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광고

상품광고는 생산 및 판매자의 선전이면서 수요자에게는 소비생활의 정보다. 사회생활의 주요 기능이다. 광고심리학광고술광고업 등은 상품광고의 효율화를 위한 분야다. 현대사회는 광고 홍수시대다. 소비생활의 패턴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특히 텔레비전광고는 더한다. 온갖 상품광고를 마구 쏟아낸다. 텔레비전광고에서 또 하나의 분야를 이루는 데가 있다. 케이블방송이다. 케이블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광고의 장르가 무려 10분 이상을 끈다. 주로 생명보험암보험교통상해보험 등을 비롯하여 대출광고 등이다. 보험광고를 보면 매월 단돈 1만~2만원으로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고, 또 몇 번이고 보험금을 거듭 지급받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들 수 있는 것도 있다. 대출광고를 보면 사금융의 폐해를 걱정 안 해도 될 만하다.문제는 소비자가 광고 내용을 믿어도 되느냐는 의문이다. 흔히 보험금 청구를 할 때면, 미리 알지 못했던 조건 미충족으로 지급을 거절당하는 수가 있다. 보험회사가 내거는 지급 조건은 미처 말로 다 듣지 못했던 내용의 약관이 깨알처럼 적혀 있다. 소비자가 약관을 안 본 책임이 있기도 하지만, 깨알처럼 적혀 잘 안 보는 경우가 없지 않다.또 광고에는 과대광고가 있는가 하면 허위광고도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이를 금하는 광고윤리란 게 있지만 기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방송의 각종 보험광고나 대출광고가 광고윤리를 어긴 광고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하지만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보험이나 대출광고는 금융에 해당한다. 이에 관한 정부 당국의 광고 내용 사전 심의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비단 케이블방송 광고만이 아니다. 일반 상품이 아닌 특수 상품의 광고는 신뢰를 보증하는 장치가 광고 효과를 드높인다.이런 제도적 장치를 말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광고시장을 경색시킨다고 말하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걸 막고,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 보호를 외면해선 안되는 것이 우선이다. /임양은 주필

우리 말에서 살림살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살려 쓰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이 살려서 쓰는 일 중 으뜸이 불을 살려서 쓰는 일이다. 그래서 살림살이에서 제일 중요한 게 부엌의 불씨를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이었다.불은 열(熱)과 같다. 열불이 난다에서 열불은 열과 불을 합친 것으로서 열이 곧 불이다. 이는 늘 상과 앞 전에서 늘이 상(常)이고 앞이 전(前)인 것과 같다.한국인이 열(熱)이라는 한자 낱말을 널리 쓰게 되자, 불과 열을 다른 것처럼 여기게 됐다.그러나 한국인이 성나다나 화나다의 뜻으로 뿔나다, 열받다라고 말할 때, 뿔과 열은 모두 불에 뿌리를 둔 낱말이다.불은 나고, 붙고, 번지는 것으로써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힘이다. 생명은 안팎에서 얻어지는 불기에 기대어 몸을 늘릴 수 있게 됨으로써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생명에서 불기가 사라지면 몸이 식고 굳어져 곧 죽음에 이르게 된다.한국인은 암컷과 수컷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일을, 나와 너를 불로 살라서 하나를 이루는 일로 보았다. 사랑은 본디 b다에 뿌리를 둔 낱말로서, 나와 너를 불에 살라서 하나의 우리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 저절로 안에서 불이 일어나면서 속이나 애를 태우고 끓이며 하나가 되려고 한다. 한국인은 나와 네가 우리로 엮여서 살아가기 때문에 고운 정과 미운 정으로 속을 태우거나 끓이는 일이 많다. 그래서 속이 탄다, 속을 태운다, 속이 끓는다라고 말한다. 한국인은 우리로서 어울려 살아가는 동안 속에 불이 날 일들이 곳곳에 깔려 있는 까닭에 언제나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을 한다. 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어 모든 것을 단숨에 해치워서 몸과 마음에 붙은 불을 빨리 털어냄으로써 시원하고 후련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우리는 쾌(快)를 시원할 쾌로 새겨온 것은 속에 쌓인 불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때 몸과 마음에서 느끼는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을 최고의 짜릿함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오늘 2010년 1월1일 새불이 붙었다. 보기 좋은 불구경이 기대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방기곡경’

교수신문이 2001년 이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그동안 발표한 단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2001), 이합집산(離合集散2002), 우왕좌왕(右往左往2003), 당동벌이(黨同伐異2004), 상화하택(上火下澤2005), 밀운불우(密雲不雨2006), 자기기인(自欺欺人2007), 호질기의(護疾忌醫2008)였고, 2009년 올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오리무중, 이합집산, 우왕좌왕은 비교적 많이 알고 있지만 다른 단어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사자성어여서 현학적(衒學的)이다. 일본, 중국, 대만은 올해의 한자(漢字)로 한 글자를 정한다. 일본의 경우 2008년은 미국에서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쳐 변(變)이었다. 올해엔 하토야마 신정권에 대한 기대감과 신종플루 경각심이 반영돼 신(新)이 선정됐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해 경(炅과 난(亂), 올해는 집 방(房)과 희망 판(盼)이 각각 선정됐다.미국은 인터넷 단문 메시지 송수신 서비스인 트위터(twitter)가 가장 많이 쓰인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트위터는 6월 이란 테헤란의 반정부 시위 양상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타전하면서 이름값을 얻었다. 영어사전의 경전인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을 편찬하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는 올해의 단어로 언프랜드(unfriend 친구 삭제)를 꼽았다. 언프렌드는 인터넷 인맥 연결 사이트에서 친구 관계를 중단시키는 행위를 뜻한다.교수신문이 올해 전국 각 대학 교수,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받아 선정한 방기곡경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이다. 바른 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한다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책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대다수 국민의 동의 등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한 행태를 비판한 사자성어다. 2009년 12월 31일인 데도 실정은 여전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선거법

자치단체장들이 몸조심하느라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부터의 홍보행위 금지 조항에 저촉될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4일부턴 각종 홍보성 행사가 올 스톱됐다.자치단체장은 민간단체와 간담회 같은 것도 가질 수 없다. 자치단체의 한 해 활동이나 새로운 사업계획 발표도 못한다. 홍보활동으로 제한됐다. 심지어는 이웃돕기에 참석하거나 물품 지원도 할 수 없다. 기부행위 금지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공명선거를 위해서이지만 이런 게 과연 공명선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진 의문이다. 자치단체장이 관내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 생필품 같은 걸 전하는 것은 직무이기도 하다. 지난 한해 동안의 자치단체 운영 실적이나, 새해 계획 등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선거법이 자치단체장과 지역주민을 가로막고 있다.웃기는 사례를 한 가지 든다. 선거일 180일 전의 홍보금지기간 이전에도 자치단체장의 축사 기고문 등에 이런 게 있었다. 가령 어느 민간단체 행사 유인물에 축사를 실을 것 같으면 ○○시장이라고 한 것은 되고 ○○시장 아무개라고 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의 해석이다. 시장 이름을 모를리 없는 지역사회에서 시장 이름을 밝히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강박 관념이다. 공식 직함을 ○○시장 아무개까지로 보는 것이 정상이다. 어떻든 이 때문에 연말이면 시상돼야 할 각종 자치단체장 표창 또한 일제히 중단됐다.자치단체장의 홍보행위 금지 등은 다음 선거에 또 나갈 경우를 감안해 현직의 프리미엄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직무행위까지 막는 것은 과잉 대응이다. 오히려 암암리에 사전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자치단체장 지망생들이다.실정에 맞지 않는 법규는 일몰해야 된다. 이렇긴 해도 작금의 자치단체장들은 법이 무서워 보신주의에 급급한다. 법을 무서워하는 것은 좋으나 지방자치가 단체장 임기를 반년이나 남겨놓고 뇌사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큰 문제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임양은 주필

녹내장·백내장

노인의 눈병에 가장 많은 게 녹내장과 백내장이다. 녹내장은 안구의 압력이 자꾸 올라가 시력이 감퇴되면서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된다. 등불 주변에 무지개 같은 색상이 보이면 녹내장 증상이다. 두통이 따르기도 한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에 흰 이끼 같은 게 끼어 시력이 희미해지는 병이다. 카메라로 치면 렌즈에 잡티가 끼어 초점이 흐려지는거나 같다.백내장도 오래동안 놔두면 시력을 잃을 수가 있지만 녹내장은 특히 실명의 위험이 많다.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실지는 앞을 못보는 사람을 청맹과니, 또는 당달봉사라고 하는데 녹내장 등으로 기인된다.그러나 의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 이야기지, 지금은 청맹과니는 거의 없다. 현대 의학으로 막을 수 있는 실명을 막지 못해 빛을 잃었던 옛날 사람들을 생각하면 의술의 발달이 고맙다.녹내장이나 백내장 수술은 어렵지 않다. 수술시간은 약 30분이며 수술한 당일 퇴원한다. 수술비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18만원이다. 문제는 수술보다 수술하고 나서 눈 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수술 후유증을 일으키기 쉬운 세균 침입을 막기 위해서인 것이다. 약 2주 동안은 목욕탕에도 안 가는 것이 좋다. 세균이 든 수증기가 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녹내장백내장 수술비가 많은 건 아니어도 그나마 쉽지않아 수술을 미루는 노인들이 없지 않다. 이런 소외계층 노인들에게 무료수술을 해준데가 있다. GM대우 한마음재단과 한길안과병원이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등지 노인 100명에게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무료수술을 해주었다. 이어 치료가 잘 되어 잘 안 보였던 눈이 환하게 비치게 되자, 쾌유 기념공연까지 베풀었다. 공연은 품바 등 다양한 노래와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진행됐다. 무료수술에 쾌유 기념행사까지 대접받은 노인들은 너무 너무 기뻐했다. 얼마전에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있었던 따뜻한 세밑 미담이다.녹내장백내장은 주로 노인성 질환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된다. 이의 발병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 중에도 안과병원을 찾는 사례가 적잖다. / 임양은 주필

‘피·안·성’

편작(扁鵲)과 화타(華陀)는 손꼽히는 중국 고대의 명의다. 편작은 전국시대 사람이고, 화타는 후한 말의 사람이다. 편작은 특히 내과에 화타는 외과에 의술이 정통했다.편작이 한 번은 정나라 임금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남이 알아보긴 어려우나 병색이 완연하여 임금님의 살갗에 병이 들었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러나 임금은 못들은 척하여 거듭 병이 살갗에 닿았을 땐 어려움 없이 침으로 나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으나 임금은 과인은 아픈데가 없소하고 내쳤다. 그러고는 편작이 나가자 공연히 없는 공을 세우려고 한다며 빈정댔으나 그로부터 한달만에 급병으로 죽었다.화타는 관우가 어깨에 맞은 독화살촉을 빼는 수술을 한 적이 있다. 관우는 화타가 수술칼로 어깨뼈를 갉아내는 아픔을 참고 바둑을 두었다는 것은 유명한 고사다. 그런데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 게 화타의 종말이다. 조조는 편두통을 몹시 앓았는데 뇌종양이다. 화타는 조조에게 머리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조조는 수술하려면 도끼로 두개골을 갈라야 한다는 화타의 말에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날 죽이려고 하느냐며 대노한 끝에 죽이고 말았다.명의도 특히 정통한 의술 분야가 있긴 하였으나 예전엔 대체로 종합의술이었다. 조선 중엽의 명의로 동의보감을 펴낸 허준(許浚) 역시 종합의술가다. 동약의학만이 아니고 서양의학 또한 종합의술이던 것이 전문의가 분류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의술의 발달에 따라 전문의 분야가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전문의 선택에 힘든 분야보단 비교적 손쉬우면서 돈 잘 버는 분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해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레지던트 지망생이 많아 피안성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피안성 레지던트 시험에 떨어지면 재수 삼수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예컨대 흉부외과는 정원 미달이 될 만큼 비인기 분야라지만, 환자의 위급성은 흉부외과가 더해 매우 중요하다. 산부인과 역시 인턴들의 지원이 적은 것은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풍조 때문이다. 그저 웃어 넘길 일이 아닌 심각한 현상이다. /임양은 주필

기부

기부(寄附)는 개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자발적으로 대가성 없이 나누고 베푸는 자선 행위다. 서구에선 오랫동안 기부를 상류층의 도덕적 책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로 여겨왔다. 고대 그리스로마와 중세 귀족들이 신분에 따르는 여러 특권을 누리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미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귀족들은 전쟁 등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선봉에 나서서 싸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귀족들의 도덕심과 솔선수범의 자세는 오늘날 서구 사회 지도층의 생활양식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이 사회 지도층에 대한 신뢰, 부자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우리나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역사가 깊다. 사회 사업과 교육 사업에 전 재산을 바친 경주(慶州) 최 부자의 집안이나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柳一韓) 박사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쇠퇴한 것은 지난 30년간 이뤄진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문제를 국가의 복지 제도에 일임해서다. 그러나 개인의 자선적 기부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정부의 손길이 미쳐 닿지 못한 소외된 곳을 보살펴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초보 단계다. 개인 기부자 참여율은 55%로 세계 평균치인 70%에 못 미친다. 기부는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습관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기부에 참여하면 자녀들이 본받게 된다는 말이다. 청소년기 이전에 나눔을 경험한 사람의 70%가 성인이 돼서도 기부를 지속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 지도층이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효과적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37억 달러를 내놓았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기부 활동은 보통 사람들보다 파급 효과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 재산의 대부분인 332억4천200만원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생각할수록 대단한 일이다. 예년에 비해 올 연말은 기부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탓이겠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공연장 문화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과 초대권을 받고 신분을 과시하러 온 사람이다. 관람 품격도 두 가지인데 음악회의 경우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3~5개 악장으로 구성된 클래식음악 작품은 연주 시간이 길어 악장 사이에 잠깐 연주를 멈춘다. 연주자들이 악기를 점검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이때 요란하게 박수를 치면 곡 흐름이 깨진다. 연주자들은 크게 당황한다. 곡이 끝나는 순간을 잘 몰라도 적당한 눈치만 있으면 실수는 안 한다. 연주자들이 인사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박수 칠 때를 몰라도 민망하지만 너무 성급해도 안 된다. 곡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를 치면 잔향과 여운을 음미하는 것을 방해한다.공연 초반 종종 일어나는 실랑이도 공연장 예의에 어긋난다. 늦게 온 사람이 제자리를 선점한 메뚜기 관객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소리내 요구한다. 남의 자리에 앉았다 겨난 메뚜기는 빈 의자를 찾느라 허둥댄다. 뒷좌석 관람객들이 방해를 받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공연 중에 핸드폰 통화를 하거나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는 꼴볼견 관객도 적잖다. 공연장에서 모자를 쓰고 있거나 구두를 벗은 채 양반다리를 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관객도 볼썽 사납긴 마찬가지다.부모의 조기교육 욕심이 공연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회에 입장 가능한 어린이 나이는 만 7세이지만 나이를 속이고 데려오는 관객도 많다. 음악회 내내 몸을 뒤틀고 짜증 내는 아이는 주변 관객들에게 민폐가 된다.공연장 문화예술 품격을 갖추지 못한 사회 각계 리더들도 꽤 많다. 한 전직 대통령은 공연장에 와서 내내 시계만 보다 쉬는 시간에 가버려 구설에 올랐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악장 중간에 나가버리는 대기업 경영인도 있었다. 이런 관객은 대개 초청장을 받고 입장한 사람들이다. 지지대者도 문화부장 시절 초대권을 받고 가끔 음악감상을 했었는데 심취한 상태가 아니면서도 어쩌다 눈을 감는 순간이 있어 음악 공연장은 잘 가지 못한다. 공연문화가 정착되려면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문화 에티켓을 가르쳐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공무원부패

사무용품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산 것처럼 거짓서류를 꾸몄다. 3년 동안을 이랬다. 이렇게 해서 빼돌린 돈이 7억원이다. 충청남도 홍성군청 얘기다. 검찰에 이로인해 입건된 수가 100여명이고 보면, 군청이 온통 한통속이었던 것 같다.그러나 새삼스런 게 아니다. 지지대子가 행정관서를 출입할 때도 그랬던 개연적 사실이다. 수용비는 구입한 것처럼 꾸미고, 여비는 앉은뱅이 출장으로 다녀온 것처럼 꾸미고, 야근수당은 안 하고도 한 것처럼 꾸미는 등 갖가지 예산을 별의별 수단으로 빼먹곤 했다. 빼돌린 돈 일부는 과원(課員)들이 나눠먹고 나머지 일부는 과비(課費)로 모아둬 과원들 경조사에 쓰였지만, 주말이면 과장님 목욕비로 지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과비가 떨어지면 다음 추경예산에서 과비를 만들어 갚을 요량으로 사채를 얻어 과비로 썼다.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홍성군청의 얘길 듣다보니 예전의 행태가 생각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예산을 빼먹으면서도 죄의식은 커녕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공식부패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홍성군청의 경우도 으레 그러는 공식부패로 알아 죄의식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공식부패, 준공식부패는 관행적 비리다. 준공식부패는 명절 상납이나 전별금 등을 예로 들 수가 있다.공무원부패는 뇌물수수 같은 지하부패만이 부패인 것은 아니다. 공식부패, 준공식부패 또한 공무원부패다. 공식부패에 대한 부패의식이 둔감한 것은 공무원들의 청렴도가 그만큼 낮다는 반증이다. 예를 들면 공무원들이 예산으로 밥을 먹는 경우와 사비로 밥을 먹는 경우를 대비하면 확연히 구분된다. 예산으로 먹을 땐 사비로 먹을 때 처럼 돈을 아끼지 않는다.영국은 커피 한 잔도 뇌물로 간주하는 나라다. 예산 전용은 공무원 범죄의 최대 수치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와 비교하면 공무원문화의 격차가 천양지차이다. 물론 우리의 공무원사회도 많이 달라졌다지만 아직 멀었다. 공식부패, 준공식부패에 둔감한 공무원사회가 결코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다. 홍성군청의 집단비위를 보면서, 이런 구조적 비리가 어찌 홍성군청만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임양은 주필

코펜하겐 기후회의

제15차 유엔기후협약당사국총회가 열린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copenhagen)은 상항(商港)이란 뜻이다. 무역과 조선업이 발달했다.193개국이 참가해 지구촌의 주시 속에 2주동안 계속된 코펜하겐 회의가 지난 20일 실속없는 말 잔치로 끝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이기심 때문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중 두 나라가 당초 목표한 선진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구속력 있는 협정을 이끌어내는데 소극적으로 일관해 끝내 실패했다. 중국은 선진국이 아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굴뚝공장 집단으로 미국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발표된 코펜하겐 협정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시대에 비해 섭씨 2도 이상 더 올라가지 않게 한다는 등 구속력없는 선언에 그쳤다. 기후 변화로 위기를 겪는 빈곤국 지원을 위해 선진국들이 1천억 달러 기금 마련에 합의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강대국들의 체면치레다.지구는 온실효과의 이변으로 남북극 빙벽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갖가지 중증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인류에게 하나뿐인 지구가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책임감 없는 강대국들의 미온적 태도는 오만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생각난다. 손톱 끝에 가시 든 줄은 알아도 염통 밑 곪은 줄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번 기후회의가 주목됐던 것은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하고 있는 교토의정서가 오는 2012년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 이전에 온난화를 막는 새로운 국제협약체제의 구체적 감축 방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강대국들의 늑장으로 불발된 것이다.그러나 지구는 이 순간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근래 미국의 동부와 서유럽을 덮친 폭설과 동남아 등지의 홍수 역시 기상 이변의 소치다. 해마다 늘어가는 지구의 사막화도 심각하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오는 금세기 말이면 아열대에 속한다는 한반도 연안의 바닷속에선 벌써 열대성 물고기들이 발견된다. 한반도가 아열대권에 들면 생태계가 파괴되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사람 살기가 어려워진다.코펜하겐 항구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유명한 인어처녀의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인어는 동화속 바닷물처럼 맑아야 살 수 있다. 지구의 청정화를 기대했던 코펜하겐 회의가 실속없이 끝나 인어처녀의 상징성과 어울리지 않는 게 안타깝다./임양은 주필

예술과 외설

불 황의 연극계에 호황을 누리는 연극이 있다. 예술집단 참이 제작한 성시환 연출의 교수와 여제자다. 40대 중반의 교수가 여제자로 인해 성적 장애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서울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다.지난 10월23일 시작된 이 연극이 15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 때마다 표가 매진돼 1만명을 돌파한 덴 연유가 있다. 여주인공 제자역 연기자가 알몸 연기를 벌이기 때문이다. 연극 중간에서 입었던 옷을 홀라당 벗는 전라의 알몸 연기는 약 10분 동안 계속된다. 관람객이 여기는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대목이다.사고가 없지 않다. 어느 남성 관객은 성행위 장면 묘사를 보다가 갑자기 호흡장애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객석에서 무대로 뛰어올라가 알몸의 여배우를 껴안는 기습 성희롱도 있었다. 그러나 극단 측이 기습한 관객의 사과만 받고 그친 것은 문제를 일으켜 시끄럽게 하기 싫었던 원려 때문일 것이다.국어대사전은 외설에 대해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남녀 간의 육욕상의 행위에 관한 추잡하고 예의 없는 일, 남의 색정을 자극도발하거나 또는 자기의 색정을 외부에 나타내려고 하는 추한 행위라고 했다. 교수와 여제자의 연극에서 나오는 여제자역의 알몸 연기는 분명히 위의 외설 풀이에 저촉된다. 그런데 이유 없이 옷을 벗는 게 아니다. 여제자와의 관계로 중년 남성의 성 장애가 극복된다는 것이 연극의 주제이고 보면 핵심이 되는 필요 장면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것이 사실적(寫實的) 표현인 것이다.하지만 연극인 간에도 비판이 없지 않다. 도가 지나친 노출 상술은 연극의 이미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문제는 그럼 어느 정도의 노출을 적정선으로 보느냐는 의문에 대해 기계적인 확답은 없다는 점이다. 교수와 여제자의 연극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논란은 이미 오래된 진부한 제목이다. 그러나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임양은 주필

공공체육시설의 적자

체력이 국력임은 물론이다. 국민의 건강은 체육 활동을 통해 신장된다. 각종 스포츠 경기가 연중 열리고 많은 체육관이 건립되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건립된 공공체육 시설의 적자규모가 매년 500억원 이상이라면 문제거리다. 공공체육시설을 운영하는 16개 광역지자체 중 12곳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로 드러났다. 전국 공공체육시설 적자규모는 2006년 544억원, 2007년 606억원, 2008년 413억원이다. 3년 동안 매년 평균 512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자체별 체육시설 운영 수지는 광역지자체 16곳 중 경기도의 경우 462억원에 이른다. 전체 21개 체육시설 중 16개 시설이 적자 운영이다. 지난해 체육시설별 수지 현황은 육상경기장이 276억원으로 가장 큰 적자폭을 나타냈다. 인천 문학경기장의 경우 지난해 35억5천326만원을 벌었지만 48억9천146억원을 썼다. 2006년과 2007년은 더 큰 적자를 냈다.전국 생활체육관도 지난해 194억원이 적자였다. 지자체 시민체육관이나 문화체육센터인 생활체육관은 대부분 지자체 행사 등으로 사용, 사후 활용도가 낮다. 지자체별 체육시설의 적자운영은 사후활용에 대한 분석없이 경쟁적으로 시설을 유치한 탓이 크다. 특히 국제대회 유치에 사활을 건 지자체들이 경기가 끝난 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것도 주요원인이다.2002년 월드컵 경기장 건설이 대표적이다. 경기장 10곳에 대한 건축비용은 1조9천189억원으로 국비 2천714억원, 지방비 1조3천590억원이 투입됐다. 더 큰 문제는 월드컵 폐막 후의 시설운영비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 상암경기장을 제외한 9개 경기장은 모두 적자였다.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를 위해 경기장을 건립한 것은 불가피했어도 다양한 분야에서 체육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 흑자를 낸 골프연습장과 축구장, 싸이클경기장, 테니스장, 요트장의 운영방침을 본보기로 삼을 만 하다. 지자체에서 운영이 어려울 경우 민간에게 양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적자가 누적되는 공공체육시설을 지자체가 계속 소유할 수는 없다. / 임병호 논설위원

국회 질서유지권

미국은 상하원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거나 연설을 하는 도중엔 어떤 의원도 회의장 밖으로 나가거나 회의장 안을 통과할 수 없다. 본회의장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도 고의적으로 정치적 목적의 운동에 기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지난 9월 오바마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거짓말(You lie)이라고 고함을 지른 공화당 조 윌슨 하원의원에 대한 징계 결의안이 채택된 바탕에는 이같이 엄격한 의사 규칙이 있다.프랑스는 의원이 의사진행 및 투표를 방해하거나, 동료 의원에게 공격을 가하면 징계에 회부되고 6개월간 의원 수당의 절반이 감액된다. 일본에선 모든 발언을 단상에서 하도록 규정했다. 회의장을 소란스럽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서다. 또 의장의 허가 없인 단상에 오를 수 없다.영국 하원 의사규칙에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의원은 즉시 퇴장을 명한다. 거부하는 의원에게는 의장이 의원의 이름을 불러 제재를 가한다고 못박아 놓았다. 국회의장으로부터 호명을 당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불명예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해당의원에겐 즉시 직무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 하원은 토론 없이 처벌(Punishment) 수위를 표결한다. 초범은 5일, 재범은 20일, 3범 이상은 하원이 정하는 기간으로 처벌수위가 정해져 있다. 한국도 물론 국회 질서유지권이 있다. 국회법 145조 1항에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서 이 법 또는 국회규칙에 위배하여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이를 경고 또는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2항엔 제1항의 조치에 응하지 아니한 의원이 있을 때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당일의 회의에서 발언함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 하였고, 3항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회의장이 소란하여 질서를 유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회의를 중지하거나 산회를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너무 포괄적선언적 수준이다.의원들도 국회 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자칫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법안 마련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새해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원의 각종 무질서 언행이 난무할터인데 걱정스럽다. 한국 의회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아직 멀었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한명숙의 처신

만약 검찰에서 날더러 돈먹었으니까 출두하라고 하면 활개치고 나갈 것이다. 왜냐면 그런 일이 없으므로 생사람 잡는 검찰을 혼내줄 생각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한명숙 전 총리의 처신이 괴이하다. 본인 말대로 한 푼도 받은 일이 없다면 왜 검찰에 나가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가, 생사람 잡는 검찰을 혼내주기 위해서도 나가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정치적 보호막 뒤에서 정치공작으로만 우기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린 사람을 처벌하고 또 증거를 대야 출두하겠다는 소린 놀랍다. 말도 되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것은 소환에 끝까지 불응하겠다는 것으로 생트집이다.한명숙 측 사람들은 선민 의식에 빠진 것 같다. 대통령을 지내고 총리를 지낸 것이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걸로 여긴다면 만민 평등의 민주주의 이념에 어긋난다. 법 앞에 차별을 두는 선민 의식은 민주주의의 공적이다.한 전 총리가 이러지 않다면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자진해 조사에 응해야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의사실은 돈을 주었다는 곽 아무개가 5만달러 돈 가방을 총리 공관에 놓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만으로는 공소 유지가 어렵다. 물증 등 증거가 나와야 된다. 돈 가방을 놓고 나왔다는 진술만으로는 공소 유지가 어려울 것을 모르지 않을 검찰이 수사를 어느 정도 진척시켰는 진 아직 모른다.그러나 한 전 총리가 정녕 결백하다면 결백을 입증하는 것도 검찰수사의 오류를 지적해내야 가능하다. 혐의 사실을 아무리 공작한다 해도 없는 죄를 만드는 허구에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세간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그의 피의사실이 알려졌을 땐 뜻밖이라고 여긴 부정적 견해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검찰 출두를 한사코 기피하는 것은 뭔가 캥기는 대목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높다.만약 날더러 돈먹었으니까 검찰에 출두하라고 하면 혼내줄 요량으로 나갈 것이다. 한명숙은? / 임양은 주필

우즈의 스캔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4)의 바람둥이 전락이 점입가경이다. 그가 섭렵한 여성 10명이 모두 백인인 점에서 백인사회는 물론이고 흑인사회의 비난 또한 높다. 흑인 아버지와 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우즈는 유전학상 흑인이다. 그러나 자신은 평소 흑인이 아닌 것으로 행세했던 것이 이번 사건으로 더 세찬 비난을 사게 됐다. 백인사회에서는 흑인이 백인여성만을 농락한 것에 대한 자존심 문제, 흑인사회에서는 흑인이 백인여성만을 좋아했다는 배신감 같은 정서가 그를 비난하는 밑바닥에 깔렸다. 물론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아내 엘렌 또한 백인으로 스웨덴 출신이며, 그녀의 어머니는 보건부차관을 지냈다.우즈가 거쳐간 금발 백인여성들 또한 가지가지다.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레스토랑 여종업원, 포르노 배우, 속옷 모델 등등, 속옷 모델과는 18개월 동안의 밀회를 가졌다. 흥미로운 것은 쿠커도 포함된 사실이다. 쿠커는 연하의 남자만을 좋아하는 나이든 여자를 지칭한 미국사회의 속어다.완전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나도 완전한 사람이 아니다란 것은 우즈의 말이다. 그러나 가족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며 이혼할 생각은 없는 의사를 비쳤다. 우즈의 백인여성 편력을 스포츠 거부의 열등감 분출로 보는 심리적 해석이 있다. 어떻든 2~3명씩 겹치기 섭렵을 일삼은 덴 정서적 문제점이 없지 않다.우즈의 유명세로 그와 접촉한 여성들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병리적 기현상이다. 포르노 배우의 경우 출연료가 몇 갑절 뛰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즈의 텔레비전 광고는 다 떨어져 나가는 등 본인의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당분간 골프를 않겠다는 그의 휴업 선언은 골프산업을 위축시킨다며 미국 프로 골프업계의 비명이 요란하다. 우즈가 없는 흥행은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다.의문의 교통사고로 엽색 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우즈의 스캔들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면서 당분간은 더 외신의 주목거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스타플레이어의 말로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설령 골프채를 다시 잡는다 해도 왕년의 컨디션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수원시정과 젊은 지성

젊은 지성의 시정 참여를 이끌어낸 점에서 뜻깊다. 수원시가 가진 대학생 논문 현상 공모다. 특히 올핸 응모를 전국으로 확대하여 더욱 돋보인다. 도내 대학은 물론이고 서울대연세대중앙대성균관대부산 동아대대구 계명대 등 경향 각지의 대학생들이 응모했다. 무려 63명에 이른다.수원시 공원 이용 프로그램 활성화 수원시 화성 스토리텔링 마케팅 방안 수원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 수원시의 옥외광고물 정책방향 수원시 안전도시 이미지 구축과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거리 조성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수원시 재래시장 활성화에 관한 연구 등은 입상작 논문 제목이다.놀랍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소재에 보인 폭넓은 관심이 놀랍고, 특히 외지 대학생들이 수원시 현안에 깊은 조예를 가진 사실이 놀랍다. 물론 응모를 위해 공부를 했겠지만 공부를 한 그 열정이 또 놀랍다.젊은 지성은 패기가 넘친다. 기성 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젊은 지성은 용기가 있다. 이해 관계가 얽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지성은 감각이 새롭다. 과거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비록 입상하지 못한 논문도 이래서 좋은 내용이 적잖을 것으로 믿어진다.수원시가 대학생 논문 현상 공모로 젊은 지성의 시정 참여를 유도한 것은 기발한 착상이다. 그같은 행사 자체만으로도 생동감이 넘친다. 젊은 지성과 수원시정의 만남은 가히 환상적이다. 물론 대학생들 논문 내용이 그대로 시책으로 채택되긴 어려워도, 시책에 반영될 점은 많을 것이다. 젊은 지성의 수혈인 것이다.수원시의 대학생 논문 현상 공모를 통해 흐뭇하게 느껴지는 것은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생각보단 많다는 사실이다. 시정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경주됐을 것이다. 웬만한 실력으로는 할 수 없는 그같은 논문 집필을 해낸 응모 대학생 전원의 노력과 실력을 높이 사고자 한다. /임양은 주필

검찰 수사 자청

정치권 사정 수사가 본격화된 양상이다. 현재 불거진 스테이트 월셔 골프장 게이트와 대한통운 사장 로비 의혹, 한상률 게이트 등 3건만 해도 실명이 거론된다. 한나라당 공성진, 현경병 의원과 민주당 상임고문 한명숙 전 국무총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골프장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고, 한 전 총리는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다.친이(親李)계인 공 의원은 여당 최고위원이며, 한 전 총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만일 이들이 사법처리될 경우 파장은 적지 않다. 이외에도 한나라당 소속 다른 의원들과 전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의혹은 당초 기획출국설이 제기됐고 여권 핵심 연루설까지 불거진 데다 야당이 추가 폭로를 준비 중이다.물론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현경병 의원 측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공성진 의원은 테러당하는 심정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단돈 일원도 받은 일이 없다,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오래 전부터 거론되는 인사들의 주변을 샅샅이 수사했고, 계좌추적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한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지난달 26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간부 회의에서 앞으로 권력과 여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정 수사를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다.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해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 편파 수사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한 물증과 진술을 토대로 완벽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은 죄가 없다면 당당히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혐의 자체가 불쾌하고 억울하겠지만 그럴수록 의연해야 된다. 공성진 현경병 의원은 여권 내 세력다툼이 진행 중이라는 사회 분위기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된다. 한명숙 전 총리와 민주당은 수사의 배후를 현 정권으로 지목만 할 것이 아니다. 사필귀정의 신념으로 떳떳이 검찰 조사를 자청하는 것이 대범한 정치인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국회의원직 상실 기준

여론이 좋지 않은데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벌금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모양이다. 벌금 100만원 이상인 기준은 너무 가혹해 300만~500만원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속내를 비친다. 국회의원 당선인이 선거 범죄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하는 공직 선거법 264조는 돈 선거, 부정선거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치권이 앞서서 1994년 3월에 마련한 기준이다. 그런데 이 법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고 사법부의 판결을 제약한다는 논리를 세운다. 강도 높은 당선 무효 기준이 오히려 정치 참여를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고 이에 따라 재보궐선거를 지나치게 자주 치르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공직 선거법 264조 적용을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금배지를 잃은 의원은 15대 국회 7명, 16대 10명, 17대 12명, 18대 15명에 이른다. 엄격한 법 처벌 조항이 있어도 일단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선거 풍토가 바뀌지 않은 탓이다.의원직 박탈 기준을 완화하면 중도하차 의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법원이 벌금 액수가 아닌 의원직 박탈이냐, 아니냐를 양형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설령 벌금 하한선을 1천만원 이상으로 높인다 해도 부정선거가 근절되지 않는 한 벌금만 더 낼 뿐 금배지를 떼이게 되는 사람들은 계속 생긴다. 정정당당한 국회의원은 벌금 기준이 10만원이라 하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벌금형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이후 5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버젓이 금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잦은 사면복권 덕분이다. 그것만으로도 혜택은 충분하다.당선무효형 완화 얘기가 나온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영향 같다. 선관위는 선거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의 음식물을 제공받으면 일괄적으로 기부물품 액수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게 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50배 이하로 바꾸는 내용의 법 개정 의견을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선관위의 완화 분위기에 편승하려고 하지만 당치않다. 선거법 위반자 의원직 상실 기준을 낮추는 건 국민 무시 행위다. /임병호 논설위원

가치관의 혼돈

한비자(韓非子) 좌하편에 나오는 고사다. 그대로 옮긴다. 공자가 노(魯)나라 애공(哀公)과 함께 앉아 있는데 애공이 복숭아와 기장밥을 내려 주었다. 애공이 드십시요하고 권하니, 공자는 먼저 기장밥을 먹고 뒤에 복숭아를 먹었다. 좌우 사람들이 모두 입을 가리고 웃었다.이 때 애공이 말하였다. 기장밥은 밥 삼아 먹는 게 아니고 복숭아를 씻는 것이요 공자가 대답하였다. 저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하고는 말을 이었다. 기장은 오곡 중에 으뜸가는 것이어서 옛 임금님들 제사를 지낼 때에도 으뜸가는 공물로 삼았습니다그런데 과일엔 외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복숭아는 하등이어서 옛 임금님들 제사를 지낼 적에 종묘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듣건데 군자는 천한 것을 가지고 귀한 것을 씻는다 하였습니다. 귀한 것을 가지고 천한 것을 씻는단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이어 말한 공자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 오곡의 으뜸을 가지고 과일과 외 가운데 하등을 씻는다면 이는 상급을 가지고 하급을 씻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로움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므로 감히 종묘 제사의 공물인 기장보다 먼저 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공자의 말을 들은 애공과 신료들은 비웃었던 것과는 달리 그만 숙연하면서, 애공은 공자를 향해 중니(공자의 자)는 듣던대로 과연 현자십니다하고 미소 지어 말했다.한비자가 전한 공자의 이 고사는 가치관의 차이를 일깨우는 내용이다. 가치관은 또한 인식에서 나오고 인식은 판단에서 나온다. 미래학은 인류의 미래를 모든 사물에 대한 완급의 충돌을 분쟁 요인으로 예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인식과 판단이 낳은 가치관의 차이다.그러나 무서운 것은 가치관의 차이에 의한 충돌이 아니고, 가치관의 주객이 뒤바뀐 전도다. 충돌은 해결의 실마리가 있지만, 전도는 해결의 실마리가 어둡다. 지금 우리는 사물의 무서운 가치관의 전도 속에 혼돈을 겪고 있다. /임양은 주필

‘노코진’

청바지는 고물이어야 한다. 신품은 인기가 없다. 이러므로 생산공장에서부터 너덜너덜하게 흠집내고 무릎 같은덴 탈색해 출하한다. 다른 새옷은 조금만 흠이 있어도 안 되는데 비해 새옷도 고물로 만드는 청바지는 별종이다.낡은 청바지를 입은 사람일수록 돈 많은 족속이 있었다. 금을 캐는 사람들이다. 1848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사금이 발견된 뒤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몰려든 사람들로 황야의 서부가 북적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황량한 들판에서 금을 캐는 이들의 잠자리는 천막이었다. 옷도 바지는 쓰다버린 천막조가리로 만들어 입었다. 그런데 천막천으로 만든 청바지마저 낡아 해어지곤 했는데, 낡은 청바지를 입은 사람일수록 인기가 높았다. 그만큼 오래 있으면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다.북측이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매도하던 청바지를 수출한 사실이 놀랍다. 며칠전 스웨덴 푸브백화점에 노코진(NOKO Jeans)이 진열됐었다. 노코진은 북한에서 온 청바지(Jeans from North Korea)란 뜻의 브랜드 명칭이다.그런데 영업개시 30분 전에 백화점측이 매장 주인에게 철수를 종용했다. 이유는 우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정치적 논란인 진 확실하지 않다.노코진 매장 업주는 온라인 판매를 하기로 했는데, 가격은 25만원에 해당하는 1천500마르크다. 북녘 노동자의 평균 월급 2년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노코진은 스웨덴 사람이 북측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운 업체로 알려졌다.진(Jeans)은 올이 굵고 질긴 능직의 무명으로 만든 바지 등을 말한다. 흔히 청색으로 염색한다. 한데, 노코진은 청바지라기 보단 검은색이 더 짙은 흑바지다. 북측 당국이 진은 허용하면서도 본연의 색깔인 청색은 제한했던 것 같다.소련의 붕괴가 청바지 바람 틈새로 시작됐다는 것은 아는 얘기다. 북측에서 만든 청바지 수출품이 흑바지 인 것은 흥미롭다. 노코진은 해어지지도, 탈색도 안한 신품 그대로 출하돼 말끔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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