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관광 인천의 민 낯

정부가 인천을 서울과 제주도에 이은 국내 3번째 국제 관광도시로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직접 주재한 국가관광전략회의 세계적 관광도시 잠재력을 가진 광역지자체 한 곳을 서울과 제주에 이은 국제 관광도시로 키우겠다라며 인천을 국제 관광도시로 선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인천국제공항, 인천 신항과 크루즈, 국내 최초의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을 갖춘 인천의 면모를 보면 국제관광도시로 손색이 없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이용객 6천768만명이며, Layover(24시간 미만 경유 승객)만도 802만명이다. 인천 관광산업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인천시는 Layover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환승 투어 코스를 이용하는 Layover는 7만854명으로 1.14%에 불과하다. 이 중 45%가 서울시티투어 이용객인 점을 감안하면, 인천 땅을 밟는 Layover는 100명 0.5명 꼴이다. 인천 입장에서야 Layover들의 시간이 한정적인 만큼 인천공항과 가까운 인천을 필수 관광코스로 들러 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일 뿐이다. Layover라면 짧고 소중한 한국 시간을 차이나 타운의 자장면 한 그릇과 바꿀까, 아니면 서울보다 먼 강화를 찾아 고인돌 구경에 나설까. 인천 땅을 밟아야 할 이유(관광상품)가 없다. 두바이 버즈칼리파의 레이져 쇼나, 음악 분수까지는 아니어도, 국가대표 인천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 인천은 세계 최고의 인천공항을 갖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인천보다 다른 도시로 향하는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인천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덧붙인 말이다. 인천 입장에서야 그러니 인천을 국제 관광도시로 육성 하겠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오히려 화장을 지운 인천 관광의 민 낯을 보인 것 같아 뜨끔하다. 국제 관광도시를 계기로 화장발 아닌, 명실상부한 관광 인천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지지대] 경쟁과 축제의 차이

아침 저녁으로 아직도 날씨가 쌀쌀한 기운을 느끼게 하지만 한낮은 제법 따사로운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봄은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동네 체육시설과 개방된 학교운동장, 체육공원 등 공공 체육시설에서는 주말이면 동문회와 각종 단체, 기업, 동호회 등이 주최하는 체육대회를 흔히 볼 수 있다. 체육활동은 이제 우리 국민들에게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생활 속에 자리잡은 체육활동은 개인의 건강증진과 더불어 가족과 사회 공동체를 화합케 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들 뿐만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국민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생활체육은 전문체육으로 대변되는 엘리트 체육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생활체육은 경쟁이 필요 없이 남녀 노소 누구나 자신의 몸에 맞는 종목을 택해 운동을 즐기면 된다. 반대로 전문체육은 경쟁을 기본으로 순위를 가려 이를 진학과 취업, 진로의 척도로 활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혼동하고 있다. 생활체육의 경우 과도한 경쟁이나 승부보다 동호인 또는 단체 구성원 간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고 함께 즐기는 축제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때때로 생활체육 행사나 친목 도모의 체육대회 등에서 보면 과열경쟁으로 인해 축제가 난장판이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물론, 체육활동의 습성상 경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정도가 지나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전문체육은 경쟁과 순위 다툼을 통해 발전하고 존립한다. 최근 전문체육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회 일각에서는 순위경쟁을 구시대의 유물로 비하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 개인과 소속팀, 고장의 명예가 걸린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승패에 신경을 쓰지 말고 즐기고 돌아오라고도 한다. 개인의 진로와 미래가 걸려있는 전문체육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개인이 건강을 위해 하는 생활체육 활동은 그 어떤 대회이든 과도한 경쟁 보다는 축제로 즐겨야 한다. 그래야만 과도한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 대신 즐기는 체육활동으로 심신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 전문체육은 반대로 선수 개인의 미래와 인생이 걸려있는 만큼 정직한 경쟁을 통해 훈련으로 흘린 땀과 눈물을 보상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지닌 서로 다른 가치인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한 뽕 하실래예~’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가 체포됐다. 9일 새벽 4시 10분께 서울의 한 주차장에서 잡혔다. 혐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최근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카메라 앞에 선 그가 죄송하다.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했다. 자택에서는 주사기도 발견됐다. 확정된 내용은 수사와 재판을 해야 나올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인정하는 만큼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보인다. ▶대한민국 귀화 연예인이다. 미국 유타주에서 출생했다. 17살이던 1979년 한국과 연을 맺었다. 몰몬교를 전파하는 선교활동이었다. 몰몬교의 종교 윤리는 상당히 엄격하다. 술이나 담배는 물론 카페인이 섞인 음료도 금기시한다. 1997년 귀화 이후는 주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시청자에 보여진 그의 모습도 상당히 보수적이다. 간통법 폐지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 일부 지역을 비난하기도 했다. ▶교육적 활동도 많이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자녀와 함께 출연해 가족애를 보였다. 현재는 광주와 전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세 아들의 교육을 위해 외국인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맡았던 강연활동도 많다. 특히 다문화 DNA, 미래를 열다라는 제목의 교양강연이 기억에 남는다.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과 우리 사회의 조화를 강조하는 그만의 살아 있는 체험담이었다. ▶귀화 방송인이 특별히 낯설 건 없다. 이다도시(한국명 서혜나ㆍ프랑스)도 수다쟁이 아줌마로 통한다. 베르나르트 크반트(한국명 이참ㆍ독일)는 관광공사 사장까지 역임했다. 그런데도 할리만이 갖는 특징은 있다. 가장 한국적이며 친근한 아저씨였다. 무엇보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투리가 푸근했다. 부산에 거주하면서 하숙집 아주머니로부터 배웠다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 사투리가 인연이 된 CF 유행어가 있다. 한 뚝배기 하실래예~. ▶과거, 미즈노라는 일본인이 있었다. 한국에 거주하면 많은 방송 활동을 했다. 언론은 그를 친한파 학자라고 불렀다. 그랬던 그가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돌변했다. 한국에 대해 극한 혐오 발언들을 쏟아냈다. 많은 한국인이 분노했다. 아마도 방송에서의 친근함이 준 배신감이었을 게다. 로버트 할리의 체포를 보는 시각도 그때와 비슷하다. 가장 한국적이라던 귀화인이 저지른 가장 비(非)한국적 범죄라서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큰 듯 하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DMZ 평화둘레길

한국전쟁이 끝나고 남과 북 사이에는 군사분계선과 함께 비무장지대(DMZㆍDemilitarized zone)가 설정됐다. 1953년 7월 27일의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서다. 남북은 휴전선으로부터 각각 2km 지대를 비무장지대로 정하고 군대 주둔, 무기 배치, 군사시설 설치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비무장지대라는 이름과 달리 곳곳이 지뢰밭이다. 약 300만개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남북은 지뢰밭을 분단의 벽 삼아 수십년간 대치해 왔다. 금단의 땅 DMZ은 출입통제구역이여서 자연생태계는 잘 보존돼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DMZ내 지뢰 제거가 시작됐다. DMZ을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며칠 전엔 DMZ을 둘레길로 개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 지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감시초소(GP) 철거, 유해 발굴 등 긴장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고성, 철원, 파주 등 3개 지역이다. 동부, 중부, 서부에서 한 곳씩 선발했다. 고성 지역은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까지 방문하는 도보 2.7㎞ 구간이다.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전망대까지 왕복 구간을 차량으로 이동하는 5.2㎞ 별도 코스도 있다. 고성 구간은 DMZ 외부 코스로만 꾸려져 이달 27일 우선 개방할 예정이다. 철원과 파주는 통문을 지나 DMZ 안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포함할 예정이다. 철원 구간은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해 DMZ 남측 철책길을 따라 공동유해발굴현장과 인접한 화살머리고지 비상주 GP까지 방문하는 15km 코스다. 파주는 임진각에서 시작해 도라산 전망대를 경유해 철거한 GP 현장까지 방문하는 총 21km 구간이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DMZ를 따라 한반도 동서를 횡단하는 탐방길 연결사업,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연계 예정이다. DMZ 민간인 개방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이다. DMZ 둘레길은 919 군사합의 이후 조성된 군사적 긴장완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반길 일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는 게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방 지역은 군사작전지역이자 접경지대인 만큼 관광객 안전이 걱정된다. 방문객들에게 민수용 방탄복과 헬멧을 지급하고 우리군이 경호 지원을 한다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개방할 필요가 있나 싶다. 국민안전보호 조치와 유엔사 승인 절차 등을 마무리하고, 남북관계도 안심 단계에서 개방하면 좋을 것 같다. 북한과도 협의를 하고, 안전에 대한 분명한 보장을 받은 뒤 길을 열어도 늦지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현화중의 재난대응훈련

지난 4일 저녁 강원도 고성, 속초에 초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불은 건조한 대기 상태에서 태풍급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산림을 태우고 주변 민가와 건물들을 집어 삼켰다. 이 지역에 주민대피령까지 내려졌다. 불이 번지기 시작할 때, 고성군의 K리조트 지하 1층에선 수학여행을 온 평택 현화중학교 2학년 학생 199명이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저녁 7시55분께 학생부장이 화재발생 긴급재난문자를 확인했고, 교사들은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리조트 쪽으로 달려드는 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긴급 조치를 취했다. 여러분! 지금은 실제 상황이다. 선생님과 안전요원들이 안내 하는대로 따라주길 바란다 교사들의 인솔에 따라 학생들은 3분여 만에 버스 7대에 뛰어올랐다. 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리조트에서 10㎞가량 떨어진 숙소 쪽으로 대피하려 했지만, 일대가 이미 불이 번진 상황이어서 평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차도가 불길을 피하려는 차량들로 뒤엉켜 간신히 시내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버스 1대가 엔진 쪽에서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났다. 학생 29명과 교사 1명, 안전요원 3명이 탄 버스였다. 교사와 안전요원은 학생들을 탈출시키려 했지만, 불 때문에 버스 자동문이 열리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침착하게 수동으로 문을 열었고, 버스 안 사람들이 곧바로 튀어나왔다. 모두가 안전하게 탈출한 뒤 버스는 거센 불길에 휩싸였다. 악몽같은 순간이었고,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생들은 6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5일 새벽 무사히 평택의 학교로 복귀했다. 버스에 불과 연기가 나자 겁에 질린 학생들이 충격을 받고 울기는 했지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화중학교는 수학여행 출발에 앞서 재난대응훈련을 했다. 이 훈련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급한 상황에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인솔교사와 안전요원, 버스기사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도 훌륭했고, 학생들도 잘 따라줬다. 학생과 교사가 평상시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200여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화중 박대복 교장은 수학여행에 담임 외에 한명의 교사를 추가 배치해 이 또한 위기대응에 도움이 컸다. 평상시 재난대응훈련이 비상상황에서 얼마나 큰 실효성이 있는지 현화중학교가 보여줬다. 실제 해보지 않으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때문에 재난대응 안전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안전의식을 갖고 지속적ㆍ반복적으로 안전훈련을 해야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심은 나무 가꾸기

매년 4월이면 전국적으로 나무를 심는다. 정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단체, 어린아이까지 모두 나서 국토를 푸르게 만든다. 이렇게 만든 산림의 경제적ㆍ공익적 기능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은 연간 107만t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이 중 미세먼지 흡수량은 29만 2천t 정도라고 한다. 결국, 산림은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필터다. 이러한 산림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져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발을 위해 나무 숲을 마구 베어 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나무를 심는 데 막대한 예산을 쓰는 사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땅값 상승을 노리고 대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하거나, 도로 개설 등을 통한 개발행위가 가능하게 하려고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마구잡이식 산지전용과 불법 산림파괴 행위로 말미암아 지난 5년간 6천272㏊의 산림이 사라졌다. 피해액만 1천357억여 원에 달한다. 정부 정책도 나무와 숲이 사라지는데 한몫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산림청이 허가한 산지전용 면적은 3만 8천228㏊에 달한다. 농업용이 2천147㏊(5.6%), 비농업용은 3만 6천81㏊(95.4%)이다. 비농업용으로 전용한 산지 중 태양광시설 면적은 3천841㏊로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달한다. 이는 최근 5년간 전체 산지전용 면적의 10%에 달한다. 한쪽에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산림을 조성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태양광 허가로 조성된 산림자원을 파헤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행 7%에서 20%로 늘릴 계획이다. 이 중 태양광이 60% 이상을 담당한다. 남아나는 산지가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갈수록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게 산림 감소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무분별한 산림훼손을 방지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산림을 불가피하게 훼손하는 경우 최대한 나무를 베지 않고 이식하는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나무와 숲은 어느 누구의 소유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4월 단상(斷想)

시간의 흐름 속에 계절은 또 그렇게 지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세상이다. 필자에 있어 북수원 지지대 고갯길은 특별하다. 지난 십수년간 일터를 오가며 지켜본 그 길이다. 지금은 시계(市界)이자 짧고 나지막한 길로 변해 있다. 하지만, 때론 멀고 가파르게 느낄 때도 한두 번이 아닌 곳이다. 父(사도세자)와 母(혜경궁 홍씨)에 대한 정조대왕의 끝없는 그리움의 그 길처럼 말이다. 지지대는 그만의 사계(四季)를 품고 있다. 뙤약볕과 함께 저만치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루는 여름,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면 고갯길 주변과 산야는 단풍이 지천이다. 풍경은 마치 오색 물감을 허공에 뿌린듯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런 가을을 넘어 겨울이 됐고 봄이 찾아왔다. 어느덧 4월이다. 지지대는 풋풋한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언제 겨울이었나 싶다. 저 멀리 남쪽에는 벚꽃 만발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오늘 지지대 길은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왠지 벚꽃과 일본이 머릿속을 휘감는다. 올해는 3ㆍ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과거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게 한다. 속칭 조센징과 쪽바리, 영화에서 흔하게 회자되는 속어다. 예나 지금이나 가깝지만 먼 나라다. 이는 비단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듯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날까지 달라진 게 없다. 반대로 그네들(일본) 또한 특별히 변화의 징조가 없어 보인다. 최근 의미 있는 행렬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수원에서 열린 유관순 열사 정신선양 대행진이다. 재한 일본인 스스로 유관순 열사의 숭고한 애국ㆍ평화사상을 기리는 행사다. 나아가 소원해진 한일관계 복원이란 염원도 담았다. 행사를 주도한 이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일본 여성들(다문화 가정 등)이다. 인근 화성, 평택 등 도내 곳곳에서 500여 명이 참가했다 한다. 이들의 외침은 자신들이 태어난 일본을 향했다. 하지만, 주는 메시지가 더 컸던 하루였다. 그들은 우리의 편이 돼 모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시선은 딴판이었다. 한국 생활의 고충보다 이날의 상처가 더 컸을 듯하다. 오늘 지지대 고갯길이 멀어 보인다. 반성의 길로 느껴지는 이유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거래와 상생

수원시의회가 보도자료를 냈다. (화성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사업에 반대하지 않겠다. 10년 끈 화장장 논란에 대한 입장이다. 수년간의 반대 입장을 접는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상생이다. 현안을 같이 해결해가자고 한다. 해당 지역민의 반대는 여전하다. 곧바로 1인 시위가 시작됐다. 그래도 시의회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반대 주민을 설득해가겠다고 한다. 적어도 수원 시민에게는 전향적 결정으로 여겨진다. ▶상생의 상대방은 화성시다. 당연히 주목된 게 화성 반응이다. 아름 아름 분위기가 전해진다. 냉랭하다. 생색 내기용이라는 비난이 많다. 숟가락 얹으려는 행태라는 비아냥도 있다. 다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뭔 소리냐. 실제로 화장장 사업은 착공만 남겨두고 있는 단계다. 각종 이의제기는 오래전에 끝났다. 환경영향평가도 끝났다. 화성시장을 걸었던 행정소송도 끝났다. 그래서 나오는 화성의 소리다. 실컷 방해하더니 이제야 ▶화성시 태도가 되레 강경해졌다. 수원시 공무원들이 화성시의회를 방문했다. 또 다른 현안인 경계 조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화성시가 4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화성 경계에 추진하는 음식물자원화 시설 지하화, 수원시가 변경한 인접 지하차도의 원상복구, 수인선 협궤 터널 공동 개발, 지역 간 버스노선 확보 등이다. 수원시가 난감해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한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셈이다. 두 시의 앞날이 여전히 험하다. ▶거래라면 천박해 보이나 보다. 상생이라 해야 고상해 보이나 보다. 그런데 다를 게 있나. 주고받음이란 본질은 매한가지다. 수원ㆍ화성 갈등은 이익의 충돌이다. 그 합의로 가는 길은 절충이다. 절충은 서로가 이익을 덜어 낼 때 가능하다. 참으로 어려운 수원시와 화성시 거래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하다. 하기야 이게 주민들만의 잘못인가. 정치라는 이물질이 낄 때부터 꼬였는데. ▶2015년 5월 21일 칼럼, 증명 안 된 다이옥신, 증명된 비행기 굉음을 썼다. 현재 화장장과 미래 비행장에 상관관계였다. 끝말이 이랬다. -오늘도 서수원에서는 시위가 이어질 것이다. 정치선동과 주민불안이 맞물려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득(得)과 실(失)을 따져보라는 칼럼쯤은 갈가리 찢겨 나갈 것이다. 1년짜리 정치가 100년짜리 미래를 망치고 있다-. 4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 끝말에 덧붙일 게 아무것도 없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사무장 병원

인천 모 의료생협 이사장인 A씨는 2012년 3월 인천시 남동구 한 건물에 사무장 병원인 요양병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2016년 12월까지 58회에 걸쳐 53억7천여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A씨는 보건소 5급 공무원인 B씨와 공모했다. A씨는 허위로 서류를 꾸며 생협을 설립해 병원을 차렸고, B씨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감시해야 할 담당 공무원이면서 요양병원 개설 및 운영에 가담했다. 인천지법은 지난 2월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선고했다. 의사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면허대여 약국) 등에 흘러간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6천489억9천만원이나 된다. 2005년(5억5천만원)보다 무려 1천180배 늘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 의원은 환자 1명당 평균 외래진료비가 34만8천원으로 일반 의원(12만5천원)의 2배를 훨씬 넘고, 환자 1명당 입원 일수도 15.6일로 일반 의원의 8.6일과 차이가 크다. 반면 사무장 병원의 시설과 인력은 허술하다. 돈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병상 수는 확대하면서 의료인은 최소한만 고용하고 불법 건축, 소방시설 미비 등 환자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에는 소홀해 밀양 세종병원 화재같은 대형 인명피해를 낳았다.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병ㆍ의원을 개설하는 것은 불법이다. 당연히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눈속임으로 병ㆍ의원을 개설, 과잉 진료를 하고 보험금을 청구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영업사원을 고용해 가짜 환자를 모집하고 실제 하지않은 진료와 수술비를 청구하기도 한다. 사무장 병원은 보건의료질서를 파괴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크게 축내고 국민건강을 침해하지만 근절이 쉽지 않다. 투자자인 사무장과 대리 원장인 의사의 은밀한 이면 계약에 따라 운영되는 사례가 많아 겉으로 일반 병원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면허를 빌려주고 월 수백만원을 챙기고, 사무장은 건보 재정을 통해 수익을 올리면서 철저하게 공생 한다. 비리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면허를 빌린 사무장과 이를 빌려 준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보니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데 동조하며 의사 윤리를 저버린 의사는 면허를 박탈하는 등 강력 처벌해야 한다. 불법 영리추구에 몰두하는 사무장도 부당이득 환수 수준을 넘어 징벌적 벌금을 물리고 엄벌해야 한다. 당국은 국민 건강보험료가 더이상 줄줄 새지 않게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등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기초학력 미달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1986년부터 학업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보통 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 미달(20점 미만) 등으로 나눈다. 기초학력 미달은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인데 해마다 이 범주에 속한 학생이 늘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2년 2.6%, 2013년 3.4%, 2014년 3.9%, 2015년 3.9%, 2016년 4.1%를 기록했다. 특히 심각한 과목은 수학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수학 낙제생이 10%를 넘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6월 전국의 중3, 고2 학생 가운데 3%(2만6천255명)를 대상으로 학력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중3은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국어 4.4%, 수학 11.1%, 영어 5.3%였다. 고2는 국어 3.4%, 수학 10.4%, 영어 6.2%로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 중고교생 10명 중 1명이 기본 교육과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며칠전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내용이다. 교육부는 토론, 프로젝트 같은 혁신적인 수업에 익숙해 지필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탓 전수평가와 표집평가를 비교하기 어렵다 등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평가 도구가 달라져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우리나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읽기수학과학 모두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교육부가 학력 저하의 근본 원인을 제쳐두고 시험 방식을 탓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2014년부터 입시경쟁 위주 교육을 지양하는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며 기존 지식 중심의 학력을 경시하고 기초적인 쓰기와 읽기, 계산 가르치기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등학교부터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중1까지 숙제도 시험도 없는 학교를 다닌 중학생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학력 미달 학생이 늘자 교육부는 모든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 의무화 방침을 꺼냈다. 현재 일부 학교가 초3~중3 대상으로 매 학기 초 기초학력 진단 평가를 시행하는데, 이를 초1~고2까지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0% 이상이라는 것은 학교 교육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뜻이다. 기초학력이 붕괴하는데, 이를 정확하게 진단해 대책을 세워야지 평가방식만 바꾸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기초학력 저하 원인부터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낙오되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상실의 시대와 대리만족

자신이 살면서 겪는 모든 일상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그 돌파구로 대리만족을 선택한다. 그리고 영화의 장르는 대리만족의 스펙트럼을 반영한다. 왜냐하면 영화의 장르는 시대상의 현주소와 궤를 같이 해 성공과 실패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현재가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면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그 빈틈을 찾아 들어가 하나의 신드롬(syndrome)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 너무 답답하고, 무엇을 해도 짜증나고, 불편하다면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유머를 곁들인 코믹 장르의 영화를 찾는다. 극한직업처럼. ▶얼마 전 스윙키즈라는 영화를 봤다. 6ㆍ25전쟁 당시 거제도에 있던 북한,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작은 팩트(fact)에 픽션(fiction)을 입힌 영화다. 젊은 북한군 포로와 미군이 함께 탭댄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지만, 결국 이데올로기 앞에서 그 꿈이 무너지는 비극이다. 너무나도 몰입해서 영화를 봤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함정은 그 영화가 상업적으로 폭망했다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비극이 그 영화보다 더 비극적이라고 생각해서 외면한 게 아닐까라고 혼자 읊조려 본다. ▶반면 이것은 통닭인가, 왕갈비인가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누적관객수 1천6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은 대한민국 영화 흥행사에 한 획을 그었다. 경찰과 범죄 집단이라는 아주 명확한 대상과 스토리에 유머를 가미한 대표적인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금 그 영화에 열광하고, 덤으로 수원의 치킨거리는 닭이 없어 못 팔 정도로 대박행진을 이어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웃을 일이 없는 인간 군상의 소구를 제대로 건드렸다고 해야 할까. ▶경제는 회생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미세먼지는 사람들의 짜증 속 깊이 파고 들어 심신을 지치게 하고 있다. 어쩌면 웃을 일 없는 이들이 극한직업 흥행대박의 코어(core)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그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웃을 일이 많아 스윙키즈처럼 작품성 있는 영화도 흥행에 성공하는 살맛나는 세상에 살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김규태 정치부 차장

[지지대] 골목상권의 생존방안은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국감장. 파마머리의 그가 나타나자 곳곳에서 국감장이 술렁인다. 사진기자의 카메라 셔터, 후레시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외식사업가이자 요리사인 그가 여느 스타 못지 않는 핫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는 산자중기위 소속 백재현(더불어민주당)ㆍ이용주(민주평화당) 의원으로부터 참고인 출석을 요구받았다. 백 대표의 사유는 두 가지. 하나는 백 대표가 호텔업과 술집 등으로 업종을 확장하면서 방송출연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간접 광고한다는 것과 골목상권 살리기 대책 마련 차원에서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그는 국내외 외식사업의 현실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대안까지 내놓았다. 특히 그는 지방 상권도 신경써달라는 주문에 한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그는 가능하면 지방에도 많이 가겠다며 골목식당의 지방 출장(?)을 예고했다. 골목식당은 현재 거제도 지세포항편을 방송하고 있다. 충무김밥집, 도시락집, 보리밥ㆍ코다리집. 백 대표는 이들 식당 주인에게 각종 솔루션을 주문했다. 식당주인들은 나름대로 변명했지만 백종원의 혹평과 날카로운 지적을 받아들였다. 도시락집은 주인이 직접 배를 타고 선상에서 자신의 음식을 먹어보고 부족한 점을 인정한다. 충무김밥집은 멍게, 톳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보리밥ㆍ코다리집은 음식 레시피를 새로 만들고 대체 메뉴도 개발했다. 특히 거제도만의 특성을 살린 거제김밥은 통영의 충무김밥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지역 스토리를 담은 음식으로 재탄생시켰다.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1년간 개업 대비 폐업 수)은 2016년 78%에서 1년 새 88%로 높아졌다. 올해는 9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나온다. 서민 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의 실핏줄이 돈다. 골목식당 거제도편은 애교섞인 모습에 사투리까지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고 지역 상권의 생존방안에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김창학 경제부장

[지지대] 쥐 잡기

1970년 1월 26일 오후 6시, 전국에서 쥐약이 살포됐다. 제1회 전국 동시 쥐잡기 운동이다. 이날 쥐약을 놓은 집이 540만 가구다. 쥐약은 정부가 무료로 나눠줬다. 20일 뒤, 농림부가 결과를 발표했다. 4천154만1천149마리 소탕. 지금도 농림축산식품부에 남아 있는 쥐잡기 역사다. 참여 가구 수나 방법, 결과 집계가 흡사 군사작전과도 같다. 국가가 주도한 쥐잡기운동의 효시다. ▶잡은 쥐를 어떻게 셌을까. 쥐꼬리다. 하나하나 잘라 일일이 셌다. 접수처는 학교와 관공서였다. 결국, 쥐꼬리 4천154만1천149개를 모았다는 말이다. 이후 쥐꼬리 접수가 일상화됐다. 학생들에게는 대가도 주었다. 연필 또는 공책이다. 삐라 신고와 함께 쏠쏠한 학용품 수입원이었다. 끔찍한 줄도 몰랐다. 형제간에도 쥐꼬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쥐꼬리를 가방 가득 가져와 여자 선생님을 경악하게 만든 녀석도 있었다. ▶1970년 농림부가 밝힌 쥐 통계가 있다. -전국에 9천만 마리가 살고 있다. 쥐가 먹어치우는 식량이 한해 240만 섬이다. 곡물 총 생산량의 8%에 달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240억원 어치다-. 보릿고개로 사람이 굶던 시절이다. 쥐 잡기는 곧 양식 지키기였다.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부엌 안방까지 쥐가 다녔다. 잠자다가 공격을 당한 친구도 있다. 얼굴에 난 부스럼을 쥐가 갉아먹다가 입술까지 깨물었다고 했다. ▶1990년대 쥐잡기가 사라졌다. 쥐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급격한 도시화가 주된 원인이다. 양곡 보관법의 현대화도 한몫했다. 정부 주도 쥐잡기도 그즈음 없어졌다. 그러던 쥐가 요사이 다시 등장했다. 특히 도심 속 쥐가 상당히 늘었다. 따뜻한 지하 공동구, 널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쥐잡기에 나설 필요는 없다. 관공서에 신고하면 알아서 해준다. 쥐꼬리를 셀 필요는 더더욱 없다. ▶안산시 관내에서 쥐 민원이 이어졌다. 관할 보건소가 쥐약을 뿌렸다. 이때 안전조치를 안 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동물 보호단체도 나섰다. 보건소 측이 사과했다. 다음부터 잘 하겠다고 했다. 조심 좀 하지. 1970년에도 조심히 다루던 쥐약인데. 당시 나붙었던 포스터에 이런 경고 문구가 있었다. 가장 안전한 쥐약입니다만 개 또는 닭이 직접 먹지 않도록 유의하시고, 음료수는 뚜껑을 꼭 닫아 주십시오. 김종구 주필

[지지대] 가축 살처분 트라우마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가축 전염병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우제류에 발생하는 전염병이고, AI는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 또는 야생조류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의 하나다. 구제역과 AI는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발생해 한해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마리의 가축이 죽는다.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에 걸린 가축과 함께 주변의 멀쩡한 가축도 살처분한다. 감염 농가 주변의 가축을 죽이는 예방적 살처분(殺處分) 정책 때문이다. 전염병이 잦아질수록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넓혔다. 2011년 반경 500m였던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2016년 3㎞까지 확대됐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넓어질수록 죽임을 당하는 가축이 늘었다. 2000년대 들어 살처분된 가축은 모두 9천806만마리에 이른다. 매년 평균 500만마리 이상이 죽임을 당한다. 죽어야 하는 가축 건너편엔 이를 죽여야 하는 사람이 있다. 살처분 노동자들이다. 초기엔 공무원, 군인, 소방관 등이 동원됐지만 이제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다. 지자체들이 전문 방역업체나 용역업체에 살처분 작업을 위탁하는데 용역업체에선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처분은 살아있는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리나 닭은 비닐을 덮어 밀폐한 뒤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을 택한다. 소나 돼지는 근육이완제나 이산화탄소 주입 방식을 병행한다. 예전엔 파놓은 구덩이에 그대로 내던지고 생석회를 뿌리고 매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죽어가는 동물들도 고통스럽겠지만, 이 동물들을 죽여야 하는 사람들 역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대량 학살의 경험은 살처분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지만, 국가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 노동자들은 살처분 과정이 자꾸 떠올라 괴로워하거나 학살에 동참했다는 죄책감 등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인권위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공중방역 수의사 268명의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판정 기준을 넘겼다. 중증 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자살한 사례도 있다. 이에 인권위가 살처분 참여자가 겪는 트라우마의 심각성와 심리지원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 대책을 권고했다. 좀 늦었지만 정부가 살처분 작업자에 대한 심리지원 방안을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트라우마 치료비도 국가가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심리적 안정정신적 회복을 위한 치료와 지원, 정부가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리셋증후군

스티븐 스필버그가 2017년 제작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은 가상세계를 다뤘다. 이 영화에서 그린 인류의 미래는 환경오염으로 식량이 고갈되고, 넘쳐나는 쓰레기로 살 공간도 부족한 디스토피아 그 자체다. 사람들은 암울한 현실을 피해 오아시스라 불리는 가상현실을 찾는다. 오아시스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이곳에선 현실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행복감을 느낀다. 영화 속엔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해 가상세계에서만 지내는 인물이 등장한다. 사는 게 힘들어 불만과 불안이 팽배한 현실을 도피하려는 현대인들의 일면을 닮았다. 실제 많은 청소년들이 인터넷게임에 빠져 살면서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한다. 이로 인한 증상이 리셋증후군(Reset syndrome)이다. 게임, 통신, 음란물 등에 중독된 성인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리셋증후군이 청소년들에게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리셋증후군은 컴퓨터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 버튼만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도 리셋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게임처럼 인생도 되돌릴 수 있다는 망상을 갖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인간관계를 쉽게 정리하고 처음부터 시작하려 한다거나, 조금만 어려움이 있어도 이를 회피하고 다시 하려 한다. 또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폭력적으로 변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리셋증후군을 인터넷중독으로 정의했다. 판단력이 미숙한 유년 시절부터 각종 디지털 매체와 가상현실 게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리셋증후군을 보이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7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고학년의 91.1%, 중학생의 82.5%, 고등학생의 64.2%가 게임을 하고 있으며, 전체의 2.5%가 게임중독 상태로 위험군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가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청소년들에 의한 사고가 여러건 발생했다. 리셋증후군은 자존감이 낮은 청소년에게서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 주변의 도움과 인지행동치료 및 교육을 통해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게 해야 한다. 강제로 게임을 중지시키면 돌발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부모와 자녀가 대화와 합의를 통해 게임시간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셋(reset)이 아닌 리필(refill)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난제에 빠진 주거복지 로드맵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거복지로드맵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각종 계층의 공공임대 및 분양주택을 연간 20만 호씩 5년간 총 100만 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10년 공공임대주택은 10년 동안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시행 초기부터 큰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10년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시작된 지 어느덧 10년이 도래하면서 하나둘씩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발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해 2010년 입주한 판교 원마을 12단지, 산운마을 11ㆍ12단지 등 6월 말부터 차례로 일반분양 전환을 앞둔 3개 단지에서 비롯됐다. 보증금을 납부하고서 다달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던 주민들이 판교 집값이 뛰자 덩달아 자신들의 아파트 분양가도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가 산정 방식이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국회와 국토교통부 앞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낮춰달라며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판교 임대주택 입주민의 반발은 이웃 도시 광교로도 번졌다. 최근 광교신도시에 있는 광교센트럴타운 62단지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현수막 10여 개가 내걸렸다. 10년 공공임대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하라 입주민은 쫓겨나고 LH 공사는 폭리라는 내용으로, 행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아파트 역시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지난 2014년 입주해 오는 2023년 분양전환이 이뤄진다. 광교도 집값이 고공행진하자 주민들은 벌써부터 높은 분양가를 걱정하며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앞으로 분양전환을 맞이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LH 6만 6천 가구와 민간 5만 4천 가구 등 약 12만 가구에 달한다. 주민들의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짐작할 수 있다. 주거복지로드맵의 취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다. 정부는 하루하루 다가오는 분양전환 날짜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는 무주택 서민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지지대] 40대 출산율 증가의 의미

최근 대학후배가 SNS를 통해 딸 출산 소식을 전했다. 후배가 98학번이니 올해 41살이다. 또 아들(11) 친구가 동생을 보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들 친구 부모의 나이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큰아이가 6학년이고 동생이 4학년이니 40살은 족히 넘었을 것 같다. 국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0명대로 떨어져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40대 이상 산모의 출산율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44세 산모의 출산율은 전년보다 0.4명 증가한 6.4명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지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40~44세 산모의 출산율은 1993년에는 2.0명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3.2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년 새 2배로 늘어났다. 40세 이상 출산율이 증가하면서 전체 산모가 낳은 신생아의 비중도 3.9%로 늘어났다. 지난 1998년 0.8%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고 2008년 1.5%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고령 출산의 위험 부담도 줄어든 탓이겠지만 40대 이상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 40대 출산율 증가는 인공수정ㆍ시험관 아기 등 불임 치료가 일반화되고 있고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의 출산을 돕는 의료 기술이 발달하는 등 의학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의료 기술의 발달이 40대 출산율 증가에 큰 몫을 담당하는 것을 부인할 순 없겠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변의 40대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있다. 인생의 최전성기가 40대 초반(40~45세)이라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맛보면서 자신의 건강관리도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아이들 낳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답은 너무도 간단한 것 아닌가. 40대 출산이 늘어나는 것이 한국의 저출산 극복의 해법이 되긴 어렵다. 40대 출산율 증가의 숨겨진 의미를 통해 저출산 극복의 해법을 찾길 바란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罪 사해주는 연예계

1998년 개그맨 신동엽씨가 구속됐다. 마약관리법 위반혐의였다. 당시 신씨를 구속했던 주임 검사의 회고다. 방송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많은 팬 사이로 신씨가 나왔다. 수사관들이 조용히 에워쌌다. 마약 위반 혐의를 설명했다. 조용히 가시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신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 다음날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실망과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분위기는 그랬다. 마약복용은 가장 저급한 범죄로 취급됐다. ▶지금 신씨는 최고의 방송인이다. 지상파와 종편을 종횡무진 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MC다. 복귀 과정도 이제는 잊힌 옛일이다. 몇 년의 자숙이 있었던 것만 기억된다. 신씨만 탓할 건 없다. 90년대 마약 혐의로 구속됐던 영화배우. 그가 지금의 국민 배우 박중훈씨다. 2001년 마약 혐의로 벌금형 선고를 받은 가수. 그가 지금의 세계적 K-팝스타 싸이다. 모두 잠깐의 자숙 뒤에 복귀한 연예인들이다.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다. ▶이마저 바뀌었다. 충격도, 자숙도 생략되는 분위기다. 2018년 촉망받던 래퍼 씨잼이 구속됐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다. 구치소로 향한 뒤 인스타그램이 화제였다. 구속 직전 녹음은 끝내놓고 들어간다이~라는 말을 남겼다. 후배 래퍼 Y는 사랑합니다. 다녀오십쇼라고 썼다. 팔로워들도 가세했다. 진짜 너무 멋있다 노래 잘 듣고 있을게, 다녀와 뭘하든 사랑해요. 구속-석방-자숙-복귀가 구속-석방-복귀로 바뀌는 듯하다. ▶이러다 보니 회자되는 불문율이 생겼다. 자숙 기간은 1년으로 충분하다. 종편 케이블 방송은 해방구다. 1년도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불과 몇 개월 뒤에 버젓이 복귀하는 연예인도 있다. 죗값을 치른 연예인의 복귀 시작은 종편 또는 케이블이다. 이른바 간보기다. 여론의 비난 정도를 떠보는 시도다. 여기서 문제가 없으면(?)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불우이웃 돕기, 재능기부 등의 선행을 이벤트로 끼워넣기도 한다. 이게 공식 아닌 공식이다. ▶버닝썬 사건이 벌집을 쑤셨다.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그 중심에 가수 정준영이 있다.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고 한다. 동료들과 그 영상을 공유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3년 전 동영상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그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KBS는 그를 곧바로 복귀시켰다. 돌아보면 범죄 연속을 방조한 셈이다. 구속한 검사보다 큰 힘, 형을 선고한 판사보다 큰 힘. 그게 방송국 관계자의 면죄부 부여권이다. ▶공무원 또는 직장인이 마약 혐의로 구속됐다면 어땠을까. 복직할 수 있었을까. 턱도 없는 소리 아닐까. 김종구 주필

[지지대] 펫코노미(Petconomy)

저출산과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의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5.1%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키우는 반려동물(복수 응답)은 강아지 75.3%, 고양이 31.1% 순이었다. 관련 시장도 엄청 커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해 2023년 4조6천억 원, 2027년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접어들었고 시장 규모도 3조원대로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 반려동물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Pet+Economy)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펫코노미는 사료, 용품, 의료, 미용, 분양 등은 물론 전문훈련소, 펫 택시, 유치원, 호텔, 의료보험, 장례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에선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전용 수영장과 놀이터를 갖춘 문화센터를 건립, 내년 상반기에 개장한다. 냉난방기가 설치된 호텔과 수영장, 테마 공원, 캠핑장, 방갈로 등의 복합공간으로 반려동물과 가족이 같이 먹고 놀고 쉴 수 있게 꾸며진다. 특히 길이 30m, 수심 80㎝의 수영장(200㎡)은 반려견이 공간 제약없이 마음껏 헤엄을 칠 수 있게 만든다. 뛰놀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마사토를 깐 실내 놀이터인 도그런동, 다양한 사료를 골라 먹일 수 있는 펫레스토랑도 있다. 의성군은 반려동물 사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반려견들이 고령화되면서 노령견(犬)을 위한 시장도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누적 등록된 반려견 가운데 사람의 장년노년층에 해당하는 712세가 45.56%에 이른다. 이 연령대 노령견은 심장ㆍ신장 질환, 피부 질환, 구강 질환, 고관절 질환, 백내장 등 각종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업계에선 실버견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고령화로 병원비가 많은 드는 점에 주목, 만 20세까지 보장하는 반려동물 실손의료비 보험을 내놨다. 노령견을 위한 혈당관리 사료, 관절과 연골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 유기농 면으로 만든 위생 팬티 등도 인기다. 반려동물이 가족을 대신하고, 반려동물 시장이 육아관련 시장보다 더 커지는 현실이다. 세상이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면이 있다. 인구 5만2천명의 소멸 위기 지방자치단체 의성군이 반려동물 사업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자구책도 그렇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사교육 양극화

지난 2월 종영된 드라마 SKY캐슬은 고위층의 자녀 입시 문제를 다뤘다. 청소년이나 교육 관련 드라마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유난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사교육 문제와 교육 불평등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내신ㆍ스펙 등을 총괄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부모까지 가세한 아이들의 입시 전쟁, 서민들은 월 수 십만원의 학원비도 부담스러운데 수 천만원을 들이는 사교육비, 세계 일류대생을 바라는 부모의 만족을 위해 가짜 대학생 노릇을 하는 아이의 등장은 과장된 부분이 있을 지 모르지만 거의가 현실이라고 한다. SKY캐슬이 화제가 되며 사교육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비 경감 및 고액 선행 사교육 폐해 방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현행 선행교육 규제법은 공교육기관의 선행교육만 규제하고 있다며 공교육기관과 사교육기관의 선행교육을 함께 규제해야 교육의 출발선이 공정해진다고 강조했다. 또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중3 학생 비율을 보면 자사고 희망자가 일반고 희망자에 비해 4.9배 높다며 사교육 비용과 선행학습 격차를 야기하는 고교체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7.0% 많아졌다. 6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사교육비는 19조5천억원에 달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초등학생이 82.5%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69.6%, 고등학생 58.5%였다. 눈에 띄는 것은 소득 구간별로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계의 사교육 참여율이 47.3%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늘어났다. 문제는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5.1배나 된다는 것이다. 소득 구간별로 최상위인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5천원,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9만9천원이었다.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의 사교육비 차가 엄청나다. 이러한 사교육 격차는 입시에 영향을 주고, 취업으로까지 연결되면서 갈수록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사교육비로 인한 교육 불평등이 심각하다. 사교육비 문제는 육아와 함께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공교육 강화를 떠들게 아니라 사교육비 절감을 교육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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