총회에 즈음한 기업인의 결의’형식을 통해 이같이 밝힌 선언문은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의해 외곡됨으로써 정책혼선과 경제불안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아울러 지적했다. 전경련의 부당한 정치자금 거부, 경제논리 외곡에 대한 일종의 경고는 오는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이익집단의 무리한 과다요구,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 남발 같은 것도 물론 자제돼야 한다. 잘못된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 돈 안드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재계의 결의는 정치권이 겸허히 수용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재계 스스로의 정치권 유착이 없지 않았던 과거의 관행적 사실에 비추어 부당한 정치자금 거부결의는 자체의 자정의지가 또한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와 경제가 함께 타락했던 것이 이른바 정경유착이었으며, 이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좀처럼 청산되지 않은 준공식 부패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의 폐해는 결국 국민경제의 손실을 가져왔다. 또 정치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로 작용된 것 역시 사실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진실로 재계의 결의가 지켜질 지 솔직한 생각으로 의문시 되는 것은 예컨대 ‘정권 보험료’의 유혹같은 걸 과연 뿌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인 것이다. 정권따라 부침이 심했던 국내 재벌이 적잖다. 경제논리가 경제논리대로 가지 않고 정치논리로 외곡된 책임은 비단 정치권뿐만이 아닌 재계 또한 책임이 없다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으로 하여 부당한 정치자금의 거부가 무엇보다 이행될 수 있는 실천환경이 중요하다고 믿어 이의 후속 대책이 의당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단순히 결의로만 가능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관련 법률을 고쳐서라도 정치자금 규모를 조정하고 제공의 투명성을 담보해 보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방안이 무엇인가는 재계와 정치권이 알아서 협의할 일이다. 어떻든 전경련의 그같은 결의는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의 법률적 도덕적·판단의 시금석이 된다고 보아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1년내내 논란을 빚었던 교원 성과급 문제가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정부의 교원 성과급 차등지급 계획이 교원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지급기준이 수정되면서 남은 예산이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또 ‘모두 나눠먹기’방식으로 교원들의 단체 여행비 등에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우유부단한 정책으로 인해 성과급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막대한 국고만 축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교육부는 성과급제를 도입하면서 전체 교원중에서 70%를 고르고 이를 다시 3등급으로 나누어 각기 월급의 150%, 100%, 50% 씩 주도록 했다. 따라서 근무성적 하위 30%의 교원은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되자 교원노조의 거센 반발로 이 방침을 철회, 모든 교원에게 직급, 근속연한 등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이미 성과급 의미를 퇴색케 했다. 그러고서도 교육부는 성과급 지급기준 변경으로 모든 교원에게 지급하고 남은 예산을 일선 학교에 재배정하고 교사합의로 사용토록 허용해 또다시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를 드러냈다. 그 결과 경기교육청에 배정된 43억8천만원과 인천교육청의 12억원이 일선 교사들의 단체 여행비 등으로 쓰여졌고 또 쓰여질 예정이다. 그동안 교원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골치를 앓아온 교육부가 더 이상 마찰을 빚지 않으려고 남은 예산을 모두 나눠먹기식으로 적당히 나눠주고 용처를 교사들에게 일임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교원 성과급이 근무평정 우수자에게 차등지급돼 교직사회 내부의 경쟁력을 유도하고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도 이런 취지와는 달리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교육계 일부에서 어차피 교원들에게 지급될 예산이었던 만큼 어떻게 쓰여지던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철부지 같은 소리다. 나랏돈의 중요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국고를 한푼이라도 아껴 써야 할 처지에서 배정받은 예산이니 쓰고 보자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혈세가 본래의 목적과 달리 엉뚱하게 쓰이는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가뜩이나 나라가 어려운 판에 막대한 국고를 축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아직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학교에선 차라리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세미나 등 생산적인 일에 쓰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남은 예산을 과연 어떻게 써야 옳은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어제 수원역 부근에서 발생한 전동차와 전철보수열차의 추돌사고는 이 역시 평소 사고 요인을 안고 있던 후진국형 불상사다. 전철보수열차에 들이받힌 전동차 마지막 객차가 탈선, 승객 3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등 1천명 가까운 승객이 선로를 따라 수원역으로 500여m를 도보 이동하는 소동을 빚은 것은 불행하나 어떻게 보면 이 정도의 사고로 그친 것을 불행중 다행으로 보고자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사고 원인을 당시 짙게 깔린 안개 탓으로 보는 관점은 다만 참작 상황일뿐 직접적 원인은 될 수 없다. 이미 통과신호에 따라 운행한 보수열차가 갑자기 앞에 서 있는 전동차를 발견한 사실은 자동제어 신호체계에 오작동 등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 1호선 전동차 운행에 가장 문제가 돼 왔던 것이 하행선의 수원역 진입 대기다. 이번에 추돌당한 전동차도 경부선 열차 통과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화서역을 지나 서호부근에 이르면 으레 수분씩 대기하기 마련인 것이 하행선의 수원역 진입 실태다. 전철보수 열차가 추돌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시속 120∼150km로 달리는 열차가 추돌했다고 생각하면 상상만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물론 이러한 추돌사고는 잦은 게 아니다. 하지만 수년, 수십년만에 한번을 일어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철저히 미리 봉쇄해야 하는 것이 안전대책이다. 철도당국이 안전대책에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전동차의 수원역 진입에 개선을 외면해온 것만으로도 능히 알 수 있다. 예컨대 수원역에서 서울 등 상행선 아침 전동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전동차의 진입노선 시설미비로 3·4호 플랫폼중 어느 곳으로 들어올 지 몰라 그때마다 갈팡질팡 하는 혼잡을 빚는다. 이런저런 불편을 없애는 시설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1천억원대로 추정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런대로 넘어오다가 결국 추돌사고를 내고 만 것이다. 또 하나의 사고요인으로 꼽히는 자동제어 신호체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아져 철저한 원인규명과 함께 완벽한 안전대책이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1호선은 천안까지 연장공사가 진행되고 수원역사는 선상역사로 신축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원역 구내 시설도 이에 걸맞게 모든 시스템이 보완 확장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번 추돌사고 같은 불상사를 근원적으로 막는 안전대책이 바로 이에 있음을 철도당국은 깊이 명심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 고리(高利)의 ‘사채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한다는 보도다. 한마디로 걱정이 태산같다. 마치 금융상식을 전달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사이트를 포장한 이들 사채업자에게 현혹된 많은 사람들이 급전을 썼다가 결국 평균 연 150%가 넘는 고리를 견디지 못하고 개인 파산자로 몰려 길거리로 나앉고 있다니 도대체 이 망조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특히 인터넷 사이트 특성상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나 대학생들이 이들 사이트의 주표적인데도 피해자들을 보호할 관련 법규는 하나도 없으니 더욱 답답하고 한심하다. 현재 일반 검색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사채사이트 수는 310여개에 달한다. 민주노동당 이자제한법 부활팀이 최근 ‘사채’또는 ‘대출’이라는 검색어를 쳐 관련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라이코스에 238개, 야후에 44개, 네이버에 28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조사 당시 15개였던 것에 비해 2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들 사이트 대부분은 ‘금융권 신상품 소개’등 일상 금융상식을 전달하는듯 고객들을 유혹한다. 주가는 물론이고 재테크 요령과 관련 법률 정보까지 제공하며 일부 사이트는 추첨을 통해 방문 고객에게 상금을 주는 이벤트까지 벌여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 사이버 고리 사채업자들은 은행 등 제도금융권 인터넷 홈페이지를 뺨칠 정도다. ‘무보증 무담보, 돈 필요하신 분 저리대출’이라는 광고문구로 유혹하지만 실제로는 최고 연150%에서 심지어 300%까지의 초고금리를 물리기도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인터넷 대출사이트는 금융기관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도 쉽게 대출받을 수 있어 회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실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생각해 보라. 대출 후 10일마다 9%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2천500만원을 빌렸다가 이자에 이자가 붙어 원리금이 1억원이 넘는다면 믿어지는가. 이같은 고리사채 피해를 막기 위해 재정경제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고리사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사항은 없어 실효성이 전무다. 인터넷을 통한 고리사업체 확산은 특히 미성년자 피해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 정권은 왜 이렇게 서민들의 고충을 몰라주는가. 하루라도 빨리 ‘폭리(이자) 제한법’을 부활하지 않으면 서민들의 피해가 극에 달해 무슨 엄청난 불상사가 발생할 지 몰라 심히 불안하다. 사이버 고리사채를 규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법규 제정을 거듭 촉구해 마지 않는다.
수신고가 국내 5위인 안양 대양상호신용금고를 비롯 오산 한남금고 등 지방소재 6개 부실 신용금고가 20일부터 영업정지됨에 따라 금고업계에 또 한차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예금인출 중지로 인한 예금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안양 대양금고는 수원 성남 부평 등 경기·인천지역에 6개의 점포망을 갖고 있는 국내 굴지의 금고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금고의 집단 영업정지사태는 2000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이 금고들은 금감원 실사결과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4%미만인 부실금고들이다. 신용금고가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지방 중소기업들이 어음을 할인하고 자영업자들이 하루 번 돈을 믿고 맡기는 서민 금융기관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과 지역 중소 상공인들이 의지해 온 신용금고의 붕괴는 자칫 사회적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 정부 당국은 특단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이 ‘부실’오명을 안고 계속 쓰러지게 되는 것은 사회기강과 금융질서 문란이 극에 달했음을 뜻한다. 이용호게이트의 로비스트로 특검팀에 구속기소된 김영준씨가 실소유주인 안양 대양금고가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대주주가 금고를 마치 사금고인양 고객돈을 마구잡이로 유용, 부도난 기업체에 110억원을 부실대출해주는 등 모두 700억원의 자본금을 잠식한 상태로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그같은 금융비리에 대한 정부의 감독·제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14일 대양금고에 대해 내부적으로 퇴출 결정 방침을 정하고도 영업정지 명령은 한달이 지나서야 내렸다. 금감원의 이같은 늑장조치로 그동안 3자인수설이 퍼져 주가가 2배로 뛰어 주가조작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3월과 9월 두차례 밀착 감시하는 동안에도 대양금고는 400여억원을 불법대출했으나 이같은 사실을 올 1월에야 적발했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이같은 봐주기 의혹과 직무태만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 관계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예금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금주들은 예금보험공사의 자산·부채 실사가 끝나는 1∼3개월 후에나 500만원 한도 내에서 ‘긴급자금’을 인출할 수 있지만 이는 거래관행이나 규모에 비춰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검사인력을 대폭 확충해 실사기간을 될수록 줄이고 사고금고의 예금인출 허용수준을 대폭 높여 고객들의 급전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들의 자금줄이 막히지 않도록 정부가 현실성 있는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