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선거판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역선거7판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성 밀착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보다 훨씬 강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소속 정당 간 관계도 있지만 학연지연혈연 등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켰다. 이외에도 지인 간에 얽힌 패거리가 있는가 하면 이해관계가 설킨 집단이 또 있다. 그런데 이런 복잡다단한 관계 설정이, 돌아가는 선거판 형세 따라 뭉쳤다가 헤어졌다 하는 것이 무상하다.이목지신(移木之信)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나오는 고사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 때 민심이 흉흉하여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 풍조가 팽배했다. 한번은 관아에서 높이가 30자나 되는 거목을 남문에 세워놓고 이를 북문에 옮겨놓는 사람에겐 돈 십금을 주겠다고 방을 써붙였다. 그러나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거목을 북문에 세워놓고 남문으로 옮기면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역시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선거판의 불신 풍조가 고사의 이목지신과 비슷하다. 같은 정당에도 상대 정당보다 더 해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학연 또는 지연이나 심지어 혈연 간에도 적이 있는 것이 선거판이다. 이해관계 따라 이합집산을 일삼기 때문이다.이들은 서로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상대를 비방한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시어머니 말 들으면 시어머니가 옳은 것 같고, 며느리 말을 들으면 며느리 말이 옳은 것 같다는 옛말과 같다. 그러나 옳고 그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리를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없지않아 있다.하지만 선거판의 불신 풍조는 선거꾼들 다툼이다. 이런 다툼이 공식후보 등록일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질 조짐이다. 예를 들면 후보 단일화도 조사 내용에 부정이 개재됐다면서 불복할 수도 있다. 각급 지방선거 후보와 이들 세력의 이전투구가 공명선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다.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축제가 돼야 한다. 한데, 현실은 지역을 갈래갈래로 분열시키는 재앙이 되고 있다. 투표는 이에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들의 책임 이행이다. /임양은 주필

신유권자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으로 이번 62 지방선거부터 달라진 게 적잖다. 재외국민 투표와 외국인 투표는 그 가운데 포함된 주요 사례다. 물론 도내 유권자수 872만6천425명에 비하면 그 수는 미미하다. 재외국민 투표자수는 1만5천252명이고 외국인 투표자수는 1천615명이다.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외국인 투표다. 국내에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투표권을 갖는다. 이외에 결혼 이민자도 있다. 결혼이민은 귀화한 국민이므로 선관위가 따로 그 수를 파악하진 않는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이들의 참여를 돕기 위해 선거체험교실을 열어 계도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등 유권자들에게 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로 된 안내 책자도 만들어 배포한다. 남편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는 것은 지난달 27일 인천시 부평구 선관위가 마련한 모의투표장에 참가한 필리핀 이민여성의 말이다. 모의투표 안내교육은 경기도선관위에서도 각 지역선관위별로 실시하고 있다.다문화가정의 유권자들은 선거권만이 아니고 피선거권도 있다. 한나라당 경기도지부는 일본서 귀화한 이연화씨(52)를 도의원 비례대표 1번 순위로 내정했다. 앞으로는 지역선거구에 입후보하는 이민유권자도 나올 것이다. 10여년 후면 결혼이민 자녀들의 사회활동 또한 시작된다. 전국의 결혼이민자 110만명 중 경기도가 가장 많다.이젠 닫힌 개념의 순혈주의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열린 개념의 선린주의로 가야 하는 시대다. 오는 6월2일 투표소에서 어쩌면 피부색이 다르거나 낯선 귀화 유권자나 외국인 유권자를 만날 수 있다. 따뜻한 시선을 보내어 이들의 투표권 행사를 축하해줘야 한다.결혼이민이나 외국인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수에 비하면 미미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단 1표차로 당락이 갈리는 것이 선거다. 각급 선거의 입후보자들은 결혼이민자는 물론이고, 외국인 유권자 나아가 재외국민 유권자에 대한 공약 등 선거전략 개발의 신사고가 필요할 것 같다.다문화가정 주부는 우리 국민이므로 마땅하지만, 선거사상 재외국민이나 외국인 유권자 등 신유권자가 생긴 것은 처음이다. /임양은 주필

법치와 ‘떼법’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는 사실면에서는 잘한 일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학부형들이 알권리가 있다. 또 공급자인 전교조 교사 본인 입장에서는 직무관련의 소속 단체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것은 떳떳한 자세가 아니다.다만 서울남부지법의 공개 불가 결정을 어기는 것은 법률적 면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런데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또 서울남부지법의 1일 3천만원 강제금 지급 결정이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등 10여명이 그같은 강제금 결정에 발끈해 역시 자신들 홈페이지에 전교조 명단 공개 동조에 나섰다.법원의 그런 결정이 옳고 그름이 문제 아니다. 다른 판사가 맡았으면 명단 공개가 가하다는 결정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또 강제금 금액 1일 3천만원의 근거가 뭣인지도 의문이다. 공개 불가의 결정에 불복하는데 대한 감정적 대응의 인상이 다분하다.그러나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려고 들면 법치사회가 무너진다. 잘못된 결정일지라도 일단은 수용하고, 이의는 역시 법률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 순리다. 이러지 않고 떼법이 법치를 훼손하면 사회 불안의 요인이 가중된다.조전혁 의원이 고군분투한 것은 맞다. 그는 강제금으로 살림이 거덜난다해도 소신을 바꿀순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측의 화살 또한 빗발쳤다. 이를 딱하게 보다못한 동료 의원들이 혼자만 두들겨 맞게 놔둘 수 없다며 명단 공개에 동참한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역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을 온당하다 할 수는 없다.조전혁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법원의 명단 공개 금지 결정이 과연 정당한지를 묻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놓고 있다. 3천만원 부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기까지는 이제 명단 공개를 중단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떼법으로 일관해서는 정말 떼법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발목 잡히는 구실을 주기 때문이다. 이상한 결정이나 판결을 일삼는 판사는 법원의 일부 판사들이지, 다대수의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임양은 주필

‘유네스코 창의도시 이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2004년 10월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문화발전의 핵심적 요소인 창의성에 주목하며 궁극적으론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문화다양성 증진 및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을 목적으로 한다. 창의도시는 시민으로 하여금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계획하고, 창의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유기체로서의 창의성을 추구한다는 해석이 따른다. 예컨대 음악 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된 볼로냐(이탈리아), 세비야(스페인), 글레스고(영국) 등은 음악적 전통과 자산을 교육으로 산업으로 일궈내며 창의성을 확대하는 사례로 유명하다. 창의도시는 문학영화음악민속예술디자인미디어예술미식학 등 7개 분야로 구별된다. 현재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14개국 19개 도시가 지정됐다. 한국에선 아직 등록된 도시는 없지만 이천시와 서울시가 가입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전주시, 김해시, 대전시, 부산시 등 13개 도시는 준비 중이다.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로 신청한 이천시는 수천 년 동안 한국의 얼과 문화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민속공예, 도자 분야의 전통계승과 현대화에 성공한 고장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최고의 도자 생산지 가운데 한곳이다. 지난 1년 동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 본부(파리)로 부터 수차례에 걸친 서류심사와 자문 이행과정을 마치고 현재 NGO단체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자문위원회의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어 전망이 밝다.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면 네트워크 도시들과 상호교류가 확장되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지난 해 유치한 G20 정상회담, 2010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등 세계적 행사가 한국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이천시는 시 브랜드나 시격을 높여 미래의 도시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 물론 이천시가 창의도시 취지와 세계적인 격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되지만 경기도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창의도시가 생기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이천시가 세계적 문화 특화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여성공천 약속

올 초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효됨에 따라 62 지방선거부터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광역기초의원 중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는 게 의무화됐으나 무위로 끝날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나라당은 서울 3곳, 경기부산 각 2곳, 나머지 시도 각 1곳 이상에서 여성 기초단체장을 전략 공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당협위원장들의 반발로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용인시장의 경우 여성전략공천지로 선정했으나 예비 후보들의 반발이 심하다. 민주당도 인천 부평구청장 후보로 여성을 1명 전략공천하기로 했을 뿐이다.지방선거는 주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정치를 실현하고, 지역살림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자리다. 따라서 여성 후보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광역기초 여성의원 비율은 14.7%에 불과하다. 현재 16개 광역시도단체장 중 여성은 없다. 전국 기초단체장 228명 중 여성은 구청장 3명과 군수 1명뿐이다.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이렇게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여성정치인 숫자는 미미하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이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한국여성의 정치적 지위는 아직 열악한 수준이다.현 내각 장관 16명 중 여성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단 2명이다. 400여 여성단체가 참여하는 범여성계 연대조직인 2010 지방선거 남녀동수 범여성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당선가능한 우세지역에 기초단체장 20%를 여성으로 전략공천하고, 선출직 30%를 여성에게 할당할 것을 각 정당 지도부에 촉구했지만 반응이 미온적이다.62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대다수의 여성후보들은 본선보다 공천이 더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후보가 될 경우 당선을 자신한다. 승산이 있는 여성 후보가 없다거나 당내 반발이 심하다는 각 정당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62 지방선거가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남녀평등사회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여성공천 확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선심공약

지방선거의 각급 예비후보자들 현수막 글귀가 요란하다. 잘사는 새로운 ○○○를 만들겠다 검증된 일꾼, 새바람 일으킨다 아무개와 새 세상을 만들자는 요지 등 가지가지다.돈 안 드는 말이라고 제멋대로인 게 가관이군! 이런 냉소 어린 말을 뱉은 것은 어느 행인이다. 아무리 선거 표어라지만 건방지다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네가 뭣인데 어떻게 잘살게 만들고, 누가 일꾼으로 검증해 무슨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인지 뻥튀기가 심하다는 것이다. 제 따위가 뭣인데 새 세상을 만드느냐며 비꼬기도 한다.말하자면 연수표 남발이다. 그도 부도수표가 뻔하다. 진실성을 보이는 예비후보 현수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그마한 공약일지라도, 실현성 있는 눈에 띈 공약을 내건 선거 현수막은 없다. 과장과 과시욕이 꽉 찬 현수막뿐이다.그런데 서울대 총장 선거에 비전보다 선심만 요란이란 제목의 어느 신문기사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총장 입후보자가 세명인데 모두 연봉인상처우개선무이자 대출휴양시설 확충클린카드 제공 등 되지도 않을 사탕발림 공약만 내걸고 있다며, 정작 서울대 장기발전 논의는 외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인지 오는 5월3일 투표를 앞두고 가진 합동소견 발표장에 1천800여명의 전체 교수 가운데 50여명만 참석했다는 것이다.최고의 지성이라 할 서울대 총장선거가 이 모양이라면 실망이다. 대한민국 선거는 선심만 난무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지방선거에서 판치는 믿거나 말거나 선심은 당연할지 몰라도 민심은 아니다.분수를 모르는 선심공약은 거짓말이다. 유권자들은 안다. 거짓말 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줄 사람은 없다. 듣기 좋거나 그럴싸한 구호, 거창하고 현란하게 꾸민 현수막 치장에 넘어갈 유권자도 있지 않다. 대문짝보다 몇 배나 크게 만들어 내건 자신의 사진을 보고, 스스로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우리의 선거문화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동네선거이기도 한 지방선거부터 먼저 변화가 있어야 된다. 62 지방선거를 37일 남겨두고 있다. /임양은 본사주필

꽃게철

꽃게는 담백하면서 맛이 쫀득하다. 찌거나 찌게를 끓이기도 하고 게장을 담가 먹는다. 활어 수출품으로 주요 수자원이다. 연간 약 5억 달러의 수출고를 올린다. 밀물 때 헤엄쳐 들어오고 썰물 때 헤엄쳐 나가는 습성이 있다. 이를 이용해 조간대에 팔자형 둑을 만들어 양쪽 둑이 만나는 곳에 발을 쳐 잡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옛날 방식이고 지금은 정치망으로 잡는다. 서해 연안의 바다밑 20~30m 깊이의 모래질이나 진흙질 바닥에서 산다. 5월이 산란기다. 한 마리의 산란 수가 2만개를 넘어 번식력이 강하다.꽃게 잡이가 벌써 풍년이라는 소식이다. 알이 꽉 베긴 암꽃게 어획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옹진수협에 제철 들어 위판된 꽃게가 21만4천627㎏이다. 가격으로 치면 39억5천219만원 상당이다. 2002년 이후 8년만의 풍어다. 이 때문에 경매 낙찰가격은 좀 떨어졌지만, 어획량이 늘어 소득이 는 어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백령도는 북서해역 꽃게 잡이의 본거지다. 해마다 중국 어선들의 횡포로 애로가 많았다. 우리 어민들이 바다에 쳐 놓은 어망을 거둬가기도 하는 등 어장을 멋대로 침입했다. 대규모 선단을 이룬 그 같은 횡포는 가히 해적을 방불케 했다.꽃게만이 아니고 온갖 어류를 치어까지 싹쓸이 해가기 일쑤여서 어자원의 고갈이 우려될 지경이었다. 우리 해경이 단속을 하지만, 중국 어선은 단속을 피해 출몰하곤 했다. 그런데 올핸 중국 어선의 출몰이 뜸해졌다. 우리의 어장 외에도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고기잡이를 일삼던 중국 어선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천안함 사태 등으로 서해에 남북간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꽃게 잡이가 풍년인 덴 근 한달동안 계속된 천안함 수중 수색 및 선체 인양 등으로 중국 어선이 접근할 수 없었던 연유도 있다.앞으로 또 수중 파편 본격 수색, 폭발 원인 현지조사 등이 있어 중국 어선의 근접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천안함 침몰 직후 백령도 어민들은 한동안 출어를 못했다. 꽃게철 활기찬 소식이 듣기에 참 좋다. /임양은 본사주필

부자의 조건

우리나라에서 부자(富者)의 대명사는 경주 최부자다. 흉년이 들면 최부잣집은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곳간을 열어 양식을 나눠 주었다. 흉년은 부자들에겐 농토를 싼 값에 매입하는 좋은 기회이지만 최부잣집은 흉년에 절대 땅을 사지 않았다. 숙박시설이 여의치 않은 조선시대에 최부잣집은 수 많은 과객들의 쉼터였다. 노잣돈과 하루 양식을 챙겨 보냈다. 다른 지주들이 7할의 소작료를 받을 때 과감하게 절반만 받았다. 혁신적인 신농법을 도입하여 지주와 소작인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최부잣집은 명문가다. 경주 최부잣집의 파시조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최진립이다. 병자호란이 발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했을 때는 69세의 노령에도 출전을 감행, 순국했다. 일본강점기 시절 최부잣집 장손 최준은 백산상회를 운영하면서 독립자금을 마련했다. 815 광복 후엔 400여년 간 모아온 전 재산을 영남대학교 전신인 계림대와 대구대에 기부했다. 최부잣집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전설처럼 이어진다. 부자의 조건은 공익을 앞세울 때 더욱 회자된다.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빼 놓을 수 없는 욕망이다. 그렇지만 얼마나 많은 부(富)를 축적해야 부자반열에 오를 수 있는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미국의 경우 현금과 부동산, 주식 등을 포함해 보통 총재산이 우리돈으로 20억원은 있어야 부자축에 낀다고 한다. 미국은 전체 가구의 10% 정도인 890만 가구가 백만장자다. 미국에서 백만장자의 기준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순자산이 100만 달러가 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갈수록 소득 양극화가 이뤄져 중산층이 줄고 대신 부자와 서민들이 많아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은 재산 규모가 34억원이 돼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길리서치연구소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에게 전화로 질문하여 알아낸 부자의 조건이다. 남의 집에서 셋방살이만 하지 않아도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34억원은 천문학적 액수이지만 부자의 조건을 높게 잡는 걸 허황된 꿈이라고 할 순 없다. 우리 사회에 최부잣집 같은 부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동물보호법’ 위반

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여, 생명의 존중 등 국민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구제역 전염으로 살처분 당하는 가축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떠올린 동물보호법 제1조다. 제5조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한 경우에는 신속한 치료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올해 1월초 8년 만에 포천과 연천 등 2개 시군에서 발생했던 구제역(口蹄疫Foot-and-Mouth Disease)이 힘겹게 종식 선언을 한 지 16일 만에 재발됐다. 지난 8일 인천 강화군에서 구제역이 재발생하면서 전국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18개 농가의 소, 돼지 등 2만8천750여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20일 김포 월곶면에 이어 충남 보령시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구제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분류한 가장 위험한 가축전염병이다. 구제역에 걸리면 열이 오르고 입술, 잇몸, 구강, 혀, 코, 유두 및 발굽 사이에 물집이 생겨 치료가 불가능하다. 다행인 것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가축을 먹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물보호법 제6조는 누구든지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였고, 제8조도 동물을 죽이지 아니하면 안 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고통을 주지 아니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동물 학대를 금지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은 생매장 된다. 숨 쉬는 동물을 흙속에 파묻는 것은 잔인한 방법이다. 사람들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는 데도 처벌하지도 처벌받지도 않는다. 자식 같은 가축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하는 축산 농민들의 아픔인들 오죽하랴. / 임병호 논설위원

임수복

62 지방선거를 보면서 민선의 위력을 여러 가지로 실감한다. 장차관을 지낸 사람이 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얘긴 이미 했다. 새삼 생각하면 관선시절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장관을 시장으로 임명하면 좋게 그만두라고 하지, 사람 망신 주느냐며 펄펄 뛰었을 것이다.민선의 힘을 발견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임수복 수원시장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을 지낸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도 관선시절이 아닌 민선시대에 했다.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해 공석이 된 바람에, 행정부지사로 도지사 권한대행을 한 것이다. 잔여 임기가 1년이 안 되는 11개월이어서 보선 없이 권한대행체제로 갔던 것이다. 이 11개월의 도지사 권한대행은 과거 6개월이나 8개월의 단명 관선 지사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꽤 긴 기간이다.벌써 12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경기도의 고위 행정관료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욱이 거듭된 조기 명퇴바람으로 10여년 전에 비하면 상전벽해처럼 달라졌다. 도내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나선 고위 관료출신이 많다. 예전 같으면 임수복 수원시장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상사였던 행정관료들이다.민선의 힘은 바로 이 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등한 예비후보인 것이다. 절대 복종의 관계에서 대등 경쟁의 관계로 달라진 건 같은 민선의 예비후보인 데 있다. 지방자치가 없고 민선이 없으면, 감히 생각도 못 할 일이 현실화한 연유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인 것이다. /임양은 본사주필관료사회에선 엄두도 내지 못 할 대선배에게 도전하는 후배의 모습도 보기에 좋고, 후배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대선배의 열정 또한 보기가 좋다. 페어플레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민주주의는 부단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발전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역시 시련의 연속이 성장을 가져온다. 과거에 얽메이거나 시련을 두려워해선 밝은 내일이 있을 수 없다. 열심히 뛰어다니기를 주저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 임수복 예비후보 또한 대단하다./임양은 주필

여성 후보

어디 여성 후보 안 계십니까? 여야 정당이 여성 후보 모시기에 진땀을 뺀다. 지난달 12일 개정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군지역을 제외한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중 1명 이상은 여성을 공천 하도록 의무화됐다. 이를 어기면 해당 지역구의 모든 공천이 무효화된다.이렇다 보니 지방의원 여성 후보 공천 신청은 어서 오십쇼다. 인물을 따지고 자질을 검증하고 말것도 없다시피 됐다. 억울한 것은 남성 후보 공천 신청자다. 어느 곳에서는 시의원 2명을 그렇게 여성 후보로 공천하고 나니 남성 후보 신청자들의 반발이 나왔다. 10여년동안 당을 지켜온 우릴 제쳐두고 아무 기여가 없는 사람을 어떻게 공천할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이나마도 여성 후보 공천 신청이 없는데선 여성 후보감을 찾아 남편이나 시부모를 설득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으로 들린다.지방의원만도 아니다. 여야는 법정사항은 아니지만 기초단체장도 여성 후보의 전략공천을 독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얼마 전 기초단체장의 여성 후보 전략공천이 없는 시도는 공천의 일괄 비준을 유보하겠다고 밝혀 역시 여성단체장 후보 물색난을 겪고 있다.이 때문에 우려되는 것이 여성 후보의 품격이다. 물론 그 중엔 훌륭한 사람도 있지만, 의무공천에 묶여 흠결을 묻지 않고 무작정 영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선거법의 여성 후보 공천 의무화는 물론 나쁘지 않다. 여성의 지방정가 진출은 적극 신장돼야 한다. 문제는 인물난에 있다. 남성 후보에 비해 여성 후보의 인물난이 훨씬 심한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입법 취지는 이해하나 여성 후보 공천 미달에 공천 전원 무효를 담보로 규정한 선거법 개정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차후 국회의 재검토가 필요하다.사회 각계의 여성 진출은 활발한 것과 달리, 선거판엔 여성 진출이 위축된 덴 정치판이 거친 원인도 없지않아 있을 것이다. 정치의 순화는 이래서도 필요하다. /임양은 주필

이범관 의원

이기수 여주 군수가 지난 16일 졸지에 분당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그는 아마 이범관 국회의원을 원망할지 모른다. 돈을 안 받으면 됐지, 경찰까지 끌어들일 건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법리상 즉시 돌려주지 않고 나중에 돌려주면, 일단은 받은 것으로 보는 의심이 성립될 수 있다.이 군수 수행비서가 테이프로 봉인된 쇼핑백을 이 의원 비서에게 군수님의 기념품이니 받아두라며 전한 게 이날 오전 8시께다. 서울 서초동 커피숍에서 이 군수의 요청으로 잠깐 얘길 나누고 나온 이 의원은 기념품을 보고 수상히 여겼으나 이 군수는 벌써 떠난 뒤다. 이 의원 지시로 비서들이 이 군수 차를 추적한 곳은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지점으로 추적 30분 만이다. 톨게이트 현장에서 지원 나온 경찰이 의문의 기념품을 개봉하자 돈뭉치가 나왔다. 5만원짜리를 100장씩 묶은 돈다발이 40개가 들어 있었다. 2억원인 것이다. 현재 여주군수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는 이 군수를 포함해 4명이다.이 의원으로서는 황당할 것이다. 지역구 군수가 찾아와 만나자고 하는데 굳이 안 만날 수도 없어 만난 것이 하마터면 누명을 쓸 뻔 했으니, 사람 만나기가 겁날 것이다. 문제는 이 군수에게 있다. 경기도청에서 국장과 부시장까지 지낸 행정관료 출신이다. 이런 사람이 돈뭉치 로비를 시도한 것은 실망이다. 2억원의 출처도 의심된다. 그 역시 기념품으로 받아 챙긴 돈이 아닌가 싶다.하늘의 그물코가 엉성한 것 같아도 걸러낼 것은 결국 걸러낸다고 했다. 노자(老子)에 나오는 말이다. 잘은 몰라도 그날 아침 이 군수는 이 의원을 찾아 앞으로 잘할 테니 공천을 받도록 부탁한다고 했을 것이다. 물론 돈을 보면 퇴짜 놓을 것이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사람을 잘못 봤다. 이범관 의원은 대구지검 검사로 출발하여 인천지검검사장까지 지낸 원로급 검찰 출신이다. 사석에선 다정다감해도 일처리는 칼날같아 공사가 분명하기로 정평났었다. 검찰을 떠나 변호사 일을 하면서도 소신에 맞지 않은 사건은 선임료를 많이 준다 해도 맡지 않고, 딱한 사건은 도와주곤 했다.돈뭉치를 어쩔 수 없이 경찰에 넘기긴 했어도, 이 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이 신청된 것을 안타깝게 여길 것 같다. /임양은 본사주필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는 병의원에서 간호 및 진료 업무를 보조한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간호사와 구분되지만 각 시도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학과교육과 실습교육을 이수한 의료인이다. 그러나 임금이 너무 적다. 또 지나친 격무에 시달린다.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본인의 건강은 물론 환자의 진료치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간호조무사를 고용한 전국 병의원 중 표본 927곳에서 근무하는 2천181명을 상대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10명 중 6명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은 1주일 40시간, 하루 8시간이며 미리 합의하면 주당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57.8%가 주당 40시간을 넘겨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시간 4시간 당 30분 이상의 법정 휴게시간을 부여받는 간호조무사의 비율은 58.1%였으나 30분 미만이거나, 휴게시간이 전혀 없는 경우, 30분 이상이나 실제로 쉬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1개월 개근하면 쓸 수 있는 하루의 월차 또는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간호조무사들도 적지 않다. 근로기준법을 일부 병의원들이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박봉도 큰 문제다. 간호조무사의 연간 임금수준은 1천500만~2천만원 미만이 42.6%, 1천200만~1천500만원 미만 36.0%, 1천200만원 미만 8.4%, 기타 13.0%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병의원별, 근무연한에 따른 차등은 있겠지만 백의의 천사들의 노고에 비해 임금이 너무 초라하다. 간호조무사들의 제일 큰 희망사항이 임금 인상인 것은 당연한 요구다.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의료기관 노무관련 표준지침을 전국 시도의사회에 배포하면서 근로계약서 체결 등 법적 요건 준수를 당부한 일은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간호조무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병의원들의 실천이 관건이다. 밝은 사회를 위하여 간호조무사들의 처우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안경의 멋

1994년 윤석호 PD는 자신이 연출하는 청춘드라마 사랑의 인사의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용준이라는 청년을 눈여겨봤다. 윤 PD는 눈매가 날카로웠지만 훌륭한 미소를 가지고 있던 그에게 안경을 한 번 써볼 것을 제안했다. 배용준은 사랑의 인사에서 지적인 대학생을 연기했다. 시청자들은 처음 보는 이 단아한 청년에게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배용준은 안경으로 인해 부드러운 매력을 가질 수 있었다. 젊은이의 양지에서도 안경 쓴 모습을 통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배용준은 수 많은 드라마에서 안경을 쓰고 연기해 호감을 샀고 최고의 한류 스타 자리에 올랐다. 안경은 이렇게 용모를 변화시킨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인구의 45~50% 정도가 안경을 쓴다는 조사결과가 2005년 대한안경사협회에서 나온 적이 있었다. 공부를 하는 20대 이하는 48%, 노안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50대 이상은 50% 정도가 안경을 착용한다고 한다. 안경은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지만 멋으로도 애용한다. 특히 연예인들이 착용하는 안경은 유행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설 연휴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안경을 계속 착용하는 것에 대해 얘기가 많다. 당초 눈 보호를 목적으로 1~2주일 쓸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었으나 인상이 부드러워졌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미국 방문길에도 안경을 썼다. 이 대통령의 안경에 대한 평가는 긍정론이 우세한 편이다. 강한 인상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링컨 대통령도 초등학생으로부터 수염을 기르는 게 낫겠다는 편지를 받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해 호평을 받았다면서 안경 착용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딸들이 안경 쓴 아버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새 안경을 선물하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이 안경을 벗지 못하는 이유라고 한다.국가 최고지도자의 추진력과 카리스마의 이미지를 안경이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요새는 안경을 안 썼을 때의 모습이 되레 이상하게 보인다. 안경 쓴 이 대통령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 임병호 논설위원

빅3 협약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구축은 오랜 현안이다. 서울지하철 4567호선의 경기도 연장을 비롯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광명역 연장이나, 제2경인고속도로 강남 순환선 연결 및 제3경인고속도로 구간 연장 등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등도 시급한 과제다. 수도권 규제 완화한강지천 수질개선수도권 관광협의회 구성수도권 일자리 창출 공동협력 증진 역시 전부터 있어온 말이다.그러나 지난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3개 광역단체장들이 이를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은 좀 생뚱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들은 모두 오는 6월30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광역단체장들이다. 지금까지 뭘하고 있다가 임기 말에 중장기 계획을 협약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이들 또한 62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들로 모두 한나라당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안상수 인천광역시장은 이미 공천이 확정됐고,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다른 당내 예비후보와 경합 중인 유력자다.결국 이런 협약 내용을 유권자들이 기대할 것 같으면 선거에서 표를 찍어달라는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협약이라기보다는 공동공약으로 발표하는 것이 솔직하다.수도권 광역행정 협의를 위한 법정기구로 수도권행정협의회가 있다. 이번 협약에 담은 내용들은 협의회에서 다룰 사안이다. 그런데 협의회 운영이 사실상 형해화하여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그동안 수도권행정협의회 한 번 제대로 갖지 않다가 갑자기 발표되는 수도권 광역경제권 발전 협약이란 게 듣기에 영 어색하다.모든 일엔 수순이 있다. 예컨대 바둑에도 돌이 놓인 모양은 같아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먼저 두어갔느냐에 따라 세력의 영향이나 돌의 사활이 달라진다. 수순의 이치는 바둑만이 아니다. 세상사가 다 마찬가지다. 빅3의 광역단체장 모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협약 체결은 급조된 감이 짙다. 내용은 좋지만, 시기나 방법 등에 수순이 틀려 얼마나 신뢰성을 얻을 것인지 의문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백령도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191.4㎞ 떨어진 최북단의 섬 백령도(白翎島), 지금은 옹진군에 속하지만 625 이전엔 황해도 장연군에 들어 있었다. 면적이 45.38㎢로 우리 나라에서 14번째 큰 섬이다.토기며 석기 등이 발견된 백령도 패총은 선사시대의 유적지로 유명하다. 수산물이 풍부하여 선사 인류의 보금자리가 됐던 것이다. 지금도 까나리멸치홍어가자미 등이 많이 잡히고 전복굴홍합미역 등이 채취된다.백령도의 섬 이름 유래로 이런 전설이 전한다. 한 선비가 황해도 어느 고을의 사또 딸을 연모하여 마침내 둘이 장래를 약속한 사이가 됐다. 그러나 이를 안 사또가 둘을 갈라놓기 위해 딸을 외딴 섬으로 보냈다. 선비는 백방으로 연인을 찾았으나 행방을 알 수 없어 실의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날 하얀 학이 종이를 물어다 주는 꿈을 꾸었는데 해상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선비는 꿈속에서 본 약도를 되살려 배를 타고 찾아 헤메다가 마침내 연인을 발견하게 됐다. 결국은 사또도 딸과 선비의 혼인을 허락하여 단란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비가 연인을 찾은 곳이 지금의 백령도다. 백령도의 령자는 한문으로 날개깃 령이다. 그러니까 흰 날개깃은 선비가 꿈에서 본 하얀 학(백학)을 상징하는 것이다.차돌석은 백령도의 명물로 차돌이 가는 모래가 된 지역이다. 5억년 이상되는 풍화작용의 세월이 고여있는 곳이다. 오랜 침식으로 기복이 형성된 기암 괴석 등 수려한 경관이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이런 해안선이 56.75㎞에 이른다.백령도가 뉴스에 자주 오른다. 천안함 폭발 침몰사건 이후, 특히 날씨 소식이 민감해졌다. 백령도 서남 1마일 해상에서 침몰된 천안함 함미며 함수를 인양하는 덴 날씨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좋은 날씨가 계속돼 인양이 순조로우면 좋겠다.그래야 백령도 어민들도 어로작업에 활기를 띈다. 4월은 까나리철이다. 한창 제철인데도 천안함 사태로 어선이 제대로 출어를 못했다. 5월이 되면 또 꽃게철이다. 백령도가 빨리 안정을 되찾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임양은 본사주필

공천전쟁

오는 5월13일부터 이틀간 62 지방선거 각급 입후보자의 공식 등록이 시작된다. 이제 30여일 남았다. 각 정당공천 또한 곧 마무리 짓는다. 정당마다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요즘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자들이 애간장을 이만 저만 태우는 게 아니다.공천 신청자는 저마다 돌아가는 낌새를 귀동냥 하기에 바쁘다. 아침 저녁으로 듣는 소리가 흐렸다 개었다 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예비후보자들이 적잖다. 그러나 공천이 안 될 것으로 아는 신청자들은 거의 없다. 딴엔 다 줄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천 신청자의 부탁을 받는 유력자 치고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공연히 인심을 잃을 것까진 없다는 심산에서다.그렇다고 공천을 장담하지도 않는다. 최선을 다 해보겠다 잘 알겠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는 식으로 둘러댄다. 공천이 안 될 것을 감안해 말꼬릴 잡히지 않을만한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부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공천이 된다는 걸로 믿고 싶어 한다.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낙천은 중도 포기에 깊은 상처가 된다. 자신의 측근과 주변 사람들에게 공천을 받을 것처럼 밝힌 체면이 손상될 뿐만이 아니라, 그 간의 예비후보 활동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공천은 잘된 공천이 있는 반면에 잘못된 공천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천이 잘 됐던 못 됐던 뒷말은 나온다. 수명의 경합자 가운데 되는 사람은 한 명 뿐이고, 안 되는 사람은 여러명이어서 안 된 사람 입에선 좋은 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다.공천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공천을 빌미 삼는 브로커도 없지 않은 걸로 들린다. 예비후보자들의 초조한 심정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런 브로커에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근래 정당마다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비선 전화만 이용하고, 번호가 알려진 핸드폰은 전원을 아예 꺼놓거나 잘 모르는 발신 번호 전화는 받질 않는다. 정당 사무실에도 잘 안 들어간다. 공천전쟁의 계절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동춘 서커스단 수원 공연

우리나라 최초의 동춘 서커스단은 역사가 꽤 깊다. 일본인의 서커스단 직원이었던 동춘 박동수씨에 의해 1925년 목포에서 창단됐다. 동쪽의 봄이란 뜻을 가진 동춘은 일본 서커스단에서 독립, 조선인들로만 서커스단을 창단했다. 일제강점기에서 독립한다는 민족혼도 깃들어 있었다. 단원이 250여 명에 달했던 1960년대엔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TV가 없던 시절, 서민들의 최고 볼거리는 서커스였다. 그 시절 서커스단은 단순히 곡예만 보여주지 않았다. 마당놀이가 펼쳐지고 창극이 펼쳐졌다, 연극도 무대에 올랐다. 서커스단이 없으면 마당놀이패든 창극단이든 대중 앞에 설 수가 없었다. 지금의 대중문화는 서커스단 천막 안에서 성장의 틀을 움 틔운 셈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16개의 서커스단이 남녀노소를 울리고 웃겼다, 동춘 서커스단은 배삼용이주일허장강장항선서영춘남철남성남 등의 스타를 배출해내는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집집마다 TV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서커스에서 멀어져 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춘 서커스단도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 왔다. 작년말 해체위기에 처한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서커스단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한국마사회의 도움으로 서울경마공원 내 주차장 부지에 상설공연장을 마련함으로써 떠돌이 서러움을 면케 됐다. 연중 무휴로 매일 3회 공연을 하는 동춘 서커스단이 무대를 5개월간 수원으로 옮겼다. 경기관광공사가 TV드라마 촬영장이었던 광장을 거의 무상으로 빌려준 덕분이다. 지난 1월 12일부터 수원 장안문 옆 넓은 공간에서 6월 12일까지 공연한다. 50여명의 단원이 오후 2시, 4시30분, 7시30분에 펼치는 진기묘기 곡예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초대 박동수 단장, 2대 박영조 단장에 이어 현재 동춘 서커스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서커스에 대한 열정 하나로 40년 가까이 동춘을 지켜온 박세훈 3대 단장이다. 서커스에 매료돼 고교 졸업과 동시에 동춘 서커스단원이 된 사람이다. 40대 이상이면 거리를 누비던 서커스단의 트럼펫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동춘 서커스단이 옛날을 회상케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구밀복검(口蜜腹劍)

오진환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공보처 장관을 지내면서 정치인과 겪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육두문자를 써가며 누굴 욕하다가도, 정작 그 사람이 나타나면 어깨를 감싸면서 우린 보통 사이가 아닌데라며 태도가 표변한다는 것이다. 그런 게 정치라면 나는 정치인은 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구밀복검(口蜜腹劍)이란 말이 있다. 입으로는 꿀처럼 달콤한 말을 하면서도 뱃속엔 상대를 해칠 칼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당나라 현종조 재상이던 이임보에 관한 고사다. 양귀비에 현혹된 현종을 제쳐두고 온갖 전횡으로 수뢰를 일삼으면서, 이를 탄핵하는 충신에게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하면서도, 맘속으로는 제거할 궁리를 만들어 주살하곤 한 데서 유래됐다. 중국이 원나라 때 열여덟 나라의 사서를 모아 만든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전한다.62 지방선거를 맞아 정치권의 구밀복검이 더 심해졌다. 중앙정치권은 중앙정치권대로, 지방정치권은 지방정치권대로 그렇다. 예컨대 같은 지역의 자치단체장 예비후보끼리는 정적이다. 이런데도 서로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는 것은 모양새는 좋으나, 속으로는 칼을 가는 사이다. 상대가 있는 데선 덕담을 하고도, 돌아서서는 악담을 퍼붓는다. 자치단체장 예비후보만이 아니고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또 예비후보들만도 아니다. 예비후보 참모들인 선거꾼끼리도 사정은 비슷하다.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 판도 역시 다르지 않다. 입으로는 서로 단일화를 말하지만, 자신이 양보하는 것은 생각조차 않는다. 저마다 상대들이 물러가는 단일화만 염두에 두고 단일화를 외친다. 이래서 단일화 논의를 위해 서로 만나면 얼굴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지만, 맘속으로는 상대를 물리칠 칼 가는 궁리에 바쁘다.수원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한 유력 인사가 아깝게 실패하고도 시장 선거 등 선거 때면 으레 매스컴에서 후보군으로 거명되곤 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거, 그것 두 번 다시 치를 게 못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고위 공직자 재산

해마다 신고하는 고위 공직자 재산을 보면 괜히 화가 치민다는 사람이 많다. 서민들은 1년에 단 천만원을 저축하기도 힘들다. 천만원은 고사하고 오백만원을 모으려해도 콩나물 반찬값을 깎아야 할 만큼 빠듯한 살림을 살아야 한다.그런데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들은 어떻게 재산을 불리는지 해마다 늘린다. 늘려도 수천만원대가 아니다. 수억원은 약과고 수십억원을 늘리기도 한다. 물론 급여를 모으는 게 아니다. 지니고 있는 부동산 시세가 올랐다고도 하고, 주식이 대박 터졌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면 부동산 투기꾼이고, 주식 투기꾼인 것 같다. 고위 공직에 앉았으면 그 같은 투기가 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재산 증식이 어찌 그 같은 방법 뿐이겠느냐는 것이 서민들이 갖는 의문의 시선이다.오두미(五斗米)란 옛날 중국 관리의 월급이다. 한달 급여로 쌀 다섯말을 주었다. 진(晋)나라 사람으로 전원시인의 명성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도연명(陶淵明)이 마흔살이 넘어 벼슬길에 들어 겨우 고을의 현령이 됐다. 부임한지 얼마 안돼 상급 관청에서 오늘날의 감사관인 독우가 내려온다는 기별에 관원들이 현령에게 마중나가 현신하길 재촉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 독우는 보잘 것 없는 고향 사람으로 돈을 주고 관직을 산 위인이었다. 도연명은 크게 탄식하며 내 어찌 오두미 때문에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히겠느냐면서 사직서를 내던졌다. 이때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시가 유명한 귀거래사다. 돌아가자, 전원이 장차 묵으려 하거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는 귀거래사의 첫 대목이다.옛날 중국 관원의 월급은 비록 쌀 닷말이었지만 잘먹고 잘산 부호들이다. 딴 수입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도연명은 오두미밖에 몰라 현령 자리에 연연할 수 없었던 것이다.지금의 우리 고위 공직자 급여는 오두미에 비할 수 없이 많긴하나, 상상을 불허하는 재산증식은 서민 상식으로는 납득하기가 힘들다.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에 서민들 화가 치밀지 않는 세상은 언제쯤일까?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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