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에서 방영하는 ‘미스터 션샤인’ 속 고애신(김태리)이 인기를 모으면서 여성의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 이전,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있었다. 지난 2015년 관람객 1천270만 명을 동원한 영화 ‘암살’. 영화의 주인공인 ‘안옥윤(전지현)’이 ‘여자 안중근’이라고도 불리는 ‘남자현’ 여사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았다. 지난 22일은 이러한 남자현 여사가 세상을 떠난 지(1933년 8월22일) 정확히 85년 되는 날이었다. 그날 국가보훈처는 ‘여성독립운동가 발굴 관련 보도 사실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본보가 ‘여성독립운동가 발굴 용역’에 대해 제기한 주요 의혹은 다음과 같다. △용역 입찰을 진행하면서 1차 입찰에 단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음에도 2차 입찰 공고 기간을 1차 때보다 오히려 줄였고 2차 입찰에도 단 한 곳만 참여하면서 유찰, 결국 1차ㆍ2차 입찰에 홀로 참여했던 A기관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가운데 A기관의 대표는 자신이 보훈처에 이번 연구용역을 먼저 제안했고 제안서까지 가져다줬다고 주장한다. △또 이번 용역을 통해 202명을 발굴했다면서 현재 10여 명의 인사만 공개하고 있는데, 공개된 독립운동가 대부분이 이미 학계에 익히 알려진 여성독립운동가다. 이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해명은 이렇다. △공개입찰했지만 1개 업체만 응찰해 불가피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정당하다. △이번 연구 용역은 여성독립운동가 발굴확대 계획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용역 수행자가 제안해 추진된 것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독립운동가라도 공적을 추가하거나 보완하면 그것 역시 용역 성과다. 국가보훈처의 해명으로 한 가지 의문은 해소됐다. ‘120일인 연구용역 기간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해도 매일 1.6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해야 202명을 발굴할 수 있는데 이게 가능한 것일까?’라는 의문 말이다. 국가보훈처 주장대로 기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보완작업도 ‘발굴’한 것이라고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국가보훈처에 되묻고 싶다. 저 해명에, 이번 연구용역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가. 자신들이 해명자료를 발표한 날이 무슨 날인지는 아는가. 남자현 여사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 말이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소상공인도 국민입니다”.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 20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자리 안정자금과 최저임금, 현실과 개선방안’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얘기한다. 소상공인들이 정부 정책으로 모두 죽어가고 있다”며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가 말한 정부 정책이란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이 2년 새 30%에 육박하는 가파른 인상 탓에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발제자나 토론자들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고자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결국, 자영업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을(乙)간의 전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은 도ㆍ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자를, 광업, 제조업, 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를 말한다(소기업 및 소상공인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2조).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라든지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인 이들은 가난한 사용자이자 동시에 노동자다. 이들이 거리로 나섰다. 머리를 깎고, 울분을 토하며 정부에 “살려달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저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소상공인이나 가맹점 고용이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고용악화에 큰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경제 지표가 좋지 않아서 일어나는 요인이 많다”고 했다. 이어 김 장관은 “1∼6월 질 좋은 상용직이 늘었다. 특히 4대 보험 대상자가 10만 명 이상 늘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만 단정을 짓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가 열린다. 그 자리에서도 김 장관이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대통령 공약이라 할지라도 맞지 않으면 수정ㆍ개선해야 한다는 한 토론자의 발언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지난해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말이 새삼 다가온다. “정치 지도자는 선거에 실패하더라도 국익을 추구하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김창학 경제부장
원고는 암보험에 가입한 보험가입자였다. 매달 2만9천원씩 납부했고 가입금액은 2천만원이었다. 1995년 수원의 한 병원에서 자궁경부0기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계약 내용에 따라 암진단급여보험금 1천만원, 암수술급여보험금 400만원, 9일간의 암입원보험금 180만원 등 1천58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돈 지급을 거부했다. 원고가 보험사의 횡포라 규정했고, 법원에 정식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1996년 10월 29일, 수원지법에서 판결이 나왔다. “원고(보험가입자)의 청구를 기각한다.”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보험사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가입자를 우롱하는 계약, 보험금 지급 거부 등이 지탄을 받고 있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분명히 ‘암’이라고 부르면서도 암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 출입기자 시절 단독 취재였다. 보도 전 담당 판사를 찾아갔다. 그때 들었던 설명이 이랬다. “나도 가입자에게 승소판결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방법이 없다”. 자궁경부0기암은 보험계약상 보험금지급 사유인 암(의학적 표준질병분류상 악성신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했다. 세계 보건기구의 질병 기준까지 검토했지만 가입자를 보호할 근거는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기자가 주목했던 건 담당 판사다. 방희선 판사가 내린 판결이다. 방 판사는 당시 법원 내에서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였다. 시국사범에 대한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했다. 영장 기각 이후 시국사범을 즉시 석방하지 않은 경찰관을 직접 고발했다. 그랬던 방 판사였기에 ‘보험사 승소’ 판결이 더 어색해 보였다. 그때 방 판사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 (자궁경부0기암과 관련된)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그 법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 쪽이 옳았을까. 보험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0기암’도 암이라고 믿은 가입자들은 선량한 피해자다.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줘야 한다. 반면, 보험금 지급은 계약 내용과 의학적 정의에 따라야 한다. 그 결과가 ‘0기암’은 암이 아니라고 정의된다.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 없다”고 판결해 줘야 한다. 방 판사는 후자를 택했다. 그러면서 ‘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판사 힘도 법률 밑에 있음을 그때 알았다. 김종구 주필
울산의 현대중공업 육상건조시설 한복판에 붉은색의 ‘골리앗 크레인’이 있다. 높이 129m, 폭 164m에 1천600t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초대형 크레인은 스웨덴이 고향이다. 1970년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말뫼조선소에 설치해 스웨덴을 조선 최강국으로 이끌었다. 그후 스웨덴의 조선산업 침체로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자 2003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크레인을 넘겼다. 말뫼 주민들은 크레인이 해체돼 운송선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 속에 한없이 아쉬워했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e)’이라 표현했다. 현대중공업은 1달러에 산 크레인을 해체, 선적, 설치, 개조, 시운전 하는데 총 220억 원을 투입했다. 이 크레인은 2003년 하반기부터 실가동에 들어가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 공법을 성공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말뫼의 눈물’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국내 무대에 올려졌다. 한국 조선업 발전을 이끌었던 ‘말뫼의 눈물’ 크레인이 오는 25일 멈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회사가 일감이 없자 공장을 35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중국과 싱가포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지난 3년 8개월 동안 해양플랜트 수주를 한 건도 따내지 못했다. 공장과 협력업체 직원 등 4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크레인은 앞으로 본연의 작업을 중단하고 도크에 있는 중량물을 옮기거나 LPG 저장탱크를 만드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한때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었던 울산이 흔들리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부진에 빠졌고, 부동산 가격·인구 등 경기지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 상반기 울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331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울산만의 현상이 아니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대형 조선 3사가 있는 울산과 거제에서 4만 7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반기에도 수주난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어 불안감이 크다.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불황은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한국이 수많은 유럽의 조선사를 파산으로 몰아갔듯이 이젠 중국이 한국 조선을 위협하고 있다”며 “말뫼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눈물은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의 눈물이다. 제2, 제3의 말뫼의 눈물이 흐르지않게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나란히 문ㆍ이과 전교 1등을 하면서 내신시험 문제유출 의혹이 일었다. 2학년 이과 전교 1등을 한 딸은 1학년이던 지난해 1학기 전교 59등, 2학기 전교 2등이었다. 문과 1등을 한 딸도 지난해 1학기 121등에서 2학기 전교 5등으로 올랐다. 성적이 크게 오르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쌍둥이 딸에게 내신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줬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울시교육청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 학교 시험지 유출을 조사하고 고교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교사는 “아이들의 밤샘노력이 아빠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고, 의심까지 받게 되어 마음이 무척 상했다”며 학교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다. 서울시교육청이 특별장학(조사)에 착수했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교육부가 고등학교 교사를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하지 않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교에서 성적조작과 시험문제 유출이 반복되는 데 따른 대책이다. 현재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하는 고교 교원은 1천5명, 이들의 자녀인 학생은 1천50명이다. 전체 2천360개 고교 가운데 23.7%인 560개교에 교사인 부모와 학생인 자녀가 함께 다닌다. 교육부는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 방향을 발표하며 고교 교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되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농산어촌 등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엔 교사가 자녀와 관련한 평가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키로 했다. 사립학교의 경우엔 동일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로 전보하거나 공립학교 교사와 1대1로 자리를 바꾸는 방안, 인건비를 지원해 기간제교사가 일을 대신하는 방안 등을 시·도 교육청이 검토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3월 인사 때부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원은 반드시 다른 학교로 전보신청을 하도록 이미 관련 규정을 고쳤다. 지난해 경기도내 2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해 적발된 사례가 있어 이를 근본 차단하려는 조치다. 상피제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시가 뭐길래, 고려ㆍ조선시대때 실시됐던 상피제가 다시 등장했을까? 대한민국의 교육이 정상은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한 직원이 ‘꼭’ 읽어보라며 보고서 한 권을 건넸다. 보고서는 처음부터 적나라했다. 수사의뢰(고발)한 도내 사립유치원 현황부터 교사 성추행 건, 후배에게 승진을 빌미로 갑질한 공무원, 동료교사 성희롱 등 경기도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불편한 사례들이 즐비했다. 이 같은 경기교육의 낯 뜨거운 민낯을 누가 파헤쳤을까? 낱낱이. 주인공은 바로 변호사, 건축사, 노무사, 조사관, 국회의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활약 중인 열다섯 명의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들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공무원 제식구 감싸기 등 공직 비리 척결을 목표로 민간인으로 구성된 시민감사관제를 도입ㆍ운영 중이다. 시민감사관은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특정감사를 비롯해 감사관실 전체의 각종 민원 사안과 종합감사까지 참여해 강도 높은 감사를 벌였다. 특히 지난 2015년 10월부터~2017년 12월까지 경기도 사립유치원 총 1천81개 중 93개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이면서 상당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학교 수, 학생 수, 운동부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의 2017년도 종합청렴도 점수는 7.40점(10점 만점)을 기록해 2016년 대비 0.15점 상승했음에도 전년과 같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14위였다. 외부청렴도 부문에선 꼴찌에 가까운 4등급을 기록했다. ‘종합청렴도 14위 멍에’는 경기도교육청의 엄연한 현실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청렴도 제고를 위해선 누군가 총대를 메야 했다. 시민감사관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악역을 자처했다. 허나, 응원해 주는 이들은 소수였다. 시민감사관들이 악역을 자처한지 4년차. 때로는 총대 메는 사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나선 사람들이 있기에 조직이 발전하고 변화가 가능하다. 불편한 진실에 마주치기 싫어서 ‘좋은 게 좋은 거야’ 하며 외면하려 하면 경기 교육계의 비리근절은 요원하다.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시민감사관들이 경기교육에서 ‘워치독(watchdog)’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제는 도민과 경기교육 관계자들이 또 다른 ‘감시’를 할 때다. ‘성원’도 같이 말이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난 2008년 결혼하고 나서 줄곧 교회에 다니고 있다. 10년차 ‘선데이 크리스천’이다. 주일만 지키는 일명 ‘날라리 신자’다. 어린 시절에는 무신론자였는데 20대 이후 다신론자가 됐다. 모든 종교는 그 생겨난 이유가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신들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5년 전부터 다닌 교회는 지난해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이른바 세습교회다.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를 물려주는 것을 보고 거부감이 매우 컸다. 솔직히 교회를 옮기는 것이 귀찮아 그냥 다니고 있는데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종교 생활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담임목사가 설교도 잘하고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이 뚜렷한 것 같다. 현재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은 신자들의 종교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초대형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소속 교단으로부터 김하나 목사 청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이 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후임으로 위임된 후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세습 논란’이 일면서 9개월 만에 내려진 교단 재판국의 결정이다. 이번 재판의 관건은 세습 금지를 위해 교단이 정한 ‘은퇴하는 목회자 자녀는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교단 헌법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있었다.교회 측 주장에 따르면 김삼환 목사 퇴임 이후 2년에 공백이 있어 김하나 목사가 바로 승계한 것이 아니어서 청빙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개신교 신자들은 물론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은퇴한 목회자 자녀가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교단 헌법이 왜 생겼을까. 아마도 자식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본질은 은퇴한 목회자의 아들이 교회를 물려받느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해당 교회의 목사로서의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담임목사의 선정 자체가 문제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목사가 됐느냐가 중요하다. 세습으로 문제가 되는 아들 목사가 자격이 되면 하면 될 것이고 자격이 안 되면 못하는 것이 맞다. 교회 담임목사 선임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나님이 내려주신 마땅한 자가 목사가 되면 그만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Sin’은 ‘죄 또는 죄악’이다. 윤리, 종교적인 범죄나 법률, 사회적인 규범(질서)의 위반을 통틀어 일컫는다. 종교적으로는 하나님의 뜻과 명령을 거역하는 모든 악한 행위를 말한다. ‘Crime’은 ‘범죄 또는 범행’이다. 공익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정의되는 행위다. 보통 개인에 의해 행해지고 형법에 의해 금지되며 국가의 대표자들에 의해 억제된다. 논리적으로 보면 ‘Sin’이 ‘Crime’를 포함한다. 기독교적 서구사상으로 풀이한 구분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성폭력,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지 4개월여만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김씨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말 너무 한다” “정말 정의가 없다”는 외침도 있었다. 안 전 지사는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론이 싸늘하다. 강경 페미니즘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이런 글도 올랐다. “가방에 칼을 넣고 다니겠다.”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특검 수사가 막판이다. 대선에서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다. 특검은 김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자신하는 듯하다. 그런데 여론은 다르다. 특검에 출석하는 김 지사에게 수많은 환호가 쏟아졌다. “김 지사님 힘내세요”라며 꽃을 던지는 지지자도 있었다. 물론 여권의 실세라는 정치적 배경이 한몫한다. 하지만, 일반인 여론도 그리 가혹하지는 않다. 다분히 ‘희생양’이라는 동정을 담고 있다. ▶안 전 지사는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적어도 법률에 의해 단정되는 ‘Crime’은 면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극도의 분노를 보내고 있다. 김 지사는 특검에 의한 기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적어도 형법(Criminal law)을 위반한 범죄 혐의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론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안 전 지사와 김 지사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Sin’이다. ‘도덕적 죄악’이라는 기준이 두 거물 정치인의 평가를 극과 극으로 갈랐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한다. 법률학 초입에 배우는 법언(法諺)이다. 영어의 ‘Sin(=부도덕)’과 ‘Crime(=불법)’의 구분과도 통한다. 어제오늘, 이런 기준이 극명하게 적용되는 현실을 보게 된다.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비난의 경계는 ‘Crime(범죄)’이다. 하지만, 사회지도층에게 적용되는 비난의 경계는 이보다 훨씬 높은 ‘Sin(부도덕)’까지다. 유ㆍ무죄를 떠나 도덕적으로 그릇된 지도자는 용서받지 못한다. ‘법’과 ‘도덕’, 사회 지도층이라면 늘 자신을 비춰보며 간직해야 할 두 개의 거울이다. 김종구 주필
정부의 여러 부처와 기관에 ‘특수활동비’라는게 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줄여서 ‘특활비’라고 한다. 급여 이외 비용인 특활비는 증빙자료가 필요 없고, 사용내역도 공개되지 않아 ‘검은 예산’ ‘눈먼 돈’이라고 불린다. 국회를 비롯해 검찰, 국방부, 경찰, 국가정보원 등에 할당돼 있다. 특활비는 집행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관련인의 신변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비공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부적절하게 쓰여지는 사례가 많다. 국회 특수활동비 대부분이 교섭단체 대표나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활용돼 온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참여연대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분석한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 현황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는 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6천만 원을 받아왔고,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은 매달 600만 원을 타갔다. 무슨 이유인지 법사위원장은 매달 1천만 원씩을 추가로 받아 간사에게 100만 원, 위원들에게 50만 원, 수석전문위원에게 150만 원씩 나눠줬다. 특수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관행적으로 ‘제2의 월급’처럼 다달이 지급된 것이다.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깜깜이다. 과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신계륜 전 의원 등이 상임위원장 시절 받은 특활비를 생활비와 아들 유학비 등으로 썼다고 밝히면서 특활비 유용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의원들의 특활비 대부분이 사실상 특수활동과 무관하게 판공비나 개인 쌈짓돈처럼 쓰여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때문에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국회 특활비 제도를 폐지하던가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타당한 의정지원 비용이라면 일반 예산으로 투명하게 관리해야 하는게 맞다. 쌈짓돈으로 관행화 된 특활비는 가뜩이나 신뢰가 낮은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만 증폭시켰다. 여야가 13일 연간 60억 원가량의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특활비에 대한 국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폐지를 합의한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말로만 내려놓겠다던 특권 하나를 드디어 내려놓는 모양이다. 국민이 정치인의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기분 좋은 사례다. 국회는 특활비를 폐지하면서 업무추진비를 대폭 증액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난달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성범죄동영상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도 해당 영상이 사라지기는커녕 ‘유작(遺作)’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했다. 피해자는 전문업체에 돈을 주고 삭제를 의뢰했지만 동영상이 사라지지 않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영상은 피해자가 숨진 뒤에도 웹하드 사이트에서 100~150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많은 여성들이 디지털성범죄(일명 몰카성범죄)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사무실, 지하철, 카페, 화장실, 샤워실 등 공적ㆍ사적 공간 모두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런 불안감에 수만명의 여성들이 서울 도심에 모여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디지털성범죄 판매금지와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고, 몰카에 대해 초동수사부터 엄정 대처하고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는 대통령 지시도 있었다. 몰카성범죄는 자신이 불법 촬영을 당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신체가 유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들은 피해를 인지한 순간부터 유포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동안 2차 피해도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본인의 주요 신체 부위가 영상에 담겼다는 증거를 수집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고 치밀해지는 디지털성범죄에 비해 처벌은 미미하다. 성폭력 특례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촬영을 하거나 유포한 범죄자는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징역형은 5.32%에 불과하고, 300만원 이하 벌금형이 79.9%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범죄자를 신고한 이후에도 유포된 영상이 모두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에 얼마만큼 퍼져 있는지 파악도 안된다. 여성가족부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후 100일간 1천40명의 피해자가 신고했다. 피해자 대부분(737명·70.9%)은 불법촬영, 유포, 유포 협박, 사이버 괴롭힘 등 여러 유형의 피해를 중복으로 겪었다. 총 피해건수 2천358건 중 유포피해가 998건(42.3%)으로 가장 많았는데 유포피해자 한 명당 많게는 1천건까지 유포됐다. 불법촬영자의 74%(591건)는 전 배우자, 전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이거나 학교나 회사 등에서 ‘아는 사이’였다. 디지털성범죄 피해는 유포물이 완전히 삭제되지 않는 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된다. ‘한번 찍히면’ 완전히 없앤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피해자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디지털성범죄가 사이버 상의 문제를 넘어 피해자의 삶까지 파괴시키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저주가 닥친 삶으로 바뀌고 있다.’ 며칠 전 수원에서 자영업을 하는 지인이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고깃집을 2곳이나 운영하는 이분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이니까 감수해야겠지만 점점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멘탈리스트를 주민센터마다 한 명씩 배치해 줬으면 좋겠단다. #“아직도 제조업 하세요?” 요즘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이란다. 40여 년간 제조업체를 이끌며 공장을 3곳 운영하는 도내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 정부를 지지했지만, 이젠 등을 졌다고 한다. 주변 기업인들 대다수가 그렇단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람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고, 허구한 날 각종 규제로 더는 버티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공장을 한 곳으로 모아 지으려고 하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돌아온 말은 “제 정신이세요?” 란다. 우리 곁의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절규하며 무너져내리고 있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친노동정책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을 이끈 정부 정책의 결과는 오히려 경제성장과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등 실망스럽기만 하다. 중산층 이상 여유가 있다는 사람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고용 및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이 대폭 올랐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앞서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반발이 일자 6개월 단속 유예를 도입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 둔화로 나타나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펴기도 했고, SOC 예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가 다시 확대 추진하기로 하는 등 오락가락 정책을 펴고 있다. 해보고 안되면 조금 수정하고 손질하는 수준이다. 기업인들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땜질식’ 정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정책은 시행을 일시 중단하거나 재검토하는 정책 모라토리엄 선언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몰락하는 대한민국. 국가의 존재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마흔 다섯살이면 너무 젊지 않은가요?” “행정 경험이 없는 것 같은 데 교수들은 이론만 밝지 않나….” 경기도체육회의 행정을 이끌어갈 사무처장에 박상현 장안대 생활체육학과 교수가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간 8일. 이른 아침부터 기자의 전화통이 불이 났다. 박 내정자의 나이가 너무 젊지 않느냐는 것과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그의 이력에 체육인들의 궁금증이 폭발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내 체육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사의 발탁이었기 때문이다.▶솔직히 말하자면 기자 역시 박 내정자에 대해 잘 모른다. 인터넷과 SNS 상의 프로필에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도지사 선거 캠프에서 함께 활동한 사람들과 그와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들은 것이 전부다. 대략적으로 스포츠 마케팅 전공자로, 프로농구팀 피지컬 코치와 유아스포츠클럽을 운영했고, 대학교수와 성남시체육회 이사 및 체육단체장을 역임했으며, 도체육회장인 이재명 지사의 의중을 잘 아는 측근이라는 정도다.▶경기도체육회는 지난 1981년 인천광역시와 분리된 이후 그동안 모두 11명의 사무처장이 재임했었다. 이 가운데 공무원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치인 출신이 3명, 경영인 출신이 1명이다. 연령은 공무원 출신이 대부분 50대 후반에 부임했으며, 나머지는 40대 후반~50대 초반이었다. 박 내정자와 같은 45세에 부임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출신에 따른 장ㆍ단점은 있었지만 연령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 내정자는 대학교수였지만 전문 경영인에 가까운 마케팅 전문가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행정 경험은 뚜렷이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체육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충분히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경기도체육회는 전국 시ㆍ도 체육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연간 430억 원의 예산을 다루는 조직이다. 경기도 체육은 대한민국 체육을 선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된지 3년 차를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체의 통합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시기에 경기체육의 살림을 이끌 사무처장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나이나 경륜도 중요하겠지만 변화의 시대에 경기체육의 발전과 개혁을 이끌 능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그 임무를 40대 젊은 사무처장이 잘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체육인 모두가 힘을 모아줘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장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의 한 구절이다. 멤버들의 ‘스트리트 파이터’ 행실로 비난도 받았다. 욕설이 포함된 노랫말로 종종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1997년에 발표된 싱글앨범 ‘삐걱삐걱’은 전량 수거되기도 했다. ‘X라’와 ‘X같은 세상’ 등의 욕설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위에 가사만큼은 더 없이 신선하다. 기록적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같을 때는 더 하다. ▶2009년 환경부가 쿨맵시 캠페인을 시작했다. 간편한 사무실 복장 문화를 위한 운동이다. 실내 냉방온도를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쿨맵시 옷차림이 체감온도를 2℃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며 가세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쿨비즈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던 제도다. 하지만, 이때의 쿨맵시는 ‘노타이ㆍ반소매 셔츠’까지만 갔다. 반바지 착용은 주장하는 이도, 실천하는 이도 없었다. ▶2012년, 서울시가 반바지 근무복을 허락했다. 5월부터 9월까지 ‘쿨비즈(Cool Biz)’ 제도를 시행했다. 특히 6월부터 8월까지를 ‘슈퍼 쿨비즈’ 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는 반바지와 샌들차림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박원순 시장이 패션쇼에 직접 반바지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했다. 이 낯선 광경이 각종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얼마 뒤 반바지는 다시 사라졌다. ▶‘반바지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이번에는 정부도, 지자체도 아니다. 어느 공무원이 인터넷에 게재하면서다. 지난 1일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남자직원입니다. 너무 더워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있어요. 그래도 되는 거죠.” 순식간에 700여 명이 조회했다. 여성 공무원들의 지지 댓글도 이어졌다. 시의 입장은 이렇다. “반바지 입는다고 윗사람 눈치 볼 필요 없다. 입어도 된다.” ▶염태영 시장은 그날부터 반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들은 아직 없다. 따지고 보면 ‘시원하게 입으라’는 권고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2012년에는 ‘반바지를 입으라’는 구체적 권유도 있었다. 2012년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입었고, 올해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입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쉽게 결정을 못 한다. 생각해보면 지독히도 스스로를 옭아맨 ‘반바지 이데올로기’다. ‘반바지 혁명’이라도 일어나야 할 듯하다. ▶그 노래 뒷부분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 김종구 주필
잠을 잘 못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같은 폭염엔 열대야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평소 불면증이 심한 사람도 있지만 너무 밝은 조명이 원인이기도 하다. 밤에도 대낮처럼 환한 빛을 발하는 상업시설 조명과 옥외 조명이 편안한 휴식과 수면을 방해한다. ‘빛 공해’다. 빛 공해는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 빛 공해가 계속되면 식물은 밤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못하고, 야행성 동물의 경우 먹이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못해 결국 생태계가 교란된다. 인공조명 때문에 빛이 산란하면서 밤하늘이 밝아져 별이 보이지 않는 ‘스카이 글로(sky glow)’ 현상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빛 공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 중 두 번째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빛 공해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크게 늘었다. 수면방해, 농작물 피해, 생활불편, 눈부심 등이 주요 민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야에 일정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의 경우 성장 장애도 일으킨다. 빛 공해에 시달리는 사람은 비만과 불면증, 암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빛 공해 방지법’을 제정, 2013년 2월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 환경부와 지자체의 관심 부족 때문이다. 빛 공해 방지법은 각 지자체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 빛 공해 지역에 개선명령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 법령에 따라 조례를 만들고 환경영향 평가·빛 공해 방지계획을 수립해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토록 한 것인데 이행이 제대로 안 된다. 상업·관광산업 등 지역개발 시책과 충돌되는 부분도 있어 법 적용에 미온적이다. 법은 무용지물이고,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경기도가 각종 인공 빛으로 인한 공해를 2022년까지 20% 줄이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기도 빛 공해 방지계획(2018∼2022년)’이 최근 공고됐다. 2015년 도내 539개 표준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용도 지역별 빛 밝기 기준 초과율은 녹지지역이 69%, 주거지역 40%, 상업지역 32%, 공업지역 21%였다. 도는 이를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줄여 녹지지역 55%, 주거지역 32%, 상업지역 26%, 공업지역 17%로 감소시킬 계획이다. 경기도의 빛 공해 방지계획이 실효성있게 추진돼 사람도 살고 생태계도 지킬 수 있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6단지에선 지난달 21일 17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연일 계속되는 살인적인 폭염에 경비원들의 건강이 걱정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지난 6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먼저 경비실 에어컨 설치 의견이 나왔고, 곧바로 찬반을 묻는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1천602세대 중 1천236세대(77.2%)가 찬성했다.에어컨을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은 610만원 정도, 세대당 3천850원 부담이다. 6평형의 소형 벽걸이 에어컨이지만 경비실이 그보다 작아 용량은 충분했다. 경비실이 찜통이라 한낮엔 밖에 나와 나무그늘을 찾아 다녀야했던 경비원들은 “지옥이 천국으로 변했다”며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반면 수원시 장안구의 5천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선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놓고 입주민과 입주자 대표단이 갈등을 빚으면서 경비실에 에어컨이 없다. 이 아파트 단지는 수원 최대 규모로 58개동에 경비실이 29곳, 64명의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아파트 주민 30명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며 동의서를 작성, 관리사무소에 전달했으나 일부 입주자 대표단이 반대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상정조차 못했다. 일부 주민들이 자비를 모아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이마저도 전기료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입주자대표회 측은 “아파트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이라 에어컨 설치 뒤 바로 떼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미루는 것”이라고 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을 선풍기 하나로 버텨야하는 경비원들이 아직도 많다. 이들에겐 올 여름이 지옥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숨 쉬기도 힘든데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전국 임대아파트 중 에어컨이 없는 경비실이 모두 15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김포을)이 LH로부터 받은 자료다. LH는 경비실의 전기 사용료를 부담하기 꺼리는 입주민 반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경비실 전기 요금은 하루 8시간 에어컨을 틀 경우 1대당 월 2만7천600원으로 가구당 월평균 55.4원만 부담하면 된다고 했다. 커피 한잔 값, 또는 그것도 안되는 돈으로 내가 사는 아파트를 관리하느라 밤낮없이 일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에어컨 한대 달아주는 게 그렇게 힘들까? 가마솥 더위에 땀 흘리고 있는 지친 경비원들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하진 않나? 전국의 모든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이연섭 논설위원
한반도 전역이 고온으로 펄펄 끓고 있다. 한낮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리기 일쑤다. 연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와 폭염특보가 발령되면서 우리나라 폭염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혹서기다. 혹서기는 삼복더위 기간을 말한다. 초복, 중복은 지나고 말복을 앞두고 있다. 보통 초복∼중복∼말복은 열흘간이지만, 올 말복은 중복(7월27일)과 20일이나 벌어진 월복(越伏), 그만큼 월복인 해는 무더위가 심하고 오래간다. 삼복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하는 속담이 있다.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말이 있다. 삼복더위에는 굳은 소뿔조차도 녹아서 꼬부라진다는 뜻으로, 삼복 날씨가 몹시 더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복더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암울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내 온열질환자는 402명으로 전년보다 332% 증가했고, 가축 폐사는 189농가에서 32만 9천338마리의 돼지와 닭, 메추리 등이 폐사했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온열질환자와 가축 폐사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암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가 푹푹 찌는 찜통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해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병원, 기업체 등 각계각층에서 무더위에 지친 어르신과 차상위계층 건강 챙기기에 나섰다. 직접 찾아가 삼계탕 등 여름 보양식을 나누거나 선풍기ㆍ여름이불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또 아이돌그룹 한 멤버는 무더위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에게 냉방용품을 전달해달라며 복지단체에 5천만 원을 기부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복지단체 등에 여름나기 성금을 기탁하는 알려지지 않은 독지가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랑나눔 손길이 전국을 뒤덮은 복더위를 녹이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 복더위에도 내 옆의 이웃에게 작은 나눔의 손길을 내밀 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도슭’은 도시락의 옛말이다. “낫 갈아 허리에 차고 도끼 버려 두러매고 … (중략) 새암을 찾아가서 점심 도슭 부시고 곰방대를 톡톡 떨어 닢담배 퓌여 물고 코노래 조오다가”. 농부의 하루 일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시조에 ‘도슭’이 나온다. 일 마친 농부가 샘을 찾아 점심 도시락 다 비우고 잎담배 물고 콧노래 부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조선 영조 4년, 1728년에 나온 ‘청구영언’ 시조집에 실려있다. 도시락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도시락은 ‘밥고리’라고도 불렸다. ▶도시락이란 용어는 1900년대 초에 나왔으나 일제강점기여서 ‘벤또’라는 일본어가 더 많이 쓰였다. 이후 벤또 대신 도시락이란 우리 말이 널리 사용됐고, 도시락 상자를 철제로 만들면서 대중화가 이뤄졌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먹던 도시락, 난로 위 도시락, 소풍날 김밥 도시락 등 중장년층이라면 도시락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상급식으로 학교에서 도시락 먹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도시락하면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이 생각난다. 윤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일본군이 천황 생일인 천장절(天長節)과 상하이 사변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를 여는 훙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물통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이 즉사하고 군 간부들이 중상을 입었다. ▶일본의 벤또 역사는 거의 900년에 이른다. 벤또는 피크닉 갈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식문화가 됐다. 도시락 전문점이 따로 있는가 하면 편의점 도시락, 기차역에서 파는 에키벤, 공항에서 파는 소라벤 등 도시락 종류도 다양한다. 벤또는 일본의 또 다른 음식문화로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도 도시락이 큰 인기다. 현대의 도시락은 주로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으로 판매된다. 보통 3천~6천 원정도 하는데 언제부턴가 바쁜 현대인의 1인 식사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 일일 평균 도시락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어섰고, 시장 규모도 커져 지난해 기준 6천억 원으로 추산됐다.주머니가 가볍고 시간에 쫓기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1인가구 증가로 혼밥족의 이용률도 높다. 최근엔 백종원, 김혜자, 혜리 이름을 딴 ‘브랜드 도시락’이 나와 경쟁이 치열하다. 한우, 연어, 현미밥 등 재료도 고급화됐다. 어느새 우리도 도시락이 자연스러운 식문화가 됐다. 어찌 보면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닌 듯싶다. 이용성 정치부장
2012년 2월 경기도에 경제부지사가 신설됐다. 당시 김문수 지사가 내놓은 파격적 카드였다. 민선 이후 정무부지사로 불리던 자리였다. 줄곧 정치권이나 퇴역 공직자들이 부임했었다. 충남과 강원, 전남이 이미 실시 중이긴 했다. 그래도 경기도민에겐 특별했다. 일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대권 도전이 유력했던-결국 경선에 뛰어든다-김 지사 정치 일정과 관련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이재율 부지사가 취임했다. 격무(激務)가 맡겨졌다. 경제(經濟)에 그치지 않았다. 여전히 본업은 정무(政務)였다. 대(對)의회 업무에 녹초가 됐다. 직업 공무원 직무에 정무직 공무원 직무까지 떠안겨진 꼴이었다. 1년3개월여 근무를 마치고 이 부지사가 떠났다. 그 자리에 취임한 2대 경제부지사가 김희겸 부지사다. 행안부 산하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국장에서 옮겨왔다. 격무는 여전했다. 경제와 정무를 다 챙겼다. ▶3개월여 뒤 행정 2부지사-경기북부 부지사-로 옮겼다. 경제부지사 실험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임 남경필 지사가 경제부지사직을 없앴다. 대신 등장한 게 사회통합 부지사다. 자리가 다시 정치인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주 희귀한 경험이었다. 민선 25년 동안 딱 3년이다. 직업 공무원 중에는 이재율 경제부지사와 김희겸 경제부지사 둘에게만 주어졌다. 그리고 2018년 7월30일, 그때 김 부지사가 경기도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행정 1부지사다. ▶경기도정에는 기록이다. 1, 2, 3 부지사를 모두 역임한 부지사다. 정무부지사직 개편이 없는 한 깨질 가능성도 없다. 그의 공직 생활에도 큰 기억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 어릴 적 ‘논두렁 축구’에서는 이런 룰이 있었다. ‘코너킥 세 번이면 페널티킥 한 번이다’. 돌아보면 추억이 아른거리는 웃기는 룰이었다. 그 룰을 여기에 붙이면 어찌 되나. ‘부지사 세 번이면 도지사 한 번이다.’ 무슨 정신 없는 소린가 할 거다. 맞다. 웃자는 얘기다. ▶의미는 다른 데 있다. 부지사 세 번 했으면 3배로 잘해야 한다. 정무도 경험했고-경제부지사-, 북부도 지휘했고-행정2부지사-, 이제 도정 전체 살림-행정 1부지사-까지 맡았다. 정무도 잘하고, 북부도 잘 챙기고, 도정 살림도 잘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그를 평할 때 ‘성실’ ‘원칙’을 말한다. 무던할 정도로 성실하다. 답답할 정도로 원칙을 지킨다. 그에게 ‘부지사 3관왕’의 기록을 만들어준 자산도 따지고 보면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이런 기록도 있던데…. 수원 지역 고등학교-유신고등학교- 출신의 최초 부지사다. 동문들이 그냥 둘 리 없다. 안 그래도 ‘유신고 출신 수원시장 후보’라는 꼬리표가 늘 붙었었다. 이제 1부지사로 취임했으니 더 들먹일 듯하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다 부질없는 소리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다. 지금 ‘부지사 3관왕’ 김희겸이 세워야 할 진짜배기 기록은 따로 있다. ‘가장 일 잘했던 부지사’ 1등으로 남는 기록이다. 김종구 주필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잠을 설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잠결에 손사래를 쳐보지만 어느새 또 다가와 앵앵거린다. 결국 불을 켜고,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간신히 잡고 보니 붉은 피가 가득하다. 은근히 화가 치민다. 잠을 설친 것도 억울한데 피까지 먹다니…. 모기는 호흡할 때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사람이나 체온이 높은 사람을 선호한다. 모기가 유독 좋아하는 체취를 타고난 사람도 있다. 모기한테 인기라니, 유난히 모기가 달라붙는 사람들은 짜증스러울만 하다. 모기는 작다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무서운 존재다. 1년 동안 사람을 가장 많이 해친 동물(?)이 다름 아닌 모기다. 실제 말라리아, 황열, 뎅기열, 뇌염 등 모기 매개 질환으로 매년 최소 72만 명이 사망한다. 특히 에이즈, 결핵과 함께 세계 3대 감염병으로 꼽히는 말라리아는 세계적 골칫거리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4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환자의 90% 가까이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만든 재단에서 2000년부터 말라리아 퇴치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말라리아 종말까지는 먼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말라리아나 일본뇌염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모기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은 크게 모기 매개 질환, 모기 상처를 잘못 관리해 생기는 봉소염(봉와직염), 수면장애를 통한 면역력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간지럽다고 모기에 물린 상처를 심하게 긁거나 상처 부위에 침을 바르거나 손톱으로 꾹꾹 누르게 되면 피부나 침 안에 들어있던 세균이 피부아래 연조직으로 들어가 봉소염을 일으킨다. 봉소염이 생기면 인근 조직으로 급속히 감염이 퍼지고 면역저하자의 경우 패혈증 등의 중증 합병증이 생겨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모기 물린 상처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가능한 건드리지 않는게 최선이며,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올 여름엔 기록적인 폭염에 불청객 모기도 맥을 못추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라리아 환자 수도 예년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 짧은 장마에 이어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 등이 말라 모기의 산란 및 생육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모기 수가 늘어나려면 16∼20도의 일정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모기가 거의 활동을 못하고 수명도 짧아졌다. 모기도 더위 먹는 폭염, 방심하지 말고 건강관리 잘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난해 대선 도전을 시사했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서민체험에 나섰다가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월에 입국했던 반 전 총장은 개인차량 대신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 시내로 이동했다. 그런데 승차권발매기의 지폐투입구에 1만원짜리 2장을 겹쳐 넣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옆에 있던 측근이 지폐를 한 장씩 넣어줘 표를 살 수 있었다. 며칠 뒤 ‘턱받이’ 사건도 반 전 총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간 반 전 총장은 누워있는 노인에게 음식을 떠먹여줬다. 턱받이를 환자가 아니라 반 전 총장 부부가 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서민 코스프레’라며 비웃었다. 서민 행보가 역풍을 맞았다. 코스프레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의 약자다. Costume(의상)과 Play(놀이)의 합성어로 유명 게임이나 만화, 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방해 그들과 같은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며 행동을 흉내 내는 놀이다. 정치인들의 민생 행보가 서민 코스프레란 손가락질을 많이 받는다. 서민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펴기보다 필요할 때 잠깐 흉내만 내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아 꼬치어묵을 베어 먹거나 국밥을 먹는 모습, 과일 한 바구니 사서 검은 봉지에 들고 다니는 모습 등이 그렇다. 서민들 눈에는 정치쇼로 보인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옥탑방 살이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 달간 서울 강북구의 30㎡ 크기 옥탑방에 살면서 시민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현장에서 민생해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에어컨 없이 사는 박 시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선풍기를 선물로 보냈다.박 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 “삼양동 옥탑방에 선풍기가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무더위에 수고한다고 보내셨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마치 신접살림에 전자제품 하나 장만한 것처럼 아내가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른다”며 부부가 함께 선풍기를 조립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 글과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이 ‘박 시장이 더운데 고생하는구나’라기 보다, ‘무슨 놀이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완전 신파 코미디”라며 “에어컨 켜서 맑은 정신에 최대한 열심히 일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장애인ㆍ임신부 체험을 하고, 자전거나 버스 출근을 하는 등 서민 체험(또는 흉내내기)을 한다. 중요한 것은 절박한 민생 문제를 겉치레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