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경기만평, 당구公

{Image}

재계 불법 정치자금은 ‘판도라의 상자’

손길승 SK 회장 비자금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이어 모 그룹 대표의 대선자금 공여설이 제기되는 등 정치권이 또 다른 정치자금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대검의 손 회장에 대한 수사는 분식회계에 의한 비자금 조성에 초점을 두어 수백억원의 비자금 중 100억원을 지난 대선 때 정치권에 건넨 혐의를 밝혀냈다. 이런 가운데 서울지검은 또 다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모 그룹 대표가 역시 대선 때 여당 후보 진영에 95억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긴 회사 내부 녹취록을 입수해 집중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 결과가 어떤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현대 비자금 150억원 플러스 알파에 이어 잇따라 불거지는 재계의 정치권 유착은 실로 유감이다. 대검은 SK 회장의 비자금 정치권 유입에 본격적인 정치인 대상의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져 손 회장 비자금만으로도 정치권에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물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다양하다. 한나라당은 기획사정의 의혹을 드러내고 민주당은 대선 당시 선대본부를 맡은 신당 소관이라며 발뺌하는 데 비해 신당측은 영수증 처리한 후원금 외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이렇게 큰 소리 치지만 속으로는 대선자금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선거사상 가장 돈을 적게 들였다는 지난 대선마저 이토록 재계 자금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등 대선이 끝나고 나면 으레 문제가 되는 불법자금설은 불치의 고질병 같아 크게 개탄스럽다. 이러한 재계의 불법자금 제공은 기업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으로 말하여 정치권의 책임이 단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종의 보험료 성격으로 건넨 면이 또한 없지않아 얼마 전에 전경련이 결의한 불법 정치자금 제공 거부가 앞으로 과연 이행될 것인지 의문이다. 재계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있을 때마다 우려되는 건 재계도 응분의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기업의 경영 위축으로 인한 경제 문제다. 그러나 철저한 수사는 마땅하다. 정치권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로 재계의 불법자금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앙을 불러 들인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깊이 각인시켜야 한다.

막바지 국감, 더욱 분발해야

국정감사가 이번 주말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임과 동시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정책 잘못을 공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에서 국정감사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지난 보름 동안 국회의원들은 나름대로 국감을 위해 준비된 자료를 가지고 행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기 위하여 노력을 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국감 역시 과거의 국감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여 국민들이 기대했던 국감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와 관련된 이념 논쟁으로 인하여 파행을 빚기도 했다. 송씨 사건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되지만 그러나 국감이라는 중요한 국회 업무가 남남(南南)갈등 양상으로 변하여 국감 자체가 엉망이 된다면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국감은 신4당 체제에 의하여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정감사이기 때문에 정책감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4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하여 정책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아 어느 때보다 정부 정책에 대해 예리한 비판을 통한 정책감사의 국정감사를 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이런 기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었다. 아직도 근거 없이 호통을 치거나 질문을 하고는 막상 답변시엔 질문한 의원이 자리에 없어 무슨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행정부에서는 이번 국감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가장 쉬운 국감이었다고들 말한다. 그러면서도 공무원들은 국감을 위하여 준비한 수많은 자료와 복사물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해가며 국감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국회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행정부의 부실한 준비, 소신없는 답변이나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증인 불출석도 비판 받아야 한다. 이제 불과 5일정도면 국감이 끝난다. 지금부터라도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정책감사 위주로 전환하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대안제시를 통하여 경제문제, 민생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바오로 2세

로마시의 바티칸 언덕에서 발달한 나라, 바티칸 시국(市國)은 면적 44만㎡에 인구는 2천여명에 불과하다. 1929년 교황 비오11세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땅을 사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지만 그 영향력은 세계적으로 막강하다. 교황청인 바티칸 궁전·성 베드로 대성당·대광장·도서관·박물관·카톨릭 대학·시스틴 성당·천문대·방송국·인쇄소 등 이밖에 많은 시설이 있으며 화폐와 우표를 독자적으로 발행한다. 60여 나라와 대사나 공사 등 해외 사절을 교환하는 등 외교 관계를 갖고 있다. 교황은 세계에서 약 10억에 이르는 카톨릭 교인의 최고 수장으로 존경을 받는다. 초기엔 일반 성직자와 평신도 속에서도 선출 되도록 됐으나 추기경만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도록 교회법이 다시 정해진 지가 오래다. 교황청의 각 성장(省長·장관)을 맡기도 하는 추기경은 80세로 정년이 있는데 비해 교황은 종신직이다. 교황이 서거하면 전 세계 각지의 추기경들이 시스틴 성당에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한다. 따로 입후보란 게 없고, 한 사람도 반대가 없는 전원 일치로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를 몇날 며칠 걸려 계속할 때가 있다. 이윽고 새 교황이 선출되면 시스틴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뿜어 새 교황 탄생을 알리는 신호를 내보이면 이를 기다리며 지켜보던 군중들이 축제의 함성을 터뜨린다. 교황 대관식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이어 군중이 임립한 대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대성당 발코니에서 대관이 이루어진다. 교황 바오로 2세의 위독설을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교황은 지병인 파키슨병으로 시달려 왔다. 올해 83세로 즉위 25주년을 맞는 바오로 2세는 세계 여러 나라를 두루 순례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 왔다. 거동이 불편한 지금도 핀란드 방문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한다. 어쩌면 또 시스틴 성당 굴뚝의 흰 연기를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되도록이면 핀란드 방문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임양은 주필

월요칼럼/악용되는 '기게스의 반지'

국회의원들은 아주 대단한 특권을 갖고 있다. 바로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과 면책특권(제45조)이다.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 회기 중에 석방된다.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렇게 국회의원에게 특권들이 부여된 것은 자주성, 독립성을 갖고 직무를 수행하라는 뜻이다. 특히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탄압으로부터 국회의 기능을 지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오늘날 불체포특권은 면책특권과 더불어 민주정치의 상징으로 꼽힌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은 과거 군주 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의회의 생존 수단으로 등장했다. 영국은 1603년 의회특권법을 제정하여 왕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반대하는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불체포특권을 만들었다. 이래서 영국에 의회 주권의 시대가 열렸고 의원의 특권은 확고히 정착됐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미국이 권력분립의 기초 아래서 1787년 연방헌법을 제정하면서 불체포특권을 헌법상의 특권으로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헌법 이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명문으로 규정,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불체포특권이 작금 부정적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은 국회의 책임이 크다. 국회의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정당한 법 집행을 막는 데 불체포 특권이 악용되기 때문이다. 비리 혐의에 연루된 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잇달아 몇달동안 열었던 임시국회가 바로 ‘방탄국회’의 효시다. 방탄국회는 불법 비리 행위를 저지른 의원들을 정당한 사법절차로부터 도피시키려고 걸핏하면 임시국회를 연 데서 기인한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론’에 기이한 반지와 ‘기게스’라는 목동 이야기가 나온다. 그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조금 돌리면 반지를 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유형이나 무형이나 힘이 생기면 욕심이 동한다. 처음엔 착한 목동이었던 기게스는 반지의 힘을 이용해서 국왕을 죽이고 그 왕비를 부인으로 삼아 새로운 왕이 된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이건 ‘기게스의 반지’를 낀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만일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법적 정의에서 면탈하려 한다면 불체포특권을 부여받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기게스의 반지와 다름 없다. 헌법이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기게스의 반지가 선용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불체포특권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의 헌법상 특권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불체포특권은 독재 권력의 횡포와 탄압에 맞서서 의정활동을 벌일 때 보장되는 특권이지 범법 행위를 저지른 국회의원을 부당하게 방패막이 하는 권한이 아니다. 동료의원 비호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절대 권력은 국왕이나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개인적이고 부도덕한 비리에 대한 심판마저도 차단할 수 있는 지위도 절대 권력에 속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절대 권력이란 없다. 절대 권력자도 없다. 불체포특권 조항에 “뇌물 수수 등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 비리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단서 조항을 추가하라는 주장은 이래서 자꾸 제기된다. 문제는 헌법 개정이든 관련 법률 제·개정이든 모두 국회의 결정 사항이라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의 권리를 제한하려 하겠느냐, 이 말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불체포특권을 악용해선 안된다는 것을 의원윤리강령에 넣든지,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도 악용된다면 ‘기게스의 반지’는 바닷 속에 던지는 게 좋다. /임병호 논설위원

천자춘추/출판기념회

안식일에 유대사람들은 세 가지 행동을 한다고 한다. 뒤를 보고, 위를 보고, 앞을 본다. 이러한 행동은 지난날을 반성하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앞날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세상살이라도 계절이 바뀔 때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요즘 출판기념회가 비교적 잦다. 엊그제 어느 호텔에서 열렸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그 날의 주인공인 필자나 덕담을 들려주는 축하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머금게 하는 아주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인간은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귀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생각을 글로 나타내어 책자로 만들어 자기를 드러 낸다. 어찌 보면 자기 반성이요, 자기 질책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앞날의 갈 길을 조정한다. 출판기념회를 갖는 대부분 필자들의 변(辯)인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반성 없는 생활은 살 가치가 없다”고 갈파했다. 산다는 것은 부단히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 내 놓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바로 자기 성찰의 자리다. 결코 자기를 드러내어 어깨를 추겨 올리려는 행위는 아니다. 백로가 지날 쯤 절기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여름이 성급히 지나가는 것은 친구와 헤어지는 느낌을 준다고 아쉬움을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하늘이 훤하게 뚫린 가을이 제격이다. 좋은 책 한 권만 있으면 마음껏 행복해 질 수 있는 때다. 이러할 때 작품집을 상재(上梓)한 이들은 행복을 불어 넣어주는 고마운 분들이 아닐까. 어느 작가는 축사 중에 “작품은 가치 있는 인간적 체험의 기록이다. 그래서 쓰여진다기 보다는 소재를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그렇다. 필자는 다만 자기가 체험한 삶 속에서 만난 소재에다 살을 붙이고 정신을 불어넣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무에는 해마다 같은 열매가 달리지만 실은 그것은 매번 새로운 열매다. 마찬가지로 생각에 있어서도 모두 항구적인 가치 있는 생각이 늘 새롭게 나타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이들이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도 그 속에 담겨진 생각이 늘 새로울 때 그 의미가 배가된다. 생각은 바로 그 사람의 행동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익어 가는 가을과 함께 우리들의 생각도 알차게 여물어 갔으면 싶다. /김훈동.수원예총 회장

10월 6일 경기만평, 당구公

{Image}

북 ‘폐연료봉 재처리’ 주장의 배경

북의 중앙통신이 주장한 8천여개 폐연료봉 재처리는 핵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인용한 이같은 보도에 미국은 우려속에 의문을 표명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역시 회의적이긴 하다. 그러나 6자회담 추진에 비교적 냉담해온 북측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또 협박을 일삼는 것은 이유가 없지않아 보인다. 언젠가는 있을 6자회담 속개에 대비, 북·미불가침조약 등 그들이 주장해온 선 요구 조건의 관철을 압박하려는 것은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만은 아니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 또한 다분하다. 저들은 앞서 파병을 비난한 바가 있다. 이유는 또 있다. 자신들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송두율씨에 대한 국정원 조사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으로 감지된다. 대남 공작에 주요 역할을 해온 송씨가 이번 서울 방문에서 또 어떤 소임이 있었는 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화 인사로만 대접받을 줄 알았던 자기네 사람이 의외로 사법처리 위기에 처한 덴 충격이 없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송씨 문제에 북측의 직접적인 표명이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다. 잘못 관심을 나타내선 이미 밝혀낸 이적성 혐의 내용을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게 저들의 입장이다. 그래서 기존의 의미와 함께 송씨 문제와 관련한 불쾌한 심기를 복합적으로 드러낸 게 또 한번의 벼랑끝 전술인 것으로 능히 관측된다. 북은 핵이 없다고도 했다. 그래놓고 또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는 ‘미국과 핵 전쟁을 벌여봐야 안다’는 말을 북측 고위층이 공공연히 한 적이 있다. 없는 핵무기를 굳이 있다고 우긴다던 저들이 이제 핵을 들어 위협하는 상투적 수단은 담담타타(談談打打)와 허허실실 전법이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이 국제사회에 통하는 덴 한계가 있다. 이미 한계에 와 있다. 더 이상의 무모한 주장은 재앙을 불러들일 수가 있다. 진솔하게 나오는 게 중국이나 러시아도 더 유익하다고 보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말마다 끌려가서는 한량이 없다.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북측의 재처리 완료 발언에 대해 묵묵히 관련 정보만을 재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은 잘한 일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