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2002년 대선자금 전모 공개와 더불어 정치 부패에 대한 전면적 제도개혁 제안은 한국정치의 얼룩진 과거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중요한 화두를 제공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정치권은 선거자금 문제로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또한 검찰이 수사에 나서 관련자들을 의법 처리하였으나 대부분 변죽만 울려 아직도 정치자금과 관련된 정치부패는 계속되고 있어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때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자유롭지 않은 대선자금 전모 공개의 강한 의지는 일단 평가할만 하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이 직·간접으로 불법선거자금에 관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 한국 정치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자 제안한 대통령이 일찍이 없었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노 대통령의 단안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우선 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대선자금에 대한 전모를 밝혀야 된다. 지난번 분당 이전에 민주당에서 2002년 대선자금 규모를 밝혔으나 그것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대선자금에 대한 구체적 내역만 추가시킨 것일 뿐 전체규모를 밝힌 것은 아니다. 그 후에도 이중장부니 무기명 영수증의 증발이니 하는 문제 등이 노 대통령 선거 캠프로부터 야기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먼저 전모를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또 공개시기가 검찰수사가 정리될 시점이면 꿰맞추기 공개가 되어 별 의미가 없다. 검찰수사와는 별도로 지금 당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의 결단이 요구된다.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SK로부터 100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것을 당대표가 시인한 마당에 더 받고 덜 받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역시 원내 제1당인 공당답게 지난 대선자금에 대한 전모를 밝혀야 한다. 검찰이 편파수사를 한다는 구실을 만들어 특검을 요구하기 보다는 먼저 불법선거자금에 대한 전모를 스스로 밝힌 다음 이를 정치개혁의 전기로 삼기 위한 제도개혁에 앞장서야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각 정당은 가칭 ‘2002년 대선자금백서’를 발간하여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 받기를 제안한다. 또한 제도개혁을 위하여 한나라당이 제안한 ‘정치제도개혁범국민추진협의회’의구성도 정치권이 조속히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영해를 침범하는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단이 대규모화, 흉포화해 가고 있다. 이 바람에 국내 어민들이 생존권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백령도 대청도 근해는 중국 어선들이 수백척이나 몰려 우리 어민들이 집단으로 자위적 출동에 나서는 등 비상사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 어선단은 북방한계선(NLL)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치어까지 싹쓸이 하는 등 남획을 일삼아 어족자원마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연안이 산업화로 오염되면서 어족자원 고갈로 동으로 대체어장을 찾아 이동하다가 이젠 아예 우리의 영해마저 안방 출입 하듯이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 중국어선단들 가운데는 국내 어선을 만나면 잡은 고기를 빼앗고 심지어는 어구를 빼앗아 가면서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해적행위의 사례도 없지 않다. 우리 어민이 쳐놓은 그물에서 고기를 건져가는 행패쯤은 거의 예사가 됐다. 도대체 수평선 도처가 까맣게 중국 어선으로 깔릴만큼 영해를 침범당하고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 당국은 뭘 하는 것인 지 의아스럽다. 연평도 어민들은 이제 당국을 믿지 않고 있다. 다중의 위력을 과시하며 죽기 아니면 살기로 들어와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단을 해양경찰 등이 대처하기엔 사실상 한계가 있다.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대한 공식 항의와 함께 근절 대책을 엄중 촉구해야 하는데도 아직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말을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국민일지라도 적극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주권이다. 하물며 영해에서 우리의 어민들이 중국의 불법 어선단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대서야 주권 국가의 체면이 아니다. 자국에서 외국인의 불법행위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어민들의 참담한 심정은 또 어떻겠는 지 정부 당국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중국 어선의 침입을 정부부터가 묵과하고 있으므로 하여 불법 조업이 더욱 노골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 핵 문제의 6자회담 등에 중요한 막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따질 것은 따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 외교다. 영해 침범 사실조차 말한마디 못하는 굴욕은 외교가 아니다.
국내에서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감염자가 하루 평균 1.4명꼴로 늘고 있다. 1985년 이후 올 9월말까지 2천405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100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데 1980년대에는 5년이 걸렸으나 지금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더구나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고도 그 사실을 모른채 지내는 ‘미확인 감염자’들이 수두룩한가 하면 에이즈에 감염된 부모가 자녀를 낳았고 그 자녀도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에이즈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실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 부처에 에이즈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고 전문 인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니 더욱 놀랍다. 현재 국립보건원에 에이즈와 성병, 결핵 업무까지 묶어 처리하는 직원이 고작 2명뿐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문제는 방치된 에이즈 관리다. 에이즈에 감염돼도 3,4주가 지나지 않으면 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기엔 검사를 해도 양성판정이 나오지 않아 초기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이즈 검사 방법을 지금의 후진적 효소면역검사방법에서 첨단 기법인 핵산증폭검사로 바꿔야 하는데 계획조치 없다. 미확인 감염자들도 심각하다. 근본적으로 에이즈 관리는 미확인 감염자에 대한 대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미확인 감염자는 통계에 잡힌 감염자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자신도 모르게 에이즈에 감염돼 있는 셈이다. 에이즈 감염 요인으로는 절대 다수인 97.5가 성 접촉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1.3%는 수혈로 인해 감염돼 혈액 관리도 엉망이다. 에이즈 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는 것은 에이즈를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36곳의 종합병원급 진료기관을 에이즈전문 진료기관으로 지정했으나 이 가운데 7곳은 지금까지 단 1건의 에이즈 진료 실적도 없는 등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미국·홍콩·싱가포르 등은 정부에 에이즈 전담부서를 두고 치료와 예방에 주력한다. 특히 홍콩은 에이즈기금관리위원회까지 가동하면서 에이즈 퇴치에 재정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에이즈 감염 대책이 주먹구구식이어서는 안된다. 35억원에 불과한 예방사업 예산을 대폭 늘려 치료와 계몽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정부 당국은 이에 국민보건 차원의 깊은 인식을 가져야 한다.
건교부는 주택거래 허가제 실시를 위한 주택법개정안의 시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10·29 부동산대책에 잇따른 고강도의 이런 극약처분은 문제점이 적잖다. 주택거래 신고제로도 모잘라 허가제로 바꾸는 것은 정책 자체가 지나치게 경직되었다. 시안은 주택초과부담금을 통한 규제와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취득 금지 두가지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두가지 방안이 다 순기능보단 역기능이 많다. 최대 쟁점은 두 방안 모두가 1가구 1주택자의 신규 취득에도 허가제를 적용하는 데 있다. 물론 주택거래 허가제는 지정된 구역에 한한다. 그리고 주택거래 허가구역은 집값 상승률이 높거나 투기조짐이 보이는 지역으로 주택정책심의회를 통해 지정하긴 한다. 그러나 집값 상승 또는 투기 조짐을 이런 식으로 잡으려 들면 앞으로 웬만한 도시는 거의 다 주택거래 허가지역으로 둔갑될 공산이 높다. 1가구 1주택자의 신규 취득에도 허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래서 무리가 더 따른다. 1가구 1주택자가 일정 기간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새로 집을 취득하는 것은 거주이전의 일상에 속한다. 이런데도 일정 기간내에 전의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으로 집값의 3%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당치않다. 주택 매매란 바로 거래되기도 하지만 거래가 잘 안되는 수도 있다. 또 가사 형평상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1가구 1주택 허가제는 집을 축재의 개념에서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려는 시책과는 거의 무관하다. 시민생활의 불편만 가중시킨다. 만약 고의로 일정 기간내에 집을 처리하지 않아 1가구 2주택이 되면 그대로 처리하면 된다. 1가구 2주택도 아닌 팔리지 않은 집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타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이미 강화키로 한 1가구 2주택 등 보유세 인상도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지경이다. 오히려 집없는 사람의 부담만 더 많아질 지 모른다. 산업공동화로 인한 유휴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흘러간다. 이를 산업자본화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돌리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다. 그러지 않고는 400조원으로 추산되는 유휴자금이 부동산대책 제방안에 머무는 것은 잠시일 뿐 다시 제방을 구멍내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이래 왔다. 하물며 위헌 논란의 가능성이 높은 주택거래 허가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에게 수혈용 피 부족을 호소해 온 대한적십자사가 그동안 헌혈받은 혈액을 수혈용 보다는 영양제 제조 등에 주로 사용했다는 보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적십자사가 지난 9일 낸 ‘헌혈자 급감으로 혈액 수급 비상’이라는 보도자료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다. 당시 적십자사는 지난 7월 이후 경기 북부 등 말라리아 주의 지역에서 헌혈이 급감, 수혈용 혈액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9월부터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며 기온이 떨어지면 감기와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보여 더욱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바 있다. 혈액성분 중 병원에 주로 공급되는 것은 적혈구와 혈소판이고 혈장은 대개 알부민(영양제) 등의 약을 만드는 원료로 쓰여 제약회사로 보내진다. 그런데 적십자사가 그동안 전혈(全血)이 아닌 혈장만을 뽑는 성분헌혈에 과도한 인원과 차량을 배치, 병원들의 피 부족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한 예로 의정부·청량리·구리 등을 관할하는 서울지역 동부혈액원의 경우 지난 9월4일 12명을 군부대에 배치해 200여명으로부터 혈장 피를 뽑았다. 다음날에도 기차역이나 학교에는 1명의 간호사를 투입한 반면 군부대에는 6명의 간호사를 배치해 320명으로부터 혈장헌혈을 받았다. 적십자사의 이같은 헌혈 운영방침은 혈액부족을 호소하는 각 병원의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뿐 아니라 향후 헌혈운영에도 지장을 줄 우려가 적지 않다. 적십자사의 혈액사업본부는 “헌혈운영반 편성표는 각 혈액원에서 자체적으로 짜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본부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헌혈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입장에서 할 말이 아니다. 피가 부족하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의약품 제조용이 아닌 수혈용 피는 보존 기간, 위생관리상 문제로 수입이 불가능하다. 매혈(賣血)도 수입도 안되는 상태에서 헌혈은 수혈을 위한 피의 유일한 공급원이다. 적십자사는 이번 경우를 거울로 삼아 혈액수급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을 마련함은 물론 개인 헌혈자와 등록 헌혈자를 늘리는 등 안전한 혈액 공급에 가일층 주력하기 바란다.
재정경제부가 농업인들의 유일한 재테크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폐지키로 한 것은 몸 아픈데 약 뺏는 격이어서 철회해야 한다. 농업인 소득을 저축으로 유도하기 위해 1976년 도입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5.5%의 기본이자 외에 일반농업인에게는 1.5~2.5%, 저소득농업인에게는 6~9.6%의 장려금을 별도로 지원해 주는 비과세예탁금으로 올 7월말 현재 79만7천여 계좌에 수신고가 2조883억원이나 되는 인기 상품이다. 재경부가 이러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폐지하려는 명분이란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이 없고 농업인들에게 주는 일종의‘특혜’라는 인식은 당치 않다. 가뜩이나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사정이 악화 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농업인 지원을 확대하지는 못할 망정 현행 지원마저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감각이 없다. 더구나 도·농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농산물 실질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업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극심한 상황에서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지를 의심케 한다. 현행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가입자의 영농규모가 농지 2ha 이하로 제한된 데다 가입한도도 계좌당 최고 144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이 상품이 폐지된다면 농업인의 목돈마련 기회는 더욱 어렵게 될 게 자명하다. 다소의 문제점이 있다면 현행 체계상 일정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면 도시근로자도 가입이 가능한 불합리성이다. 그러나 가입자격을 농업인으로만 한정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내부적으로 순수농업인만이 가입할 수 있도록 자격심사를 강화한다면 문제점은 타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간 900억~1천900억원의 장려기금이 모두 순수농업인들에게만 귀속, 그만큼 농가지원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도시민들이 가입했다면 개정하는 방법을 택해야 지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농업환경이 심히 불안한 판국에 재경부는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입법 예고 방침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정치는 혼란해도 공무원사회는 그래선 안된다. 경제가 불안하여도 공무원사회는 안정되어야 한다. 사회가 시끄러워도 공무원사회는 상궤의 길을 가야한다.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 할 것 없이 모든 공직사회는 이래야 한다. 공직사회는 나라와 공공사회를 떠받들고 이끄는 중핵기관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정치에 오염되고, 경제불황에 타격을 받고, 사회혼란에 휩쓸려서는 국가사회가 어지럽게 된다.작금의 정치경제사회가 무척 혼탁스럽다. 그래도 일상의 영위가 가능한 것은 모든 공무원들이 제자리에서 직분을 다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공직사회 내부가 지닌 문제점이 없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럼에도 공직사회가 간단없는 전향적 발달을 계속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투철한 공직관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엘리트화한 공직사회는 그 어느 분야 못지않게 우수한 두뇌집단이다. 행정가치의 재창출 및 균배가 이래서 활발하다.오늘 본사가 제정한 제10회 경기공직대상을 시상하는 의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복지 지역개발 지역경제 문화체육 의회사무 소방행정 경찰행정 등 7개 분야에 걸친 수상자들은 그간 대민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며 행정가치를 드높여온 면면들이다.모진 시련과 고통을 봉사정신으로 이겨낸 힘겨웠던 사연, 좌절감을 강인한 의지로 극복한 숨은 사명감의 결과라고 보아 영예가 더욱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공직자가 이번에 수상한 공무원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우수 인재가 참으로 많다. 수상자들은 이같은 공직자들을 대표하는 상징성으로 해석하면서 모든 공직자들의 분발을 기대하고자 한다. 특히 본사가 수상자 선정을 실무자급으로 중점을 둔 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행정의 기본 지표인 행정의 합법성능률성민주성효과성중립성사회적 형평성 등을 판단하는 기초가 실무자선에서 이루어지므로 실무행정을 그만큼 존중하기 때문인 것이다. 아울러 자치행정의 진수 또한 그 요체는 실무행정에서 형성된다.공직자의 소임은 참으로 무한하다. 행정은 한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행정수요는 점점 다양하고, 특히 자치행정은 끝없는 연구과제를 안겨준다. 수상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공직자들이 이에 부응하여 더욱 안정된 공무원사회가 이룩되기를 당부해마지 않는다.
SK 비자금 수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어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대국민 사과 회견을 가진 것은 적절하다.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이라며 “모든 허물, 모든 책임은 대통령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면서 사법 책임도 불사할 뜻을 시사했다. 다만 불법자금 인지엔 즉답을 피한 것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 자금으로 촉발된 대선 불법자금은 정치권의 폭로 공방이 실로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포문을 연 128억원의 허위 회계처리 등 4대 의혹을 제기하자, 우리당측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민주당을 공중분해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가운데 김영일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 등 전 당직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처지여서, 이 전 총재가 계속 침묵을 지키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대국민 사과의 배경이 관측된다. 이럼으로써 한나라당에 당부하는 것은 제발 물귀신 작전같은 발목잡기의 구태 정치를 버리고 돈 안드는 선거로 불법자금의 부담에서 해방되는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입법의 전향적 자세로 속죄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SK 비자금 등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예의 정치공세 따윈 자제하는 것이 순리다. 검찰 수사는 사회정서에 비추어 아직까진 대체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특검이나 투쟁을 입에 담을 계제가 아니다. 이 전 총재를 소환 조사하거나 대선자금 수사를 SK외에 삼성·LG·롯데·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 역시 검찰이 알아서 신중히 판단할 일이다. 주목되는 것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받은 11억원 중 1억원이 노무현 대통령 전 운전사였으며 장수천 대표였던 선 아무개에게 전해진 사실로 미루어 장수천의 관련 여부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이 노 대통령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를 분명하게 가려 객관화 시켜보여야 수사의 신뢰를 계속 받을 수 있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국민 사과는 물론 원론적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예정했던 출국을 스스로 늦추며 검찰수사를 관망하는 자세는 인정된다. 그럼, 이제는 노 대통령이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차례다. 불법 대선자금은 선거의 승패와 무관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 국민감정이다.
건축허가를 받은 골프연습장도 문화재 훼손 우려 땐 철거해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고무적이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공익이 앞선다면 행정관청의 명백한 잘못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개인 재산권 침해를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법원이 문화재 보존에 더욱 전향적인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구리시 동구릉 옆에 70억여원을 들여 골프연습장을 지은 충일건설이 ‘행정관청이 내준 허가대로 건축했는데도 문화재청의 반대를 이유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은 건 부당하다’며 구리시를 상대로 낸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충일건설은 1999년 12월과 2000년 7월 동구릉 외곽경계 86m 지점에 골프연습장 건축허가를 구리시로부터 두 차례 받아 지상 4층짜리 골프연습장을 지었다. 하지만 구리시가 건축허가시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하는 문화재보호법 규정을 이행치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문화재 훼손을 이유로 연습장 철거를 촉구했고, 이에 따라 구리시는 골프연습장 사용승인을 거부해 왔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구리시의 허가대로 완공된 건축물이라 해도 공익과 비교해 개인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게 부득이할 경우 건축허가 취소는 물론 사용승인까지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체가 입게 될 경제적 손해보다 문화유산의 보존을 중시한 것이며 건축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하자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건축행정상 필요성 등 공익이 훨씬 더 크다고 판결한 이번 사례는 향후 문화재 관련 업무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동구릉은 1408년 조선 태조 이성계의 능이 조성된 이래 60여만평의 대지에 9기의 왕릉을 비롯, 모두 17기의 능이 조성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대규모 왕릉군이다. 이러한 문화재 구역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하여 골프연습장 허가를 내준 구리시 담당 공무원에 대한 문책은 당연하다. 업체에 골프연습장 건립비용 70억여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원인행위를 유발한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 이는 경기도, 인천시, 각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 주변의 건축허가 민원업무를 처리할 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의 명쾌한 판결을 거듭 환영해 마지 않는다.
정부는 어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비롯, 행자부 장관, 노동부 장관 공동명의로 최근 노동계 움직임과 관련하여 동투(冬鬪)의 자제를 요청하는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이 담화문에서 정부는 최근 노동계 일각에서 자살·분신 등이 발생하는 등 노동운동 양상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함과 동시에 귀중한 인명을 담보로 하는 노동운동 행위는 하지 말 것을 주문하였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은 노조가 각 기업별로 임금협상 등을 대부분 타결하여 노동분규는 일부 사업체를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또한 각 기업들도 연말 마무리를 준비하느라고 상당히 회사 일에 분주할 시점이다. 노동계의 노동운동은 봄, 늦어도 여름까지 가면 대부분 마무리되는 것이 일종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달리 일년내내 노동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강도가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상당히 우려되는 점이 많다. 과거에는 없던 추운 겨울에 노동운동이 전개되는 소위 동투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 강도를 짐작할만 하다. 이에 한편으로 오죽하면 노동자들이 그렇게 하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 악화되는 경제환경에 비추어 볼 때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문제가 역시 많다. 최근 각 사업장에서 구조조정 차원의 비정규직이 증대되면서 이의 철폐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기업도 적극 수용할 필요는 있다. 노동의 유연성은 인정하지만 비정규직만 양산하면 노동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각종 파업시 사측이 노조에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가압류는 불법에 책임을 묻는 것이긴 하나, 노동자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동계가 극단적인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 일년내내 노동운동에 시간을 모두 소비하면 기업은 물론 노동자 자신들도 결국 피해의 당사자가 된다. 외국 투자가들이 보는 국내 노동계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기업과 노조는 적대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이다. 정부·기업 그리고 노조 모두 하나의 공동체로서 상생의 원리를 추구할 때 한국사회의 노동문화 또한 선진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