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앞으로 99일 있으면 지구촌의 축제인 월드컵이 개최된다. 경기·인천지역에서는 수원과 인천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며 서울을 비롯한 8개 지역에서도 축구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번 월드컵은 일본과 공동 개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며,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어느 대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제 수원을 비롯한 전국 10개 도시에서는 월드컵 D-100일 행사가 다양하게 개최되어 월드컵 열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한 소위 하드웨어는 특별한 차질없이 마무리되었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건설 등이 예정대로 진행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하드웨어가 아니고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개발하여 문화, 관광, 그리고 경제성 있는 월드컵으로 개최하느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 경기에 있어 가장 큰 기대는 한국팀이 주최국으로서 최소한의 면목을 유지할 수 있는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 더욱 중요한 과제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문화·관광·경제 월드컵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民官의 철저한 준비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국가의 주요 재산이 되고 있다. 문화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많은 역사적 유적과 전통이 숨쉬는 수원과 인천은 문화월드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어 이를 적극 개발하여야 한다. 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여 흑자 월드컵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제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이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지만 그 외 다른 모든 것은 일반국민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아무리 준비위에서 철저한 준비를 하더라도 이를 실천하는 것은 일반국민이다. 교통질서, 경기장의 관람 질서, 외국인 접대 등 제반 사항은 일반 국민들의 협조없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성심있게 봉사하느냐는 월드컵 성공의 열쇠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남은 기간 차질없는 준비를 통하여 문화·관광 월드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北, 韓美의 대화요구에 응하라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한미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 난기류에 휩싸인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미국측의 잇단 대북 강경발언 이후 한미간 대북정책을 새롭게 조율, 그간의 햇볕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문제 등을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간다는데 의견을 같이함으로써 일반의 우려처럼 한반도에서 전쟁 등 돌발사태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물론 도라산역 방문 연설에서도 ‘악의 축’과 같은 강경발언은 자제하면서 북한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오로지 방어적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한껏 높였던 발언수위를 낮추는 등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완화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유연한 자세로 북측에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북한의 태도에 대해 ‘북한이 아직 한국의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북한은 투명하지 않고 주민들을 굶주리도록 방치한 채 대량살상 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면서 북한정권이 주민들에게 애정을 보일 때까지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의견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대북 불신감을 거듭 밝혔다. 이는 앞으로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 WMD 문제는 북미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 해결방법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북한정권에 대한 한미간 기본시각과 북한의 태도변화 가능성 등에서도 시각차가 남아 있어 향후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대화호응 여하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에 대한 한미간 시각차를 좁히는 일에 계속 힘을 기울여 한미 공조기반을 더욱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 또한 9·11 테러사건 후 WMD 및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가능성에 대한 미국과 세계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 달라진 국제정세를 직시하고 이제 대화에 응하는 변화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봄철 산불예방에 총력을

봄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산불 발생이 심히 우려된다. 해마다 봄철이면 으레 일어나는 산불때문에 입는 피해는 이만 저만한 게 아니어서 산불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벌써 광주시 실촌면 곤지암 중부컨트리클럽,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용문면 망릉리 등에서 산불이 발생, 임야 1.8㏊가 사라졌다. 우리 나라 전 국토의 65%가 642만2천㏊의 산림으로 뒤덮인 산림국가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강조하자면 산림자원은 임산물을 생산하는 경제자산일 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환경자산이다.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문화자산으로 유·무형의 가치도 엄청나다. 산림청이 2000년 기준으로 우리 나라 산림의 대기정화 및 수원함양, 토사유출 방지, 산림휴양 등 공익적 기능을 금액으로 평가한 결과 임산물 등 직접적인 혜택 2조5천억원의 20배에 달하는 5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계량화되지 못한 생물 종 보존기능 등을 감안하면 평가액은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귀중한 산림이 매년 사라지고 있다. 산림을 경시하는 마구잡이식 택지개발지구 지정도 문제려니와 산불로 인한 산림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장기간의 건조한 날씨에다 사람들의 사소한 부주의로 일어나는 산불이야말로 참담하기 짝이 없다. 산불예방을 위해 경기도가 5월15일까지를 산불방지기간으로 정하고 시·군·구·사업소 등 48개 기관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운영중이라고 한다. 산불진화를 위해 민간 헬기 8대를 임대, 가평·포천군 등 일선 시·군에 권역별로 배치하고 245개소를 입산통제, 89개소의 등산로를 폐쇄했다. 인천시도 76개소 1만1천75㏊에 대한 입산을 부분적으로 통제하면서 비상근무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산불예방은 항시 사람들의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봄철 산불발생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논·밭두렁 및 농산물폐기물 소각은 공무원·공익요원 등 입회하에 공동 태우기를 실시하는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 산을 찾는 사람들의 투철한 산불예방 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라이터, 성냥 등을 소지한 채 입산통제구역 및 폐쇄 등산로를 출입하지 않는 것은 산불예방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에서의 취사행위는 더 더욱 안된다. 만일의 경우 산불 발생시 신속한 초등진화도 예방못지 않게 중요하다. 당국의 철저한 예방·감시 활동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산불발생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사이버 수사력

사이버 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발생한 사이버 범죄는 6천669건으로 2000년 429건에 비해 무려 15.5배나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게임사기가 49.4%로 가장 많았고 해킹 및 아이디 도용 24.8%, 음란물 배포·유통 9.4%, 명예훼손 사범 4.4%, 기타 12% 등 범죄양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컴퓨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이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관련범죄도 보편화 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통계수치는 사이버 범죄가 더 이상 특정인의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이버 범죄라 하면 흔히 해커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고도의 지식과 지능을 이용한 것만 생각하기 쉬우나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컴퓨터가 일반 통신에서부터 판매·뱅킹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장(場)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사례만 보더라도 외국 유명상표를 모방한 가짜 상품을 인터넷을 이용해 통신판매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있지도 않은 상품을 그럴싸하게 광고한 뒤 고객들로부터 물건값을 송금받고는 자취를 감추거나, 음란물을 복제해 파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또 도박사이트를 개설, 회원을 모집한 뒤 영업비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고리’를 챙긴 사례까지 있었다. 이처럼 사이버 범죄는 과거의 ‘호기심형’ ‘과시형’에서 ‘경제형’으로 변하고 있다. 또 단독범행이 쉽고 범행자의 신분가공이 용이하며 현장이 드러나지 않는 등의 특징 때문에 어린 학생들까지 쉽게 유혹에 빠져드는 추세다. 작년 사이버 범죄중 10대가 59.3%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정부는 인터넷 벤처가 한국산업의 살 길이라며 정보화산업 육성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올려 놓았다. 정부의 그같은 정책과 디지털사회로의 세계적 추세가 맞물려 우리 사회는 관제하기 힘겨운 속도로 정보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의 긍정적 측면에 도취되면서도 그 부정적 측면인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비는 소홀하다. 선진국들이 특별기구를 마련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대증요법으로 풀어가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각양각색으로 급증하는 사이버 범죄를 막자면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시대의 사이버 범죄를 막고 신속히 잡아내려면 이에 상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수사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기술도 최신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디지털사회에 상응하는 발빠른 대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한·미정상 협력체제 강화를

오늘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여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하여 남북문제를 비롯한 한·미간의 중요한 현안에 대한 협력방안을 다루게 된다. 비록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분단의 현장인 도라산역을 방문하여 연설하는 등 부시 대통령이 남북분단 현실을 목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있어 과거 어느 미국 대통령의 방문 못지 않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더구나 이번 부시방한은 최근 미의회에서 연두교서를 통하여 북한을 ‘악의 축’으로 발표한 이후 남북한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이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미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시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물론 부시는 방한 직전 기자들과의 대담이나 일본에서의 연설을 통하여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기는 하지만 국내 여론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이기에 과연 부시가 한국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기본 입장은 한국의 햇볕정책은 지지하지만 북한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미국내의 여론이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고 이를 판매하여 테러집단을 지원하는 북한에 대하여 호의적이지 못한 점을 부시 대통령은 강조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미국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보다는 유화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임을 미국측에 설득, 북·미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의 태도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한·미정상회담은 사전에 충분한 조율이 없으면 대북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로 양국간의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각각 주권국가로서 이해관계가 상충될 소지도 많다. 그러나 대북관계에 있어 기본적 관점은 상호 협력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있음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양국 정상은 상호 이해를 통하여 대북정책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미동맹관계의 강화는 현실적 문제이지 감정적 문제가 아니다. 이번 부시방한을 통하여 대북문제에 대한 한미관계가 더욱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성윤 교육감의 사퇴

조성윤 경기도 교육감이 고교 평준화지역 재배정 사태에 책임을 지고 용퇴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긴 하나, 매사에 당연적 귀결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게 현실적 세태인 점에서 그의 사퇴는 우선은 평가할 만하다. 민선인 그의 재임기간은 3년여를 남겨놓고 있어 전격 사퇴는 또 대사건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이런 저런 제반의 관점 속에서 교육감의 사퇴를 그래도 잘한 것으로 결론 지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그 책임 당사자는 교육감이야 하며, 책임방법은 일단 사퇴 이외엔 달리 있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본란이 어제 교육감의 사퇴 일축에 겸손을 촉구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었다. 어떻게 보면 민선교육감이 고교 재배정에 책임을 지고 그만 두는 것은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있을지 모르지만 민선이 책임 한계의 해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며, 고교배정의 실무 책임이 교육감의 감독 책임을 면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결국 총체적 최종 책임은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인 가운데 교육감이 사퇴로 책임을 지는 것은 순리다. 고교 재배정 같은 불상사는 일찍이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있어선 안되는 수치스런 사건이다. 1970년대에 경북도교육청에서 있었던 중등교사 자격시험지 유출사건과 쌍벽을 이루는 지방교육청의 불상사로 꼽힐 만하며, 당시 시험지 유출사건의 그 곳 교육감은 사퇴선 이상의 책임을 져 보였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한 그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는 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사퇴로 책임을 질 수 있는데는 역시 한계가 있음을 앞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태의 근원적 원인이 교육자치의 부재에 기인한 사실은 크게 성찰할 만하다. 교육자치는 허울뿐 교육부의 지시 일변도 충족에 급급했던 게 경기도교육청이었고, 이는 비록 타 시·도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앞으로 시정해야 할 과제다. 다른 시·도가 어떻든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태로 명실공히 교육자치의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예컨대 문제가 된 고교 평준화같은 게 심화하는 경쟁사회에 과연 합당한가는 심히 의문인 것이다. 조성윤 교육감의 사퇴는 책임 한계의 일단계 마무리이면서 새로운 문제의 출발이다. 후임 교육감이 선출될 때까지 대과없는 과도기를 넘겨야 할 것이다.

유사금융 사기에 속지 말자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유사금융사범이 활개치고 있어 ‘큰일’이 났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서민들을 현혹, 투자자를 모집한 뒤 돈을 가로채는 금융사범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들의 사기 수법이 워낙 그럴 듯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금융사범들이 교통범칙금 납부 등 단순 형태를 넘어서 투자·펀드, 팩토링 등 자산관리 및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외형적으로 볼 때 규모 및 범죄수법이 다양, 대범해져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유사금융사범들은 다단계 방법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거나 소자본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 주로 서민이나 중산층이 투자토록 한 후 돈을 가로채 자취를 감추는 수법을 많이 쓴다. 이들은 광고지를 이용하거나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합법적임을 위장하여 투자자를 모집한다. 특히 일가족이 동원되는 패밀리 형태의 금융 다단계 업체까지 등장, 선량한 서민들의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족 관계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명까지 사용하는 것은 물론 모집한 투자비를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기경찰청이 지난 달 21일부터 최근까지 유사금융사범 216명을 검거한 사실만 봐도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이들 금융사범에 의해 4천594명이 163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고추차 제조사업에 투자하면 고배당을 준다’고 투자자를 모집, 2천557명으로부터 87여억원을 가로챈 사범이 있고, ‘미얀마 사금채취사업에 60만원을 투자하면 10일 후 90만원을 지급한다 ’고 속여 500명으로부터 20억5천여만원을 편취한 사범도 있다. 서민들이 쉽게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유사금융사범들이 처음에는 배당금을 일정기간 제때마다 지급하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수법으로 계속 투자자들을 수천명씩 끌어 모은 뒤 수십억원씩 편취하는 바람에 1인당 피해액이 적게는 수십만∼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수억원에 달하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돈을 벌게 해준다는 e-메일을 불특정 다중에게 보내는 교묘한 방법으로 사기행각을 일삼는 인터넷 이용 금융사범도 급증하고 있어 갈수록 태산이다. 금융사범에 대한 경찰의 단속은 물론 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하고 적발되면 중벌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서민들의 냉철한 인식도 함께 필요하다. 건전한 금융질서는 물론 가정을 파괴하는 사기 수법에 농락되지 않도록 특히 서민들이 각별히 노력해야겠다.

교육감은 좀 겸손해야

고교배정 사태와 관련한 교육인적자원부의 경기도 교육청 특별감사가 이번주에 있게 된다. 학생 배정 방법, 프로그램 사전점검, 용역업체 선정 과정 등에 대한 다각적 특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상주 교육부장관은 ‘1974년 고교 평준화 실시이후 최악의 대형사고’라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재배정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일부 학부형들의 농성 등으로 어수선하다. 경찰버스 10여대가 상주하는 가운데 무궁화 두개를 단 간부 등이 눈코뜰새 없이 현장 경비지휘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생각하면 경기도 교육청 사태는 이 정부의 주먹구구식 교육 실책이 압축된 불행한 사건이다. 학교 건물도 교실도 없는 유령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교육이 도대체 우리말고 세계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 교육부부터가 자유로울 수 없다. 이토록 무책임하다 보니 고교 재배정 사태같은 일도 다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젠 기왕지사다. 원인규명도, 특별감사도 다 있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수습책이다. 따지면 어떻게 하든 4만7천여명의 학생들 배정이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만의 연유가 도교육청의 과실로 인한 재배정에 기인한 점에서 그 책임이 면탈되기 어렵다. 실무 국·과장의 직위해제로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엔 과실이 너무 무거운 것이다. 이런 마당에 조성윤 교육감 입에서 사퇴 일축설이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과거 관선 교육감 같았으면 벌써 자리를 그만 두게됐을 것이나, 민선 교육감이라 하여 책임 한계로부터 초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교육감더러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농성 학부형 입장에 서서 좀 더 겸손한 생각을 밝히는 게 사태수습에 보다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학부형 측에도 할말은 있다. 재배정을 취소하고 또 재재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재배정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억울해도 거역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곧 개학이 닥친다. 자녀의 입학을 일단은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부형들 간에 거론되고 있는 법정투쟁은 권리에 속한다. 경기도교육청과 국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 민사소송을 다 고려할 수가 있다. 학사행정만은 어떻게든 어긋짐이 없길 바라는 것은 도교육청을 위해서가 아니다. 학생들을 위해서다.

‘기여입학제’검토할 만하다

정부내에서 찬반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대학 기여입학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기여입학제 도입이 1986년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처음 거론된 후 수차 간헐적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교육부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덮어두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에서 먼저 이의 도입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3월 연세대가 기여입학제 추진방침을 천명한 이후 기부금이 지난 한햇동안 408억원이나 접수된 고무적 사실은 대학사회를 흥분시키고 있다. 물론 연세대만이 당장 기여입학제가 허가된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 기여입학제가 실시될 것을 기대해 이를테면 예약성격의 기부금이 이토록 답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학에 대한 기부행위가 선진국 사회에서는 상례화 한 지 오래다. 독지가들의 쾌척도 있고 기여입학 기부금도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어렵게 살면서 못 배운 이들이 모은 재산을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돼 대학에 내놓는 사례는 더러 있어도 돈 많은 부유층이 대학에 기부하는 것은 별로 볼 수 없었다. 기여입학제는 말 그대로 돈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에 많은 돈을 기부하는 대가로 자녀를 입학시킬 기왕의 부유층 기부금이라면 정상입학 정원 외로 두는 기여입학 인원을 정원제로 하여 기부금 한도를 경매방식으로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부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느니 ‘교육기회의 균등에 어긋난다’느니 하는 불가 이유는 기여입학제가 처음 거론된 80년대에나 할 만한 소리다. 지금은 아니다. 정상입학의 정원 이외이기 때문에 균등의 기회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돈을 움켜쥐고 사회에 내놓지 않는 것이 한국의 부유층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여입학제를 통해서라도 돈을 내놓게 할 수 있다면 기부를 받아 대학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사회공익에 합치된다. 단, 기부금은 기부금다운 거액이어야 한다. 수십억원, 백억원대가 돼야 기여입학제의 효과가 있다. 수억원대의 기여입학 따위는 대학 이미지와 풍토만 흠집내기 십상이다. 기여입학을 실시해도 물론 일정한 규범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무턱대고 안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공청회 같은 것을 가져볼 만하다.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교실없는 高校배정 취소해야

경기교육청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는 일이 하나같이 어설프기만 하다.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를 미처 점검하지 못해 고교평준화지역의 고교 신입생 배정결과를 하루만에 전면 취소해 큰 혼란을 야기시킨 도교육청이 이번엔 교실없는 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잘못을 시정치 않아 학부모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이 고교평준화지역의 고교 신입생 배정작업을 하면서 교사(校舍)가 완공되지도 않은 신설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것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교육여건개선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이 때문에 학교건물 공사가 20% 밖에 진척되지 않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덕산고교에 배정받은 505명의 학생들이 인근 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안일하고 무책임한 교육행정 때문에 입게 된 피해로 도교육청 당국의 무모한 조치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교육청 당국은 ‘학교 부지 매입에 차질이 생겨 공사가 지난해 7월에야 시작된데다 시공사의 공사지연으로 이같은 일이 빚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정작 상황이 그러했다면 올 11월에야 완공될 학교의 개교(3월)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고 학생도 당연히 배정하지 않았어야 했다. 학생을 수용할 교실도 없는 학교에 대해 서류상으로만 개교하고 또 학생을 배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도교육당국이 학급당 학생수를 현재의 42.7명에서 35명으로 줄이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과잉의욕에 맞춰 교실도 없는 ‘유령학교’에 학생을 배정한 것은 무사안일주의의 대표적인 예의 하나다. 말로만 듣던 무사안일 행정의 병폐가 고교 신입생들이 인근 중학교에서 더부살이로 수업해야 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실을 빌려 주는 다른 학교 교육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더부살이를 빨리 끝내려고 급히 짓는 교실은 부실의 문제를 낳기도 쉽다. 도교육청 당국은 이미 이뤄진 배정을 취소할 수 없다고 고집만 부릴 것이 아니라 이제 경색된 관료주의적 교육행정의 악폐를 털어버리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행착오가 더 큰 화(禍)를 초래하기 전에 잘못된 점은 과감히 시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덕산고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부천시내 16개 고교에 1∼2명씩 분산 재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대통령 임기중에 뭔가를 이루려는 조급증과 교육당국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에 학생들에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1년간 더부살이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그 피해가 너무나 크다. 교육당국의 용단을 거듭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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