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시행 7개월만에 예산이 대폭 삭감돼 교육정책의 신뢰도가 또 추락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이 내년도 경기지역 초·중학교 학급당 인원을 35명으로 감축하는데 필요한 교실증축 예산 3천600여억원 가운데 30%인 1천500여억원만을 확보하는데 그친 것은 해도 너무한 것이다. 2003학년도부터 초·중학교의 학급당 정원을 35명으로 줄이려면 초등학교 3천21실, 중학교 1천387실 등 모두 4천408개 교실을 증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이 최근 교실증축에 필요한 사업비 3천600여억원을 교육부에 신청했으나 고작 30% 수준인 1천325개교실 증축예산 1천105억원을 배정받는데 그쳤다. 이는 초등학교 403실, 중학교 922실 등 1천325개 교실증축분에 불과한 것으로 교육여건 개선사업 차질이 크게 우려된다. 이처럼 초등교실 증축에 대한 예산 반영률이 낮은 것은 재정부족 보다는 경기지역의 경우 학급수를 늘린다 하더라도 내년도에 필요한 신규교사 4천36명 가운데 1천500명 이상을 기간제 교사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교사수급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중학교는 증축공간 부족이나 과대학급 등으로 교실증축이 사실상 어려운 학교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어느정도 가능한 것이라고 도교육청은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초등학교다. 증축 필요분이 3천21실인데 비해 증설가능한 학급은 666실에 불과해 학급당 학생수 감축은 1년 이후로 미뤄야 하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사업예산 축소에 따라 과대규모(초등 49학급, 중등 37학급)학교와 2004년까지 개교가 가능하거나 부지확보가 가능한 학교, 교지협소로 증축부지가 없는 학교, 운동장 잠식학교 등은 증설대상에서 제외키로 하는 등의 학급증설 기준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에 따라 학급당 학생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생길 것이 예상된다.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의 많은 실책은 비난의 대상이었지만 이번에 또 1년도 안돼 증축예산을 크게 줄여 배분한 것은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이다. 경기지역의 초등교사 부족이 1∼2년전의 실상도 아닌데 교사부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도 개탄을 금치 못할 노릇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요청한 당초 예산을 교육인적자원부가 추가경정 예산에 반영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경기·인천교육청의 하는 일이 몹시 답답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보충수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공교육 내실화 대책을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실무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일선 학교가 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의 방침과는 달리 보충수업을 계속 금지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경기·인천지역 일선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지침에 촉각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육청 당국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소극적 자세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당초 교육부의 보충수업 허용은 사교육이 전담하다시피 해온 학부모·학생들의 과외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취지였다. 보충수업 자체가 논란이 큰 사안임에도 이를 허용키로 한 것은 우리 중등교육의 현실을 인정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전국 고교의 87%가 보충수업을 계획 중이라는 한국교총의 최근 조사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보충수업 허용이 ‘학교의 학원화’등 공교육이 다시 입시위주의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겠다는 현 정부의 교육개혁과도 정면으로 배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중등교육이 입시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임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보충수업이 필요하지 않는 교육체제나 풍토를 조성하지 않는 채 이를 금지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간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각종 규제로 사소한 것까지 학교운영에 간섭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평이 많았다. 특히 학원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왜 보충수업을 못하게 하느냐고 반발했고, 대도시에서도 사립학교는 은밀히 보충수업을 하는데 공립학교는 못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제 보충수업 문제는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각 학교에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교사·학부모·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지 않은가. 교육청 당국은 실무지침 지연에 따른 일선 학교의 혼란과 학부모의 불평을 해소하기 위해 속히 세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일선 학교의 자율권 보장이 교육자치에도 맞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발전(發電)노조 파업이 오늘로써 32일째를 맞고 있으나 아직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용자측은 지난 25일 복귀시한을 넘긴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 절차를 밟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하여 강경투쟁을 하고 있어 상황은 호전되기 보다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민주노총이 파업중인 발전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내달 2일 총파업하기로 결의했고, 한국노총도 오는 30일에 노동·사회단체와 연계하여 전국 동시 다발 민중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노동계의 춘투(春鬪)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사측이 정한 시한에 복귀한 파업 노조원은 33%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사측은 긴급히 군 인력과 경력직 사원을 투입하여 부족한 발전요원을 보충하려 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대체 인력의 투입을 통하여 앞으로 예상되는 발전소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염려되고 있다. 고도의 숙련기술을 요하는 발전요원이 단기간의 교육을 통하여 투입되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도 결코 간단치만은 않다. 정부는 전력수급안정 대책을 통하여 비상시에 유흥업소의 전기 사용 제한과 송전차단 조치 등을 검토키로 하였다고 하나, 국민들은 언제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지 걱정이 크다. 현재 비수기라 다소 여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생산현장에서는 발전중단이라는 비상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어 정부는 더욱 철저한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발전노조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야기될 전력공급 중단, 경제활동 위축, 월드컵 대회 등 각종 국제행사에 대한 대외 이미지 추락 등 비상 상황을 염려하는 국민들의 걱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직장에 복귀, 발전소 운영을 정상화 시켜 놓고 투쟁하기를 요구한다. 국민의 여론에 등을 돌리게 되면 아무리 명분 있는 노조투쟁이라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 역시 강경책만이 능사가 아님을 인식하고 파업 노동자의 해고를 최소화하고 또한 해고절차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된다. 노조가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니 유연한 자세로 대화를 통하여 사태해결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파업의 장기화로 노사 모두가 패배자가 되기 전에 대화로 문제를 풀기 바란다.
난개발의 시행착오가 여전하다. 경기 남부 동탄신도시 개발 예정지와 이웃한 화성시 태안읍 일대가 기반시설 없는 택지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주민들이 생활불편을 겪는 등 마구잡이 개발에 시달리고 있다. 그간 무분별한 개발 문제가 수없이 거론됐고 급기야 피해 주민들이 집단소송을 하기까지 했던 난개발이 거침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태안읍 일대의 난개발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도상 허술한 법망과 이를 교묘하게 뚫는 개발업자의 편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규모 주택단지에 수반하는 기반시설의 설치부담이 없는 400∼500세대 단위의 소규모 연접개발이 동원돼 결국 난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구가 급증, 2000년말 4만2천여명이던 주민이 2001년엔 5만6천명, 올해 들어선 3월말 현재 6만명을 넘었고 연말엔 7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쓰레기 처리 문제로부터 교통난과 소음공해, 금융기관 등 공공시설과 편의시설 부족에서 오는 각종 생활불편이 극심하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은 통학로가 마땅치 않아 먼거리를 돌아 다녀야 할 형편이다. 앞으로 이같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연접개발로 계속 들어설 경우 극심한 생활불편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난개발의 부작용을 용인 죽전지구 등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똑같은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주택건설 등 개발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올리는 좋은 방편이라고 해서 그 정도 부작용쯤은 괜찮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난개발의 부작용과 폐해는 주민의 생활불편과 삶의 질 저하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국토이용의 비효율로 국가경쟁력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수도권의 난개발 지역은 이미 알려진대로 수지·영덕·상갈·죽전 등지 뿐만 아니라 파주·문산·의정부는 물론 동두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리·양주·광주도 마찬가지다. 이제 경기 남부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래선 안된다. 당국은 더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수도권 전역에 대한 기본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가 도입한 환경영향평가제를 철저히 시행, 불가피한 개발땐 신도시 입지의 적합성과 도시간 기능의 보완성 등이 세밀히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업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심하다. 원산지 허위표시 업체들이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단속이 형식적이고 처벌 규정이 솜방망이에 불과해 ‘걸려도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 수법 또한 지능적이고 대형화 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농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3년부터 농산물 품질관리법에 의거, 시행되고 있는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제는 이를 위반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허위표시나 위장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경미하게 적용되고 있어 위반업체들이 관련법을 거의 무시하고 있는 상태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족한 단속의지도 위반업체들의 배짱 영업을 묵인하고 있는 처사다. 공직사회 구조조정으로 전담인력이 시·군당 1∼2명에 불과한데다 잦은 인사로 전문성이 부족하고 더구나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선거를 의식해 단속보다는 지도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의식도 문제다. 일본의 경우, 육가공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던 유수 기업이 호주에서 수입한 쇠고기 13.8t을 국산으로 포장하여 팔려다가 이 사실이 올해 초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불과 1개월여만에 시장에서 퇴출된 사실이 있었다. 모든 소비자들이 그 회사 제품을 외면하여 끝내 문을 닫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원산지 표시를 허위로 해도 당국의 처벌이 경미하다. 소비자의 감시도 허술한 편이다. 비단 생산자·농민뿐만이 아니라 모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피해임에도 국민의 분노는 일시적이다. 앞으로 원산지 허위표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규정 강화는 물론 위반업체를 수시로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감시와 고발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원산지 표시를 어기는 부도덕한 업체를 퇴출시키는 힘은 당국의 단속과 함께 병행하는 소비자들의 감시와 고발이다. 원산지 표시 위반업체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경찰의 직무수행 능력에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25일 대낮 수원에서 오토바이 날치기 현행범을 인계받기 위해 출동한 경찰관이 타고 간 순찰차를 범인에게 탈취당해 권총을 발사하는 등 추격전 끝에 겨우 범인을 잡은 소동이 벌어졌다. 다른 파출소의 비번 경찰관이 잡은 범인을 인계받은 관할파출소 경찰관은 수갑을 채운 범인을 순찰차 뒷좌석에 태웠다가 운전석의 경찰관이 잠시 내린 사이 앞좌석으로 넘어온 범인에게 순찰차를 탈취당했다. 경찰관이 출동할 때는 어떤 상황이라도 대비할 태세를 갖추는 것은 치안 유지자로서의 기본이다. 그러함에도 수원중부경찰서 북문파출소 출동경관 2명은 범인 호송수칙을 어겨 타고 간 순찰차를 어이없게도 범인에게 빼앗겼다. 순찰차에서 내릴 때 시동을 끄고 차 열쇠를 뽑도록 한 근무수칙을 어겼을뿐만 아니라 경찰관 1명은 피해자 진술을 듣느라 범인과 떨어져 있어 2명1조의 범인 호송수칙도 어겼다. 다행히 추격전끝에 범인을 잡기는 했으나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운전대에 매달려 수십m 끌려가다 떨어져 크게 다쳤고, 경관이 쏜 권총에 범인이 총상을 입었다. 총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범인이 순찰차를 몰고 도주하면서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 등 차량 4대를 들이받아 파손됐다. 출동초기에 범인 호송을 위한 태세가 완벽했더라면 경찰관이 다치지도 않았고 범인이 총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며, 공권력이 유린되는 창피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민생치안의 요체는 범죄예방과 범죄발생시 즉각적인 범인 검거다. 이를 위해선 신속한 기동력, 강력한 대응력, 과학적인 수사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 경찰의 현주소는 이러한 당위성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는 듯하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대응력은 한마디로 한심한 수준이다. 물론 경찰당국은 평소 범인검거 및 호송에 대한 일반적인 교육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 개개인이 초동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는 것이다. 경찰관의 직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교육훈련을 반복 강화해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복무자세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되돌아 보고 문제점은 신속하게 개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이 직장인인 것 같다. 도대체 한해에 직장인 의료보험료를 세차례 인상하면 이는 직장인을 완전히 ‘봉’으로 인식한 때문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이미 정부는 금년들어 직장인 보험료를 두 차례 인상하였는데, 또 무슨 염치로 보험료를 인상하고자 하는 것인지 직장인들은 분통이 물론 정부가 주장하는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다. 직장인 보험료 부가 기준이 다음달부터 국세청에 신고된 지난해 총보수로 기준이 변경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변명은 특별히 인상 요인이 발생하였기 때문이기 보다는 매년 봉급 조정에 따른 지극히 자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인상 이유에 대하여 수긍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생활을 염려한 정부라면 이렇게 기계적인 방식에 의한 보험료 인상이 아니고 단계적인 방식에 의하여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며, 더욱 사려 깊은 정부라면 현재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하여 개선책을 제시한 후 직장인 보험료 인상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 의하면 내달에는 지난해 1년간의 총보수 인상액의 소급 적용분이 일시에 추가 부과될 것이기 때문에 봉급에서 상당한 액수의 보험료가 공제된다고 한다. 때문에 직장인들의 실제 봉급 수령액은 아주 적어질 것 같다. 3월달 신학기 등록금 등으로 인하여 가뜩이나 쪼들리고 있는 살림인데 일시에 보험료를 공제하면 서민들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의약분업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결국 의료보험료만 인상하였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유리알과 같은 직장인들의 지갑만 자꾸 털어가려고 하는 것은 너무도 안이한 발상이 아닌지. 정부는 더이상 직장인을 ‘봉’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의료보험공단의 운영도 개선하고 또한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의료보험 적자만 나면 적당한 이유를 붙여 직장인을 ‘봉’으로 알고 슬그머니 보험료를 인상하는 잘못된 발상은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직장인들이 분노하기 전에 정부는 직장인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아울러 이 때까지 의료보험 인상은 유보해야 한다.
민주당 경선이 초반 6개 지역의 투표를 마치고 오는 30일 경남을 고비로 중반전에 접어든다. 이같은 순회경선은 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함인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가 들린다. 정계개편을 위해서는 후보로 선출되어도 사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다. 사퇴 용의가 있는 후보를 두고 굳이 애써가며 경선을 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만약 정계개편이 당론이라면 그같은 당론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어떤 특정인의 생각이 당론일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 괴이한 것은 당의 정체성이다.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어디까지나 보수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급진개혁이 보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보수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념적 성향을 드러내 보이는 건 객관적 판단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민주당이 과연 보수정당인지 헷갈린다. 정계개편을 전제로 하고, 보수 일탈로 의심되는 개혁을 전제로 하는 경선이라면 당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장차 당의 존립마저 의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나도는 음모론 등에 신뢰할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감지되는 어떤 급격한 변화의 추이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집권 여당이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그 파장이 크다. 민주당 경선에서 앞으로 누가 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순전히 당내 사정이다. 당 밖에서 누굴 두둔하고 말고 할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경선 후보자들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판단은 누구든지 가질 수 있다. 정계개편을 위한 후보사퇴 용의, 당의 정체성 의문 등은 바로 이같은 판단에 속하는 우려다. 김중권 후보의 돌연한 사퇴 역시 석연치 않다. 끝까지 가겠다던 의지가 왜 갑자기 훼절됐는지 이유가 불분명하다. 이제 정동영후보 또한 이미 사퇴한 네 명의 후보처럼 사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잇단 사퇴의 배후가 궁금한데 있다. 경선은 오는 4월20일 부산, 21일 경기에 이어 27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42일간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경선이 끝까지 순항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외국인 불법체류 대책 세워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하자마자 잠적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15일 베이징(북경)발 중국국제항공 CA125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입국허가를 받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66명 중 43명이 대합실을 빠져 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 중국인들이 단체관광을 가장,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행방불명인 것으로 봐 사실이 그러할 것이다. 국내 알선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당국은 지난 2월말 현재 국내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26만 1천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라 8만∼10만명 규모의 중국인 방한이 예상되고 있어 관광을 위장한 불법체류자는 앞으로 크게 늘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밀입국을 감행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월드컵경기 관람 목적 입국은 합법적인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문제는 월드컵 경기장 입장권만 소지하고 있으면 범죄자가 아닌 이상 입국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40만∼50만명의 다른 외국 관광객들도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불법 체류자들의 입국은 4만∼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불법 체류자는 30만명이 웃돌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단속 후의 조치 문제다. 하루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불법체류자들의 강제 출국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여명의 수용시설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제출국이라 하더라도 여권수속, 짐 정리 등에 짧게는 3일에서 10일간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이들을 수용할 보호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다.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인 불법 체류자들은 1일 400명 강제출국이 가능한 한∼중간 국제여객선을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보호시설이 없는 것이다. 화성시에 4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외국인 보호소가 있기는 하지만 호송중 야기될 혼란도 우려되거니와 그래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불법체류자들이라 하더라도 노숙을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불법 체류자 적발 및 수용시설 특별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하기 바란다.
공무원 노조, 공권력에 도전하나? 한국공무원노조총연맹에 이어 전국공무원노조 출범으로 복수 공무원노조가 형성됐다. 가뜩이나 발전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사회가 어수선한 판에 공무원들까지 불법 노동운동을 서슴치 않아 불안감을 더 한다. 우려스런 것은 경찰 군인까지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황당한 주장이다. 한국공무원노조는 경찰 소방관 등 특수직군을 제외한 6급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비해 전국공무원노조는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여 다만 경찰 군인 등은 단체행동권을 제한 하겠다고 한다. 또 노동3권을 다 인정받으므로써 예컨대 공무원 보수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엔 파업도 강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유례없는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 실체가 궁금하다. 경찰, 심지어는 군인까지 노조를 결성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고 단행행동권이 인정된 공무원노조가 어디에 있는지 해도 너무 한다. 정부가 연내 공무원노조 관련법을 제정, 3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것도 우리의 실정엔 너무 이르다. 하물며 한국공무원노조가 내년 시행을 주장하는 것도 모잘라 즉각 시행을 주장하는 전국공무원노조의 논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민간노조의 탈법행태로 노동운동의 성숙이 저해받고 있는 터에 공무원들까지 불법노조를 출범, 가당치 않는 요구조건을 내거는 초법적 단체행동은 국가기강을 문란케 한다. 공무원의 법외노조, 공기업의 발전노조가 하나같이 불법을 일삼는 게 정권의 레임덕을 틈탄 밀어붙이기식, 그리고 해임 등 집단조치가 어려울 것으로 믿는 다중의 위세로 보여 심히 당치 않다. 김대중 정부가 비록 도덕성을 잃어 국민의 신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가 공권력이 도전받는 것을 용인할 사회정서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사태가 더욱 불행 방향으로 확산되는 일이 없기를 소망 하면서, 그러나 실로 바라지 않는 정부의 어떤 강력한 조치가 만약 이루어져도 변호하기가 어렵다는 부득이한 생각을 갖는다. 이런 불상사가 없기 위해서는 공무원노조, 공기업노조가 자중해야 하는 게 순리다. 노동운동의 투쟁이 행여 체제를 일탈해서는 체제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대문이다. 노동운동 본연은 단순한 집단이기가 아니다. 노동운동 역시 사회공익의 수반이 요구된다. 국가 공권력에 도전하는 공무원노조, 공기업노조의 강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