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명의 노인이 자녀나 배우자 등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 1만3천309건 가운데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학대로 판정한 사례는 4천622건이었다. 2016년 대비 신고는 10.8%, 학대 판정은 8.0% 각각 증가했다. 노인학대는 전체의 89.3%인 4천129건이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가해자는 5천101명 중에 아들이 37.5%인 1천913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배우자 1천263명(24.8%), 의료인·노인복지시설 종사자 704명(13.8%), 딸 424명(8.3%) 등의 순이었다. 가구 형태로 보면 자녀동거 가구(1천536건, 33.2%)에서 노인학대 피해가 가장 컸다. 학대 유형은 비난·모욕·위협 등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로 고통을 주는 정서적 학대 42.0%(3천64건), 신체적 학대 36.4%(2천651건), 방임 8.9%(649건), 경제적 학대 5.6%(411건), 자기방임 4.0%(291건), 성적 학대 2.1%(150건), 유기 1.0%(71건) 순이었다. 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접어들면서 노인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특히나 아들과 딸, 배우자 등 가족에 의한 가정내 학대가 90%에 육박한다니 놀랍다. 문제는 피해 노인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학대 행위자가 자녀들인 경우 자식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노인학대 신고의 51.7%인 2천388건은 경찰 등 관련 기관에서 이뤄졌다. 신고되지 않은 노인학대까지 고려하면 피해자는 훨씬 많다. 노인학대는 엄연한 범죄행위임에도 피해노인은 물론 가해자도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 학대 수위가 갈수록 높아가고 상습적으로 행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노인학대 문제가 심각해 UN이 매년 6월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이 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국민들이 주변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인학대가 더이상 가정이나 시설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게 하려는 취지다. 경찰청이 ‘노인학대 예방의 날’인 15일부터 30일까지 노인학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 중이다. 경찰은 노인을 상대로 한 폭행, 성폭력, 유기, 방임, 구걸 강요, 금품 갈취, 폭언·협박 등 신체·정신·정서·성적 폭력과 경제적 착취, 가혹 행위 신고 접수에 주력하고 있다. 더 이상 학대 당하고 살지 않으려면 아들이나 딸, 배우자도 신고해야 한다. 노인학대는 가정사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다. 이연섭 논설위원
오피니언
이연섭 논설위원
2018-06-17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