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지방언론과 FA제도

지방지 기자로 살아오면서 참 많은 후배를 만났고, 떠나 보냈다. 사람인지라 조금 더 아쉬웠던 친구도 있었고, 심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친구도 있었지만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모두 아픈 손가락이었다. 당시에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로드맵이 있고, 가치관의 우선 순위가 다르니깐 그 선택도 다르겠지라고 쓴 웃음을 지은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동네, 특히 경기지역 언론시장에 우스개 소리로 기자들의 씨가 말라가면서 얘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포츠, 특히 야구라는 프로 종목에는 FA(free agent)제도가 있다. FA란 일정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한 뒤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 또는 그 제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1999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정에 따르면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해당 선수가 받은 전년도 연봉의 200% + 보상선수 1명(구단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 또는 전년도 연봉의 300% 중 하나를 보상해줘야 한다. 결국 자신의 구단이 더 나은 선수를 보강해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원칙인 셈이다. ▶다시 경기지역 언론으로 화제를 돌리자면, 좁은 취업문으로 중앙지 입사 시험 준비를 하다가 지방지를 선택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지방지에 도전했던 이들이 일정 기간 경력을 쌓으면 경력기자 채용이라는 미명 하에 중앙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종편시대까지 더해 경기지역 젊은 기자들은 너도나도 서울로, 서울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올챙이가 개구리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없으며, 경기지역 언론 환경은 인력난이라는 고충까지 덤으로 떠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방 언론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기업 인재의 대기업 유출도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법률 제정 등 법제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방 자치분권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지방언론, 지방의 강소ㆍ중견기업 등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설 수 있을 때 자치분권도,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도 꿈 꿀 수 있는 것이다. 지방에 대한 중앙의 FA는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의무이자, 책무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지지대] 우리 삶의 일부 ‘커피’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7080세대면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노랫말을 흥얼거릴 추억의 그룹 노고지리의 찻잔이다. 단조롭고 잔잔한 록발라드풍의 멜로디는 지금도 명곡으로 꼽힌다. 1970년대 말에 나온 이 노래는 음반가게 스피커를 통해 거리에 울렸고 젊은이들이 즐겨 드나들던 음악 다방이나 심야 라디오 프로를 통해 국민가요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한국 가요계는 디스코 열풍으로 빠른 템포가 주류를 이뤘고 사회는 2차 오일파동, YH 사건, 부마항쟁 등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뜨거웠다. 더욱이 10ㆍ26사태로 유신정권과 긴급조치가 종식돼 민주화의 봄을 기대했지만 군(軍)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12ㆍ12쿠데타로 날벼락을 맞았다. 젊은이들에게는 그윽한 커피 향 대신 최루탄 가스로 범벅된 시대였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의 노래가사중). 가수 장기하는 말하듯 한 특유 창법으로 20대의 일상을 커피로 담담하게 노래했다. 훤칠한 키에 서울대생의 엄친아 장기하는 2세대 인디 씬의 아이콘이었다. 88만 원 세대, 5포 세대의 젊은 애환을 대변하는 가사는 웃기면서도 슬프고 허탈했다. 하지만 성공과 경쟁을 요구하는 시대에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젊음에 활력소가 됐다. 기성 시대에 휘둘리지 않는 자아 성찰의 여유였다. 올해 겨울은 온화하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북극 한파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겨울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최근 커피 시장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인기다. 한겨울에 따뜻한 음료가 아닌, 얼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시대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삶이 고되고 힘들어도 그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커피 한잔 마시면 족하다. 김창학 경제부장

[지지대] 시원한 생태탕

꽤 자주 가던 식당이다. 차림표는 필요 없다. 의례 나오는 음식이 있다. 냄비를 무ㆍ푸성귀가 덮었다. 그 속에 생선 토막이 보인다. 끓어 오르던 국물이 튄다. 먹어도 좋다는 신호다. 식도가 따끔거리며 국물이 넘어간다. 고춧가루 뒤집어쓴 생선살이 부드럽다. 자작해진 끝물엔 밥이 제격이다. 붉은 국물에 만 밥 한 공기가 식사 끝이다. 90년대, 수원 남문의 생태탕 집이다. 직장인들이 숙취를 달래던 곳이다. 늦게 가면 자리 없는 집으로 통했다. ▶인터넷이면 안 될 게 없다. 생태탕 요리도 정리돼 있다. 주 재료로 생태(500g) 한 마리를 준비한다. 부재료는 콩나물 100g, 쑥갓 25g, 무 150g, 미나리 25g이다. 양념은 고추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소금 약간, 고춧가루 2큰술을 넣는다. 누구나 할 생태탕 요리다. 그런데 도대체 그 맛이 안 난다. 같은 단맛인데 너무 다르다. 속을 긁어대는 매운맛도 다르다. 젓가락이 꽂히는 무도 다르다. 50, 60대 기억 속 생태탕 레시피는 어디에도 없다. ▶2011년. 생태탕이 위기를 맞았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원전 방사능이 바다에 유입됐다. 일본 수산물이 곧 죽음의 음식이 됐다. 끔찍한 사진들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일본산 생태를 쓴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생태탕 전문점들이 문을 닫았다. 황태찜, 아귀탕으로 메뉴를 바꾸기도 했다. 2013년 이런 조사결과가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생태 반입이 75% 줄었다. 한 대형 마트의 생태 판매량이 85%나 줄었다. ▶2019년. 생태탕이 또 위기다. 이번에는 법에 의한 강제다. 국내산 생태탕 판매가 불법이 됐다. 생태탕 맛의 생명은 신선도다. 냉동하지 않은 명태로 끓여야 제맛이다. 국내 연안에서 잡는 명태가 적격이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불법 어획이 판을 치게 됐다. 결국,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렸다. 소비자 식탁에 오르지 못하게 막았다. 12일부터 열흘간 단속반이 돌아다닌다. 그 옛날 생태탕을 팔았다가는 그 즉시 범법자가 될 처지다. ▶1991년 명태 어획량이 1만톤이었다. 이게 2008년 0톤으로 떨어졌다. 그 후에도 0~5톤을 오간다. 명태를 살리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오죽했으면 생태탕까지 단속하겠나. 알면서도 씁쓸함은 있다. 사실상 사라진 국내산 생태탕이다. 굳이 손님 식탁까지 뒤질 필요가 있을까. 명태 불법 조업 단속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이래저래 생태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칼칼한 국물, 부드러운 고기, 고소한 곤이해장한다며 또 마셔버린 소주 한잔. 김종구 주필

[지지대] 구글세

구글세(Google tax)는 다국적 IT기업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특허료 등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조세 조약이나 세법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았던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는 것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다국적 IT기업들은 고세율 국가에서 얻은 수익을 특허 사용료나 이자 등의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 계열사로 넘겨 세금을 회피해왔다. 이들 회사들의 합법적 탈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글은 2011년 영국에서 32억 파운드(약 5조4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구글이 영국 정부에 낸 법인세는 600만 파운드(약 100억 원)가 전부다. 영국 법인세율이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을 안 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글 측은 자사 사이트를 통한 신문 게재가 언론사 트래픽을 늘리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사용료 지불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국제 조세협약에 따르면, 법인세는 이익이 발생한 곳이 아니라 법인이 소재한 곳에 내도록 돼있다. 유럽연합(EU)도 그동안 구글세 도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EU 내에서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려면 28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는데, 아일랜드 등 다국적 IT기업 법인이 있는 나라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애플의 유럽 본부는 아일랜드에, 아시아본부는 싱가포르에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가 독자 행동에 나서 올해부터 구글세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거둔 이익에 대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를 경유해 과세를 피하는 방법으로 탈세하고 있다고 애플을 압박해왔다. 이에 애플이 최근 10년간 체납해온 세금을 5억유로(약 6천400억 원)로 확정하고 이를 납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르피가로 등 현지 언론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아마존은 20062010년 미납세금으로 프랑스에 2억200만유로를 납부한 바 있다. 우리도 인터넷 공룡기업들에 대한 디지털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7년 구글의 한국 매출은 4조9천억 원에 이르지만 납부한 세금은 20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매출 4조8천억 원인 네이버는 4천321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정부여당이 한국판 구글세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미국이 통상 압박 카드를 꺼내들까 눈치를 보는 모양이다. 국제적인 과세 기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프랑스 사례를 참고해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다국적 IT기업의 조세 회피를 나몰라라 할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존엄사법 시행 1년

2008년 11월 28일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도 좋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존엄사(尊嚴死)가 법적으로 인정된 국내 첫 사례다. 8개월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던 김모 할머니(76) 자녀들이 대학병원을 상대로 어머니 뜻에 따라 자연스러운 사망을 위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판결 후 병원은 김 할머니에게 인공호흡기 대신 인공 영양ㆍ수액만 공급했다. 할머니는 201일간 자가호흡을 하며 생존하다가 2010년 1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존엄사 논의가 본격화됐고, 지난해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이 시행됐다. 불필요한 연명 의료를 중단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부여한 존엄사법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법 시행 후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3만5천여 명에 이른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11만4천여 명이다. 의향서는 나중에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미리 작성할 수 있다. 연명 의료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부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하는 행위다. 존엄사법 시행 이전엔 인공호흡기를 달고 심장 박동만 유지되게 하는 등의 무의미한 연명 치료로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컸다. 법 시행 이후엔 편안한 죽음 자연스러운 죽음 등 품위있게 삶을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존엄사를 바라보는 시민 인식이 달라졌고 임종문화도 크게 바뀌었다. 3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존엄사법 개정안은 의식없는 환자의 연명 의료를 중단할 때 동의 받아야 하는 가족을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축소했다. 지금은 배우자와 자녀손주증손주 등 모든 직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배우자와 부모, 자녀의 승낙을 얻으면 된다. 존엄사법으로 웰다잉의 기초가 마련됐지만 호스피스 병동 확충 및 지원,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병원 윤리위원회 설치, 관련 전문인력 확충 등 개선할 부문도 적지않다. 죽음이란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던 우리 사회가 죽음을 직시하고, 죽음을 대하는 자세와 품격있는 삶의 마무리를 터놓고 얘기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누구나 죽고, 죽는 것 또한 삶의 일부니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새해에는 솔직해집시다

설 명절을 맞아 모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이 직장생활과 결혼, 학교 이야기 등 주제가 오간다. 그러다 경제 분야로 주제가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올해는 매우 어렵다는데 말이야, IMF 때보다 더 어려운 거 같아, 갑분싸 요즘 말로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화목하던 분위기에 일순간 침울한 한국 경제란 녀석이 찬물을 끼얹는다. 왜 하필 그때여야 했을까? 연휴가 지나 발표가 됐더라면 어땠을까? 통계청의 2018년 12월 산업활동동향 말이다. 통계청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지난해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했다. 작년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생산과 투자가 동반 감소했단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전(全) 산업 생산 증가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와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 연속으로 함께 하락했다는 핵폭탄도 곁들였다. 두 지표가 이렇게나 장기간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197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을 코앞에 두고 발표된 우리 경제의 낙제점이 적힌 경제 성적표는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이뿐 아니다. 새해를 맞아 잇따라 발표된 각종 경기지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체감경기와 경기전망지수 역시 역대 최악이다. 수출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 두 달 연속 감소해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어떠한가? 국민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부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국민을 울리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좀 솔직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위기에 빠뜨린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깊어질 것이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정치적ㆍ이념적 견해를 떠나 우리 모두 올해는 좀 더 솔직해집시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지지대]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설명절 연휴 중간에 절기상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갔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음력으로 정월의 절기이고 양력으로 2월4일이다. 태양이 황경 315도에 왔을 때를 일컬으며 동양에서는 이 날부터 봄이라 했다. 입춘 전날을 철의 마지막이라는 절분(節分)이라 하며, 이날 밤을 해넘이라 불렀다. 따라서 입춘을 마치 연초(年初)처럼 본다. 입춘 전날이 절분인데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귀신을 쫓고 새해를 맞는다고 한다. 지난 5일 설날 차례를 지내기 위해 큰댁에 갔다.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 붙어 있었다. 예부터 입춘이 되면 좋은 일, 묵은해의 액운은 멀리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며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 대문이나 기둥 등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내용의 입춘축을 붙였다. 최근에도 행해지는 입춘의 풍습으로 종이에 입춘을 송축하는 글을 써서 대문에 붙이는 일이다. 보통은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에 크게 길하다)이라고 적어 대문에 붙이며 이를 입춘첩(立春帖) 또는 입춘축(立春祝)이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글귀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여라) 등이 있다. 양력으로 2019년이 시작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동양의 정서상 묵은해의 액운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시기가 됐다. 지난해 희망적인 소식보다는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문명은 더욱 발달하는데 사람들은 살기 힘들다고 하는 것일까. 묵은해의 어려움은 다 사라지고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입춘축처럼 기해년 새해에는 집집마다 맑은 날이 많고, 좋은 일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체육계 개혁, 속도보다 신중을

지난 1월8일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심석희 선수에 대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사실이 대한민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를 신호탄으로 전 유도선수 신유용씨의 성폭행 폭로 등 체육계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ㆍ의회, 체육계ㆍ교육계는 스포츠 비리의 근절 대책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성적 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엘리트 중심 스포츠 시스템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라 전반적인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했다. 엘리트체육의 근간인 지방자치단체와 체육회 등 관련 단체들도 발빠르게 대처하며 전수조사와 관련자 엄벌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합숙 위주, 도제식 훈련방식의 근원적인 쇄신 등을 약속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대한체육회(KSOC)와 분리하고, 소년체전을 폐지해 전국체전 고등부에 통합하는 학생체육축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제대회 입상 우수선수 및 지도자에게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금, 병역특례 제도의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이 같은 체육계 전반에 걸친 고강도 쇄신 계획에 대해 체육계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변화 필요성과 제도의 개선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는 여론이다. ▶먼저 강압적인 훈련과 체벌ㆍ폭력ㆍ성폭력 등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지만, 묵묵히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들이 훨씬 많음에도 마치 체육계가 악의 소굴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다. 더불어 일부 잘못된 소수 지도자들의 일탈이 스포츠 기관을 강제 분리하고 체육대회를 통ㆍ폐합 하는 것과 합숙제도의 폐지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함께 이로 파생될 문제점과 방식의 옳고 그름을 충분히 따져보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계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의 환부는 반드시 도려내야 하고, 암덩어리를 제거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직업을 선택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꿈을 이루려는 길을 막아서는 안된다. 또한 단지 스포츠라는 이유로 음악과 미술, 연예, 과학 등 다른 분야와 차별 받아서도 안될 일이다. 변화와 개혁의 고삐를 더욱 당기되 그 시행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하고, 진정 무엇이 대한민국의 체육을 살리는 길인지 고민해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유지경성(有志竟成)

지난 29일 오후 수원시청으로 들어서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로비에서 만났다. 평소 같았다면 반갑게 인사를 했을 터이지만, 염 시장이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지 잘 알고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른 척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염 시장이 호준기자~라며 불러 세웠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악수를 나누며 씁쓸한 미소만 건넸다. 염 시장은 청와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에서 신분당선 호매실구간 연장사업이 빠지자 곧장 청와대로 올라가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분노하고 있는 수원시민의 성난 민심을 전하고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수원시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정부는 국내 1호 트램 사업 대상지로 부산을 선택했다. 부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수원시는 오랫동안 트램을 준비해온 만큼 더욱 큰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러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정부는 예타 면제 사업에서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사업을 제외하면서 수원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분노는 정부는 물론 당연히 수원시의 수장인 염태영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에게 향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 9년 동안 한결같이 염태영 시장을 지지해 줬기에 더 큰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수원시민인 필자 역시 많이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청와대에 항의방문하고 돌아오는 염 시장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곳저곳 걸어다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염 시장의 바지에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염 시장의 헝클어진 머리에서 말이다. 유지경성이라는 말이 있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2019년 첫 달부터 안타까운 탄성이 여기저기 쏟아지고 있는 수원시지만, 시민들이 한 번 더 간절히 뜻을 모은다면 트램이든 신분당선 연장사업이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그 속에서 염 시장이 어떠한 행보를 하는지 지켜보려 한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지지대] 조정식 발언 ‘유감’

조정식 의원이 말했다.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방에는 철도, 도로, R&D 시설 등 공공인프라 구축이 늦어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균형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이런 말도 했다. 지역간 불균형 시정을 위해 추진되는 문재인 정부 사업은 혁신성장판을 열고 지역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필수조치다. 29일 오전 민주당 원내 대책 회의에서의 발언이다. 그는 민주당 정책위의장이다. ▶같은 시각, 경기도민은 긴장하고 있었다. 서수원권 주민과 포천시민이 특히 그랬다.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발표를 앞둬서였다. 대통령이 이미 비수도권 중심의 선정을 표한 터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수원지역 시의원ㆍ도의원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포천시민 1천여명은 삭발투쟁까지 했다. 바로 그 결정을 한 시간여 앞두고 타전된 조 의원의 발언이다. ▶조 의원이 수도권 비수도권을 구분 짓지는 않았다. 수도권 제외에 찬성한다는 표현은 더더욱 없었다.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방, 국가 재정법상 지역 균형발전이라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경기도민에겐 섭하게 들렸다. 예타 면제 정국에서 지역 균형 발전은 곧 비수도권 중시를 뜻한다. 대통령, 부총리도 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고 표현했고, 그게 수도권 배제로 해석됐다.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인데. ▶2016년 6월 24일, 이런 기사가 있다. 국토교통위원장이던 조 의원의 인터뷰다. 지방을 위해서 수도권을 다 규제로 묶어야 한다는 식으로 과도하면 안 된다수도권의 경제활동과 기업활동을 위해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부분적으로 완화할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이다. 수도권 규제론와 국토 균형발전론에 차이가 있나. ▶지난해 6월 15일, 이런 행사가 있었다. 시흥으로 가는 서해선 개통식이다. 시흥시민의 20년 숙원이 풀리던 날이다. 조 의원이 축사에서 이런 약속을 한다. 신안산선 사업자 선정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토부와 협상을 완료해 조기 착공되도록 힘을 모으겠다. 시흥시민이 환호한다. 수원시민과 포천시민이 요구했던 것은 신분당선 연장 철도와 7호선 연장 철도다. 시흥의 서해선, 신안산선도 철도다. 뭐가 다른가. ▶수도권을 빼도 좋다고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도권 규제 합리화에 대한 소신이 바뀐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유감인 건 이 때문이다. 왜 하필 예타면제 발표 직전에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했는가. 왜 하필 도내 유일한 중책의원인 그가 말했는가. 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수도권을 역차별해선 안 된다고 말했으면 안 됐을까. 이제 곧 공공기관 18곳을 또 빼 갈 모양이던데. 기댈만한 정치인이 경기도에는 없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

자유한국당이 지난 24일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이란 이름으로 농성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하자 나선 대여 투쟁이다. 한국당은 조 위원 임명 강행뿐 아니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갖가지 문제가 쌓여 있다고 농성 이유를 밝혔다. 단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 이어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1일 2개 조로 편성했다. 1개 조당 5시간 30분씩 단식 농성을 하는 것이다. 단식 조장격인 단식 릴레이 책임의원도 정했다. 그런데 한국당이 야심차게(?) 시작한 릴레이 단식이 조롱거리가 됐다. 5시간 30분짜리 단식이 단식이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에서 이런 게 단식이냐. 개그다 세끼 챙겨먹는 단식도 있냐 릴레이가 아니라 딜레이 단식이다 웰빙 단식하나 단식 농성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 등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단식 생쇼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국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어처구니없는 투쟁으로 국민에게 제1야당의 역할이 각인 되겠느냐고 했다. 이재오 상임고문도 페이스북에 대여 투쟁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을 바쳐야 한다며 5시간 30분은 누구나 밥 안 먹는데 무슨 릴레이 단식이냐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단식 용어가 조롱거리가 된 것은 유감이라며 불끄기에 나섰다. 원래는 한 분이 종일 단식하는 형식을 하려다 의원들이 지금 가장 바쁠 때라서 2개 조로 나눴다고 했다. 이 말이 또 꼬투리를 잡혔다. 모든 의정활동을 내팽개친 의원들이 개점휴업 상태인데 도대체 무슨 일로 바쁘냐는 것이다. 한국당은 결국 릴레이 단식 농성에서 단식이란 표현을 뺐다. 단식은 합법적 수단으로는 도저히 권력에 맞설 수 없던 시절, 정권에 대항하던 수단이었다. 목숨을 걸 만큼 비장했기 때문에 DJ(김대중)ㆍYS(김영삼)는 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었다. 절박함과 간절함의 마지막 수단인 단식을 한국당이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일까, 국민 반응은 싸늘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무개념 이벤트에 비웃음만 샀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국민 눈높이나 상식에 맞지 않는 단식은 그만하고, 대신 밥값이나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노인연령 상향

최근 국내 출간된 노인은 없다는 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 꼽히는 마크 아그로닌 박사의 건강하고 희망적인 노년에 대한 안내서다. 아그로닌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노년을 단순히 쇠락하는 시기로 여겨서는 안 되고, 나이 듦에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나이 듦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만 노년에 잠재돼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능력으로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 등을 꼽았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식생활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0세 이상 고령자는 3천906명으로 7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65세가 기준인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전체의 14%인 726만 명이다. 1980년 65세 이상 인구(145만 명)에 비해 5배 늘었다. 2025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가 되면 무료 지하철에 기초연금, 노인돌봄서비스, 장기요양급여 등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는다. 이대로 가면 출산율은 낮은데 노인인구만 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국가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노인 기준을 65세로 잡은 것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의 기대수명 66.1세를 감안한 것이다. 40년 가까이 지난 올해 기대수명은 82.6세다. 현재의 노인 기준 65세는 시대적 변화에 맞지 않는다. 노인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얼마 전 서울시가 65세 이상 노인 3천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 연령이 72.5세였다. 노인 중 40.1%는 75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 연령 상향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문제는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것이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등 복지혜택과 직결돼 있어 노인 빈곤을 막기 위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노인 기준이 높아지면 60대는 퇴직 후 오랜 기간 연금과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좋은 해결책은 정년 연장과 시니어 일자리 늘리기 등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칫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면 세대 간 갈등을 나을 수도 있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는 필요하되 실버 푸어 등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국민이 지킨 100년 전 역사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전후 처리를 위해 파리강화회의가 열렸다. 독립운동가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파리강화회의에 신한청년당의 이름으로 한국 대표를 급파했다. 2월8일 일본 도쿄에서 유학생들이 2ㆍ8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다. 이후 3월1일 서울과 평양ㆍ진남포 등 6개 도시에서도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3월1일 7군데 도시에서 일어난 만세시위는 다음날부터 인근지역으로 확산됐다. 3월 중순을 넘어서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중남부 지방에서 주로 일어났다.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만세시위의 절정기를 이뤘다. 3ㆍ1운동은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시위를 주도했고 동참했다. 민족의 일원으로서 누구든 시위를 조직하고 참여하고자 했던 자발성은 폭발적이었다. 유림과 식민통치에 협조하던 면장ㆍ구장과 같은 관리는 물론 청소년들까지 누구든 조직하고 참여하는 자발성, 그것이 3ㆍ1운동이 전국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게 만든 힘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중국 상해에서 한국독립운동자들이 수립했던 임시정부의 명칭이다. 상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민족운동가들의 모임, 신한청년당이 31 운동 이후 상해로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의 모임, 임시의정원을 구성하고 4월13일 정식으로 이승만을 국무총리로 하는 민주 공화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구성한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한국인의 이념적 정부로 독립운동의 통합을 시도했다. 실제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 815광복까지 단절되지 않고 존재한 유일한 기구였고, 또 국제적으로 한국인의 독립의지가 감상이 아닌 현실적 요구라는 것을 보여준 실체로서 존재한 조직이었다. 3ㆍ1 운동을 조직하고 임시정부를 구성한 100년 전 선조들은 이 땅을 지키고 가족과 형제를 지키고 보호하고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100년 후 후손들은 그들의 정신을 기리고자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도내 지방자치단체는 3ㆍ1운동ㆍ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도내에서 열리는 기념사업들이 독립을 위해 저항한 선조들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힘없는 나라의 시작을 열었던 임시정부 구성의 정신이 제대로 계승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를 비롯해 지자체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해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100년 전 그들의 정신이 오늘에 전달되고 미래에 계승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오늘날 우리들의 감사함이 전달될 수 있는 행사들로 치러지길 간절히 바란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선정성(煽情性) 불감시대

선정성이라고 하면 야한 동영상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선정성은 비단 야한 영화 등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선정성의 사전상 의미는 어떤 감정이나 욕정을 자극해 일으키는 성질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이 해당한다고 하겠다.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모든 것에 선정적이라는 표현이 적용된다. 80년대 마광수 교수의 소설은 그 시대의 대중들이 선정성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더 자극적인 영상물 등이 미디어, SNS 등에 홍수처럼 넘쳐 나고 있는 현재에도 선정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른바 선정성 불감시대가 도래했다. 마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선정성 경쟁을 하는 듯하다.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 방송 제작자들은 구독자를 늘리려고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먹방을 하고 구독자들은 이에 환호한다. SNS 이용자들은 너도나도 자극적인 영상, 가짜뉴스를 퍼 나른다. 정치인들 또한 이목을 끌기 위해 사회 이슈와 관련 확인하지도 않고 자극적인 독설을 쏟아낸다. 언론 역시 선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사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 달기에 치중하고 이를 본 독자들은 욕설 댓글로 도배한다. 과거 지탄받던 선정성을 조장하는 행위가 이제는 너무나 당연시 되고 보다 자극적인 것을 위해 경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를 보완해야 할 시스템은 아직까지 구축되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사회에 선정성 경쟁이 과열되는 사이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희생자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직장인, 소시민 등 누구라도 마녀사냥식 공격에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 가짜뉴스 때문에 개인 신상이 털리고 욕을 먹지만 사실을 바로 잡았을 땐 이미 그 개인은 만신창이 돼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당당히 말한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선정적인 표현으로 인해 희생자, 피해자가 나오면 문제다. 선정성 불감시대에 보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이선호 정치부 부장

[지지대] ‘서울’ 도로명 바꾸기

서울외곽고속도로의 총연장은 128㎞다. 경기도 구간 104㎞, 인천 구간 12㎞다. 전체 91%인 116㎞가 경기ㆍ인천에 속한다. 서울 구간은 9%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도로명은 서울외곽고속도로다. 경기도의회가 이걸 고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기를 넣자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이나 순환을 쓰자는 것이다. 중립적이고 등가치적인 명명이다. 그런데도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과연 실현될 가능성이 있을까 싶다. ▶서울 없는 서울도로명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성남에 있는 서울 IC, 의왕에 있는 청계 IC, 안산에 있는 서서울 IC, 하남에 있는 동서울 TG가 다 그렇다. 해당 지역의 요구는 오래됐다. 안산시장이 안산 IC로 바꿔달라고 간청했다. 2007년 박주원 시장이다. 성남 국회의원이 성남 IC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신영수 의원이다. 하남시민의 여론조사결과가 청원됐다. 2009년 설문결과다. 하지만, 다 묻혔다. 그 사람들이 다 바뀌었지만 지금도 도로명은 서울이다. ▶도로공사의 변명은 이렇다. 수도 서울의 관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못 바꾼다. 운전자들의 혼란 때문에 불가하다. 안내지도나 표지판들도 전부 바꿔야 한다. 궁색한 건 둘째치고 논리도 안 맞는다. 구리 TG는 구리-남양주 TG로 바꿨다. 동서울 만남의 광장은 하남 만남의 광장으로 바꿨다. 혼란 때문에 사고 났다는 얘긴 없다. 5천만 전 국민의 주소를 도로명으로 바꿨다. 지도 몇 장, 표지판 몇 개 바꾸는 예산과 비교도 안 된다. 그래도 필요하니 했다. ▶한양의 남쪽에 있는 성은 남한산성(南漢山城)이다. 한양의 북쪽에 있는 산은 북한산(北漢山)이다. 모든 권력이 왕(王)으로부터 나오던 왕권(王權)시대가 낳은 이름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國民)으로부터 나오는 민권(民權)시대라면 절대 나올 이름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울 도로명을 부둥켜안고 있다. 모든 도로가 서울로 오는 관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방자치 이전의 문제다. 국민 주권적 기본 사고에 위배되는 발상이다. ▶길게는 20년, 짧게도 10년을 끌어왔어도 안 됐다.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론화해야 한다. 찬반 논리를 국민 앞에서 다퉈야 한다. 지역민의 청원이 필요하다. 20만명 넘으면 청와대가 답해준다고 하지 않나. 법의 심판도 필요하다. 이런 갈등 풀어주는 게 행정소송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그냥 해보는 소리라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민초 독립운동가

지난해 11월 용인 수지구청 문서고에서 일제강점기인 1919년도 수형(受刑)인명부가 발견됐다. 엄밀히 말해 경기동부보훈지청과 민간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보훈혁신자문단이 찾아낸 것이다. 이 명부에는 머내(현 고기동)지역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다 일본헌병에 붙잡혀 태형을 받은 16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죄명은 보안법 위반으로 적시됐으며, 형의 명칭은 태 90, 즉결청명은 용인헌병분대로 기록됐다. 일제강점기 당시 수형인명부는 형(刑)을 받은 사람의 성명, 본적, 주소, 죄명, 재판 일자, 형명ㆍ형기, 처형도수(재범여부) 등을 담고 있어 독립운동을 입증하는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시(군)읍면이 보존하고 있는 수형자 명부 전수조사를 벌여 독립운동과 관련해 옥고를 치른 수형자 5천323명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지 않은 수형자는 경기ㆍ인천 389명을 포함해 2천487명에 달했다. 이들은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독립유공자로 포상될 것이다. 이번 자료 조사와 분석 결과, 독립운동 관련 죄명(보안법소요대정大正 8년 제령7호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수형자는 광주전남지역이 1천985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ㆍ인천은 456명이다. 경기ㆍ인천지역에서는 마을 단위 태형 처분이 많았는데 이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31운동 참가자들에 대해 일제 헌병대나 경찰서가 내린 즉결 처분으로 분석됐다. 남양주 진접읍 부평리 주민 116명은 태형 60대, 용인 수지 16명은 태형 90대, 평택 진위면 봉남리 주민 15명은 태형 60~90대 등에 각각 처했다. 곳곳에서 수많은 민초의 항거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수형인명부는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고 아직도 수형인의 본적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오래전부터 학계 등에서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보훈처가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라는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수형인명부 전수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조상이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는데 입증자료가 없어 애 태우던 후손들은 이번에 상당수가 독립유공자로 포상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는 지난해 6월부터 국내 항일학생운동 참여 학교 중 11개 학교 학적(제적)부에서 396명의 독립운동 관련 정퇴학자를 찾아냈다. 올해도 국가기록원 소장 자료와 각급 학교에서 보관 중인 자료를 수집분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곳곳에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민초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한명의 독립유공자라도 더 찾아 국가를 위한 헌신에 보답하고 희생을 기려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실패해도 좋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휴렛팩거드(HP),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은 모두 실리콘밸리의 차고(車庫garage)에서 탄생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 안정적인 학교와 직장을 박차고 나온 젊은 창업자들이 사무실 비용이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차고 창업은 사업화 전까지는 각종 규제와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들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존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패를 성공의 자양분으로 축적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라고 말했다. 최근 어느 때보다 혁신에 목마른 한국 대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차고 정신을 강조하며 사내벤처 육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사실상 성장 한계에 다다르자 1990년대 말 사내벤처로 대기업에서 독립해 성공한 네이버나 인터파크 같은 제2의 벤처 신화를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고 일자리도 늘리자는 취지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7일 이천 본사에서 사내벤처 프로그램 하이개라지(HiGarage) 출범식을 가졌다. 유명 IT 기업들이 차고에서 창업했던 것에 착안해 하이개라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의 창의와 도전 정신을 본받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프로그램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이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최대 2년간 창업이나 사내 사업화 준비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8월 공모 이래 하이개라지에는 240여 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이중 6건의 사업화 지원이 결정됐다. 회사 측은 임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에 과감히 지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실패해도 좋다는 것이다. 사업화에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 본인이 희망하면 기존 조직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최태원 SK 회장이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도전으로 인한 실패를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혁신할 때는 무조건 실패한다.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실패를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실패해도 좋다는 SK하이닉스의 벤처 실험, 실패를 통한 혁신이 혁신적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동그라미 같은 네모세상

세상 사람이 모두 사라진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밤 인천시청 앞에서 만난 50대 대리기사 아저씨가 차에 오르자마자 한탄스레 내뱉는다. 집에서 나온 지 3시간 만에 첫 콜이란다. 시청 부근에서 꼼짝없이 1시간을 서 있었다며 한 마디 더 보탠다. 올해는 최저임금인가 뭔가 때문에 모두 어려울 거라더니, 벌써 사람(대리손님) 구경하기 어려운 걸 보니 우리(대리기사)부터 죽으려나 봅니다 듣고 보니 조금 전까지 2~3시간 동안 앉아 마셨던 주점에도 우리 일행 테이블이 전부였다. 제법 알려진 주점의 불타는 금요일인데도 말이다. 연초라 술 드시는 분들이 없나 보죠? 올해는 최저임금도 오른다니 좋아지겠지요 위로의 말이라고 전했지만, 아저씨는 쓴 미소만 지은 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경기 체감의 바로미터인 대리기사의 2019년 벽두의 느낌은 불안과 두려움이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최저임금 8천350원의 해가 시작됐다.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살아날지, 임금 인상은커녕 사업장과 일자리가 먼저 사라지는 나락으로 떨어질지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두려워하는 것은 동그라미 같은 네모세상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세계 7번째로 수출 6천억 달러를 달성한 대한민국. 틀림없는 경제 대국의 국민이지만, 체감도, 보장받지도 못한 채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월급이 오르고 저녁 있는 삶이 열린다는데, 현실은 취업과 실직 걱정이 앞선다. 경제대국의 국민이라는 자격으로 행복한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법도 싶은데 항상 각진 네모의 언저리에 걸쳐 있다. 2019년 12월31일. 과연 우리는 올 한해를 어떻게 견뎌냈고,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 동그라미 같은 네모가 아닌, 진짜 동그라미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1970년대 석유 파동,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이겨낸 기억처럼 말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지지대] 사자성어로 풀어본 신년화두

1년을 24절기로 나누기도 한다. 산술적으로 12개월을 반으로 나눈 격이다. 어느덧 2019년 기해(己亥)년도 어느덧 15일, 즉 한 절기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올해 신년화두를 담은 사자성어를 소개해 본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 바라던 대로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의 마고소양(麻姑搔痒) 등은 올해를 맞아 회자되는 사자성어다. 전자는 대학교수들이 정부의 개혁의지를 당부하는 의미를 담았고, 후자는 직장인과 구직자 및 자영업자 등의 설문조사를 통해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이다. 경기도 내 일부 지자체도 신년화두를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지자체나 지자체장의 상황을 내포하기도 하고 염원이 실려 있기도 하다. 우선 염태영 수원시장은 인화사성(人和事成)으로 신년화두를 정했다. 화합된 시정운영으로 사람중심 더 큰 수원을 실현해나간다는 의지다. 수원시는 올해 시승격 70주년을 맞는데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실질적 권한 확보 등 특례시 실현을 위해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고, 환경과 산업이 조화를 이뤄나가는 도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일념통천(一念通天)의 의지로 시민주도형 행정을 이어가고, 지역양극화와 불평등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정동균 양평군수는 우보천리(牛步千里)를 꼽았다.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마음으로, 보다 멀리 양평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변화와 발전에 나간다는 의미이다. 이와 함께 백군기 용인시장은 노자 도덕경의 천하난사 필작어이(天下難事 必作於易)라는 대목을 인용했다. 기본에 충실해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하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구성원 모두가 기본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최대호 안양시장도 늘 새롭게 변화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견청고언(見聽考言)의 자세로 공직자와 시민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한번 새해 첫날의 마음을 다잡아 당초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되새겨봄 직하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이강석 계장’의 기자評

아마 2000년 언저리였을 게다. 정치부장과 도청 공무원이 함께했다. 정치부장은 나, 공무원들은 공보실 직원이다. 순댓국집 낮술이 하염없이 길어졌다. 2차로 옮기자고 간 곳이 방화수류정이다. 세계문화유산인 그 정자 위에 판을 벌였다. 오징어를 안주 삼은 소주 빈병이 쌓여갔다. 틀림없이 되지도 않는 넋두리를 늘어놨을 거다. 그 헛소리를 공무원들은 끝까지 들어줬다. 틈틈이 졸면서 체력을 보충(?)하던 공무원, 이강석 계장이다. ▶대(對) 언론 업무를 그만큼 한 공무원은 없다. 공보실 직원, 공보팀장, 도의회 공보과장, 도청 공보과장. 오죽하면 기자들이 관선 기자라고 불렀다. 그도 이 별칭을 싫어하지 않았다. 지겨울 만도 했지만 늘 즐겼다. 기자들의 말 안 되는 항의도 웃어넘겼다. 비난 기사를 쓴 기자도 끌고 가 자장면을 먹었다. 그가 화내거나 심각해지는 걸 본 기자는 거의 없다. 이제 그가 공직을 떠난다. 부시장과 공기관장을 끝으로 42년 공직을 화려하게 정리한다. ▶어느덧 그때의 기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퇴임한 기자도 많고, 죽은 기자까지 있다. 용케 남은 주필도 이제 다 돼 간다. 술도 그만큼 먹지 않고, 생떼도 부리지 않고, 깐족대지도 않는다. 퇴직 앞둔 이 계장이 뒷방 지기 김 주필을 찾아왔다. 소주잔이 오가자 옛 얘기가 많아진다. 기자를 미워한 적 없어요. 기자가 공격하는 것은 내 업무지 내가 아니지요. 언론은 피할 게 아니라 이용해야죠. 몇 번이나 들었던 그의 강의(?)다. ▶마지막 술자리일 수 있다. 물어야 할 게 있었다. 어떤 기자 놈이 제일 싫었나요. 없다고 했다. 또 물었다. 한둘이라도 있었을 거 아니에요. 뜸 들이던 그가 말을 시작했다. ○○○기자 그러면 안 됐어. 고인 된 언론계 대선배다. 그에 대한 응어리가 있었던 듯싶다. 도청을 자기 사무실 쓰듯 했다 개인 이익을 위해 기자직을 악용했다 공무원 위에 군림하려 했다. 결국 그가 내린 나쁜 기자는 사익((私益)에 눈먼 기자였다. ▶참된 언론인의 자격은 뭔가. 높은 도덕성? 화려한 말재주? 완벽한 글솜씨? 쉽게 결론 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인끼리는 쉽게 평한다. 동료의 작은 실수에 잔인한 평가질을 해댄다. 40년 전에도 그랬고, 엊그제도 또 그랬다. 앞으로도 고쳐질 것 같지 않는 언론계의 난치병이다. 그래서 이 계장에게 물었던 것이다. 기자와 40년 살아온 관선기자에게 물었던 것이다. 퇴임식 보름 앞둔 그가 어렵게 내놓은 답이다. 사익에 눈먼 기자가 제일 나쁜 기자입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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