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부채 많다 적다 논란 무의미/국민에 ‘늘어서 좋을 빚’은 없다

이재명 후보발 국가부채 논쟁이 일고 있다. 대선판에서 언제고 불거질 수 있는 화두였다. 특이한 것은 그 발화지점이 여권 내부라는 것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이 도화선이 됐다. 1인당 100만원씩을 줘야 한다는 게 이 후보 주장이다. 현재까지 48만~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 30만~50만원을 더 지급하자는 얘기다. 15조5천억~25조8천억원이 필요하다. 정부 수장 김부겸 총리는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재정 여력이 없다고 했다. 여기서 국채 논쟁이 나왔다. 이 후보의 3일자 관련 발언을 그대로 보자.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지만, 국가 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상태로 비정상 상황이다. 추가 발행 여유를 넘어 지금보다 늘리는 게 정상이다는 논리 전개다. 반대 주장들이 대거 나온다. 비기축통화국인 우리 채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 자산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기축통화국의 국채와 단순 비교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채의 갑작스런 증가율을 지목하는 견해도 있다. 최근 5년 사이 우리 국채는 54% 증가했다. 이 속도면 2029년이면 2천조를 넘는다. 유사시 정부가 갚아야 할 공기업 부채, 즉 그림자 부패도 400조원이 넘는다. 이걸 더하면 국채 비율은 20%포인트 급등한다. 무엇보다 국채 추가 발행의 근거를 가게부채 팽창과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가계 부채가 많다고 왜 국가 부채까지 늘려야 하냐는 지적이다. 우리는 이런 현학적 토론 이전에 접근을 말하려고 한다. 국채 증가를 접하는 국민 정서다. 논리적으로 국채의 채무자는 국민이다. 국채가 느는 만큼 국민 빚더미가 무거워진다. 국채를 갚아가는 현실적인 부담도 국민이 진다. 직접 세금, 간접 세금 등의 부담이다. 정치권의 퍼주기가 국민에 시간차 부담이 되는 것이다. 국가 경제라고 해서 별스런 영역이 아니다. 가장이 쓴 빚, 못 갚으면 가족이 지는 것과 같다. 이런 논쟁에 왜 국민 빼놓나. 국민을 왜 구경꾼 만드나. 국민 뜻을 물어야 한다. 정치권이 좋아하는 방법은 많다. 여론조사를 해도 되고, 토론회를 해도 된다. 하루 이틀 조사하고 토론하면 된다. 이 과정이 지금까지는 없었다. 지금처럼 저들 맘대로 빚을 더 내도 되느니, 더 내면 안 되느니 떠들었다. 이제는 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부채를 최근 5년간 54% 폭등시켰다. 그랬다면 이제부터 들어야 한다. 빚은 빚일 뿐이다.

[사설] 무늬만 특례시 안돼, 사무 권한 법제화 이뤄져야

100만명 이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특례시 승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원용인고양창원시는 내년 1월13일 시행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맞춰 특례시로 승격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무조직 관련 지자체 권한을 부여하는 정부 발표는 감감무소식이다. 관련법 개정 절차도 예상 시기보다 늦어지면서, 자칫 명칭만 바뀌는 무늬만 특례시가 될 우려가 있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주민이 지방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되고,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돼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를 외쳐 온 지방정부의 꿈이 이뤄졌다고 환호했다. 법 개정으로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는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게 됐다. 준(準)광역시급 위상이다. 하지만 이후 특례시와 관련해 진척된 것이 없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조항만 있을 뿐, 특례시 권한은 명시되지 않았다.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행정안전부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특례시 사무 권한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이에 4개 특례시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들은 지난 3일 성공적이면서 실질적인 특례시 출범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특례시 출범 전 최소한의 특례권한이 부여돼야 하며, 이를 위해 지방분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지방분권법은 제41조에서 지역개발채권 발행, 51층 이상 건축물에 대한 허가 등 100만명 이상 대도시(특례시)에 대한 사무 특례 9건을 규정하고 있다. 4개 시는 관광단지 지정 및 조성계획 수립,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사무, 산업단지 개발 등 16가지 핵심사무를 특례시로 이양하도록 해당 조항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례시로 바뀌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부 차원의 정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빠르게 정리돼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홍보도 할 수 있는데 행안부의 움직임은 답답하다. 무엇보다 행안부가 특례시가 받는 역차별을 고민않고 있는 게 문제다. 그냥 이름만 특례시로 바뀌어 속 빈 강정으로 출범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권한 없는 특례시는 의미가 없다. 100만명 이상 인구에 걸맞는 행정ㆍ사무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재정분권도 강화돼야 한다. 도시 규모에 준하는 행정수요를 반영하고, 맞춤형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에 걸맞는 권한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실질적성공적 특례시를 위한 법제화를 서둘러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사설] 학교 급식 조리사 ‘죽음의 노동’, 환경개선 시급하다

수원 권선중학교에 근무하던 조리사가 2018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가 일한 급식실 주방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최대 농도가 기준치의 60배, 초미세먼지가 4배 높게 검출됐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인 산재로 인정된 건 3년이 흐른 올해 2월이다. 그 사이 수많은 급식종사자가 쓰러져 나갔다. 학교 급식실의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밥을 위해 죽음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조리사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지난달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급식종사자 5천365명(여성 5천34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급식실 근무 이후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응답한 여성이 189명(약 3.5%)이다. 일반 여성 기준 폐암 발병률의 24.8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96.3%는 최근 1년간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을 일주일 이상 느꼈다고 답했고, 74.7%는 최근 1년간 근골격계 질환으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치료 경험자 중 73.6%는 자비로 치료를 했다. 53.3%가 산업재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라고 했다. 실제 산재를 신청해 인정받은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제조업에 비해 식당 일은 산업이라는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위험하다. 학교같은 대형 급식실은 부엌이 아니라 산재 위험성이 도사리는 산업 공간이다. 불이나 뜨거운 물기름 등에 화상을 입거나 칼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육수통 같은 대형 조리기구를 들다가 허리나 손목 등을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리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 때문에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도 한다. 굽고 튀기는 요리를 할때 배출되는 조리흄은 WHO가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조리기구 등을 닦을 때 쓰는 세제, 바닥 소독 때 사용하는 약품도 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외상에 비해 인과관계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재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산재를 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급식종사자를 위해 노조가 집단산재 신청에 나섰다. 올해 6월에 급식종사자 28명(경기 11명), 지난 9월에 19명(경기 7명)이 산재 신청을 했다. 경기지역 18명 중 15명은 10년 이상 급식실에서 근무한 이들로 폐암ㆍ유방암ㆍ직장암ㆍ혈액암ㆍ갑상선암 등에 걸렸다. 교육당국은 고용노동부의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학교 급식실 노동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인력 보강은 물론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산재가 일어나지 않게 시설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급선무다.

[사설] 남경필 ‘알몸 마라톤’ 보고싶다

프로야구 KT위즈가 우승했다. 창단 이후 처음이다. 지역민에 준 기쁨이 크다. 막판 과정이 숨 막혔다. 동률로 우승을 가리지 못했다. 우승자를 가리는 번외 경기까지 갔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정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더할 수 없는 감동이다. 코로나19 위기로 모두가 힘들다. 지역 경제는 경험 못한 암흑기다. 미래를 향한 희망도 없다. 이런 때 스포츠가 준 기쁨이다. 잠시나마 지역민이 웃을 수 있다. 이런 때 다소 느닷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다. 연관 단어가 황당하다. 알몸 마라톤 팬티차림 뛰기 등이다. 그가 했던 약속이다. 2014년 경기도지사 경선을 치르고 있을 때다. 신생 야구단 KT위즈 출정식에 참석했다. 다른 경쟁 후보자들도 모두 있던 자리다. 저마다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때 남 전 지사가 KT 위즈 감독에게 감독님. 혹시 언제 우승하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얘기되는 약속을 했다. 만약 (KT 위즈가) 우승하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뛰겠습니다. 당시 어떤 축사보다 주목받았다. 7년이 지났다. 당시 약속이 살아난 것이다. 특히 KT 팬 사이에는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의견이 나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 지나친 희화화라는 의견, 지킬 필요 없다는 의견 등이다. 물론 남 전 지사 측 의견은 전해진 바 없다. 그 후 2018년 도지사 선거에서 졌고, 그는 정계를 은퇴했다. 사업을 시작했는데 제법 잘 된다고 전해진다. 당시 남 전 지사의 조건은 우승이다. 정규리그 우승인지, 한국 시리즈 우승인지는 명확지 않다. 논란이 있다. 그런데 이를 분명히 하는 그의 언급이 있었다. 2015년 지사 자격으로 시구를 하는 자리에서 이런 약속을 한다. KT위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하겠다. 한국 시리즈 우승을 조건으로 분명히 밝혔다. 결국, 그의 약속이 정규 리그 우승은 아닌듯 하다. 한쪽에서 남 전 지사의 정계 복귀설이 스멀스멀하다. 국민의힘 내년 도지사 후보군 얘기다. 복귀를 원하는 지역 정치권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펄쩍 뛴다. 빼달라고 요청한다. 마침 대선의 계절이다.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원 지역에서는 특히 더하다. 왜 안 그렇겠나. 수원 국회의원 5선, 경기도지사, 대통령 경선 후보를 했다. 1%짜리 승부다. 급하면 언제든 그를 부를 수 있다. 정치에 소환하지 말아달라. 유권자라면 이해할 수 있다. 도지사 때 한 약속이니 안 지키겠다. 야구팬이라서 이해 안 할 수 있다. 무거우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KT 우승에 모처럼 시민이 즐거워하고 있다.

[사설] 경기도 1인가구 급증, 주거·복지정책 틀 바꿔야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주민등록상 1인 세대는 936만7천439세대로 40.1%를 차지했다. 경기도내 1인 가구도 2018년 119만명에서 2020년 140만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혼자 산 기간은 평균 7년 7개월이다. 1~5년이 전체의 40.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현재 생활 유지도 벅차고, 노후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도내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1인 가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사는 처음으로, 지난 7~8월 20~80대 도내 1인 가구 3천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인 가구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다. 도내 1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48점이었다. 20~34세는 남성 3.81점, 여성 4.14점이었다. 65세 이상은 남성 2.74점, 여성 2.93점이었다. 청년보다 고령층이, 여성보다 남성의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1인 가구에 필요한 지원 정책으로는 임대주택 입주 조건 완화 등 주택 안정(4.17점), 낙후시설 보수 등 주거환경 개선(4.06점), 개인 능력개발 프로그램 제공 등 경제일자리 지원(3.97점) 순으로 꼽았다. 현재 거주 형태는 자가 31.5%, 전세 29.3%, 월세 23.8% 등이었다. 도내 1인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289만5천원, 월평균 총생활비는 161만6천800원이었다. 전체의 80.4%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중 65세 이상의 경제활동률은 59.0%였다. 또한 전체 63.2%가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했으며, 그 이유로 현재 생활 유지도 벅차다는 의견이 84.2%나 됐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확 달라졌다. 고령화와 비혼, 저출산, 개인주의 확산 등의 여파다. 앞으로 1인 가구는 더 늘어날 것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주거ㆍ복지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경기도가 1인 가구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것은 선진행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조사에 그치지 말고 결과를 토대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1인 가구는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다. 조세ㆍ의료ㆍ복지ㆍ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1인 가구가 정책적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게 사회적 관심과 행정시스템 개편 등이 절실하다. 1인 가구의 성별, 연령별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생애주기별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사설] 1천300만 도민엔 대행도 똑같은 도지사/오병권 지사, 설친다 싶게 역할해야 한다

경기도에 도지사가 부재다. 정확히는 민선 도지사가 없다. 이재명 전 지사가 중도하차했다. 대통령 후보라니 좋은 일이다. 더없는 영광일 수 있다. 도민도 축하해준다. 다만, 남겨진 행정 공백이 걱정이다. 무려 8개월짜리 구멍이다. 아무리 대권이지만 도민의 피해는 피해다. 이 문제는 지적한 바 있으니 여기선 생략하겠다. 대신 지사 대행에 주문을 전하려 한다. 이제부터 도지사는 오병권 권한 대행이다. 1천300만 도민 행정의 수반이다. 취임하면서 도정 방향을 말했다. 중단 없는 도정 승계를 강조했다. 경기도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과제들은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앞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 경기도정이 연속선상에 있기에 시스템을 통해 원활하게 작동되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조로 운영하겠다. 이 전 지사의 정책 승계 및 남은 민선 7기 도정 운영 방향에 관한 기자 질문에 답이었다. 뻔히 정해진 질문과 답변이다. 애초 전임자가 남긴 도정을 잘 이어가겠다외 나올 답은 없다. 그런 연속성이 중요한 행정의 부분인 것도 맞다. 다만, 이것이 오병권 도정의 지나친 비중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도민에겐 다를 것 없는 8개월이다. 그 시간이면 도민 삶이 바뀔 수도 있다. 개인엔 흥망성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행정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 완전체 도지사가 늘 필요하다. 당장 코앞에 닥친 코로나 행정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도정 목표는 방역 최우선이었다. 오병권 취임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일상 복귀, 생계 확보가 목적이 됐다. 정부 관계자의 상징적 워딩이 있었다. 확진자 1만명 나와도 위드 코로나 유지하겠다. 경기도에는 이 또한 경험 못한 행정이다. 풀어주는 행정으로 가야 한다. 자영업의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 행사를 풀고 관련 업계를 살려야 한다. 모두 도지사의 판단이다. 오병권 대행은 판단력이 빠르고 순발력과 정무적 감각까지 갖춘 전천후 행정인이다. 전직 도청 간부 홍승표씨의 평이다. 행안부가 그를 선택한 것도 이런 때문으로 보인다. 잘할 것 같다. 그럼에도, 굳이 주문해 두고자 한다. 당당한 도지사임을 스스로 자부해야 한다. 위치에 맞는 결정과 판단에 거리낌 없어야 한다. 한두 달 뒤, 설친다 소리가 나와도 된다. 그런 빈축이야말로 공백 없는 도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 검찰, 대장동 수사 방향 결정했나/빠졌던 배임죄, 유동규에 추가했다

검찰이 김만배, 남욱, 정민용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남씨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정씨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다. 김씨는 앞서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남씨와 정씨는 그간 수차례 조사를 받았고 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 때 이들의 수사를 두고 축소 수사, 또는 봐주기 수사 등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이 수사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구속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소장 재구성이다. 유씨는 구속영장 청구 당시 1천억원대 배임죄가 적용돼 있었다. 그 후 기소단계에서 이 죄명이 사라졌다. 뇌물죄도 구속영장에서는 8억원이었으나 기소 단계에서 3억여원으로 바뀌었다. 검찰이 유씨를 기소하면서 사건의 위선 연결을 끊으려 한다는 오해를 산 대목이다. 이번 김씨 등 영장에서 유 전 본부장의 그 공소장이 바뀌었다. 관심사였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유씨에게 추가됐다. 김씨, 남씨, 정씨도 공범으로 지목됐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도록 서로 결탁해서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하게 배점을 조정해 화천대유 측에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분양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에서 빠졌던 일부 뇌물죄도 다시 포함됐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김씨로부터 수표 4억과 현금 1억원 등 5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다. 검찰은 김씨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뒤 수표 추적과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김씨가 발행한 1천만원권 수표 40장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 추가는 통상의 예와 다르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간 뒤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따른 자연스런 시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유 전 본부장 기소 때와 달라진 정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당시 성남시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임죄가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심스럽지만 수사의 방향이 결정됐고, 그 정리가 속도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설] 인재 ‘KT통신 먹통’사고, 책임·보상 확실해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발생해 IT강국의 스타일을 꾸겼다. 지난 25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전 11시16분부터 낮 12시45분까지 무려 89분 간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망 사용자들을 패닉으로 내몰았던 통신 먹통 사고는 인재로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발표한 KT통신 먹통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는 KT 부산지사에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장비를 교체하면서 세팅 때 입력해야 할 명령어 중 엑시트(exit)라는 단 한 단어를 빼먹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협력업체 직원의 실수로 트래픽을 분산시키라는 명령어가 빠지면서 특정 서버로 트래픽이 몰려 전국적 불통 사태로 이어진 어이없는 인재인 것이다. 사고 조사에 의하면 KT의 관리감독 부실은 예견된 인재였다. 이런 중요 장비를 교체할 때는 응당 사전테스트를 해야 했는데, 그것도 생략했다. 더구나 KT네트워크관제센터는 밤(새벽 1시~6시)에 작업을 하도록 승인했음에도 이를 이용량이 많은 주간에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KT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끼리만 라우팅을 수행하는 등 작업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관리체계가 부실했다. KT는 3년 전 서울 아현동 통신구 화재사고를 계기로 만든 백업시스템 활용 매뉴얼도 무시했고, 또한 중요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겨놓고 제대로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KT가 인재를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 KT라는 제1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가 이런 상식 밖의 어이없는 인재로 인해 4천만 명 넘는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 정도의 사고로 마무리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청업체의 단순 실수가 아니고 불순세력이 KT의 느슨한 내부통제를 틈타 마음먹고 일을 저질렀다면 그 결과는 대형사고로 이어져 국가적 재앙이 올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KT가 아직도 20년 전 공기업 타성에 젖은 내부통제 시스템 부재에 원인이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사고발생 사흘만에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적극적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수준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3의 창업에 나선다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조직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KT는 사고에 대한 책임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함으로서 앞으로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단순히 현행 약관에 있는 3시간 이상 서비스 중지, 또는 1개월 누적 6시간 초과할 경우 등과 같은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이를 뛰어넘는 피해 보상을 해야 소비자가 KT를 신뢰할 수 있다. 재삼 KT는 책임과 보상을 확실히 하기 바란다.

[사설] 문화 ‘공짜의식’ 바꿀 때 됐다

경기도 문화 유료화가 추진된다. 현재 무료로 운영되는 5개의 뮤지엄을 유료화하는 논의다. 전문가 좌담회도 열어 의견도 들었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공짜에서 유료로 바꾸는 변화다.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나름의 확신을 얘기한다. 문화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를 위해 추진 중이다시간이 걸리겠지만, 마땅히 가야 하는 방향이다. 그가 설정해 놓은 방향에 동의한다. 우리가 유료화를 지지하는 데는 명백한 통계가 있다. 무료화 실험이 낳은 비효율이다. 경기도뮤지엄의 경우 2017년 조례 개정으로 무료화했다. 그 이전에는 경기도박물관 등 5곳에서 일반 4천원, 도민 2천원을 받았었다. 관람 인원 제한이 있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북부 포함)만은 계속 유료로 운영 중이다. 다만, 이곳도 매월 첫째ㆍ셋째 주말(토, 일)은 무료다. 무료화 도입의 목표는 분명했다. 더 많은 문화 향유 기회 확대다. 이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경기문화재단의 경기도뮤지엄 관람객 현황을 보면, 지난 2015년 158만716명이던 관람객 수가 2016년 149만4천608명, 무료화가 시행된 2017년 166만7천547명, 2018년 168만1천838명, 2019년 156만6천339명으로 집계됐다. 유ㆍ무료 입장과 관람객에 어떤 상관성도 발견하기 어렵다. 기타 제반 여건에 따라 10% 이내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기대 효과가 이뤄지지 않았음이다. 문화 창달 여건만 피폐해졌다. 문화 주체 수입이 크게 줄었다. 경기문화재단이 관리하는 도내 뮤지엄의 지출 예산은 도비(출연금)과 수입(관람료 등)으로 구성된다. 무료화로 수입이 줄었다고 해서 출연금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다. 당연히 전시 횟수 감소 등 창작 환경 위기로 이어졌다. 도뮤지엄의 총 전시 건수를 보자. 2015년 43건, 2016년 39건에서 무료화가 시행된 2017년 37건에서 2018년 29건, 2019년 27건으로 감소했다. 애초 천박한 정책이었다. 2017년 공짜 조례는 역사에 남을 논쟁 없는 실패 행정이다. 공짜 문화가 판치는 사회에 고품격 문화는 없다. 문화 창달도 가치를 만들어 내는 생산 활동이다. 인적 물적 투자 없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과감히 유료화 화두를 꺼낸 문화재단 행보에 격려를 보냈다. 때마침 서울시립 박물관과 미술관도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가 먼저 유료 문화 행정을 선 뵈기 바란다.

[사설] 주민조례청구 활성화로 주민주권 강화해야

주민조례발의가 쉬워졌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 13일부터 지역 주민이 직접 지방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 지방의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청구권자 연령도 현행 19세 이상에서 선거권 연령과 동일한 18세 이상으로 하향했다. 주민조례발안법의 가장 큰 변화는 서명요건이다. 광역기초 2단계로 나뉘었던 서명 기준이 인구규모별 6단계로 세분화해 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국 243개 지자체 중 67%에 해당하는 163개 지자체의 서명 요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는 인구 800만 이상 광역시도로 분류돼 기존 100분의 1에서 200분의 1 이하로 완화된다. 수원시는 인구 100만 이상의 시로 분류돼 100분의 1에서 150분의 1 이하로, 과천시는 인구 5만~10만 시 적용을 받아 20분의 1에서 50분의 1 이하로 낮아진다. 새 법률은 또 주민조례청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리된 청구조례안을 지방의회가 1년 이내 심의의결하도록 의무화했다. 필요하면 1년 연장할 수 있다. 또 임기 만료 직전 제출된 청구조례안은 임기 만료 시 자동 폐기하지 않고 차기 의회에서 계속 심사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 조례안 작성청구에 어려움이 없도록 국가 및 지자체 지원을 의무화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주민조례청구제도는 1999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엄격한 요건과 복잡한 절차로 청구 건수가 연평균 13.2건으로 저조했다. 지난 20여년간 도민이 청구한 조례안은 2건이다. 주민의 직접 참여 확대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높은 문턱도 문제지만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행안부가 지방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22년만에 주민조례발안을 개별법으로 제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완화되고 간소화된 요건으로 주민조례발의가 활발해져 주민주권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정부와 지자체, 지방의회는 개선된 주민조례청구제도를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도의 실효성과 이행력을 높여야 지방자치가 활성화 되고 주민주권이 강화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오늘 10월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주민들이 문턱이 낮아진 조례청구제를 많이 활용하길 바란다. 지역특성을 반영하는 조례가 제정돼야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민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해관계에 얽혀 집행부나 의원들이 논의하지 않는 분야의 다양한 조례도 주민이 발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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