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년 전 ‘경기도 GTX’ 설계자 이한준

같은 화두로 경기도 대선판에 선방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 출신이다. 성남시장도 8년 했다. 지연의 깊이부터가 다르다. 공약 발표 자체가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기본 시리즈만 봐도 그렇다. 기본 소득, 기본 주택, 기본 금융이 경기도민엔 다 익숙하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주장해왔다. 이미 실천된 영역도 있다. 성남시에서 청년 수당을 시행했다. 경기도에선 재난 기본 소득 개념을 도입했다. 모두 처음이었다. 그에겐 도지사시장 경력이 곧 공약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윤석열 후보가 먼저 공약을 치고 나간다. 지난 7일 경기도 공약을 발표했다. 좁히면 교통 부문 수도권 공약이다. 그 핵심이 GTX다. 1기 GTX를 연장하겠다고 했다. GTX A와 GTX C를 모두 평택까지 끌고 간다는 약속이다. 2기 GTX 3개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김포-팔당 노선(D), 인천-남양주 노선(E), 수도권 순환 노선(F)이다. 17일에 또 발표했다. 이번에도 교통이다. 주요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공약 점수는 유권자가 매긴다. 만점이 될 수도, 빵점이 될 수도 있다. 관심 끄는 건 공약 속에 뼈대다. GTX 공약과 철도 지하화 모두 땅속을 파고들어가는 사업이다. 경기도민에 낯설지 않은 사업이다. 2006년 어느 날부터 들었다. 대심철도, 즉 지금의 GTX 철도다. 민선 4기 경기도가 공약한 사업이었다. 설계자가 이한준씨다. 나중에 경기도시공사(GH) 사장을 한다. 그가 선거 때 김문수 후보 특보를 했고, 그때 낸 공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약 뒤에 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캠프의 신도시 정책을 조언한다. 문재인 3기 신도시를 맹렬히 비난한다. 토지주택공사(LH)의 개혁도 주문한다. 그런 그가 경기도에는 조준을 섬세하게 좁혔다. GTX의 연장과 신설을 조언했다. 그만의 특기다. 도심 철도 지하화를 냈다. GTX로 땅 파 본 그다운 발상이다. 출퇴근 시간이 곧 집값인 시대다. 비교 불가 수단이 GTX다. 도민 시선 모으는 데 성공했다. 대선 열차가 경기도 역에 진입하고 있다. 경기도 공약 경쟁이 시작되는 듯하다. 윤석열 후보는 GTX로 선방을 쳤다. 도민이 이재명 쪽을 보기 시작했다. 이 후보가 내놓을 차례다. 도민 피부에 와 닿을 작품을 내야 한다. 귀에 익은 업적-이를테면 청년 수당, 기본 소득처럼-으로는 안 된다. 유권자는 진득하지 않다. 해 뜨면 새로운 걸 원한다. 몇 년 전 시장 업적, 몇 달 전 지사 업적으로는 안 된다. 눈길을 확 빼앗을 공약이 필요하다. 안철수심상정김동연 후보도 마찬가지다. 피 말리는 공약 대결에 뛰어 들어야 한다. 이 혈투에서 이겨야 1,300만 거대 표밭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사설] ‘2002년 용인 경전철’을 향했던 비난/그건 마녀 사냥이었다

서울은 이미 경전철 시대다. 우이신설선이 2017년 개통했고 신림선, 난곡지선, 동북선, 위례선, 위례신사선, 강북횡단선, 서부선, 목동선 등이 공사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우이신설선은 개통하자마자 서부선은 개통도 되기 전에 노선 연장이 결정됐다. 1990년대부터 중전철의 대체 수단으로 구상됐었다. 교통 사각 지대를 해결하는 보조 정책이기도 했다.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경전철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덧 주요 민원이 됐다. 경기도에는 용인시가 효시다. 1999년 용인시장 보궐선거에 등장했다. 2002년 6월 선거에도 중요 공약이었다. 그 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다가 오욕의 역사로 곤두박질쳤다. 정확히 2010년부터다. 지방 정권이 바뀐 게 발단이었다. 혈세 먹는 하마로 추락했다. 빗나간 수요 예측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은 용인경전철 1일 예상수요를 13만여 명이라고 했다.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승객이 8천여명 수준에 머물렀다. 초기를 기준으로 볼 때 안 맞는 게 사실이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흘렀다. 용인 경전철도 개통 9년차다. 본보가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 우선 이용객 추이다. 코로나19로 에버랜드 입장객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도 2019년 3만4천명, 2020년 2만2천명, 지난해 11월 기준 2만5천명이다. 누적 이용객이 지난해 11월 기준 7천524만명이다. 연간 운임수입도 많이 늘었다. 2014년 50억원, 2020년 82억원이다. 여전히 한국교통연구원의 2002년 예상보다는 밑돈다. 하지만 증가 추이로 향후를 전망하면 판단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높이 봐야 할 가치가 있다. 교통 인프라가 갈라놓은 지역간 불균형 해소다. 인구 8만의 동백지구는 경전철을 생명선으로 삼고 있다. 강남대와 용인대 학생들에게 경전철은 이제 대체 불가 통학수단이다.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경전철 망이 추가로 그려졌다. 동백~신봉 연장과 광교 연장선이다. 서울 중전철 3호선 연장 대안으로도 경전철이 떠오른다. 수지구 고기동, 신봉성복을 지나는 경전철 노선이 논의된다. 걱정은 돈이다. 더 놔야 하는데, 건설비가 부담이다. 공사비 싼 2000년대 초가 기회였다. 경부 고속도로도 혈세 낭비라고 했었다. 불과 십여년 뒤 한국 경제의 효자가 됐다. 서울 경전철도 도심 흉물이라고 했었다. 이제 서울 교통의 유일한 희망이 됐다. 2010년을 전후해 용인 경전철도 돈 먹는 하마, 도심 속 흉물이라고 했었다. 이것도 이제 되짚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과연 오늘날에도 그런 비난 논리는 유효한가. 과연 그때 경전철과 지금 경전철은 다른가. 혹시 정치가 악의적으로 선창하고 모두가 생각 없이 복창한 마녀 사냥은 아니었는가.

[사설] 기준금리 인상, 서민 위한 보완책 강구해야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0.25%p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5개월 새 0.75%p 올랐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제 금리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이번 인상이 마지막이 아니고 앞으로 또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상 가능성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연 1.5%로 된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순 없다고 밝혀 최소 한 번 이상의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저금리가 상수(常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금리 상승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로 보고 있는 한은으로서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균형으로 야기되는 경제상황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물가 상승률을 2.0%로 예측했으나 최근 두 달 새 물가 여건이 급속히 악화한 것이다. 이에 미국도 물가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한은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고 본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저금리 기조가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따라서 금리인상은 집값을 하락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도 겨냥한 것으로 본다. 최근 집값이 안정 또는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금리 인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금리 인상이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영세 소상공인과 서민 등 약자에게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 기준 가계 빚은 무려 1천845조원에 달한다. 최근 5개월 새 오른 0.75%p가 대출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간 9조6천억 원 늘어나게 된다.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늘면 더욱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3.1%로 예상하고 있는데,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성장률 달성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금리 인상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꼼꼼하게 살펴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적극 강구해야 될 것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구제해야 할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조속히 추경을 편성해 이들에게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하나의 금리 인상의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설] 개인정보 유출 전면조사하고, 관리시스템 강화해야

경기일보가 신변보호 대상자의 가족이 살해당한 참극에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처음 보도한 건 지난해 12월15일이다. 검찰 조사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일선 공무원이 유출한 개인정보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져 충격이다. 구청 공무원의 2만원 알바가 살인자를 피해자의 집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 것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2020년 n번방 사건 때에도 주범 조주빈은 수원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에게서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이들을 협박하고 성착취 영상물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정부는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접근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이번 사건의 권선구청 공무원은 차적조회 권한을 악용해 차량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빼냈다.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가 공무원들에 의해 범죄자의 손에 넘어갔을까, 빼낸 정보를 이용해 얼마나 끔찍한 범죄들이 저질러졌을까. 생각할수록 무섭다. 황당한 건, 이 직원이 2년 동안 1천건 넘는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팔아 넘기는 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선 이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차적조회 권한을 악용하는 것에 대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기일보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전국 공공기관이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음이 드러났다.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의 개인정보 조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흉악한 범죄자를 도와주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 직접 정보를 건네주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이번 참극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권선구청에서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경위부터 조사해 엄정 조치한다고 한다. 공무원 개인정보 처리의 적법성을 중점 점검하고,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가 연계ㆍ운영하는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가 줄줄 새는 걸 막지 못하면 국민들은 언제 어떤 피해를 입을 지 몰라 불안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대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 개인정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접근을 통제하는 등 시스템의 기술적 조치도 보완해야 한다. 현행 시스템에서의 권한 관리가 잘못된 점이 드러난 만큼 접근 및 점검 권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신속 대응하길 바란다. 흥신소 등 난립하는 탐정업체에 대해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하고, 관련법도 손질해야 한다.

[사설] 代行 잘해서 낙하산 무용론 증명해라/9개 道산하기관,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민선 7기는 5개월여 남았다. 장(長) 없는 도산하기관이 9곳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경기관광공사, 경기교통공사, 경기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경기아트센터, 경기복지재단이다. 규모나 역할이 다 막중하다. 현 상황을 보는 견해가 나뉜다. 빨리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당분간 대행 체재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도민을 염려하는 목소리다. 정답은 없다. 이런 때 도의 입장이 나왔다. 오병권 도지사 권한 대행이 주문했다. 일부 기관의 기관장 공석에 따른 업무 공백과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언론 등 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기관장 공백 여파가 없도록 임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지거나 복지부동하는 사례가 나오면 절대 안 된다. 도 공공기관 업무 공백 방지 및 복부 강화를 위한 현안 점검 회의를 열어서 던진 당부다. 흔들릴 수 있을 때 나온 시의 적절한 지시다. 오 대행의 방향이 옳다. 대행 체제를 전제하고 다 잡는 게 좋다. 우리도 같은 방향을 주문해왔다. 도산하기관장은 도지사 사람이다. 민선 내내 그랬다. 다섯 달 뒤 새 도지사가 취임한다. 그때는 다를 거란 어떤 보장도 없다. 아마 또 그런 인사를 할 것이다. 지금 청문회 하면 두어 달 간다. 고작 해야 두어 달 근무한다. 이런 자투리 기관장을 뭐하러 뽑나. 공연히 나가라, 못 나간다는 불씨만 남길 공산이 크다. 대행 체제가 백번 옳다. 사실 우리 관심은 이보다 앞서 있다. 현 상황을 대해야 할 각 기관의 자세다. 기관마다 인재들은 있다. 공채ㆍ영입으로 선발했다. 도민을 섬기는 업무다. 공직 못지않게 신성하다. 업무에 대한 자긍심이 클 법하다. 사명감도 넘칠듯하다. 그런데 현실은 안 그렇다. 여기에 산하기관이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 기관장은 될 수 없다는 정서다. 이 벽이 청운의 꿈을 품을 수 없게 만든다. 이게 다 정치가 보내는 낙하산 기관장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상황이 의미 있다. 모처럼 정치 점령군들이 눈앞에 없다. 현직 도지사 바라기들도 사라졌다. 기회다. 조직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다. 팡팡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상 유지에만 머물면 안 된다. 필요하면 새 일도 벌여야 한다. 잘한 것 있으면 언론에도 알려야 한다. 기관장 공백 5개월을 잠재력 증명 5개월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그 5개월을 지켜보겠다. 그리고 이런 평을 준비하고 있겠다. ○○기관, 정치인 기관장 없으니 더 잘했다. 앞으로는 정치인 보낼 생각하지 마라.

[사설] 특례시 출범, 위상 걸맞은 권한·재정 확대돼야

인구 100만명이 넘는 경기도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가 오늘 특례시로 공식 출범한다. 지정 근거를 담은 개정 지방자치법이 13일 전면 시행되면서 예고됐던 특례시도 드디어 닻을 올리게 됐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과 재정 권한을 부여받는 새로운 유형의 지방자치단체다.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혁신 모델로 평가되는 특례시의 출범으로 지방자치에 큰 변화가 기대된다. 특례시에는 중앙부처가 담당했던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 등 86개 기능과 383개 단위 사무가 주어진다. 특히 특례시는 지역개발채권 발행권, 건축물 허가, 택지개발지구 지정, 농지전용허가,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5급 이하 공직자 직급정원 조정, 지방연구원 설립등기 등 8개 권한을 갖게 된다. 산지전용허가와 산업단지 개발, 국도비 보조사업 계약심사,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병원 등의 개설 사무, 소하천 정비 및 보전 사무 등도 중앙에서 특례시로 이관된다. 특례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사회복지 수혜 확대다. 사회복지급여 기본재산액 기준이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상향 적용돼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한부모가족지원, 차상위장애수당 등 9개 분야에 걸친 급여 대상자가 확대되고 급여액도 커진다. 인구에 걸맞게 행정 조직이 커져 생활민원 해결과 인허가 처리기간도 줄어들게 된다. 특례시로 지정되고, 공식 출범하기까지 자치단체장들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구성한 전국특례시장협의회는 시민 권리와 행정서비스 향상을 위한 권한 확대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 4개 특례시는 1년여 간 85개 기능사무, 546개 단위사무를 발굴해 행안부에 제출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특례시 출범은 지방행정체계에 괄목할만한 변화이자 자치분권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특례시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무늬만 특례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특례시가 성공적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선 광역시 못지않은 특례권한이 더 부여돼야 한다. 특례시라는 명칭과 함께 일부 특례만 얻었을 뿐 광역시급 행정 지위와 재정자율권은 확보하지 못했다. 택지개발지구 지정 등 일부 업무는 여전히 광역단체장과 협의하도록 해 반쪽 특례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지방분권법, 지방이양일괄법 개정안 등을 통해 특례시 위상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분권이 강화돼야 한다. 이는 특례시뿐 아니라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염원이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끌어낼 행정사무 권한을 확보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설] 살인으로 이어진 개인정보 유출, 공무원 짓이라니

공무원이 유출한 개인정보가 살인에 이용됐다.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이 확보한 피해자 집 주소는 수원시 권선구청 공무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개인정보 유출의 대가로 공무원이 받은 돈은 2만원이다. 개인정보는 팔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불법인데도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유출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은 10일 권선구청 건설과 공무원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가 유출한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흥신소 업자와 직원 1명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텔레그램 ‘고액 알바 모집’ 광고 등을 통해 흥신소 업체를 알게 됐고, 도로점용 과태료 부과를 위해 부여된 차적조회 권한을 이용해 파악한 개인정보를 업체에 넘겼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2여년에 걸쳐 타인의 주소와 차량 정보 등 개인정보 1천101건을 불법 조회해 제공했다. 가족이 이석준에게 살해된 여성의 개인정보도 그 중 하나였다. A씨는 흥신소 업자에게 건당 2만원에 주소를 넘겼다. 그리고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대가를 받았다. 매달 200만~300만원, 총 3천954만원이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과 그 사실을 알고 개인정보를 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씨의 경우 뇌물수수 혐의가 함께 적용돼 형이 가중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흉악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등 공공기관의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A씨가 소속된 권선구청에는 차적조회 권한 남용을 방지할 시스템이 없었다. 이는 다른 구청들도 마찬가지다. 담당 공무원이 개인정보 조회 때 책임자 결재가 필요하지 않고, 부정사용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도 없다.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조회할 때는 사유를 쓰게 돼 있는데, 구청에선 그런 게 없으니 개인정보가 마구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전국민의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에서 수원시 영통구청의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해 행정의 허술한 정보 관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줄줄 새는 개인정보가 언제 또 흉악범죄에 이용될 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다니 어이가 없다. 통제시스템 부재가 흉악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엄한 처벌에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사설] 교육계 보수의 恨 ‘후보 단일화’ 이번에는…

교육감 선거가 5개월 남았다. 대통령 선거에 가려 잘 뵈지 않는다. 도지사ㆍ시장 선거보다도 관심이 적다. 1천300만 도민의 교육 지도자다. 학생, 학부모, 교원, 학원의 정책 통솔자다. 그를 뽑는 선거다. 관심이 필요하다. 마침 관련 움직임이 들려온다. 교육계 보수층에서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내놓는 화두가 특별하다. 선거에서의 중도 보수층 후보 단일화를 말한다. 1명으로 진보 후보에 맞서자는 목소리다. ‘경기도 공교육정상화시민네트워크’란 모임이다. 회원이 1천400명 정도라고 한다. 상임대표는 민선 2ㆍ3기 조성윤 전 경기도교육감이다. 이 외에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 이규택 전 국회 교육문화위원장, 구충회 전 경기도외국어교육연수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면면에서 보듯 교육계의 대표적인 보수진영 인사들이다. 이들이 내놓을 메시지는 직접적이고 명쾌하다. ‘6월에 중도 보수 단일 후보를 만들라’다. 공개 토론회을 25일 개최한다. 내건 공식 간판은 교육정책 대토론회다. 대표 주제로 현행 교육감 직선제 문제점, 임계점을 넘은 교육 포퓰리즘, 현장교사가 말하는 고교학점제, 진보 교육감들의 주요 정책 분석 등을 잡았다. 교육발전을 위한 주제다. 하지만, 궁극의 방향은 보수 후보 단일화다.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한 사실상의 선언이다. 좀 이르다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이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직선제 교육감제는 경기도의 경우 2009년 시작됐다. 2010년, 2014년, 2018년까지 네 번 있었다. 김상곤(2009ㆍ2010년)ㆍ이재정(2014ㆍ2018년) 후보가 당선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 성향 인사들이다. 그 기간 보수는 경기 교육에서 사라졌다. 보수진영이 패인으로 확실히 꼽는 것이 후보 단일화 실패다. 그렇게 분석할 근거가 충분했다. 2009년 득표율은 김상곤 40.8%, 김진춘 33.63%, 강원춘 12.88%였다. 2010년 선거가 또 그랬다. 김상곤 후보가 진보 단일화로 나섰다. 보수진영은 같은 사람으로 또 분열했다. 김상곤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2014, 2018년 선거가 같은 양상이었다. 이 분석이 꼭 옳다고 볼 순 없다. 양 진영을 구획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반적인 표심이 진보 진영을 향했던 바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있다. 그 10년, ‘보수진영 단일 후보’라는 표현을 못 썼다. 분열임에 틀림없었다. 그 사이 교육계 보수진영에게 단일화는 한에 가깝다. 목소리 내는 면면이 원로다. 선거에 직접 나설 세대도 아니다. 선배 세대로서 선창이라도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십수 년 전을 돌이켜 보면, 후보 단일화 요구는 그때도 컸다. 문제는 ‘당사자’가 꿈쩍 안했다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도 모든 걸 잃었다. 그제야 그의 이름 석 자가 선거 벽보에서 사라졌다. 그게 정치다. 이번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사설] 탈북자 온정주의가 간첩짓 가림막이다/‘북 가족 때문에’ 감경 판결, 옳지 않다

2021년 한 논문이 밝힌 통계가 있다. 전 해인 2020년 현재 탈북민 수다. 3만3천658명이라고 했다. 탈북민 세부 통계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탈북민과 그 가족들의 안전이 달려 있다.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북한이 더 매달리는 정보다. 탈북자 개별 신상 정보는 더 하다.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훤히 드러난다. 북한 당국의 대남 통제 수단으로 더없이 요긴한 정보다. 일부 탈북민 사회의 간첩 짓이 생소한 건 아니다. 자연스레 고정간첩화 됐다. 합법화된 신분이다. 활동도 자유롭다. 탈북민 접근성이 좋다. 내부 정보 파악에 더 없는 조건이다. 2007년 탈북한 A씨(34)도 그런 경우다. 탈북 이후에도 북한에 있는 형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중국을 거쳐 북한 접경지대도 오갔다. 북한 보위국 지도원을 만났다. 요구를 받고 각종 정보를 넘겼다. 탈북 브로커, 경비대 군인 상황, 북 자료를 남측에 넘기는 사람의 신상 등을 줬다. 재판에서도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수원지법이 징역 3년 6월에 자격정지 3년 6월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가 항소했다.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내세운 이유가 어이없다. 북한 인사와의 접촉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 인사의 신분을 얘기했다.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자신이 넘긴 자료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 정보의 성격을 얘기했다. 국가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법 월경, 북한주민 접촉, 국내 정보 전달 등은 누가 봐도 범죄다. 그 위법성을 알기 때문에 비밀리에 오갔던 것이다. 그래놓고 적발되니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간첩죄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형법 제98조, 국가보안법 제4조 규정이다. 1심 선고 형량은 분명히 관대했다. 북한에 있는 형의 안위를 위한 행위라는 부분을 감안했다고 했다. 항소심은 수원고법이었다. A씨 측 무죄 취지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형량만은 원심을 유지했다. 감경 취지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새터민 간첩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북한 가족을 들이대 감정에 호소한다. 걸리면 인도주의, 안 걸리면 간첩인 셈이다. 점프 탈북이 있었다. 1년 만에 그 탈북민이 월북했다. 그로 인해 무너진 군 신뢰가 심각하다. 최근 8년간 30명 가량이 월북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노출됐을 우리 정보가 상당하다. 탈남하는 탈북민이 수백명이다. 그런 만큼 탈북민 관리가 무너지고 있다. 멸공(滅共)ㆍ반공(反共)을 따질 때가 아니라 줄줄 새는 국가ㆍ국민의 정보를 걱정할 때다.

[사설] 소방관 희생, 특단의 안전관리 대책 강구해야

지난 5일 평택시 청북면 소재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불길이 멎은 사이 인명구조를 위해 긴급 투입된 소방관들이 갑자기 확산된 화마를 피하지 못해 순직한 것이다. 지난 8일 경기도청장으로 거행된 순직 소방관 3명, 이형석 소방경,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의 합동영결식이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하에 엄수됐다. 순직한 소방관 3명의 명복을 빈다. 영결식에 참석한 소방관은 물론 일반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더 이상 소방관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6월17일 이천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구조대장이 인명 구조에 나섰다가 순직한 사건과 유사한 사례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불길이 누그러진 틈을 타 구조대장이 인명구조에 나섰다가 치솟는 불길에 고립돼 숨졌다. 지난 10년 동안 화재 현장에서 진화작업 중 소방관이 희생된 사례가 49명에 달한다. 소방관의 직책이 화마와 싸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고위험군 직업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유사한 사고가 자주 발생, 소방관이 희생된다는 것은 화재 진압 시 지휘체계, 안전수칙 매뉴얼, 또는 진화장비 등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사장 화재 원인과 안전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특히 화재 등 다양한 인명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 화재가 난 다음 진화작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화재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이번 평택 화재건물은 1년여년 전인 2020년 12월에도 천장 콘크리트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3명이 숨진 곳이다. 당시 사고로 한 달 정도 공사 정지 처분도 받은 건물이라면 그 후 안전관리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공기를 단축시키려고 무리한 작업이 진행됐는지 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공사 현장도 기초·골조 공사가 마무리됐다는 이유로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하니 이는 너무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본다. 인명 피해가 발생, 심각한 안전사고가 계속되는 공사 현장을 정기 점검 대상에서 예외로 두는 것은 잘못된 지침이다. 화재 감시 체계가 현장에 적응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체계를 점검해야 된다. 잔불 수습 과정에서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예기치 않은 화재 재발 때문이다. 화재 재발 위험성이 있는 곳에는 첨단장비인 드론이나 로봇기술을 도입, 안전성을 확인하는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더 이상 소방관이 희생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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