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시민들이 의료기관, 의사나 약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최근 경기도내의 상당수 병·의원·약국들이 의료법과 의약분업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그 폐해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본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달간 도, 시·군 도내 종합병원 41개소의 병원실태를 점검한 결과 15개소나 의료법을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해왔다고 한다. 유효기간이 경과한 의약품의 진열·보관을 비롯하여 분만실에 조산자가 없었으며 처방전에 치료의사의 서명이 없었다. 의료인 가운데 간호사가 크게 부족한 병원, 소아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은 병원이 있었는가 하면 심지어 신고도 하지 않고 의료인 수를 47명에서 566명으로 증원한 병원도 있었다. 일반세탁물과 오염세탁물을 함께 처리한 병원도 있었고 선택진료시 의료수가에 대한 의료 보수가를 신고하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병·의원-약국의 담합행위와 조제위반 또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한해 동안 NGO출신으로 구성된 ‘의약분업 특별감시단’과 합동으로 도내 4천194개소를 점검한 결과, 병·의원 40개소, 약국 283개소 등 323개소가 담합, 변경수정조제, 대체조제, 원내조제행위 등의 의약분업을 위반했다. 병원 원무과 직원이 의사 처방전을 가지고 환자를 대신해 인근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는가 하면, 의사의 처방전을 무시한 채 환자에게 약을 조제한 경우가 있었다. 의사의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이 없다고 하여 비슷한 성분의 약품으로 임의조제한 약국도 50개소에 달하고 의사에 진단에 따라 복용하는 전문의약품 ‘비아그라’를 의사의 처방도 받지않고 판매한 곳도 있었다. 의약품은 유효기간이 지났고, 의료인 수는 제멋대로 이고, 분만실에 조산자가 없다니 한마디로 ‘한심한’병·의원들이 아닌가. 의사처방전도 없이 약을 조제한다면 의약분업 정착의 길은 너무나 멀지 않은가. 의료법 등을 위반한 병·의원·약국을 관계당국이 고발 또는 행정조치했다고 한다.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점검은 물론 있어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병·의원, 약국들의 양심적인 운영이다. 국민의 보건을 책임진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를 항상 지켜주기 바란다.
사설
경기일보
2002-01-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