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자위대책 시급하다

무기를 든 은행강도들이 전국 동서남북에서 날뛰고 있으니 ‘도대체 이 나라가 왜 이런가’하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엽총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하더니 이달 들어 8일 충남 서산, 9일 서울 중랑구, 12일 전북 군산, 15일 안산, 대전에서 은행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은행 침입, 현금 운송차량 탈취, 현금지급기 털기 등 다양한 형태로 계속되는 강도사건으로 금융기관의 불안은 물론 시민들도 은행출입을 꺼리는 지경이 됐다. 특히 15일 안산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상록수지점 사건은 범죄수법이 흉포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금지급기를 열고 수표를 인출하던 여행원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기절시킨 뒤 수표를 강탈했다니 얼마나 무서운 노릇인가. 이런 상태로 나가다간 기관총과 폭탄을 소지한 강도도 출현할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이렇게 은행강도들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첫째 총기관리상 문제점이 있는 탓이지만 금융기관들의 자체 방위체계가 너무 허술한 것도 그 원인이라고 본다. 경기도의 경우, 1천323개에 달하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자체 경비원을 고용하지 않고 감시카메라 관리·운영도 미비한 곳이 무려 80%를 차지하고 있는 실상이 말해주듯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현금수송 등을 경비·호송 전문업체에 맡기기는커녕 자체 방범 관련 규정조차 없기 때문이다. 방범 규정이 있다고 하여도 ‘안전대책을 마련한다’등 추상적인 내용인데다 경비원 배치 등 관련 규정이 없다. 현금 호송은 더욱 큰 문제다. 창구업무를 겸하는 일반직원 한두명이 보호장비도 없이 승용차로 수억원을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은행경비와 현금 호송은 전문업체가 맡는다. 필요시 무장을 하며 경찰서와의 비상연락망도 완비돼 있다. 점포는 물론 주차장에도 폐쇄회로 TV 설치는 필수다. 그러나 우리 나라 금융기관들의 자체 방범대책은 너무 미약하고 허술하다. 더구나 일부 은행은 현금을 탈취당해도 보험회사에서 보상받는다는 이유로 자구노력을 게을리하는 곳도 있다니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차제에 금융기관들은 외국 금융기관들의 자위대책 도입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경찰의 범죄예방 및 엄격한 총기관리도 아울러 촉구한다.

‘공무원 노조’결성

헌법은 소득을 위한 심신의 작업을 근로로 표현하고 있다. 노동 또한 심신을 수고롭게 하는 건 사실이나 육체위주의 작업을 노동이라고 보았던 것이 종전의 사회통념이었다. 초창기 노동운동 시절 정신위주 노력의 금융기관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했을 때, 은행원도 노동자냐는 항간의 의문이 있었던 게 그같은 통념 때문이었다. 이젠 시대가 달라져 근로와 노동의 사회개념 또한 일치한 추세에서 정신노동 위주의 피고용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든다고 하여 이상하게 여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를 이같은 범주에 귀속시킬 것인가엔 신중한 사려가 요한다. 물론 선진국엔 공무원 노조가 없지 않으나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예컨대 국민의 사회보장제도는 선진국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공무원만의 권익을 위한 노조를 추구하는건 이율배반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 결성에 유독 이같은 규제적 의문제기가 가능한 것은 공무원은 영리 목적의 민간기업과 달리 고용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하고 보수는 국민 또는 주민이 낸 세금으로 사회공익을 위해 지출하는 데 있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가진 공무원노조(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연맹)의 물리적 출범 강행은 이런 관점에서 심히 우려스런 바가 많다. 노조는 ‘국민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부와 마찰을 빚고 단체행동을 일삼지 않을 것이며, 공직사회 내부의 부정부패와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선진국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부정부패며 관료주의 타파를 나쁘다 할 순 없겠으나 공무원노조 본연의 소임이 아니다. 권위적, 위계적 통제구조에서 벗어나 국가민주화 수행의 주체로 나선다지만 그같은 명분에 막상 허실이 어떠한가를 잘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노동운동은 성숙된 단계에 있지 않다. 유연한 협상보다는 과격한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과도기적 미숙단계에 있다. 이런 마당에 공무원노조의 출범은 자칫 노동운동의 방향을 공무원이 오도할 수가 있다. 또 공무원법을 어겨가며 불법 집회로 법외노조를 출범한 것은 정부와의 마찰로 불행한 사태가 예견돼 심히 걱정스럽다. 오는 4월말까지 각 시·도지부 결성식을 마친다는 공무원노조의 자체 계획을 그대로 방임할 리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시기란 게 있다. 공무원노조는 지금 법외노조 출범의 강행을 일반의 사회정서가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잘 헤아려 사태가 악화되는 불행한 현상이 없기를 바란다.

완전공영제를 주목한다

선거완전공영제는 어찌 되는 건지, 후속 논의가 없어 궁금하다.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의 완전공영제 검토 발표 이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이근식 행자부장관의 업무보고에서 이의 도입계획이 언급돼 큰 관심을 모았었다. 공영제는 지금도 부분적으로 실시하고는 있다. 선관위 주최의 후보자 합동연설회, 후보자 유인물 제작 및 발송 등이 이에 속한다. 이같은 부분공영제와는 달리 완전공영제는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의 말대로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자금을 한 푼도 쓸 수 없고, 쓰지 않아도 될만큼 각급 선관위가 모든 선거운동을 주관하는 제도이므로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이 요한다. 오는 12월 대선부터 도입할 요량이면 논의가 시급한데도 정치권에서는 아직 말이 없다. 완전공영제가 절실한 것은 건국후 반세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선거문화의 후진성에 연유하므로 생각하면 부끄러운 소치이나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권의 족쇄를 풀어 부패의 업보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청정정치가 가능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적 고비용의 원인이 되는 정당구조 및 선거제도 가운데 선거제도를 완전공영화 하는 것은 정치사에 혁신적 전환을 이룬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각급 후보자의 난립이 예상된다. 심지어는 자질조차 의심될 후보자들이 쏟아질 것이다. 국비 등으로 이들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당치 않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제도도 역기능이 없는 건 없다. 후보자 난립은 정당공천 및 유권자의 추천 인원수 강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당연설회 문제도 있다. 이는 세과시의 군중동원을 위해 막대한 선거자금이 뿌려졌을 뿐만 아니라 불법선거의 요인이 돼왔다. 폐지하는 것이 완전공영제의 취의에 합당하다고 보며, 그대신 합동연설회 횟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본란의 판단이다. 어떻든 이런저런 문제를 검토하자면 정치권이 이마를 맞대야 할 마당에 전혀 거론조차 안되고 있다. 그렇다고 여·야가 완전공영제 도입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경선, 한나라당은 내분으로 편할 날이 없는 가운데 빌라공세, 게이트 공세로 정치권이 온통 싸움판 일색이다. 싸우더라도 해야 할 일은 제 때 하는 게 성숙된 정치권의 자세다. 완전공영제에 대한 여·야간 의견 접근의 자리가 조속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운동장 없는 학교 만들어선 안돼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오히려 학교운동장을 잠식하는 부작용을 빚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기 위해 운동장 한 편에 교실을 증설하다보니 학생들의 체육활동 공간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교실증설 공사를 벌인 고교의 경우 도내에선 16개교가 이처럼 운동장 일부를 교실부지로 사용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설기준에 미달하는 운동장에 교실을 지었으니 3개반 이상이 동시에 체육수업을 해야 할 실정에서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같은 사정은 올해 추진하게 될 초·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지식의 주입이 학교교육의 전부일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지육(智育)못지않게 필수적인 게 덕육(德育)과 체육이며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전인교육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초·중등 교육은 한창 자랄 나이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무엇보다 신체의 균형있는 성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시설기준에 운동장을 의무화하고 각종 스포츠를 권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입시준비로 시달리게 되는 현실에 비추어 체육교육의 내실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학교 운동장은 비단 체육수업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규정된 시간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비좁은 교실을 벗어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휴식과 오락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서함양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이와함께 지역 주민들이 활용하는 사회체육시설로서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교육부가 교육여건 개선을 이유로 교실증설을 밀어붙여 운동장을 잠식케 한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조치다.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증가하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교설립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신설대신 기존 학교 운동장을 잠식하면서까지 교실을 증축하다 보면 운동장 없는 학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같은 조치가 학교를 학원화(學院化)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금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당국은 조급하게 ‘학급당 35명’에 연연해서 운동장 없는 학교를 양산할 것이 아니라 계획성 있게 교육부지를 확보, 학교신설에 주력해야 한다. 교육이 국가발전의 토대라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교육수요를 예측해서 충분한 학교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농촌이 쓰레기 집하장인가

농촌환경이 각종 쓰레기들로 너무 심하게 오염돼 간다. 도로변 농지에 빈병, 페트병, 각종 봉지를 비롯, 폐가전제품 등 대형 폐기물이 도처에 널브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엔진오일을 담았던 폐기물까지 버려져 있다. 마치 쓰레기 집하장 같은 지역이 도처에서 눈에 띈다.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망치는 것은 물론 악취마저 풍기는 이런 쓰레기들은 통행차량들이 마구 버리거나 야간을 틈타 계획적으로 투기하는 것 들이다. 농민들이 불에 타는 쓰레기는 수거해 소각하고 있으나 소각이 불가능한 폐가구나 폐가전제품 등은 논둑·빈터 등에 쌓아 놓고 있어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농촌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들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하우스 폐비닐을 비롯한 생활쓰레기들이 농경지 주변에 방치돼 있어 몹시 볼썽 사납다. 시설채소와 화훼농가가 밀집된 지역의 경우, 폐비닐을 비롯해 농약봉지, 술병, 냉장고, 라면봉지 등 각종 쓰레기가 뒤범벅이 된 채 널려 있어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힘쓰고 있는 대다수 농가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렇게 농경지에 폐비닐, 농약병이 범벅이 돼 있는 이유는 정부가 농경지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시행했던 ‘재활용품 수거보상제’를 폐지한 탓도 크다.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반면 폐비닐 수거량은 감소,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촌지역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수거해 온 폐비닐 1㎏당 20원, 농약빈병 1㎏당 유리 150원, 플라스틱 800원을 지급했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1월 재활용품 수거 보상제도가 전면 폐지된 이후 폐비닐 수거가 크게 감소, 비닐하우스와 과수원 등지에서 사용된 폐비닐이 토양속에 묻히고 있다. 수거되지 않고 방치된 폐비닐, 농약 빈병 등이 농지에 그대로 묻히거나 자체 소각되면 토양 및 대기가 오염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상태로 방치된다면 농촌지역은 2∼3년 내에 폐비닐 등으로 덮일 것이다. 농촌지역 시·군에서는 농지나 빈터에 모아둔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수거하는 한편 폐비닐 등을 모아둘 수 있는 일정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농촌환경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도로변 농경지와 농촌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스팸메일 제재 더 엄격해야

스팸메일(쓰레기 메일) 형태가 날로 교묘해져 그 폐해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수신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스팸메일을 규제해야 할 법과 제도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인터넷 보급 초기단계에서 무선 콘텐츠 공급확대 등 정보통신 이용촉진에만 연연해 부작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소홀히 한 결과다. 현행 ‘정보통신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영리 목적의 이메일을 보낼 때 ‘광고’라는 문구와 함께 수신자가 수신거부 의사를 쉽게 밝힐 수 있도록 전송자의 전화 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명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어길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수신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재발송한 경우에 한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이것도 발송자가 아이디를 바꿔서 보내면 그만이다. 규제법 치곤 허술하기 짝이 없다. 최근엔 ‘나야 나!’라는 등 개인 메일을 가장해 전송하는 수법을 쓰기도 하고, 쏟아져 들어오는 스팸메일이 귀찮아 수신거부 버튼을 눌러도 작동되지 않게 프로그램해 놓기도 한다. 또 이메일에 ‘광고’ 또는 ‘홍보’라는 문구가 있을 때 자동삭제되는 차단 필터링을 설치해도 ‘광 고’ ‘광+고’ ‘광.고’등과 같이 글자 사이에 칸을 띄거나 부호나 마침표를 찍어 메일박스를 뚫고 들어가는 신종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망을 통해 범람하고 있는 이같은 메일들은 불법복제 CD 판매나 학원안내 같은 광고성 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등학생까지도 아무 제약없이 열어볼 수 있는 음란 성인사이트도 많다. 이용자들은 이 메일들을 지우느라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고 있고, 이 쓰레기 메일을 열어보느라 엄청난 접속비용을 부담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스팸메일의 방대한 용량 때문에 인터넷망에 과부하가 걸려 정작 필요한 메일을 한참 뒤에 받는 사태가 빈발하고, 스팸메일을 통해 유포되는 컴퓨터바이러스로 시스템이 심각한 장애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를 제재할 뾰족한 수단이 없으니 답답하다. 이제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국가답게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에도 선진적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원치 않는 메일 전송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불법 스팸메일 신고절차와 창구도 간소화해야 한다. 아이디를 바꾸거나 가짜 주소를 사용하는 발송자, 그리고 수신거부 메일을 보내지 못하도록 교묘한 방법을 쓰는 지능적 스패머들은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공해치유 차원의 엄격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이 성공하려면

지난 주말 민주당은 제주와 울산에서 오는 12월 대선에 출마할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했다. 이번 주말에는 광주와 대전에서 역시 경선이 실시되며, 경기와 인천은 4월1일과 6일 각각 실시된다. 내달 27일 서울지역의 경선까지 50일간의 정치일정이 계속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느 후보가 최종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민주당 경선은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초유의 실험이다. 지난주 경선은 다소 잡음이 있기는 하였으나, 그러나 처음 실시된 경선으로서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민주당은 자평하고 있다. 처음으로 실시된 전자투표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더구나 민주당으로서는 각종 게이트 때문에 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참여 경선을 통하여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은 큰 성과일 것이다.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은 한국의 민주정치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모처럼 국민적 공감대 하에 도입된 국민참여 경선이 단순히 모양만 갖추고 실시될 경우 이는 국민참여 경선의 의미도 퇴색할 뿐 아니라 정당정치 민주화를 위하여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이 성공하기 위하여 최소한 다음과 같은 문제는 해소되어야 한다. 첫째 경선 참여자가 후보자에 의한 조직적인 동원 보다는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일시적인 조직 동원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금권선거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이름만 빌릴 뿐 당원들만의 행사가 된다면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할 수 있다. 둘째 경선이 지역대결 구도로 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 선거는 지역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인 바, 출신 지역이 우선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주말 경선에서 이런 경향이 다소 나타났다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참 다운 민주정당이 되기 위하여 지역주의는 한국정치의 유물이 되어야 한다. 셋째 금품선거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사용했다고 고해성사 한 김근태 후보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퇴하였다. 당 선관위가 금품을 제공한 후보에게 경고했으므로 더 이상 금품제공이 있어서는 안된다.

지사사건 大法판결과 道政

임창열 지사의 알선수재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서울 고법에 환송한 판결 파장이 대단히 크다. 우선 민주당이 당황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항소심 무죄판결 이후 나름대로 상고심의 무죄판결을 예상하고 대법원서 무죄선고가 있을 때 이를 임지사가 당내 유력한 지사후보임을 공식으로 인증하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로 당내 지사후보 경선은 물론 본선거의 구도가 흔들리게 돼 고민에 빠졌다. 지방정가와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도내 일선 공무원들과 도 본청 공무원들은 원심파기에 대한 얘기와 임지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표명하며 술렁이고 있다. 아무튼 정치인의 알선수재 사건에 대한 뇌물의 대가성을 폭넓게 인정한 것은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상고심의 판결이 1년 가까이 끌어온 것은 문제점이 없지 않다고 본다. 이번 판결로 임지사 사건은 다시 파기 환송심(고법)을 거치게 됐고, 고법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경우 확정 판결이 나오려면 앞으로 적어도 4개월은 걸린다. 결국 지사 임기내에는 최종 판결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1998년 7월 취임해서 99년 7월 인천지검에 기소되기까지 첫 해를 빼고 3년간 지사가 형사소송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은 당사자 본인은 물론 도민들의 입장에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정이 불안정하게 흐트러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흔들려선 안된다. 물론 지사 본인은 대법원 판결 결과에 고통과 괴로움이 적지 않겠지만 끝까지 안정적인 직무수행과 유종의 미를 거두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일선 공무원들도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만에 하나 민원이 헛걸음치거나 주요 시책사업들이 지연된다면 국민의 공복으로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지사 선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고 해서 다른 예비 후보에 줄서기 등 공직자들의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면 행정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며 국가기관의 근간으로서 언제나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책임지는 공직자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여기 저기 눈치나 보며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로 보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혼란스러울수록 공직자들의 솔선수범과 흔들림 없는 공직수행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경기도 공무원들의 지혜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외국인 범죄 대책 강력하게

최근들어 불법 체류자들을 비롯한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치안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불법 체류자들 중 일부는 외국의 범죄조직과 직접 연계되거나 불법 밀입국 알선조직과 결탁하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 하다. 더구나 종전에는 외국인이 산업연수생으로 입국,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한 뒤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아예 여권·비자 등을 위조해 입국하는 사례가 늘면서 배후에 조직적인 범죄 단체가 개입할 개연성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범죄를 저질러 강제 추방된 후 여권을 불법으로 새로 만들어 버젓이 재입국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3년간 외국인 범죄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불법 체류자에 의한 살인·강도·절도· 폭력 등의 범죄 건수는 299건으로 2000년 266건에서 33건이 늘었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의 외사요원은 총 56명에 불과해 효과적인 범죄예방과 첩보 수집 등 수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등록된 외국인 6만2천691명과 4만여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체류자를 포함할 경우 외사계 경찰인력은 1인당 1천833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엊그제 일본 최대 폭력 조직인 야쿠자 20여명이 관광을 이유로 대거 입국한 데 이어 오는 18일에도 20여명이 추가로 입국할 예정이어서 가뜩이나 치안인력이 부족한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국내 주요 폭력 조직과 접촉 또는 연계를 목적으로 입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미 불법 체류중인 외국인들이 4만여명이 넘는 판국에 일본 야쿠자들이 속속 입국한다고 하니 턱없이 부족한 경찰력이 심히 걱정스럽다. 월드컵 축구경기와 같은 지구촌의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단 한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하루라도 빨리 경찰은 외사요원 등 경찰력을 대폭 보강하여 여권·비자 위조 사범 검거 작전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월드컵 축구경기 관람객을 가장한 국제범죄 단체를 집중 단속, 외국인 범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할 것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평택항이 있는데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인천과 경기지역은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인천경찰청과 경기경찰청의 강력한 외국인 범죄 예방을 당부해마지 않는다.

학급 인원수만 줄이면 뭘하나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초장부터 일선 학교에서 겉돌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OECD 국가 수준으로 학급인원을 줄이는 사업을 밀어붙이기로 추진한 결과 도내 고교의 학급당 인원이 35명으로 줄기는 했지만 학생수 변화에 따른 수업방법 등은 준비소홀로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겉 보기엔 과밀학급 해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교육방법은 예전 그대로인 것이다. 이는 대통령 임기중에 공약사항을 이행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한 전시행정의 결과다. 교실증축이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공간확보가 아니라 우선 학급당 학생수를 물리적으로 줄이는 데만 급급한 탓이다. 때문에 오히려 특별교실이 일반 교실로 되는 등 특별교육 공간이 잠식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새학기가 시작됐으나 아직까지 증축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당수 학교 교정이 공사판인 채 수업에 지장을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법석 거리고 교실을 증축한들 교육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학급 인원이 줄어들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교사의 손길이 한번이라도 더 가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급당 학생수 감축요구가 과밀학급에서의 획일적인 수업을 개선함은 물론 7차교육과정이 요구하는 개인·수준별 교육을 가능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학교 교육 개혁은 학급 인원수 감축과 교육방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교육청이 학생수 변화에 따른 수업방법 등 프로그램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일선 학교도 토론형 수업·모듬별 수업 등 변화된 교육환경에 대비한 평가와 수업지도 방식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다. 이 결과 7차교육과정에서는 국어·영어 등 일부 과목에 한해 수준별 이동수업이 가능한데도 성남 일부 학교에서는 우열반을 편성,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학급 인원수를 줄여 이제까지 교육공급자 위주였던 획일적인 교육체질을 교육수요자인 학생중심으로 바꿔나가는 정책을 탓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교원인력 교원연수 교육프로그램 등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함으로써 교육개선 효과가 반감하고 혼란만 야기하는 것은 졸속행정의 전형이다. 교육당국은 이제 학급 인원수 변화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이 무엇인지 강구해야 한다. 주관식·토론식·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바뀌는 교과내용에 적응할 수 있게 교사의 자체 연수를 통한 자질향상은 물론 새 교육방법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교사의 충원문제도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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