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뇌물을 받을 때 직접 손으로 받지 않는다. 보는 데서 돈보따리를 내놓으면 으레 손사래를 젖는다. 거절한다는 뜻이다.그렇다고 받지 않는 게 아니다. 뇌물을 주는 사람이 돈보따리를 은근 슬쩍 놓고가면 된다. 쓰레기통 같은 데 집어넣기도 한다. 물론 눈치껏 보는 데서 넣는다. 정치인들의 쓰레기통은 크다.이런 뒤에 만약에 동티가 생기면 네가 내게 무슨 뇌물을 줬다는 것이냐?며 발뺌을 한다. 직접 받지 않았으므로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접 손으로는 받지 않는 건 뒷날을 원려하는 방패막이인 것이다.이래서 정치인의 이런 속성을 악용하는 무고도 전혀 없진 않다. 안 준 뇌물을 주었다고 음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중국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 때의 일이다. 어느 지방 태수가 황제를 가깝게 시중드는 환관에게 뇌물을 주려고 했는데 환관은 받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것을 오른손으로 받으면 오른손을 자르고, 왼손으로 받으면 왼손을 자르게 돼 있어 소인은 손을 잘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태수는 오른손이나 왼손을 자른다고만 했지 발을 자른다고는 안 했으니 발로 받으면 되겠지요 하면서 금덩어리를 환관 발등에 놨다. 그러자 환관은 딴은 그러네요. 대인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하며 두 사람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당시 조정에는 뇌물을 받으면 손을 자르는 율법이 있긴 하였으나,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해 율법만 엄할 뿐 사문화됐었다. 명나라는 후일 만주족의 청나라에 망했으나, 이에 앞서 이자성 반군에게 자금성을 한동안 함락 당해 숭정 황제는 자진했다.선거철이 다가온다. 62 지방선거는 특히 정당 공천이 많은 선거다. 치열한 공천 경합의 잡음 가운데 들리는 것이 돈 공천이다. 공천의 투명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유력 정치인에 연줄을 대는 잡음이 무성하다. 이러다가 나중에 네가 내게 언제 돈을 줬느냐하고,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것을 봤지 않았느냐는 뇌물 시비 다툼이 나오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임양은 본사주필
제나라 환공이 술취해 그만 관을 잃었다. 이를 부끄럽게 여겨 사흘동안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 관중이 덕을 베푸는 정치로 어찌 잘못을 씻지 않습니까하고 건의했다. 가난한 백성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옥에 갇힌 죄수를 풀어주는 등 선심을 썼다. 그런지 사흘만에 임금이시어! 어찌 관을 다시 잃어버리시지 않나이까?하는 노래가 저잣거리에 나돌았다. 한비자난이편에 나온다.한비자는 관중은 임금을 잘못 보필한 소인배로 질타했다. 대저 창고를 열어 가난한 사람에게 곡식을 나눠준 것은 공 없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옥에 갇힌 수인을 풀어준 것은 죄과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니 어찌 공평하다고 하겠는가, 이런 불공평은 요행이므로 백성들로 하여금 임금님이 또 관을 잃어버릴 것을 바라는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한비자 상벌론은 또 이렇게 말한다. 상과 벌은 있어야 하는 것이나 상을 받기위해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을 하고도 상을 받지 못할 때 불평 불만을 일삼게 되고, 벌 받기가 두려워 나쁜 짓을 안 하면 이 또한 나쁜 짓을 하고도 벌 받지않는 사람이 있을 때 불평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면서 상을 받지 않아도 좋은 일을 하고, 벌을 받지 않아도 나쁜 짓을 안 하는 조정이 되야한다고 설파했다.서울시교육청이 부패방지 대책으로 공무원 비리 제보자에게 최고 1억원까지 준다는 거액 포상금을 내걸었다. 얼마전 수천만원대의 장학사직 뒷거래가 하이힐 폭행사건으로 드러나고 나서 나온 부패방지 강화책이다. 그러니까 부패는 막을 재간이 없으므로 적발에 힘쓰겠다는 것인데, 이건 방지책이 아니라 적발책이다.비리 적발도 그렇다. 자체적 기능으로 적발하기 보다 포상금을 탐내는 제보에 의존하는 것은 온당한 방법이 아니다. 그나저나 온갖 투서가 난무할 것이다. 비리 제보도 있겠지만 음해가 심할 것은 뻔한 일이다. 포상금 또한 국민의 세부담이다.한비자가 이를 본다면 비리공무원은 물론이고, 서울시교육청이나 비리 제보자나 모두 소인배들로 규탄할 것이다. 공무원 부패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걱정이다. 어찌 서울시교육청만이겠는가 하는 생각 또한 든다. / 임양은 본사주필
백령도(白翎島)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에 속한 섬이다. 장산곶 남쪽 38도선 바로 아래, 인천에서 서북쪽으로 191.4㎞ 떨어져 있다. 서해 최북단의 땅으로 남한 본토보다 북한 내륙에 가까운 섬이다. 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큰 섬이다. 농작물로는 쌀보리콩고구마 등이 생산된다. 연평도(延坪島)와 함께 서해안의 주요 어장으로 군내(郡內)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고 수산물 저장 시설, 급유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으나 접적지역(接敵地域)에 해당돼 어로활동에 제약이 크다. 까나리멸치홍어가자미 등이 어획되고 전복굴홍합미역 등이 채취된다.백령도 명칭은 전설에서 유래한다. 옛날 황해도 어느 고을의 한 선비가 사또의 딸을 사모하여 둘이 장래를 약속하였다. 이를 안 사또가 딸을 외딴 섬으로 보내자 선비는 사또의 딸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어느 날 백학이 흰 종이를 물어다 주고가는 꿈을 꾸어 놀라 깨어보니 정말 종이에 주소가 적혀 있었다. 선비는 주소대로 장산곶에서 배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사또의 딸을 찾아 부부가 돼 단란하게 살았다. 그 섬을 백학이 알려주었다 하여 백학도라 하였고 다시 백령도로 불리웠다. 본래 장연군에 속했다가 광복 후 옹진군에 편입됐으며 625 전쟁 이후 북한으로부터 피난민이 많이 정착하였다. 1999년 3월 경기도에서 인천시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백령도는 풍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횡주어골문의 빗살무늬토기 등 신석기시대의 유물이 상당량 출토돼 문화유적지로도 유명하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 중이다.그런데 북한이 27일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에 해안포 100여발을 발사해 백령도의 5천여명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백령도는 북한 해안포 기지에서 18㎞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긴장감이 여느 지역과는 다르다. 백령도를 비롯한 연평도, 대청도 등 서해 5도가 모두 북 해안포 사거리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안심되는 것은 백령도에 해병대 6여단이 주둔해 있고 해군 함정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점이다. 북의 해안포 발사 후 즉각 벌컨포로 대응, 경고한 것도 해병대다. 백령도 주민들은 특히 평화를 기원한다. 북한의 도발이 실로 가증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피겨 퀸 김연아에겐 라이벌들이 많다. 이탈리아 캐롤리나 코스트너는 24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2010 유럽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코스트너는 우승한 후 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등 아시아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레이첼 플랫은 워싱턴주 스포캔에서 열린 2010 전미피겨선수권대회를 석권했다. 지난해 11월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그랑프리 5차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김연아에 이어 2위에 올랐던 플랫은 전미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이 확실시된다. 올림픽 개최국인 캐나다의 조애니 로세트는 지난 17일 끝난 캐나다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일본 아사다 마오는 지난 12월 전일본선수권에서 204.62점으로 우승했다. 자국 프리미엄이 있는 대회라서 200점을 돌파한 것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로세트는 홈의 이점을 안고 있고, 아사다는 김연아를 이긴 경험이 있는 선수라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사다는 전주에서 개막된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실전감각을 키우고 있다. 지금 김연아는 토론토 현지에서 만점연기를 펼치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김연아는 4대륙 선수권대회부터 그랑프리 파이널, 세계선수권대회 등 올림픽을 뺀 다른 큰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 후로는 연속 우승이나 단일 대회 복수 우승밖에 도전할 목표가 없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은 김연아가 전성기를 지난 24살에 맞게 되므로 도전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치열한 경쟁세계에서 물러나면 아이스 쇼에 출연하면서 프로선수 생활을 할 수 있고,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금메달리스트들이 대부분 우승 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얼마 전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가 올림픽과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은퇴할 수 있다는 설을 흘린 건 시기상조다. 너무 생뚱 맞다. 본인 의사도 아닌데 은퇴 얘기가 나와선 안 된다. 금메달을 따기도 전에 나오는 은퇴설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김연아에겐 지금 올림픽 금메달이 지상 목표다. /임병호 논설위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이탈리아 문예부흥기의 화가로 빈민 출신이다. 묘선처리, 심리표현이 탁월했다. 그림만이 아니라 건축이학공업에도 조예가 깊었다. 신비의 미소로 유명한 모나리자(7753㎝)가 그의 작품이다. 40대 후반에 그려 67세로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내놓지 않고 자신이 지녔을만큼 애착을 가졌었다.모나리자의 주인공, 즉 모델이 누구냐는 추측이 구구하다. 자신의 어머니란 설, 이탈리아 어느 후작 부인, 사교계 어느 인사의 세번 째 부인, 한 비단 상인의 두번 째 부인이라는 등 학설이 분분하다. 상상의 인물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엔 모나리자는 여장을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으로, 그는 동성애자라는 설이 제기됐다. 자화상의 근거로 노년에 자신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와 모나리자 그림의 눈코입 등 윤곽이 일치한 사실이 제시됐다.이탈리아 국가문화유산위원회가 프랑스 성위베르교회에 있는 고인의 무덤을 발굴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 또한 이탈리아 조사팀의 발굴 요청을 허락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만년에 프랑수아 1세의 초청으로 가 체재 중 생을 마쳐 묘가 프랑스에 있게 됐다.이탈리아 조사팀은 고인의 두개골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생전의 얼굴 모습을 복원, 모나리자 그림과 실측 대조로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는 설의 진위를 밝혀 낸다는 것이다.아울러 부수적으로 유골 분석을 통해 결핵매독납중독 등으로 갈라진 사인 또한 확인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서는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무덤이 맞는가를 이탈리아 볼로냐에 살고 있는 후손의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검증할 예정이다.어떻게 보면 호사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나리자의 모델 규명을 위해 묻힌지 491년이나 되는 묘를 파헤친다니 놀랍다. 고인에게 영광스런 일인지, 수모가 되는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객관적 진실 규명인지 판단이 헷갈린다. 우리네 같으면 죽은이의 관 뚜껑을 열어 유골을 실험대상으로 삼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이도 동서양의 문화차이인 것 같다. / 임양은 본사주필
택시요금이 2천400원이거나 3천400원이 나오면 거스름돈을 600원 내줘야 하는데 500원만 주는 기사가 있다. 굳이 다투기 싫어 주는 대로 받고 그만 내리곤 한다. 거스름돈 주는 것을 꾸물거려 요금이 찰까닥하고 100원이 더 올라가면 오른 요금을 받기도 한다. 이 역시 잔돈을 주는 대로 받는다. 택시요금이 3천100원 오르면 3천원만 받고 100원은 안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불친절한 기사도 있다. 퉁명스럽기도 하고 거스름돈을 내주면서 뒷좌석의 손님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한 손을 뒤로 내민다. 그런가 하면 손님을 바라보며 요금을 두 손으로 받고, 거스름돈도 두 손으로 주는 기사들이 있다. 고맙습니다 하거나 안녕히 가세요 하는 인사를 들을 땐 수고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하는 덕담이 절로 나온다.택시를 타면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구린 입도 안 떼고 운전에만 열중하는 기사들이 있는가 하면, 손님에게 많은 말을 거는 이들이 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뭘 조용히 생각하려고 할 경우는 짜증이 날 정도다. 그런데 많은 말을 쏟아내는 말 중에는 세상만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적잖다. 물론 그렇지 않는 말들도 있지만 불평 불만으로 일관하는 것을 많이 본다. 일일히 대꾸하기가 귀찮아 아무 말을 않고 있으면 손님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기도 한다.택시를 타고나서 좌석 등 내부가 정갈스러우면 기분이 좋고, 불결하면 언짢다. 잠시 동안 타는 것이지만 깨끗하게 꾸민 정성은 역시 감동을 준다. 개인택시야 마땅히 정성을 들인다지만 법인 택시가 정갈스러울 땐 기사를 한 번 더 쳐다봐진다.지지대자는 부끄럽게도 승용차를 가질 형편이 안 돼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버스도 탄다. 서민의 애환이 담긴 버스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적잖으나, 택시는 기사와 맞대면 하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이들도 그렇지만, 특히 관용차만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더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사회 저변의 세상 물정을 직접 몸으로 느껴볼 필요가 있다.택시 기사들의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하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생을 많이 하는 분들이다. 택시 기사의 행복은, 이도 행복한 사회와 비례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임양은 본사주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를 둔 미생지신(尾生之信)고사 논쟁에 이어 이번에는 박 전 대표가 증자(曾子)의 돼지 고사를 들고 나왔다. 증자는 후세 사람이 붙인 존칭이고 본명은 증삼(曾參)으로 공자의 제자인 유학자다.증자의 아내가 저자에 가는데 아이가 따라가려고 해 갔다와서 돼지를 잡아줄터이니 집에 있으라고 한 것을 본 증자가 정말로 돼지를 잡은 것이다. 저자에서 돌아온 아내가 남편에게 아일 달래려고 한 것인데 정말로 잡느냐고 하자 증자가 아이에게 한 약조를 어기면 안 된다고 말 했다는 것이다.박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세종시 원안 고수의 이유로 들고 있는 신뢰를 비유해 증자의 돼지 얘길 들려 준 모양이다. 약속을 어기면 아이에게도 신뢰를 잃는 터에 하물며 세종시는 더 말할 게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그런데 후일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증자의 돼지를 이렇게 평했다. 믿음에 본연의 뜻이 없으면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면서 실행에 허망한 약조는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군자라 할 것이다라고 했다.고사 얘길 하는 김에 하나 더 들겠다. 송나라 양공이 지금의 중국 하남성에 있는 홍수란 곳에서 BC 638년 춘추전국시대 시절에 겪은 일이다. 송나라와 싸우던 정나라가 세가 불리해 초나라에 지원을 청해 원병이 홍수를 건널 것을 안 양공은 미리 매복해 있었다. 매복한 것 까진 좋았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이윽고 심야에 나타난 초군이 허둥지둥 물을 건너 장수들이 양공에게 공격 명령을 재촉했으나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는 전법은 비겁하다며 가만 놔두었다. 마침내 초군이 물을 건넌 뒤 전열을 가다듬기에 바빠 이런때 공격해야 한다는 주위의 충고에도 양공은 동등한 조건에서 갖지 않는 싸움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역시 묵살했다. 드디어 전열을 정비한 초군과 싸운 양공은 대패하고 말았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은 쓸모없이 어질고 쓸데없이 베푸는 아량을 비꼬는 말로 후세사람들이 쓰는 고사 숙어다.서구 속담에 약속은 지켜야지만, 좋은 약속이 있고 나쁜 약속이 있다. 나쁜 약속을 지키는 것은 좋은 약속을 안 지키는 것보다 더 나쁘다란 말이 있다. / 임양은 주필
독도(獨島)는 460만년 전, 울릉도는 250만 전에 생성됐다. 제주도가 120만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것을 고려할 때 독도는 우리나라 화산 섬 가운데 맏형뻘이다. 바다 위에 나와 있는 면적은 독도가 울릉도의 37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해저면적은 독도나 울릉도나 거의 비슷하다. 독도는 두 개의 섬(동도, 서도)으로 이뤄져 있는 것 같지만 두 섬 외에 89개의 섬이 있다. 모두 91개의 섬으로 이뤄졌다.독도는 표토가 30㎝도 안 되지만 50여종의 식물이 산다. 가장 많은 식물은 벼과식물이다. 억새와 비슷한 개밀, 돌피가 섬 주변에서 많이 발견된다.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발견되는 해국(海菊) 같은 국화과 식물도 많다. 현재 독도 섬위엔 독도경비대의 삽살개 2마리를 제외하고는 포유류가 없다. 독도의 특산종이었던 강치(물범의 일종)는 일본강점기 일본인들의 남획으로 멸종됐다. 다만 지난해 3월 부상을 당한 물개 한마리가 독도에서 발견돼 치료를 받고 다시 시베리아 쪽으로 떠난 일은 있었다. 물 위와 별도로 물 속엔 포유류인 고래들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대구지방환경청이 독도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해 조사해본 결과 척박한 바위섬으로만 여겨졌던 독도가 멸종위기 동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떠올랐다. 3일씩 3번에 걸쳐 9일 동안 독도에 머물며 조사했는데 식물 53종, 조류 38종, 곤충류 46종, 해양 무척추동물 30종 등 167종의 생물이 확인됐다. 이 중엔 기존 문헌에 없는 새로운 생물종이 16종이나 포함됐다.독도에는 각종 문헌에 어류 등 해양척추동물을 제외한 700여종의 생물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왔다. 생태환경이 뛰어난 독도이지만 그동안 예산 부족과 접안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독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짧아 독도 생물 조사는 세밀히 이뤄지지 못했다. 그만큼 독도 생태계의 실체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인 독도의 생태계가 더 많은 모습을 드러낼 걸로 기대된다. 독도의 대표 식물인 해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서식하고 있는 꽃인데 식물유전자(DNA)의 조사로 원산지가 한국임이 입증됐다. 독도는 과연 한국 땅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는 시린 한겨울 그린 그림이란 뜻을 지녔다. 얼핏 보면 썰렁한 작품이다. 휑한 화폭에 소나무, 잣나무 네 그루에 둘러싸인 초가집 한 채만을 물기 없는 먹으로 까끌까끌하게 그려 넣었을 따름이다. 마냥 쓸쓸한 느낌이 감도는 세한도는 그러나 최고 명작으로 꼽힌다. 그림이 사실적 형상이 아니라 작가의 인품과 학식, 인생 역경이 처절하게 녹아 있는 문인화(文人畵)이기 때문일 터이다.세한도를 추사가 어떤 구상과 창작 배경을 갖고 그렸는지는 수수께기였다. 어떤 경위로 그렸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었다. 1844년 제주에 유배 중이던 추사가 청나라 서적 등을 잊지 않고 보내준 역관 제자인 이상적(1804~1865)의 푸른 소나무 같은 정성에 보답하려고 그려줬다거나 후대 일본 학자 후지쓰카가 일본에 가져 갔다가 서예가 손재형이 2차 대전 공습을 피해 기적적으로 다시 갖고 들어왔다는 일화만 알려졌을 따름이다. 시거 150년이 지나도록 추사 그림과 관련한 기초적인 문헌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고서연구가 박철상씨가 세한도의 배경을 알아냈다. 20년 이상 추사 문헌 연구에 몰두해 온 박철상씨는 최근 출간한 저서 세한도에서 희귀고문헌 사료를 수집분석하면서 세한도 그림의 원형은 12세기 송나라의 대문인 소동파(蘇東坡)의 겨울 소나무 그림 언송도에 뿌리를 두었으며, 청년기 청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대학자이자 그의 스승이 된 옹방강의 서재에 들렀다가 본 언송도 관련 시에서 창작의 단초를 얻었다는 사실을 고증해냈다.박철상씨는 추사의 편찬서 복초재적구를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 스승 옹방강의 시와 시론들을 추려 해설한 이 문헌 서문에 옹방강 서재의 정경을 본 추사의 체험담이 실렸다. 바로 여기에 언송도에 대해 옹방강이 지은 시구가 나온다. 고목이 된 소나무는 비스듬히 나뭇가지 드리우고 집에 기대어 있네라는 고송언개전기호란 시구다. 세한도의 구도와 똑같다. 그러니까 세한도는 소동파의 언송도가 창작의 뿌리이며 스승 옹방강의 詩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이다. 세한도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소동파옹방강추사 선생을 만나고 싶어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세종시를 둘러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공방이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 논쟁으로 번졌다.노(魯)나라에서 미생이라는 사람이 사귀던 여자와 만나기로 한 곳이 어느 다리 밑이었다. 약속한 시각이 지나도록 여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신은 그래도 다리밑을 뜨지 않고 기다렸다. 시간은 점점 지나 애가 탔지만 오려니하고 참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대같은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하여 개울물이 넘쳤다. 빗속에서도 여인을 기다리던 미생은 마침내 홍수에 떠내려가 죽고 말았다는 고사다. 전국책(戰國策) 사기(史記) 등 여러 고전에 전해진 것으로 미루어 당시엔 꽤나 화제거리가 됐던 실화로 보인다.미생지신 논쟁의 발단은 정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신뢰를 내세워 반대하는 것은 미생지신과 같다며 박 전 대표를 꼬집은데서 비롯됐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발끈하여 미생은 신의가 두터운 사람으로 약속을 어긴 애인은 평생을 자책하며 살았을 것이다라고 응수했다.문제가 되는 것은 미생지신이란 말이 어떤 뜻으로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믿음을 지킨다는 것과 뭘 모르는 우직함 등 두 가지로 비유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긍정적이고 후자는 부정적이다. 정 대표는 비웃는 뜻으로 말하고 박 전 대표는 칭찬하는 뜻으로 말했다. 하나의 고사 숙어에 정반대의 두 가지 해석이 나오는 것은 흥미롭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신의로 보기보다는 우직하여 융통성이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쓴다.박 전 대표는 세상이 다 아는 차기 주자다. 정 대표 또한 차기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벌써부터 신경전이 날카로운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이를테면 죽마고우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이 정치판이라지만, 어릴적 친구끼리도 서로 등을 돌려 헐뜯는 비정이 야박하다. 당내 합의가 끝내 불가하면 당을 떠나라는 분당설까지 나온다. 두 사람의 사이는 미생지신의 뜻을 긍정적으로 보던, 부정적으로 보던 간에 미생지신의 관계가 아닌 것 같다. / 임양은 주필
죽기로 작심하고 대드는 사람은 당하기 어렵다. 자살폭탄이 이런 경우다. 자신은 살면서 상대를 해치는 공격엔 주저함이 있지만, 자신이 죽을 각오로 상대를 공격하는 덴 망설임이 없다.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탈레반 자살폭탄은 거의가 10대 청소년들이다. 지상의 삶은 낭비다. 자살폭탄 공격으로 죽으면 천국에 간다는 것은 탈레반의 자살폭탄 청소년들 교육 내용이다. 미국 CNN방송 인터넷판이 전한 한 자살폭탄 훈련기지에는 예쁜 처녀들이 우유와 꿀이 흐르는 강물에서 노니는 벽화와 함께 너희들이 희생하면 보답으로 저런 천국이 기다린다는 글귀가 쓰여졌다.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의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에 있는 이 탈레반 기지는 최근 파키스탄 정부군이 탈환했던 것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가난 등으로 절망에 빠진 청소년들을 자살폭탄으로 꾀어 외부와 단절된 세계에서 잘 먹이며 거듭된 감언이설의 세뇌교육은 10대들로 하여금 영웅심으로 들뜨게 한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자살폭탄의 연유가 이에 있다.이 바람에 미국이 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항공기 테러에 신경이 예민해 알몸 투시기가 없는 미국행 공항에서는 탑승객 전원에게 손으로 하는 보안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한 보도사진은 슬로바니아의 류블랴나브리닉 국제공항에서 남성 검색요원이 여성 승객의 가슴 속까지 수색하는 장면을 전했다.그런데 자살폭탄의 원조는 일본이다. 제2차대전 막바지 때 소년병들로 구성된 가미가제(神風)가 바로 자살폭탄이었던 것이다. 출격하면서 그들 천황의 어사주를 받은 소년병들이 폭탄을 가득히 실은 경비행기를 몰고 오끼나와 해역의 미군 군함에 투신, 배를 침몰시키는 것이었다. 군함에 충돌해도 큰불만 나고 침몰하는 비율은 낮았으나, 미해군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전쟁과 테러는 다르긴 해도 어떻든 자살폭탄의 원조는 일본의 가미가제다. 일본은 탈레반의 보복 대상은 아니어도 탈레반의 미국 공격에 덩달아 피해를 당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자살폭탄의 원조가 자살폭탄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임양은 주필
사람몸에 소금기가 모자라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능상실을 가져온다. 즉 현기증이 나거나 식욕이 없어지면서 피로감이 쌓인다. 정서불안도 일으킨다. 인체에는 약 100g의 소금이 있어 생체기능을 조절한다. 하루 평균 12.13g의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소금기를 너무 많이 섭취해 병을 일으킨다.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염분의 과다섭취에 기인한다. 의학계의 통설이다. 젊을적에는 염분의 과다섭취 폐해를 잘 몰라도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갖가지 성인병이 따지고 보면 과다섭취된 염분의 누적 때문이다.옛날 사대부 집에선 음식을 짜게 먹지 않았다. 우리의 전통 한식은 원래가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상민들 사이에선 가난하여 반찬을 아껴먹을 요량으로 짜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양반들은 짠 음식을 천대시했다.우리의 현대 음식이 짜게 된 것은 일상생활이 복잡다양해지면서 쌓이는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음식의 자극성을 기호하게 된데 연유한다. 싱거우면 음식의 맛을 모른다면서 짜야만 뭘 먹은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소금을 건강의 공적으로 규정, 모든 레스토랑 음식에 소금 함유량을 25% 줄이는 것을 의무화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미국인의 소금 섭취량이 1970년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의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뉴욕만 해도 15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치명적인 과다염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데, 이 같은 지나친 소금섭취의 80%가 외식에서 비롯된다고 보아 레스토랑의 음식 규제에 나선 것이다.뉴욕시의 소금과의 전쟁은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식생활의 기호를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다.그러나 우리 나라도 가령 덜짜게 먹기운동 같은 자생적 사회캠페인을 벌이면 성인병이 감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 임양은 주필
법무부가 2012년까지 인천 영종도에 국내 첫 난민지원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찾은 난민들에 대한 대책이 너무 미흡했기 때문에 더욱 반갑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래 지금까지 2천410명의 외국인으로부터 난민신청을 받았다. 이들 중 현재 145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했다.난민 인정률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부끄러운 6%에 불과하다. 난민 신청자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해 외국인의 인권을 경시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난민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난민지원센터는 2012년 말 문을 연다.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내에 들어 설 난민지원센터는 연면적 6천600㎡ 규모로 본관교육관생활관 등 3개 시설로 구성된다. 난민 인정 신청을 한 사람에게는 숙식 및 의료 서비스를, 난민으로 인정된 이들에겐 한국어 교육, 취업 상담, 사회적응 훈련, 정착 지원, 의료 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무적인 것은 인권침해 논란을 없애기 위해 폐쇄형 수용시설 대신 출입이 자유로운 개방형 시설로 조성되는 점이다. 난민 신청 후 심사 결정까진 1년 이상이 걸리지만 그동안에는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계 지원은 없고, 난민 인정을 받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 하지만 난민지원센터가 개설되면 어려움이 많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용인원을 150~200명으로 적게 예정한 점이다. 난민신청자가 2천410명인 데 비하여 수용인원을 너무 소수로 잡았다. 우려되는 일이 또 있다. 법무부는 당초 난민지원센터를 파주시에 설립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파주시의회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은 유감이다.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내에 짓는 걸로 계획을 바꿔 크게 걱정은 안 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부라도 반대론이 나온다면 낭패다. 난민의 보금자리를 처음으로 정부기관단지에 마련할 계획이라면 설계 전 건물 확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난민과 망명자를 많이 받아 들이는 나라일수록 선진국인권주의 나라다. 국가 위상도 높아진다. 난민지원센터의 건물 확장과 획기적인 운영계획을 기대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무료 교육정책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은 올해 월드컵 개최를 방해할 계획이라고 남아공 프리스테이트주 학생단체인 남아프리카학생회의(COSAS)가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지난 8일 앙골라에서 일어난 토고 축구 국가대표팀 피습사건을 자행한 테러단체 카빈다 소수집단해방전선(FLEC)도 또 한 번의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추가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토고 대표팀 선수단 차량은 10일 앙골라에서 개막하는 아프리칸 네이션스컵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콩고와 앙골라 국경을 건너던 도중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괴한들로부터 기관총 난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코치와 버스 운전기사 등 3명이 사망했고 토고 대표팀은 시합도 못하고 귀국했다.지난날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 넣었던 스포츠 테러는 뮌헨올림픽 테러다. 1972년 9월5일 새벽 PLO 무장게릴라 검은 9월단이 총기를 난사하며 이스라엘 선수 숙소를 순식간에 장악한 후 선수들을 인질로 잡고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제2, 제3의 테러로 이어졌다. 독일 정부는 검은 9월단 을 비밀리에 저격하기로 작전을 세웠다. 인질을 태운 헬리콥터가 한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순간 총격전이 벌어졌고 인질 9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신의 분노 작전이란 이름으로 보복테러를 감행했다. 1996년 하계올림픽이 열리던 애틀랜타 센테니얼파크에서 록 콘서트 밑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수 많은 사상자를 냈다. 지난해 봄 파키스탄에선 스리랑카 크리켓 대표팀이 버스로 이동하던 중 박격포, 로켓포 등으로 중무장한 복면괴한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 오는 6월 2010년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는 남아공은 불안한 치안 상황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성공적인 대회 개최 여부를 두고 의혹의 시선을 받아왔다. 남아공은 외교부가 여행 1급경보를 내릴 만큼 치안이 불안하다. 하루 평균 5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토고 축구 국가대표팀 피습 사건은 남아공 월드컵 안전에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한다. 남아공에서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한국대표팀 신변이 염려된다. 붉은 악마들이 태극전사 경호단을 겸했으면 더욱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솔까말(로) 안습(인데) 안물(다) 낱말 틈에 괄호를 넣어 참고토록 했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대들 사이에는 통한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눈물이 나는데 안물었다는 말이다.10대들의 언어가 은어로 정체불명의 낱말이 자꾸 생긴다.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흠좀무(흠, 그건 좀 무서워) 등이다. 심지어는 부호문자도 있다. ㄷㅊ(닥쳐) 등이다.이런 은어는 거의가 비속어인 데 문제가 있다. 욕말도 있다. 비속어나 욕말이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10대 사회다. 물론 친구간에 사이가 나빠서 비속어나 욕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친한 친구끼리도 쓴다. 말씨 습관을 해쳐 어른이 되어서도 고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은어의 낱말은 거의가 줄임말이다. 원인은 인터넷 채팅도 그렇지만 더욱 큰 것은 핸드폰 문자 메시지다. 지극히 제한된 핸드폰 화면에 되도록이면 많은 말을 송신하려다보니 낱말의 줄임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ㅈ랄(지랄) 등은 줄임말의 줄임말이다. 이 바람에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문자 메시지 교환을 적발한 선생님이 핸드폰에 찍힌 메시지를 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이 번역을 해줘야 비로소 알 수 있을 정도다.따지자면 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새로운 낱말이 많이 쓰이긴 한다. 시대적 생활환경의 변화가 그토록 발 빠르기 때문이다. 10대들의 은어 역시 이런 범주에 속하긴 해도, 말의 정체성을 해치는 은어가 사회 공용의 언어가 될 수는 없다.10대 사회의 은어가 걱정스럽긴 해도 좋게 타일러야지 나무랄 일은 아니다. 10대들을 탓하기 보다는 기성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 은어를 조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이 양산해내는 저속어다. 텔레비전에서 듣는 저속어에서 힌트를 얻는 은어가 적잖다는 게 10대들의 말이다.기성사회의 언어순화운동과 함께 학교에서의 언어정서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 말은 좋은 맘씨에서 비롯되고, 거친 말은 거친 맘씨에서 비롯된다. /임양은 주필
지금 우리 나라는 정치 사상적인 면에선 말할 것 없고 군사적인 면에서도 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인민생활에서는 걸린 것이 적지않다. 지난날 수령님께서는 늘 우리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여야 한다고 하셨는 데 우리는 아직 수령님의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최단기간 안에 인민 생활 문제를 풀어 우리 인민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살도록 하는 것에 대한 수령님의 유훈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한다 이상은 로동신문이 9일자 신문에서 눈보다 사나운 강행군 길에서 우리 장군님의 하신 말씀이라며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느 현지지도 시찰길에서 한 말을 인용 보도한 것 같다.흰쌀밥에 고깃국이란 말을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김일성 주석 생전엔 해마다 들었었다. 이밥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북녘 인민은 아직도 식량난에 허덕인다. 비단옷은 고사하고 넝마 같은 옷을 입는다. 지난달 21일 북쪽 선원 7명이 탄 배가 서해를 표류하다 구조되어 23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된 선원중엔 바지 엉덩이가 다 헤져 속옷이 비치기도 했다. 북녘에는 7월8일생이 없다. 김일성 수령이 작고한 7월8일을 생일이라고 감히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이전에 낳은 인민의 7월8일생은 18일이나 28일로 고치고, 사망 이후의 7월8일생 또한 부모들이 출생일을 바꿔 신고하고 있다.북녘 동포가 잘 살 수 있는 길은 개혁 개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중국의 개혁 개방 모델을 직접 가봐서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개혁 개방을 못하는 것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다. 나라안으로 개혁하고, 나라 밖으로 개방하면 주체사상의 유일주의가 위협받아 결국은 권력 세습이 붕괴된다. 이래서 고집하는 것이 우리식 사회주의다.북쪽 인민들은 지난 1월8일이 갑자기 휴일로 지정돼 쉬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 장군님의 생일이 1월8일인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스물여덟살이다. 평양정권은 공식 명절로 지정하진 않았으나, 김정은을 후계자로 옹립할 움직임이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북녘 동포들이 제발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되면 좋겠다. / 임양은 주필
안영(晏d)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대부다. 안자(晏子)라고도 한다. 영공장공을 섬긴데 이어 3대째인 경공에 이르러선 재상이 됐다. 평생을 근검하여 옷가지 하나를 십년동안 입곤했다. 그의 언행은 후일 공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후세 사람이 편찬한 안영의 언행록으로 안자춘추(晏子春秋)란 책이 있다. 내편 6편, 외편 2편으로 모두 8편으로 됐다. 유가뿐만이 아니라 묵자의 사상도 포함된 고전이다.안영의 마부가 한날 주인을 궁궐에서 퇴청시키고 집에 돌아가니 아내가 짐을 꾸리고 있었다. 마부가 영문을 몰라 물은즉 아내의 대답은 당신같은 사람과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내는 그러면서 어리둥절해하는 남편에게 그 연유를 이렇게 말했다. 아침마다 마차를 타고 조정에 나가는 주인은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데, 마차를 모는 남편은 호들갑스럽게 말을 다루며 위세를 떠는 모습이 꼴불견이어서 더는 같이 살 수 없으므로 헤어지자는 것이다.이에 마부 남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크게 깨달아 아내에게 잘못을 뉘우치고는 행실이 달라졌다. 그런 어느날 안영이 마부에게 마차를 모는 게 달라진 것을 이상하게 여겨 물으므로 그는 아내와 있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안영은 이야기를 다 듣고 네 아낙도 생각하는 범절이 예사롭지 않지만, 네 아낙 말에 이내 행실을 바로 잡는 너도 예사롭지 않다면서 마부 부부를 면천시켜 주었다.사람이 사는 이치는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이나 문명이 발달한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래서인지 호가호위의 위세는 지금도 병폐다. 요즘 62 지방선거의 여야 공천 문제가 지방정가의 화두로 떠오르기가 바쁘게 중앙의 실세나 유력자의 측근임을 내세우는 인사들이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들은 나홀로 측근일 뿐 실세나 유력자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다. 그 마부는 안영의 마차라도 몰았지만, 곁에도 가지않았으면서 실세나 유력자의 이름을 팔아대는 지방선거 지망생들을 보면 정말 꼴불견이다.더욱 중요한 것은 누굴 안다고 해서 공천이 되거나, 당선이 되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이를 모르면 마부의 아낙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임양은 주필
한 번 태어난 자는 한 번 죽어야 한다(G. 허버트), 1분마다 한 사람이 죽고, 1분마다 한 사람이 태어난다(테니슨), 나는 태어났을 때, 죽기 위해 태어났다(W.드러먼드)는 말처럼 사람은 생노병사를 거듭한다. 열자(列子)는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 중에서 죽음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고,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 중에서 삶보다 더한 것은 없다(人所憂者 莫急乎死 己所重者 幕過乎生)고 하였다. 사망은, 출생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비밀이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는 말은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경지이지만 범인들은 잘 헤아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가 최근 소개한 사람이 죽기 전 후회하는 스물 다섯가지가 공감을 준다. 사랑하는 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 두었더라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고향을 찾아가 보았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결혼했더라면. 자식이 있었더라면.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유산을 미리 염두해 두었더라면.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좀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이 죽기 전 마지막 후회다. 죽음을 앞두고 하는 후회는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행동들, 지금 당장 옮길 수 있는 사소한 실천들이다. 오츠 슈이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눈을 감는 순간에 당당하게 말한 말기 암 환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 나는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가. 죽을 때 후회하는 일 적게 만들기 위해서 새해부터라도 내남 없이 진지하게 살아야 할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그야말로 특별한 일이다. 헌정 사상 특정인 1~2명만을 대상으로 사면한 전례가 8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이념이나 정치 관련 연루자였다. 경제인이 단독 특별사면된 경우는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전 회장을 사면하면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느냐는 한 가지 문제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무엇보다)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이번 조치를 실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사면해준 사례는 과거 국내외에서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파리가 런던에 패하자, 프랑스 정부는 향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자격이 정지된 기드뤼 IOC 위원에 대해 2006년 5월 사면조치를 내려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박용성 전 IOC 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아 자격이 정지됐지만 2007년 2월 참여정부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사면한 바 있다.현재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우리나라와 겨루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두 명의 IOC 위원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 유치를 위해 설득 중이다. 우리나라는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뿐이다. 밴쿠버 IOC 총회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 전 회장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상황이 이렇게 긴박할 때 삼성 내외부에서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놓고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은 시기상조다. 재벌 보호라는 부정적인 여론과 반대가 적지 않았음에도 특별사면을 단행한 정부의 의지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 전 회장은 국민 염원이 걸려 있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만 오로지 전력투구해야 한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4개월 만에 단행된 특별사면에 보은하는 길이기도 하다. IOC위원 자격을 회복한 뒤 펼칠 이 전 회장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임병호 논설위원
올 겨울은 겨울답게 넘어간다. 어제 새벽은 수도권에서 겨울들어 가장 낮은 -15℃까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역시 절기 중에 제일 춥다는 소한의 맹위인 것이다. 눈 폭탄이 내렸던 것도 소한의 영향이다.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고 했다. 어제가 소한이었던 이번 주가 지나면 겨울 추위도 고비를 넘긴다. 오는 20일이 대한이지만 소한 같진 않을 것이다.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갔다가 추워서 도망쳐 나왔다는 옛말이 있다.이번에 내린 눈은 생활에 큰 불편을 주어 폭설이란 악명을 얻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눈답게 많이 내린 눈이다. 온 누릴 하얗게 뒤덮은 야외 설경은 가히 장관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봄에 보리농사가 풍년든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보리를 갈지 않아 풍년을 기대할 보리밭이 없다.눈이 와도 예전과 달리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그저 집안에 박혀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한다. 대자연속에서 추위와 맞서 놀이를 즐겼던 예전 아이들과는 다르다. 이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고 덩치만 클뿐 힘은 약하다는 말을 듣는다.설경은 장관이어도 눈도 옛날 눈이 아니다. 눈을 한 옹큼 쥐어 들여다 보면 잡티 투성이다.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을 입에 쑤셔대 먹곤했던 그런 눈이 아니다. 지금 내리는 눈은 먹으려고 해도 먹을 수가 없다. 대기권에서 오염됐기 때문이다. 우린 이런 공기속에서 숨쉬고 있다. 인간이 일으킨 재앙이다.인간은 변덕쟁이다. 겨울이 춥지않을 것 같으면 이상난동이라고 야단이고, 겨울이 추울 것 같으면 춥다고 또 호들갑을 떤다. 걱정되는 것은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겐 일거리를 공치는 이 겨울의 고비가 너무 길다. 겨울엔 또 생활비가 더 든다.겨울이 추운 것은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는 낮은 기온도 기온이지만, 사정없이 몰아치는 삭풍이 더 스산하게 한다. 겨울은 이래서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긴 하나, 더 춥고 덜 추운 게 마음에 달렸다.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워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임양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