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국내 프로야구 누적 관중이 1억명을 돌파했다. 지난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행운의 1억명 째 관객으로 평생 입장권 등을 탄 주인공은 안백철군(13갈산중1)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프로야구 출범 28년 2개월3일만에 1만3천865게임을 치렀다.돌이켜 보면 1982년 3월27일 프로야구가 시작됐던 당시에 비해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프로야구는 전두환 5공 정권의 산물이다.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가 많았던 당시 국민사회의 회의심을, 스포츠로 희석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프로야구다. 88서울올림픽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올림픽 유치를 성공시켰다.5공 정권이 재벌들에게 프로야구단 창단을 강제적으로 할당시킨 것이 프로야구 출범의 배경이다. 관객 동원의 성공 여부도 미지수였다. 물론 야구계는 프로야구 창설을 환영했으나, 실업단 선수들을 프로야구로 바꾼 그 얼굴이 그 얼굴이어서 과연 프로의 흥행성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었던 것이다.그런데 막상 서막을 연 프로야구는 대성공이었다. 흥행이 걱정됐던 프로야구가 막상 스포츠 팬들의 인기를 끈 덴, 실업단 선수에서 프로 선수로 얼굴을 바꾼 김봉연김재박장효조이만수박순철최동원 등 초대 스타 플레이어들의 눈부신 활약이 컸다. 물론 이밖의 다른 선수들도 기여가 많았다. 프로야구 초대 선수들은 아마추어급인 실업단 선수에서 프로선수로 전향하면서, 프로답게 변모된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피눈물 난 심신 양면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전두환 정권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프로야구단을 만들었던 재벌들이 뜻밖의 재미를 보게 되자, 뒤이어 창단을 희망하는 기업이 는 사실이다. 그러나 팀 창단에 제한을 두게되어 기존의 프로야구 창단이 프리미엄화한 복덩어리가 됐었다.누적 관객 1억명은 어마 어마한 수다. 국내 인구 4천800만명 중 경기장 관객 대상을 약 절반으로 잡아도 1인당 4회 이상 찾은 셈이다. 더욱 아이러니컬 한 것은 독재 권력이 만든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뿌리 내린 사실이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도 이제 30년을 앞두고 있다. 성숙된 연륜이다. / 임양은 주필

시민단체

시민단체는 임의적 공익단체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시책을 비판 견제하는 제3의 감시자 역할이 소임이다. 사회복지를 구현하기도 한다. 시민단체는 곧 시민운동의 추진체다.선진국이나 사회복지가 발달한 국가사회일수록 시민단체의 시민운동이 왕성하다. 국내 역시 각 분야별로 많은 시민단체가 있다. 그러나 얼마나 제구실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양적으로는 많지만, 질적으로는 낮은 것이 국내 시민단체의 대체적 수준이다.시민단체의 정체성과 봉사, 대중기반의 재정 다각화, 기술적 전문성과 전략적 지식은 3대 자율 요소다. 즉 지향 목표가 뚜렷하면서 이를 봉사정신으로 추진해야 된다. 뭣을 하는지 잘 모르는 시민단체는 유령단체다. 봉사가 아닌 생업 수단으로 하는 시민단체 또한 사이비다.시민사회의 후원금 없이 정부 등 보조에 의존하는 시민단체 역시 시민단체가 아니다. 기술적 전문성과 전략적 지식없이 상식적 수준의 지식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도 자격 미달이다. 대체로 나홀로 시민단체 등이 이에 속한다.시민단체는 시민사회의 감시자란 것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앞서 밝힌 시민단체 자율성의 3대 요소다. 이를 충족하는 시민단체의 시민운동은 긍정적이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충족 미달의 시민단체 시민운동은 부정적 영향의 폐해를 사회에 끼친다.유의할 것은 시민단체의 권력화다. 특히 환경분야에서 이 같은 경향이 심하다. 시민단체의 시민운동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헌신이 본질이다. 정부나 자치단체 또는 특정 기관의 선민적 우대에 도취해서는 순수성을 상실한다. 우리 사회가 시민단체 시대이긴 하나, 과연 시민단체다운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문제엔 고민해야 된다.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한 시민단체 운영진이 후원회비로 거둔 7천580만원 가운데 5천300만원을 술값이나 자녀 유학비, 개인빚 갚기 등에 쓴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를 받고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임양은 주필

폐목 수거대책

산림청은 올해 360만㎡ 가량의 원목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엔 약 318만㎡의 원목이 생산됐다. 하지만 원목 생산시 발생되는 나뭇가지, 단목(短木) 등 벌채부산물이 3분의 1에 달한다. 이것이 산속에 그대로 버려진다. 원목을 생산할 때 나오는 잔가지 등은 상품가치보다 수거 투입비용이 훨씬 많아 임지(林地)에 버려진다. 매년 벌채가 진행됐음을 감안하면 수백만, 수천만㎡의 임지잔재가 산속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그린밸트 해제로 인한 각종 개발과 골프장 건설 때 나오는 양까지 합하면 더 많다.문제는 산속에 방치된 임지잔재다. 산불발생과 산불확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큰 비가 오면 산밑으로 쓸려 내려오기도 한다. 나무를 다시 식재할 면적의 15% 이상을 잠식하여 중장기 산림자원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임지잔재도 정부 예산을 투입해 산밑까지 수거하기만 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다.산아래에서 고성능 이동식 파쇄장비를 할용해 목재칩이나 톱밥으로 만들면 파티클보드업계나 연료로 사용하는 업계, 축산농가 깔개용, 농가 유기질비료용 등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산에 방치된 폐목재를 활용하면 12%에 머물고 있는 국내 목재자원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 만성적인 원재료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목재나 제지,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원료 공급도 원활히 할 수 있다. 현재 총 5개의 신재생 에너지 업체가 가동되고, 파티클보드업계 생산물량이 증대됨에 따라 지난해 20만t 정도가 부족했지만 올해는 54만t이 부족할 전망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목재로 쓰이려면 최소한 15년은 걸린다. 귀중한 나무가 베어진 이상 손실 없이 사용되기 위해선 폐목재를 다시 물질로 재활용해 쓸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폐목재 재활용은 나무 심기 만큼 중요하다. 부족한 목재자원의 공급 확대와 소중한 산림 자원이 버려지는 것 없이 알뜰하게 이용되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임지잔재 수거를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은 벌목 후의 임지잔재 수거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천 수양버들

강변이나 천변, 호반의 버들은 그 자태가 곱다. 수양버들, 능수버들로 구분할 필요도 없다. 봄날의 버들은 더욱 순결해 보인다. 휘휘 늘어진 가지는 바람이 불어도 엉키거나 설키지 않는다. 그럴수록 여인이 긴 머리결을 빗질한 듯 가지런해진다. 아름다운 여인의 호리호리한 허리를 유요(柳腰)라고 버들 유자를 쓴다. 중국의 17세기 문장가 장조(張潮)는 꽃 같은 얼굴, 새 같은 목소리, 달의 혼, 버들가지 같은 몸매, 가을 호수 같은 맑은 아름다움, 경옥 같은 뼈, 눈 같은 하얀 피부, 詩의 마음을 갖고 있어야 미인이라고 하였다. 스스로 관직을 버린 후 귀향하며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도 유명하다.조선 4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인 상촌(象村) 신흠(申欽)은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고 버들을 찬미했다. 홍랑의 시조에 나오는 버들은 애절하다. 함경도 명기 홍랑은 조선 중기 문장가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을 은애하였다. 북평사로 경성에 머물던 고죽이 귀경하게 되자 영흥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비 오는 함관령에 이르러 멧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 자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 밤비에 새 잎 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라고 애달픈 심사를 읊었다.수원시(水原市)의 옛 지명은 수주(水州)다. 유경(柳京)으로도 불렸다. 수원 각처에 버들이 많은 데서 유래한다. 수원천은 대천(大川)망천(忘川)화천(華川)이라고 한다. 화홍문(華虹門북수문) 일곱 개 수문을 거쳐 다시 남수문(南水門)의 아홉 개 수문을 지나 남쪽으로 흐르는 수원천 양쪽에 줄지어 선 수양버들은 가경(佳景)이다. 수원팔경 중 하나인 남제장류(南堤長柳)다, 지금의 세류동(細柳洞) 이름이 원래는 버드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버들이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화홍문~매향교(화성박물관) 구간 수양버들이 옛날을 회고케 한다. 그런데 수양버들을 가지치기했다. 나무의 키도 잘라 놨다. 수원팔경의 수양버들을 전지(剪枝)하다니 개탄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길거리 선거운동

길거리 선거운동이 점입가경이다. 수십명의 젊은 여성 선거운동원이 줄지어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은 보통이고, 이색 옷차림이나 후보자의 동영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같은 후보자가 시내 요소마다 이 같은 선거운동을 벌이는 사례가 허다하다.그래서 과연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길에서 후보자의 명함을 주는 것조차 선듯 받아쥐지 않고, 그냥 스치기가 예사인 유권자들이다. 그 명함의 주인공을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 쓰레기통에 버릴 명함을 받길 아예 귀찮아 하는 것이다.하물며 길가다가 서서 선거운동의 퍼포먼스나 동영상을 지켜보고 표를 줘야겠다고 맘먹는 유권자는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또 모르겠다. 백중지세의 싸움에서 기세를 잡기 위한다면 그럴 수 있겠으나, 객관적으로 보아 그러잖은 후보자의 선거운동원 대거 동원을 보면 보기에 안타까울 때가 있다.길거리 선거운동원 동원에 들어가는 돈이 보통 한 사람당 하루에 10만원꼴이다. 일당 7~8만원 외에 점심, 저녁 등을 먹여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엔 법정 한도액이 있다. 문제는 투표 결과다. 당선되면 더 말할 것 없지만, 당선이 안 되어도 총 유효투표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법정선거 운동비용 전액을 지방비로 보전받는다. 떨어져도 법정 득표율의 표만 얻으면 후보자 개인적으로 큰 손해는 없다.그렇게 될 경우, 길거리 선거운동원 비용을 결국 시민들이 부담하는 셈이 된다. 지방비는 곧 도시군비다. 물론 소정의 득표를 못하면 법정선거운동비 보전 대상에서 제외되어 후보자 개인 부담으로 끝난다.법정선거운동비 보전은 타락선거를 막자는 것이다. 즉 후보자가 돈 안 드는 선거를 하게 위한 취지다. 이에 비해 일정 득표율 미만의 후보자를 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어중이 떠중이 같은 함량 미달의 후보 난립을 방지키 위해서다.62 지방선거 본선이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각급 후보자들의 길거리 선거운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그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저 비용을 과연 우리들 시민이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후보자 개인 부담으로 돌아갈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지방선거는 지역주민 돈으로 치르는 선거다./임양은 주필

여간첩

마타하리(Matahari)는 여간첩 원조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스파이가 되어 연합국의 군사기밀을 빼내는 데 능수능란한 수완을 발휘했다. 이를 위해 연합국 정보통이면 상대가 아무리 젊은 연하일지라도 미인계를 가리지 않았다. 1917년 프랑스 관헌에게 적발돼 처형되었을 적 그녀의 나이가 41세였다.국내 여간첩 1호는 김수임이다. 1911년 개성에서 태어나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당시로는 인텔리 여성이다. 광복 후 미군정시절에 남로당 당수 박헌영의 직계였던 이강국과 깊은 애정관계를 가졌다. 그러한 그녀가 미군 헌병사령관과 동거하면서 기밀을 빼내어 이강국에게 건네곤 한 미인계 스파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유창한 영어 실력 때문이었다.김수임은 1947년 월북하는 이강국을 헌병사령관 지프차를 자신이 직접 운전하여 38선까지 태워주었다. 이강국은 평양에서 외무성 부상(차관)까지 지냈으나, 1955년 남로당 숙청 때 처형당했다. 김수임은 이강국의 월북 이후 체포돼 1950년 사형이 집행됐다. 그때 나이가 39세다.근래의 여간첩은 2008년 7월15일 체포된 원정화다. 위장 탈북자로 남파돼 군사기밀을 탐지했다. 당시 36세의 그녀는 간첩 활동을 위해 연하의 황모 대위와 내연의 관계에 있었다. 역시 미인계다. 그녀는 징역 5년형을 받았다.여간첩에 으레 붙는 것이 여간첩의 국제 원조인 마타하리다. 김수임도 한국판 마타하리라고 했고, 원정화 역시 그 같은 소릴 들었다.미인계 여간첩이 또 붙잡혔다. 국가정보원과 서울지검 공안부가 체포해 지난 23일 밝힌 여간첩 김모는 36세다. 남파된 위장 탈북자로 북측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이다. 서울메트로 간부직에 있던 52세의 오모씨를 인터넷 채팅으로 꾀어내 내연 관계를 맺으면서 유사시 대비용의 지하철 기밀 등을 빼냈다.첩보영화 007 시리즈를 보아도 여간첩에 약한 것이 남성들이다. 심지어 정보요원의 주인공인 본드도 당할 때가 있다. 여간첩의 미인계에 약한 것은 영화만이 아니다. 실제로 허다하다. 이 순간에도 암약하고 있는 여간첩이 없다 할 수 없다. /임양은 본사주필

멕시코의 원유 수난

원유가 북아메리카 동남해안의 멕시코만 바다로 쏟아져 나온다. 플로리다와 유카탄의 두 반도가 돌출한 해역이다. 영국 석유회사 BP가 멕시코만 해저 원유를 채취하는 곳이다.그런데 원유를 수면 위로 뽑아 올리는 파이프 시설이 폭발 침몰하면서 해저 원유가 그대로 바닷속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이에 BP 측은 며칠 전 원격조정 잠수로봇을 이용해 채취 파이프에 가는 튜브를 삽입, 새는 원유의 일부를 해상으로 뽑아 올리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해저 유정에서 유출된 원유는 벌써 플로리다 키스 제도로까지 번져 북미지역의 소중한 산호초 군락지대를 검은 기름덩어리로 먹칠하고 있다. 이에 학계의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지난달 20일 파이프 폭발 침몰로 원유가 바닷속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지 1개월여 동안에 약 21만 배럴의 원유가 멕시코만을 오염시켰다. 바다를 망친 이 원유는 국내 1일 소비량 22만 배럴에 버금가는 엄청난 분량이다. 우리의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로, GDP(국내총생산)가 우리보다 높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바다로 새어나가는 원유가 무척 아까운 생각이 들지만, 원유의 해양 오염이 미치는 영향은 인류를 위협할 수가 있다. 만약 상당한 해역이 원유로 오염되면 바닷물의 증발이 막혀 비가 내리지 않게 된다.물론 지구 면적의 4분의 3이나 되는 바다가 그토록 오염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근래 잦은 해저 지진 등이 언젠가는 해저 유정을 절로 파괴시켜 기름바다로 만드는 부분적 생태계 이변이 전혀 가상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지질학자들이 있다.멕시코만 연안의 어류 등 해양동물은 이미 원유 벼락을 맞아 죽어가고 있다. BP가 조치한 응급 대책은 기껏 새는 원유의 15% 정도를 뽑아 올리는데 그친다. 태안 앞바다를 원유로 망쳤던 경험에 비춰, 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멕시코만의 원유 수난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임양은 주필

로고송

대중음악이 우리나라 선거 로고송으로 쓰인 것은 미국의 선거판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선거 로고송은 대중과 괴리된 정치를 대중음악을 매개로 친근감 있게 밀착시키는 유권자 흡인 도구가 된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이 로고송 본 인 더 USA 덕분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1992년 클린턴도 멈추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라는 노래로 부시를 이겼다. 불륜과 군대 기피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프리트우드 맥의 돈 스톱이 유권자들한테 먹혀 들었다.우리나라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DJ.DOC의 DJ와 춤을)가, 2000년 총선 땐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이정현의 바꿔)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 선거 로고송은 고령의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데 일조했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도 대선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통기타를 잡고 상록수를 부르며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승리의 표로 돌아왔다.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는 대선 로고송 창작 경연대회까지 열었다. 잘 살거야가 1등을 차지했다. 슈퍼주니어의 로꾸거,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를 개사해 사용했는데 오빠만 믿어를 명박만 믿어로, 로꾸거를 이명박 송으로 바꿔 불렀다.62 지방선거 로고송도 재밌다. 한나라당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노래를 개사해 일자리 먼저, 서민 먼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스마트 한나라송 등을 로고송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서 스마트 한나라, 어디든 달려가서 서민 행복 한나라, 모두가 행복해서 스마일 대한민국이란다. 민주당은 댄스그룹 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라는 가사 중 너 때문에 많이 울었어를 너(MB 지칭) 때문에 서민들 울었어라고 바꿨다. 자유선진당은 왜 이래란 곡에 한나라당 왜이래, MB정부 왜이래라는 비판적 가사를 붙인 로고송을 마련했고, 민주노동당은 검은 고양이 등 6곡을 개사했다. 유치한 면이 다분하지만 로고송은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로고송이 거리나 주택가의 소음이 돼선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쥐뿔

어원이 여러 가지 있지만 쥐의 뿔이 있을 리 없다. 사전적으로 아주 보잘 것 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는 게 없으면서 잘난 척한다는 말도 된다. 전설이나 속담에선 남자의 성기를 빗대는 남사스러운 말이다. 지방에 따라 쥐가 개로 바뀌어 개뿔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작한 홍보 동영상에서 이 말을 써 구설에 휩싸였다. 그것도 남성을 얘기한 게 아니다. 여성 비하로 쥐뿔을 갖다 붙였다.한나라당 디지털팀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당 홈페이지에 모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제작한 선거탐구생활-여당편이란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현 정부의 치적을 나열하면서 여당과 정부는 같은 편인 만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문제는 동영상 중의 말이다. 남성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에게 여성은 선거에 무관심하다는 뜻으로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한다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다 여자가 드라마는 재방, 삼방도 보지만 뉴스는 절대 안 본다고 했다.한나라당 디지털팀 관계자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20대 여주인공이 정치와 한나라당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서툴렀다. 20대 여성들이 왜 정치에 관심이 없는가. 천안함이 침몰됐을 때,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들이 살처분당할 때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 정치인들의 TV 토론 때 방청석을 채운 사람은 거의 젊은 여성들이다.쥐뿔이 논란을 일으키자 한나라당이 당 홈페이지에서 그 동영상을 내렸지만 2010 여성유권자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성토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선거 홍보용 동영상 제작의 최종 결재자가 누구인 줄은 모르겠으나 잊힐 만하면 불거지는 여성 비하 발언은 고질적이다.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다는 동영상을 만든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쥐뿔도 모르는 모양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술문화

술문화가 바뀌었다. 술은 권하는 맛으로 마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달라진 건 억지로 권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엔 술을 권해서 마시지 않으면 마시지 않는 사람의 머리에 술잔을 쏟기도 했다. 그래도 결례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 종전의 술문화다. 그러나 이젠 그 같은 강권은 있을 수 없는 실례로 각인됐다.지금은 술잔도 잘 돌리지 않는 풍조다. 술을 권할 요량이면 상대의 잔에 술을 따르는 것이 새로운 관례다.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남에게 돌려 권하던 풍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술을 인사불성으로 마시는 것 또한 좋지않게 생각하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술에 취해 자신의 행동거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만큼, 인사불성이 되는 것을 술꾼의 미덕으로 알았던 시대가 지금은 아니다. 좌중의 다른 술꾼에게 폐를 끼치거나, 심지어 주정을 부리는 취객은 현대사회의 술자리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환영을 받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주석의 기피 인물로 낙인 찍힌다.술 마신 이튿날의 작취미성을 호주가의 관록처럼 알았던 것도 지금은 아니다. 전날 음주로 인해 이튿날 일을 못할지경이면, 아예 술을 입에 댈 자격이 없다는 것이 새술문화의 신사고다. 이런 신사고는 일에 지장을 주는 음주의 인정을 거부한다.기성사회의 술문화가 이토록 달라지는 데 비해 유독 구닥다리 방식의 술문화를 고집하는 것이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회다. 평소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던 여학생에게 소주병을 억지로 들이키도록해 결국 숨지게 만든 것은 낭만이 아니고 죄악이다.더욱 걱정스런 점은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도 선배들한테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러해야 한다는 것은 지성인이 할 소리가 아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가에서 그 같은 야만스런 소리가 나와서는 안 된다.대학가의 신입생 환영회 술문화 또한 달라져야 한다. 아니, 스스로가 변화하는 지성의 면모를 보여줘야 된다. 술도 음식이다. 소중한 음식을 개차반처럼 만들어서는, 환영회가 아니고 신입생 인격 모독회다. /임양은 본사주필

야간법정

세간에 이런 속언이 있었다. 경찰은 때려조지고, 검찰은 불러조지고, 법원은 미뤄조진다는 것이다. 경찰은 때려조진다는 것은 옛말이다. 지금은 피의자에게 손찌검을 했다가는 되레 폭력경관으로 몰려 치도곤을 치르기 십상이다.그러나 불러조진다는 것이나 미뤄조진다는 말은 지금 역시 일리가 없지 않다. 법원이 미뤄조진다는 것은 재판 기일을 자꾸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민형사 간에 재판부가 재판 기일을 자꾸 미루는 것은 재판 당사자들로선 답답하기가 속 터질 지경이기 때문에 나온 소리다.수원지법안산지원이 야간법정을 열기 시작했다는 신문 보도에 미뤄조진다는 말이 생각나 법조 출입을 할 때 들었던 속언을 예로 들었다. 현대사회는 생활 양상의 변화를 가져와, 예컨대 낮엔 집에 사람이 없다시피 됐다. 지방관서에 밤샘민원실이 나오고, 개인 병원도 야간진료가 생기는 것이 이 같은 생활 양상의 변화에서 기인한다.그런데 법원이 야간법정을 여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물론 제도상으로는 야간법정을 갖도록 됐을지라도, 법원의 보수적 성향으로나 업무의 과중으로 보나 막상 실시하기란 쉽지 않다. 야간법정은 낮엔 생업에 쫓기는 재판 당사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재판부의 노고가 적잖다.안산지원에서 지난 14일 시작한 야간법정이 민사 소액사건을 위주로 한 것은 비교적 원고피고 간에 다툼의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생활과 밀접한 것이 소액사건이다. 소액사건의 조속한 해결은 곧 서민생활의 기여로, 법률의 생활화에 사회적 실효를 인식게 한다.아쉬운 것은 야간법정이 월 1회에 국한하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더 자주 열리고, 일반 민사사건에까지 확대하는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 불구속 피고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사재판도 야간법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당장은 판사의 업무량에 비춰 어려운 실정임을 모르지 않는다.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수원지법안산지원의 야간법정 개설을 시작으로 전향적인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법원의 변화가 기대된다. /임양은 본사주필

두 고사(故事)

전한(前漢) 경제 때 권신 두영과 전분의 다툼이 심했다. 그러던차 두영의 친구인 장군 관부가 사고를 일으켜 조정에서 논란이 됐다. 경제는 어전회의를 열어 중신들의 의견을 물었다. 한 신하가 처음엔 엄벌을 주장하는 전분의 의견을 지지하다가, 형세가 관용을 주장하는 두영의 쪽으로 기울자 입을 다물어버렸다. 화가난 전분은 어전에서 물러나자 그 신하에게 수서양단(首鼠兩端)하는 꼴이란 하고 핀잔을 주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전하는 고사다.쥐가 구멍에서 머리만 내밀고 바깥을 살피며 나갈까 말까하고 망설이는 것을 빗댄 말로, 양다리를 걸친채 태도를 분명히 취하지 않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뜻한다.곡학아세(曲學阿世)는 정도를 벗어난 학문이나 논리로 세상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권력에 아첨한다는 뜻이다. 중국 원나라 때 지은 십팔사략(十八史略)이 전하는 고사에서 유래됐다.역시 전한 효혜제가 인재를 널리 구해 원고생을 조정의 박사로 등용했는데, 그의 나이가 이미 아흔살이었다. 이에 소장학자인 공손홍이 있어 늙은 원고생을 시답지않게 여겼으나, 원고생은 조금도 개의치않고 대하다가 어느날 공손홍이 실수를 하자 이렇게 타일렀다. 내가 보기에 자넨 젊은 호학지사로 전도가 촉망한데, 학문을 세상 속물에 왜곡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고 말해 공손홍은 전날의 무례를 뉘우치고 그의 제자가 됐다. 원문은 곡학이아세(曲學以阿世)라고 됐다.수서양단하는 기회주의자들의 논리가 대개는 곡학아세를 일삼는다. 지방선거가 본격화 한다. 각급 후보자나 후보자 캠프 진영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그러나 그 많은 말들이 다 진실일 수는 없다. 수서양단하는 곡학아세가 선거판을 어지럽힌다. 이를 가려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책임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김정일 공포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을 찾을 때마다 열차를 이용하는 건 고소공포증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플리스(FP)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세계의 몇몇 통치자들의 공포증 다섯가지를 소개했는데 참 별나다.김 위원장의 비행공포증은 1976년 헬리콥터 사고로 심하게 부상한 이후 생겨났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인지 9천300여㎞ 떨어진 러시아 모스크바를 갈 때도 전용열차를 타고 갔다.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공간에 갇히면 극도로 불안해지는 폐소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외국에 가면 호텔보다 베두인족의 천막을 치고 지내기를 좋아해 여러 국가의 의전 관계자들을 당혹케 한다.지난해 뉴욕의 유엔 총회에 참석했을 때도 인근 지역 세 곳에 천막을 치려고 했지만 반대 시위로 좌절됐다. 결국 리비아 외교공관에서 천막을 치고 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개를 무서워한다. 어릴 때 개에 물려서다. 이 같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심리 외교의 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모르는 척 이를 역이용하기도 했다. 2006년 당시 대통령이던 푸틴은 메르켈 총리에게 강아지를 선물로 주거나 자신의 사냥견을 두 사람의 회동 때 데리고 갔다. 텍사스 출신으로 카우보이 이미지의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의외로 말 타기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베센테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이 우호 제스처로 자신의 애마를 탈 것을 부시에게 권한 적이 있었는데 응하기는 커녕 오히려 말에서 멀지감치 떨어져 폭스가 당황해 했다고 한다.미얀마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 웨 장군은 미신에 약해 2006년 수도 양곤에서 정글 오지로 거처를 옮겼다. 점성술사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정권이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포증은 목숨 부지 수단이다. 운전 부주의로 전복될지도 모르는 승용차는 어떻게 타는 지 알 수 없다. 반대로 대인민(對人民) 공포증은 전혀 없는 게 분명하다. 세습 독재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원성을 듣지 않는 배포가 대단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아버지학교

아버지학교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모임 행복한 아버지학교 등 아버지들의 모임이 활발하다. 각 기업체에서 아버지 강좌를 열고 교도소에서도 재소자들을 위한 아버지 강좌를 연다. 고문 기술자로 불렸던 이근안씨는 여주교도소에서 운영하는 아버지학교에 참석한 뒤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2005년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처음 시작돼 대전제주청주교구 등 전국의 교구로 확산된 성 요셉 아버지학교는 천주교 가정사목의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1995년 10월, 63명의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문을 연 서울 두란노 아버지학교의 경우, 수료자 중엔 탤런트, 대기업 임원, 대학 총장, 야구 감독, 한때의 암흑세계 인물 등 직업과 연령이 다양하다. 아버지학교를 찾는 신입생들의 사정은 각양각색이다. 가정해체 위기를 맞은 사람, 아내의 임신을 계기로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을 배우러 온 사람 등 사연이 많다. 아버지학교 학생들은 점점 젊어지고 있지만 수업 과정은 1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학교는 5주 과정이다. 첫 주에는 아버지의 영향력을 배운다. 숙제는 아내와 자녀를 칭찬하고 껴안아주기와 내 아버지에게 편지 쓰기다. 둘째 주의 주제는 아버지의 남성으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남성문화를 되짚어 본다. 셋째 주엔 아버지의 사명이다. 아버지는 자녀의 역할 모델이 돼야 하며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넷째 주의 주제는 아버지의 영성으로 기독교적이다. 하늘이 이 땅에 보내준 소중한 자녀를 내가 대신해 키우고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수료식을 하는 다섯째 주엔 아버지와 가정의 중요성을 배운다.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참석한다. 수료식 땐 아내와 남편이 서로에게 써온 편지를 읽어주고 아버지학교 5주 동안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 한다. 수료식은 눈물겹다.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 정경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아내의 발을 씻어주며 앞으로 바른 아버지와 바른 남편으로 살 것을 약속한다. 가정을 지키고 사회를 밝히는 아버지학교가 전국 방방곡곡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집배원

군사우편 적혀 있는 전선편지를/전해주는 배달부가 싸립문도 못가서/복받치는 기쁨에 나는 울었소 625 전쟁 때 유행됐던 가요 전선에서 온 편지 가사의 한 대목이다.신랑을 전선에 보낸 새댁의 애절한 사연이다. 죽은지 산지 잘 몰랐던 남편의 편지를 받는 것은, 아직은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반가운 울음이 복받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했던 625 새댁들도 이젠 어언 80대가 됐다.집배원을 전에는 배달부라고 했다. 배달부가 편지요!하며 전해주는 목소리는 생활의 전령이었다. 기쁜 편지를 전해줄 땐 배달부가 웬지 고맙게 여겨졌고, 슬픈 편지를 전해줄 땐 배달부가 공연히 원망스럽기도 했다.우편물의 대부분이었던 편지가 줄어든 것은 정보통신이 발달된 1990년대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은 편지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현대사회의 우편물은 각종 고지물 투성이다.안부를 묻거나 소식을 전하는 데 몇날 며칠 걸리는 편지보다는 통신수단이 더 빠르다 보니 편지를 쓸 일이 없어졌다. 전화는 물론이고 컴퓨터 E메일로 즉석 대화를 갖는 편한 세상이다. 전화 또한 손전화가 보편화 하어 집전화는 거의 무용지물이다시피 됐다.그런데 직접 육성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 것도 좋지만, 육필로 쓴 편지는 또 다른 정감이 스며있다. 편지를 보관하는 맛도 있다. 바쁘잖은 문안 소식 같은 건 편지로 할법도 한데 누구라 할 것 없이 요즘 사람들은 편지를 안 쓴다.집배원들의 소임이 또 하나 생겼다. 경기지방경찰청과 서울체신청의 협약으로 집배원들이 어린이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게 됐다. 동네 구석구석 그리고 집집마다 다니는 직업 특성상 어린이를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를 뒷받침할 대책 또한 병행돼야 한다.생각하면 집배원의 일도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편지 배달이 주된 소임이던 것이 각종 고지물로 바뀌더니, 이젠 어린이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게 됐다. 집배원들의 수고가 많다. /임양은 주필

DMZ 트레킹코스

두 번의 한반도 분단 중 첫 번째가 38선이다. 현재의 두 번째 분단인 1953년 7월27일의 625전쟁 휴전선에 앞서, 남북이 815 광복과 함께 북위 38도선으로 갈라진 것이 38선이다.많은 북녘 사람들이 38선을 넘어 월남했다. 인민군 경비병에 들켜 총살을 당하기도 했다. 아흔여덟살인 B씨는 월남하면서 죽인 아기에 대한 회한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38선 월남은 지리에 밝은 현지인에게 돈을 주고 그의 안내에 따라 밤에 경계선을 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그런데 B씨의 갓난아기가 경비병에게 들킬 지경으로 울어대어 일행들의 불만이 심해 아기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고 위기를 넘기고 보니 이미 질식사해 있었다는 것이다.휴전선 비무장지대(DMZ) 평화누리길이 트레킹 코스로 개장됐다. 김포시 대명항 함상공원 인근에서 시작해 고양~파주에 이어 연천군 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까지 조성된 DMZ 트레킹코스 182.3㎞ 구간은 주변 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북녘땅이 한눈에 보인다.휴전된 지 벌써 57년째다.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DMZ는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세계적인 생태계 보고가 됐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 산하에는 그 옛날 시산혈하의 비극이 고여있다. 1950년 6월25일부터 1953년 7월27일까지 3년여에 걸친 한국전쟁의 참극이 빚어진 최후의 격전지다.트레킹(trekking)은 원래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로 정처 없이 집단 이주생활을 한 데서 유래됐다. 지금은 산과 들을 바람 따라 떠나는 도보여행 또는 사색여행을 뜻한다.지난 8일 경기도가 개장한 트레킹코스 평화누리길은 앞으로 많은 답사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만 심취하여 지난날의 비극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누리길은 전쟁지옥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땅을 지키다가 젊은 나이에 전사한 고혼의 유해가 발굴되지 못한 채 아직도 잠들고 있는 지역이다.DMZ 트레킹코스 사색여행길에서 38선 분단, 휴전선 분단 등 두 번에 걸친 조국의 분단을 생각해보는 것은 뜻 있는 답사가 될 것이다. /임양은 주필

노동귀족

민중서림이 펴낸 국어대사전은 노동자를 이렇게 풀이했다. 육체노동을 해서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 노동력을 제공하여 그 보수로 사는 사람. 사무를 보는 사람도 이에 포함함. 근로자라고 했다.이에 육체노동은 블루컬러고 정신노동은 화이트컬러다. 그러나 세속적 관념은 블루컬러가 진짜 노동자다. 양복쟁이 화이트컬러는 블루컬러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가 아니다. 한데, 노동운동의 발달은 블루컬러 계층보다 화이트컬러 계층의 이익을 증대하였다. 특히 한국적 노동운동은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요즘 노동계가 타임오프제 반발로 요동을 친다. 금융노조의 경우를 든다. 모은행은 노조전임자 9명에게 지급되는 연간 급여가 6억8천만원이다. 이중엔 1억원을 넘는 연봉도 있다. 노조위원장에게는 기사까지 달린 대형승용차가 제공된다.이런 노조 전임자가 금융노조 전반에 295명이던 게, 오는 7월1일부터 노동 관련법 개정에 따라 162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반발하는 것이 이른바 노동계의 타임오프제 사태다. 타임오프제가 적용되면 노조전임자의 시간외 수당, 즉 회사 일을 않고도 받았던 급여의 일부가 감소된다. 이 같은 혜택을 누린 노조전임자는 급여 외에 노조로부터 매월 300만원 가량의 판공비를 따로 받는다.노조전임자는 전적으로 회사가 아닌 노조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엄밀히 따지면 회사가 급여를 줄 필요가 없다. 노조가 월급을 줘야 된다. 그런데 월급은 회사에서 받으면서 일은 노조를 위해 하는 것이 노조전임자다. 걸핏하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회사측에 트집잡기 일쑤인 노조가 전임자 급여는 회사에 기생하는 것이다.국어대사전은 노동자는 정신 및 육체적 양면의 노동력 제공자로 풀이했으면서, 노동판은 육체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진짜 노동자인 노동판의 육체노동자들이 금융노조를 보면 너희들이 과연 노동자냐라고 할만 하다. 국내 노동운동은 블루컬러를 빙자한 화이트컬러의 세상이다. 특히 대조합의 특권적 간부나 상위노조는 가히 노동귀족이다. 이런 노동귀족들이 비위에 틀리면 파업을 들먹이곤 한다. /임양은 주필

나라꽃 달기 캠페인

올해도 수원 영복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어버이날을 앞두고 경기일보사를 방문했다. 어버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직접 만든 나라꽃, 무궁화송이에 담아 가슴에 달아 주었다.영복여중의 나라꽃 달기 캠페인은 1973년 영복여교 초대교장 리화순 교장의 제안에 따라 국민정신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 드리는 풍습이 있지만 리화순 교장은 생각을 달리했다. 우리 민족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카네이션 대신 무궁화를 어버이날에 달도록 하여 민족 주체성 확립은 물론 무궁화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꽃 달기 캠페인을 펼쳤다.영복여중 학생들은 매년 5월8일을 전후하여 1주일 정도 학교자치활동시간에 무궁화꽃을 만든다. 백목련어머니회도 무궁화를 만들어 학생들을 돕는다. 영복여중 학생들과 백목련어머니회, 그리고 교사들은 무궁화 사랑 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원의 주요 관공서, 언론사, 사회단체 등을 방문하여 무궁화를 전달하고 가두 캠페인도 펼쳐왔다. 영복여중의 나라꽃 달기 캠페인은 어버이날을 즈음한 행사로 알려졌고 졸업생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다.꽃중에 꽃 무궁화꽃 / 삼천만의 가슴에 피었네로 시작되는 노래처럼 무궁화는 우리의 국화(國花)다. 근화(槿花), 목근(木槿) 등으로도 불리우는데 꽃말이 한마음 한뜻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 피어 자강불식(自强不息)하는 군자의 이상을 보여준다. 이른 새벽에 피고 저녁에 꽃봉오리를 다물어 날마다 신선함을 안겨준다.무궁화는 참으로 아름답다. 흰 바탕에 그려진 화심(花心)의 적색이 참으로 수려해 그야말로 꽃중의 꽃이다. 특히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고 번식해 나간다. 온갖 외침을 극복한 우리 민족성과 닮았다. 애국가에선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구절로 온 국민의 가슴 가슴마다 애국심을 심어 주었다. 영복여중 학생들이 상의 주머니에 꽂아준 무궁화꽃에서 조화(造花)인데도 향기가 풍겨나온다. 나라 사랑하는 정성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농촌 일손

농촌의 5, 6월은 모내기와 과수 열매솎기 등 일이 겹쳐 가장 많은 일손이 필요할 때다. 80년대만 해도 품앗이가 있어 농번기에도 큰 걱정이 없었다. 일을 하는 품과 교환한다는 앗이가 결합된 품앗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1대1 교환노동 관습이다. 파종밭갈이논갈이모내기가래질논매기밭매기퇴비하기보리타작추수 등의 농사일은 물론 지붕잇기, 집짓기와 수리, 나무하기, 염전의 소금일, 제방쌓기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됐다. 대개 마을 단위로 이뤄졌는데 일손이 부족할 때 이웃 사람에게 서로 요청하고 도로 일손으로 갚았다. 큰일 있을 때 여자들의 음식 장만과 옷 만드는 일도 품앗이에 해당됐다. 그런데 요즘은 일손이 없어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 5월이면 과일 솎아내기를 해야 하는데 당장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최근 희망근로와 노인일자리 사업 등으로 인해 편한 일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진 탓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둬 더욱 그러하다. 62 선거는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3천800여명의 선출직을 뽑고 1만5천여명이 후보로 나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선거 사무원도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2006년 치러진 지방선거 땐 공식적으로만 15만명2천명에 이르렀다. 희망근로사업(10만명), 노인일자리사업(18만6천명) 등으로 그나마 있는 일손마저 없어지는 데다 선거 사무원까지 대거 빠져나가 농촌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인건비는 덩달아 상승했다. 농촌의 올해 하루 평균 인건비는 남자 8만원, 여자 4만원보다 15% 이상 올랐다. 해마다 해오던 공무원들의 농촌 일손돕기도 뜸해졌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나서 선거법 저촉 없이 일손돕기를 할 수 있다고 관련 지침을 내려 보냈지만 현장 공무원들의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농촌 일손돕기가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어 몸들을 사리는 탓이다. 공무원들이 나선다 해도 농촌 인력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기업, 학교 등의 일손 돕기가 없다면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됐다.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농사일을 서로 돕던 품앗이 시절이 그립다. /임병호 논설위원

선거판

선거판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역선거판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성 밀착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보다 훨씬 강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소속 정당 간 관계도 있지만 학연지연혈연 등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켰다. 이외에도 지인 간에 얽힌 패거리가 있는가 하면 이해관계가 설킨 집단이 또 있다. 그런데 이런 복잡다단한 관계 설정이, 돌아가는 선거판 형세 따라 뭉쳤다가 헤어졌다 하는 것이 무상하다.이목지신(移木之信)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나오는 고사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 때 민심이 흉흉하여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 풍조가 팽배했다. 한번은 관아에서 높이가 30자나 되는 거목을 남문에 세워놓고 이를 북문에 옮겨놓는 사람에겐 돈 십금을 주겠다고 방을 써붙였다. 그러나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거목을 북문에 세워놓고 남문으로 옮기면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역시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선거판의 불신 풍조가 고사의 이목지신과 비슷하다. 같은 정당에도 상대 정당보다 더 해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학연 또는 지연이나 심지어 혈연 간에도 적이 있는 것이 선거판이다. 이해관계 따라 이합집산을 일삼기 때문이다.이들은 서로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상대를 비방한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시어머니 말 들으면 시어머니가 옳은 것 같고, 며느리 말을 들으면 며느리 말이 옳은 것 같다는 옛말과 같다. 그러나 옳고 그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리를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없지않아 있다.하지만 선거판의 불신 풍조는 선거꾼들 다툼이다. 이런 다툼이 공식후보 등록일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질 조짐이다. 예를 들면 후보 단일화도 조사 내용에 부정이 개재됐다면서 불복할 수도 있다. 각급 지방선거 후보와 이들 세력의 이전투구가 공명선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다.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축제가 돼야 한다. 한데, 현실은 지역을 갈래갈래로 분열시키는 재앙이 되고 있다. 투표는 이에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들의 책임 이행이다. /임양은 주필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