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남 양산에 있는 선산에 시제를 모셨다. 어렸을 때 시제에 가면 할아버지 형제, 아버지 형제, 같은대 형제들 수십 명이 시제에 쓸 음식을 들고 산에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시제는 한식 또는 10월에 5대조 이상의 묘소에서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한식 또는 10월에 정기적으로 묘제를 지낸다고 하여 시사(時祀), 시향(時享)이라고도 한다. 이는 5대 이상의 조상을 모시는 묘제(墓祭)를 가리키며, 4대친(四代親)에 대한 묘제를 사산제(私山祭)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그래서 묘사(墓祀), 묘전제사(墓前祭祀)라고 하며, 일 년에 한 번 제사를 모신다고 하여 세일제(歲一祭), 세일사(歲一祀)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묘제를 중시해 사시마다 묘소에서 절사를 지냈기 때문에 사시제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2월에는 한식, 5월에는 단오, 8월에는 추석, 11월에는 동지와 중복되어,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경우 설과 단오에는 사당에서 차례를, 한식과 추석에는 절사를 지내도록 했다. 나아가 시제와 속절 차례 및 절사를 절충하면설, 단오, 추석, 동지에는 사당에서 차례를, 한식 및 10월에는 묘제를 지내기도 했다. 필자의 집안의 경우 추석과 음력 10월 첫 일요일에 묘제로 시사를 모신다. 필자는 경주최씨 정무공파 기자복자 종중의 32대손인데 복자기자 할아버지는 21대 손이다. 할아버지 밑으로 자손이 많았는데 이번 시사에는 총 8명의 자손이 참가했다.
큰집의 사촌이 종손이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시사에 같이 참석하고 있는데 시제 참여 인원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일년에 두번 지내던 묘제도 음력 10월초 한번으로 줄였다. 참석 인원이 매년 줄어드니 한 어른이 양산 어곡산단개발로 토지보상이 엄청 나게 이뤄지니 시제에 참석하라고 알리라 하셨다. 시제 참석 인원이 줄어드니 답답한 심정에 하신 말씀 같다. 전국 각지에서 시간을 내 시제에 참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제사를 비롯해 많은 유교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 복잡했던 제례 절차를 간소화하고 친지들 간 모임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스포츠 활동 등의 이벤트로 시제를 대신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가족 해체의 시대에 조상과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 보는 시제와 같은 효와 예의 문화가 새로운 형태로 우리사회에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오피니언
최원재 문화부장
2019-11-06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