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 강령을 정부가 만든다?

산업자원부가 개별 기업이 지켜야 할 윤리강령과 실천 메뉴얼 표준안을 만들어 5월까지 보급하고 이를 500대 기업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다. 기업 상거래 과정에 만연된 금품수수나 각종 로비활동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는 게 주 골자다. 언론에 보도되기로는 윤리강령 평가 모델을 만들어 기업들을 일일이 점수로 평가, ‘윤리 성적표’도 공개하겠고 한다. 윤리경영 실적이 우수한 기업엔 산자부장관이 직접 ‘기업시민 대상’을 주면 점수가 나쁜 기업은 자연스럽게 공개돼 소비자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윤리강령을 만들어 기업에게 나누어 주고 ‘이 사항을 꼭 지켜라. 만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 대신 윤리강령을 잘 지키면 큰 상을 주겠다’는 식 아닌가. 이는 한 마디로 기업의 자율 영역을 정부가 침범하는 월권행위로 백지화 하는 게 옳다. 기업윤리는 말 그대로 법규와 강제가 아닌 자율사항이다. 기업내 문화의 한 부분에 속하는 것을 정부가 세금을 들여 촉진하고 상벌까지 주겠다는 것은 코미디 감이다. 그러나 기업들도 관치부활이라고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자성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속셈’까지 하게 된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기업이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고 있지 실제 부패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 정부가 직접 나설 필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최근 S전자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간에 불거진 고질적인 금품·향응 수수사례가 있지 아니한가. 자꾸 그런 일이 일어나니까 기업의 상거래 관행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부패 사슬구조를 개혁하려면 어느 정도 정부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산자부가 ‘각 기업의 감사실 밑에 준법담당 임원을 신설해 회계등 모든 기업 내부활동의 위법 여부를 감시하고, 임직원에 대한 윤리경영 훈련을 실시하며, 윤리 핫라인도 설치한다’는 등의 윤리강령 실천 방법까지 제시한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본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시행 원칙과 기준을 못박아 윤리강령을 강제하는 것은 아직도 공무원들이 과거 향수에 사로잡혀 있다는 오해를 살 여지가 다분히 있다. 기업은 윤리강령을 제정하려는 정부의 고충을 알고 자율로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 해야 한다. 산자부는 이런 계획을 세울 시간에 산업전략과 미래상품 발굴에 몰두하는 편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민통선 밀렵 방관 말라

파주시 장단면 등 민통선 일대 야생조수들이 밀렵꾼들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수렵행위가 전면 금지되어 있는 민통선 내에 어떻게 밀렵행위가 극성을 부리게 되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들 밀렵꾼들은 민통선 출입 영농인이 대동할 수 있는 영농 보조인으로 위장한 사람들로 이들에 의해 밀렵된 야생조수들이 밀반출돼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민통선 출입관리 어딘가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뜻한다. 특히 밀렵꾼들이 공동경비구역 남방 한계선 부근 지뢰매설 지역에도 올무와 덫을 설치하고 심지어 총포밀렵까지 하고 있다니 민통선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만 하다. 밀렵꾼들이 노리는 대상은 멧돼지·노루·고라니·너구리·꿩 등 일반조수 뿐만 아니라 독수리·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까지 닥치는 대로 남획하고 있다. 불법으로 포획된 야생조수는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점 등으로 몰래 넘겨져 ‘정력보강제’로 팔린다. 50여년간 외부의 손길이 닿지않아 생태계의 보고가 된 민통선 내 야생조수들이 ‘보호대상’아닌 ‘보신(補身)의 대상’이 돼 밀렵꾼들에게 마구 잡혀 목숨을 잃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반 조수류는 물론 천연기념물도 씨가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생동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결과 인간도 재앙을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기에 앞서 도대체 우리는 왜 그렇게 극성맞게 죽이고 먹어 없애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는지 자괴감을 갖게 된다. 야생조수가 우리 나라에서 수난을 당하게 된데는 몸에 좋다면 무엇이나 마구 잡아 먹는 우리 국민들의 보신행태와 그런 행태를 가능케 하는 밀렵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선 보신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바로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당국의 강력한 감시활동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밀렵꾼들이 민통선안을 수시로 들어가 총기까지 사용하는 것은 안보측면에서도 심각한 일이다. 환경부 등 관계당국은 이제 밀렵꾼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자연보전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특히 군당국은 민통선 출입자들에 대한 검문 검색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한·미 대북공조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말 의회에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의 하나로 규정한 이후 이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한·미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이후 북한에 대하여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한국정부에 의한 꾸준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대북자세가 더욱 강경 일변도로 향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인 소위 ‘햇볕정책’은 그 기조에 있어 우리 나라 국민들은 물론 우방국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하여 식량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국제무대에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이런 정책의 결과로 남북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미국도 이런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정부의 등장과 지난해 9월 발생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세계정책은 상당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테러 지원국에 대한 강경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에는 북한을 비롯 이라크, 이란 등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변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계속적으로 두둔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외교적 판단에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오랜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정책에 대한 혼선은 있을 수 있으나,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항상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비록 부시 행정부가 한국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대북강경정책을 주장하더라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여 미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오는 20일 개최되는 김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한미관계 형성에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야 된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감정적 대응보다는 유연한 자세로 임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간에 불필요한 이견을 노출시켜 혼선을 야기하기 보다는 한·미간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信金 불법대출금 행방 밝혀내야

국내 수신고 5위인 안양 D상호신용금고가 900억원을 불법 대출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D금고는 이용호 게이트의 숨은 로비스트로 특별검사팀에 구속된 김영준씨가 실 소유주이며 불법 대출이 그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에서 이용호 게이트와의 연관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금고 불법 대출사건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신용금고를 사금고(私金庫)인양 거액을 불법 대출해 고객돈을 마구잡이로 유용했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 발생한 서울 동방금고와 열린금고 불법 대출사건과 너무나도 닮았다. 서민들이 맡긴 신용금고 돈을 대주주가 떡주무르듯 마음대로 써버린 정현준·진승현 게이트로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터에 수신고가 5천5백억원대의 대형 업체로 알려진 D금고에서 또 거액 불법 대출이 자행됐으니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에서 이같은 사고들이 시도 때도 없이 되풀이 일어나는 것은 사회기강과 금융질서 문란이 극에 달했음을 말해 준다.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제3·제4의 금융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그러한 금융비리에 대한 정부의 감독·제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정현준·진승현 게이트로 불리는 서울 동방금고와 열린금고 불법 대출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D금고에서는 지난해 3·5·7월 등 3차례에 걸쳐 382억원이 불법 대출됐다. 동방금고 등 비리를 교훈삼아 정부가 금융 감독기능을 강화했더라면 이같은 유사 사건은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피해를 우려하는 예금주들의 불안과 예금인출 사태를 진정시키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력을 집중, 불법 대출금의 사용처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불법 대출을 주도한 김영준씨가 이용호 게이트의 숨은 로비스트로 알려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용호씨가 평소에 정·관계 실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김영준씨가 그를 위해 활동한 혐의가 있는 만큼 불법 대출금의 행방을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금융사고의 조사와 처리는 바로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 회복에 직결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잣대없는 행자부의 정책

수수료 문제를 간과한 채 지방세 카드납부제를 도입했다가 뒤늦게 이를 철회한 행정자치부의 ‘행정’은 참으로 서투르기 짝이 없다. 이는 행정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켰을 뿐만 아니라 탈세방지와 세원 확보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것으로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시책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본보(5일자 1·3면)의 보도에 따르면 행자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신용카드 납부제도 추진 지침을 내려 지방세 납부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유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제 개선추진 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시달, 수수료를 자치단체가 떠 안는 문제가 야기되는 만큼 카드납부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가맹점 방식을 중단하고, 미도입 지자체는 도입을 금지토록 했다. 1.5∼2%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자치단체가 떠 안게 되면 지방세나 체납세 징수에 실효성이 없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당초부터 서두르기도 했지만 행자부의 뒤늦은 ‘자각’이 실로 딱하다.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무려 4년이나 걸렸다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오락가락 하는 행자부의 정책으로 인해 현재 신용카드 납부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도내 17개 시·군을 포함, 전국 10개 광역단체 68개 시·군이 극심한 행정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납세자 편익을 위해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제 도입을 추진하려던 일부 시·군은 아직까지 추가 개선지침이 시달되지 않아 더욱 혼선을 빚고 있을 것이다. 곤란한 문제는 또 있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서둘러 중단시킨 행자부의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일반 카드가맹점 수수료는 4∼5%정도로 높은데도 정부가 유통업체, 음식점, 의료기관 등에는 신용카드 수납을 강화하면서 1.5∼2%의 수수료 부담을 구실로 지방세 카드납부제를 철회시킨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말정산 등에 혜택을 받는다’며 국민들의 신용카드 활성화를 권장하면서 지방세 카드 납부제를 백지화한 것은 주민편의를 무시한 관위주 처사라고 불만이 여간 대단한 게 아니다. 더구나 행자부가 신용카드 납부제도 중단 사실을 ‘주민들에게 홍보도 잘 하라’고 지시했다니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 시행착오가 있으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행자부가 직접 해야지 비난받을 일을 왜 지자체에 떠넘기는가. 행자부는 7개월동안이나 감감무소식인 후속조치를 하루 빨리 강구, 지자체와 국민들에게 더 이상 혼란을 주지 말기 바란다.

벌써 선거병 도지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지방정가에 매우 우려스러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잇따라 터지는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들로 가뜩이나 정치권과 사회가 어수선한데 예상 경쟁자를 헐뜯는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난무, 사회분위기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선거전이 본격화 되면 상호비방 양상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후유증이 심화되기 전에 초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상대를 흠집내는 악성 루머들이 판을 치는 데는 예비 후보 진영의 책임이 크다. ‘어느 지역의 시장 출마예정자는 암에 걸렸다’는 건강 악화설에서부터 ‘누구는 지구당 위원장이 돈을 받고 공천을 약속했다’ 또 ‘어느 출마예정자는 비리가 포착돼 사법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등 상대방을 흠집내고 음해하는 비방 내용이 각양각색이다. 선거가 아직도 4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졸하고 낯뜨거운 저질 비방이 도를 넘어서 시정잡배 뺨치는 내용들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선거 때마다 도지는 고질병이 치유되지 않고 되풀이 되는지 안타깝다. 선거문화 고양과 지방자치의 착근을 위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러한 비방 흑색선전을 중지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각종 게이트 사건들로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함께 정서적으로 크게 상처받고 있다. 이런 때에 지방정치권 마저 구태의연하게 예비후보 헐뜯기로 지역민을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지역을 위해서나 선거문화 발전을 위해서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이번 6월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게다가 3기 지자제의 성공적 정착 기틀을 다지게 될 축제이기도 하다. 정치적 의미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지자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공명정대한 선거풍토 조성은 매우 긴요하다. 그래서 6월 지방선거는 지자제의 정착과 함께 나라의 진운이 걸려 있는 중요한 정치행사가 아닐 수 없다. 공명선거 실천없이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의 첫 출발점이 선거에 있다면 과거의 선거 악폐들은 이제 철저히 불식시켜야 한다. 상대방을 음해해서 당선된들 그 사람이 진정한 지역민의 심부름꾼이 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지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거가 되도록 몸가짐을 진중히 해야 할 것이다.

치솟는 아파트값 잡아야

서울 강남에서 불기 시작한 부동산 투기열풍이 수도권으로 확대되면서 그 피해는 엉뚱하게 돈 없는 서민들만 울리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정부의 강력한 세무조사로 인하여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띠고 있어 다행인가 했더니 오히려 그 여파가 서울의 강북지역과 분당, 평촌, 그리고 용인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어 이 지역의 아파트 전세와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예년보다 이사철이 빨라지면서 수도권은 결혼·분가 등 신규 수요의 증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소위 ‘떴다방’의 농간, 그리고 은행 금리하락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부동자금들이 모여들면서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이 급등하여 실수요자인 서민들이 이사철을 맞아 애를 먹고 있다. 분당지역은 심지어 지난 주에 비하여 2천만원까지 오른 아파트가 있다고 하며 부동산업계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수요와 공급법칙에 의하여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부동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아파트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의하여 매매와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하등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아 가수요를 부추기면서 부동산 가격을 올려 불로소득을 챙기려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런 악덕 부동산업자들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 등을 일삼는 사람들을 강력한 세무조사 등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정책에 원칙이 없었다. 실례로 대형 아파트 증가를 유도하였고 더구나 아파트 분양 가격을 높여 오히려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 상승을 유도한 측면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주택정책을 추진하여 서민들이 장래를 예측하면서 주택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을 부추기는 재건축 문제도 재고되어야 한다. 멀쩡한 아파트도 일정 기간이 지났다고 건축업자들이 재건축을 추진하여 오히려 아파트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불필요한 자원낭비도 막고 아파트 부족 현상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건교부는 경기도 요구 수용해야

경기도가 그린벨트내 10만호 주택건설의 건교부 계획에 고밀도 개발을 들어 재검토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결단은 평가할만 하다. 건교부의 광역도시계획안은 순전히 그린벨트 해제에 근본적인 목적을 둔 점에서 광역도시계획안이 요구받는 본질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도 역시 그렇다. 국토연구원에서 전문가 수 십명이 1년반동안 마련한 조정 기준을 완전히 무시한채 책상머리 행정으로 해제선을 마구 그어댔다. 중앙정부 사업은 그린벨트 아무데나 적당한 구실을 붙이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발상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건교부의 광역도시계획안이라는 게 공간적 개념과 더불어 내용적으로도 광역적이어야 할 개념을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광역토지이용계획, 여가녹지계획, 이용시설계획, 방재계획, 환경보전계획 등이 완전히 결여됐다. 도시의 광역화로 발생되는 자치단체간의 각종 분쟁을 종합적으로 조정, 도시권의 적정 성장을 유도하는 관리기능도 없다. 일찍이 중앙의 당정회의에서도 신도시 개발은 주택난 해소에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환경파괴와 교통난 가중만 유발한다는 수도권 신도시 제동론이 제기됐던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 경기도의 21세기 수도권 교통은 철도중심의 전환이다. 차량교통의 한계점을 광역직행버스 및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으로 보완하면서 근원적으로는 분당선등 2개 광역전철 노선과 3개 경전철노선, 순환철도 등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상 몇가지 예를 들어 제시한 이러한 점이 연계되지 않는 광역도시계획안을 과연 광역도시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건교부의 광역도시계획안은 기존의 상위 계획이라 할 수도권정비계획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중앙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과 상충되는 시책을 해도 용인되고 지방정부는 기업체 창고를 증축해 주려해도 수도권정비계획에 의해 제한받는 잘못된 이중성은 더이상 간과될 수 없다. 수도권정비계획을 대폭 완화, 합리적으로 판을 새롭게 짠 토대위에 광역도시계획안을 수립해야 한다. 본란은 일찍이 건교부의 광역도시계획안의 허구성을 갈파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을 침해, 또 하나의 집단 난개발을 가져올 광역도시계획안은 마땅히 재검토 돼야 한다. 광역자치단체는 공동주체이다. 광역도시계획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공동주체와 협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정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중앙정부의 지방시책이어야 비로소 살아 숨쉬는 생동감을 갖는다. 건교부는 경기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결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적 성원받는 ‘특검’

차정일 특별검사팀의 이용호게이트 수사가 실체적 진실규명에 접근하면서 국민적 성원의 열기가 높다. 몸통 인물로 드러난 이형택씨 윗선이 있는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이희호씨의 후광을 업고 종횡무진으로 저지른 김대중 대통령 처조카의 비리행각, 그러면서도 엄호됐던 이의 성역이 깨진 것은 특검팀의 완전 개가다. 보물선사업 및 주가조작 혐의 뿐만이 아니다. 조흥캐피탈 인수청탁, 땅등기 변조, 산업은행 CB인수와 관련한 한빛은행 보증개입 의혹 등 비리는 손오공 여의봉 휘두르듯 실로 무소불위 였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금융권 등을 떡 주무르듯 전방위로 접촉한 곳마다 만신창이가 됐다. 일개 예보공 전무였던 그의 이 엄청난 권력형 비리의 과분한 힘의 출처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신한은행 대여금고에서 각종 장부와 예금통장 등을 사과상자 한 개분량 압수한 특검팀은 자금세탁등 의혹으로 미루어 다른 곳에 분산 은닉했을 관련 서류의 압수수색에 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 동생 승환씨 남매와 관련해 불거진 안정남 전 국세청장 세금감면 청탁사건의 검찰수사가 불가피해진 것은 가외의 큰 수확이다. 특검수사의 개가를 검찰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다행이다. 이명재 검찰총장은 “특검도 좋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도 특검 지지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같은 검찰 분위기가 법무부장관의 돌연한 경질로 인해 가라앉지 않길 바라는 것은 검찰의 수사능력이 결코 특검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검찰수사가 무력했던 것은 무능해서가 아니라 얼마나 외풍이 심했으며, 소신없는 일부 간부들이 미리 알아 처신하는 출세지향의 눈치놀음 때문이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특검의 성공은 검찰의 자체 개혁에 시사하는 의미가 무척 크다. 외부에 죽도록 이용당하고도 결국은 욕얻어 먹는 검찰의 잘못된 전철을 이제 단호히 거부하는 자긍심을 검찰 스스로가 확립할 때 비로소 특검같은 국민의 뜨거운 신뢰를 회복한다. 차정일 특별검사와 김원중, 이상수 특별검사보를 중심한 이용호게이트 특검팀은 실체적 진실 규명에 그야말로 헌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예컨대 월급을 몽땅 50여명의 직원들 수사비로 털어넣는 희생적 의욕이 국민의 응어리진 마음을 속시원히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무엇 한 가지 기대하기 어려운 암울한 현실에서 오로지 특검팀의 통쾌한 수사진전 하나 하나에 힘을 얻고 있다. 오는 8일로 1차 수사기간이 끝나므로 30일간 한차례 연장 여부를 5일 결정하게 된다. 당연히 연장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학교 없어도 집만 있으면 된다?

난개발의 부작용이 광주에서도 심각하게 일고 있다. 분당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개발붐이 일기 시작한 이후 큰 돈을 들여 정지작업을 한 논과 밭이 뭉개지고 산허리가 잘려 나가면서 그 자리에 아파트가 무질서하게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포읍 일대는 도로·학교 등 도시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미 지난 2000년에 7천여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된데 이어 작년부터 5천400여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되거나 건설중이어서 교육환경이 최악인 상태다. 그 중에서도 1천300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능평·신현리 지역은 초등학교만 2개교가 있을뿐 중·고교는 없어 특히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등교 졸업생들이 인접 분당지역 중학교로 진학하려 해도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중학교가 없는 인근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의 졸업생들도 분당지역으로 몰려 중학교 배정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마구잡이 개발이 교통난·환경훼손에 이어 심각한 교육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즐비한데 진학할 학교가 없어 초등교 졸업생들이 이처럼 고생을 해야 하니 그동안 교육청 등 관계당국은 뭘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난개발은 아파트 건설업자들이 ‘학교 부지 의무 확보기준’을 피하기 위해 400∼500세대의 소규모로 나누어 연접개발하는 편법을 허가관청이 방관한 결과다. 이런 편법이 난개발을 초래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건축허가를 마구 내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난개발의 부작용을 용인 죽전지구 등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똑같은 전철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주택건설 등 개발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늘리는 좋은 방편이라고 해서 그 정도 부작용쯤은 괜찮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난개발은 용인·광주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지역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공통된 걱정거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 더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난개발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다시피 한 중앙정부와 민선단체장의 공동책임이다. 정부는 난개발을 막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지자체와 연계개발에 나서야 한다. 교통 교육 환경 복지 등 종합계획을 세운 후 개발하는 ‘선(先)계획 후(後)개발’원칙아래 철저히 관리하는 도시계획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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