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키즈, 버버리 칠드런, 아르마니 주니어, 몽클레르 앙팡, 랄프로렌 칠드런, 펜디 키즈, 겐조 키즈, 타미힐피거 키즈, 빈폴 키즈, 닥스 키즈…. 명품에 ‘○○키즈’ ‘○○칠드런’ 식으로 이름을 붙인 아동용 브랜드들이다. 노스페이스 키즈, 뉴발란스 키즈, 나이키 키즈, 아디다스 키즈, 휠라 키즈처럼 스포츠 브랜드도 아동용 제품을 별도로 내놓았다. 아동용이지만 입이 벌어질 만큼 고가 제품이 많다. 구찌 키즈의 책가방(백팩)은 112만원, 도시락 가방(런치백)은 97만5천원이다. 버버리 칠드런에선 72만원짜리 더플코트도 판매한다. 아르마니 주니어 ‘블랙 라인’의 경우 원피스가 72만8천원, 티셔츠가 18만8천원 수준이다. 몽클레르 앙팡의 겨울 외투는 200만원이 넘는다. 경기불황으로 백화점 전체 매출이 침체돼 있지만 아동용품은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입학ㆍ졸업ㆍ새학기 선물 대목을 맞은 백화점에 가보면 ‘신(新) 등골브레이커’를 종종 만난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물건이란 뜻이다. 명품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브랜드 책가방의 평균 가격이 10만~15만원, 실내화 가방은 3만~5만원에 달한다. 값이 좀 나간다 하는 일본산 책가방 ‘란도셀’은 70만원이나 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불황에도 고가 아동용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요즘 대세인 ‘한 자녀’ 가정에서 아이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아서다. 여기에 부모(2)ㆍ양가 조부모(4)ㆍ삼촌 이모(2) 등 8명이 한 명의 아이를 공주ㆍ왕자처럼 챙기는 ‘에잇 포켓(8명의 주머니)’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주변 지인까지 더해 ‘텐 포켓(10명의 주머니)’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아이 1명에게 10명의 가족 및 친지가 지갑을 열고 있으니 그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일반 서민 가정 부모들에겐 큰 부담이다. 한 자녀 가정의 ‘자식·손주 사랑’ 영향인지, 일부 계층의 ‘과시욕’ 탓인지 한창 예민할 시기의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용품이 품질에 비해 거품이 많고 턱없이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가 친구들과 비교돼 기죽을까봐 무리하는 부모들도 많다. 그런 심리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제조ㆍ유통업체들의 상술도 문제다. 아이 키우기가 이렇게 힘들고 등골이 휘는데 출산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오피니언
이연섭 논설위원
2017-02-20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