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투기 근절해라

서울 강남지역에서 불기 시작한 아파트 투기 열풍이 분당, 평촌 등을 비롯한 신도시는 물론 과천 등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서울은 지난주 발표한 주택안정화 대책으로 세무조사가 강화되면서 다소 진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대책 자체가 구체성 없이 임기응변으로 수립된 것이기 때문에 서울지역에서 언제든지 재연될 조짐이 있으며 이런 여파가 수도권인 경기지역에는 항상 미치게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주택 보급률이 낮은 실정에서 주택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항상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주택이 주거 개념보다는 소유의 개념으로 재산 형성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적 관점에서 주택문제는 경제 문제 이외에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금리 하락 현상으로 재산형성의 수단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유휴자금이 아파트를 투기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선 아파트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주택을 소유의 개념보다는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이는 일반시민들의 인식에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동시에 정책당국자도 이런 차원에서 주택정책을 수립해야 된다. 정부가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금융, 세제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 보급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지만 동시에 장기 저리로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서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파트 투기를 부추기는 소위 ‘떴다방’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된다. 최근 아파트 매매는 실수요자라기 보다는 매매 차익을 노리는 가수요자들이 ‘떴다방’과 결탁하여 아파트 가격을 부추기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정부가 건축경기를 되살리기 위하여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정책도 재고되어야 한다. 2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는데, 서구의 경우에서와 같이 무조건 재건축 보다는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리모델링 등이 장려되어야 한다. 멀쩡한 아파트를 건축업자의 부추김에 의해 재건축이란 명목으로 헐어 없애는 것이 얼마나 큰 자원낭비인가.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김대중 대통령의 올 연두 기자회견은 정치색을 배제했다. 예컨대 지방선거 조기실시 여부에 대해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여야간 정치권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와 선거엔 일체 관여하지 않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다. ▲경제 경쟁력 강화 ▲중산층과 서민생활 안정 ▲부정부패 척결 ▲남북관계 개선 등 4대 국정과제와 월드컵 및 아시안 게임, 대선 및 지방선거 등 4대 행사의 성공적 수행 등으로 집약한 국정지표는 적절한 당면과제로 평가된다. 중국의 열린 시장과 전반기에 바닥치는 세계 경제의 하반기 상승곡선 전망에 부응한 첨단기술 플러스 전통산업 접목의 경쟁력 제고로 4∼5%의 성장 목표가 이룩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시민 및 중산층 대책과 관련한 4대 사회정책보험의 보완, 국민기초생활 보장, 물가 3%선 억제, 30만명의 청년 실업대책 등에 누수가 없는 완벽한 이행이 있기를 희망한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특별수사 검찰청’설치는 거론된 바 있어 논의의 여지가 있을 것 같으나 부패추방엔 동의한다.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터져 나오는 게이트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또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닌가 했다…”고 말했다. 잇단 의혹사건 해결에 국민적 우려와 함께 하는 대통령의 깊은 인식이 변함 없기를 바란다. 남북관계 개선의 현안으로 제시한 ▲경의선 복원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육로관광 ▲이산가족 상봉▲군사적 신뢰와 긴장완화 등 5대 핵심과제는 평화공존을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단계적 시일이 요하는 문제다. 서둘지도 말고 좌절하지도 않는 끈기있는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다음 정부를 어느 당에서 누가 집권하든 역시 계승해야 할 민족적 과업이다. 월드컵 및 아시안 게임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적 요소가 되는 외국 사례와 같은 안전대책 관련의 ‘테러방지법’제정이 조속히 요구된다. 대통령선거 및 지방4대 선거의 성공적 이행은 공명선거가 관건이다. 특히 관권선거의 오해를 사는 일이 추호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엄정중립 구현과 더불어 건전한 선거풍토 계도가 있기를 촉구한다. 대통령의 초당적 국정운영은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가 수반된다. 국민적 사회정서는 정치보다는 생활문제에 관심이 더 많으며 이를 위한 국정의 안정을 희구한다. 정치권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차피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의 영향으로 국정까지 불안해서는 안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으면 결국 국민이 더 큰 폐해를 입게 된다. 초당적 국정운영의 일관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해 둔다.

병·의원들 왜 이러나

환자나 시민들이 의료기관, 의사나 약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최근 경기도내의 상당수 병·의원·약국들이 의료법과 의약분업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그 폐해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본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달간 도, 시·군 도내 종합병원 41개소의 병원실태를 점검한 결과 15개소나 의료법을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해왔다고 한다. 유효기간이 경과한 의약품의 진열·보관을 비롯하여 분만실에 조산자가 없었으며 처방전에 치료의사의 서명이 없었다. 의료인 가운데 간호사가 크게 부족한 병원, 소아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은 병원이 있었는가 하면 심지어 신고도 하지 않고 의료인 수를 47명에서 566명으로 증원한 병원도 있었다. 일반세탁물과 오염세탁물을 함께 처리한 병원도 있었고 선택진료시 의료수가에 대한 의료 보수가를 신고하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병·의원-약국의 담합행위와 조제위반 또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한해 동안 NGO출신으로 구성된 ‘의약분업 특별감시단’과 합동으로 도내 4천194개소를 점검한 결과, 병·의원 40개소, 약국 283개소 등 323개소가 담합, 변경수정조제, 대체조제, 원내조제행위 등의 의약분업을 위반했다. 병원 원무과 직원이 의사 처방전을 가지고 환자를 대신해 인근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는가 하면, 의사의 처방전을 무시한 채 환자에게 약을 조제한 경우가 있었다. 의사의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이 없다고 하여 비슷한 성분의 약품으로 임의조제한 약국도 50개소에 달하고 의사에 진단에 따라 복용하는 전문의약품 ‘비아그라’를 의사의 처방도 받지않고 판매한 곳도 있었다. 의약품은 유효기간이 지났고, 의료인 수는 제멋대로 이고, 분만실에 조산자가 없다니 한마디로 ‘한심한’병·의원들이 아닌가. 의사처방전도 없이 약을 조제한다면 의약분업 정착의 길은 너무나 멀지 않은가. 의료법 등을 위반한 병·의원·약국을 관계당국이 고발 또는 행정조치했다고 한다.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점검은 물론 있어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병·의원, 약국들의 양심적인 운영이다. 국민의 보건을 책임진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를 항상 지켜주기 바란다.

여당의 ‘국민경선제’양상

강력한 리더십은 특정인 혼자만의 생각을 주입하는데 있지 않다. 독선이며 전횡이기 때문이다. 중지를 조정할줄 아는 것이 진면모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리더십의 초점을 개인에 맞추면 제왕적 바보가 되고 조직에 맞추면 민주적 현자가 된다. 총재없는 민주당의 항로가 중지를 모을줄 아는 순항의 시동을 건 것은 괄목할만 하다. 대통령 후보의 국민참여 경선제, 국회의원·광역단체후보의 상향식 공천, 1인지배 청산 및 집단지도제 채택, 당정분리 및 원내총무 권한강화 등은 정당개혁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행착오의 우려 또한 없지 않다. 당장 실험대에 오른 국민경선제가 그러하다. 3월 중순 제주도를 시작으로 4월20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짓는 16개 시·도 순회경선을 위한 경선관리기구도 구성되기 전부터 주자들은 필사적인 경선체제에 들어갔다. 앞으로 넉달동안 예비후보 주자마다 조직 및 행사관리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판이다. 만약에 국민경선제가 자금경선화로 변질하게 되면 모처럼 이룩한 정당개혁의 의미가 퇴색할 것을 우려치 않을 수 없다. 금권시비에 휘말리거나 자금출처에 흑막이 있어서는 경선게이트의 새로운 파문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을 기존 대의원, 기존 당원, 일반 국민을 2·3·5의 비율로 구성, 특히 일반 국민의 선거인단 인원을 추첨으로 뽑는다 하여도 회유 또는 매수의 잡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엔 경선관리기구에 강력한 제재권한을 부여하는 등 다각적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알지만 무엇보다 후보의 난립이 완화돼야 한다. 작금의 민주당 주자들 면면을 보면 정말 대통령에 출마하고자 하는 것인지, 출마하는 척 하려는 것인지 의심되는 이들이 많다. 후보군에 드는 것 만으로 당내 입지의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치는 생각들이 많은 것 같다. 기본적 요소의 국민검증도 거치지 못했으면서 후보를 자청하고 나서는 주자들은 엄중한 자아성찰이 있어야 하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당내 기구에 정식으로 후보 등록을 하기까지는 시일이 좀 있다. 정말 나설만한 사람만 나서는 그럴듯한 경선이 되길 바란다. 이같은 충고는 여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건국이래 처음 있는 새로운 정치적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참여 경선제가 성공해야 정치발전이 이룩된다고 믿는 것은 여당의 좋은 선례는 또 야당에도 역시 크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은 정당발전은 물론이고 민주당 자체의 새 이미지 형성에 시금석이 된다. 당내 중지를 모으는 민주적 현자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고소사건 처리개선

대검의 고소사건 처리개선 계획은 평가할만 하다. 고소장을 살펴 형사문제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거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내용은 처리시한에 구애받지 않는 진정사건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제도도입은 고소가 남용되는 현 실정에서 절실하다. 고소인이 고소장만 내면 피고소인은 무조건 소환돼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당하는 심리적 압박을 노린 고소남발이 적잖기 때문이다. 고소인 주장에 신뢰성이 희박하고 심지어는 민사문제를 형사문제로 둔갑시킨 고소사건으로 인하여 공권 인력이 낭비되는 폐해 또한 막을 수 있다. 억울한 피고소인의 인권보호 측면도 있다. 아울러 고소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수긍하지 못해 항고하거나 민사사건으로 처리할 때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을 병행하는 것 역시 적절한 조치다. 무고한 피고소인을 보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고소인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검은 이같은 새 고소제도 운용을 위해 각 지방청과 지청의 민원담당관에게 사건을 1차 선별할 수 있는 분류권한을 부여하기로 했으나 문제는 경찰관서에 접수시키는 고소사건에 있다. 물론 경찰관서도 대다수의 고소사건은 제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사법적 판단의 미숙, 법률적용의 오류가 없지 않은 것은 사법경찰관리의 교양에서 자주 거론되는 사항이다. 고소인과 피고소인 양면으로 원성을 사는 업무처리의 잘못도 있을 수가 있다. 대체로 검사 지휘가 요하는 신병처리 이전의 단계에서 이런 폐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에 대한 처리대책 없이 검찰만의 고소사건 처리개선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판단이 선다. 또 공권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관서 역시 고소사건 처리의 개선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어려움이 많음을 짐작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어떻게든 보완하는 노력을 갖는 게 소임일 것으로 안다. 또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일관된 추진이다. 과거에도 형사소송 절차에 대한 몇가지 개선책을 시도한 바가 있으나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사회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번에 추진하는 고소사건 처리개선은 그같은 대응에 속한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다. 새 제도 역시 부정적 역기능의 우려가 아주 없는 건 아니나 그 보다는 긍정적 순기능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 대검이 계획하고 있는대로 오는 3월부터 시행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위폐범 왜 못잡나

지폐 위조사건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경찰수사가 지지부진하다.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서 발생한 위조지폐 사건은 133건으로 2000년 42건에 비해 3배가 넘고 있다. 특히 지난 11∼12월 두달동안 동일인의 소행으로 보이는 5천원권 위조지폐가 수원·안양·평택·성남 등지에서 12건이나 잇따라 발견돼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찰은 지폐위조범들이 일반인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국내업체 제품인 최신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복사한 것으로 보고 광역수사를 펼치고 있으나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첨단기기 사용의 일반화로 고성능 컬러복사기의 보급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위조범을 찾아내는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연말 두달간 일어난 위조지폐 발생건수 조차 정확히 파악 못하고 있었다.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가 집계한 위폐사건은 12건이었으나 경찰이 파악한 건수는 3건 뿐이었다. 수사체제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시민들이 위폐범의 조속한 검거를 기대한 것은 애초부터 잘못이었다. 수사체제는 항상 시민의 신고를 재빨리 범인검거로 연결하는 기민성이 있어야 하는데 신고가 있었는데도 수사본부에 보고조차 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한국은행측과 공조가 되지 않아서인지 규명할 일이다. 한은이 알려주지 않았다 해서 위조지폐 발견사실을 경찰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다. 사건의 신고·접수·보고의 완벽한 시스템 구축은 범죄수사의 기본이 아닌가. 첨단기기의 발전은 범죄수법의 고도화까지 수반한다. 따라서 이에 대응가능한 과학적 능률적인 예방책과 수사기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컬러복사기 보급이 크게 늘어 관리가 어렵다고 해서 속수무책일 수는 없다. 대응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와함께 위조기술 방지대책도 세워 나가야 한다. 위조를 막는 특수지질의 개발과 복사에 쉽게 노출되는 내장암호 연구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위조를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복사기 기술이 발달할수록 지폐뿐만 아니라 갖가지 형태의 위조·변조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신용사회를 먹칠하는 각종 위조범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조속한 범인색출과 처벌을 엄중히 함은 물론 야간·휴일에도 지폐의 가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벼를 썩히는 나라

아무리 쌀이 남아 돌아간다기로소니 어떻게 벼를 썩히는가. 정부의 농정이 생각할수록 한심스럽다. 아니 공분을 금치 못하겠다. 그것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사일로 저장능력 부족이 주원인이라고 하니 그동안 농업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본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도내 29개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의 사일로 저장능력은 5만5천∼6만t인데 반해 올해 산물벼 수매량은 정부수매량과 자체 수매량을 합쳐 16만t에 이른다. 사일로 저장능력이 이렇게 크게 부족한 형편이니 수매한 벼는 별 도리없이 옥외에 쌓아 놓고 보관하는 수 밖에 없지 아니한가. 그러나 옥외에 아무리 잘 보관한다 하여도 강추위나 눈·비가 오면 비닐 등이 손상돼 벼가 젖어 미질이 나빠지거나 썩을 것은 뻔하다. 특히 양곡사업 비중이 높은 안성·평택·화성 등 12개 시·군의 경우, 평균 벼 수매량이 5천∼6천t에 이르고 있는데도 사일로와 창고 부족으로 2천∼3천t을 2월∼3월말까지 옥외에 쌓아둔채 보관해야 한다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이슬이 맺히거나 물건의 표면에 작은 물방울이 서려 붙는 결로(結露)현상이 생겨 이를 방지하려면 사일로를 정기적으로 가동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RPC들이 운영비 부족으로 가동치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안성 금광농협의 경우만 해도 산물벼 20t 중 절반이 넘는 10여t이 결로 현상으로 썩어 이미 1천500여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피해가 더욱 엄청날 것이다. 사람이 먹을 귀중한 벼를 사료 등으로 쓴다고 하니 한마디로 헛농사를 지은 것이다.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노심초사하며 피땀 흘려 고생한 농민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보관장소가 없어 벼를 썩히게 하는 당국의 처사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옥외에 방치되다시피 쌓여 있는 벼가 결로 현상 등으로 썩어가는 상태를 지켜보는 농민들은 마치 자신의 살이 썩는 듯해 가슴이 아플 것이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흙이 살아야 농업이 살듯, 농업이 살아야 국가가 살아나갈 수 있다. 첨단과학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사람은 곡식을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근래 정부마저도 농업을 경시하는 듯한 사례를 보이는 것은 ‘농자천하지대본’을 망각한 일이다. 양곡보관창고 확충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를 촉구한다.

사랑의 헌혈 常時的으로

겨울철 혈액 재고량 바닥으로 의료기관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인천 곳곳에서 단체헌혈이 줄 잇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고 흐뭇한 일이다. 겨울철 혈액부족 사태는 추위와 방학 등으로 헌혈자가 크게 줄어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현상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기도의 경우 하루 필요 헌혈량은 600∼700명분이나 지난 12월부터 절반으로 줄어 응급 수술환자가 제때에 피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위급한 때에 공무원·직장인·군장병들이 팔을 걷고 단체헌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3일새 경기도에선 농진청과 경인환경청 등 15개 단체가 이미 헌혈을 했거나 신청중에 있고 인천서도 군장병 등 1천5백여명이 사랑의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혈액기근 현상을 해소하고 피를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데 나선 이들이야말로 이웃사랑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피를 나눈다는 행위는 내 것을 남에게 준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몇방울의 피를 제공해서 환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생명을 나누는 일이요, 무엇보다 숭고하고 진한 사랑의 실천이다. 그럼에도 헌혈기피 현상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인습과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혈액부족 현상은 추위로 가두 헌혈이 여의치 않은데다 각급 학교의 방학으로 헌혈층의 60%를 이루고 있는 중고생들의 헌혈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혈액부족 사태가 이처럼 충분히 예상되는 계절적인 상황임에도 번번히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관계기관의 대책소홀도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혈액부족 원인을 충분히 감안한다면 좀더 장기적인 혈액 수급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방학철 혈액부족 현상은 전국적인 것이어서 다른 지방 혈액원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므로 당해 지역 혈액원이 위급상황에 대비, 비축해 두는 여유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혈액원은 헌혈에 대한 일부 시민의 그릇된 인식을 고치는 계도활동을 강화해 헌혈자를 학생층에만 의존하지 말고 시민들에게도 확대해야 한다. 헌혈행위가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인간애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헌혈자 자신이 당할지 모를 미래의 위급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평상시 자발적인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민들 또한 알아야 한다.

주택정책과 京畿 베드타운화

정부는 강남지역의 급등하는 아파트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합동 대책반을 투입, 부동산 투기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주택 부족에 따른 아파트 값 상승을 막기 위해 도내 남양주를 비롯한 수도권 11곳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10만 가구 주택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주택안정 대책은 최근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택안정 대책이 주로 도내 11곳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하여 10만가구의 주택을 새로 공급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하는데 있어 상당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부동산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서울지역은 이미 주택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더이상 새로운 택지개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책 수립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연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의하여 주택안정 대책이 성공할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새로운 주택 10만가구를 건설하는 계획이 오히려 경기지역을 베드타운화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발전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나타낼 수 있어 상당한 우려가 된다. 경기도는 이미 서울의 베드타운이 된 지 오래다. 경기도의 독자적인 발전계획 없이 중앙에서 서울을 중심한 수도권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에 따라, 특히 서울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에서 주택, 교통, 교육 등 각종 정책이 추진되었기 때문에 경기지역은 서울지역에서 발생하는 뒷처리나 하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중앙 중심의 논리가 계속되는 한 경기지역의 베드타운화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책 수립 초기 단계부터 중앙정부와 정책협의를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한 의견수렴 정도가 아니라 경기도와 관련된 정책은 반드시 사전 협의과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방자치시대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지방화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서울 시민의 주택안정 대책이 경기도를 베드타운화 하는 졸속정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가짜 복제 소 망신

국내에서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송아지 대부분이 가짜로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다.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농진청 축산연)가 지난 2000년 이후 농가에서 체세포 복제수정란 이식을 통해 태어난 것으로 발표했던 39마리의 복제 소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6마리만이 복제 소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가짜로 밝혀졌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올린 동물복제 연구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999년 처음 복제 소 ‘영롱이’의 개발에 성공했을 때 우리 생명공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쾌거라며 박수를 보냈고, 세계 5번째 동물복제국이 되었음을 자축했었다. 그 후 2000년부터 가축 개량을 위해 의욕적으로 벌인 체세포 복제 소 이식사업의 성과가 1년만에 39마리의 복제 소 탄생으로 나타나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제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복제 소의 수태율과 분만율·생존율 등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와 영예가 큰 상처를 입게 돼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전적으로 농진청 축산연의 책임이 크다. 축산연은 가짜 복제 소가 탄생하게 된 것은 체세포 복제수정란의 최종 이식작업을 맡은 인공수정사나 수의사가 착상 성공률을 높여 시술료를 많이 타내기 위해 복제수정란(수태율 10%) 이식과 동시에 수태율이 60%인 인공수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축산연이 복제수정란 이식사업의 관리책임을 덮어둔채 가짜 복제 송아지 책임을 인공수정사나 수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관리자로서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더욱이 석연치 않은 것은 축산연이 작년 8월부터 유전자검사를 하면서도 9월부터 실시된 국정감사엔 체세포 복제수정란을 이식한 대리모 암소 838마리중 77마리가 수태했으며 이중 39마리가 복제 송아지를 낳았다고 보고한 점이다. 이는 결국 축산연이 체세포 복제 연구성과를 부풀리려 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매너리즘에 빠진 기술연구직 및 관리직 등 기술관료사회의 못된 타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제 혁신적인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생명공학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고 소·돼지 복제와 같이 식량이나 의술개발에 기여하는 차세대 핵심산업이다. 이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선 안일한 타성에 빠진 연구요원과 기술관리요원들이 하루속히 기술관료사회의 고질적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짜 복제 소 탄생 경위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련자를 문책해야 함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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