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그리고 검찰

이용호 특검법 개정안 표결처리가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오는 25일 법정시한으로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차정일 특검팀 또한 100여일의 강행군에 지친 탓인지 수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검찰인 점을 들어 특검 연장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듯 싶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특검이 못다한 일은 마땅히 검찰로 넘어가 수사가 어뤄져야 한다고 차정일 특별검사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섭섭한 점이 없지않다. 그간 특검팀 수사의 진전을 보는 것으로 살맛 나는 속시원함을 달랠 수 있었던 게 대체적인 사회정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검수사는 아태재단이 이용호게이트와 관련, 의혹 짙은 자금 흐름 추적의 막바지 단계에서 시한을 다 하게돼 앞으로의 검찰수사를 주목케 하고 있다. 특검팀이 처음 출발했을 땐 역시 수사의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관측이 지배적 이었다. 그러나 차정일 특검팀은 그같은 예상을 뒤엎고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점조직처럼 지화화한 이용호게이트의 실세에 접근한 것은 특검수사의 완전개가다. 미진한 특검수사를 이송받는 검찰이 이제 큰 짐을 떠안게 된다. 특검수사 과정을 일일이 여기에 열거하는 중복은 굳이 필요없을 것 같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있을 검찰수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아태재단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다. 아태재단 자금 및 이수동씨 국정개입 의혹 등 권력 핵심부와 민감한 사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굉장히 궁금하다. 검찰 역시 고충이 없지 않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고충이 어떻든 다시는 부실수사 오명의 전철을 되풀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 검찰의 소명이다. 이명재 검찰총장 취임이후 검찰 내부에 오랜만에 활력의 기운이 도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 이같은 검찰 분위기의 쇄신이 탄력을 얻기 위해선 더는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초연한 검찰이 돼야 하며 아태재단 수사는 이의 시금석이 된다고 믿는다. 언제나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무한하다. 검찰 조직이 정치세력에 휘말려 검찰의 권위가 더이상 훼손되는 불행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국민의 소망이다. 검찰내부 역시 그러했음에도 과거 일부의 정치검사로 인해 조직이 힐난의 대상에 올랐던 것은 유감이다. 이제 시한을 다한 특검의 그간 노고를 거듭 치하하면서 검찰의 새로운 분발을 간곡히 기대해 마지 않는다.

學運委 위원 선거가 이래서야

도내 일선 초·중·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학부모위원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비민주적 행태가 매우 우려스럽다. 학부모, 교원, 지역사회 대표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은 앞으로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선출결과는 교육계의 큰 관심이 되고 있다. 그런만큼 이들의 선거 절차와 방법은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 20일 실시된 도내 일선 초·중·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과정을 보면 상당수 학교의 학부모 총회가 요식행위에 그치는 비민주성을 드러내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학교운영에 적극 참여하려는 학부모들의 자유스런 출마와 경선에 의해 선출되어야 할 학부모 위원 선거가 기존 위원들의 적극 개입과 학교측의 사전 조율로 후보가 사퇴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마다 기존 학부모 위원 중 30∼50%가 재선됐고 학교측의 조율로 학교장이 원하는 학부모 위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중 ‘지역위원’은 학부모 위원과 교원위원(교사회의서 선출)의 협의로 선임되는 만큼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학교장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4월18일 실시될 도교육감 보궐선거와 관련 특정인을 지원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별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의사결정을 하고 예산집행을 감시 감독하는 교내기구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권한도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다. 이처럼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본 취지가 학교운영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확보하자는 것인데 학교와 기존 위원들이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에 개입하는 것은 이같은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이런 편법들이 동원될 정도이니 앞으로 선거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닥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교육자치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 선거는 출마자들이 교육자들이라는 점이 무색하게도 상호비방 등 각종 추문으로 얼룩져 왔다. 학교운영위원 전원에게 교육감 선출권을 부여한 것은 교육자치 초기에 채택한 교육위원들에 의한 교황식 선출방식이 낳은 금품거래, 파벌조장 등의 부작용을 배제하고 교육자치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투표권의 확대가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면 우리의 자치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자들의 맹성이 있어야 한다.

성 범죄자 공개, 계속해야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19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443명을 발표했다. 정부 중앙청사와 16개 시·도 게시판, 관보, 청소년 보호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범죄자의 직업, 범죄사실 등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파렴치범들 가운데 대학 교수, 교사, 중소기업 대표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성 범죄자들은 청소년의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 크다. 특히 고용주와 이웃, 친구 아버지, 동료 등이 전체 443명 중 209명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오히려 성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더 높아 앞으로가 정말 염려된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이 무려 69.3%인 307명에 달해 같은 성범죄자가 계속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16세 소녀를 여관에서 집단 성폭행했는가 하면, 13세 미만의 여자 어린이들에게만 흉기를 들이대며 성폭행한 강간 전과범도 있다. 영어 등을 교습해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가진 학원강사, 심지어 친딸을 성폭행한 범죄자도 있다고 하니 무참해진다. 이번 신상공개는 지난해 1차 때 169명보다 2.6배나 늘어났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점점 증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위헌소지가 있고, 특히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공개대상자의 가족이 받게 되는 피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있다. 가족의 입장에 서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방어능력이 없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한 가해자는 자신의 인권이나 권리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피해자 가족의 분노 앞에서는 공감이 약해진다. 일순간의 무책임한 성욕으로 인해 어린 청소년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절망을 생각하면 성범죄자의 명단 공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성범죄자 명단을 확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채용 금지자료 및 상벌 회부자료로 활용하는 기업체는 그래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자 명단 공개는 가해자의 인권침해가 아니라 재발을 차단하려는 예방차원의 고육책으로 인식돼야 한다. 아울러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범죄자에게 더욱 중벌을 적용해야 한다.

가스폭발사고 속수무책인가

퇴근시간 도심에서 어이없는 가스폭발사고가 또 일어났다. 인천 부평5동의 3층짜리 다세대 주택 가스폭발은 한마디로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사고였다. 60여명이 다친 부천 가스충전소의 폭발이나, 65명이 부상한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등 대형 가스폭발사고가 잇따랐는데도 다세대 주택에서 부주의로 이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경찰 감식결과 밝혀지겠지만, 사고발생 10분전에 LP가스 판매차량이 다세대 주택에 도착해서 가스통 교환작업을 했다는 목격자의 진술로 보아 교체과정에서 가스관 연결이 잘못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경찰은 이와는 별도로 입주 가구 중 일부가 사용하는 도시가스의 누출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어느 경우라도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집계된 피해만 6명 사망에 2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피소로 허가난 반지하층에 들어선 교회에서는 수요예배가 예정돼 있었으나 그전에 사고가 발생,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조그만 안전관리 소홀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또 한번 뚜렷하게 보여준 셈이다. 고막을 찢는듯한 굉음과 함께 지은지 2년밖에 안된 3층건물이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은 모습에다 반경 100m안의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주차중인 3대의 차량이 건물 더미에 깔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현장은 가스사고가 얼마나 위험하고 위협적인가를 피부로 느끼게 해줬다. 가스는 이제 가정이나 공장·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본 연료다. 서민들의 집 외벽이나 지하와 지상에 각종 가스관이 얽혀 있어 가스속에 둘러싸여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용해서 편리한 만큼 위험성도 커지게 마련인데도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철저한 시설관리와 안전교육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형사고가 터진 후에야 비로소 각종 대책과 온갖 처방을 마련하느라 법석떠는 것이 우리의 악습이다. 하지만 평소 안전의식을 생활화·습관화하는 것만이 원시적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는 점에서 시행중인 LP가스 안전공급계약제를 보완할 필요가 없는지 제도적 개선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15일간 교육 이수 후 시험합격자에 주는 가스관리 자격요건과 배달자의 안전교육강화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우롱하는 인터넷 쇼핑

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거의 2천만명의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어 서구 선진국에 비하여 인터넷 강국이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최근 인터넷 쇼핑이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의 판매 신장률을 능가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어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는 교통혼잡, 시간낭비 등을 피하여 편안하게 집이나 직장에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더구나 막대한 투자를 요하는 점포 등이 필요치 않아 상품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아 소비자들이 더욱 많이 애용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 따른 서비스가 많은 문제를 나타내고 있어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정보수단을 매체로 하여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품 배달 지연이나 불량품이 배달되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처리할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배달 지연 등에 대하여 항의를 하지만 인터넷 쇼핑 회사로부터 ‘미안하다’ ‘이해해 달라’ ‘곧 배달된다’라는 판매원의 전화 목소리나 이메일을 통한 답신을 받는 것 이외에는 소비자로서는 더 이상 취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소비자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광주광역시에서만 지난해 소비자보호원 분원과 소비생활센터에 접수된 사례가 무려 2배가 증가된 사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음식물의 경우, 배달 지연으로 부패된 경우가 있음에도 적절한 보상이 지연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인터넷 상거래는 철저하게 신용을 매개로 거래되는 상행위이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회사가 소비자를 면전에서 대하지 않는다고 일시적으로 이윤에 팔려 소비자에게 값싼 불량품을 보내거나 또는 무책임한 배달지연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인터넷 쇼핑회사에 부메랑으로 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21세기 상거래를 리드하는 인터넷 쇼핑이 발전되기 위하여 더욱 철저히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공해 단속권 이양준비 서둘러라

환경부의 공해단속권 지방이양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지금까지 지방환경청이 관리하는 전국 산업단지 내 오염물질 배출 업체 관리업무가 오는 7월부터 지자체에 위임키로 됐으나 환경부가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미루고 있어 지자체들이 준비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제까지 산업단지는 지방환경청이, 산업단지 이외 지역은 지자체가 맡던 오염단속권이 모두 지자체로 넘어오게 된 것은 지방화·분권화시대에 맞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간 중앙과 지방으로 단속권한이 나눠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단에 대한 지도·단속권이 없는 탓에 사고나 민원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 지자체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경기도 등 지자체의 끈질긴 요구로 산업단지 내 공해배출업체 관리권을 지방에 이양키로 결정된 것이 작년 7월이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환경부의 미적지근한 조치때문에 경기도 등 지자체들이 공해업체 관리에 따른 기구편성 및 인력확보 등 준비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관련법 시행령이 빨리 개정돼야 자체 조례를 정비하고 이에 부수되는 추가업무를 추진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는 환경부가 아직까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석연치 않은 의혹을 받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환경부가 산업단지 내 공해단속권을 계속 고수하려는 의도가 아니길 바라지만, 혹시 시행령 개정작업의 지연이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지방분권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자체의 미숙성과 지방정부의 환경의식 수준을 구실로 단속권 이양을 미루기 위한 의도라면 이 역시 단연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자제는 중앙집권 양태의 권한이 지방분권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획일주의 행정은 지자제의 바람직한 정착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집권체제에서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권한과 업무를 대폭 지방에 이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부는 이제 지자체가 공해업체를 단속하게 될 근거인 시행령을 지체없이 개정함으로써 지자체들이 단속업무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의 신속한 조치를 다시 한번 촉구해 둔다.

예산낭비 심한 해외출장

국제화시대에 외국과의 교류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필요이상의 외국방문은 외화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들과 기관장들이 국익을 빙자한 관광성 외유를 즐겨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으나 이런 관행이 여전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노릇이다. 최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천광역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출장도 마찬가지다. 1998년 6월 출범한 제3대 인천시의원들의 지난해말까지 해외여행 경비가 1인당 평균 503만원씩 모두 1억4천600여만원을 사용했다니 예산 허비가 지나쳤다. 시민 1인당 1년간 납부한 지방세 40만1천600원의 12.5배에 이르는 수치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시의원들의 불필요한 외유도 그렇다. 2000년 10월 시의원들의 해외여행 규정이 바뀌기전까지 시의원들이 다녀온 해외여행 10건 중 7건이 자매도시 초청방문과 교류 등이었다. 이 가운데 모의원은 1998년, 1999년 자매도시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면서 수백만원의 예산으로 일본의 여름축제를 참관했다고 하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의원들이 해외여행 목적 대부분이 자매우호도시 협력증진이나 선진지 연수 등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천시와 외국 자매도시간 활발한 문화나 체육교류, 투자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결국 혈세만 낭비한 셈이다. 예를 들면 1999년 4월22일부터 5월4일까지 시의원 7명이 2천965만원을 들여 환경보전 실태와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 파악을 위해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으나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머문 시간은 고작 1시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IMF 한파로 어려웠던 시기에도 시의원들이 해외여행을 갔다왔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었는 처사다. 아무래도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니까 재임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인천광역시의회가 의회내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는 점이다. 시의원들의 국외여행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발전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의원 3명, 대학교수 2명,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명 등 7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라니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계획으로만 끝나서는 안되며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구성해야 한다. 비단 인천시의회만이 아니다. 모든 지방의회가 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설치하기 바란다.

지하 술집과 청소년과 화재

며칠전 성남의 지하 민속주점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대형 참변 때마다 지적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함께 일그러진 청소년문화를 생각케 한다. 다행히 불이 주점 안쪽에서 발생, 손님들이 출입구로 쉽게 대피하는 바람에 11명만 화상을 입는 데 그쳤지, 그렇지 않았으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지하 주점 내부가 바싹 마른 대나무 형태의 인조화분 등으로 장식됐고 천장까지 갈대로 치장하는 등 온통 인화성 물질로 가득찬 것도 문제가 크지만, 화재 당시 지하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20여명의 손님 모두가 남녀 고교생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2개 고교 학생들이 각각 3개팀으로 나뉘어 모임을 갖고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불이 난 주점뿐만 아니라 대학촌을 형성한 이 일대가 10대 청소년을 주 고객으로 하는 노래방, 게임방, 콜라텍, 소주방 등이 몰려 있어 평소에도 학생들로 북적거렸다는 점이다. 약간의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누구도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지도 않고 술에 취해 비틀거려도 나무라지 않는 그야말로 청소년들에게는 ‘치외법권지역’인 셈이다. 이런 지역이 전국 대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모른 채 덮어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지난 1998년 19세 미만에게 술과 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고 미성년자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청소년 보호법이 정비·강화됐기는 했다.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이후엔 청소년의 술집출입에 대한 경각심도 한층 높았었다. 그러나 이번 화재사고는 이 법이 얼마나 엉터리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또 드러내 주었다. 특히 이번 불난 주점은 올 1월19일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팔다 적발된 전례가 있다. 그런데도 계속 고교생들에게 술을 팔았으니 그 배짱이 가증스럽다. 단속기관 및 행정기관도 문제가 없지 않다. 경찰은 1월19일 단속한 적발내용을 12일이나 지난 1월31일에 구청에 통보했고, 구청은 그로부터 두 달뒤인 지난 3월18일 업주에게 영업정지(4월8일∼6월7일)를 통보했다. 화재발생(16일) 이틀 뒤에나 통보됐으니 뒷북 조치였다. 그 사이에 또 고교생에게 술을 팔다 사고가 난 것이다. 관계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법이 어떻게 준수되어야 하고 행정조치를 더 신속하게 할 수 없는지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또 잘못된 청소년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이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이해하고 중고생들이 젊음을 발산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출구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건전한 신용카드 사용을

지난 1년 사이 신용카드 사용액이 무려 2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최근 여신전문금융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 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무려 480조원에 달하여 2000년의 237조원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 1인당 1천만원 꼴로 사용한 것이니 우리 사회가 성큼 신용사회로 다가온 느낌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급격히 증가한 요인은 몇가지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보다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면서 특히 중산층과 봉급자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매월 카드 사용자에 대한 경품제도 실시와 기업이나 각급 기관의 카드결제 장려책 등도 주된 요인이며, 또한 국민들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인식 변화도 큰 몫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내역을 보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물품 및 서비스 구입보다는 오히려 현금서비스와 같은 급전 이용이 63%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우려되는 내용이다. 신용있는 카드 사용자에 대한 현금서비스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러나 높은 이자를 목적으로 하는 현금서비스가 대종을 이루게 되면 신용카드 사용 목적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현금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신용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 과거에 비하여 카드 이용 금리가 낮아 소위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만약 금리가 급등하면 카드회사의 부실채권 증가와 신용불량자 양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오히려 신용불량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하여 우선 카드 사용자들은 무분별하게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일시적 충동이나 유혹에 의하여 마구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용카드회사 역시 단기적인 이익에 어두워 현금서비스 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건전한 신용사회 정착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인식해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자와 카드회사 모두 건전한 신용카드 이용을 통하여 신용사회 정착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 바라는 것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이채롭다. 이인제 대세론, 노무현 대안론의 2강이 엎치락 뒷치락 한다. 한화갑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고 노무현이 뜨면서 2강3약 구도를 이루고 있으나 아직은 초반 단계여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간의 경선 투표에서 가장 경이적인 현상은 광주에서 노무현이 1위를 차지한 사실이다. 터줏대감이라 할 한화합을 3위로 제치면서 경상도 출신의 노무현에게 표를 모아준 것은 가히 대사건이다. 광주에 이어 오는 14일 있을 전남지역 경선투표를 더 두고 봐야 지역감정 해소차원 여부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어떻든 예상치 못한 이변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20일의 부산 등 영남지역 투표 역시 광주처럼 지역색을 탈피한 표가 비영남출신 후보에게 얼마나 많이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장정은 4월21일 경기도에 이어 27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끝날 예정이므로 아직 멀었다. 경선은 일종의 당내 축제행사다. 이러한 경선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것은 경선후보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다. 같은 당내 사람들끼리 갖는 토론이나 정견발표가 마치 다른 상대당 사람을 힐난하는 것처럼 가혹한 것은 당치않다. 경쟁 후보에 대한 비난이 능사가 아니다. 남을 비방하기 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비전의 제시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 경선을 지켜 보면서 의문을 갖는 것은 동지가 적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예감이다. 후보 중엔 동지인 경쟁 후보는 철저한 정적인 반면에 당외의 적대관계 인사와 오히려 밀접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관측되는 이들이 있다. 경선을 통해 단합돼야 할 당이 경선으로 인해 분열의 조짐이 없지 않은 것은 정당정치의 퇴영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경선이후가 고비일 것 같다. 만약에 경선이후 탈락자 가운데 당을 이탈하는 이가 있으면 그것은 모두에게 전도의 불행을 예고한다. 모처럼 선출된 대선후보를 지원할 생각은 없이 각개 약진으로 사분오열 하게 되면 정계개편의 함정에 빠져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다운 면모를 과시하고자 하는 도량이 정말로 있다면 앞으로 남은 경선이나마 축제분위기로 치르는 일대 전환의 도덕적 용단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그래야 받을 수 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