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前 지사 부인·공무원 감사 착수/행정 스스로 정치에 휘말려 들다

경기도의 감사 착수는 옳은가. 비위 의혹은 밝혀야 하고 여기엔 이견이 없다. 행위자의 소속 기관이 경기도라면 더 그렇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부인 문제다. 김혜경씨를 모시는 공무원들의 비위 의혹이다. 과도한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법인카드 횡령 의혹도 불거졌다. 경기도 공무원에 의한 의전이다. 경기도비로 지급된 법인카드다. 감사 착수하겠다는 게 이상할 게 없다. 성역 없는 감사 정신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이번은 아니다. 행위 주체들이 퇴직했다. 배모 사무관은 지난해 9월, 폭로자 A씨는 같은해 10월에 나갔다. 김혜경씨도 퇴직한 전직 도지사의 가족이다. 전부 민간인이다. 강제 소환, 강제 추궁의 방법이 없다. 스스로 감사실을 찾아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예라면 당연히 수사 기관에 넘겼을 것이다. 이미 관련 고발도 접수돼 있다. 그런데도 도가 감사 착수를 전격 발표했다. 사건 먼저 찜하기도 아니고. 피감사자들의 협력이 있을 수는 있다. 감사를 언급한 것이 이재명 전 지사다. 피감사자 측인데도 선제적으로 감사를 요청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감사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배 사무관이 스스로 도 감사실에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우 제기될 문제는 신뢰다. 안 그래도 경기도 감사관실의 구성 논란이 있다. 감사관이 이 전 지사가 임명했다. 일부 공무원은 이 전 지사가 승진시켰다. 셀프 감사라고들 비난한다. 감사 대상을 구분한 것도 이상하다.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유용만 하겠다고 했다. 과잉 의전을 다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과잉 의전과 관련된 별정직 공무원 채용, 역할 등은 인건비가 수반되는 중요한 도정 영역이다. 그런데 제외 시킨다는 것이다. 이 전 지사가 성남 시장일 때도 불거졌던 문제다. 과잉 의전과 배씨의 역할을 성남시의회가 문제 삼았다. 감사를 착수하면서 굳이 이걸 빼는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궁금한 게 있다. 감사 착수를 결정하는 그 날 과정이다. 지난 3일 이 전 지사가 감사를 요청하자 도는 감사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랬다가 1시간여만에 즉시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이 1시간 동안 무슨 사정 변경이 있었던 것인가. 감사관실의 뜻인가. 아니면 지사 직무대행의 뜻인가. 아니면 다른 정치적 판단에 의함인가. 확인하기 어렵다. 대신 분명한 게 있다. 그 순간 경기도는 정치로 들어갔다.

[사설] 폭증하는 오미크론, 철저한 대비책만이 답이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가 드디어 하루 확진자 3만명을 넘었다. 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만8천69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1만명을 넘어선 후 12일 만에 벌써 3.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3월초에는 10만명을 넘어 17만명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의 경고는 그동안 정부의 예측이 빗나갔음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불과 열흘 전만해도 유행의 정점을 3만명 선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했는데, 결국 정부의 예측이 엇나간 것이다. 정부의 예측 착오로 인한 준비 미흡 때문에 폭증하는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금요일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연장하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동시에 정부는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한다고 했다. 이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더라도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위중증 환자가 200명대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일상회복의 단계를 밟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국 등 외국사례를 보면 일상회복 단계를 준비하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러나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상회복 언급은 자칫 방역체계의 긴장감을 흐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는 코로나 폭증에 따른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점검, 보완책을 강구해야 된다. 특히 오미크론 대응의 핵심인 동네 병의원 중심의 진단진료체계 전환은 아주 부진한 상태다. 참여 의료기관은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30% 정도이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병원 대신 선별검사소로 가는 등 여러 가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12만명을 넘어선 재택치료자 관리에도 의료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보건소나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이 무작정 집 안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 이는 오미크론 폭증으로 예견된 상황임에도 정부의 안일한 대책으로 빚어진 방역 난맥상이다. 더욱 정부가 철저하게 준비할 것은 코로나 폭증에 따른 사회기능 마비에 대비한 업무지속계획 수립이다. 정부는 격리자가 늘더라도 의료치안소방교육 등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업무지속계획을 내놓겠다고 지난달 예고했지만, 오미크론 점유율이 90%에 이른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정부 발표는 없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 감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정부는 일상회복 가능성을 논하기에 앞서 오미크론 폭증에 따는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 실행해야 된다. 안이한 대처는 자칫 대형 국가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된다.

[사설] ‘명예 회복했으니 됐다’며 사임한 과천시의장/‘의장 선거 세 번’의 망신 떠안은 과천시민은

과천시의회에 황당한 기록이 쌓여가고 있다. 같은 회기에서 의장 선거가 세 번째다. 2020년, 후반기 의장이 1차로 선출됐다. 이후 갈등으로 의장이 불신임 됐다. 기존 의장이 법원에 소송을 냈다. 두 번째 의장 선거가 치러졌고 2차 의장이 선출됐다. 그 후 법원이 1차 의장의 소송을 받아들였다. 2차 의장 선출이 무효가 됐고, 1차 의장이 복귀했다. 복귀한 1차 의장이 사임했다. 의장 선거를 또 해야 한다. 이 게 1년 여 동안의 일이다. 흔히 그렇듯이 시작은 정당간 힘겨루기였다. 지난해 5월 야당 의원들이 의원 2명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그러자 당시 의장이던 제갈임주 의장이 야당 의원 2명을 윤리위에 맞 제소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제갈 의장을 불신임 처리했다. 의장 선거가 치러졌고 고금란 의원이 두 번째 의장에 선출됐다. 그 뒤 수원지법이 제갈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제갈 의장 불신임과 고 의장 선출을 무효로 판결했다. 제갈 의장이 다시 복귀했다. 여기까지 여야 책임의 크기는 같다. 시민과 유권자 앞에 똑같은 죄인이다. 시민에 고통 주는 직무 유기였고, 유권자 기대를 져버린 배임이었다. 그 혼란이 법원 판결로 정리됐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 그 이후에 생겼다. 수원지법의 판결이 있었던 것은 1월 27일이다. 판결에 의해 그날 즉시 제갈 의장이 복귀했다. 그런데 복귀한 그가 돌연 사임했다. 불신임의 불명예를 벗었으니 만족한다는 이유였다. 의장 공백 상태가 됐다. 그는 이렇게도 설명했다. 시민을 위해 과천시의회가 임기 말까지 기존 체제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사해 보이기는 하다. 그런데 현실은 근사하지 않다. 그의 결정이 의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안 해도 될 의장단 선거를 불렀다. 판결 명령은 제갈 의장 체제로의 복귀였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그가 사임했다. 판결이 정한 기존 체제를 무너뜨렸다. 의장단 없는 의회가 된 것이다. 전적으로 그가 만든 혼란이다. 개인의 명예를 중히 여겼음을 짐작 못할 바 아니다. 탐욕스런 정치권에 던지는 신선함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평가를 무색케 만든 무책임이 있다. 과천시의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무책임, 과천시의회에 부끄러운 역사를 남긴 무책임이다. 4년 전, 의원 될 때는 이러지 않았을 거다. 4년을 하루처럼 뛰겠다고 했을 것이다. 4년 의원직을 소중히 받들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물며 의장직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고. 어느 쪽이든 이해 어려운 기괴한 결정이다. 결백이 지나친 건가. 천지간 철이 없는 건가.

[사설] 양주 채석장 매몰사고, 중대재해법 엄격 적용해야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토사 붕괴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1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골재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 중 토사 30만㎥가 무너져 내리면서 근로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1호 적용 사고로 판단, 법 위반 혐의로 삼표산업 본사를 수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고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소홀 등이 확인되면 책임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삼표산업은 상시 근로자가 약 930명으로, 지난해에도 사망사고가 2차례 발생했다. 경찰과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 사무실과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당국은 본사 경영책임자가 안전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수사 결과 경영책임자가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재판을 거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고용부는 사건 발생 당일 삼표산업 법인과 양주사업소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토사 붕괴를 막아주는 방호망 설치 등의 안전조치가 소홀했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찰도 현장 발파작업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삼표산업은 국내 건설용 골재 1위 업체다. 사고가 난 양주를 비롯해 인천파주화성안성예산 등 6개 석산을 운영한다. 레미콘은 업계 2위로 경기 광주양주동서울연천 등 18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채석장은 발파 작업이 이뤄지고 낙석 위험이 상존하는 등 위험도가 매우 높은 현장이어서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수다. 삼표산업은 양주 채석장 사고 직후 삼표 대표와 그룹 최고운영책임자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고를 수습 중이며, 중장기적인 안전관리시스템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삼표산업은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6월 포천사업소에서 근로자 1명이 바위에 깔려 숨졌고, 9월 성수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덤프트럭에 부딪혀 사망한 바 있다. 참담한 인명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데에는 회사 차원의 안전조치가 미흡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속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중함을 일깨우고,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사설] ‘부도덕한 후보’ ‘불안한 후보’ ‘믿음 안 가는 후보’/그럼에도 설 민심은 이미 ‘찍을 후보’를 확정했다

설 민심은 이재명 후보를 향해 부도덕성을 말했다. 형수 욕설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고인인 형 이재선씨와의 비방 등도 많이 거론됐다. 그를 둘러싼 전반적인 가족 리스크가 설 밥상에 올랐다. 여기에 대장동 의혹도 흠집으로 지목됐다. 1조원대 특혜 개발에 대한 책임 소재다. 사건 관계인들의 잇단 죽음이 많이 거론됐다. 설 연휴 직전 터진 아내 김혜경씨 공무원 보좌 논란도 설 민심에 구설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를 향한 설 민심은 불안감이다. 수권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얘기됐다. 국가 경영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이 많았다. 도리도리로 표현되는 토론 능력 부족도 많이 얘기됐다. 윤 후보의 비위 의심도 깔끔하지 않다. 공수처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얘기됐다. 아내 김건희씨 리스크도 여전히 불안 요소다. 향배를 알기 어렵다. 연휴 직전 제기된 (대장동) 김만배의 특수 관계 의혹 녹취록도 거론됐다. 안철수 후보는 존재감이 없었다. 언론에서는 그를 대선판의 최대 변수라고 추켜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설 밥상에서의 비중은 작았다. 철수 정치라는 선입감이 컸다. 어차피 또 그만둘 후보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난조차도 안 후보에는 인색할 정도로 관심이 적었다. 심상정 후보의 존재감은 더 작았다. 좋고 나쁨의 판단이 아예 없었다. 나머지 후보들은 거론되지 않거나 희화화됐다. 특이한 점이 있다. 1, 2위를 달리는 후보가 가혹하게 트집 잡힌 설 민심이었다. 나쁜 후보, 불안한 후보가 설 민심이었다. 그럼에도 후보를 이미 정했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80% 정도의 응답자가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고 답했다. 나쁘더라도, 불안하더라도 지지할 후보를 결정했고, 계속 지지하겠다는 얘기다. 예년 대선 한 달 전에 비해 전혀 낮지 않다. 대선을 지배하고 있는 큰 틀의 바람이다. 설 민심에 정확한 수치는 없다. 여론조사가 있다지만 전국 통계 속에 한 귀퉁이 분석일 뿐이다. 그래서 살핀 것이 우리에 피부로 전달되는 경기도의 설 민심이다. 그랬더니 거기서 찍을 후보 이미 결정했다는 얘기가 막 전달돼온 것이다. 후보 개인의 평가를 넘어서는 선택의 기준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선거 운동도 오늘부터 그렇게 가야 할 것이다. 그 기준을 찾아내고 그 기준에 맞춰야 할 것이다.

[사설] 휘청거리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착공할 수 있겠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휘청거리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지 3년이 돼가는데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지난해 1월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5차례나 연기되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새 공장을 2026년 가동한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와 협력사 등이 414만8천㎡(126만평) 부지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 기지를 짓는 사업이다.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곳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착공이 연기되면서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예외 사례로 인정하는 정부 심의에만 2년이 걸렸다. 비수도권 지자체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계속 미뤘고,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반발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 인근 지자체에서 환경영향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 6개월 이상이 소모됐다. 토지 보상을 둘러싸고 원삼면 주민들의 반발도 크다. 각종 불합리한 규제와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공장 건설에 6~7년이 걸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K반도체의 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목표대로 2026년에 공장을 가동한다 해도 부지 선정에서 가동까지 7년이 걸리는 셈이다. 공장 건설에 걸리는 시간이 2년 정도인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3배 정도 진도가 느리다. 반도체 강국 코리아를 이끄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작 우리나라에선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도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뒷말이 나온다 수도권에 투자가 쏠리면 지방이 소외된다는 정치 논리에 밀리며 반쪽짜리 법으로 통과됐다. 반도체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반도체 인재 육성, 세제 혜택 확대는 법안에서 삭제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정부와 국회 협의 과정에서 대기업 견제, 지역균형 개발, 통상 마찰 우려 등의 논리에 밀려 초안은 누더기가 됐고, 그나마도 해를 넘겨 간신히 통과됐다. SK하이닉스가 공장 설립 지연에 따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용인에 공장을 세울 수 있는 시점이 미뤄질 경우 다른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반도체는 해외 경쟁사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면 앞선 기술력이 의미가 없다. SK하이닉스의 공장 착공을 더 이상 늦추면 안된다.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 등은 국가 경제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행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주민들과의 갈등 조정에도 적극 나서길 바란다.

[사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가이드라인 보완 실효성 높여야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고와, 2020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황당한 죽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산재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1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지 1년 만에 시행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지난 한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828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일터에서의 죽음은 계속됐다. 광주의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붕괴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졌다.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충돌, 추락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표현대로 산업재해는 다단계 구조의 제일 밑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책임은 하급 관리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만들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노동자 안전과 작업환경 개선에 나서라는 촉구다. 법 시행으로 산업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비윤리적 행태를 바로 잡아 산재 공화국의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고, 안전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역량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법이 뿌리 내리도록 힘을 쏟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 입법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처음 시행되는 법이다 보니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때문에 시행 첫 날, 상당수 건설업계가 휴무에 돌입했다. 중대재해법 처벌 1호를 피하기 위해서다. 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실효성과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노동자 사망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없어 해석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중소기업의 다양성과 중대재해 사고의 복잡성을 고려해 사례별로 구체적인 면책 기준을 밝혀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얻어진 법이다. 더 이상 일터에서 참혹하게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 ‘K-방역’ 논리로 소상공인 억눌러온 정부/이제 와서 집단 면역 말하면 어쩌자는 건가

집단 면역 자체는 계속 논쟁 중인 개념이다. 긍정론도 있다.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 프리(free)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우려하는 의견도 많다. 집단 면역 자체에 대한 판단은 차후 문제다. 그 경지에 이르는 희생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부정론이 많다.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폭증하는 환자를 병상이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르는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도 비현실적이다. 외국에서는 집단 면역 방역이 일찌감치 논의됐다. 현재도 집단 면역을 중요 방역 방향의 하나로 잡는 나라가 있다. 다만, 그들 역시 이런 논쟁 속에 휘말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증화율은 낮다. 하지만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워딩이 있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자연 감염이 될지는 답하기 어렵다. 급기야 우리 방역 당국에서도 얘기된다.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던 지난 15일이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집단 면역을 기대한다는 발언을 했다. 정확히 옮기면 이랬다. 기자가 먼저 해외에서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나 집단면역을 형성한 것이냐고 물었다. 손 반장이 그런 현상들을 국내에서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집단면역을 검토하고 있다는 표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언론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정부가 집단 면역 구상을 밝힌 것처럼 전했다. 급증하는 확진자 수를 엮었다. 설 연휴 이후 3만명, 3월 30만명 등 예상 수치다. 분명히 언론이 과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단 발언자가 방역 당국의 비중 있는 담당자다. 그가 언론 앞에서 한 발언이다.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많은 국민도 우연한 발언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집단 면역은 의미가 다르다. 철저한 통제를 방역의 틀로 삼아왔다. 거리 두기는 곧 법이었다. 사람 만남도 통제했다. 식당 영업도 통제했다. 종교 의식도 막았다. 위반하면 처벌했다. 행정 명령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런 통제를 합리화한 것이 K 방역 칭송이다. 거역 못할 사회 규범이었다. 방역 이데올로기에 가까웠다. 그 속에서 자영업이 붕괴됐다. 교회도, 절도 다 기울었다. 죽음만큼 힘든 K 방역의 시간이었다. 그랬는데 이제 와서 집단 면역을 말하려고 하나.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끓어오르는 저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사설] 오미크론 내달 수만명, 설 이후 대응 전환은 늦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만3천12명 늘어 누적 76만2천983명에 이르렀다.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4천441명 증가했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센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되면서 다음달 신규 확진자가 3만명 이상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악의 경우 내달 하순 하루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안일한 대처는 금물이지만 과도한 불안감에 휩싸일 필요도 없다며 정부는 고령층 3차 접종률을 높이고 병상을 확충하는 한편, 먹는 치료제 도입 등 오미크론에 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에는 가능하면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 특히 본인과 부모님 중 어느 한쪽이라도 3차 접종을 마치지 못한 경우 만남을 미룰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돼 신속한 대응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답답하다. 확진자 급증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늑장 대응으로 불신과 혼란을 키우고 있다. 설 연휴에 고향 방문과 이동을 자제해달라, 모임을 줄여라 등 국민들에게 불편과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과 치명률, 의료현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하고 자가격리 기준을 완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는데 늦은 감이 있다.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한다는 방침도 준비가 안됐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어떤 식으로 분리해 치료할지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동네 병의원은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기에 공간이 좁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음압시설을 갖춘 곳도 거의 없고 환자를 관리할 인력도 부족하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만명에 이르면 방역을 넘어 의료교통돌봄물류 등 사회 곳곳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 병원, 마트 등 필수시설에서 인력난으로 심각한 업무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한국도 하루 확진자가 5만명을 넘으면 여기저기에서 마비 현상과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해외 선례를 거울 삼아 사회 각 분야의 대응 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설 연휴 이후의 대응 전환은 너무 늦다. 특히 군경찰소방행정 등 사회 필수시설 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루 확진자가 수만 명 나오더라도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정상적 사회 기능이 유지되려면 치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

[사설] 심상정, 수도권 인구 3분의 1 지방에 뺀다면서/공백 대책은 언급도 없어, 스스로 ‘군소 후보’

정의당의 수도권 정책 논리가 궁금하다. 그만큼 평시에 접할 기회가 적었다. 정책을 입안하는 집권당이었던 적이 없다. 여당과의 파트너십도 대개 정치 영역에서였다. 대통령 선거가 주는 의미는 그래서 크다. 정의당의 수도권 정책을 자세히 들을 모처럼의 기회다. 엊그제, 그 공약의 일단을 귀띔받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다. 정치와는 다른 그만의 수도권 논리였다.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이 주관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였다. 주최가 지역 언론이었다. 전국 각지의 지역 현안이 화두였다. 거기서 본보가 경기인천지역 핵심 공약을 물었다. 구체적인 부분까지 설명하며 밝힌 부분이 있다. 수도권 매립지 문제가 그 경우다. 환경부를 비롯해 서울경기인천지역 단체장들의 책임 전가를 비난했다. 문제 출발을 옳게 봤다. 해결 방향도 제시했다. 인천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고 했다. 중앙 정부의 무한 책임을 말했다. 돈을 지원해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돋보인다. 해결 방향도 구체성이 있다. 역시, 문제는 기본 정서다. 수도권이 고통 받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되풀이했다. 수도권 주민들이 고통받는 부동산 문제의 원인은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도권 인구의 3분의 1을 지방으로 돌리는 탈수도권 전략이 필요하다. 균형발전의 출발을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를 외면하는 건 비겁한 정치라고까지 강조했다. 그의 생각을 존중한다. 새삼스레 토론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선거다. 심상정 의원은 당당한 대통령 후보다. 심상정 대통령 시대의 국가 경영 원칙을 밝히는 자리다. 일상 속 말과는 지역 배려가 달라야 했다. 수도권을 위한 고민을 더했어야 옳았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인구 3분의 1을 빼겠다고 했다 . 그만큼 공백이 생긴다. 그걸 채울 약속이 따랐어야 했다. 과거 노무현 후보도 수도 이전을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을 경제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도 균형발전을 말했다. 수도권에 경제 도시, 남북 평화 도시를 약속했다. 물론 5년 뒤 다 헛 것이 됐다. 그렇더라도 하는 게 옳았다. 대통령의 공약이야말로 균형 원칙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 후보는 수도권에도 대통령 후보다. 이걸 지레 포기했나.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기울어진 공약을 말할 수 있을까.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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