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도권 대안공항

최근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사업 신규면허 심사 결과를 발표, 저비용항공사(LCC)인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3사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이 강원은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고 있으며, 에어로케이는 충북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결국 이번 방침은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공항을 살리자는 목적이다. 그러나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도 있다. 공항에 비행기가 아무리 많이 늘어도 중요한 것은 비행기를 탈 사람이 있느냐 인 데, 지방은 인구 자체가 적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공항에서는 이번 정부의 조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좋다. 지방 공항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노력을 한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수도권 하늘길도 보자. 정부의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을 보면 현재 수도권 시민들의 하늘길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은 2030년께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이용자 수는 지난 2015년 4천800만여 명에서 지난해 6천800만여 명까지 41%가량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항을 새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수도권에 대안공항을 추진한다고 해도 2030년까지는 빠듯하다. 수도권 대안공항이 들어서야 하는 위치는 자명하다. 서울은 공항을 조성할 만한 여유 부지가 없고, 인천은 세계적인 공항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김포공항이 유일하며 1천만 명이 살고있는 경기남부에는 단 한 개의 민간공항이 없다. 경기남부 시민들은 비행기를 타고 1시간 거리의 제주도를 가기 위해 2시간가량 이동해 인천ㆍ김포공항에 가야 한다. 심각한 이동권 침해다. 이미 늦었다. 경기남부에 수도권 대안공항을 조성해 1천만 명의 새로운 하늘길을 열자. 이호준 사회부 차장

[지지대] 위정자들의 ‘이중 잣대’

최근 수년간 불거진 스포츠계의 비위와 관련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않다. 소위 엘리트 체육으로 대변되는 전문체육에서의 폭력(성폭력)과 승부조작, 심판매수, 지도자의 체벌 및 폭언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때마다 정치권이 앞장서 스포츠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관계 당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던 스포츠계의 비일비재(非一非再)한, 아니 관행처럼 이어져온 일들이 세태가 변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성적지상주의 탈피 훈련기간 축소 합숙 위주 도제식 훈련방식 쇄신 선수관리 시스템 개편 등의 주문과 개선안을 봇물처럼 쏟아낸다. 한술 더 떠 일부 정치인은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며 메달경쟁을 벌이는 엘리트체육을 냉전시대의 산물로까지 규정 하고 있다.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과 구태적인 습관, 제도는 개선의 차원을 넘어 혁신 수준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는 체육인과 체육단체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시대적인 소명이자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긴 엘리트체육을 악의 소굴로 규정하고, 어떤 한 체육인의 개인적 일탈이 드러날 때마다 체육인들을 도매금으로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 체육계의 트렌드가 전문체육에서 복지 개념의 생활체육으로 변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렇다고 위정자들이 전문체육을 깎아내리고 생활체육만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동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활약한 태극전사들의 전과(戰果)를 가장 많이 누린 사람들은 정치인들이다. 굵직한 국제대회 때마다 유명세를 탄 스포츠 스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SNS 등을 통해 활용하고, 선거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또한 각종 선거와 체육관련 정책포럼 등에 끌어들이는 체육인은 지명도가 높은 스타 스포츠인들이다. 정치인들은 이들을 활용해 자신을 과시하고 득표를 꾀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엘리트 체육은 폄훼하고, 생활체육만 강조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그 옛날 조합장賞

1977년 졸업식이었다. 이런저런 상장이 주어졌다. 제일 먼저 호명한 상이 기억난다. 교육감상이다. 메달을 걸어줬다. 다음이 교육장상이었다. 내가 받았다. 메달이 없어 서운했다. 시상식은 계속됐다. 군수상, 육성회장상(운영위원장상), 지서장상(파출소장상), 예비군중대장상. 반(班) 아이들 절반 가까이가 상을 받았다. 그 속에 농협조합장상도 있었다. 아마 영어사전을 부상으로 줬을 것이다. 모서리에 賞자가 찍혀 있었을 것이고. ▶국민(초등)학교 졸업식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철모르던 아이가 세상을 경험한다. 계급(階級)과 서열이다. 상장 주는 순서에서 그걸 인식한다. 동네 아저씨였던 조합장의 위력을 그때 확인했다. 단상에서 상 주는 사람이었다. 일장훈시를 하는 사람이었다. 더는 동네 아저씨가 아니었다. 그 후로는 절로 고개를 숙였다. 추억 속 조합장이 그랬다. 늘 양복차림이었고, 온 동네의 만능해결사였다. 그 집에만 붙는 고유명사까지 있었다. 조합장님댁. ▶어른이 돼서 깨달았다. 조합장의 힘은 막강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다. 직원 인사권을 갖는다. 업무추진비를 쓴다. 각종 사업 추진권을 갖는다. 여신 업무를 총괄한다. 대출한도ㆍ금리조정을 좌우할 수 있다. 간섭도 받지 않는다. 대의원 총회, 이사회, 감사가 있다. 조합장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맘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이른바 견제받지 않은 무한 권력이다. 졸업식장의 시상식 순서, 그 이상의 힘이었다. ▶나쁜 짓도 보게 됐다. 출장비 명목으로 공금을 횡령한다. 대출 이자를 낮춰주고 금품을 받는다. 가족을 직원으로 앉혀 인건비를 챙긴다. 사업을 추진하며 수천만원을 받는다. 최근 4년간 적발된 비리 유형이다. 선거에도 불법은 숱하다.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까지 돈을 뿌린 후보자들이 적발됐다. 양주버섯 세트에 쌀 포대까지 돌린 후보자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500건이 적발됐고, 126건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됐다. ▶농협조합장은 가장 한국적인 자리다. 농민 간의 끈끈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농경사회에서 이만한 영예도 없다. 정관에 조합원의 공동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고 돼 있다. 정관 속 본모습이 실종된 세상이다. 아이들에게 상장을 주던 존경받는 어른이다. 새 나라 일꾼이 돼라고 훈시하던 어른이었다. 오늘 당선된 새조합장들에서 그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푸근하고, 든든하고, 부지런했었던 그 옛날 조합장 아저씨. 김종구 주필

[지지대] 공기질도 빈부 격차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 인구의 92%가 오염되거나 위험한 수준의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 70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WHO가 지역별 대기오염의 시간적 변화를 비교한 결과,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부유한 국가의 대도시 상황은 개선됐다. 미주대륙의 도시 57% 이상, 유럽 도시의 61% 이상은 대기 중 먼지 농도가 감소했다. 반면 빈곤 국가의 공기 질은 크게 나빠졌다. 델리(인도)와 카이로(이집트)는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해 먼지 농도가 WHO 기준치의 10배를 넘었다. 다카(방글라데시), 뭄바이(인도), 베이징(중국) 등은 WHO 기준치의 5배를 넘었다. 빈국(貧國)의 먼지 농도가 높은 것은 가정에서 난방이나 요리를 할 때 석탄, 나무, 등유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차량, 공장, 화목 취사 등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질로 심장마비와 뇌졸중 사망률이 25%, 폐암은 29%,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43%에 이른다고 했다. WHO는 빈부 격차에 따른 공기질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그 피해를 우려했다. 빈부 격차에 따른 공기 질은 요즘 대한민국에서도 체감하게 된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빈곤층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경보를 내릴 때마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지만 마스크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보통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차단되는 고기능성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저소득층ㆍ취약계층은 일회용 마스크를 살 여력이 없어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숨 쉬는데도 빈부 차가 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젠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이 됐다. 지난주 극심한 미세먼지에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하는 빈곤층에서 공기청정기는 엄두도 못낸다.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미세먼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정부가 마스크라도 무료로 보급해줘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마스크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1회용 마스크는 최소 1천원, 3~4인 가족이면 한 달 10만원은 든다. 밸브가 달린 마스크는 개당 2천500원 정도다. 최근엔 유명 연예인 모델을 내세워 디자인을 강조한 마스크도 나왔다. 공기 질의 격차는 장기적으로 건강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미세먼지 노출 양에 따라 폐암을 비롯해 각종 건강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미세먼지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 저소득층과 어린이만이라도 마스크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탈세와의 전쟁

한 중견기업 사주 A씨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제대로 상속할 경우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다. A씨는 손자 명의로 작은 적자 기업을 사들였다. 이어 자신의 회사 땅을 헐값에 손자 기업에 넘겼다. 자신이 소유한 다른 기업을 동원해 역시 부동산을 헐값으로 손자 기업에 양도하도록 했다. 결손기업이던 손자의 회사는 잇따른 증여로 주식 가치가 급등했고, 손자는 할아버지의 회사 경영권 승계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A씨의 증여세 탈루는 수백억원대 무상증여를 수상히 여긴 국세청 감시망에 포착됐다. 국세청이 중견기업 사주 일가, 부동산 재벌 등 고소득 대재산가 95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나섰다. 이들이 보유한 재산은 총 12조6천억원, 한 사람당 평균 1천330억원이다. 3천억원이 넘는 부자도 15명이나 된다. 하지만 대기업도, 상장법인도 아니어서 재산은 재벌급인데 감시는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중견기업 사주들의 탈세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는 모습이다. 한 법인의 사주는 쓰지 않은 판매관리비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빼내 자녀 유학비 등에 썼다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매출거래 과정에 유령 법인을 끼워 넣고 통행세를 받거나 위장 계열사와 거래하며 과다한 비용을 주는 등 일부 대기업의 수법을 그대로 모방한 사례도 있다. 국세청이 100여명에 달하는 부유층에 대해 한꺼번에 세무조사를 단행한 것은 처음이다. 대기업이나 상장회사 등은 국세청의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받는다. 그러나 매출액 1천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들은 지역 세무서 조사에 그치는 등 세무조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국세청이 이번에 대기업과 총수 일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세당국의 검증 기회가 적었던 숨은 대재산가들의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탈세는 중대한 범죄다. 팍팍한 살림에 성실히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심한 상실감을 준다. 수백원, 수천억 자산가들의 탈세를 절대 용납해선 안된다. 국세청은 조사 역량을 집중해 샅샅이 뒤져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적폐 청산이며 조세정의 실현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대재산가, 고소득사업자, 역외탈세, 민생침해 탈세 사범 등으로부터 추징한 탈루 세금이 10조7천억원에 달한다. 비양심적인 부자들의 교묘하고 은밀한 탈세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탈세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불법행위를 근절 시킬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예레미야 29장 11절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유교 제사인 4대 봉사를 지내던 필자는 지난 2008년 결혼 이후 기독교 신자가 됐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요일만 교회를 나가는 일명 썬데이 크리스천이다. 이 글은 전도의 목적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지난 주말 목사님 말씀 중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성경 사이트인 바이블게이트(Bible gate)에서 발표한 2018년 가장 많이 검색된 성경구절 1위는 바로 예레미야 29장 11절이다. ▲예레미야 29장 11절 말씀은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이다. 2위는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요한복음 3장 16절로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이다. 담임목사는 가장 인기있는 구절이 요한복음 3장 16절에서 예레미야 29장 11절로 변화된 이유를 설명했다. A목사는 2018년 한 해 동안 세상 살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찾으려고 이 성경 구절을 찾고 있다. 정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우 고통스럽고 세상 그 어디에도 참된 기쁨과 소망을 얻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필요하다. 그가 베푸시는 은혜와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예레미야 29장 11절이 요한복음 3장 16절을 제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A목사는 우리의 삶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낙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이 바로 미래를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오늘 어려움과 고난이 나를 휘몰아친다고 할지라도 내게 희망을 주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소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교를 떠나 예레미야 29장 11절이 주는 의미처럼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저마다 소중한 대상을 생각하며 희망과 소망의 끈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아직 오지(奧地) 경기북부

경기북부가 낙후됐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낙후 이유는 수도권 규제 더하기 북한과 맞닿은 탓이 크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국군은 물론 미군까지 경기북부 전 지역에 주둔했다. 이로 인해 훈련에 나선 전차들이 좁은 1차선 도로를 점령하기 일쑤였고 여중생이 전차에 치여 숨지기까지 했다. 이밖에 군 사격장에서 날아온 파편, 수해로 떠내려 온 목함 지뢰를 밟아 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를 당한 주민도 많다. 냉전시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시절,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이같은 피해를 경기북부 주민들은 참아야 했다. 경기북부는 원래 집 고치기도 어렵고, 마을 앞 도로도 1차선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수도권임에도 개발에서 소외됐지만 수도권 규제는 규제대로 고스란히 다 받아야 했다. 말이 수도권이지 경기 북부 접경지역은 경기도의 오지(奧地)라는 불명예를 썼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역을 떠나 인구는 줄었고 폐가는 늘어났다. 그러나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런 경기북부의 희생을 인정하고 알아주니 다행이다. 세월이 지나 보니 경기북부 지역이 대한민국을 위한 희생한 곳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경기북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한 지역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경기북부 방문 횟수를 늘리고, 북부 현안 등을 직접 챙기며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기북부는 배가 고프다. 어느 정도 지원했으니, 이만하면 됐다는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 경기북부 주민들의 소외감은 여전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산업단지 등 경제시설, 병원 등 복지시설 등이 경기남부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해 경기 남ㆍ북 불균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도로, 철도망도 더 확충하고 정비해야 하고 답보 상태인 미군부대 이전 공여지 활용 등 북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경기도는 물론 정부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경기북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이선호 정치부 부장

[지지대] (주)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크다. 소속 국내 변호사만 747명이다. 외국 변호사도 190명에 달한다. 기타 전문직ㆍ사무직ㆍ보조원 등을 빼고도 이 정도다. 직원 수에서 웬만한 중견기업이다. 매출도 엄청나다. 2018년 연매출이 1조511억원이다. 2016년 9천521억원, 2017년 1조144억원이었다. 매출액 기준 10대 로펌 안에서의 점유율이 44.4%다. 소속 변호사 한 사람이 올린 연매출도 평균 14억9천만원에 달한다. ▶2017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됐다. 국정농단 사건이다. 사건의 변호를 맡은 곳이 태평양이다. 변호사업계에서의 상징성이 컸다. 그해 순위가 바뀌었다. 2위였던 광장을 따돌렸다. 태평양의 2018년 매출액은 3천26억원이다. 김앤장, 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화우, 바른, 동인, 지평, 대륙아주가 10대 로펌이다.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총 2조4천122억원이다. 모두 주(主) 사무소가 서울에 있다. ▶화성시의 2019년 예산은 2조5천억원이다. 10대 로펌의 매출이 이와 맞먹는다. 김포시의 2019년 총 예산은 1조2천억원 정도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 곳의 매출과 크게 차이가 없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도내 주소를 두고 있다. 그 가운데 매출 1위는 서희건설이다. 2017년 매출로 1조332억원을 신고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보다 적다. 매출로 본 대형 로펌의 위치다. 그 자체가 시군이고 대기업이다. ▶수원고등법원이 개원했다. 20년 넘은 지역민의 숙원이었다. 이날 많은 시민이 물었다. 고법이 축하할 일이냐 고법이 오면 왜 좋으거냐. 당장 내놓을 답이 마땅찮다. 재판당사자들의 권리? 재판하지 않을 거니까 상관없다고 한다. 비리 없는 지역 사회? 그래서 서울에는 비리가 없냐고 되묻는다. 고법 유치를 위해 1천만 도민 서명운동까지 했었다. 막상 개원하고 나니 지역민에 설명할 의미가 마땅찮다. ▶한참 투쟁하던 그때, 이런 칼럼을 썼었다. 수원고법 유치는 거대한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같다. 지금도 같다. 수원고법이 지역에 줄 선물은 돈이다. 재판 당사자들이 이용할 설렁탕 한 그릇, 기름 한 통이 모두 경제다. 이 경제의 극대화된 모습이 (주)변호사다. 대형 로펌의 도내 이주여도 좋다. 지역 변호사들의 대형 로펌 구성도 좋다. 거기서 창출된 경제 유발 효과가 어느 기업유치 못지않을 것이다. ▶준비는 됐을까. 변호사업계의 특징이 있다. 스스로가 몸집을 만들어야 한다. 사건 당사자들이 찾을 면모를 갖춰야 한다. 고법 유치라는 숙원은 도민이 만들어줬다. 이제부터 그 열매를 따 먹는 것은 지역 변호사 업계의 책임이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가 그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변호사가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 재판에 안 갈 지역민들이 고법 개원에 갖는 유일한 관심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나도 받았다, 돈투(Money Too)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오는 13일에 열린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동시 선거로 농축협, 수협, 산림 조합 등 1천343곳에서 조합장을 선출한다. 경기지역은 181곳에서 조합장을 뽑는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까지 조합장 선거 관련 불법행위 220건을 적발해 298명을 검거했다. 10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은 3명은 구속됐다. 선거사범 유형은 금품선거 202명(68%), 선거운동 방법 위반 62명(21%), 흑색선전 27명(9%) 순으로 나타났다. 조합장 선거가 과열 양상에 혼탁선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조합장은 연봉 1억 원 안팎에 판공비가 최대 2억 원이다. 기사와 차량을 받고 최대 150명의 인사권을 쥔다. 조합 예산 집행과 사업 결정도 뜻대로 할 수 있다. 조합장을 발판 삼아 지역 기초의원을 거쳐 시장군수로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농수협 중앙회장도 노릴 수 있다. 그동안의 조합장 선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사생결단식 선거운동이 많았다. 5억원 쓰면 붙고 4억 원 쓰면 떨어진다는 5당4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돈 선거로 치러졌다. 뿌리 깊은 혼탁선거 차단을 위해 개별 실시되던 조합장 선거를 2015년부터 전국 동시 선거로 전환했다. 하지만 불ㆍ탈법의 금권 선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요즘도 겁없이 돈을 뿌리는 곳이 있다. 이례적인 것은 조합원들이 후보자에게 돈을 받았다고 폭로하는 돈투(Money Too)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당했다는 미투(Mee Too) 열풍이 용기있는 조합원에 의해 이번 선거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모 조합장선거 입후보예정자 A씨로부터 돈을 받은 조합원들이 자수와 함께 A씨를 신고했다. 나도 5만 원권 10장 묶음으로 50만 원을 받았다고 다른 조합원들도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광주에서만 단일 금품 수수 사건에 자수자가 11명이 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사회가 깨끗해져 가면서 신고제보가 늘고 있다. 2015년 3월 첫 선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돈을 받았다는 자수자가 늘어났다. 이는 선관위가 돈 선거 관행을 끊으려고 신고 포상금을 기존 최고 1억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합장 선거는 농어민이 스스로 조직한 조합을 이끌 리더를 선출하는 중요한 행사다. 지역 살림을 잘 할 능력있는 인물을 골라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돈을 뿌리는 사람을 신고하는 돈투(Money Too)가 조합장 선거의 적폐 청산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출산율 0.98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명대 시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출산율이 충격을 넘어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1977년 2명대(2.99명)로 떨어졌고 1984년에 1명대(1.74명)로 내려앉았다. 2017년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0명대로 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평균(1.68명)은커녕 초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꼴찌다. 출산율 0명대는 1992년 옛 소련 해체, 1990년 독일 통일 등 체제 붕괴ㆍ급변 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6천900명으로, 2017년(35만7천800명)보다 8.6% 감소했다. 출산을 주로 하는 30~34세를 포함, 가임 여성인구가 줄어든 데다 그나마도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만혼이 일반화된 영향도 크다. 결혼을 해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지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휴직하기가 쉽지 않고, 양육비ㆍ교육비 등이 많이 들어 아이를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사회ㆍ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사망자 수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29만8천9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3천400명(4.7%) 증가했다.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총 인구 감소시점이 당초 예상인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는 경제ㆍ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경제 성장과 내수 및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출산율 0.98의 쇼크를 간과해선 안된다. 고용ㆍ교육ㆍ주거 등 근본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육아휴직 급여나 출산장려금 등 일회성 현금을 주는 정책으로는 저출산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 정부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최근 12년간 12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저출산 대책, 백지상태에서 현실성있게 다시 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준비 없는 좋은 일자리 없다

인천시의 시장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26일 출범했다. 인천형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민선 7기 공약 실천 의지가 한껏 담겼다. 박남춘 시장도 이날 자신의 SNS 계정에 정말 잘 만들고 싶었던 위원회이다 보니 욕심도 냈고, 내 가족의 일자리 문제라 생각하고 절실함을 가지고 임하겠다라는 글을 올리며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자체가 질 좋은 평생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어지간한 준비 없이는 말이다. 다만, 이번 위원회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제단체, 여성, 청년, 사회적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선된 관계자 95명이 참여하는 점에 기대를 걸어본다. 준비를 잘할 수 있는 토대는 갖춘 셈이다. 우선 지역경제 기반과 어우러지는 인천형 일자리 모델 찾기가 급선무이다. 인천에는 경제자유구역, 인천국제공항, 항만, 바이오산업 등의 좋은 일자리 인프라가 그 어느 도시보다 탁월하다. 문제는 이 같은 일자리 인프라가 인천형 좋은 일자리로 연결돼야 하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의 토지공급 등 인천시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으며 성장하는 지역 내 대기업과 4차산업 기업 등은 인천 인재 얼마나 고용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인천은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충분히 양성했을까, 모두 짚어 볼 일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는 이미 직원 3천여명이 근무중인 영종도복합리트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시저스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등 사업장 당 1만명 고용 규모의 복합리조트 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복합리조트 산업에 대한 맞춤형 인재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인천 청년이 바라는 일자리 정책은 청년 수당이 아닌,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이다. 조기 퇴직한 신중년(50세 이상)에게는 연금 공백 걱정 없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자리위원회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대기업들의 지역 인재 고용 참여는 필수이다. 우리 아들이 인천 바이오 기업에 입사했어요, 언니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첫 출근 했습니다. 좋은 일 자리 자랑이 인천 곳곳에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지지대] 수원고법·고검 시대를 맞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 수원 고법ㆍ고검 시대를 맞아 경기지역 변호사업계에 이같이 우려 아닌 우려가 일고 있다. 수원 고법ㆍ고검 유치의 일등 공신 중 하나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경기지역 변호사들이 꼽히고 있다. 이들은 도내 각계각층 인사들과 함께 고등법원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 활동으로 결과를 만들어냈다. 경기도민과의 스킨십도 꾸준하다. 우선 경기도민을 위한 무료법률상담을 10년째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내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법률 지원을 비롯한 지역 현안 문제 해결에도 참여했다. 소년ㆍ소녀 가장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이들과 함께하는 사랑 나누기 행사도 20년째로, 그간 총 지원금액만 14억 원에 달한다. 또한 이들은 광교 법조시대에 대비해 지난해에 변호사 연수 강화, 각종 학회 및 세미나 활성화, 정기적인 판례연구회 등의 자리를 가지며 보다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원이 960명에 달했으며, 올해 1천 명을 넘을 전망이다. 그런 이들에게 장미빛 전망만이 펼쳐진 것은 아니다. 반드시 풀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광교의 특성상 사건의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 중대형 로펌에 몰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탓이다. 또한 광교 법조타운의 높은 임대료로 인한 지역 변호사의 법원ㆍ검찰과의 접근성이다. 광교청사 앞의 임대료는 구청사 앞에 있는 사무실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이로인해 기존의 사무실을 1~2년 더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곳도 부지기수이다. 실제 500여 곳의 구청사 앞 변호사 사무실 중 150~200곳의 사무실만 이전해 있다. 이를 방증하듯 법원ㆍ검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체국도 함께 이전했지만, 고법과 고검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해서 우체국 업무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기존 변호사 사무실들이 신청사보다 가까운 아주대 인근 우체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탓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고법ㆍ고검이 들어선 수원에서 아름다운 지역과의 상생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기생 김향화의 만세운동

기생(妓生)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호칭이다. 주로 잔치나 술자리에 등장한다. 노래춤 등으로 여흥을 돕는다. 다른 말로 예기(藝妓)라고도 한다. 난(蘭)을 쳤고, 시조(時調)도 읊었다. 조선 시대까지는 그랬다. 일제를 거치면서 이게 바뀐다. 몸 파는 여자라는 멍에가 씌워졌다. 비인간적 위생검사가 결정적 계기였다. 마당에 쳐진 칸막이에서 이뤄졌다. 옷을 벗기고 성기를 노출시켰다. 기생을 떠나 조선 여성에 대한 일제의 인권 침탈이었다. ▶김향화(金香花ㆍ1897년~미상)도 기생이다. 1919년 2월 25일 분가했다. 주소지는 수원읍 남수리 201번지다. 23살 되던 해 고종이 승하했다. 독살설이 꼬리를 물었다. 1월 27일, 장례식이 있었다. 그가 기생 동기 20여명과 수원역으로 갔다. 모두 하얀 소복 차림이었다. 기차를 타고 한양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장례식이 거행된 덕수궁이다. 문 앞에 수많은 백성이 모여 있었다. 그와 일행은 그들과 함께 곡(哭)을 했다. ▶3월 16일, 수원에서 만세시위가 시작됐다. 27일에는 수원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도 동참을 결심했다. 때마침 3월 29일이 위생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수원기생 33인과 함께 나섰다. 자혜병원으로 가는 길에 경찰서가 있었다. 경찰서 앞에 이르자 독립만세를 외쳤다. 경찰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나약한 기생들을 무참히 폭행했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합세했다. 시위가 커졌고 수원 만세 운동의 획을 그었다. ▶2개월간 고문받았다. 그래도 만세를 불렀다. 수원지청 분국으로 넘겨졌다.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그해 3월은 전국에서 만세 운동이 있었다. 일일이 보도하기에도 벅찼을 것이다. 그 속에서 기생 김향화의 만세운동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936년 6월 21일 자 매일신보가 이렇게 적고 있다. 수원기생 김향화는 태극기를 들고 여러 기생을 데리고 경찰서 문앞에서 만세를 불렀다징역 8개월을 선고한바방청석에 사람이 가득하였다. ▶1925년 수원예기조합 명단엔 그가 없다. 출소 후 기생 생활을 계속 할 수 없었던 듯하다. 1934년 우순(祐純)으로 개명한다. 더는 김향화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1935년 수원을 떠났다. 그가 남긴 흔적의 끝이다. 생계 때문에 기생의 길을 택했던 여인이다. 나라 잃은 설움과 여성 인권 침해에 몸으로 맞섰던 여인이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여인이다. 그가 떠나고 84년, 수원시청 현관에 그의 얼굴이 새겨졌다. 수원을 빛낸 위인 헌액 동판이다. 물론 여기서도 그의 마지막은 미상(?)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독립운동 거점학교 발굴

3ㆍ1운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은, 유관순(19021920)이다. 그녀는 일제의 불법 침략에 항거하며 3ㆍ1운동에 참여하고 고향인 아우내장터의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감옥에 갇혀서도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던 그녀는 18살의 꽃다운 나이에 서대문형무소에서 숨졌다. 일제는 만세운동을 주도한 그녀를 모질게 고문했지만 온갖 핍박에도 끝까지 굴하지 않았다. 이미 죽음을 각오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17살 학생 신분으로 3ㆍ1운동에 참여했던 유관순처럼 독립운동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 숭고한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독립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학교는 독립운동의 거점이 됐다. 지역주민들도 적극 동참했다. 경기도교육청이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거점으로 활용됐던 경기도내 학교 10곳을 발굴했다. 1919년 3월11일 안성의 양성공립보통학교(현 양성초)에선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독립만세 시위를 했다. 남진우 선생이 일본인 교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국인 교사, 학생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했다. 안성초등학교도 3월30일 안성군 주민 1천여 명이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했던 곳이다. 당시 군청이었던 곳에 안성초교가 세워졌다. 파주 교하공립보통학교(현 교하초)에선 3월10일 구세군 교인 임명애가 주도하는 독립만세운동에 1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가평공립보통학교(현 가평초)는 3월15일 가평군 북면과 군내면 주민 수백 명이 태극기를 휘두르며 만세운동을 벌였던 장소다. 3월28일 시흥군 서면 주민 200여 명이 만세 시위를 벌였던 노온사리경찰관 주재소에는 현재 온신초교가 세워져 있다. 3월27일부터 29일까지 한백봉, 한순희 선생이 주도해 낙생면민 등 1천여 명과 독립만세를 외친 곳은 현재 낙생고가 자리하고 있다. 수원고등농림학교(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지) 학생들은 1923년 학교를 상대로 조선인 차별금지 등 7가지 요구 사항을 걸고 비밀결사 활동을 벌였다. 또 3월3일 학생 36명이 기숙사를 빠져나와 서울서 펼쳐진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했다. 장현공립보통학교(현 장현초), 오산공립보통학교(현 성호초), 광주공립보통학교(현 광주초) 등에서도 독립운동이 펼쳐졌다.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거점지였던 학교들에서 만세운동을 재연하고 있다. 지난 22일 성남 낙생고에 이어 3월5일엔 화성 고정초에서, 11일엔 파주 교하초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독립운동의 역사가 바로 여기, 우리 동네ㆍ우리 학교에 있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곳이 역사의 산 교육장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육체노동 가동연한

가동연한(稼動年限)은 사람이 일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한 연령이다.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을 해서 일을 못하게 된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된다. 그 사람의 예상 수입이 언제까지 발생할지 정하는 마지막 날짜가 되는 것이다. 보통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정년(停年)이 기준이 된다. 직업이 없는 상태이거나, 별도로 정년이 정해지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사고를 당할 경우엔 법원이 판결을 통해 판단을 한다. 소설가와 의사는 65세, 성직자나 변호사는 70세 등이다. 일용노동자나 일반인들의 가동연한은 60세가 기준이었다. 최근 가동연한을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89년 55세에서 60세로 높인 이후 30년 만에 바뀌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물놀이 사고로 사망한 아이의 부모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런 판단을 내놨다. 사망한 아이가 60세가 아닌 65세까지 일한다는 전제로 배상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989년 전합 판결 이후 가동연한이 만 60세로 됐지만 그동안 평균 수명이 늘었고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졌다며 제반 사정이 현저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65세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우리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은 지난 30년간 급속하게 발전했다. 1989년 판단 당시 국민 평균 수명은 남성 67세, 여성 75.3세였으나 2017년에는 남성 79.7세, 여성 85.7세로 늘었다. 경제 규모도 커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89년 당시 6천516달러에서 2018년 3만 달러로 늘었다. 기초연금 대상도 이미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바뀌었다. 건설현장을 비롯한 산업현장 곳곳에는 60세 이상 인력이 적지 않다. 대법원 판결은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뿐 아니라 보험금 지급액도 늘어 보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에 대한 상향 논의도 이뤄질 것이다. 실제 정년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고용시장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 취업이 늘어 청년실업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각종 연금의 수령개시 연령과 노인복지 관련 법령 및 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사회적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자칫 세대간ㆍ계층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문화의 총체 모어(母語)가 사라진다

낯선 타지에서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올 때의 반가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반가운 마음의 근원은 바로 한국어가 우리의 모어(母語, Mother Language)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언어라는 뜻처럼, 모어는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듣고 배우는 언어를 의미한다. 이러한 모어가 사라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발간하는 보고서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 지도(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200여 개의 언어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상에 존재하는 6천여 개의 언어가 2주에 하나꼴로 소멸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언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100년 이전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언어란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다. 그 언어를 쓰는 민족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언어를 통해 인류가 지닌 풍부한 창의성과 세계관, 가치체계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적된 삶의 경험과 지혜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는 문화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백, 수천 년 동안 그 언어로 사유되고 표현돼온 문화유산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소멸하여가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매년 2월21일을 세계 모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로 지정,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인류가 지닌 언어의 다양성 보존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해마다 지구촌의 주요 현안을 주제로 세계년(International Year)을 제정하는 유엔은 올해를 세계 토착어의 해(International Year of Indigenous Languages)로 정해 모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 토착어의 해와 세계 모어의 날을 맞아 언어가 가지는 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여유의 미학

빨리 빨리!, 이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통용되는 말일 듯하다.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입에 달고 다닌 대표적 단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 관광객을 본 현지인들의 첫 마디가 돼 버렸다. 어느덧 한국인에 대한 인사말로 정착된 지 오래다. 그도 다소 멋쩍은 듯 웃는 표정 속에 건네는 말이다. 식당에서나 아님 관광지 관람 중에서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빨리 빨리,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가 돼 버렸지만 그들의 귀에는 의아함이 분명해 보인다. 그 옛날 유유자적(悠悠自適), 멋과 여유를 즐겼던 조상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격변하는 역사의 파동기를 거치면서 달라진 민족성임을 실감케 한다. 필자는 최근 새삼 여유(餘裕)를 만끽하고 있다. 최근 50여 일 동안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왔기 때문일까? 되돌아보면 일상을 바쁘게 보낸 때가 비단 50여 일만이 아닐 듯 싶다. 지내왔던 시간들이 바쁨의 연속이었던 듯하다. 뭐가 그리 급했던지, 먹고 살기가 그리 빡빡했던지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고된 일과는 OECD 주요국 연간 노동시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OECD 39개국 평균 노동시간은 1천763시간이다. 한국은 2천69시간으로 대상국가 중 세번째로 많다. 멕시코가 2천255시간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코스타리카(2천212시간), 한국(2천69시간) 순이다. 반면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는 프랑스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등의 순으로 꼽혔다. 누가 봐도 선진국, 곧 짧은 노동시간 국가란 등식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를 휘감은 신조어는 단연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뜻이다. 삶에 대한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말일게다. 경제 행위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에 대한 삶의 만족도에 무게추가 실리는 단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도 통상어가 됐다. 입춘이 지나면서 어느덧 풋풋한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여유로운 봄이다. 기해년 봄의 문턱, 여유를 가져보자.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계륵(鷄肋)

한중(漢中)은 토지가 비옥했다. 익주(益州)를 차지한 유비에게 유리했다. 조조 진영에는 탈영자가 속출했다. 지키자니 희생이 너무 컸고, 버리자니 옥토가 아까웠다. 이런 때 저녁 식사로 닭국이 바쳐졌다. 닭의 갈비를 보며 조조가 생각에 잠겼다. 먹을 데는 없는데, 버리자니 아깝구나. 때마침 부하 하후돈이 들어와 암호를 청했다. 조조가 계륵(鷄肋)으로 하라고 명했다. 모두 뜻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조용히 웃었다. ▶지만원씨 관련 영상 중 이런 게 있다. 수년 전 했던 발언이다. 5ㆍ18 북한군 개입의 근거를 설명한다. 눈빛 보십쇼. 몸매 보십쇼. 총을 든 병사 한번 보십쇼. 궁뎅이하고 허리하고 한번 보세요. 저 몸매 한국군 군대에서 나오기 어렵습니다몽둥이 들고 있는 폼 보세요북한식 걸음걸이입니다두 사람이 총을 거꾸로 멨습니다. 북한 사람은 총을 거꾸로 멥니다. 눈빛으로 적을 구별하나. 거꾸로 총 메면 북한군인가. 논리적이지 않다. ▶과격한 발언도 많다. 나경원 ○○여자 아니에요, 그거. 5ㆍ18 진상조사위원 선정을 두고 한 욕설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모욕이다. 당장에 문제 될 일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말 못한다. 지씨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뒤에 태극기 부대 때문이다. 1년 넘게 광장에서 단련된 부대다. 보수의 보루임을 자처하는 부대다. 당원으로 수천명을 입당까지시켰다. 판(版)을 흔들 준비를 끝낸 것이다. 하필 그 태극기 부대에 연사가 지씨다. ▶지씨 참석 토론회가 사달이 됐다. 5ㆍ18 폄훼 정국으로 번졌다. 여론은 지씨의 잘못을 말한다. 어렵게 만회한 지지율이 추락한다. 그렇다고 지씨와 단절하지도 못한다. 태극기 부대의 노여움을 살까 봐서다. 지만원을 안 끊으면 여론이 날아가고, 지만원을 끊으면 당권이 날아간다. 지금 한국당이 빠진 딜레마다. 건강한 보수들이 조언한다. 태극기 부대와 지만원 궤변은 별개다. 결별하라. 하지만 한국당은 결단하지 못한다. ▶조조의 뜻을 알아챈 건 양수(楊修)다. 부하들에게 짐을 꾸리라고 지시했다. 닭의 갈비뼈는 먹을 만한 데가 없다.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깝다. 공은 돌아가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조조가 양수를 죽였다. 영특함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과감히 결단했다. 양수의 말대로 철수했다. 그런 조조가 다스린 위는 늘 대국이었다. 유비의 촉, 손권의 오를 압도했다. 천하를 거머쥔 것도 조조였다. 계륵을 처리하는 지도자의 자세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고려인 독립운동 기념비

올해는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임시정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상해 임시정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수립한 최초의 임시정부는 1919년 2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만든 대한국민의회다. 같은 해 3월1일 독립선언을 한 뒤 4월에 상해 임시정부와 한성 임시정부 등이 잇따라 수립되는데 대한국민의회는 이보다 두 달 먼저, 31 독립선언이 있기 전에 수립됐다. 그러나 지리적ㆍ정치외교적 여건 때문에 1919년 9월 상해로 임시정부가 통합되면서 대한국민의회와 연해주 독립 운동가들의 존재는 잊혀져갔다. 더욱이 광복 이후 분단의 길로 들어서면서 옛 소련지역의 독립운동에 대해 관심갖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고, 세월이 지나면서 증거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조선인들은 19세기 후반부터 연해주(沿海州)에 이주해 살기 시작했다. 연해주는 두만강 위쪽이자 시베리아 동남쪽 동해에 인접한 지역이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대표적인 도시다. 일제강점기에도 이주해 살거나 독립운동을 벌였다. 그들과 후손들은 고려인이라 불린다. 1937년 소련 극동지역 연해주에 살고있던 고려인 17만여명이 스탈린 명령에 따라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뿌리를 잃고 강제이주 당한 그곳, 버려진 땅에서 힘겹게 살아온 고려인들은 나중에 일부는 연해주로 재이주하거나 아직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극히 일부는 뒤늦게 조국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내 거주 고려인은 8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안산과 광주광역시 등이 대표적인 고려인 거주지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대한고려인협회를 창립했다. 그리고 올해 국내 거주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국민위원회 등과 함께 고려인 독립운동 기념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억되지 않은 독립운동사로 불리는 연해주 고려인들의 영웅적인 항일 투쟁을 기억하는 기념비를 연내 국내에 세우기로 한 것이다. 홍범도, 최재형, 신채호, 안중근, 이동휘, 이상설 등은 일제 강점기 연해주 등에서 항일 독립운동의 불꽃을 피운 투사들이다. 이름 모를 수많은 독립투사들도 있다. 분단과 이념에 가려져 이들의 항일 투쟁의 역사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묻혔다. 뒤늦게라도 고려인들의 영웅적인 삶을 기념하는 비를 조국 땅에 세울 수 있게 돼 무척 다행이다.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고려인의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고려인 독립운동 기념비 건립에 국민 참여의 손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고령 운전자

지난 12일 저녁 서울 청담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96세의 유모씨가 호텔 주차장 벽을 들이받았다. 유씨는 충돌 후 차를 후진하다 그랜저 차량과 부딪혔고, 이어 길 가던 30세 여성을 쳤다. 유씨는 이 여성을 친 후에도 계속 후진해 도로 반대쪽 건물 벽에 부딪쳤다. 차 밑에 깔린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부산에서 70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후진 도중 햄버거 가게로 돌진했고, 같은 해 11월엔 경남 진주에서 주차를 하던 70대 운전자가 역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병원 입구로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 사망사고를 낸 유씨는 1종 보통 면허 소유자다. 지난해 7월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통과했다. 현행 규정상 면허 갱신을 원하는 사람은 본인이 질병 보유 여부를 적고 시력 검사를 받은 후 문제가 없으면 면허가 갱신된다. 5분 정도면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지능력과 신체 반응력이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헷갈리거나, 사고를 내고 당황해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아 차량이 급발진하듯 튀어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5년 2만3천63건, 2016년 2만4천429건, 2017년 2만6천71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4년 9%에서 2017년 12.3%로 늘었다. 7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최근 4년 사이 75%가량 증가했다. 고령 운전 위험 논란에 정부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2시간짜리 교통안전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적성검사 실효성은 고려하지 않고 검사 주기만 단축됐다. 75세 이상 노인은 건강 상태가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에 정기 검사와 함께 수시 검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남편 필립공(98)이 최근 교통사고를 낸지 이틀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아 비난이 일자 운전면허를 포기했다. 고령층 운전은 세계적 이슈다. 우리도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한 경우는 1만1천916명으로 65세 이상 운전자의 0.4%에 그쳤다. 일본은 면허를 반납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통비 지원, 안경ㆍ보청기 구입 시 할인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도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실효성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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