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

경기도가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여 최근 마련한 남북교류협력추진방안은 계획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농업, 수산업 등 1차산업에서부터 문화, 관광, 학술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경의선의 철도축 연계권, 국도 1호선의 도로축 연계권 등은 특기할 만하다. 또 개성공단,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 비무장지대의 가치 증대 등을 활용한 남북접경지역 공간통합, 경기도의 첨단산업·자원가치의 다용성을 이용한 환경체험 관광활용의 조화도 기대된다. 물론 모든 사업들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가 교류협력 분위기로 진전될 경우이지만,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경기도는 접경지역의 이점을 십분 활용, 타 시·도에 비해 남북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100억원의 기금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2004년까지의 1단계, 2005년부터 2012년까지의 2단계, 2013년부터 2027년까지의 3단계로 추진한다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문제는 다소라도 북한과의 사전 교감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할 것으로 알았고, 경의선도 곧 바로 복원될 것 같았으나 오히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된 상태에 놓였다. 남북관계는 낙관은 절대 금물임이 재삼 확인된 것이다.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작금의 남북교류사업 문제점과 실패원인을 무엇보다 먼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경우 중국의 대리인(에이전트)을 통한 접촉을 추진해 직접적인 노하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중개수수료 및 북한입국 대가를 선불로 지불해 만일 에이전트가 잠적하면 대처방안이 없는 것이 걱정스럽다. 또 남북체제의 우월성 자랑 및 남한내 실적홍보도 자제해야 할 대목이다. 민간기업은 북한 소비시장의 미형성에 따른 이익회수의 난점이 제기되고, 북한의 생산시설 및 생산능력 확보 후 계약이 단절되는 문제점도 있다. 지난 날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은 때로는 외국과의 외교보다 훨씬 어려운 부분이 있어왔다. 더구나 국가차원이 아닌 경기도 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특히 미묘한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2단계, 3단계보다는 우선 1단계 사업에 신중하게 주력하기 바란다.

신당설을 우려한다

지방은 지방대로 6·13선거를 앞두고 이당, 저당으로 세 따라 실리 찾아 옮겨다니는 지방 정치인들이 점점 많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치는 중앙대로 또 무성한 신당 창당설, 정계 개편설로 뒤숭숭하다.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지역별로 벌이고 있고, 한나라당은 5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른다지만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심상치 않을 조짐이다.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기가 바쁘게 이수성 전 총리와 합의한 신당창당 움직임과 별도로 민주·한나라당내 개혁성향 이탈세력 중심의 개혁 신당론도 대두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계의 향배와 자민련의 동태 역시 주목된다. 결국 사분오열의 지역판도 심화를 예고하는 이런 지각변동은 결코 바람직스런 것은 아니나 크든 작든 대선구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점에서 묵과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제3신당 창당을 기폭으로 하는 정계 개편은 지방선거 이전이냐, 이후냐는 것이 관심사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의 변화를 예감못할 상황은 아니다. 여야간에 지방선거의 승패를 놓고 인책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런 판에 신당 창당은 정치권에 군웅할거를 예고한다. 이는 한국정치의 퇴보다. 보수·진보의 양대 정당체제가 바람직하나, 국내의 진보세력은 득표력이 취약한데다 그들끼리도 갈라져 정치권에 정착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면 보수 세력으로라도 양대 정당체제로 가야 할 것이지만 그러지 못하는 연유가 뿌리를 지닌 정당이 없는 탓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야당인 한나라당도 생성에 국민 공감대의 법통을 지닌 정당이라 할 수는 없다. 한국정당사 50년에 비추어 지극히 불행한 현실이지만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이런 처지에 또 이합집산의 전철을 되풀이 하려고 한다. 민주·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는 두 당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에 이전투구의 양상보단 축제마당으로 분위기를 돌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탈락자의 이탈이 감지되는 경선이 돼서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휩쓸릴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도 당운영에 탄력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 예컨대 5월 전당대회 때 집단지도체제의 전환 요구를 거부로 일관하는 것은 아집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나가고자 하는 사람은 나가라는 식의 당운영은 하책중에서도 하책인 것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해야

오는 6월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가맹점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개정 여신전문금융법 실시에 맞추어 수수료 또한 재조정 돼야 한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률과 이용률은 예컨대 병의원은 97.7%∼10.1%, 전문직 86.3%∼8.9%, 음식숙박업 93.2%∼60.8%, 학원 68.8∼12%, 소매업 76.6%∼27.9%로 사용률이 가맹률에 비해 훨씬 낮다. 유통 및 신용사회의 발달 추세에 밀려 할 수 없이 신용카드 가맹점이 되긴 했으나 막상 사용은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현상의 원인은 세원 은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준조세화로 볼 만한 고율의 수수료도 큰 원인이 된다. 소비자와도 수수료 마찰이 잦아 상거래의 명랑화를 저해하고 있다. 카드 아닌 현금지불을 하면 가격을 깎아 주겠다는 말을 듣는 건 약과다. 수수료를 고객에게 떠넘기기가 일쑤다. 이런 경우 고객은 가격외의 웃돈을 내게 된다. 국내 가맹점 평균 수수료는 2.5%나 된다. 영세업종 일수록 수수료가 높다. 자영업 등 개인사업자 수수료는 보통 3%대에 이른다. 미국의 평균 1.9%, 프랑스 1.5% 등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신용카드 거래가 결과적으로 카드사의 일방적 편익, 즉 돈벌이 수단 위주로 전락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카드사마다 148억원에서 1천327억원의 수익을 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난해 상반기 분석결과가 있었다. 이는 정부가 벌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용카드 가맹을 권유하고 법을 고쳐가며 카드사용을 의무화 하면서 고율의 수수료를 방관하는 것은 모순된 시책의 오류다. 물론 정부의 시정 권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고에 그친 시정 권고로 책임이 면책될 수는 없다.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책임으로 귀납된다. 신용사회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신용카드 거래의 확대를 수반한다. 적정 수수료의 조정이 마땅히 있어야 하며 시급하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법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사용을 거절할 경우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소비자 편의 및 과세의 투명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과중한 수수료의 인하 보완책이 없고서는 개정 법률의 시행이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운 점을 유의해야 한다.

發電노조 파업 더 이상 안된다

13일째 계속되고 있는 발전(發電)노조 파업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걱정이다. 회사측이 노사교섭 중도에 협상을 중단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에 따르겠다고 함에 따라 결정된 중재재정안을 노조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노조측은 ‘분할 합병시 신분변동의 경우 60일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성실협의토록 한 중앙노동위의 중재재정안이 노조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발전소 매각 철회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노조원의 업무 복귀율이 5∼6%선에 불과한 가운데 정부는 대체인력 투입으로 한달 정도는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다고 하지만 현재의 불안한 파행운영이 언제까지 가능할 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민노총이 ‘정부가 민영화 관련 법률의 시행을 유보하거나 폐지하지 않을 경우 계속 투쟁할 것을 밝히고, 한국노총도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 방침 철회와 철도 해고노동자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노사정위 탈퇴 등 집중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노사타협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입장차이가 워낙 큰 교섭이어서 쉬운 일을 아니지만 회사측이 노사교섭 9일만에 협상을 중단하고 중앙노동위의 중재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조급한 조치가 아니었다 생각된다. 전력공급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5개 화력발전사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초유의 전력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불안정한 발전기 가동으로 전력손실이 빚어지고 전기품질의 불량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대사안에 대한 빈곤한 협상력을 보면서 그동안 노사가 무엇을 해 왔는지 답답할 뿐이다. 노사교섭 과정이 그렇다 해도 이제 노조측은 중앙노동위의 중재재정이 내려진 만큼 이에 따라야 한다. 파업을 즉시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철도·가스와 마찬가지로 발전부문의 민영화 역시 철회할 수 없는 일이다. 대법원도 조직 통폐합 같은 기업구조조정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노사 양측 및 국민경제가 입게 될 손실과 후유증을 생각해서라도 발전 파업이 파국으로 치달아서는 안된다. 노조측은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회사는 협상자리로 다시 나와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을 논의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파업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업무정상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음란광고물 강력하게 단속하라

경기·인천지역에 유흥업소나 출장마사지 대화방 등의 음란성 광고물이 범람하고 있어 폐해가 심각하다. 도심의 유흥가는 물론 주택가·아파트단지·주차장까지 배포되는 음란 광고물을 대하면 도대체 이 사회가 왜 이렇게 타락하고 있나하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주차된 차량 창문이나 와이퍼에는 음란스티커가 매일 꽃혀 있어 시민들을 짜증나게 할 뿐아니라 심지어 아파트 우편함에 까지 투입하는 몰지각한 행위까지 서슴치 않아 어처구니가 없다. 여성의 나체 또는 청소년들은 물론 반나체 사진을 실은 이들 음란스티커들을 초등학생·유치원생들이 수십장씩 수집하는 열풍까지 불고 있는가 하면 음란 스티커를 과자 등과 맞바꾸는 광경도 속출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불법 광고물은 불법 음란스티커 뿐만이 아니다. 밤이면 도심지에 고객을 유혹하는 각종 퇴폐 광고물들이 즐비하게 장하고 음란성 소형 광고전단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뿌려진다. 네온싸인이 곁들여 진 길다란 대형 풍선에 ‘화끈한 성데이트’ ‘24시간 미인대기’ ‘팔도영계 상시대기’ ‘팔도과부 대기중’ 등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광고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으로 설치된 입간판, 현수막, 벽보 등도 도시의 미관을 해칠뿐 아니라 특히 인도나 차도에 설치된 입간판은 보행자 및 차량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을뿐 아니라 안전사고 발생의 우려가 크다. 그러나 단속에 나서야 할 행정기관들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거의 방관상태에 있어 더욱 한심스럽다. 주민들의 신고가 시·군 홈페이지 등에 끊이지 않는데도 행정기관들은 손을 놓은채 수수방관하고 있어 퇴폐 풍조를 부추긴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어쩌다 단속을 한다하여도 일회성 수박 겉 핥기식이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해 시내에서 음란성 광고스티커를 배포하다 적발된 업체는 120여개소에 불과했으며, 이들 업소에 평균 16만5천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음란성 광고물을 수거해도 추적이 힘든 전화번호만이 기재돼 있어 배포현장을 적발하기 위해 야간 잠복근무를 해야 하는 단속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단속을 하지 않고 방관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음란물 범람은 가정과 사회를 서서히 썩게 하고 결국은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다.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안일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경찰등과 합동으로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되 위반행위는 과감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화옹호 물막이공사 중단하라

농업기반공사(농기공)의 고집이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화옹호 방조제 공사를 시행중인 농기공이 경기도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 환경기초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물막이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농기공이 경기도와 환경단체의 ‘先 수질개선시설 설치, 後 끝막이공사’요구를 묵살해 끝내 경기도가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환경단체가 해상시위 및 실력저지에 나서게 된 사태는 유감이다. 농기공측은 지난 91년 착수한 화옹호방조제(9.8km)의 끝막이 공사를 환경기초시설이 완비될 때까지 중단하면 이미 설치한 방조제가 물살에 쓸려나갈 염려가 있어 공사 조기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이는 시행자측의 입장만을 고려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억지다. 호수주변 주민 3만3천명과 100만마리의 가축, 그리고 113개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는 하루 평균 1만3천893t에 이른다. 이 오·폐수가 정화처리되지 않고 화옹호에 유입되면 가둬 둔 물이 오래가지 않아 썩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수처리시설 없이 끝막이공사를 할 경우 현재의 COD(화학적산소요구량)농도가 0.6∼3.6ppm에서 2.33∼9.30ppm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자료도 나와 있다. 농기공측은 물막이공사를 끝내더라도 가둬 둔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를 유입시키겠다고 했다. 이 또한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유입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어서 수질오염방지 효과는 방조제 인근에 국한될 뿐 호수내 어패류는 폐사될 게 뻔하다. 이는 우리가 이미 시화호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국토계획은 모든 과정을 치밀하고 종합적인 검토위에서 추진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화옹호 조성공사 역시 시화호처럼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갖추지도 않은 채 무모하게 추진하는 과오를 범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이고서도 실패한 시화호 담수화 과정을 왜 똑같이 밟으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농기공은 시화호의 실패를 교훈삼아 끝막이 조기공사 집착에서 벗어나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끝막이공사에 앞서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설치가 급선무다. 화옹호 수질이 어떻게 되건 말건 물막이공사를 빨리 끝내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도 현안의 중요성을 감안, 환경보존 차원에서 조속한 조정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무당파 국회의장 권위 확립을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개정 국회법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으므로 곧 발효될 예정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오늘 또는 내일중으로 개정 국회법이 관보를 통하여 공포되면 이만섭 국회의장은 곧 바로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의정 사상 최초로 당적없는 국회의장을 경험하게 된다. 소위 무당적 국회의장을 갖게 되는 것은 한국정치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의장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당적없는 의장에 의한 중립적인 국회운영을 주장하였으며, 최근에는 민주당에 대하여 당으로부터 제명을 시켜달라고 주문까지 한 사례도 있어 이미 무당적 국회의장은 예견된 사항이기도 하다. 또한 국민들 역시 파행적인 국회운영을 보면서 최소한 국회의장만이라도 당적없이 중립적 차원에서 공정한 국회운영을 기대했다. 의회정치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이미 당적없는 국회의장에 의한 국회운영이 제도화되었다. 물론 정당정치가 발달하기 위하여 정당에 의한 국회운영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여당 소속의 국회의장에 의한 국회 운영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야간에 대치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국회의장이 소속 정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여 불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한 사례도 많이 있어 우리는 공정한 국회운영을 위하여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당적을 이탈하였다고 국회 운영이 공정하고 또한 생산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이 국회의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단순히 사회석이나 지키는 의장으로 있으며, 오히려 중요한 국회 운영은 여야간 합의에 의하여만 처리된다면 의장의 당적이탈은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꼴이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장의 권위를 제고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국회의장의 권위를 높이기 위하여 국회법은 또 다시 개정되어야 한다. 상임위 배정이나 원내 발언권 부여 등은 물론 각종 입법행위에 대하여 국회의장이 전권을 행사하도록 국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이번 국회의장 당적 보유금지를 계기로 더이상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가 되지 않고 삼권분립의 핵으로서 국민을 위한 입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가뭄대책 임시변통으론 안된다

봄가뭄이 극심하다. 겨울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안성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고, 하천들이 바닥을 보이면서 월동 밭작물도 타들어가고 있다. 엊그제 일부 지역에 눈비가 흩날렸지만 흙먼지를 잠재우기에도 부족했다. 올 봄엔 황사가 잦고 지난해에 이어 봄가뭄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진작 나와 있지만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아직까지 가뭄대책상황실도 설치하고 있지 않다니 개탄이 절로 나온다. 기상청 예보로는 4월가서도 흡족한 비를 기대할 수 없다. 비를 기다리는 농민들의 탄식이 커져가고 있으나 비소식은 가물가물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수지 물도 메말라 앞으로 모내기 차질은 물론 식수와 공업용수도 걱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봄가뭄이 연례화 되다시피 반복되고 있는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물대책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도 도 당국은 가뭄지역에 소형관정 940곳을 개발하고 142곳에 하천굴착 및 보설치 등 고식적인 응급조치만을 내놨고, 정부 또한 간이 양수시설 확보 등 재해대책비로 275억원을 배정한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해에도 이같은 임시변통식 대책으로 일관하다 다행히 비가 내리니까 또 한 고비를 넘긴 듯 지나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미봉만 해온 물대책 때문에 장마철에는 어김없이 홍수피해로 난리를 겪고 갈수기에는 가뭄소동으로 애를 태운다. 왜 물문제의 근본대책은 없이 연례행사처럼 홍수와 가뭄파동이 되풀이 되고 있는가. 강수량이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데도 늘 물부족국가로 남아있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치수능력 부족 때문이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3배에 이르지만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대부분 바다로 흘려보내고 이용되는 물은 24%에 불과하다. 이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치수능력의 현주소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물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길 뿐이다. 수요관리와 절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한계가 있다. 강수량의 10%만 지금보다 더 저장할 수 있어도 물문제의 근본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난개발로 인해 지하수도 이미 고갈상태에 이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물관리의 기초는 역시 강수관리에 있다고 본다. 환경훼손을 최소화 할 체계적인 소형 댐건설 확대와 종합적인 수계·수자원관리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치수는 국방 치안과 함께 국가행정의 기본으로 어느 것보다 우선해야 할 국가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월드컵 대비 방역에 만전을

월드컵 축구경기 준비사항 중 방역사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식중독과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들이 대부분 월드컵경기가 열리는 5∼6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식중독 사고는 6월에, 말라리아 환자는 5∼6월에 발생했다. 장티푸스 환자도 4∼6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례가 있다. 2군 전염병인 유행성 이하선염도 4∼6월 사이에 발생했던 사실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전염병 발생이나 식중독 사고뿐만이 아니다.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피해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한다. 한 해 무려 3억3천만달러에 달했던 돼지고기의 대일본 수출이 구제역이 발생한 2000년 3월 이후에는 전면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이후 국내 소비부진까지 겹쳐 돼지값이 폭락한 점을 감안하면 양돈 농가의 피해만도 연간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월드컵 축구경기를 비롯해 부산아시안게임 등 올해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동·식물 검역에 철저를 기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월드컵에 참여하는 32개국 중 영국·러시아·중국 등 14개국이, 부산아시안게임 참가국 중에서도 10개국이 구제역 발생국임을 방역대책에 반영해야 한다. 월드컵을 대비한 전염병예방 대책으로 인천시의 경우 3월부터 오는 7월까지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과 인천지방경찰청, 월드컵조직위 인천운영본부 등과 함께 식음료 안전성 검정 및 역학조사반을 가동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농림부 등 방역당국에서도 동·식물 및 축산물 검역에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각별히 유념해야할 것은 우리 나라의 구제역 발생원인이 여행객의 불법 휴대 축산물 등으로 추정되고 있는 점이다. 문제는 통관과정에서 무리하게 검역을 추진했다가는 자칫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킬 염려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구제역 검역계획을 외국에 홍보해야 한다. 수십만명의 외국인이 입국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제공항과 항구가 있는 인천은 특히 방역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방역에 차질없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인력과 장비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방역지원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국의 방역과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식음료 급식공급업체 및 음식점 등에서 먼저 솔선하여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방역요원이라는 의식을 실천해야할 시점이다.

선거철 억지민원病 또 도지나

고질적인 선거폐습이 또 다시 도지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선거구민과 이익집단의 억지민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외없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역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상당수가 재출마 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상 처음 지역별 후보경선이 본격화되면서 각당 도지부 및 선거캠프에는 취직부탁, 이권해결 등 개인적인 청탁과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무리한 민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출마 예정자들의 상대방 헐뜯기와 선거브로커들의 금품요구 등으로 벌써부터 선거분위기가 타락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에 선거구민들의 이같은 비뚤어진 의식이 가세되어 더욱 추하게 혼탁해지는 느낌이다. 민원 중에는 전철 조기착공과 육교설치 등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그 요구내용이 합당한 것도 없지 않으나 거의가 합법적인 해결과 조치가 불가능한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역의 보상가 상향조정이나 아파트 인접 병원을 혐오시설이라며 옮겨달라는 등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적인 억지민원이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왜 나만 불법 주차스티커를 발부하냐는 사례도 있다. 이같은 억지민원들은 표에 약할 수밖에 없는 출마 예정자들의 초조한 심리상태를 악용, 해결해 보려는 유권자들의 얕은 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현역 단체장이나 출마 예정자들은 민원을 등한시 한다는 나쁜 소문이 번질 것을 우려, 함부로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권자들의 의식을 이렇게까지 만든 원인은 당장 표 모으기에만 정신팔려 온갖 즉흥적 선심과 황당무계한 공약을 남발해 온 후보들의 잘못에도 있지 않나 여겨진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정당 사무실에는 이같은 억지민원 말고도 친목관광 등 경비를 보조해 달라는 요구도 많다. 이같이 저질스런 유권자들의 요구는 매표(買票)행위와 다를바 없는 것으로 선거를 모독하고 민주주의를 파기하는 범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불법·탈법사례를 감시·고발해야 할 유권자들이 오히려 예비 후보들에게 손을 내밀고 합법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민원을 표와 연결시켜 흥정을 한대서야 어찌 깨끗한 선거풍토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는 지방선거와 대선의 후보경선을 통해 선거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선거풍토가 개혁되지 않고는 우리가 바라는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주체제 그 자체가 정통성을 지킬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유능하고 도덕성 강한 지역일꾼을 뽑아 참된 지방자치를 구현하고 이를 향유하려면 유권자부터 올바른 의식과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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