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안경 쓴 대선 후보

김종필 전 총재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3김’ 가운데 그만 못했다. 이런저런 분석이 많다. 그중에 ‘안경설’도 있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경을 쓰지 않았다. 적어도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그랬다. 젊은 시절,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색 선글라스였다. 이후에도 검은 뿔테가 들어간 금테 안경을 썼다. 언론이 그린 그의 캐리커처에도 안경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김종필은 안경 때문에 대통령 안됐다’는 설이 그래서 나왔다. ▶이회창 전 총재도 안경을 썼다. 그 역시 대권 문턱에서 아깝게 주저앉았다. 97년 15대 대선에서의 표 차이는 1.6%p였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2.3%p 차이로 석패했다. 매번 아들의 병역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선거 뒤 의혹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의혹을 주장했던 김대업은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이 허위 폭로에 번번이 무너졌다. 대선 역사상 가장 운(運) 없는 후보라 여겨진다. 그를 이긴 두 후보-김대중ㆍ노무현-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87년 직선제 이후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당선자는 노태우(13대)ㆍ김영삼(14대)ㆍ김대중(15대)ㆍ노무현(16대)ㆍ이명박(17대)ㆍ박근혜(18대) 후보다. 모두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 이전 이승만(1~3대)ㆍ박정희(5~9대) 당선자도 안경을 쓰지 않았다. 윤보선(4대)ㆍ최규하(10대) 대통령이 안경을 썼지만, 이들은 간접 투표 대통령이다. ‘직선제 대통령 선거=안경 쓴 후보 패배’. 우린 헌정사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징크스다. ▶나름의 ‘안경학’을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사람 간 교류의 가장 큰 항목은 눈빛 교환이다. 눈을 보고 얘기할 때 신뢰가 쌓인다. 안경은 이 소통에 막을 친다. 진실한 마음의 교류를 가로막는 셈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선거에서는 특히 그렇다. 안경 쓴 후보가 불리하다는 통계는 비단 우리만의 예가 아니다. 200년 민주주의 미국에서도 통한다. 몇몇을 제외한 미국 대통령 대부분이 안경을 쓰지 않았다. ▶경기일보가 대선 여론조사를 했다. 문재인-안희정-안철수-이재명-홍준표 순이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상위 5위다. 이 가운데 4명-문ㆍ안ㆍ이ㆍ홍-이 안경을 썼다. 특히 문재인 후보의 독주는 확고하다. 호남 지역에서 60%를 득표하며 사실상 대세를 굳혔다.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견줄 정당은 없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대선의 안경 징크스는 이번이 끝일까. 19대 대선을 보는 작은 재미가 될 듯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일본의 ‘독도왜곡’ 교육

내년부터 새로 사용될 일본 고교 사회과 교과서 24종 가운데 19종(79%)에 ‘독도는 일본 땅’으로 기술됐다.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4일 고등학교 일본사ㆍ지리ㆍ정치경제ㆍ현대사회 교과서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내용이 들어간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초등학교 교과서, 2015년 중학교 교과서를 대폭 고친데 이어 작년부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고등학교 교과서도 다시 쓴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재집권하기 전까지는 초등학교 지리ㆍ역사 교과서 8종 중 1종에만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2014년 이후엔 6종으로 늘었다. 중학교 지리ㆍ공민ㆍ역사 교과서도 18종 모두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번에 고교 교과서에도 이런 내용이 실리면서 다음 세대 일본인 전체가 초ㆍ중ㆍ고 단계마다 반복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배우는 시스템이 완성됐다. 일본은 ‘한ㆍ일이 위안부 합의를 했다’는 내용도 고교 교과서에 처음 실었다. ‘한ㆍ일 양국이 최종적ㆍ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기록, 일본 고등학생들이 일본군위안부가 겪은 참상보다 한ㆍ일 양국이 합의를 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배우게 됐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더욱 심해지고 노골화됐다. 과거 침략전쟁을 통해 이웃 국가들의 주권과 인권을 침해했던 역사적 잘못을 망각하고 또다시 고통을 주고 있다. 그릇된 역사관을 합리화하고 타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분쟁과 갈등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다. 황당한 것은 이준규 주일대사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이 대사는 일본으로 귀화했는가”라고 비판할만하다.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는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두 나라의 미래마저 어둡게 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여전히 부당한 주장을 하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상황에서 위안부 합의는 가당치 않다. 우리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 끌려다니는 외교부를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한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 준수를 떠들게 아니라 일본의 역사 왜곡에 좀 더 강력하게 항의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미세먼지의 습격

미세먼지가 연일 ‘나쁨’이다. 출근길 직장인들이 입을 막고 콜록거리고, 학교 가는 아이들은 마스크를 했다. 따뜻한 봄이 찾아와 산책 좀 해야지 했던 어르신들도 집 밖에 나서지 못한다. 약속을 취소하거나 아예 외출을 안 하는 사람도 많다.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일상 풍경이 바뀌었다. 하늘이 어두컴컴할 정도로 뿌옇던 지난 21일 서울의 공기 질은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나빴다. 다국적 환경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의 측정 결과 인도 뉴델리 다음이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대기오염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죽음의 먼지’라고도 한다. 황산염ㆍ질산염 등과 같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천식ㆍ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ㆍ피부ㆍ안구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는 뇌에 혈전을 생성해 세포를 손상시키고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한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로 걸러내지 못해 혈관을 통해 온몸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심장에는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칼슘 대사 이상을 초래하고 부정맥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4년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죽은 조기사망자가 세계적으로 700만명에 달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600만명보다 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40여 년 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에서 한국이 회원국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대책은 안일하다. 국민은 숨이 막히는데 미세먼지의 70~80%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며 이웃 탓만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원인 분석 중’이라는 고장 난 레코드를 계속 틀면서 중국에 대책 촉구도 못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오염 저감 노력도 않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초미세먼지 발생 시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공사업장ㆍ공사장 조업단축 등을 강제하는 대책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실제 발령을 낸 적은 없다. 비산먼지 관리를 위반한 사업장도 줄지 않았다. 허술한 관리ㆍ감독에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이 없어서다. 미세먼지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 중국에 할 말을 해야 한다. 국민의 협조와 실천도 중요하다. 국민 삶의 질과 연관돼 있으므로 대선주자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잖아도 답답한 세상, 숨이라도 제대로 쉬어야 할 것 아닌가.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재화의 합리적 분배

대권주자 공약 중에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기본근로권’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시장은 “국가 예산 낭비를 막고 토지 불로소득의 일부를 배분해서 국민 대다수에게 ‘기본소득’과 ‘토지배당’ 43조 원을 나눠주겠다”면서 “이를 ‘지역상품권’으로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유통되게 만든다면 이것이 서민 실물경기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지사는 “한국판 뉴딜(New Deal)정책을 펼치겠다”며 연 2천만 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근로 일자리를 10만 개가량 창출하는 일자리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원하면 언제든 일할 수 있는 ‘국민 일자리 특권시대’를 열겠다”고 주장한다. 이 두 정치인이 이야기하는 ‘기본소득’과 ‘기본근로권’은 분리될 수 없고 하나의 정책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통해 ‘재화의 합리적 분배’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닥쳐올 많은 사회적 문제(복지ㆍ일자리ㆍ양극화 등)가 해결될 것이다. ‘재화의 합리적 분배’를 통해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정치인이 미래 정치인이다. 이런 생각에 틀에서 출발했다면 남경필과 이재명 정도가 ‘뉴(new)’이고 나머지 기존 정치인은 ‘올드(old)’다.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 기술에 의한 지배)의 시대에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생산력이 무한정으로 늘어나 재화가 넘쳐나게 된다. 이 재화가 특정 권력에 의해 지배될 경우 나머지 인류는 비참한 삶을 연명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다. 미래 정치인은 이 넘쳐나는 재화와 정치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래 정치인은 인간이 가진 무한의 욕구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한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를 유도해 ‘재화의 합리적 분배’를 이뤄내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적 관점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소득’과 ‘기본근로권’은 재화가 넘쳐나는 미래 사회에 인간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 권리의 출발점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kt wiz와 ‘긍정의 마법사’

“올해 정말 kt가 잘 할까요?” 최근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막내구단’ kt wiz가 몰라보게 달라진 성적을 거두자 한 지인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지난 2015, 2016년 두 시즌 1군 무대에서 연속 꼴찌에 머문 kt wiz는 지난해 10월 2대 사령탑으로 김진욱 감독을 영입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지난 2월 한 달간의 미국 스프링캠프를 통해 본격 출항을 준비한 ‘김진욱호’ kt는 3월 14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형님구단’들이 위협감을 느낄 만큼 투ㆍ타에 걸친 안정된 전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kt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도 국내 프로팀인 NC 다이노스를 포함한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연합팀, 현지 대학팀 등과 총 13차례 평가전을 가져 8승1무4패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국내로 돌아와 치르고 있는 시범경기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물론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의 성적이 정규시즌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범경기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다진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기회다. 특히 각 팀마다 주전, 비주전 구분없이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정규 시즌에 나설 베스트 라인업을 짜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부분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kt의 달라진 모습은 예사롭지가 않다. 한 마디로 ‘김진욱의 자율야구’가 봄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김 감독의 ‘긍정야구 마법’에 선수들이 춤사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개개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주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더그아웃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깨질까 봐 단 한 번도 선수들이 있는 곳에 가지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kt는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전력 변화가 거의 없다. 오직 감독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3월 31일 개막돼 약 6개월여의 대장정에 오르게 된다. 선수들의 기량이 경기의 희비를 결정하지만, 이면에는 선수단 운영과 경기마다 펼쳐지는 작전을 총괄하는 감독들의 지휘 능력이 숨겨져 있다. kt wiz 팬들은 ‘긍정의 마에스트로’ 김진욱의 마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대선 공약 채택

인덕원~수원 간 복선전철이 확정됐을 때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마다 서로의 공(功)을 얘기했다. 현역인 이찬열 후보(당시 더불어민주당)는 국토부를 움직였다고 홍보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건교위 소속으로 사업 추진에 혁혁한 공이 있었다. 상대 후보인 박종희 후보(당시 새누리당)는 대선 공약을 얘기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100대 주요 공약’에 포함시킨 게 본인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 중책을 맡고 있었다. ▶실제로 2012년 발행된 18대 대선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인덕원~수원 간 복선전철 착공’이 들어 있다. 물론 같은 내용을 문재인 후보도 약속했다. 대선 유세 중 지역에 들러 이 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100대 주요 공약’ 채택을 자랑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 낙선한 후보의 공약은 휴지조각이 된다. 당선된 후보의 공약만이 현실이 된다. 그래서 대통령 공약이 중요하다. 결코 ‘空約’이라고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경기도가 20일 중요한 발표를 했다. 주요 현안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는 공개 요청이었다. ‘국가발전 전략과제-19대 전략 71개 핵심과제’라고 명명했다. 4차 산업 혁명 선도, 일자리 창출, 수도권 경쟁력 강화, 분권과 자치 시스템 구축 등이 망라됐다. 내 지역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주는 현안들이다. 도는 이를 각 정당에 전달해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두 달도 남지 않은 대선을 겨냥한 조치다. ▶대선 공약으로 채택됐다고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 지켜지지 않는 공약이 수두룩하다. 2012년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화성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사업(USKR)도 있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현실을 보지 못했고 절박함도 부족했다. 말장난으로 포장된 공약도 있다. ‘수도권 경쟁력 강화’ ‘경기도 접경지역 발전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부터 내용물이 없는 ‘말치레용’이었다. 그런데 국민은 부정적인 쪽을 더 본다. 지켜지지 않은 공약을 다 많이 말한다. 그래서 ‘公約(공약)이 空約(공약)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공약이 지닌 중요성은 크다. 공약이 된 사업이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약이 되지 못한 사업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공약집에 인쇄돼 있어야 그나마 기대할 수 있다. 20일 경기도가 발표한 ‘공약 채택 공개 요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대단히 적절한 행정 행위다. 이제 남은 것은 공약집에 끼워 넣는 것이다. 행정력이 부족하면 정치력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 남경필 도지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박근혜 진돗개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ㆍ보호되고 있는 진돗개는 한국 특산의 개 품종이다. 영리하고 용맹하며 충성심이 강해 주인을 잘 따른다.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오며 키우던 진돗개 9마리를 두고 와 동물 유기 논란이 일고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식날 삼성동 사저를 떠나면서 주민으로부터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암컷 ‘새롬이’와 수컷 ‘희망이’를 선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준다”며 가끔 이들의 소식을 전했다. 2014년 말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으로 시끄러웠을 때는 “청와대의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을 던졌다. 그해 2월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선 “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길 때까지 놓지 않는다고 하는데, 진돗개를 하나 딱 그려 놓으시고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이후 정부 부처 등에선 진돗개 발언이 이어졌다.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위법·부당행위 징후를 발견하면 ‘진돗개식 끝장검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부장관도 “진돗개 정신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경찰도 ‘진돗개 정신으로 범인검거에 총력’ 등의 자료를 내며 진돗개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한때 화려하게 조명받았던 청와대 진돗개들은 박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사실상 버려진 신세가 됐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경찰에 고발했고, 다른 동물단체에선 입양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 당시 받은 진돗개는 이웃 주민의 선물이 아니라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사전에 준비한 ‘기획상품’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위원회 내부에서 ‘호남 출신 주민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선물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와 호남 출신 이웃 주민에게 부탁했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을 담은 새롬이와 희망이의 이름을 최순실이 지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대통령 파면에 청와대 진돗개들까지 수난이다. 다행히 새롬이ㆍ희망이와 새끼 2마리는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로 옮겨졌다. 나머지 5마리도 분양을 준비 중이라 한다. 새 주인 만나 ‘평범한’ 진돗개로 사랑받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대통령 잔혹사

브라질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가 지난해 8월31일 탄핵됐다. 2010년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사상 최악의 경제난이 계속되고 부패 스캔들로 지지도가 급락한 가운데 재정회계법 위반으로 권좌에서 축출됐다. 1950년 이후 브라질 대통령 8명 가운데 임기를 마친 사람은 3명뿐이다. 2명은 탄핵 당했고,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고, 까닭 모르게 사퇴한 대통령도 있다. 되풀이되는 대통령 잔혹사는 한국에도 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불행한 역사가 또 쓰이게 됐다. 임기 종료 전 물러난 대통령은 여럿 있다. 1948년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하야했다. 뒤이은 윤보선 전 대통령도 1960년 취임했지만 이듬해 5·16군사정변으로 물러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26사태로 서거했고, 뒤이어 1979년 12월 취임한 최규하 전 대통령도 이듬해 8월16일 신군부 강압으로 퇴진했다.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 이후 임기 도중 물러난 대통령은 없다. 하지만 말로가 순탄치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6년 내란·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1995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사형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1997년 12월 특별사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집권 말기 아들 비리로 위기에 처했다. YS 차남인 현철씨는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DJ 역시 2002년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가 각각 조세포탈과 알선수재 혐의로 수감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가 2008년 12월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 이상득 전 의원이 2012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2009년에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해 충격을 줬다. 현재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는 생존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밖에 없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경호·경비만 지원받고 있다. 파면당한 박 전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잔혹사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총체적 난국 그리고 최우선 과제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국민대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럼에도 사드 등 국제적인 문제와 조기 대선정국 등 대내적인 문제는 산적해 있다. 앞으로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 난국을 헤쳐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헌재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지 92일 만인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서 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헌법 질서 수호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그것도 만장일치 결정을 통해서다. 여기에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 한비자)는 옛 중국의 고전 한 소절이 주는 지혜는 오늘도 유효할 것입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이제부터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지난 정권이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 중 선결돼야 할 문제가 국제문제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로 파생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단체관광 금지까지 이어지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소녀상 설치를 놓고 일본은 위안부 합의문제를 앞세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도 변수다. 국내적으로도 5월9일 예정된 대선정국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탄핵 여파와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커질 가계 부채 문제 등 경제적 문제도 꽉 막혀 있다. 수원군공항 이전 등 지역민들의 갈등까지 더해지고 있다. 헌재가 전한 묵직한 메시지에도, 대한민국은 할 일이 참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봉합돼야 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간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첫단추 격인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이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보살계의 경지와 반성

불교에서는 성문계(聲聞界), 연각계(緣覺界), 보살계(菩薩界), 불계(佛界)까지를 사성(四聖)이라 하여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는 상태라고 한다. 세간 사람들에게 성문, 연각계 까지만 수행하는 것도 무척 어렵다. 이 둘은 대체로 소승교의 수행의 방식으로 깨달은 경애라고 말하는데 이승계(二乘界)라고도 부른다. ‘이승의 경애’란 무상(無常)의 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극복하고 불변의 진리를 구해가는 것이라 한다. 자신과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고 세간 즉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모두 시간과 함께 변화생멸해 간다는 무상의 진리를 자각하는데서 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상’임에도 불구하고 이 ‘무상’에 집착하려는 번뇌가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되므로, 이 번뇌를 없애기 위한 수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성문, 연각계의 이승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부처의 깨달음에서 보면 어디까지나 일부분이며 완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승은 오로지 자신들의 깨달음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려하지 않는 에고이즘(egoism)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보살(菩薩)이란 부처의 깨달음을 터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중생이라는 뜻이다. 보살의 특징은 불계라는 최고 경애를 구해가는 구도와 함께 스스로 불도수행의 도상에서 터득한 이익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사랑의 실천’에 있다고 한다. 자신 보다 타인을 중히 여기며, 악은 자신에게 돌리고 선은 타인에게 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보살’이라고 한다. 얼마나 어려운 경지인가? 하지만 또 우리 주변에 이 같은 보살의 경지에 있는 분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작은 돈이지만 쌓이는 후원금들! 사람들의 괴로움과 슬픔에는 함께 하며, 기쁨을 나눠주는 사람! 세상은 아직 살만하지 않은가? 우리 같은 평범한 중생들에게는 보살계를 추구하는 것조차도 사치일지 모른다. 이 보살계의 근본인 자비(慈悲)는 에리히 포름이 ‘사랑의 기술’에서 말한 모성애와 같은 사랑일 것이다. 오늘 아침 나 자신부터 반성해 본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지지대] 또 하나의 재판, 불복(不服) 프레임

국정원 선거 개입 특위가 끝났다. 국정원 직원에 의한 부당한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다. 결과를 들고 야당 소속 위원들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측이 제지했고, 위원들은 공개서한 발표로 대신했다. 그때 발표한 항의서한 중 이런 부분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은 바로 공정한 선거에 있다. 3ㆍ15 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 교사로 삼길 바란다.” ▶새누리당이 기다렸다는 듯 역공에 나섰다. 윤상현 당시 원내수석 부대표가 앞장섰다. “지난 대선을 3ㆍ15 부정선거에 빗대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한 마디로 국민 선택을 왜곡하고 현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면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선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다. “(2012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것인가.” 이른바 대선 불복 프레임이었다. 민주당의 답변이 궁색했다. “불복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전혀 다른 ‘불복 프레임’이 재연되고 있다.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이다. 사저로 돌아오던 박 전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국민에 송구스럽다’면서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했다. 언론은 이를 ‘사실상의 불복’이라고 해석했다. 그 입장을 덧칠해 친박 김진태 의원이 이어받았다. “헌재의 결정에 동의할 의무가 없다.” 야권은 일제히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냐’며 역공에 나섰다. ▶이번에는 여권의 답변이 궁색하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승복하겠다는 것이 저희 당의 확고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결과 불복의 의미인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며 논리 탈출의 여지를 남겼다. 그의 말에서 3년 전 민주당의 모습을 본다. ‘국정원 불법 개입’은 수 없이 말하면서 ‘선거 불복’은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던 모습이다. ▶법원 판결은 3심제다. 헌재 재판은 단심제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에는 또 다른 심급(審級)이 있는 듯 보인다. 3심-대법원 판결-이 끝났어도 ‘승복할 것인가’를 묻는다. 헌재 결정이 난 뒤에도 ‘불복하는 것이냐’고 따진다. 3년 전에는 민주당이 여기에 몰렸고, 지금은 박 전 대통령 측이 여기에 몰리고 있다. 법체계에는 없는 이 ‘심급’. 어쩌면 정치인에겐 대법원ㆍ헌재보다 무서운 ‘최종심’일 수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장미 대선

11일 오전 7시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 대문 앞에 장미꽃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경비 중인 경찰 관계자는 그날 새벽 누군가 놓고 간 것 같다고 했다. 파면 당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저로 돌아오게 된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기 위해 장미꽃으로 마음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측은 오전 7시 30분 장미꽃 바구니를 치웠다. 빨간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집회에 단골로 등장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도 박 전 대통령에게 ‘100만 송이 장미꽃’을 바치자며 태극기와 함께 빨간 장미를 들고 나왔다. 집회 후 수백 송이의 장미꽃이 마구 버려져 쓰레기 더미가 되자 정청래 전 의원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 했거늘 꽃으로 정의를 때리고 가버린 사람들. 꽃만 억울하고 불쌍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통령 파면 선고 후 60일 내 선거가 치러져야 하기 때문에 대선 투표일은 장미가 만개하는 5월 중으로 잡힐 것이 유력하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이유다. 현재 5월9일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봄철 대선은 46년 만이다. 1987년 12월16일 치러진 13대 대선부터 6차례 대선은 겨울인 12월에 치러졌다. 봄에 대선을 치른 건 1971년 4월27일 직선으로 치러진 제7대 대선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현직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40대 기수론을 앞세운 김대중 신민당 후보를 꺾고 3선에 올랐다. 이후 간선으로 치러진 제9대 대선(1978년 7월 6일·박정희 전 대통령)과 제11대 대선(1980년 8월 27일·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름에 실시됐다. ‘장미 대선’은 겨울 대선과는 다른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부처님오신날(3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등 공휴일과 기념일이 연이은 ‘가정의 달’에 치러지게 돼 투표율이 겨울 대선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특히 20, 30대가 주요 지지층인 야권에는 나들이가 많은 5월 초순 대선이 불리한 일정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9일을 대선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도 투표율이 낮은 징검다리 휴일 기간이 끝난 후로 날을 잡기 위해서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장미’ 대선이라는데 국민의 삶과 국가 장래를 장밋빛으로 바꿔줄 대선주자는 누구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파이(π) 데이

2월 14일은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밸런타인데이’다. 성 발렌티누스 사제가 순교한 날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풍습이 초콜릿 회사의 상술과 맞아떨어져 여성이 평소 마음을 줬던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 됐다. 상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라 이름 붙여 이번엔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날을 만들었다. 일본의 제과회사에서 시작했다는데 얄팍한 상술이 기념일을 하나 더 만든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요란스럽다. 올해 화이트데이에는 사탕보다 고급 초콜릿이나 젤리가 인기다. 여기에 선물까지 챙기느라 주머니가 얇은 청춘들은 ○○데이가 괴롭기까지 하다. 수학자들은 3월 14일을 ‘파이(π) 데이’라 한다. 파이(π)는 원주율을 뜻하는데 그리스어로 둘레를 뜻하는 단어(π ε ρ ι μ ε τ ρ ο ζ)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원주율은 원 둘레의 길이를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3.1415926535…처럼 불규칙적인 소수점 아래 값이 무한하게 이어진다. 파이 데이는 미국의 수학동아리 ‘π-Club’이 3월 14일 오후 1시 59분 26초에 모여 파이를 먹으며 기념한 것이 계기가 돼 세계 각국의 수학과나 수학관련 단체 등에서도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π값 외우기, π에 나타나는 숫자에서 생일 찾기 같은 게임과 원과 관련된 놀이기구의 길이, 넓이, 부피 구하기 대회 등 다양하다. 거대한 π값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2005년 10월 20일 일본 도쿄대 가네다 교수는 컴퓨터를 601시간 56분 사용해 소수점 1,241,100,000,000 자리의 π값을 구했다. 잘 가늠이 되진 않지만 엄청난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π값을 노래로 만든 ‘파이 송(Pi Song)’도 있다. π값 외우기 도전도 계속된다. 현재 기네스 기록은 2005년 중국의 한 대학생이 24시간 동안 6만7천890자리까지 외운 것이다. 파이 데이는 우리나라에선 2000년을 전후해 포항공대의 수학연구 동아리를 비롯해 수학관련 단체나 교사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단순한 행사에 머물러 확산되지 못했다. 올해는 교육부가 ‘수학과 친해지는 날’로 지정해 해당 주간에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권장했다. π값 외우기, π값을 랩으로 불러보기 등을 하며 청소년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파이 한조각 곁들이면 더 좋고.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島山의 쾌재정 연설 “이 나라의 주인은?”

약관의 한 젊은이가 대동강변 정자에 올라 주위에 모인 군중을 향해 힘차게 외친다. “묻노니 이 나라의 주인은 과연 누구입니까.” 이 정자가 아직 남아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호시탐탐 조선 병합을 노리던 무렵이었다.이 정자의 이름은 ‘쾌재정(快哉亭)’이고 청년의 이름은 도산(島山) 안창호였다. 이 연설에 명칭을 붙인다면 ‘쾌재정 연설’일 터이다. 반어적인 수사였겠지만,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했던 조선의 청년들에게는 하늘 같은 희망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상 유례가 없었던 세계대전이 2차례나 예고된 격동의 20세기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청년은 이듬해 미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난다. 교육학을 전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 남부의 낯선 도시에 도착한 뒤 처음 목격한 건 조선인 인삼 장사치들의 싸움이었다. 이들은 서로 상투를 거머쥐고 “왜 남의 영역을 침범했느냐”며 악다구니를 쳤고, 미국인들은 이를 호기심 있게 구경하고 있었다. 청년은 생각했다.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은 공부가 아니구나.” 그는 이때부터 동포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때아닌 청소를 시작했다. 당시 조선사람들의 거주지는 미국인들의 화장실보다 더 지저분했다. 청년의 독립운동은 동포들의 집 청소로 시작됐다.▶청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인 친목회를 조직하고, 대한인공립협회를 설립한 뒤 야학을 개설, 동포들을 교육하고 ‘공립신보’를 발행, 교포들의 생활 향상과 의식 계몽에 힘썼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흥사단을 창설한 건 지난 1913년이었다. 3ㆍ1운동 직후는 중국 상해로 건너가 임시정부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대리직을 맡아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한다. 어느덧 1930년대로 접어들었고, 윤봉길 의사의 상해 홍커우공원 폭탄사건으로 서울로 송환돼 실형을 받고 복역한다. 1937년 6월 동우회사건으로 다시 붙잡혀 수감 중 이듬해 3월 순국한다. 80년 전 오늘의 일이다. ▶도산 선생의 치열한 독립투쟁은 지순한 ‘나라 사랑’이었다. 지금도 숱한 인파가 길거리에서 ‘애국’을 외치고 있지만, 도산 선생과는 비견될 순 없을 터이다. 이국의 하늘 아래에서 자신의 영달은 물론, 가족도 포기하고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많은 우국지사가 그랬듯, 도산 선생도 교언명색(巧言名色) 보다는 온몸을 던지는 희생으로 조국을 사랑했다. 도산 선생이 실의에 빠진 오늘날의 청년들 앞에 선다면 과연 어떤 말씀을 던지실까. “낙심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는 말씀이 오버랩되는 요즘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초등학생들의 수다거리

지난 7일 새벽 한 수영장 탈의실. 새벽 수영을 마친 초등학생 10여 명이 옷을 갈아입으며 재갈재갈 대는 수다로 탈의실 전체가 시끌벅적하다. 아침잠 부족 불만이나, 수영 선생님에 대한 뒷담화나 하겠거니 했던 수다 내용이 내 귀를 의심케 한다. A학생=“탄핵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야, 결정 이후가 더 큰 문제이지” B학생=“결정 후에도 싸움이 계속되겠지?” A학생=“당연히 그렇겠지, 왜 (어른들은)이런 일을 만들어 가지고 난리 들이야” B학생=“맞아, 그리고 왜 거기(검찰)만 들어가면 공항장애가 생기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거야?, 일반 병원에 가면 정상인데 하하하~” C학생=“이제 부터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더 큰 문제 일 걸” D학생=“그러면 이제부터 우리가 중국하고 싸워야 하는 것 아냐?” C학생=“우리나라가 중국하고 싸울 힘이 있을까?” 탄핵과 사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뒤섞인 수다가 옷을 모두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서기까지 10여 분간 이어졌다. 초등학생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대화 내용이 당황스러웠고, 이 같은 주제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 초등학생들의 대화 내용이 이 정도라면 온 나라가 탄핵과 사드뿐이라는 생각에 겁이 덜컥 들기도 했다. 탄핵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돌입하고, 사드 장비가 국내로 반입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찬·반 목소리가 두 갈래로 갈라서는 모양새이다. ‘땡! 탄핵’, ‘땡! 사드’ 뉴스가 수개월째 반복되면서 어린이들까지도 탄핵과 사드라는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어쩌다 이 모양까지 됐을까. 이 어린이들의 미래는 어디 가서 찾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탄핵이나 사드 같은 무서운 단어가 어린이들의 수다거리로 등장하는 대한민국의 한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딱지·구슬치기, 썰매, 달고나 뽑기, 뻔데기 등 우리 어릴 적 수다거리가 문득 그리워진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국장

[지지대] 호텔인 A의 3가지 분석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은 수원의 대표적인 숙소다. 지역 유일의 면세점도 입점해 있다. 이래저래 외래 관광객 증감을 피부로 느끼는 곳이다. 지난해 말부터 호텔 숙박객들이 줄었다. 어림잡아 그 감소폭이 30%쯤 된다. 면세점은 더 고전이다. 안 그래도 자리를 못 잡던 터였다. 여기에 관광객 감소까지 이어지면서 한산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곳의 실무 책임자인 A씨가 많은 고민을 얘기했다. ▶세 가지 전망을 내놨다. 첫째 전망은 ‘4월 회복설’이다. 4월 중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다. A씨는 사드 문제가 해결될 첫 번째 기회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타협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다. 턱없는 소리는 아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최악의 관계다. 그 틈새에 한국이 끼어 있는 형국이다. 시진핑과 트럼프의 대화가 사드 정국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수원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그가 본의 아니게 분석하는 국제정세다. ▶두 번째로 ‘10월 회복설’을 말했다.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당 대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사드 보복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관계있다고 그는 말했다. 1인 권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사드 문제를 소재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당 대회에서 1인 권력체제가 완성되면 사드 보복도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국내 정치 전문가들도 좀처럼 말하지 않는 중국 공산당 내 권력구조 개편 얘기다. 이런 문제를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 수원점의 실무 책임자가 말하고 있다. ▶그가 가장 절망적으로 말하는 가설이 있다. ‘사드 보복 장기화설’이다. 그는 지금 관광 업계가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4월이면 참을 수 있고, 10월이라면 버텨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상 버틸 여력은 없다고 단정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관광 대상국 다변화 구상도 영세 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체질 개선 때까지 버틸 업체가 없다는 설명이다. ▶A씨는 간혹 수원 관광 행정의 자문역할을 한다. 7일에는 경기도가 주관하는 대책 회의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본업은 호텔 경영이다. 객실 손님 받고, 식당 손님 받는 게 그의 전공이다. 그런 그가 요즘 국제정치 전문가가 다 됐다.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와 중국 공산당의 권력 구도까지 꿰뚫어 보게 됐다. 그는 관광 업계 대부분이 그처럼 팔자에 없는 국제 정치 분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 위기에 빠진 여행업계의 현주소다. 한국 정부를 믿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의 국제 정세를 분석해야 하는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대학 신입생 환영회

지난달 22일 강원도 고성의 한 콘도에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한 인천의 한 대학교 신입생이 엘리베이터 기계실에 들어갔다가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사고가 있었다. 과도한 음주가 부른 참사였다. 26일에는 포스텍 모 학과 재학생이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해 펜션에서 자고있던 여학생 1명을 성추행하고 다른 1명을 성폭행한 일도 있었다. 이달 초에는 서울대 음대에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하는 새내기들을 상대로 이른바 ‘토복’을 맞출 것을 강요해 논란이 됐다. 토복이란 술을 마시고 토할 때 토사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걸치는 바람막이 재질의 옷이다. 새학기를 맞아 대학가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환영회)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고 후배 신입생들에게 신체적ㆍ언어적 가혹 행위를 하는 악ㆍ폐습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서다. 경찰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나타나는 음주 강요와 성추행 등을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갑(甲)질’로 보고 전담수사팀까지 꾸렸지만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지붕 붕괴로 10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다친 참사 이후 대학생 집단연수 매뉴얼을 만들어 입학 전 신입생 행사를 학생회가 아닌 대학이 주관해 실시하고, 대규모 행사는 학내에서 열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22일 금오공대 신입생 44명을 태우고 원주 OT 장소로 가던 버스가 도로 아래로 굴러 운전기사가 숨지고 학생 44명이 다쳤다. 놀라운 사실은 이 학교 총학생회가 2박 3일 행사기간 중 마실 술로 소주 7천800병과 맥주 960여 병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소주만 해도 행사 참여 신입생 및 재학생 1천700여 명이 1인당 4.5병씩 마실 분량이다. 술에 익숙지 않은 신입생들에겐 거의 치사량이다.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가 선배ㆍ동기들과 친분을 쌓고 학교생활의 정보를 나눈다는 당초 행사 취지와 달리 흥청망청 과도한 술자리로 변질됐다. 그러다 보니 막걸리 세례에 오물 먹이기, 얼차려, 성추행 등 온갖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 도가 한참 지나쳐 범죄 양상을 띤다. 오죽하면 경찰이 과도한 음주 강요에는 ‘강요죄(형법 제324조)’를, 음주 사망사고에는 ‘과실치사(형법 제267조)’를, 성추행에는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등 형법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을까. 술판으로 전락해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신입생 환영회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고용 세습

음서제(蔭敍制)는 고려ㆍ조선시대에 나라에 공을 세운 신하나 양반의 자손을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다. 과거시험도 치르지 않는 일종의 특별 채용이다. 이는 지배층인 귀족 계급이 세습되면서 특권계층의 가문과 지위를 계승하는 토대가 됐다. 이 악습이 지금도 시행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여전히 남아있다. ‘장기근속자 가족 우선 채용’ ‘동일 조건이면 노동조합 추천자 채용’ 식으로 특별 채용규정이 단체협약에 담겨 있다.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큰 회사일수록 ‘특혜 채용규정’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기아자동차는 단체협약에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25년 이상)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현대자동차도 단협에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직계자녀 1명에 한해 동일한 조건에선 우선 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용노동부가 “공정한 취업 기회가 박탈되고 노동시장 내 격차 확대와 고용구조 악화가 초래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측은 걸핏하면 파업을 무기로 내세우는 강성노조의 눈치만 보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용세습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상용근로자 100명 이상)은 지난 1월 말 현재 334곳이나 된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단체협약 전수조사에서 적발한 사업장 694곳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절반 가까이가 ‘우선ㆍ특별 채용’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롯데백화점,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등 상당수 대기업이 포함됐다. 시정은커녕 일부 노동조합은 ‘채용장사’를 하다가 적발됐다. 이는 ‘노조 추천 지원자들은 무조건 합격한다’는 관행 때문으로 노조가 단체협약을 근거로 채용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비리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달 인천지방검찰청은 돈을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한국GM 임원과 전·현직 노조 간부들을 기소한 바 있다. 기득권 노조의 고용세습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갖게 한다. 공정하게 경쟁해서 취업하려는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야말로 금수저다. 고용세습은 고용부가 시정명령을 내린 뒤 개선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없다. 고용세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저출산, ‘문제’부터 바꿔라

▶2000년대 신조어 ‘취집’이 등장했다. 취업과 시집을 조합한 단어다. 여성이 취직 대신 시집을 선택하는 사회현상을 함축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 청년실업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단어였다. 대부분의 비판과 비난은 여성에게로 향했다. 조건만 따지며 남성에게 기대어 살고자 하는, 무능력에 속물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여성상위시대’를 맞아 주체적으로 살라고 강조했다. 여성은 죄인이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직업별 혼인건수’에 따르면 2015년 전체 혼인 중 무직 또는 학생인 상태에서 결혼하는 여성의 비중이 2005년에 비해 20%p 급감했다. 2005년에는 결혼하는 여성 중 54.0%가 무직 신분이었다. 2011년 무직 여성의 혼인 건수는 42.7%를 기록,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취집에 대한 비난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2017년,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었다. 뒤집어보면 맞벌이가 필수인 시대에 여성도 직장이 있어야 결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아닌가. ▶여성의 고학력, 고스펙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인구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에서 나온 주장이다. 혼인율 하락이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인 만큼, 혼인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배우자를 하향 선택하는 변화를 유도하고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는 정책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도 여성은 죄인이었다. 그 벌로 여성은 덜 공부하고 동반자 선택 기준을 바꾸라 했다. ▶연초 행정자치부는 전국 가임기 여성 현황과 그 수에 따라 전국 순위를 매긴 ‘출산 지도’를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황급히 내렸다. 이름도 망측한 출산 지도 역시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에게 전가했다는 뭇매를 맞았다. 신조어, 통계, 정부 대책 등 모든 것에서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것은 여성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임을 드러낸다. 답은 문제에 따라 나온다. 이대로 계속 여성이 문제라면, 답은 결코 없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지지대] 3·1절과 태극기

3ㆍ1절에 게양하는 태극기는 다른 국가 기념일에 거는 태극기에 비해 의미가 더 깊다. 1919년 3ㆍ1만세운동에서 사용한 태극기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국기요, 상징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의 시대에 우리 국민은 남녀노소 태극기를 손에 쥐고 거리로 뛰어나와 대한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후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기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역사 기록을 보면 태극기는 1883년(고종 20년) 조선의 국기로 채택했으며, 1948년부터 대한민국 국기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태극기’라는 말이 쓰인 것은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을 하던 때부터였다고 한다. 당시 정오를 기해 서울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 낭독과 함께 전국적으로 대한독립 만세운동을 펼쳤다. 이날 참여한 국민은 남녀노소 누구를 가리지 않고 손에 ‘기’를 들고 나오기로 하고, ‘기’를 제작했는데 이를 ‘태극기’로 명명했다. ▶태극기는 흰색 바탕에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乾坤坎離)의 4괘로 구성됐다.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을 나타내고, 태극문양은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한다. 4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발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건은 하늘을, 곤은 땅, 감은 물, 리는 불을 각각 상징한다. 이처럼 숭고한 의미가 담긴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요즘 분열과 갈등의 상징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지러운 시국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측이 집회에 태극기를 내세우면서 탄핵에 찬성하는 측은 태극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비난하는 등 지금 태극기는 갈등의 상징물이 된 듯하다. 3ㆍ1 운동 때 대한 독립을 외치며 들었던 태극기.그때나 요즘이나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지만 애초 태극기는 어려움에 부닥친 대한민국 국민을 하나로 통합했다. 수많은 사람이 태극기로 상징되는 독립을 염원하고 일제의 총칼에 쓰러지면서도 나라 독립이라는 희망을 걸었다. 하루빨리 대한민국이 어지러운 시국을 극복해 분열의 상징으로 왜곡된 태극기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국기로, 통합의 상징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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