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시대상이 담겼다. 1970년대는 지우개와 따오기였다. 지우개는 성 개방이 확산되던 시기에 등장한 피임제가 여고생 책가방에서 나왔다는 언론 보도 이후 유행하였다. 미니스커트를 뜻하는 따오기는 동요 따오기의 가사 중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에서 유래됐다. 1980년대엔 부패공화국이었다. 한보사건 등 건드렸다 하면 터지는 부패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등장한 신조어였다. 1990년대는 소통령이 신조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국가 주요 인사권을 좌자우지한다고 해서 유행한 말이다.2000년대는 신조어들이 꽤 많이 나왔다. 명예 퇴직당하거나 해고 대신 타 부서로 전출된 사람,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을 풍자한 동태생태족, 서울 강남의 땅부자와 고려대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력을 뜻하는 강부자고소영이 나왔다. 이명박 정권 1기 내각을 비판한 신조어다. 몸매가 S자이거나 얼굴이 V라인인 사람, 외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생겨난 S라인V라인과 매력적이지만 이미 결혼한 남녀를 뜻하는 품절남품절녀도 있다. 엣지는 날카로움, 각 등을 뜻하며 패션업계에서는 멋있고 개성있다는 말로 쓰인다. SBS드라마 스타일에서 유행한 말로 개성 있다는 의미로 확대 사용한다.정치 권력을 풍자하는 신조어는 언제나 있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최루탄시대(박정희), 땡전뉴스(전두환), 식물대통령(김영삼), 고소영(이명박) 등이 유행했다.고용에 관한 신조어는 외환위기 직후인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때였다. 조기, 명태, 황태 등이 사람들 입에 올랐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뒤에도 삼일절(31세가 되면 어느새 절망),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십오야 (15세만 되면 앞날이 캄캄해진다), 십장생(10대에도 장차 백수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등은 우리 사회의 고용 불안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완판녀, 신상녀 등 최근 생겨나는 신조어는 과거보다 가볍다. 자본외모 관련이 많다. 꿀벅지 황금 골반 등 외모 관련 신조어 중 꿀벅지는 네티즌이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꿀벅지 사용 금지에 관한 청원을 올린 상태다. 이젠 풍자해학이 풍부하면서 희망을 주는 신조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신조어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필요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임병호 논설위원
2009-10-15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