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을 정부가 더 외면하다니

장애인들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도입된 장애인 의무고용제 부실 원인이 정부 기관 때문이라면 일반 기업을 어떻게 탓하겠는가. 이 제도 정착에 앞장서야 할 정부 각 부처가 오히려 각종 예외규정을 두어 민간기업보다 장애인 고용을 더 외면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300인 이상 기업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정원의 2%를 장애인으로 채용케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부담금을 물리게 하는 의무고용제를 시행하면서 정부가 다른 한편으로 예외규정을 두어 장애인 고용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고용촉진 및 재활법에서 ‘근로하기에 적합치 않거나 타인의 생명이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줄 우려가 있는 직종은 장애인 고용의무제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장애인의 취업이 안되는 곳은 군인과 경찰 등 전체 공무원의 61%에 달한다. 그러나 군인·경찰·소방공무원의 경우라도 장애인이 사무직에 근무하면 지장을 받지 않는데도 무조건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더구나 지난 6월말 현재 85개 정부기관의 의무고용비율이 1.81%에 불과해 28억여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도 미납 상태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컨대 수원시의 경우 총 공무원 2천192명 중 장애인 공무원 수는 33명(1.5%)이어서 전체 공무원의 2%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며, 안양시도 1천496명 중 장애인 공무원 수는 고작 19명에 지나지 않아 고용률 1.3%대를 밑돌고 있다. 기업 역시 2002년 12월말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업체의 14.8%가 단 한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았다. 장애인고용에 따른 설비개선과 편의시설, 환경개선 등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보다 부담금을 내는 것이 지출이 적은 점을 들어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는‘예외규정’을 두어 외면하고, 기업은 ‘돈으로 때우는 게 낫다’고 기피한다면 장애인 의무고용제 정착은 요원하다. 장애인도 일반인과 똑같이 대접 받고 더불어 살아갈 권리가 있다. 또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정부 기관부터 장애인 의무고용에 솔선수범하고 관련법을 보다 강화하기 바란다.

김진표 부총리 ‘수도권 압살’ 앞장서는가?

법 조문은 해석이 명확할 수 있어야 한다. 귀고리 코걸이식 해석이 가능해서는 재량권의 남용이 야기된다. 재경부가 마련한 ‘지역특화발전특구법’ 입법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한 경기도의 지적은 우선 이 점에서 타당하다. ‘지역특구 지정시 국가균형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문은 그 해석이 주관적이어서 지극히 모호하다. 지역특화 사업이 국가균형 발전과 그토록 유관하다는 근거 또한 희박하다. 수도권 역차별 정책으로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의 재판이다. 당연히 삭제되어야 한다. 또 있다. 지역특화 사업은 일찍이 일본이 벌였던 ‘1촌1품운동’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재경부 안이 지역의 개념을 한 기초단체로만 제한하는 것은 단견이다. 예컨대 도자는 도내의 경우, 광주·이천·여주를 망라한 특화사업으로 3개 시군이 다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도자를 벨트 라인화하는 연대사업으로 경기도도 역시 신청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 지역 특화 사업의 목적에 부응할 수 있는 순기능이다. 이는 비단 경기도에 국한하지 않는 전국적 현상이다. 재경부가 마련한 입법안은 특구의 개념이 실종됐다. 특화사업에 한해 해당 지역만이라도 갖가지 규제를 풀면서 각종 혜택을 주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곧 특구다. 입지 및 행위 제한 등 규제완화 조치가 명문화돼야 한다는 경기도의 요구는 이래서 설득력이 실린다. 아울러 온갖 규제가 중첩한 경기도의 경우엔 특화사업에 수도권 규제에 대한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도 재경부가 받아 들여야 한다. 지역특구 사업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지방이다. 이런데도 특구 해제나 변경을 재경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행사토록 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지극히 위험하다. 해당 지자체장과 관할 광역단체장 등 의견청취의 필수화를 법 조문에 장치해야 한다는 경기도의 요구를 재경부가 굳이 거부할 이유가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김진표씨는 수원 출신이다. 나라의 중요 각료로써 소임 수행에 지방색을 가져서는 안되고 그렇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오직 불편부당하고 공명정대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데도 근래 이같은 기대에 의아심이 드는 것은 유감이다. 수도권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그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에 이어 이번엔 ‘지역특화발전특구법’ 입법안 같은 악법으로 수도권 압살정책에 앞서는 것은 국익에 비추어 공명정대하다 할 수 없다.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 본안에는 앞서 밝힌 지방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이라크 파병, 국론분열 안되어야

이라크 파병 문제가 연일 전국 각지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에 다국적군을 파병할 수 있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정부가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이라크 평화정착과 전후 재건지원을 위한 추가 파병을 공식 결정한 이후 시민단체 등 여론 형성 집단에서는 이라크 파병 여부에 대한 근본적 문제로부터 파병 규모·파병부대의 성격·파병지역의 선정에까지 광범위한 논의가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 노무현 대통령이 각정당 대표들과 가진 연쇄회담에서도 파병문제는 주요 의제로 등장하였으나 의견에 일치는 보지 못하였다. 정부가 아직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신도 파병만 원칙적으로 결정하였을 뿐, 시기 규모 성격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며, 한나라당은 우선 대통령이 먼저 확실한 입장을 정리한 후 4당대표가 논의하자고 말하였다. 4개 정당 중 자민련만 조건 없는 파병에 찬성이고 다른 당은 국회에 파병 동의안이 제출되면 그때 구체적인 논의를 한 이후, 정당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하여 파병문제가 아직도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에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이라크 파병 문제의 초점은 시기나 규모 등의 문제보다는 파병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 국론분열이 상당히 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많다. 이러한 분열 상황을 언제까지나 마냥 끌고 갈 수만도 없는 일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지난 주초 태국에서 개최된 노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파병 문제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2차 현지조사가 끝나면 단안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파병 문제에 더 이상 좌고우면해서는 여론의 수렴이 아니라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는 우유부단의 소릴 듣게 된다. 파병은 대미감정이나 감성적 판단에도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경영의 실리 위주가 판단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파병은 일단 발표된 이상 거둬 들일 수 없는 현실 문제다. 파병이 기왕지사가 된 현실에서는 규모 성격 환경 등에 좋은 조건을 갖추는 것이 과제다. 아울러 시민단체 언론 그리고 국민 모두 이라크 파병 문제가 국익의 극대화라는 대국적인 시각에서 신중하게 접근하여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환경부가 팔당호를 망치고 있다

환경부가 팔당호 주변의 광주시 양평군 등 지자체가 추진하는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을 가로 막는 것은 실로 무책임하다. 팔당상수원 보호구역내 5개 시·군의 10개 하수종말처리장 신·증설 승인 거부사유로 환경부는 한강수계 오염총량관리제를 구실 삼고있다. 이야 말로 눈감고 아웅하는 식인 중앙의 전시행정 편의다. 한강 오염을 막기위해 한강수계로 보내는 팔당호 주변 오·폐수 종말처리장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 그럼 오·폐수를 팔당호에 그대로 흘러 보내라는 것밖에 안된다. 한강수계 오염총량관리제란 게 상류 수계인 팔당호 주변부터 맑아져야 그 진가가 있는 것이 지, 팔당호를 하수구로 만들면서 눈앞의 한강만 맑게 한대서야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팔당호 주변의 지자체는 하천 살리기운동으로 부단한 수질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예컨대 광주시 초월면 지월교 경안천의 경우,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1.0㎎/ℓ정도 좋아져 2급수 수준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막상 팔당호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기준, 3.1ppm에서 3.4ppm으로 높아져 전반적으로는 악화돼가고 있다. 이같은 원인의 상당 부분이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이 지지부진한 데 있는 것은 환경부의 책임이다. 팔당호 주변의 지자체 역시 인구 유입을 면치 못하기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다. 하수종말처리장의 신·증설 요인은 한 해가 다르게 증대되는 데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팔당호 수질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일선 지자체에 처리장 건설을 적극 권장해야 할 환경부가 되레 못하게 훼방놓는 처사는 누굴 위한 행정인 지 묻는다. 이 바람에 양평군 강하 하수처리장은 하루 평균 1천200ℓ용량을 초과한 오·폐수가 그대로 방류되는 등 상수원 보호구역 지자체 곳곳의 오·폐수가 팔당호에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팔당호에 대한 환경부 시책의 매사가 거의 이 모양이었던 것은 그 연유가 책상머리 판단에 기인한다. 앞으로도 현장행정이 아닌 탁상행정으로는 시행착오를 여전히 면치못할 것으로 보아져 심히 걱정된다. 이래서 요구되는 것이 팔당호 관리권의 이양이다. 팔당호와 관련한 정부 예산과 권한을 모두 경기도에 넘기는 것 또한 지방분권의 대상으로 능히 검토할만 하다. 당장은 상수원보호구역내 하수종말처리장 신·증설의 즉각적 승인이 있기를 촉구한다.

북의 ‘서면고려 용의’ 이후?

북 외무성 대변인의 ‘서면불가침담보’ 고려 용의 발언은 종전의 북·미불가침조약의 고집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긴 하나 아직은 그 진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태경제협력체(AFEC) 정상회의 기간에 나왔던 다자틀 내의 서면보장 제시를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했던 북측이 돌연 “고려 용의”로 급선회한 배경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비적 검토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고 긍정적 진전으로 본다”는 정부 당국의 평가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안전보장에 관한 미국측의 공식입장 표명이 최고위급에서 나왔고 한·미 정상간 공동발표문에도 문서화돼 있기 때문에 북측이 이를 근거할 만한 자료로 봤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유가 없진 않다. 문제는 조약이란 법적 담보성의 요구를 완전히 철회하느냐에 있다. 이 점에서 다자간 서면불가침담보를 북측이 수용하더라도 난관은 많다. 서면작성의 형식과 형태 및 서명의 주체, 북의 동시행동 원칙과 미국의 순차적 접근의 괴리 등 방법에 적잖은 이견이 예상된다. 또 북측은 먼저 대미협상을 통해 체제안전을 보장받은 뒤 양자 대표가 서명하고 다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연대 담보 서명하는 절차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은 양자대화를 생략한 채 6자회담으로 직행해 다자간 안전보장을 서면 결의하는 형식으로 나올 것이 예견된다. 그러나 어떻든 전망이 불투명했던 6자회담 연내 속개가 가능한 것은 거의 분명해졌다. 이에 정부는 북측의 진의에 대한 심층분석과 함께 미·일 중·러 등 주변국과 충분한 의견 교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또한 북에도 더 이상의 무모한 핵 도박을 중지하고 국제사회의 지원 등 안정위주의 실리주의로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가져할 줄로 믿는다. 아울러 이같은 내부 준비의 분위기가 성숙된 6자회담이 조속히 이행되기를 바란다. 서로가 미흡한 점은 만나서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순리다. 때마침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오는 29일 방북하는 것은 핵 문제를 비롯, 이라크 추가파병 주한미군 재배치 등이 맞물려 있는 시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이 방북회담 이후의 북측 후속 태도가 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북측은 남북 공존 공영의 길이 무엇인가를 잘 헤아리는 고려가 있기를 촉구한다.

실패한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

우리 정부의 맹점은 정책을 시행하면서 각 부처마다 100% 성공을 자신하는 점이다. 장관이나 집행자들도 10%, 20%의 문제점 또는 실패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교육, 그린벨트, 경제 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최근의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역시 마찬가지다. 농림부가 농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 7월 도입한 이 외국인 농업연수생제도는 문제점 투성이다. 우선 외국인 연수생들이 도착한 지 며칠만에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사전 상의 없이 달아나는가 하면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고용한 농민들이 여간 애를 태우고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이탈한 외국인 연수생들이 남아 있는 동료들을 부추기는 바람에 농가는 예기치 않은 ‘임금 인상’을 해야 하는 일도 속출한다. 농사에 문외한인 연수생들도 적잖은 문제거리다. 전직 택시운전사나 목공들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닌 농사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 게다가 말까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간신히 의사소통을 하는 실정이다. 연수생들은 입국한 뒤 2주일동안 한국말과 문화, 풍습, 농업기술을 익히고 농가에 배치된다. 한국에 온지 며칠 안되는 외국인들이 겨우 2주일만에 어떻게 우리 말과 문화를 익힌다는 것인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요구하는 고용절차는 더욱 농민들을 어렵게 한다. 연수생을 고용하려면 신청서, 영농규모 확인서, 납세서류 등 각종 서류를 갖추기 위해 6,7개 기관을 돌아 다니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고 해고가 자유로운 불법체류 외국인을 선호하는 지경이 됐다. 연수생의 비싼 인건비 때문에 차라리 불법체류자가 낫다는 생각을 농민들이 갖는 것도 심각한 실정이다. 퇴직금을 포함한 기본급 65만원에 건강산업재해, 상해, 임금체불 보상 등 4개 보험 가입비, 숙식비 등을 합치면 연수생 한명당 월 120만원 안팎이 들기 때문이다. 농업연수생들 가운데는 연수를 위장해 입국하자마자 이탈, 불법체류자가 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체도 아닌 농가에서 이탈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는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SK 비자금과 대선자금 해법

불법 대선자금이 SK 비자금 외에도 있을 개연성은 누구도 감히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 단계로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당선 축하금으로 받은 11억원을 포함, SK 비자금만이 도마위에 올라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밝힌 부산 경제인들의 300억 제공설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아니고도 앞으로 또 어느 기업의 비자금 장부가 압수되면 어떤 뇌관이 터져나올 지 모르는 것이 대선자금이다. 이에 대선자금의 고해성사후 사면론이 나오고 있으나 당치 않다. 과거의 발목에 묶여 전진이 가로 막히는 것은 심히 안타깝지만 이는 방법이 아니다. 대선자금을 같이 공개한다지만 공개된 내용을 100% 신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가 생겨 여전히 쟁점이 될 공산이 높다. 공개할 부분을 사면한다는 것은 밝혀지 지 않은 예상범죄에 관한 것으로 이런 특별법은 소급 입법의 성격이 못된다. 결국은 또 대선자금의 불법 모금이 나중에 드러나면 그때 가서 사법조치의 수순이 있더라도 당장은 SK 비자금 관련 부분을 철저히 밝혀내는 것이 시급하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당당히 조사를 받겠다”면서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항의성 전화를 한 것은 옳치 않다. SK 비자금 관련의 계좌 추적은 곧 불법 대선자금의 이동을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계좌 추적 역시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최돈웅 의원은 100억원의 불법자금 수수 사실을 중간 역할로만 시인했을 뿐, SK측에 정작 돈을 요구하고 돈을 막상 가져간 사람은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에서마저 서로 발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기회에 과거의 족쇄를 모두 털고 새로운 공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정치적 여망에 부응하기는 커녕 물귀신 작전의 역공에 급급하는 구태는 그 정황이 실로 동정의 가치조차 없다.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의 긍지를 갖는다면 부패정치의 책임 전가보다는 그같은 부패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입법부터 앞장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한나라당은 SK 비자금 수수 규모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11억원인데 비해 이보다 훨씬 많은 100억원인 점에 어떤 낭패감을 갖는 것 같다. 하나, 아니다. 금액의 다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SK 비자금 수수의 본질은 그 돈이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얼마나 관련이 있느냐에 있다. 검찰수사는 이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국어기본법에 알맹이가 없다

오는 12월 국회에 상정될 문화관광부의 ‘국어기본법안’이 당초 취지와 달리 핵심내용들이 빠진 데다 한글 사용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이 돼버렸다. 우선 법안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국어능력 우수자 우대제(이하 우대제)가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10월9일 문화부가‘국어기본법’과 국어발전종합계획안을 발표했을 때, 국어가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국경일로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국어기본법에 ‘국어능력인정시험’과 함께 ‘나라 말과 글에 대한 기본원칙’ ‘어문규범준수’ ‘외래어 표기법 통일 및 순화’ ‘국어정보화’ 등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고 하였다. 이 중 국어능력 우수자를 우대하는 국어능력인정시험은 영어의 토플이나 토익처럼 대학입시와 입사시험 때 점수만 제시하면 사정에 반영되고 반면 국어에 대한 기본능력이 없는 사람은 대입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준다는 제도였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사직원은 ‘국어능력인증서’없이는 설 자리가 없어지도록 방침을 세운다고 하였다. 그런데 12월에 상정할 국어기본법안엔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에 국어능력 우수자 선발을 권장한다는 애매모호한 선언적 규정으로 바뀌었고, 당시 내걸었던 국어진흥기금과 국제국어진흥원 설치도 삭제됐다. 문화부는 공청회와 각 부처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우대제에 대한 특혜 시비 및 다른 법과의 충돌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며 “우대제가 학원 양성과 사교육비 지출을 조장, 국어교육을 파행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들여 권장한다는 내용으로 대체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당찮은 얘기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우대제를 규정하기 어렵다면 국어능력 우수자를 선발하는 대학이나 기업 등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등 좋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어능력은 100점 만점에 평균 58.26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문화부의 의뢰를 받아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어능력 측정시험 결과다. 국민들의 어휘영역·듣기·쓰기·읽기·어법·어문규정 등 국어능력이 이렇게 과락 수준인데 국어기본법에 우대제 관련조항을 없앤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우대제 부활을 전제로 한 국어기본법안을 재검토, 국회에 상정하기 바란다.

이전투구의 정치권, 선거제도를 고쳐라

SK비자금 수사 여파로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관행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각 당이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이전투구의 공방을 벌여 지난 대선과 함께 16대 총선의 불법 정치자금도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수사나 재판에 계류 중인 SK 비자금, 현대 비자금, 굿모닝시티 자금, 나라종금 사건만으로도 약 10명의 각당 정치인들이 걸려 자기 당의 진지한 반성을 보이기는 커녕 남의 당 공격에 치중, 사활을 건 공방전 추태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 당만 먹었느냐, 너희 당도 먹었지 않았느냐는 식의 막가는 난타전은 정치권이 결코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거듭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도 혐의가 포착되는 불법정치자금 수수의 정치인은 어느 당파, 누구이든 간에 엄중한 사법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선거제도가 지금 같아서는 정말 안된다는 판단을 또 한번 갖는다. 정치권이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곧 선거의 병폐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정치자금 틈새를 빌미로 삼아 개인의 치부를 도모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은 사실상의 포괄적 뇌물로 정경유착의 연결 고리다. 불법정치자금이 더 이상 관행화 하여서는 정경유착의 척결을 더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수천억원 대가 들어가는 대통령선거, 수십억원대가 들어가는 국회의원 선거를 이대로 놔두어서는 기업에 검은 손을 내미는 정치권의 병폐는 여전하다. 대통령 선거도 고치고 국회의원 선거도 고쳐야 한다. 아울러 각급 단체장 선거도 고치고 지방의원 선거도 고쳐야 한다. 선거제도를 정치개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모든 선거의 완전공영제는 일찍이 본란이 주장해온 개혁 방향이다. 선거에 돈이 드는 일은 후보자가 선관위에 돈을 맡겨 선관위가 집행토록 하고 후보자 개인은 돈 쓰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물론 이래도 부패 정치인이 나올 수 있고, 이러한 선거제도엔 단점이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선거에 불법정치자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일 이상으로 급한 건 없다. 정치권은 그간의 불법정치자금은 검찰수사에 맡기고 선거제도 개혁으로 국민에게 참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재활용 음식물’이 외면 당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일이 난관에 부딪혔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만든 비료나 사료를 사용자들이 불신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우리 음식은 대체적으로 염도가 높은 데다 더구나 음식물쓰레기엔 깨진 유리조각, 플라스틱, 폐비닐, 요구르트병, 쇠수세미 등 분해되지 않은 이물질이 섞여있다. 이런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와 비료를 농민들이나 축산업자들이 사용을 좋아 할 리 없다. 개사육업의 경우 사료를 먹이기 시작한 뒤부터 수캐들의 발정이 중단되고 체중도 줄었다고 한다. 사료에 섞인 유리가루가 원인이다. 고추밭에 비료를 뿌린 농가는 염분때문에 고추가 고스란히 말라 죽었다. 부작용은 사료와 비료 뿐만이 아니다. 음식물쓰레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침출수(쓰레기 썩은 물)는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전국에서 하루에 재활용되는 쓰레기 6천378t에서 6천여t의 침출수가 나오고 이 침출수는 t당 1만8천 ~ 2만3천원의 처리비용을 들여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2005년까지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황당하다. 마땅히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1만1천237t 중 56.8%가 재활용되고 있고, 올 상반기에 76%를 처리할 수 있는 하루 8천575t의 시설(공공 2천598개, 민간 5천977개)을 설치해 놓은 상태이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재활용률은 자원화 시설로 운반된 양(量)일 뿐이며 유상판매는 19%에 불과하다. 나머지 무상으로 나눠준 분량 중 농민들이 사용한 양이 얼마나 되는 지 의심스럽다. 미약한대로 해결방법이 있다면 가정이나 음식업소에서 음식물쓰레기에 이물질을 무분별하게 넣지 않고 쓰레기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실천 여부가 회의적이다. 문제는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재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장밋빛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재활용이 가능한 음식물쓰레기는 ‘식품리사이클법’에 따라 재활용하고 불가능한 쓰레기는 ‘폐기물자원법’에 따라 소각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가 매립도, 퇴비·사료화도 어렵다면 ‘에너지 자원화’등 대안이 검토돼야 한다. 정부의 다각적인 연구가 있기를 촉구해 둔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