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19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443명을 발표했다. 정부 중앙청사와 16개 시·도 게시판, 관보, 청소년 보호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범죄자의 직업, 범죄사실 등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파렴치범들 가운데 대학 교수, 교사, 중소기업 대표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성 범죄자들은 청소년의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 크다. 특히 고용주와 이웃, 친구 아버지, 동료 등이 전체 443명 중 209명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오히려 성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더 높아 앞으로가 정말 염려된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이 무려 69.3%인 307명에 달해 같은 성범죄자가 계속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16세 소녀를 여관에서 집단 성폭행했는가 하면, 13세 미만의 여자 어린이들에게만 흉기를 들이대며 성폭행한 강간 전과범도 있다. 영어 등을 교습해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가진 학원강사, 심지어 친딸을 성폭행한 범죄자도 있다고 하니 무참해진다. 이번 신상공개는 지난해 1차 때 169명보다 2.6배나 늘어났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점점 증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위헌소지가 있고, 특히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공개대상자의 가족이 받게 되는 피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있다. 가족의 입장에 서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방어능력이 없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한 가해자는 자신의 인권이나 권리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피해자 가족의 분노 앞에서는 공감이 약해진다. 일순간의 무책임한 성욕으로 인해 어린 청소년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절망을 생각하면 성범죄자의 명단 공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성범죄자 명단을 확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채용 금지자료 및 상벌 회부자료로 활용하는 기업체는 그래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자 명단 공개는 가해자의 인권침해가 아니라 재발을 차단하려는 예방차원의 고육책으로 인식돼야 한다. 아울러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범죄자에게 더욱 중벌을 적용해야 한다.
사설
경기일보
2002-03-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