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부모가 없으면 좋겠다니

아동들이 어른들로부터 받는 학대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아동을 학대하는 장본인이 남이 아닌 부모라는 사실은 더욱 통탄스럽다. 본보가 집중적으로 보도한 아동학대 실태는 비참하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한 남자아동의 경우 아버지가 가한 폭력으로 머리뼈가 금이 갔고 온 몸을 막대기로 맞아 피멍이 들었다. 어머니가 가출한 뒤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학교도 가지 못했다. 생후 11개월짜리 아이를 대변을 많이 본다는 이유로 우유를 하루에 한번만 주고 대소변을 볼 때마다 눈·귀를 꼬집으며 포대기로 꽁꽁 묶어 팔다리를 부러 뜨린 친어머니도 있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와의 불화로 어머니가 가출했거나, 이혼한 뒤 부모가 전혀 돌보지 않아 구걸에 나선 남녀 아동들도 있다. 계모가 고의적으로 주는 상한 음식을 매일 강제로 먹거나 생모에게 전화하였다고 하여 하루 종일 집안에 갇힌 채 아버지와 계모로부터 매를 맞아 숨진 아동도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상식적으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동학대가 늘어 나고 있다. 전국아동학대예방센터는 최근 자체 운영중인 신고전화 ‘1391’을 통해 지난 한해 접수된 어린이학대 신고가 2천946건으로, 2001년 2천606건에 비해 1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학대유형은 방임형 학대가 36.3%로 가장 많았고 신체학대 28.4%, 심한 욕설 등의 정서학대 26.3%, 아동을 버리는 경우와 성적학대가 각각 5.8%, 3.2%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80%가 친부모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사실이다. 공식 집계가 이렇다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아동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게 분명하다. 문제는 아동학대를 단순히 남의 가정일로만 보는 사회풍토다. 주변의 무관심으로 신고가 극소수일 뿐 아니라 신고했을 경우 따를 수도 있는 부모의 항의나 참고인 조사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아동학대 예방을 어렵게 한다.교사나 의사, 약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동과 직접 접촉하는 직업종사자들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된 아동복지법을 모르는 것도 문제점이다. ‘차라리 부모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아동들이 있을 정도로 고아 보다 더 불쌍한 것은 부모가 있는데도 학대·방치되는 아동들이다. 부모가 있으면 독지가도 외면하고 보호시설도 마음대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학대자를 보다 엄벌하는 강력한 법규가 필요하다.

손 지사의 ‘경기발전위원회’ 인식?

‘경기발전위원회’의 출범은 기대할만 하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조순 전 경제부총리, 민관식 전 국회부의장과 오명 아주대 총장 등 위촉된 49명의 위원들 면모 또한 쟁쟁하다. 정·관계 및 학계, 이밖의 여러 전문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하고 또 사회의 신망과 존경을 받는 면면이다. 도정 전반에 걸친 자문기능을 구하는덴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이같은 지도자급 인사들로 위촉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아 가히 믿음직 하다. 특히 경기도정은 여느 광역단체 업무와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우선 인구가 방대하여 국내 인구의 약 25%나 되는 1천만명에 이르고, 국민총생산의 반가량을 차지하는 첨단산업·중소기업 등 제반 산업활동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특유의 교통·환경·사회문제 등 행정수요가 다양·다변하며, 동북아시대 개척의 요충지로, 장차 통일한반도의 중핵지대가 될 접경지역의 특수성을 갖고 있다. 명실공히 지방정부의 무한기능을 지닌 것이 경기도정이다. 이같은 지방정부의 막중한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국정 및 사회와 여러 전문분야의 경륜있는 인사들로부터 열린 자문을 구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믿어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경기발전위원회’설립에 동의는 한다. 문제가 되는 건 앞으로의 운영이다. 만약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형식에 흘러서는 손지사의 치장용 방패막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을 우려하면서 이런 우려가 배제되길 바란다. 흔히 있는 옥상옥의 ‘위원회’가 되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갖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가 단순히 사랑방 좌담같은 상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임이 조직화된 일정 과제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필요하면 예산투입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투입예산의 사장화가 아닌 효율화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있다. ‘경기발전위원회’구성이 대개는 원로들의 모임인 것 같다. 무턱대고 젊은 세대, 신시대 사고(思考)만이 능사로 꼽히는 이즈엄 세태에서 돋보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강점이 있다. 이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구 관념에서 탈피하는 열린 시대적 감각의 접목을 원로들에게 주문할 필요가 또한 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경기발전위원회’를 만들었으면 상응한 도정의 실용화를 기할 책임이 있다. ‘경기발전위원회’ 역시 들러리식 직함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가적 지방정부의 경기도정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를 당부해 둔다.

어버이 날에 무궁화꽃을

한반도에 무궁화(無窮花)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산해경(山海經)’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서기전 8∼3세기 춘추전국시대에 저술된 지리서(地理書)라고 전해 내려오는 문헌이다. 동진(東晋)때 곽박(郭璞)이 그때까지의 기록을 종합,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君子之國有薰花草朝生暮死)”라는 기록이 있다.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것이다.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 이로 미루어 아주 예로부터 무궁화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라 효공왕이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에게 작성시켜 당나라에 보낸 국서 가운데 “근화향(槿花鄕·무궁화의 나라·신라)은 겸양하고 자중하지만 호시국은 강폭함이 날로 더 해 간다”고 한 것이 있다. 1935년 10월21일 동아일보 학예란에 ‘조선의 국화 무궁화의 내력’이라는 제목 아래 “아마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조선에도 개화풍이 불어오게 되고 서양인의 출입이 빈번해지자 당시의 선각자 윤치호(尹致昊) 등의 발의로 양악대를 비롯하여 애국가를 창작할 때에 애국가의 뒤풀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면서 무궁화는 조선의 국화(國花)가 되었다. 안창호(安昌浩) 등이 맹렬히 민족주의를 고취할 때에 연단에 설 때마다, 가두에서 부르짖을 때마다 주먹으로 책상을 치고 발을 구르면서 무궁화 동산을 절규함에 여기에 자극을 받은 민중은 귀에 젖고 입에 익어서 무궁화를 인식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로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는 말은 우리 한 민족의 가슴 속에 조국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뜻으로 남게 되었다. 오늘날 어버이 날에 카네이션 대신 무궁화를 달아 드리는 풍습이 생겼다. 수원 영복여자중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각 기관·단체를 다니며 어버이 날에 무궁화를 직접 달아주어 기쁨을 주고 있다. 나라 사랑, 무궁화 사랑 활동에 앞장서는 영복여중의 노고가 재삼 돋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골프장 땅 말고, 공장 땅을

참 이상하다. 정부의 갑작스런 웬 선심 아닌 선심 인지? 골프장 총면적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한다면서, 경기도내에 18홀짜리 40개소를 더 만들 수 있다고 생색내지만 가당치 않다. 수도권을 더 꽁꽁 묶어 규제하지 못해 안달인 비수도권에서도 군 말이 없다. 골프장은 좋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 세입이 는다고 한다. 많이 늘긴 하지만 달갑지 않다.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골프장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지역사회의 골프장 존재는 멀쩡한 이를 충치로 썩혀 망가뜨리는 왕눈깔사탕과 같다. 기실 무서운 환경공해업체인 게 골프장이다. 경기도가 골프장 천국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천국이 아닌 반환경 지옥임을 뜻한다. 전국의 골프장 143개소 중 무려 58%인 83개소가 있다. 면적은 전국 골프장의 4천9백58만2천여평 가운데 59.8%에 해당하는 2천9백63만7천여평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나 된다. 이미 많은 야산이 헐리고 깎여 곳곳의 산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초맹독성 농약까지 마구 뿌려 주민생활을 위협하기도 한다. 여기에 40개소를 더 만들어 1천500만평 가량의 산을 더 깔아 뭉개면 또 어떻게 되나? 그나마 남은 좀 반반한 야산이 잇달아 작살나기 시작할 것이다. 참 해도 너무 한다. “인근 주민의 고용창출이 증대되고 소비활성화 등 경제효과가 크다”는 정부 발표는 마치 골프장 업체를 대변하는 것 같다. 당치않은 주민고용이란 무슨 얼어죽을 소린가. 벌면 서울로 보내기 바쁜 돈이 지역경제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중앙에서 지방에 공장부지 물량을 배급하는 희한한 공장총량제란 걸 시행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 공장을 짓지 못해 적체된 소요부지가 20만여평인 터에, 애걸복걸한 올 물량 요구의 110만여평 중 겨우 74%인 81만여평만 배정한 정부가 골프장은 무려 1천500만평을 더 지을 수 있도록 했으니, 무슨 이런 시책이 다 있는 것인지. 그렇다고 공장이 대개는 산업사회시대와 같은 노동집약형도 아니다. 굴뚝이 없는 지적집약형 첨단산업이 태반인데도 정부 처사는 이 모양이다. 공장을 더 짓는다 해서 인구가 몰려드는 것 또한 아니다. 예컨대 수도권 주말 교통에 혼잡을 주는 것은 서울이나 비수도권 등지서 몰려드는 골퍼 유동인구가 더 이유일 것이다. 이만이 아니다. 외자 유치를 위한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땅을 쓸 수 있게 해달라 해도 예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들먹이며 못하게 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우려한 눈치놀음 때문이다. 그래서 그같은 외자들이 비수도권으로 간 것은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다른 동남아 등지로 샜다. 경제문제를 이토록 정치논리로 막는 것을 보면 경제문제는 어디까지나 시장논리로 풀겠다는 것도 헛말인성 싶다. 동남아 전초 기지인 수도권의 경제활동을 이렇게 빗장 채워놓고 어떻게 동북아 경제중심을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걱정된다. 청와대 어느 인사가 “골프는 사회의 여가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에 났다. 잘 모르겠다. 국민은 고사하고 도대체 공무원 중에도 필드에 한번 서면 10만원짜리 수표 서 너장쯤 없애야 하는 골프를 제돈 주고 칠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골프의 대중화란 자기네들 끼리의 대중화다. 골프 하는 것을 굳이 탓할 것 까진 없지만 번드레한 골퍼들의 승용차 행렬을 보는 무산대중이 박탈감을 갖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참 이상하다.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나니까 이튿날 골프장 면적 규제 완화가 발표된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 기막힌 우연이다. 하지만 골프장이라고 하면 이미 있는 골프장도 넌더리가 난다. 뚱단지도 유분수지, 무슨 골프장 땅을 더 준다는 것인가. 제발 골프장 땅일랑은 가져가고 대신 공장 지을 땅을 달라. 국가경제의 중추인 우리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골프장이 아니고 공장이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전쟁이란 인간이 만들어 낸 최악의 비극이며 재앙이다. 몇 사람의 갈등과 자존심, 생각과 이념의 차이가 엄청난 물질적 파괴와 수많은 사상자를 낳는다. 얼마전 우리는 안방에서 스포츠 중계를 보듯 TV로 미·이라크 전쟁의 현장을 생생히 보았다. 화면에 비쳐진 이라크 전지역은 포성과 치솟는 불길 그리고 쓰레기 투성이다. 간간이 이라크 병사의 시체도 보이고, 오폭으로 팔다리가 잘려나간 모습, 공포에 질린 민간인들의 얼굴에서 그곳이 생지옥이라는 것을 감지 할 수 있었다. 이런 비극을 막기위해 전 세계적으로 반전운동이 거세게 일었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 몇주 며칠만에 파괴와 희생으로 잿더미가 된 도시….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원상 복구가 될는지 걱정스럽다. 그보다도 인명 피해며 사상자는 어디서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인도적 차원에서 경기도의사회와 기독교 정신으로 난민을 돕는 글로벌 케어가 합심해서 이라크 바그다드의 인구 200만의 사담 시티에서 의료봉사와 방역봉사를 하기로 하였다. 1진 20명은 4월 21일 이미 떠나 활동 중이고, 2진도 현지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차질 없이 계속해서 3진 4진 5진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쟁이 끝날 무렵이라고는 하지만 포연이 멈춘 열사의 땅, 그곳은 아직도 위험한 곳이다. 기후조건도 좋지 않아 밤낮의 일교차가 크며, 간간이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페허속에 무더위라는 최악의 조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다. 이런 열악한 조건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 계획에 충족할 만큼 많은 전문 의사들이 자원봉사로 나섰다. 사회가 척박하고 이기주의가 팽배 하다지만, 참 봉사를 하겠다는 자원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인간 누구에게나 마음 한구석에는 자비와 따뜻한 인간애가 도사리고 있는가 보다. 이라크 의료봉사단을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며, 그들이 자신들의 임무와 책임을 다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한다. 이들의 손길에 구원받는 이라크인들은 대한민국 경기도와 우리 의료봉사단을 얼마나 고맙게 생각할까. 아마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 문화, 지리적 여건, 어느 하나 일치하는 것은 없지만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정복희.경기도의사회장

5월 8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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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 더이상 없어야

포항, 마산 등에서 화물차들이 파업을 하여 해당 지역의 물류대란은 물론 그 여파가 전국 각지로 파급되면서 잘못하면 올 경제운영에 설상가상의 타격을 가져올 위기는 일단 중대 고비를 넘겼다. 전국운송하역노조가 지난 2일부터 계속해온 철강업체의 수송봉쇄를 7일 오후 푼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어 지부별로 임단협 등 협상을 계속하고 있어 원만한 타협점이 도출되기를 온 국민은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화물운송은 수출에 매달리는 우리 경제의 핵심분야중 하나다. 이번 물류대란을 국민들이 우려섞인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를 의식한듯 수송봉쇄라는 극단적 행위에서 벗어나게된 것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철강업계의 하루 손실액은 2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파괴력을 미칠수 밖에 없다. 포항, 마산, 당진 이외에도 경기·인천지역까지 여파가 미치고 파업의 양상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국적 연대로 확산된 가운데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차량 출입을 통제하여 사실상 물류 수송을 가로막은 것은 우리몸의 혈류를 멈추게 한 것과 다를바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가 초기에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화물차 파업에 보고가 없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직접 제기하면서 해당 장관들을 질책, 조속히 대책을 보고토록 지시했겠는가. 정부는 차후라도 화물운송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련 사업에 대한 피해는 연쇄적이기 때문에 비상대책을 강구하여 최소한의 화물 수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노조와 대화를 통하여 강경일변도 보다는 파업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에 귀를 기울여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자들도 화물차 파업이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깊이 고려하기 바란다. 정부의 친노동정책을 이런 식으로 유린하는 것은 노동계를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문화재 환수국’을 신설하자

정부에 ‘문화재 환수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은 타당하다. 이라크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이 국제 문화재 범죄조직에 의해 약탈당한 유물 중 일부가 벌써 세계 예술품시장에 나돌고 있는 것에 비추어도 문화재 환수국 설치는 공감이 간다. 또 나라가 외세에 시달렸던 과거사를 되돌아 보면 문화재 환수국 설치는 더욱 절실해진다. 지난 4월 1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이 “개인 소장품이 아닌 박물관·대학 등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 해외 유출 문화재가 20개국 7만5천266점”이라고 밝히고 “문화재청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 문화재 환수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학계에까지 공론화 하였다. 이뿐만 아니고 그동안 문화재 환수는 국제법 저촉 등을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몇 차례 제기됐었다. 2000년 ‘외규장각 도서 등가교환 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외규장각 도서 약탈이 문화재 훼손과 약탈을 범죄행위로 규정한 헤이그 규칙이 성립된 1807년 이전에 이뤄졌다고 해서 보호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프랑스도 1차 대전 후 승전국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1870∼1871년 약탈 당한 문화재를 독일에서 되돌려 받기도 했다”고 밝혔었다. 현재 해외유출 우리 문화재는 일본 천리대(天理大)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안견의 ‘몽유도원도’, 파리 국립도서관의 ‘직지심체요절’‘왕오천축국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백자진사 포도문호’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7만5천여점이라는 해외 문화재의 숫자도 신문기사와 해외공간 자료수집을 종합한 추정치로만 알려져 있고 환수조치도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환수된 문화재는 4천500여점이며 그나마 절반이 넘는 2천500여점이 민간차원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외국의 경우는 정부간 협정을 하거나 국왕(대통령)방문 때 선물로 반환하는 등 여러 형식으로 문화재가 제 나라로 돌아간 사례가 많다. 예컨대 1867∼1868년 영국이 에티오피아를 무력 침공하며 약탈한 왕관·옥새·문서 등을 네 차례에 걸쳐 반환했다. 1965년 엘리자베스 2세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며 왕관과 옥새 등을 선물로 돌려준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 안에 환수국을 신설하여 학계 및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문화재 반환운동과 해외문화재 조사 작업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제 기구를 통한 반환의 당위성 호소, 국제사법재판소 등 제소방안 등 다각도의 연구와 활동이 요구된다.

노동자들

노동자들이 좋아하는 술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농경사회에서 농민 아닌 노동자들도 간식으로 즐겼던 막걸리가 산업사회 들어 소주로 바뀌더니, 이즈음은 정보사회의 영향인지 뭔진 잘 몰라도 맥주가 선호되는 것 같다. 전국 23개 사업장의 노동자 5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자 문화실태’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 맥주(55.6%) 소주(30.5%) 막걸리(1.0%) 순으로 맥주가 소주를 25.1%나 앞지르고 있다. 나머지 12.9%는 기타 등이다. 또 접대부가 있는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를 찾는 비율이 28.7%에 이른다. 이는 민주노총과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가 최근 실시한 조사 내용이다. 맥주를 즐기고 유흥업소를 찾는 게 잘못일 수는 없다. 노동자도 사회인이기 때문이다. 맥주보다 더한 것을 마신들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은 있다. 노동자도 노동자 나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블루칼라 일색으로 본 종전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많이 화이트칼라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나쁜 현상은 아니다. 생활의 질이 전보다 더 나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점은 있다. 노동자의 계층화가 심화돼가는 것 같다.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계층화를 스스로 타파하지 못하면 진정한 노동운동이라 할 수 없다. 이른바 근로 대중을 빙자한 귀족노동자의 노동운동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블루칼라 노동자를 얼마나 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부단히 성찰돼야 한다. 당장 생계에 쫓기는 블루칼라 노동자는 맥주나 유흥업소는 커녕 삼겹살 안주에 소주 한잔 마시기에도 벅차다. ‘5월 춘투’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 속에 5월이 깊어간다. 좀 더 성숙된 노동문화가 정립되면 좋겠다. 사회가 불안하면 블루칼라 중엔 소주조차 못마시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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