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흉작인데 농림예산 동결이라니

올해 쌀 생산량이 잦은 비와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1980년 이후 23년만에 최저인 3천121만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농림부의 대책이 너무 태평스러워 황당하기 짝이 없다. 흉작에도 불구하고 올해 재고쌀 842만섬에다 외국쌀의 최소수입물량(MMA) 143만섬을 올 쌀 생산량에 더할 경우 내년 예상소비량(3천374만섬)보다 730만섬의 여유분이 있어 수급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내 농사가 흉작이어도 수입할 쌀이 있으니까 걱정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쌀 생산량 감소는 농민과 국민 모두에게 물심양면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상대로라면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 해에 비해 300만섬이 줄어 든다. 쌀 300만섬이 줄어들 경우 농민들의 수입은 무려 8천700억원이 감소되는 막심한 타격을 입는다. 일반 소비자들 역시 쌀 생산량이 줄어듦으로써 햅쌀 가격이 올라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해야 한다. 여기에 각종 재해 등으로 올해 생산된 쌀의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 만족도도 낮아질 게 분명하다. 쌀 재고 처리로 골머리를 앓았던 정부가 1년만에 쌀 수급대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무시한 농정 탓이다. 앞으로 올해와 같은 대규모(278만섬) 대북지원은 고사하고 농림부가 올초 세웠던 300만섬 특별재고 처리 방향도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구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국내비상상황을 대비해 비축하도록 요구한 적정재고량(600만섬)을 제외할 경우 가용 쌀은 130만섬에 불과한 실정이다. 태풍이 또 다시 불어 닥치거나 내년에 자연재해가 있을 경우 적정재고쌀마저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정부가 최근 확정한 내년도 농림예산을 올해 예산수준인 8조8천여억원으로 동결하다시피 하고 사업성 예산마저 줄인 것은 벼랑 끝에 몰린 농업·농촌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행정이다. 지금 농촌은 과다한 부채와 흉작, 태풍피해, 농업협상의 불안감 등으로 삶의 의욕조차 상실하고 있는 중이다. 농민과 농업단체가 요구하는 올해 수매가격의 10여 % 인상과 농림예산 증액은 당연히 관철돼야 한다.

안전농산물 생산은 농업인의 의무

농약 과다 사용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유통되는 채소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 농약이 검출돼 식탁이 위험에 처했다. 그것도 수도권 식품안전센터에 출하된 채소류 47개 품목 710건에 대한 잔류농약 정밀검사 결과 32건이나 부적합하고 4.5%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어서 심각성이 더 하다. 일반 시중에 나오는 채소류의 농약사용정도를 검사한다면 더욱 심할 게 분명하다. 농약과다 사용의 근본적인 문제는 농약정책에서 연유된다. 친환경 농업을 위해서는 친환경 영농에 맞는 농약을 제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농협은 우선 양질의 농약을 공급하여 농약의 환경친화적 사용방안을 마련, 사용량 절감, 농약 안전사용 교육·지도를 강화, 안전농산물을 생산토록 해야 한다. 농약사용은 병충해 발생정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최근 유기재배 등 농업인의 친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다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국감자료에서 드러난 사실은 심히 우려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쪽파, 대파, 실파, 취나물, 부추, 깻잎 등에 농약이 과다하게 사용됐다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농약은 사용자인 농업인에게 농약의 중독을 일으켜 건강, 또는 생명에 위험을 주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농산물도 오염시켜 공중위생면에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데 유념해야 한다.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못지 않게 농업인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방제적기에 농약을 살포하면 약효가 확실하고 작용특성이 서로 다른 방제 효과가 증대된다. 특히 들깻잎, 취나물 등 일부 소면적재배 작물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농약 대신 다른 작물에 사용하는 농약을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주식인 채소가 농약으로 범벅돼 있다면 국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것이다. 안전 농산물 생산을 위해서는 양질의 농약을 공급하고, 농약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과 안전수칙을 숙지해야 한다. ‘예방은 치료보다 낫다’는 사실을 농업인들이 먼저 명심하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송두율 교수 법대로 처리하라

우리는 송두율 교수가 어제 가진 자신의 입장 표명에 한마디로 실망했다. 그의 말대로 적극적 행위가 아닌 북측의 유도와 조종에 묵시적 승인을 한 것이라 하여도 30년에 걸친 이적성 친북행각에 용서 받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갖는다. 이는 본란이 얼마전 송 교수의 고해를 전제로하여 관대한 당국의 처분이 있어도 이의가 없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판단이어서 우리 자신도 당혹감을 숨길 수 없다. 평양 정권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모두 15만달러를 받은 공작금 수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10여차례의 충성 맹세문 등 이밖에도 허다한 피의사실을 극력 부인한 것으로 일관한 그의 입장 표명은 이를 확인한 우리의 기관을 우롱하는 것밖에 안된다. 분단의 아픔은 비단 그만의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똑같이 겪고 있는 아픔이다. 분단에 대한 학문적 접근은 유독 그만의 것도 아니다. 모든 인문과학 학자들이 나름대로 관심을 갖는 시대적 과업이다. 또 이의 연구는 국내 석학들도 많아 그만의 독점물이 될 수 없다. 북한 체제는 주체사상의 비교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은 칸트의 내재적 비판론을 접목한 것이라고 하나 당치않다. 내재적 비판론은 순수이성비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송 교수의 학문을 위장한 자의적 궤변은 끝까지 국민을 우롱한다고 보아 실로 더 이상 인내하기가 힘들다. 유신독재의 인권 탄압은 부정할 줄 아는 그가 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더욱 가혹한 평양 정권의 체제적 인권 말살은 미화하고, 김일성 북측 주석의 죽음에 통곡의 눈물을 흘리면서 교조적 부자 세습을 찬양한 것은 결코 학문이 아닌 북에 포섭된 그의 사상이다. 그가 입국하면서 마치 무슨 환대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시련을 겪는 것처럼 말 한것은 우리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아 그토록 방자할 수 있는 것인지 분노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송두율 교수는 해외 민주화 인사가 될 수 없는 어디까지나 북측의 공작원일 뿐이다. 폐쇄사회의 옹호를 당위시 해온 그는 주체사상 신앙의 열성분자인 것이다. 평양 정권과 유대한 그의 신분은 아직껏 변화가 없는 가운데 그 자신도 뉘우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건 참으로 유감이다. 송 교수를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주권 행사다. 이로 인하여 남북관계나 독일과 큰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총리의 ‘정책협의회’ 제안

고건 국무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과 신4당체제의 출범에 따른 정치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국운영의 일환으로 정부와 4당간의 정책협의회 정례화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고건 총리는 그동안 주요 정책이 여당과의 고위 당정정책협의회를 통하여 조정되었으나, 이제 여당이 없는 상황에서 원내 각 당과 정책협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차원에서 4당과의 정책협의회는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정치권은 4당으로 재편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의 민주당 당적 이탈로 사실상 의회에서 정부를 지원할 정당이 없는 상태이다. 물론 통합신당이 정신적 여당이라고 하면서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나 원내에서는 제3당으로 의석수 40여석으로는 정부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방식에 의하여 정국을 운영해야 되므로 이런 측면에서 정책협의회 제안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와 같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저하되어 정국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는 국무총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고건 총리는 개혁을 기치로 내건 노 대통령의 첫 총리로서 무엇보다도 안정 속에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수행해야 되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된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고건 총리가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정국도 안정되고 또한 정부의 정책 추진도 원활하게 될 수 있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방패막이 역할에 만족하거나 대통령을 대신하여 각종 행사에 참석해 축사나 읽는 대독총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헌법에 의하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행정각부를 통할 할뿐만 아니라 국무위원 임명시 제청권을 행사하며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행정부의 제2인자이다. 고건 총리가 이같은 책임총리제를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원칙과 신뢰를 살려 노무현 정권을 성공으로 이끌고 변화된 정치환경에 적응, 안정을 꾀하는 길이다. 고건 총리의 정책협의회 제안을 각 당은 수용하여 실효성 있게 정국이 운영되기를 바란다.

‘화성행궁’ 개관의 의미

수원에 있는 화성행궁(華城行宮) 개관식이 9일 열린다. 화성행궁은 조선조 22대 정조 13년인 1789년 수원읍치를 팔달산하로 옮기면서 관아로 사용했던 576칸에 이르는 건물이다. 신풍루, 좌익문, 중앙문 등 3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웅장한 행궁이다. 정조가 부친(사도세자)능 융릉을 참배할 때마다 거처하면서 정사를 펼치던 곳이다. 특히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과 경로잔치 등 예술행사가 이곳에서 펼쳐졌고 정조와 후대 임금들이 능행차 때마다 머물던 한국 최대의 행궁이다. 화성행궁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가 의도적으로 파괴, 경찰서 등을 세워 한국 민족혼을 말살시키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1989년 수원문화원(당시 원장 심재덕)이 중심이 돼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1996년 7월부터 행궁터에 있던 경기도립 수원병원, 수원경찰서가 이전했다. 화성행궁은 문화사적으로도 매우 뜻 깊다. 수원지역의 선비들과 무사들을 등용하기 위한 과거시험이 치러졌으며 한양의 궁궐에서 직접 다루지 않았던 각종 민원을 임금이 직접 접수, 처리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곳은 혜경궁 홍씨와 정조가 머물렀던 봉수당 등 화성행궁 21개 건물 중 18개 건물이다. 그러나 현재 신풍초등학교가 위치한 우화관을 비롯, 맞은편에 위치한 별주, 내포사 등 화성행궁의 나머지 3개 건물 94칸과 행궁 담장 등은 복원되지 않았다. 지금 수원시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2020년까지 1조원을 5.74km 둘레의 성곽내 40만평 가운데 도로·공원 등을 제외한 20만평을 정조시대의 옛모습을 되찾을 게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수원시 도시계획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 성곽내에서의 건물 높이·도색·지붕·외장 등을 규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성행궁이 완전 복원되려면 현재 신풍초등학교가 이전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개교 1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풍초등학교의 이전 문제를 놓고 교육청, 신풍초등학교동문회 등의 이견 차이가 있다. 신풍초등학교측은 학교건물 이전은 절대 불가이고 행궁복원 당국은 학교명을 유지하되 장소만 이전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송두율 교수를 이렇게 본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뮌스터大)의 유신체제 저항은 인정한다. 그러나 유신독재에 항거할 정도의 학자적 양식을 지닌 이가 북의 김일성 수령론을 중심으로 하는 족벌 독재는 왜 인정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송 교수가 노동당에 가입하고 북의 공안 당국이 요구한 ‘김철수’란 가명을 사용하면서 수시로 평양을 왕래하였다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평양 정권에 동조했다는 해석이 불가피하다. 노동당 정치국의 후보위원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굳이 후보위원 직함은 제쳐두고서라도, 평양 정권의 속성상 송 교수를 여러 모로 이용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능히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서 국내 실정법상의 위반 혐의에 대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진 않다. 이는 전적으로 사법 당국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기 때문이다. 또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다 하여도 굳이 반대하고자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송 교수의 양식이 무엇인가는 묻고 싶다. 남북의 체제, 그리고 민중생활에 송 교수는 어느 해외 인사보다 더 우열을 정확하게 가릴 줄 아는 입장에 있다. 그렇다면 친북활동 도중이라도 과감히 생각을 바꾸는 용기를 갖는 것이 학자적 양식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런데도 친북노선을 고집한 이유가 뭣인지를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기왕 평양에서는 환대받고 서울에서는 조사받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면 범부와 다름이 없어 학자적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송 교수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심포지엄에 기조 발제하기로 된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에서 상념에 잠긴 심정 또한 이해하고자 하는데 인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옛날 아무런 의미없이 했던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더 이상 (노동)당원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친북활동을 아무런 의미없이 했다는 말로는 누가 들어도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에게 바라는 것은 법률적 제재보다 양식에서 우러 나오는 친북 행적의 진심 어린 고해다. 만약 이마저 주저한다면 그는 서울을 떠나 다시는 돌아올 생각을 말아야 한다. 가능하면 송 교수가 이 기회에 바로 서기를 바라고자 한다.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한다

이라크 추가 파병 여부는 보수든 진보든 극단적 감성논리가 작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우리 역시 부시의 패권주의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 일부에서 말하는 명분없는 전쟁이란 틀린 말이 아니다. 후세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부시가 그토록 장담한 대량살상 무기도 발견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제기한 5천명 규모의 전투병 파병요청에 가부를 결정하기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비록 치안유지 성격의 파병이라고는 하나 우리의 젊은이들을 위험지역에 내보내기 싫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국가를 경영하는 데는 이를 초월해야 하는 고차원의 결단이 요구되는 게 또한 국제간의 이해관계다. 이라크 추가 파병은 가든 안가든 이해득실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리가 정부에 촉구하고자 하는 것은 나라의 실질 이익이 더 큰 쪽을 담보삼아 단안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민생경제에 도움이 되고 국가안보와 한반도 평화 증진에 도움이 돼야하는 것이 그 잣대다. 우리는 정부가 이에 관해 상세한 정보를 공개치 않는 것이 좀 불만이긴하나 외교상 그럴 수도 있다고 믿어 이해하고자 한다. 따라서 정부가 차후 추가 파병으로 국론을 최종 결정해도 파병에 최선의 환경과 조건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 동의하고자 한다. 특히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파병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이라크 진출과 관련한 경제 수장으로서의 책임있는 언질일 것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이라크에 파병된 다국적군 그들 역시 맹목적으로 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 자국의 실리 추구를 위해 주둔하고 있다면 우리 역시 기회로 삼는 적극적 의식이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와 혈맹의 관계다. 하지만 이래서 꼭 파병해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반전·평화운동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래서 꼭 파병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국가의 획기적 실리가 막중하면 보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국정을 책임진 국가 운영권이라고 믿는 것이다. 만약 경제가 더 어려워져 예컨대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아우성 칠 사람들이 감성에만 치우쳐 무작정 파병을 반대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 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파병에 동의하면서 기왕이면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결의안이 이달 중에 통과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퇴직연금제 문제점 보완을

노동부는 내년 7월부터 근로자 5인이상 사업장에서는 퇴직연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 퇴직 급여 보장 법안’을 내달 중 입법 예고하여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퇴직연금제가 도입되면 지금과는 달리 직장인들의 노후 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퇴직 후 무방비 상태가 되어 불안한 심정에 있게 될 직장인들의 걱정도 다소나마 줄어든다. 퇴직연금제는 사회안전망의 확대라는 입장에서 그 동안 직장인들이 요구했던 것이며, 북유럽과 같은 대부분의 선진 복지국가에선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의 적용은 한국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다. 특히 최근과 같이 경제환경이 좋지 않아 직장인들의 노후 불안이 가중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의미가 있다. 퇴직연금제도 실시로 근로자들이 해당 직장에서 10년 이상 매월 일정액 이상 적립하게 되면 만 55세부터 일시금·시한부·종신 등의 다양한 형태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금보다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며 노후문제도 일정 수준은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더구나 근로자들이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 퇴직계좌를 신설해 퇴직 적립금을 누적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 이직에 따른 걱정도 해소되므로 상당히 진일보한 사회안전망이다. 특히 경제사정의 어려움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많아 때로는 퇴직금까지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에서 이 제도의 조기 도입은 근로자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실시되려면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보완이 요구된다. 대기업의 경우는 이 제도의 적용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가 자신의 판단에 의하여 선택할 문제이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퇴직연금제도의 적용은 기업주나 근로자 모두 선택에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이 제도가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에게 선택에 따른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도록 정부는 복잡하게 설명되고 있는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다소 앞당겨진 것은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국회 동의안 부결의 충격 때문으로 보아진다. 그간 신당 지지발언의 민주당 수모, 동의안 부결의 대통령 수모를 서로 주고 받은 처지에서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그대로 보유한다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헌정사상 당선된 당적을 집권 초기에 일탈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제부턴 대국회 관련의 국정 현안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 지가 문제다. 현안마다 각 당에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청와대측 표명의 기존 입장은 원론적 방편이다. 국민에게 직접 입장을 밝혀 각 당의 지지를 유도하겠다는 것도 기본적 논리다. 우당(友?)인 통합신당의 원내 의석이 열세인 처지에서 국회의 협조를 얻는 길은 오직 정도를 걷는 길 뿐이다. 예컨대 감사원장 후보 재지명을 국회가 부결시켰으므로 발목잡기가 어떤가 한번 맛보라는 식으로 우정 늦추는 것은 오기 싸움밖에 안된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서 더러 이런 오기를 발견케하는 것은 국정 안정을 위해 유감이다. 국민은 이런 소모적 정치 양상에 지칠대로 지쳤다. 비생산적 정치공세 행태에 염증을 느낄대로 느껴 이젠 혐오감을 갖는다. 정치권도 당연히 달라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의 변화가 절실하다. 국민에게 좀 더 안정감을 주고 신뢰감을 주는 이런 모습의 대통령을 국민들은 원한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왜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국회 때문도 아니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또는 자민련 때문도 아니다. 그 책임은 바로 대통령 자신에게 귀납된다. 국민은 대통령을 탓하길 좋아하지 않는다. 욕하는 대통령을 갖는 국민은 불행하고, 칭찬하는 대통령을 갖는 국민은 다행하기 때문이다. 오욕의 협량에서 벗어나 대해를 포용할 줄 아는 큰 대통령다운 강력한 리더십 발휘를 바라고자 한다. 개혁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혁의 실체가 허황해서는 이 또한 반개혁이다. 모든 국정 과제를 경제와 민생에 초점을 맞추어 이끌면서 대통령의 노력이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무당(無?) 대통령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바이러스성 식중독 관리당국 있어야

바이러스성에 의한 식중독이 급증, 국민보건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식중독 사고가 대형화할 뿐 아니라 원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 심히 걱정스럽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회 보건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원인불명 실태는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2001년 34.1%, 2002년 43.0%로 몇 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식중독도 늘어나 지난 3월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만 환자수 1천433명의 초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오염된 음식을 먹어야만 감염되는 세균성 식중독과 달리 바이러스성은 감염자와의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지난 3월의 식중독 사고도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바이러스성 식중독 사고가 대형화하고 원인을 찾기도 어려워지고 있지만 정부 기관 어느 곳에서도 바이러스성 식중독 사고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바이러스성 식중독이 이토록 국가관리의 공백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바이러스성 식중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없고 당국이 무대책으로 일관한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불상사를 자초하게 된다. 바이러스성 식중독을 체계적으로 전담하는 당국의 책임부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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