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시·도

조선왕조 8도(道)가 13도로 나뉜 것은 고종32년(1895년)에 단행된 지방제도 개정에 의해서다. 8도의 명칭은 당시로는 대표적인 두 고을의 명칭 앞글자를 딴 것이다.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황해도는 황주와 해주,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 함경도는 함흥과 경성 등이다. 다만 경기도는 예외로 서울을 둘러싸고 있다는 뜻이다.그러니까 경기강원황해도를 제외한 충청경상전라평안함경도가 남북도로 나뉘어 13도가 됐다. 제주도(島)가 제주도(道)로 된 것은 1946년이다. 그 이전에는 전라남도에 속했었다.그런데 함경도는 맨 처음 태종13년(1413년) 당시에는 함길도라고 불렀다. 함흥과 길주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지금의 함경도로 바뀐 것은 중종4년(1509년)이다.1945년 광복 후 남한은 제주도를 도청 소재지로 승격시킨 것 말고는 도단위 개편은 없었던 데 비해 북한은 크게 변했다. 기존의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외에 분단된 자그마한 북녘땅 통천군 등을 강원도로 독립시켰다. 이 바람에 함경남도 원산시가 강원도로 들어갔다. 또 황해도를 황해남북도로 만들고, 평안북도의 압록강지역 일부를 자강도,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의 접경지역 일부를 떼어 양강도를 만들었다. 양강도는 압록강두만강의 두 강이 흐른다는 의미다.이러므로 해서 평안남북도함경남북도황해도 등이던 것이 우리와 같은 9개 도로 늘었다. 이만이 아니라, 남한의 특별시광역시와 같은 특별시직할시를 만들어 우리의 16개 시도와 똑같은 수의 16개 시도를 두고 있다. 아마 우리가 광역시를 증설하면 그네들도 증설할 것이다. 여기에는 깊은 저의가 깔렸다. 앞으로 혹시라도 남북 간에 어떤 선거가 있게 되면, 인구 비례 투표가 아닌 시도 단위 대표자 선출을 고집하기 위함이다.이른바 남조선 해방은 불변의 저들 전략이다. 이 절대 불변의 전략을 위해 무한 가변의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또한 로동당 강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남조선 혁명의 기본 노선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그 같은 전술적 변화의 일환이다. /임양은 주필

노인의 오만

경로의식을 갖자고 한다. 맞는 말이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노인 또한 공경받을만한 노인이 돼야 한다.그런데 노인사회를 보면 과연 공경받을만한 사람인지 의심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우선 사회생활은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데도 나이로 사회생활을 하려든다. 사회생활엔 사람마다의 능력이 있고 장합에 따른 경우란 것이 있다. 아무리 노인일지라도, 상대의 능력이나 일의 경우를 무시할 순 없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안중에 두지 않고, 노인 위세로 압도하려고 든다. 공경받을 수 없는 노인이다.시내버스에는 노약자보호석이란 게 있다. 이런 보호석이 아니더라도 노인에게 젊은 사람이 좌석을 양보하는 것은 사람 사는 사회에서 기초적 예절이라 하겠다. 그런데 노약자보호석에 버젓이 앉아 노인이 앞에 서 있어도 자릴 내주지 않는 광경을 보곤 한다. 자릴 내주지 않는 젊은 사람 또한 가지가지다. 노인을 멀뚱멀뚱 쳐다보면서도 태연히 앉아있는가 하면, 조는척하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보며 모른척 하기도 한다.그렇다고 자릴 양보하는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 버스에 올라오면 앉아있다가 냉큼 일어서며 앉도록 권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문제는 노인이다. 비록 자릴 양보하는 것이 마땅할지라도, 고맙다는 칭찬 한 마디가 아니면 하다못해 고마운 표정이라도 지으면 자릴 내준 사람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한데, 아무 말 없이 무뚝뚝하게 그대로 앉는 노인들이 있다. 공경받을 수 없는 노인이다.노인이라 하여 젊은 상대는 인정치 않으려는 노인, 칭찬에 인색한 노인, 이 같은 공경받을 수 없는 노인들은 오만한 노인이다. 오만은 고독을 불러들인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노인문제가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물론 관심을 가져야 할 노인문제이긴 하다.그러나 노인 자신에게 사회가 관심을 갖기 이전에, 스스로가 자신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항상 돌아봐야 된다. 노인은 특권의 대상도, 천대의 대상도 아닌 인간으로 노인다움이 있어야 된다. 나도 노인이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한 마디 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쌀 사료?

쌀의 사료화는 2002년에도 시도됐었다. 당시 정부는 수입 사료 대체, 재고 부담 완화 등의 이유를 들어 30만~40만t가량의 쌀을 가축사료로 처분키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주식인 쌀을 소돼지에게 주느냐는 정서적 반감에 부딪혀 더 이상의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2002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쌀 수급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수확한 지 3년이 넘은 묵은쌀을 가축 사료로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배경이다.현재 쌀 재고량은 연이은 풍작으로 적정치를 2배가량 웃도는 상황이다. 수확기 전까지 적정 재고 72만t을 유지하려면 50만~60만t을 주정용이나 가공용 등으로 처분해야 한다. 그렇지만 가공용은 수요가 미미한 데다 주정용은 헐값에 처분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재고 쌀 처분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대북 쌀 지원도 천안함 사태로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하지만 농수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의 건의서가 접수되면 예산 부처와 협의를 거쳐 재고 쌀 처리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농협은 지난 2005년 수확기 쌀 시장 안정을 위해 사들인 10만t 가운데 지금까지 처분하지 못한 쌀 6만6천t을 사료용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었다. 정부도 일본처럼 수확한 지 2년 이상 된 쌀은 가공용, 3년 이상 된 쌀은 사료용 등으로 용도를 정하고 장기 수급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자세한 재고량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방출량 등을 제외하면 현재 재고량이 130만t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만t의 쌀을 보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320억원가량이면 정부의 부담도 보통이 아니다. 재고를 계속해서 끌어안고 가는 것보다는 가축사료로 처분하는 게 정부로선 유리한 셈이다. 그러나 이상한 노릇은 쌀이 남아돌 때마다 북한 주민에게 공짜로 퍼줄 생각을 하면서 헐벗고 굶주리는 우리 국민은 배려하지 않는 점이다. 남한에도 쌀 없어 허덕이는 복지시설 같은 곳이 얼마나 많은 지 실상을 모르는 모양이다. 남아도는 쌀을 북한보다 우리 서민에게 먼저 나눠 주어야 한다. 쌀 사료화는 시기상조다. /임병호 논설위원

백두산 화산 폭발?

백두산이 수년 내에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외 분석이 허언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최근 기상청이 주최한 세미나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에서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중국 학자들이 2014~2015년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지린성 지진국을 통해 대국민 행동지침까지 하달했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윤 교수가 지적한 백두산 화산 폭발의 근거는 백두산 인근의 화산활동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촬영 결과 백두산 천지의 지형이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고, 천지에서 화산가스가 방출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백두산은 고려시대인 946년과 947년 대규모 분화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부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당시 백두산의 화산폭발지수(VEI)는 7.4로 추정된다. 지질학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지난 수천년 간 있었던 화산 활동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지난 봄 유럽에 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의 경우 화산폭발지수는 4였다. 일본 학자들의 추정 자료에 따르면 당시 백두산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 양은 83~117㎦로 아이슬란드 화산재 분출량(0.11㎦)의 1천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화산 폭발 시 피해 규모다. 피해 규모는 바람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게 윤성효 교수의 분석이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 화산재는 성층권으로 올라간 뒤 동쪽으로 이동해 일본 혼슈 북부와 홋카이도 지역에 떨어지겠지만 대류권까지만 올라가는 화산재는 한국으로 온다고 한다. 북풍이 부는 겨울엔 한국으로, 서풍이 부는 봄, 가을엔 동해로, 북동풍이 많이 부는 여름엔 러시아로 이동이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천지의 20억 t 물이 화산재와 섞여서 홍수를 유발할 경우 북한의 피해는 더욱 치명적이다.화산 폭발의 전조를 탐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북한의 화산학은 초보적 수준이라고 한다. 백두산 분화 대책은 남북공동과제지만 백두산이 우리 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아 걱정스럽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일 현실이 된다면 대재앙이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은 물론 유엔 차원의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월드컵 명암

남아공월드컵축구대회가 어두운 오심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미 B조 리그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대전에서 주심의 오심을 공식 인정한데 이어, 미국과 슬로베니아의 C조 2차전 주심 판정에 문제가 또 제기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미국대 슬로베니아 경기서 2-2의 동점 상황에서 후반전 41분 미국의 에두가 넣은 역전골을 말리 출신 쿨리발리 주심이 득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말썽이 되고 있다. 쿨리발리 주심은 에두가 골을 넣기 전에 반칙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반칙을 저질렀느냐는 미국 선수단측 설명 요구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 FIFA 심판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이외에도 심판 판정에 공식 비공식으로 제기되는 이의가 속출하고 있는데, 문제는 오심으로 밝혀져도 한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으므로써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데 있다. 다만 심판 자질의 미흡을 이유로 다음 경기 배정에 제외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는 것 뿐이다. 한편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감독과 선수간에 불화의 자중지란이 일어나 귀추가 주목된다.반면에 밝은 이야기도 있다. 그리스 선수 하나가 자신의 킥으로 그라운드가 파여 떨어져나간 잔디를 제자리에 옮겨 손바닥으로 다독거리는 모습은 축구사랑의 면모가 역연했다. 남아공은 월드컵 준비를 졸속으로 하는 바람에 구장의 잔디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더욱이 당시 그리스는 우리에게 지고 있는 상황으로 촌각을 다투는 황급한 순간에도, 구장을 아끼는 그 선수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역시 경기의 저력이 몸에 철저히 벤 건 비록 숙적이지만 본받을만 하다. 그들은 몸싸움에서 넘어지고도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진 두 발로 낀 볼을 놓지 않고 빙빙 돌리며 패스를 위한 볼 컨트롤을 할 때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승부 근성인 것이다.이탈리아와 뉴질랜드 경기는 약체 뉴질랜드가 강호 이탈리아와 1-1로 비기는 파란을 일으키며 기염을 토했는데 경기내용 또한 그만큼 격렬했다. 한번은 뉴질랜드 선수가 몸싸움 끝에 넘어진 이탈리아 선수에게 손을 내밀어 부축해 일으켜 세우는 것이, 직전의 거친 경기와 대조되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도 했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세계 고위 수준의 선수들이 뛰는 월드컵은 보는 즐거움이 또 다르다. /임양은 주필

지방의원

시의원 재임 중 조례를 열댓건이나 발의해 만든 성실파 의원은 낙선했다. 술자리나 만들고 노래방이나 찾아 떼거리로 휩쓴 사람은 당선됐다.기초광역의원은 국회의원보다 일하기가 더 어려운 지방선량이다. 국회의원은 교섭단체에서 하자는 대로 하면 그만이지만 지방의원은 그것이 아니다. 지역주민의 살림살이, 지역사회의 골목 사정까지 꿰뚫어봐야 하는 것이 지방의원이기 때문이다. 이러므로 해서 주민자치, 생활자치가 가능하다.그러니까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몰라도 가방이나 들고 다니며 고액 연봉을 타먹는 건달의원이 있을 수 있지만, 지방의원 특히 기초의원의 경우는 건달의원이 있으면 티가 나기 마련이다.제5기 수원시의회 재적의원 34명 가운데 여야 초선이 절반인 17명이다. 이런 물갈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건달의원의 출현 우려다. 해가 갈수록 복잡다단해가고 있는 것이 자치단체의 복합행정이다. 이런 기초자치행정의 기능에 부응키 위해서는 집행부를 견제할만한 의회의 전문 식견이 필요하다.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다. 시군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모르면 공부해가며 연구하면 된다. 그런데 공부는 게을리하면서 모의 작당이나 해가며 염불보다 젯밥에 눈독 들이는 지방의원이 없다할 수 없다. 일 잘한다고 뽑히는 것이 아니다란 말이 이런 사람들 입에서 나온 소리다.흔히 집행부가 의회를 경시한다는 지방의원의 불평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아는 것은 없이 큰 소리만 치니까 무시당하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로부터 내심 우러 나오는 존경심을 받으려거든 집행부를 압도하는 실력을 갖추면 존경하지 말라 해도 존경한다.경기도의회도 그렇고, 도내 시군의회 역시 물갈이 폭이 많아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에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일리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말도 있다. 초선이라고 꼭 일 못하는 것도 아니고, 다선이라고 꼭 일 잘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요컨대 핵심은 지방의원 개개인의 자질과 소양이다. / 임양은 주필

파부침주<破釜沈舟>

허정무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23일 갖는 나이지리아와의 B조 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대 나이지리아전은 꼭 이겨야 16강의 자력 진출이 가능하다. 지면 예선 탈락은 말할 것 없고, 비기면 골 득실을 따지게 된다.한편 나이지리아가 기를 쓰고 이기려 드는 것은 16강의 희망도 있지만, 선수들 몸값 올리기와 자기 나라에 대한 전패를 모면키 위한 체면 때문이다.이렇다 보니 피차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격전이 불가피한 것이 대 나이지리아전이다. 파부침주의 각오를 밝힌 허 감독의 고사 인용은 그만큼 비장한 결의를 다짐하는 것이다.파부침주는 파부침선이라고도 한다. 솥을 깨고 배를 물속에 가라앉힌다는 말이다. 중국에서 항우가 썼던 작전이다. 유방이 제후들과 연합한 20만 대군을 항우는 단 3만명으로 맞아 싸우면서 이 작전을 썼다. 교전을 위해 수수라는 강을 건너고는 엉뚱한 엄명을 내렸다. 병영의 취사도구인 가마솥을 모두 깨부수고, 탔던 배는 모조리 물속으로 가라앉히라는 것이다. 장졸들에게 지급된 식량은 마른 것으로 3일분뿐이었다. 사흘 안에 이기면 다시 배를 준비해 돌아갈 수 있지만, 만약에 지면 쫓기는 몸으로 배를 준비할 수 없어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된 것이다.항우는 이러한 3만 장졸들을 인솔해 유방의 20만 대군을 상대로 외곽에서부터 싸우는 것이 아니고, 곧장 지휘부 내부로 깊숙히 기습 공격을 감행, 종횡무진으로 휘저어 대군을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유방의 제후 연합군은 절반이나 죽고, 유방 또한 가까스로 도망쳐 겨우 목숨을 보존한 것이 파부침주의 고사다.허정무 감독의 파부침주 인용은 결전에 임한 각오를 밝힌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하다. 잘 쓰이지 않았던 고사성어가 유행어가 될지 모르겠다. 선전을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공무원 직급 명칭 변경

행정직 공무원의 경우 6급은 직책이 행정주사, 7급 행정주사보, 8급 행정서기, 9급은 행정서기보라고 한다. 지금은 시설직으로 통합됐지만 과거 토목 건축 등 기술직의 경우 급수에 따라 토목기사, 기사보, 기원, 기원보로 구분됐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5급 사무관이 과장, 6급이 계장이었는데 지금은 계장이 00담당 주사로 바뀌었다.공무원의 명칭은 재밌는 얘기가 많다. 6급은 당연히 주사이지만 7, 8, 9급도 호칭할 땐 아무개 주사로 통한다. 기술직도 마찬가지다. 6급이 아니어도 대개 아무개 기사라고 부른다. 한 계(係)의 차석(次席)은 7급인데 부를 때는 으레히 아무개 차관이라고 호칭한다. 차관은 장관 아래 자리인데 그렇게 부른다. 주사기사들 중엔 소씨. 안씨, 탁씨, 고씨 성(姓)을 가진 사람들이 적잖다. 이들이 회동하면 말로만이라도 술자리가 푸짐하게 마련된다. 소씨, 탁씨는 소주(燒酒)사 탁주(濁酒)사로, 고씨, 안씨는 고기사와 안주사가 된다. 소주와 탁주, 고기를 사와 안주로 삼는다는 우스개 소리다. 부(夫)씨 성 시장군수는 만년 부(副)시장부군수다.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호칭제도 개선방안은 획기적이다. 하위직 공무원으로 통칭되던 6급 공무원 이하 공무원에 대한 명칭을 앞으론 실무직 공무원으로, 신분증도 계급명칭이 아닌 업무 중심으로 바뀐다. 법령상 근거를 둔 것은 아니지만 보통 5급 사무관 이상을 관리직으로 호칭하는 데 반해, 6급 이하를 하위직으로 호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습적으로 쓰고 있던 하위직이란 명칭이 권위적이어서 공직 내외 간 소통을 방해하고 사기를 저하시키긴 했다. 현재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주사 서기 등 계급별 호칭도 주무관 조사관 등의 대외직명으로 바뀐다. 신분증에도 담당관 국제조사관 근로감독관 등 업무중심의 대외직명을 표기한다. 공무원 직급 명칭 제도 개선의 주역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직급 명칭이 바뀐 만큼 직무도 걸맞게 수행해야 된다. / 임병호 논설위원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

국내 65세 이상 노인 535만명 중 73만8천여명이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실시한 전국 노인학대 실태 조사 결과다. 노인학대의 실제 상황은 조사된 수준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광범위할 게 분명하다.학대 가해자의 50.6%가 자녀, 23.4%는 배우자, 21.3%는 자녀의 배우자라고 한다. 자녀세대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71.9%를 차지한다. 비참한 사회상이다. 자녀세대가 노부모에게 저지르는 학대는 정서적 학대나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 등이라고 한다. 핵가족화와 물질 만능주의, 전통적 가치관인 효사상의 약화 등 사회적 환경이 크게 변화한 데다 부양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견디기 힘든 열악한 현실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2008년 한해 2천369건, 학대로 인한 상담건수는 2008년 3만5천467건이나 된다. 가출노인도 2008년 4천266명이다. 학대를 받으면서도 이를 숙명으로 여기며 자식을 감싸주기만 하는 노인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확대하고 노인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체계 구축이나 교육 등 예방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법적 차원의 보완도 요구된다. 지난해 각 시도 노인보호기관에 접수된 2천674건의 노인학대 신고 중 11건만 기소됐고 실제 처벌은 2건만 이뤄졌다. 부모나 조부모 등 존속 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정부가 노인에게 폭력을 휘둘러 다치게 한 사람의 형량을 높이고 존속 폭행을 반의사 불벌죄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의 법률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한 일이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노인학대를 몰아내려는 게 서글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늙은 부모를 학대하는 사람들이 지극히 상식적인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뜻을 모르는 사실이다. 자신들은 늙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일이다. 부모를 학대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도 후일 자식들에게 학대를 받는다. 오죽하면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정했는가. / 임병호 논설위원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은 2000년 봄 대만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취임했다. 당시 49세의 젊은 총통은 개혁의 기치를 높이들고 출마하여 만년 집권의 국민당 정권을 무너뜨리며 패기찬 민진당 정권을 출범시켰다.그러나 집권 8년을 지낸 그의 이미지는 부패의 원조로 변했다. 수백억원대의 수뢰, 공금횡령과 이를 돈세탁한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천수이볜 뿐만이 아니고 부정축재에 공모한 처 우수진도 무기징역, 아들 천즈중 내외는 징역 1년2월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 가족 4명에 대한 거액의 추징금도 물론 병과됐다. 또한 천수이볜 측근들도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그런데 며칠전 항소심 판결에서 천수이볜 내외가 무기에서 20년으로 감형되는 등 유기징역으로 바뀌었다. 본인은 그래도 억울하다며 상고할 뜻을 비췄으나 무죄가 될 수는 물론 없을 뿐만 아니라, 중형에 처해야 한다는 게 대만의 국민적 정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천수이볜은 공사판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으로 대학에 다니면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명망을 떨쳤다. 또한 부패 권력에 대한 저항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권력이 뭣인지, 집권하고 나서는 그 자신이 부패의 화신이 되어 일가족과 측근까지 공모한 부패집단의 원흉으로 변한 것이다. 청렴했던 개혁 인사의 부패에 젖은 말년은 정말 안타까운 면모다.천수이볜의 법정 인생유전을 보면서 한국판 천수이볜이 생각난다. 이역시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 입신하여 대통령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개혁 인물이였으나, 천수이볜과 비슷한 수백억원의 부패 혐의에 빠져 역시 말년에 오점을 남겼다.대만에서도 천수이볜을 두둔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만의 그들은 부패의 잘못을 부인하진 않는다. 이에비해 한국판 천수이볜 두둔자들은 부패 자체를 시인하기는 커녕 역공을 일삼는다. 마치 천안함 사태를 조작했다는 억지처럼, 참으로 상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임양은 주필

영산강

소년기의 추억이 생생한 영산강을 찾은 것은 얼마 전이다. 그러나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본 영산강은 옛 영산강이 아니다. 중학교를 진학, 집을 이사할 때까지 초등학생 시절을 영산강에서 보냈다. 그리고는 다신 가보지 못했던 어릴 적 과수원집을 찾았으나 옛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영산강은 있었지만 강물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강물이라기보다는 실개천이다.그 옛날 멱 감고 낚시했던 영산강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폐허화된 척박한 영산강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눈물이 솟구쳤다. 틈만 나면 살다시피했던 영산강이다. 영산강 오리란 말을 들을 만큼 헤엄에 익숙해진 곳이 영산강이다. 헤엄은 지금도 자신한다. 한강을 건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 물위에 반듯이 누워 두 손을 가슴에 올려놓은 채 가만히 있어도, 가라앉지 않고 몸이 그대로 둥둥 떠 있곤 한다. 강물과 친숙해진 내공이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이다.덕분에 귀머거리가 됐다. 강물에서만 살다 보니 귀에 물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면 그냥 성냥개비에 솜을 말아 몰래 닦아내곤 했다. 어머니에게 들키면 아버지에게 말씀드려 물에 가지 못하도록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홀로 치료가 수없이 반복되고도 젊었을 땐 괜찮았는데, 늙다 보니 난청이 온 끝에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다.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 재선되고 나서 더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박준영, 그가 누군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냈고 민주당에서도 중진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이명박이 이뻐서 영산강 사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인 게 분명하다. 어디 영산강뿐인가, 청장년기를 대구서 보내면서 낙동강도 신음하는 것을 목격했다. 한강, 금강도 온전하지 않은걸로 안다.생명 존중을 위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며 삭발들을 한다. 도대체 그 생명 존중은 어떤 생명일까, 내가 본 영산강은 생명이 없는 죽음의 강이다. 망가져가는 강을 손보기보단, 놔둬야 산다는 반대 논리를 도시 이해할 수가 없다. /임양은 주필

6·25의 전철

감사원의 천안함 사태 감사결과 군 장성 등 25명이 징계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당시 합참 의장이 술에 취했다느니, 만취하진 않았다느니 하고 야단이다. 또 레이더에 나타난 북 잠수정을 새떼로 허위보고하고, 천안함이 보고한 어뢰 피격 가능성을 뒤늦게 상부에 보고하면서 어뢰란 말을 빼고 축소한 사실이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합참 의장 만취설은 625 전야를 생각나게 한다. 1950년 6월24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날 육군본부 회관 낙성식이 있었다. 주말 낙성식은 술판으로 이어져 육본 장성들이 밤늦게까지 댄스파티를 벌였다.북녘 인민군이 김일성 최고사령관 작전명령 1호로 38선에서 일제히 남침이 벌어진 것은 일요일인 6월25일 새벽 4시다. 인민군은 남침 준비가 한창인 전날 밤에 육본 장성들은 술에 쩌들어 있었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작취미성인 채 남침보고를 받고도 전면인지, 전에도 가끔 있었던 국지전인지 헷갈려 허둥대기만 했다. 헌병들이 서울 한강에 나와 뱃놀이로 외출을 즐기는 국군에게 전면전이 벌어졌다. 장병들은 즉시 귀대하라는 방송을 하기 시작한 게 정오께다. 그러나 이땐 벌써 개성이 탱크를 앞세운 인민군에게 떨어져 장단을 거쳐 의정부를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다. 탱크 한대가 없었던 국군은 수류탄을 들고 탱크 바퀴에 돌진하는 육탄공격으로 맞섰으나 중과부적이었다.이윽고 의정부가 떨어졌는데도 용감무쌍한 우리 국군 장병이 적을 무찔러 퇴각시키고 있다고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 신성모 국방부 장관의 허위보고다. 이승만 대통령은 허위보고를 믿고 지금의 KBS 전신인 서울 중앙방송국에서 서울을 사수하니 시민들은 안심하라는 엉터리 라디오방송을 했다.이번 감사원의 천안함 관련 감사 결과에서 주목되는 것은 만취설과 허위보고다. 625의 전철을 되풀이 하는 것이 바로 술과 허위보고이기 때문이다. 징계 대상자 25명 가운덴 군형법에 의한 기소 대상이 12명이라고 한다. 문책 인사가 곧 있을 것이다. 인사 조치에 그치지 않는 엄정한 후속조치가 따라야 문란해진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임양은 주필

한 표의 위력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3선, 박상천 의원은 5선이다. 그런데 18대 국회 후반기 민주당 몫인 국회부의장 경선에서 홍재형 의원이 부의장 후보로 당선됐다. 똑같이 39표를 얻었으나 동수(同數) 시 연장자 배려란 당 자체 규정 덕분이다. 홍박 두 의원은 1938년생 동갑이지만 홍 의원은 3월생, 박 의원은 10월생이다. 국회부의장 선출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국회부의장은 당직이 아닌 국회직인 만큼 동수일 경우엔 선수(選手)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설마 동수가 나오겠느냐는 판단에 따라 규정을 손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입장에선 설마가 사람 잡은 셈이다. 투표에서의 한 표는 이렇게 희비를 낳는다. 62 지방선거에서 남양주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이석우 후보가 351표 차로, 화성시장은 민주당 채인석 후보가 401표 차로 당선됐다. 엎치락뒤치락, 반전과 역전을 거듭해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의 애간장을 밤새 태웠다. 후보자들의 피를 말리는 투표는 과거에도 적잖았다. 2002년 613 지방선거 때 똑같은 득표수였는데도 나이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시거나 1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동두천시 상패동 기초의원 선거에서 이수하, 문옥희 후보는 1천162표를 얻었지만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순이란 선거법 규정에 따라 1942년생인 문 후보가 당선됐다.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 기초의원에 출마한 이강부 후보는 4천826명의 투표자 중 1천542표를 얻어 허정균 후보를 단 1표 차로 따돌리고 신승했다. 한 표가 당락을 가렸음을 생각하면 투표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민주당의 문학진 후보가 3표 차로 낙선해 문세표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무투표 당선된 후보도 많다. 62 지방선거에 인천시 옹진군수 조윤길 후보를 비롯 기초단체장 8명, 광역의원 44명, 기초의원 16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98명, 교육의원 1명 등 모두 167명이 단독 입후보로 무투표 당선되는 행운을 누렸다. 무투표 당선자들은 그 복을 유권자들에게 돌리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가일층 매진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회는 또 있다

안타깝다. 아쉽다. 어제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가 막판에 중지됐다. 이륙 3시간 전인 오후 2시쯤 발사대 주변 소방설비의 오작동이 발견됨에 따라 발사가 연기됐다고 한다. 우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우주발사체는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100% 무결점을 요구한다. 발사 직전 중단된 사례는 많다. 인도는 지난 2001년 3월28일 GSLV 발사체가 액체엔진 부스터의 오작동을 자동제어시스템에서 감지해 발사 1초 전에 발사 중단됐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2009년 6월13일 연료주입 지상설비 문제로 발사가 중단 된 뒤 연료, 기상 등의 문제로 6차례 연기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은 2003년 H2A 로켓, 유럽연합(EU)은 2006년 아리안-5 로켓 발사에 실패했으나 결국은 성공했다.우주산업은 기계 화공 등 전통적 산업분야의 기술 뿐 아니라 전기전자 등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과학기술의 집합체다. 우주산업에 선진국들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근래 중국, 인도 등 신흥국까지 우주 도전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긍심을 한껏 높이는 것 외에도 과학기술의 집합체로 불리는 우주산업의 경제적 효과와 안보적 차원에서의 기대 이익 등 그 효과가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한국은 자기 땅에서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우주클럽에 10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당당하게 10대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한다. 나로호는 단순한 우주 발사체가 아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주강국을 향한 우리의 희망이자 꿈이 담긴 대한민국의 상징물이다.비록 발사를 연기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성공적 발사를 위해 만전을 기하면 된다. 우주로 향한 도전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에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다.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한국과 러시아 과학자와 기술진이 수년간 휴일도 반납한 채 밤낮없이 쏟아부은 노력은 앞으로 성공적인 발사로 대단원의 결실을 맺을 것으로 믿는다. / 임병호 논설위원

3대 세습

대를 이어 충성하렵니다는 김정일 노랫말의 한 대목이다. 이 노래가 노동당 중앙당의 지정곡으로 보급된 것이 1973년 말이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친애하는 김정일 비서동지의 정치사상을 목숨으로 보위한다는 말 또한 이때 나왔다. 김정일 노작 학습이란 것도 시작됐다. 김정일의 후계자 부각에 따라 1949년에 사망한 그의 생모 김정숙 역시 격상됐다. 김일성 주석님께 무한이 충직한 불굴의 투사로 묘사됐다. 이 바람에 김일성의 당시 처인 김성애와 김정일 간에 암투가 있었다.그로부터 37년이 지난 엊그제 평양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회의는 사실상 김정일의 후계자 옹립을 위한 포석이다. 물론 경제 분야 등의 인적 쇄신이 있었으나, 보다 주요한 것은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실세화한 점이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으로 매제다.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정일의 셋째아들 김정은(26)으로써는 고모부인 것이다.김정은의 후계자 세습은 지난번 김정일이 베이징에 갔을 때 후진타오의 인준을 받으므로써, 엊그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은 후견인으로 장성택의 군림을 공식화한 걸로 보인다. 후진타오는 그때 조선의 후계 지도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이로써 평양정권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를 구축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니, 평양정권이 국호로 붙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름으로써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어떻게 왕조 세습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를 저들은 우리식사회주의라고 강변한다.평양정권의 특성은 권력 요직의 혈연화 연대다. 김정은 후계 세습체제 옹위 역시 인척관계인 장성택으로 전진 배치한 것도 같은 명맥이다. 이는 종파주의다. 레닌은 일찍이 수정주의와 종파주의를 예견, 이를 공산주의의 공적으로 설파한 바 있다. 평양정권은 레닌이 경계한 우리식사회주의의 수정주의와 권력 세습의 종파주의에 빠진 집단이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북녘 말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들이 동포란 사실이 부끄럽다. / 임양은 주필

남아공 월드컵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을 앞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치안상태가 안 좋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전에도 테러설이 있어 설마하긴 했는데, 조짐이 별로 좋지 않다.한국의 현지 취재팀이 길에서 피습당하고 금품을 빼앗겼다고 한다. 강도를 해도 나라 망신시키는 강도질이다. 우리 대표팀 숙소에는 장갑차 3대와 경찰차 20대가 24시간 경호하고, 연습장 등 이동에도 따라다니며 경호를 한다는 것이다. 각국 대표팀마다 이런식으로 경호를 하는 모양이다. 월드컵 축구대회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 같다. 어제 있었던 북한과 나이지리아 평가전에서는 현지 관중들끼리 난투극이 벌어져 10여명이 다치는 바람에 경기가 약 10분동안 중단되기도 했다.1961년 5월 영국 연방으로부터 탈퇴한 남아공은 백인통치사회에서 1993년 12월 넬슨 만델라에 의해 인종차별이 철폐됐으나, 백인 우월주의의 앙금이 아직도 흑인사회에 남아 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 설쳐대는 강력범의 대처 능력 역시 빈약하다. 이런 치안 공백을 틈탄 테러 세력의 발호가 우려되는 것이 남아공 월드컵대회다.그러나 지구촌에서 각 지역별로 선발된 32개국 대표팀은 지금 저마다 16강의 예선 통과를 위해 마지막 전력을 가다듬기에 한창이다. 세계의 시선이 남아공으로 쏠리고 있다. 사흘뒤 개막되는 대회에서 이변이 속출, 환성과 탄성을 자아낼 것이다. 세계적 뉴스타플레이어 탄생 또한 예고된다. 월드컵 축구대회는 축구 단일 종목의 최대 경기로 꼽혀, 올림픽에 버금가는 권위를 지닌다.이제 닷새 남았다. 우리 대표팀이 그리스와 1차전을 벌이는 B조 첫 경기가 오는 12일 저녁 8시30분에 열린다. 허정무 감독은 대 그리스전에서 맞춤형 팀플레이를 위한 컨디션 조절과 체력강화 등 현지 적응훈련에 최선을 다한다는 소식이다. 대표팀의 정신적 기술적 구심점인 박지성 선수도 허벅지 통증이 그간 요양으로 말끔히 가셔 훈련에 가담했다고 한다.오는 12일 저녁은 토요일이다. 국민적 성원의 밤이 될 것이다.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한다. 아울러 모든 경기를 부상자 없이 잘마쳐 무사히 개선하기를 기원한다. / 임양은 주필

학군단의 참전비 참배

수원 지지대고개에 건립된 한국전 프랑스군참전비, 육군 대령이 인솔하고 대위와 상사가 수행한 경기대 학군단 대표 일행이 전사자 명단이 새겨진 참전비 비문 앞에서 도열해 일제히 거수 경례를 올렸다. 이어 헌화와 묵념을 거행했다. 지난 4일 오전 10시, 현충일에 앞서 있었던 비록 간소하나마 뜻깊은 추념식이다.프랑스군 4천여명은 625 남침으로 조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지평리전투 등 치열한 격전지에 참전, 1천124명의 사상자를 냈다. 참전비 비문엔 인류의 자유를 위해 이역땅에서 젊은 목숨을 바친 288명의 전사자 명단이 격렬했던 전적과 함께 각인돼 있다. 유엔 16개 참전국 일원인 프랑스군은 1951년 1월10일부터 1953년 7월27일 휴전 때까지 한국 전선에서 싸웠다.토성형 돔 모양의 프랑스군참전비는 벽면을 이용한 비문으로 건립돼 얼른 보면 돔 안에 아무것도 없어 보이나, 자세히 보면 돔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양식이 특징이다.프랑스군참전비 정문에는 오늘도 우주만물의 근원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자유평등박애를 의미하는 프랑스 삼색기 국기와 함께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에 휘날리는 두 나라 국기는 뭔가 더 진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프랑스군참전비가 있는 곳은 효행공원이다. 공원엔 정조대왕 동상과 정조의 유품 등이 전시된 효행기념관이 있다. 주변 경관이 수려한 데다 아늑해 일반 공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프랑스군참전비 앞으로는 광교산 진입로가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다닌다. 또 효행공원 주차장은 만남의 장소가 되어 적잖은 사람들이 여기서 만나 제3의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적어도 이달만이라도 프랑스군참전비 앞을 지나다니는 등산객이나 주차장 이용객들은 참전비 앞에서 경건하게 묵념을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그날, 단장인 듯한 대령의 인솔하에 프랑스군참전비를 찾은 경기대 학군단 대표 학생들은 한층 더 싱그러워 보였다. 경건하면서도 절도 있는 자세가 미덥기도 했다. 나라를 지킨 625의 희생을 잊어서는 오늘의 나랏일을 논할 자격이 있다 할 수 없다. 어제는 현충일이었다. /임양은 주필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부부

인기 탤런트 차인표신애라씨는 연예계 최고의 선행부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차인표씨는 2001년 유니세프 카드 후견인, 2003~2005년엔 굿네이버스 남북어린이 희망대사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대신해서 나섰다. 2004년에는 부부가 함께 남북어린이 복지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신애라씨는 2005년부터 6년째 한국컴패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10여년 간 꾸준히 조용하게 활동해 왔다. 2005년부터 전 세계 어린이 24명, 대학생 8명과 1대 1 결연을 맺고 후원하고 있다. 아이티 지진 복구에도 1억원을 선뜻 기부했다. 특히 맏아들 정민이 외에 두 딸을 공개 입양해 가슴으로 낳은 아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차인표씨는 며칠 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995년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입양에 대해 서로 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00년대 초반 아내는 매주 목요일마다 대한사회복지회의 영아들을 대상으로 안아주기, 목욕시켜주기 등 자원봉사를 했다. 이를 계기로 2005년 첫 딸 예은이, 2008년 둘째 딸 예진이를 입양하게 됐다. 입양과 한국컴패션의 봉사활동 모두 아내가 먼저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신애라씨도 같은 인터뷰에서 생후 3개월도 안 됐을 때 집에 온 첫 딸 예은이가 우리 가족이 돼 매우 행복했다. 예은이의 미소와 존재가 소중하게 전해지면서 둘째 딸 예진이를 또 입양하게 됐다고 밝혔다.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지난해 아산상에 이어 올해 포니정 혁신상이란 큰 상을 받았는데 상금 1억원 전액을 한국컴패션에 기부했다. 이 돈은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신애라차인표 부부는 소망도 아름답다. 전 세계 100만 명의 가난한 어린이들이 한국컴패션을 통해 1대 1 후원자를 만나는 것과 남북 평화 통일이 이뤄져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서로 사랑하며 지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싶은 게 꿈이란다. 과연 기부천사답다. 차인표씨는 지난해 3월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출간했고 최근 두번째 소설 집필을 마친 소설가이기도 하다. 한 없이 착해서 행복한 부부다. / 임병호 논설위원

여성 흡연자

애연가들은 담배 없는 세상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한다. 식후 3초내 흡연초하면 불로장생, 식후 3초내 불흡연초하면 즉사라는 우스갯소리도 내놓는다. 정신적인 고뇌가 깊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담배를 피우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예컨대 하루 한갑 정도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일년에 한컵 정도의 타르를 폐에 들어붓는 것과 같다고 한다. 흡연은 뇌혈관을 막히게 하며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 담배에 있는 화학물질이 안구 속의 모세혈관으로 흘러 들어가 흡연자의 시력을 떨어트리는 큰 원인이 된다. 각종 암, 여러 질병이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에게는 월등히 높은 빈도로 일어난다. 담배의 해로움이 이 정도면 담배 맛이 싹 가실텐데 흡연자는 별로 줄지 않는다. 게다가 미성년자들까지 담배를 피운다. 멋으로도 흡연을 한다.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금연의 날인 5월 31일 발표한 여성과 흡연 주제를 보면 전 세계 흡연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20%다. 흡연으로 인해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이 가운데 150만여 명이 여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43만 명의 성인들이 매년 간접흡연으로 숨지는데 이 중 여성이 64%에 이른다.흡연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위험률이 더 높다. 흡연이 수정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흡연을 하면 자연 유산율이 비흡연 산모에 비해 2배 정도 증가된다. 산모의 연령이나 음주에 관계 없이 자연유산율이 많아진다. 산모의 흡연은 태아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탄생시의 체중이 평균 200g이 적다. 폐경이 빨리 오고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도 높다. 일반적으로 흡연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 빈도가 높다. 피부가 나빠지는 건 물론이고 치아와 잇몸이 상한다. 흡연자는 예외 없이 치아가 누렇게 변한다. 장기적으로 복부형 비만을 초래한다. 흡연은 남녀 모두에게 해롭지만, 여성은 임신, 분만, 출산, 양육을 책임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남성은 물론 특히 여성들의 흡연이 줄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승용차격

이 사회에 승용차격이 인격으로 잘못 인식된지는 오래된 고질이다. 예컨대 어느 기관이나 기업을 방문해도 방문자가 타고간 차격에 따라서 대우가 다르다. 고급 승용차 같으면 대문을 지키는 경비실의 자세가 정중하다. 반면에 보통 승용차 같으면 태도가 마뜩찮다.승용차의 품격에 따라 승차인의 품격을 정비례시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지닌 보편적 심리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너무 심한 것이 한국 사회의 병폐다. 어떤 상습 사기범이 외제차를 굴렸다. 그의 말이 가관이다. 희귀차를 굴려야 사기가 잘 통한다는 것이다. 고위층을 빗대어 납품 사기로 거액을 편취한 사람이다.형편이 닿아 좋은 차를 굴리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그 같은 사회적 소비도 필요하다. 가수 조용필씨는 외제차를 탄다. 사치로 타는 것이 아니고 안전을 위해서다란 그의 말은 이해할만 하다. 내가 그 말을 들었을적만 해도 여기 저기에 지방공연이 잦았던 터라, 안전운행을 위해 벤츠 같은 외제차가 필요했던 것이다.문제는 삭월세 집에 살아도 차는 고급차를 타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심리다. 이런 고급차 소유 중독이나, 고급차 앞에선 쪽을 못쓰는 저자세 증후군이나 알고 보면 다 허영심이다.그런데 고급 승용차 병리현상은 개인만이 아닌 것 같다. 동아일보(5월31일자)가 전국의 248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단체장 관용차에 흥미스런 결과가 보도됐다. 배기량 2500㏄ 이상의 장차관급 승용차를 굴리는 단체장이 28군데에 이른다. 재정자립도는 20%도 안 되면서 최하 4천여만원에서 최고 6천여만원 가는 오피러스, 베라크루즈, 제니시스 같은 고급 승용차를 탄다는 것이다.궁금한 건 자치단체 살림은 가난하면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단체장들 마음이 과연 편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 같은 가책을 받지 않는다면 단체장의 자질이 있다 할 수 없다. 고급 승용차를 타야 행세할 수 있다고 여기는 단체장은 사고방식의 결함이다. 경기도내엔 재정자립도 20% 미만의 자치단체가 많지 않긴 하나, 그런 단체장의 자치단체가 한 군데도 없는 것은 이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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