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정년 연장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 인구가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2만5천명씩 감소한다. 2030년대가 되면 감소 폭은 연평균 50만명대로 커진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다. 올해 769만명인 노인인구가 2029년에는 1천252만명으로, 전체인구 5명 중 1명꼴이 된다. 초고령사회가 되는 것이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는 늘어나니 경제활력은 저하되고 복지, 의료, 연금 등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고령화는 사회적인 부담인 동시에, 개인에게도 고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가 일자리에서 밀려나면서 노인빈곤율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이달 말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를 재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정년연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년연장 등 이슈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5월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하면서 60세 정년 시대를 열었다. 당시 기업의 부담과 준비 기간을 고려해 3~4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2016년 1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한 뒤 이듬해 1월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했다. 법 시행 5년도 안돼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실제 법이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꺼번에 5년 연장을 얘기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노년부양비 증가속도가 9년 늦춰진다는 분석이 있다. 60~65세 인구가 부양받는 나이에서 일하는 나이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이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률이 높은데 노인들이 퇴직하지 않고 일자리를 유지한다면 청년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더 줄어들게 된다. 정년 연장은 임금구조 개편과 국민연금 수령 및 노인복지 기준 연령과도 맞물려 있어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 기업 현장에선 현행 60세 정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년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5곳 중 1곳 정도다. 60세 정년제를 안착시키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변화를 통해 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장 사정은 외면한 채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은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기업과도 대화하며 사회적 공론화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반바지의 계절

다리가 굵어도 걱정, 너무 가늘어도 걱정 올해도 어김없이 더위가 찾아오면서 최근 수원시 공무원들은 조금 특별한 고민을 하고 있다. 50대 중반의 한 수원시 공무원은 이제 곧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텐데, 다리가 너무 하얗고 털도 없어서 걱정이란다. 다리에 털이라도 많으면 하얀 피부가 가려지기라도 할 텐데, 털도 없어 중년의 나이에 새하얀 다리를 내놓기가 부끄럽다는 것이다. 또 다른 40대 남자 공무원은 다리가 너무 가늘어 반바지 착용을 고민 중이다. 웬만한 여성보다 다리가 가늘어 반바지를 입고 밖을 나서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일쑤란다. 이렇게 투덜댔지만 이들의 표정은 유쾌하고 밝았다. 그리고 결론은 모두 그래도 입어야지!다. 수원시가 지난해 여름 도입한 반바지 출근. 도입 초기에는 공직사회에서도, 시민들에게서도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한 시선 속에서도 염태영 수원시장은 공식 행사장에 반바지를 입고 등장, 반바지 착용을 몸으로 보여주며 수원시 공직사회에 반바지 출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 반바지 착용을 파격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최근 경기도가 실시한 경기도 공무원 복장 간소화 방안(반바지 착용) 관련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1천621명 중 80.7%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공무원 65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79%가 찬성했다. 이에 경기도는 오는 7월과 8월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수원시에서 시작한 작지만 큰 변화가 경기도 공직사회도 변화시킨 것이다. 수원시는 반바지 착용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에 내빈석을 없애고, 국경일국제행사를 제외한 모든 의식행사는 20분 내외, 실외 행사나 참석자들이 선 채로 진행되는 의식행사는 10분 내외로 끝내는 의전 간소화와 회의 자료 책자를 없애고, 회의 참석자들은 개인 컵을 사용하는 등 격식을 탈피하는 회의 문화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반바지를 입고, 회의에 개인 컵을 사용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이러한 것에서부터 한 걸음씩 혁신한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지지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 이는 강행 규정인 탓에 노사 간 합의했다고 해도 법정시간 외 연장근무는 절대 불가하다. 위반 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버스업계가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다. 노사간 갈등이 몇 차례 반복돼 수면 위에 떠올랐던 탓이다. 물론 향후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수원여객과 용남고속버스 등 수원지역 시내광역버스 노조가 교섭 실패로 파업을 예고했으나 막판 극적 타결되면서 파업은 피했다. 올해 1월에도 도내 8개 버스업체가 13시간에 달하는 밤샘 마라톤 교섭을 통해 파업 예고했지만, 당일 새벽 5시께 의견 차이를 좁히고 극적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 내 광역버스 노조 15곳이 임금 및 근로시간 조정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됐다. 다만 광역버스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고 오는 7월 예정된 시내버스 노조 교섭 때 다시 한번 참여하기로 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원 확충, 손실 임금 보전할 만큼의 급여 인상 등의 문제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이 연이어 발생해왔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파업이 고개를 들 때마다 내 일이 아니라는 듯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남의 탓만 에둘러 표현했던 정부나 지자체가 보여줬던 태도다. 요금 인상이라는 극적인 해법을 찾기도 했지만, 결국 시민들이 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마냥 간과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시민과 머리를 맞대고 버스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수원시를 주목해본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제안한 버스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가 수원시 주관으로 11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토론회 제목은 버스 대토론 10대 100으로 버스종사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시민과 버스 관계자들이 함께 찾아본다.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한 기초지자체의 노력이 밑알이 돼 모두가 상생하는 해피엔딩의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18세 이강인 행복보험

도쿄 대첩(東京 大捷)이라고 불렀다. 1997년 9월28일 있었던 경기다.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이다. 한국이 2대1로 역전 승했다. 모두 기뻐할 때 한 기자가 이런 기사를 남겼다. 한국 축구가 일본을 쉽게 이기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일본 축구의 성장세다. 그리고 약관 20세의 젊은 선수 한 명이었다. 볼키핑력, 찰고무같은 근력, 넓은 시야. 신인 나카다 히데토시에의 경고였다. ▶그 후 나카다는 일본과 아시아를 호령했다. 1997년, 1998년 연속 AFC 올해의 아시아 선수상을 받았다. 당시 세계 최강 이탈리아 프로리그에 진출했다. AS로마, 파르마, 볼로냐를 거쳤다. 세계 올스타 축구 경기에서는 잠시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다. 한국 축구팬은 나카다에 주눅들어야 했다. 일본과의 경기 때마다 나카다가 출전하는 지가 기사의 출발이었다. 2006년 그가 은퇴했다. 그때까지 10여년, 나카다는 일본인의 행복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엔 21세 박지성이 있었다. 포르투갈전 골이 그 서막이었다.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일본 선수는 버텨내지 못하는 무대였다. 그리고 2010년 5월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박지성의 슛이 일본 골문을 흔들었다. 일본의 월드컵 출정식을 초상집으로 만든 골이었다. 그가 5만 일본 관중을 쳐다보며 운동장을 돌았다. 유명한 산책 세리모니다. ▶일본 축구팬엔 공포의 대상이었다. 2011년 아시안컵 축구 대회에서 양국이 붙었다. 결승을 앞둔 4강이었다. 연장까지 갔지만 2대2로 승부를 짓지 못했다. 승부차기까지 갔고 한국은 패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일본 언론이 보였던 특별한 관심이 있다. 박지성 있을 때 이겨야 한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을 향한 마지막 한풀이였다. 2002년부터 꼭 10년, 박지성은 한국인의 행복이었다. ▶이강인에 국민이 환호하고 있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의 플레이가 환상적이다.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유린했다. 마르세유 턴 등 웬만한 고급 기술을 다 장착했다. 중계하던 해설자도 말했다. 남미 선수를 상대로 우리 선수가 이렇게 개인기를 펴는 것은 처음 봅니다. 발렌시아 유망주, 천만 유로 몸값 등의 명성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그래도 태극기를 단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본 축구팬들의 감동은 특별했다. ▶나카다로 일본 축구팬이 10년간 행복했다. 박지성으로 한국 축구팬이 10년간 행복했다. 팬들이 신인 스포츠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가 그런 거다. 한번 등장한 스타로 10년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기대다. 고단한 세상을 살아가며 얻는 행복 보험과도 같은 거다. 2001년 2월19일생 이강인. 만 18세인 그의 현란한 플레이에 많은 이들이 10년짜리 행복 보험을 가입하고 싶어 한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아프리카돼지열병

남북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북쪽에서의 침입을 우려해 철통같은 경계를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니 더 더욱 걱정이다.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는 가축 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얘기다. 중국 본토를 휩쓸고 인접국으로 번진 돼지열병이 북한에 상륙하면서 국내로 유입될까 노심초사다. 남북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방역 비상이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야생 멧돼지를 통해 확산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아스파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덩치가 크고 복잡해 아직까지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돼지가 이 질병에 감염되면 급성 열병을 일으켜 하루 이틀에서 10일 이내에 죽게 된다.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치명적 질병이다. 돼지열병이 일단 확산되면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다행히 인간 전염 가능성은 없다. 1957년 포르투갈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온 돼지열병은 스페인과 프랑스로 확산됐다. 이 질병을 퇴치하기까지 42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2007년 다시 그루지아를 통해 확산돼 동유럽을 초토화시킨 뒤 아시아로 번졌다. 지난해 8월 중국 동북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질병은 9개월 만에 전역으로 확산됐다. 중국 전체 돼지수가 30% 정도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돼지열병이 몽골베트남캄보디아홍콩 등 아시아 전역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중국 랴오닝성 인근 북한 자강도의 북상협동농장에서도 발생했다.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이 병으로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북한 당국이 이동제한, 문제지역 예찰, 살처분, 소독 등으로 방역에 주력하고 있지만 전염성이 강해 국내 유입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돼지열병은 구제역보다 공기 전파 가능성은 낮다. 감염 매개체로 야생 멧돼지가 꼽힌다. 멧돼지는 이 병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채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살아간다. 때문에 북한 야생 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 남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접경지역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우려되는 만큼 울타리 보수 등 물샐 틈 없는 방역관리가 중요하다. 돼지 사료로 쓰이는 음식물 쓰레기도 돼지열병을 퍼뜨리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밀수입된 축산물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으므로 국경 검역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31일 남북 접경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경기도는 31일부터 김포파주연천 등 192개 농가를 긴급방역했다. 남북의 양돈 체계가 함께 붕괴되는 일이 없도록 남북의 철저한 방역협력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개물림 사고

지난 25일 수원시 장안구의 한 놀이터에서 대형견 말라뮤트가 놀고 있던 초등학생을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학생은 얼굴과 머리 부위 여러 군데가 23㎝가량 찢어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반려견 관리 소홀로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과실치상)로 경찰 조사를 받은 개 주인은 정자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개 목줄이 풀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 물림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매년 증가 추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2018년 119구급대가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는 6천883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2천명 이상,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개에게 물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1m 크기의 올드 잉글리쉬 쉽독이 입주민인 30대 남성의 중요 부위를 물어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안성에서는 60대 여성이 도사견에 물려 사망했다. 개물림 사고는 맹견에만 그치지 않는다. 안성 사고를 일으킨 도사견은 맹견이지만, 부산 사고를 일으킨 올드 잉글리쉬 쉽독은 대형견이긴 하나 입마개 착용을 해야 하는 맹견은 아니다. 수원의 말라뮤트도 입마개 의무 착용 대상이 아니다. 현행법상 외출할 때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이다. 맹견의 경우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매년 3시간씩 교육 이수, 소유자 등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게 할 것, 외출시 맹견에 목줄과 입마개를 할 것,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등 시설에 맹견이 출입하지 않도록 할 것이란 법 조항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가 참고한 맹견법은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맹견법(The Dangerous Dogs Act)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영국의 맹견법은 영국에서 가장 멍청한 법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특정 견종을 덩치가 크고 인상이 험상궂다는 이유로 맹견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물림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격성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공원ㆍ항공기 등에서도 동물 등록제를 마친 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원칙 아래 제도를 강화해야 하는게 맞다. 우리 개는 안 문다, 순하다는 견주들이 있고, 지나가던 사람도 개가 이쁘다며 만지기도 하는데 위험한 행동이다. 작은 개도 물 수 있고 온순하다고 알려진 개도 우발적으로 물 수 있다. 모르는 개에게 물리기도 하지만 친척지인의 아는 개에게 물리는 경우도 많다. 개조심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교사의 손전화

▶야! 너 어디야? 술에 취한 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밤늦게 전화를 해서 한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학부모는 다음 날,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향해 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경기도 일선 학교에서 있었던 실제 교권 침해 사례다. 교사들이 학부모 전화로 힘들어하고 있다. 문제는 교사를 24시간 콜센터 직원처럼 생각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경기교육정책 정기 여론조사(2019년 4월) 결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례 중 우선 대처해야 할 사항으로 ①업무시간 이외에도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연락(11.3%) ②교사의 사생활에 대한 침해(9%) 등이 합계 20.3%를 차지했다. 교사의 휴대전화번호 공개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학교에서 교사 개인의 전화번호를 학부모에게 반드시 공개하라는 지시나 강요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해 교사는 개인 휴대전화번호 공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이에 도교육청은 근무시간 외 휴대전화에 의한 교육 활동침해 관련 안내 공문을 일선 모든 학교에 보냈다. 내용은 개인 휴대전화번호 학부모 제공 제한의 법적 근거와 개인 휴대전화번호 학부모 제공 제한의 필요성을 담아 교사의 개인 연락처 공개 제한에 힘을 실었다. ▶아침마다 문자로 교사에게 사소한 일까지 부탁하고 심지어 아이에게 간식 사먹을 돈까지 빌려주라는 학부모의 전화가 수업 중에 온다고 한다. 촌각을 다투는 내용이 아니다. 급한 경우에는 학교 대표전화로 연락하면 된다. 손전화 대신 손편지도 있다. 의미없는 손전화로 교사를 괴롭히지 말자. 늦은 밤, 누군가 술에 취해 전화해 야! 너 어디야?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 있을까. 교사가 학부모 전화 민원에 시달리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교사 손 밖에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노동국과 쌍용차의 교훈

2004년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쌍용차 대주주 상하이차는 당초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쌍용차의 핵심 기술을 빼돌린 뒤 철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채권 은행은 쌍용차의 유동성 공급 요청을 거부했다.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2009년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노조가 공장점거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직장 폐쇄로 맞섰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공권력이 투입돼 강제 해산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 사건으로 노조원 9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구속됐다. 파업에 참여한 인원 중 400여 명은 무급휴직을 받았으며, 마지막까지 농성을 이어간 200여 명은 결국 해고됐다. 이후 쌍용차는 2010년 11월 인도의 자동차업체 마힌드라가 인수한 뒤 정상화 됐지만 쌍용차 해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진행 중이다. 10년째 복직 투쟁을 벌이는 사이 해고자 또는 가족 등 30명이 자살과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쌍용차 사태는 10년 넘게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노동 문제는 복잡하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제삼자가 섣불리 개입할 수 없다. 그동안 중앙 정부나 경기도 역시 이같은 이유로 소극적인 노동정책을 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쌍용차 사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경기도가 지난 28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노동국 신설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조하던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노동국을 단독 국으로 두기로 했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경기도 노동국에는 노동정책과, 노동권익과, 외국인 정책과를 두고, 비정규직 노동권익 개선과 노동자 구제 등 노동정책 업무를 맡게 된다. 경기도에는 유독 민감한 노동 관련 현안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기업도 많고 노동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노동의 중요성의 강조해 온 이재명 지사가 노동국 신설로 얼마나 실효성 있는 노동 정책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 이선호 정치부 부장

[지지대] 동부지검 특수부

만약 이 수사에 실패한다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때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다-록히드 사건 수사 동경지검 특수부 검사.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당신들은 사표 쓸 걱정 같은 것은 하지 마라-록히드 사건 수사 당시 후세 다케시 검찰총장.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 독직 사건은 적발되지 않더라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지만 그것이 만연하면 국가 자체가 붕괴한다-동경지검 특수부장 가와이 노부타로. ▶책 동경지검 특수부 속 명언이다. 검사들의 활약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정ㆍ재계 거대 악을 퇴치하는 검찰상이 그려진다. 동경지검 특수부는 일본 검찰의 상징이다. 1976년 록히드 뇌물 사건을 수사했다. 집권 자민당 거물, 다나카 카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했다. 이후 1980년대 리쿠르트 사건, 1990년대 사가와규빈 사건도 수사했다. 그때마다 정권이 주저앉았다. 책은 이런 동경지검 특수부 명성을 더 끌어올렸다. ▶올 들어 가장 주목받는 검찰이 있다. 서울 동부지검(한찬식 검사장)이다. 형사6부(특수)가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했다. 문재인 정권이 수사대상이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다. 청와대 주변인들까지 샅샅이 뒤졌다. 전 환경부 장관 영장 청구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구악(舊惡)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곳도 동부지검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조사했고 구속했다. 많은 이들이 동경지검 특수부 같다고들 말한다. ▶때마침 드라마에도 동부지검이 등장한다. MBC 검법남녀의 배경이 동부지검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검찰 활약상을 그렸다. 등장하는 차장검사, 검사, 수사관이 모두 동부지검 소속이다. 시즌 2 방영을 앞두고 동부지검팀 다시 뭉쳐라는 홍보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옛날, 동경지검 특수부는 책을 통해 명성을 인정받았다. 지금, 동부지검은 드라마를 통해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래저래 쏠리는 관심이 많다. ▶물론 달리 볼 구석도 있다. 동경지검 특수부 위상이 옛날 같지 않다. 독직 사건 이후 신뢰를 많이 잃었다. 김학의 전 차관 수사도 직제상으로는 동부지검과 관계없다. 동부지검 청사에 마련된 별도의 수사단에서 하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에겐 동부지검 특수부다. 가장 세고, 가장 바쁘고, 가장 강직한 검찰이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동부지검 검사장은 언론의 취재 대상 1호다. 그를 통해 뭔가 특별한 신호를 감지하려고 한다. 책 동경지검 특수부 속 멋들어진 명언을 기대한다. 하지만, 한찬식 검사장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어렵게 흘러나온 말이 이거다. 검사가 법대로 하는 거지 뭐. 어찌 보면 가장 검사다운 답변이다. 인사철이 올수록 그를 주시하는 여론이 많다.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좌천 인사를 우려한다. 권력을 건드린 검사에 대한 보복인사가 그만큼 많았던 검찰역사 때문이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중장년층의 ‘이중부양’

한국의 중장년층은 노부모와 미혼 성인 자녀를 모두 부양하는 이중부양 부담을 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인생 이모작을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아버지도 모시고 아들도 모신다. 늙고 병든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깨가 무겁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못한 자녀를 건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낀세대로서의 삶이 고달프다. 정작 자신의 건강과 노후는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탓에 불안하고 막막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 중장년층(만45~64세)10명 중 4명은 노부모와 함께 성인기 미혼자녀까지 부양하는 이중부양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중장년층 가족의 이중부양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장년 1천명 중 39.5%가 25살 이상의 미혼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함께 부양하고 있었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이중부양 비율도 높았다. 가구소득 수준별 이중부양 비율은 200만299만원(33.8%), 300만399만원(38.8%), 400만499만원(39.6%), 500만599만원(48.0%), 600만699만원(42.8%), 700만799만원(50.4%), 800만원 이상(56.1%) 등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중장년층(46.0%)이 남성 중장년층(32.2%)보다 이중부양 비율이 높았다. 중장년층이 부양하는 성인 자녀 또는 노부모에게 지원한 현금은 1년간 월 평균 115만5천원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용돈과 생활비, 병원비, 학비 명목이다. 조사대상 중장년층의 50.3%는 이중부양 이후 가족생활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했다. 사회생활 제약(3.5%), 부부 간 갈등 증가(6.0%), 피부양자와 갈등 증가(7.0%), 신체 및 정신건강 악화(8.2%), 형제자매 및 가족 간 갈등 증가(11.4%), 경제생활 악화(13.7%), 일상생활 제약(16.0%), 가족 간 협동심친밀감 증대(23.7%) 등으로 대부분 부정적이다. 월 가구소득 3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이중부양은 경제적 부담이 상당히 크다. 청년과 노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부양 부담이 줄어드는데 현 청년과 노인 정책은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기에 충분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년층이 은퇴 등 고용 환경이 불안해지면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은퇴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많다. 고용 불안, 경제적 부양 스트레스 등으로 불안정하게 생활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 안정화, 세금 감면 같은 이중부양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게임중독=질병

게임중독이란 질병이 새로 하나 생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분류했다. WHO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22년부터 공식 질병이 된다. B위원회가 부여한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는 6C51로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뒀다. WHO의 질병 등재에 따라 194개 회원국은 게임중독을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게임중독의 질병 코드화를 놓고 세계적으로 논란이 거셌다.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게임이 건강, 특히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게임업계에선 4차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럼에도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은 알코올이나 도박처럼 중독되면 자제력을 잃고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WHO는 무엇이 게임중독인가라는 진단 기준을 내놨다. 게임을 절제할 수 없고, 일상보다 게임에 우선순위를 두며,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 3가지가 함께 일어나는 경우라고 했다. 실제 주변에서 게임에 빠진 사람들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게임중독이 심각하다. 게임에 빠져 잘 먹지 않으면서 밤 새워 게임을 하다 영양실조로 기절했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학교 출석을 못해 휴학을 하거나 제적을 당한 학생도 있다. 가상공간과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대형 사고를 친 사례도 있다. 게임 금단 증상으로 초조, 불안, 우울, 무기력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게임중독은 성인들에서도 나타난다. 부부관계 악화로 인한 이혼이나 별거, 직장에서 상사와의 갈등이나 해고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몇년 전엔 게임광인 20대 아버지가 게임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두 살 짜리 아들이 잠을 자지 않자 손으로 아이의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게임중독의 질병 등재로 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중독이 어떤 질병인지, 치료와 예방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조사해 명확한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WHO의 질병 분류에 대한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되 게임산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측면에서 간과해선 안된다. 정부의 고민과 역할이 커졌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인천시, 정부 데칼코마니 주의보

(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지난 10일 나눈 비공식 대화이다. 이들은 이날 관료들이 말을 덜 듣는다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을 한다는 등의 관료 조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정책 책임이 더 무겁다라는 논란만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3년차 들어 정부 정책이 속도감을 내기 위해 관료 사회가 적극적인 행정을 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관료를 탓하기 전에 그들이 왜 2년밖에 안됐는데 4년차 같은 행동과 현상을 보일까를 엄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른바 관료들의 텃세인 관료주의 성향은 전 세계 어느 정부에나 있다. 관료들은 정권의 정책 능력이 뛰어나면 따르지만, 아니거나 모른다 싶으면 정책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힘을 못 쓰고, 남북관계 정책도 거북이걸음을 하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결국, 당청 관계자 간의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는 푸념은 정부의 정책 부재를 자인한 꼴이다. 출범 1년차인 민선 7기 인천시는 이번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인천 시정에 정부 데칼코마니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남춘 시장은 취임 초부터 인사와 주요 정책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부재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지적하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여러 번이다.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조차 일은 네가 하고, 인사 고가는 내 것이라는 이기주의가 팽배하다는 자성이 나올 정도이니 박 시장의 하소연도 이해된다. 하지만, 민선 7기 1년차부터 공무원 복지부동이 나타났다면, 그 원인부터 긴급 진단해야 한다. 혹시 민선 7기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공무원이 어떤 평가를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민선 7기의 대표 공약인 서해평화협력시대는 제자리걸음이고,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인 합치 정책도 효과보다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 데칼코마니를 주의할 때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지지대] 유승민 IOC 위원

지난 1994년 열린 한 경기도 탁구대회에서 유독 눈에 띄는 초등학교 선수가 있었다. 한 눈에 될성부른 떡잎으로 느껴졌던 그 소년은 10년 뒤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탁구 황제로 우뚝 섰다. 그 소년이 바로 한국 남자 탁구 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유승민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탁구 천재로 기대를 모은 유승민은 부천 내동중 2학년 때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후, 포천 동남고 3학년이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최연소로 출전했다. ▶유승민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2014년 은퇴,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그리고, 불과 2년 후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돼 돌아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진행된 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 세계의 내로라하는 23명 후보들과 경쟁해 당당히 2위로 당선된 것이다. 그의 IOC 위원 당선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선거기간 내내 올림픽 선수촌을 혈혈 단신 누비며 얻어낸 값진 승리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IOC 위원으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스포츠 발전과 선수 인권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IOC 활동 뿐 아니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국제탁구연맹(ITTF) 집행위원, 평창기념재단 이사장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37세의 나이에 대한탁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서 수장을 맡기에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이견도 있지만 그의 출마 변은 명확했다. 유 의원은 현장의 고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달콤한 결과보다 탁구 발전의 밀알이 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탁구 천재의 폭풍 성장을 지켜보면서 그의 노력과 대견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엘리트 선수를 거쳐 스포츠 행정가이자 외교관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며 타고난 천재가 아닌, 노력하는 천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이후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포츠 외교관이 거의 없다. 정부나 스포츠계가 인재를 육성할 토양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신선한 도전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제2, 제3의 유승민을 키워야 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정치인의 동상·공적비

아주 특별한 절도 사건이었다. 30㎝짜리 미니어처 동상이 사라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다. 누군가 유리관을 열고 가져갔다. 2016년 4월 26일 밤의 일이다. 몇 시간 뒤 대학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내일 아침 이름 없는 야산에 파묻어 놓겠습니다. 인하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교 측은 해프닝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법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주목했다. 인하대와 이승만 동상에 얽힌 인하대만의 역사가 있어서다. ▶인하대는 1954년 개교했다. 이승만 정부가 만들었다. 초대 이사장은 이기붕이다. 현직 부통령을 앉혔다. 1972년 캠퍼스에 이승만 동상이 세워졌다. 높이 6.3m(좌대 3m 포함)의 흉상이었다. 1980년대 들어 학생들의 표적이 됐다. 1983년 10월, 마침내 동상이 쓰러졌다. 그 현장에 신입생이던 나도 있었다. 이후 이승만 동상은 인하대만의 갈등이 됐다. 재건립과 반대가 계속 충돌한다. 자기가 만든 학교에서 당하는 이승만의 수난이다. ▶2001년, 수원에서도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공원에 설치된 동상 하나가 깨졌다. 누군가 해머를 이용해 부쉈다. 동상의 주인공은 이병희 전 의원이다. 수원에서 6선을 한 정치인이다. 삼성전자 유치, 경기도청 유치에 공이 컸다. 숨지는 순간에도 국회의원이었다. 그를 추종하는 인사들이 동상을 만들었다. 바로 그 동상이 훼손됐다. 수원 출신의 시민운동가가 내가 했다고 했다. 평생 챙기던 수원 지역에서 당한 이병희의 수난이다. ▶2019년 5월 17일 포천시. 이제 낯설지도 않은 퍼포먼스가 있었다. 국도 43호선 축석 고개 입구에서다. 전두환 공적비라 불리는 호국로 기념비가 흰 천으로 덮였다. 그 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렸다. 붉은색 페인트를 넣은 계란들이 날아들었다. 시민단체와 민중당원 등 10여명이 벌인 이벤트다. 5ㆍ18에 반성하지 않는 전 전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서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5ㆍ18마다 포천에서 당하는 전두환의 수난이다. ▶레닌 동상은 레닌 자신의 작품이다. 나라 곳곳에 동상 건립을 지시했다. 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이라고 했다. 신성한 제단(祭壇)과도 같았다. 그 동상도 결국 쓰러졌다. 100년 뒤 끌어내려 졌다. 정치인의 동상ㆍ공적비가 그렇다. 언젠가 끌어내려 진다. 고인(故人)들은 이 사실을 알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다시 보게 된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화려한 동상ㆍ공적비의 덧없음을 그는 알았던 듯하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미래식량 곤충

파브르 곤충기에는 파브르가 매미요리를 시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4마리의 새끼 매미를 얻었다. 될 수 있는 대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간단한 요리법을 택했다. 올리브기름 45방울, 소금 한 스푼, 양파 등을 준비했다. 매미튀김 맛은 새우튀김과 비슷했다. 아니, 볶은 메뚜기 맛에 더 가까웠다. 매미는 고대 그리스 사람도 먹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매미는 허물을 벗기 전의 애벌레일 때가 가장 맛있다. 허물을 벗고 성체가 된 매미는 수컷이 더 맛있다. 짝짓기를 한 후에는 하얀 알이 가득 든 암컷이 더 낫다.고 밝혔다. 중국의 옛 요리책 제민요술에도 다양한 매미요리법이 소개돼 있다. 초등학교 때 볶은 메뚜기를 먹은 적이 있다. 종종 도시락 반찬으로 싸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다. 길거리 음식이었던 번데기도 사먹었다. 짭조름하면서 구수한 맛이 났다. 우리가 먹어본 곤충 요리는 메뚜기와 번데기 정도로 기억된다.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세계 각국이 다양한 식용 곤충 개발에 나섰다. 영화 설국열차에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이 나오는데 이런 것이 현실이 되고있는 것이다. 실제 귀뚜라미, 메뚜기, 애벌레, 딱정벌레, 장수풍뎅이 등 각종 곤충을 주재료로 한 식품이 늘고 있다. 미국 레스토랑에선 쇠고기 패티 대신 귀뚜라미를 재료로 한 귀뚜라미 버거가 좋은 반응이고, 파리 식당가에선 개미와 번데기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곤충은 고지방, 고단백질, 비타민, 섬유질, 칼슘, 철, 아연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2013년 5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유망한 미래 식량으로 꼽았다. 세계 인구가 2030년엔 85억 명, 2050년엔 96억 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선 식량 생산량을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하지만 공산품을 쏟아내 듯 식량 생산량을 늘리긴 어렵다. 곡물이나 가축을 더 키우기 위한 땅과 물이 충분치 않고, 가축 생산량을 늘렸을 때 발생하는 자연 훼손과 온실 가스 등도 문제다. 친환경적이고 영양이 풍부한 곤충이 대안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 17~18일 곤충페스티벌에서 곤충 요리를 선보였다. 음식에 활용한 곤충은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쌍별귀뚜라미, 누에번데기 등 7종이다. 이를 재료로 해서 귀뚜라미 백김치, 고소애 커리, 꽃뱅이 수제비 샐러드, 꽃뱅이 콩나물냉국 등 일상 요리를 만들었다. 곤충의 맛있는 변신이다. 곤충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곤충 요리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새벽 배송

보라색 M사의 새벽 배송을 가끔 이용한다. 밤 11시 이전에 먹을거리를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빵과 우유, 샐러드, 과일 등 신선식품이 아파트 문 앞에 배달된다. 가격은 다소 비싼 듯하지만 상품 질이 괜찮아보여 믿고 구매한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번잡하게 장을 보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고 상품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잠자기 전 주문하면 눈뜨기 전 문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새벽 배송이 큰 인기다. M사는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까지 집 앞으로 배송해주는 새벽 배송 서비스로 창업 이후 4년 동안 50배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새벽 배송을 등에 업은 이 회사의 가파른 성장세는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올랐고, 이후 경쟁업체들이 너나없이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다. 늦은 밤 온라인ㆍ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야코노미족이 급격히 늘면서 샛별배송, 새벽식탁, 로켓프레시, 쓱배송 굿모닝 등 업체마다 새벽 배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배송업체에는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새벽 배송의 이면엔 배송 기사들의 고충이 있다. 새벽 배송이 나온 뒤로 하루 두 탕을 뛰는 배송 기사들이 많아졌다. 낮에 일하고, 밤에 또 일하는 기사들은 쪽잠을 자면서 길게는 하루 17시간씩 노동을 한다. 기사들은 피로 누적으로 자칫 사고가 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배송 기사들이 장시간 일하는 배경에는 지입사(운송업체주선사)가 있다. 현행법상 본인이 배송 차량을 갖고 있어도 배송 업무를 하려면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한데 이 번호판은 개인에겐 발급되지 않는다. 때문에 기사들은 영업용 번호판을 소유한 지입사에 3천만4천만 원을 내고 번호판을 빌려야 하고, 매달 지입료도 낸다. 새벽 배송 기사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지입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일을 하는 지입 기사다. 배송업체가 직영보다 지입 기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으로 보인다. 배송 기사들은 하루 한탕만 뛰어서는 지입사 비용 지불 등 생계가 빠듯하다 보니 투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험한 줄 알지만 먹고 살려면 밤낮없이 길게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7년 야간노동을 인간의 생체리듬을 어지럽힐 수 있는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장기간 야간에 일한 노동자는 암에 걸릴 개연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새벽 배송 업체들은 소비자 편의만 앞세우지 말고 이를 위해 투입되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모습은 이제 어색하지가 않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외국인을 접할 수 있고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지역경제의 수레바퀴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236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08년(115만 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로 인한 외국인 노동력과 국제결혼 등이 늘어나면서 국내 거주 외국인은 계속 증가 추세다. 안산시의 경우 미니 지구촌으로 불린다. 안산시에는 110개 국가 8만 6천780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체 주민 71만 6천여 명의 12.1%에 달하는 규모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외국인까지 찾아와 10만 명 이상이 안산에 몰린다. 다문화특구로 지정된 원곡동 일대는 다양한 언어로 된 간판이 즐비하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양해 마치 외국 도시를 방문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다가오는 20일은 세계인의 날이다. Together Day라고 불리는 세계인의 날은 2007년 제정돼 올해로 12주년을 맞는다. 5월20일을 기준으로 1주간은 세계인 주간으로 전국 각지에서 세계문화체험, 세계음식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퍼레이드, 축하공연 등이 펼쳐진다. 이처럼 의미 있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지만,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아직도 부족한 편이다. 농촌에서는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배우자를 구해 다문화가정을 꾸려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과 피부와 언어가 다르다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사례가 종종 벌어진다. 아직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의료교육 등 국가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결혼이주여성도 많고,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세계인의 날을 맞아 이국만리 타향에서 이주해온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에 발맞춰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다양성을 존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슬픈 오월의 노래

오늘도 어김없이 북수원 지지대를 지난다. 그야말로 신록의 계절임을 실감케 한다. 주위는 날이 다르게 푸름을 더해만 가고 있다. 오월의 기운을 그대로 전해준다. 오월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먼저,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풋풋한 사랑을 전하는 달이다. 성인이면 우스갯말로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달로 속칭된다. 이런저런 선물과 용돈을 챙겨주려니 그도 이해가 된다. 이뿐 아니다. 스승의 날도 있다. 한 번쯤 보고 싶은 추억 속 스승님을 절로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일상을 핑계로 그리움 속 원안에서 맴돌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도 수년간 그런 범주에 안주했다. 가정의 달은 삶에 활력소임이 틀림없다. 서로 간 소원했던 관계도 허물고 정도 보일 수 있는 명분 있는 달이다. 그런 기분 좋은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은 계절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가슴 답답한 이유는 뭘까? 80년의 아픈 역사를 읊조리는 오월의 노래 때문이다. 올해는 더욱더 유난스럽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느덧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때의 과거사는 아직도 규명 대상이다. 군인들의 총칼로 희생된 이들은 많은데 발포나 사격 명령자는 묘연하다. 아픈 과거사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이나 사과도 찾기 힘들다. 최근 주한미군 정보요원 출신 김용장씨가 밝힌 증언이 주목된다. 시민군에 대한 사살명령권자가 바로 전두환이란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두환이 5월 21일 광주를 찾아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대장 등과 회의를 했고 목적은 사살명령이었음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의 이런 추론이 합리적임을 재차 강조했다. 김씨는 방어차원에서 하는 발포명령과 사살명령은 완전히 다르다는 말도 했다. 또 같은 날 당시 505보안부대 수사관이었던 허장환씨의 증언도 나왔다. 그는 발포는 초병한테만 해당되는 말임을 전제한 뒤 전두환씨는 발포 명령권자가 아니라 사격 명령권자임을 주장했다. 아픈 4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그래야만 희생된 자에 대한 작지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김상곤과 업(嶪)

4월16일 자 보도는 이랬다. -경기교육연구원 이사장에 김상곤 앉히려, 지원자 전원 면접 취소이재정 교육감, 지원자 서류 접수 후 金 모시겠다 내정 시사金, 블라인드 채용 원칙 어기고 지원서에 이력ㆍ경력 상세 기재-.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전에 이미 정해진 채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1면에 비중 있게 보도했다. 기사에 밝힌 정보 출처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다. ▶김 이사장은 3월19일에 취임했다. 앞서 이재정 교육감의 언급이 있었다. 김상곤 전 부총리를 모시겠다. 2월11일 기자간담회였다. 취임으로부터 27일 뒤, 교육감 발언으로부터 70일쯤 뒤 나온 기사다. 보도 시점이 다소 느닷없어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의 비공식 반응도 그랬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취임 한참 뒤에 갑자기 보도한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다. ▶그 기사로부터도 또 한 달여가 지났다. 느닷없기는 이 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쓰는 건 지역 내 여론 때문이다. 김 이사장 얘기는 몇 달 전부터 돌았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출마설이다. 수원과 주변 몇 곳이 특정되기도 한다. 이달 초, 측근모임이 알려졌다. 그 장소는 의왕시 모처였다고 한다. 거물(巨物)이니만큼 따라붙는 관심으로 보인다. 그래서 보도에도 추론이 붙었다. 견제 세력의 작품이다. ▶엊그제 한발 나간 추론을 들었다. 반(反) 김상곤 세력의 보복설이다. 교육감 시절, 그는 개혁가였다. 과거의 모든 것에 칼을 댔다. 수많은 교육가ㆍ교육행정가가 기득권에서 밀려났다. 지금도 그들은 반 김상곤 정서의 중심에 있다. 실제로 그럴싸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별도로 결정하자 면접 생략하시죠. 추천위원회를 묘사한 기사의 일부다. 내부 아니면 옮길 수 없는 장면이다. ▶교육계는 이념적 아집이 강하다. 쉽게 바뀌지 않는 조직이다. 김상곤 5년이 바꾼 것도 겉모습이다. 경기교육의 외피(外皮)만 바뀌었다. 교육 철학과 결합된 구성원의 이념은 그대로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다. 조직 안에도, 조직 밖에도 여전하다.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진 김상곤 기사에서 그런 모습을 봤다. 행간(行間)에 묻어 있는 보수 교육계 그림자, 어쩌면 개혁가 김상곤을 운명처럼 따라다닐 업(嶪)일지 모른다. 김종구 주필

[지지대]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서울시 아파트 경비실의 냉ㆍ난방기 설치율이 64%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가 지난달 아파트 노동환경 실태조사 차원에서 총 2천187개 아파트 단지의 경비실(총 8천763개) 냉ㆍ난방기와 휴게실 설치 실태를 처음 전수조사 했는데 10곳 중 4곳에 냉ㆍ난방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설치가 안 된 이유는 주로 주민 및 동대표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한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반대한다는 전단을 뿌려 온라인에 퍼진 적이 있다.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라는 제목의 전단에는 에어컨 설치 반대 이유가 5가지 적혀 있었다.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 공기가 오염된다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 주민 화합이 안 된다 우리보다 더 큰 아파트 경비실에도 에어컨이 없다. 황당한 반대 이유에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퍼부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에어컨 없는 경비실이 많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작년 한 해 온열질환자가 모두 4천526명 발생했고 이중 48명이 사망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기온 역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어컨 없는 경비실에선 벌써부터 올여름 폭염을 걱정한다. 경비원들은 특히 폭염에 취약한 고령자 비율이 높아 노동환경과 인권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경기도는 경비원과 미화원의 쉼터환경 개선을 위해 경기도시공사에서 시행하는 33개 공동주택 단지에 냉ㆍ난방시설을 갖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거나 계획 중인 아파트는 현재 24개 단지 1만6천414가구, 입주가 끝난 아파트는 9개 단지 3천444가구로 이 모든 아파트에 에어컨 등을 설치한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 아파트 청소원ㆍ경비원분들께 쾌적함을 선물하겠다며 경기도시공사 시행 아파트에 휴게시설을 약속한 것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건축 단계에서부터 경비원과 미화원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입주민이 휴게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기도는 정부 방침과 관련, 경기도에서 시작한 작은 배려가 이제 전국 아파트로 확대된다며 환영했다. 경기도가 추진한 현장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 노력이 정부 정책으로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경비원이나 청소원도 존중받아야 할 우리 이웃이다. 에어컨 없는 아파트에 올해는 경비실에 에어컨 한대 놔드리자는 작은 운동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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