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생각하는 우리 글, 우리 말

오늘은 557돌을 맞이한 한글날이다. 재론할 여지도 없이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도 인정하는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다. 유네스코가 1997년 ‘한글은 세계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선포했다. ‘모든 언어가 꿈 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는 격찬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는 한글을 경시하고 있으니 실로 통탄할 일이다. 심지어 국경일이었던 한글날을 기념일로 격하시킨 어리석음까지 범했다. 자기 나라 글을 이렇게 홀대하고 있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우리말고는 없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에도 우리는 한글의 강습과 보급에 목숨을 걸고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른바 문화의 세기라는 오늘날 한글이 오염, 훼손돼 간다면, 또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민족적 죄업임을 면할 수 없다. 우리 글은 우리 말과 상통한다. 국토분단 반세기를 넘기면서 같은 글, 같은 말을 사용하면서도 적잖은 말들이 번역 없이는 뜻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남한말과 북한말 사이에 차이가 난 것도 심히 안타까운 판국에 한글 표준어가 외래어·은어·속어 등에 밀려 거리의 간판들에서조차 푸대접을 받는 현실은 더욱 서글픈 일이다. 예를 들기도 민망하지만 ‘불타는 XXX에 OOO 조개들’ ‘골때리네 △△△’등 한국어, 한국말이 저질화돼 가고, 여기에다 인터넷 채팅이나 휴대폰 문팅 등에 등장하는 소위 ‘외계어’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즐팅(즐거운 채팅)’ ‘냉텅(내용 없음)’ ‘e렇퀘글쓰능高★로 나뽀게생각안훼(이렇게 글 쓰는 거 별로 나쁘게 생각 안해)’ 등이 도대체 어느 나라 글인가. 문제는 종이보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해지는 청소년들의 우리 글 , 우리 말에 대한 사랑 결여다. 우리 글을 다 깨우치기도 전에 외계어를 배운 일부 어린이들이 원고지나 공책에 글을 쓸 때 은어와 외래어를 정상적인 것 처럼 알고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글, 우리 말 표준어는 물·공기와 같아서 일단 파괴·훼손되면 복구하기가 어렵다. ‘우리 글·우리 말은 교과서에만 있다’는 자괴감을 없애려면 정부는 물론 방송계·언론계·교육 당국의 심각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환원하는 ‘한글 사랑 마음’을 국가가 먼저 보여주기 바란다.

부끄러운 ‘부패지수’ 50위

매년 각국의 부패정도를 측정하는 국제투명성 기구의 발표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한국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부패지수’가 4.3으로서 조사 대상국 133개국 중 50위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2001년 42위 2002년 40위에 비하여 더욱 낮아진 것으로 아직도 한국은 총체적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5위), 일본(21위)에는 말할 필요도 없고 홍콩(14위), 대만(30위)에도 뒤진다. 이런 부패지수는 아프리카의 튀니지(39위)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이며, 또한 코스타리카, 그리스와 같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부패지수가 높은 것이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세계에서 삶의 질이 가장 좋은 핀란드는 매년 1위로 나타나고 있어 부럽기만 하다.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가의 투명성을 높여 10위 이내로 향상시키겠다고 하였는데,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반부패기본법을 만들어 부패방지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돈세탁법까지 제정 투명사회 건설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국제사회가 한국을 부패지수가 높은 국가로 평가하고 있어 국가신인도가 오히려 낮아졌다. 요즈음 연일 신문에 정치인들이 현대, SK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로부터 수억원에서부터 수백억원까지의 비자금을 받은 사건들이 보도되어 세상이 어지럽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정치인들이 검은 돈 수수문제로 검찰에 대거 소환될 예정이다. 불과 6개월 전에 퇴임한 정권 실세들의 상당수가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고 얼마전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죄에 의한 추징금부과 미납으로 가재도구까지 경매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 정치인의 부패상이다. 이런 상황에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선관위가 제출한 투명한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안에 대하여 ‘이상주의’ 등으로 비판하고 있으니,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제대로 근절되겠는가. 정치권의 부패는 가장 심각한 사회적 암이다. 따라서 정치인은 물론 국민 모두 부패근절을 위해 노력하여 부끄럼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훗카이도의 지각변동

고대의 세계지도 추정도를 보면 동남아의 인도네시아가 따로 없다. 지금의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대륙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밖에도 아프리카가 유럽과 연결돼 있는 등 현재의 오대양 육대주 양상과는 판이하다. 이러한 추정은 수억 또는 십수억년 전을 가상한 것으로 지질학계 등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결국 지구가 약 35억~40억년 전 태양계의 아홉 행성 중 하나로 생긴 이후 대지진 등으로 천지 개벽의 지각 변동을 일으켜 육지의 형태가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지구 표면의 4분의3이 바다이고 겨우 4분의1에 불과한 육지 중에도 곧 넘어질 듯이 더러 아슬 아슬한 형태의 산봉우리도 있고 바위 등이 있다. 설악산의 흔들바위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형태는 아마 바닷속도 비슷할 것이다. 알고 보면 흔들바위처럼 아슬 아슬하게 솟아 있는 육지가 있을 수도 있다. 지난 달 26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카치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진원지 부근의 땅이 남동쪽으로 최대 1m가량 이동한 것으로 일본의 국토지리원이 측정해 냈다. 도카치 앞바다의 태평양판 암반이 가라 앉으면서 일어난 지진 이후에 미처 다 어긋나지 못한 도카치 땅의 단층이 서서히 미끄러져 가라앉는 바람에 이같은 지각 변동이 생겼다는 것이다. 고대 도시 폼페이는 베수비어스 화산의 폭발로 멸망했는가 하면 지각 변동으로 바다에 잠긴 이집트의 수중 고도시가 발견된 적도 있다. 지진으로 인한 지각 변동이 비록 이번이 처음인 건 아니지만 지구의 인류에 대한 위협은 무수한 떠돌이 별의 충돌설만이 아닌 것 같다. 알고 보면 기껏 바닷속 단층에 떠받친 육지의 지구촌에 웬 분쟁도 많고 전쟁도 많은 건지 생각해 보면 허망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 해야하는 것이 인간사회이고 보면 누구 말처럼 설사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 지라도 종말이 아닐 지 또 모르는 내일을 위하여 사과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심어야 할 것이다. 각박한 마음에서 벗어나는 여유를 갖고 싶다. /임양은 주필

10월 8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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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문화제’ 를 축하하며

오는 9일 개막돼 12일까지 4일간 화려한 문화관광축제를 펼치는 제40회 수원 ‘화성(華城)문화제’를 축하한다. 화성문화제는 103만 수원시민의 축제일 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각광 받고 있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문화예술행사다. 화성문화제는 원래 ‘화홍(華虹)문화제’로 1964년 경기도청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전함에 따라 도청 기공식이 있었던 10월15일을 기념하고 경기도 수부시민의 애향심을 높이는 뜻에서 시작됐다. 특히 조선조 21대 정조(正祖)대왕이 부친 장헌세자(사도세자)의 원침을 양주 배봉산 영우원(永祐園)에서 수원 화산 현륭원(顯隆園)으로 천장한 뒤 화성행궁을 건립하고 전배(殿拜)했던 효심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화산릉 (융릉·건릉) 참배를 시작으로 개막된 화홍문화제의 각종 문화예술행사 중 ‘화홍상(華虹賞)’은 전국 각 시.도에서 1명씩 선발된 효자·효녀·효부들을 크게 시상한 전국 최대의 효행상이었다. 화홍문화제가 화성문화제로 행사명칭을 바꾼 것은 ‘수원성’으로 알려진 화성이 본래 이름을 찾은 1999년부터였다. 정조대왕이 축성한 ‘화성(華城)’이 1997년 12월 6일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행사일을 10월 10일로 변경한 것도 화성 축성 준공일이 10월 10일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화성의 역사적 의의와 정조대왕의 효심을 기리는 화성문화제가 올해는 특히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승화시키는 데 주력, 화성행궁, 동장대(연무대), 장안공원 등 화성 일원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특히 행사시간을 시민의 참여가 용이한 저녁시간대로 주로 조정하여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식전행사로 열리는 헌다례, 행궁개관식, 과거시험, 혜경궁 홍씨 회갑연 등 정조시대의 행사 재연과 10일 오후 7시 동장대에서의 개막식 및 ‘해피 수원’ 선포식 등 모든 행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만 이렇게 한국적으로 특성화된 전통문화축제가 성공을 거두려면 집행부의 차질 없는 진행은 물론 수원시민과 각급 기관단체, 학생들이 그야말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하다. 제40회를 맞이한 화성문화제를 거듭 축하하면서 고대와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수원시의 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빌어마지 않는다.

경기도 단합이 왜 강원도보다 못한가?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강원도 역시 분단의 땅이다. 경기도가 장단군을 비무장지대에 묻혀 둔 채, 개성시와 개풍군을 북녘 땅에 넘겨 준 것처럼 강원도 또한 같은 처지다. 강원도는 도청 소재지인 춘천에서 삼척까지 남북이 육백리 길이다. 동서로는 대관령을 사이에 두고 있다. 경기도의 남북 교통편보다 불편하기가 이루 더 말할 수가 없다. 경기도는 의정부시에 제2청사를 두고 있다. 강원도는 이보다 격이 낮은 출장소를 동해시에 두고있다. 이런데도 강원도에선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분도론이 경기도에서는 걸핏하면 나온다. 무슨 경기북도분도추진위원회란 것이 이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민망하다. 경기도의 정체성과 정서를 유린하는 분도론이 그래도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실익이 돌아 간다면 이해할 수 있겠다. 일반 주민들에게 분도가 안되어 불이익한 것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흔히 민원 사무를 들지만 경기도 본청까지 진달하는 민원을 낼 주민이 연간 얼마나 될 것인 지 의아스럽다. 되레 주민 부담만 크게 가중시킨다. 도청을 운영하려면 통상 연 5천억원의 돈이 든다. 이는 인건비 등 경상비만으로 이밖에 도청·도의회 등 도단위 기관의 청사 신축비를 계상하면 이보다 더한 돈이 당장에 소요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지방의원이 유급화 하므로 이를 추가하면 연간 경상비는 훨씬 더 웃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통상비용 5천억원을 기준해도 북부지역 250만 주민 1인당 20만원이 돌아가 가구당 보통 60만원의 추가 부담을 떠 안는다. 분도가 되면 도단위 관변단체장이나 노리는 특수계층이 아닌 일반 주민들에게는 실로 유해무익한 것이 분도론이다. 이런데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내년 총선을 겨냥하여 분도론의 감각적 호응을 자극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그들이 과연 접경지역개발 등 북부지역 발전을 위해 그간 얼마나 노력했는 지를 묻고 싶다. 분도론은 시기상조가 아니라 영원히 있어서는 안되는 공멸론이다. 분도가 되어 힘이 약화된 광역자치단체가 되어서는 대내외 간에 경쟁력이 있을 수 없다. 이보다는 기전사회의 전통과 역사가 깃들고, 경쟁력있는 1천만 웅도의 공동체로 경기도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이 공영의 길이다. 강원도에선 전혀 나오지 않는 분도론이 유독 경기도에서만 간헐적으로 나오는 흰소리는 지역사회의 분할보단 단합이 중요하다고 보아 경계하며 배격한다.

강금실 법무

서울 용산경찰서 법조 브로커 비리와 관련된 검사 4명 중 강금실 법무장관의 측근만이 유일하게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리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궁금한 것은 무혐의 처리가 과연 강 장관의 법무·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측근 때문인 게 맞는가 하는 그 진위다. 계좌추적에서 10만원짜리 수표 10장을 받은 정황이 잘못 판단된 것이라는 게 무혐의 사유다. 그럼 정직 및 중근신처분 받은 다른 3명의 징계위원회 회부 내용은 얼마나 정황이 뚜렷한 건지 알 수 없다. 더 자세한 내용을 모르므로 잘했다 못했다 할 수는 없으나 상벌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똑같아야 객관적 권위를 지니는 사실은 분명하게 말할 수가 있다. 나일강의 악어에 아들을 붙잡힌 어머니가 돌려줄 것을 간청하자 악어는 “내가 돌려줄 것인지, 돌려주지 않을 것인 지 정확하게 맞추면 돌려주겠다고 말했으나 그 어머니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말하든 저렇게 말하든 맞추지 못했다면서 아이를 해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우화인 이 악어의 논법은 논리학상 일종의 상관궤변법이다. 상벌의 불공정은 이러든 저러든 부정적으로 둘러대는 상관궤변법을 구실 삼는 것이 상례다. 사물의 경위가 결론을 낳는 게 아니고 이미 난 결론을 두고 경위를 해석하는 것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그렇다고 이번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정이 이와 같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 장관에게 아쉬운 점은 있다. 얼마 전엔 조사를 앞둔 송두율씨를 두고 ‘기소 불가’ 의견을 밝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강 장관은 취임 당초의 선입견 보단 상당히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하는 사람이다. 물론 일마다 모든 이들의 마음에 다 들게할 수는 없는 것이 고위공직 생활이지만 그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별로 이유가 되지않는 일로 강 장관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광교산의 아침/도청, 獅子身中蟲의 愚를 범하지 말길

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는 경기도청에 괴이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어 여간 염려스럽지 않다. 소문은 몇몇 실·국장들과 관련된 것으로 하나같이 음해(陰害)에 가까운 내용들이다. ‘ 무슨 인·허가 건과 관련돼 내사를 받고 있으니, 특정업체의 편의를 봐주고 금전적 도움을 받고 있느니’ 하는 것들이다. 물론 사실확인은 전혀 되지도 않은 것들이며, 어쩌면 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사법기관에서 흘러나온 얘기니’, ‘청내에서 제보가 있었느니’하는 등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사자가 죽어서 시체로 변하더라도 다른 짐승들은 두려워 가까이 가지 못하여 그 시체를 먹이로 먹지 못하고 있는데 스스로 시체속에서 벌레가 생겨 이를 먹어치워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다)의 양태를 보이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사회가 그동안 과도한 경쟁과 조직원의 실적위주의 평가로 날로 삭막해 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청은 전부는 아니겠지만 여전히 선후배간의 질서가 나름대로 존재하고 위사람에 대한 존경심도 살아있으며 동료간의 우애와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모습이 곳곳에서 표출되는 안정된 조직으로 그 면모를 과시해 왔다. 그런데 그 면모를 스스로 내부에서 서서히 소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소문이 사실이라면 당연이 법대로 처리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상급자들이 그런 행태를 보였다면 밑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는 것이 지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그 실체가 확인됐을 때의 일이다. 단지 ‘카더라’론으로 특정인을 매도하거나 그의 위상에 손상을 가해서는 안된다. 공직에 수십년간 몸담았던 개개인의 위상을 ‘카더라’는 입소문으로 훼손할 경우, 이해당사자의 가슴 밀려오는 공허감과 배신감은 어떨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런 식의 입소문들이 도청이라는 거대 공룡조직에 얼마나 많은 갈등요인이 될 수 있는 지도 곱씹어 보아야 한다. 확인되지 않는 마타도어는 결국 공무원조직 스스로를 파괴하는 ‘충(蟲)’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악의적인 소문이 나도는 것인지에 대해 손학규 지사를 비롯한 도청 수뇌부들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인사(人事)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었다. “민선3기 1년을 맞아 전국의 각 시·도가 1년간의 평가와 단체장의 색채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는데 유독 경기도만이 그 시기를 놓쳤다”는 이 공무원은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인사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윗물이 고여 곳곳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징조”라고 말했다. ‘인사가 만사’가 되기위해서는 사람만 적재적소에 잘 쓰는 판단뿐 아니라 적기에 인력을 순환시키는 결단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분석인 것 같다. 대부분의 도청 공무원들이 현재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언제쯤 인사를 하느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사를 서둘러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최소한 수뇌부들이 입소문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그 원인을 찾는데보다 눈과 귀를 기울여 주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것만은 강조하고 싶다. /정일형 정치부장

천자춘추/'늘 콩깍지 사랑으로...'

단풍이 절정에 오르는 10월이 되면 혼인교육을 받으러 오는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으로 교구청 대강당도 빨갛게 달아오른다. 가을과 함께 찾아온 결혼시즌이 교회안에서도 예외없는 풍경인 것이다.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받으려면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젊은이들, 신자인 여자친구에게 이끌려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눈만 껌벅거리며 잔뜩 긴장해 있는 예비신랑들…. 노랗고, 빨갛게 물들인 헤어 스타일과 최신 유행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앉아서 독신으로 사는 가톨릭 신부의 강의가 신기하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는 새침떼기 예비신부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귀엽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잘 생긴 남자들의 배우자감으로 데려온 신부는 결코 미인이 아니며, 예쁘게 생긴 여자들의 신랑감으로 데려온 남자들은 결코 미남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이란 미남과 미녀의 외적 만남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내적 통교를 통하여 서로에게 시력이 맞추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짚신도 짝이 있고 제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로에게 사랑의 눈이 먼 두 사람은 교육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웃지 않아도 될 것도 관심을 보이며 크게 웃고 화내지 않을 일도 쉽게 토라지며 눈을 흘긴다. 그들을 바라보며 교육을 하노라면 서로의 눈에 뒤집어 쓴 콩깍지가 제발 벗겨지지 않고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결국 사랑은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결혼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저들의 관심이 결혼안에서는 차츰 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안타깝다. 늘 콩깍지의 사랑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부부이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 신부

독자투고/농촌 행락객 오해없게 행동해야...

지난 봄의 가뭄과 여름의 수해를 이겨낸 농부들의 노고는 요즘 결실과 보람으로 들녘을 황금물결과 풍요로운 과실로 넘실거린다. 서울시민과 수도권 시민들은 주말과 휴일이면 자동차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근교의 높고 푸른 하늘과 산야 속에서 충만한 가을 정취를 한껏 만끽한다. 그런데 종종 온전히 마무리 돼야 할 가을날의 외출이 간혹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지는 경우를 많이 접하는데 교외를 찾는 도시사람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농촌을 찾은 이들은 안 그래도 시름에 빠져 의욕을 잃은 농촌주민들에게 오해를 받는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녀를 동반하고 자연을 가르치며 들녘의 메뚜기를 잡고 떨어진 밤을 줍는 것까지는 환영할 일이나 도가 지나쳐 다 익은 벼를 뽑는다거나 엄연히 주인이 있는 밤나무와 사과, 배, 포도나무에서 다 익지도 않은 과실을 따는 행위는 자녀 교육을 넘어서 남에게 폐를 끼침은 물론 형법상 엄연히 손괴죄요, 절도죄인 것이다. 매년 가을마다 배를 절도 당한 농부가 일요일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과수원을 지키다 과수원 옆에 성묘 온 서울사람들이 땅에 떨어진 배 대 여섯개를 줍는 것을 보고 절도죄 신고를 한 일도 있다. 순박한 농민인심이 사라졌다느니 우리 어렸을 때는 서리도 했다는 말은 이제 농민들에게 설득력이 없으며 농민들에게 한해 생사를 건 자식과도 같은 수확물인 것이다. 놀러온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이요 한 두개 기념으로 가져가는 과실이요, 꽃이지만 그나마 아직도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에게는 제 몸처럼 아끼고 지키는 재산인 것이다. 삭막한 농촌 인심을 탓하기 전에 삭막한 농촌을 위해 내가 도울 일이 무엇인가를 다같이 고민하는 일이 우선 절실하며 이 가을철만이라도 함부로 농작물을 건드려서 절도의 오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행동에 각별히 조심하길 바란다./박경호·가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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