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매일, 매 순간 선택을 한다. 선택의 순간마다 어떠한 기준에서 판단하고 선택을 하는지는 개개인 모두 다를 것이고, 선택의 결과 역시 고스란히 자신이 지게 된다. ▶몇 년 전 경기도청을 출입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도청에서 근무하던 A 고위 공무원은 공직사회에서 뛰어난 갈등조정 능력을 인정받은 공무원이었다. A 공무원과 티타임을 하던 중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일을 조정해야 할 때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느냐”고 물었다. A 공무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누가 더 어려운가”. 어느 쪽이 더 절박하고 어려운 쪽인지, 어느 쪽이 더 사회적 약자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접근하면 답이 보인다고 말했다. 더 어려운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어떠한 분이 내게 물어왔다. “넌 보수냐, 진보냐”. 이어 내게 질책하듯 “네가 쓰는 기사를 보면 어느 날은 굉장히 보수 같고, 어느 날은 진보 같고, 왜 기자가 왔다갔다 하느냐”고 말했다. 나는 그분에게 “난 기자인데, 내가 진보 성향이라고 해서 진보정당이 하는 일이 모두 옳고 보수정당이 하는 일이 모두 나쁘다고 기사를 쓰는 것은, 또 그 반대로 내가 보수 성향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수정당이 옳다라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 한 것 아니냐. 기사를 쓸 때는 자신의 성향을 떠나서 사안에 따라 잘한 것은 잘했다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줏대 없는, 정체성 없는 기자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성향’에 따른 판단을 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른 판단을 한 후 기사를 쓰는 것이 더 객관적이지 않은가. ▶6ㆍ13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뽑아야 할 후보가 많다.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 도의원, 시의원… 집으로 오는 공보물도 두껍고,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받게 되는 투표용지도 많다. 이번 선거도 유권자들은 저마다 판단 기준을 갖고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만큼은 유권자들이 자신의 ‘성향’만으로 투표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작은 선거일수록 성향이 아닌 후보를,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 정당이라는 지붕 속에 살짝 끼어들어 온 ‘터무니없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ㆍ‘우리 지역에 오히려 해가 되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ㆍ‘이해하기 어려운 범죄경력을 갖고 있는 후보’ 등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번을 찍으면, 자격없는 후보가 4년간 금배지를 달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호의호식하게 된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오피니언
이호준 사회부 차장
2018-05-31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