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지방재정이 빚더미에 앉아 야단이다. 도내 자치단체 빚은 알려진대로 4조원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회계 부채다. 각종 특별회계 부채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다.가령 상수도특별회계를 예로 들면 도내 부채가 약 5천억원이다. 상수도특별회계 빚이 누적된 것은 수돗물을 생산비에 미달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배수관 확장이 겹친다. 시설 개보수가 또 있다. 이렇다 보니 낡은 수도관 교체를 제대로 못한다. 누수율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다.해결 방법은 수도사용료를 올려 상수도특별회계를 독립채산 궤도로 올리는 길 뿐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쳐, 언제나 제일 먼저 억제당하는 것이 상수도사용료 인상이다. 시장군수들도 인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음 선거를 의식한 인기 영합을 위해서다. 하지만 수돗물 값이 싼 것은 사실이다. 절수 관념을 높이기 위해선 사용료를 올려 제값을 받아야 한다. 해마다 상수도 적자를 빚으로 메워 상수도특별회계의 부채가 쌓여가는 것을 막고, 또한 보다 양질의 급수를 위해선 수돗물값의 현실화 검토가 필요하다.지방재정의 압박 요인은 또 있다. 도내 자치단체가 출연한 35개 지방공기업 역시 빚더미다. 부채가 7조7천137억원으로 자본금 2조6천491억원의 약 3배다. 경영행정, 즉 돈을 벌라고 만든 지방공기업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애물단지가 됐다.지방재정이 취약하면 수입을 강화해야 하는 데 이게 문제다. 지방세는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로 거래세 세원이 거의 고갈되는 등 악조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세외수입 또한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더 이상의 악성 채무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채 남발을 이젠 자제해야 된다.수입이 적으면 지출을 줄이는 것 말고는 다른 왕도가 없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전시성사업이나 행사, 방만한 사회단체 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키로 했다. 강만수 부천시장은 올 가용재원 220억원 한도내에서 살림을 꾸려가기로 했다. 지출을 줄이는 것은 곧 고통이다. 그러나 고통없인 건전재정의 길이 멀다.책임은 자치단체 주민들에게도 있다. 자치단체에 무조건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관행은 이제 자제돼야 한다. 지역사회의 의식 또한 성숙돼야 한다. 임양은 주필

플라톤과 노부꼬

플라톤(BC 427~347)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다. 그의 철학은 오늘날 서구사상의 원류다. 저서 국가는 고전적 이상국가론이다. 정의 실현을 국가적 윤리로 삼고 있다.유명한 대화체는 그가 보인 독창적 저서 기법이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앞서 나는 정의(正義)로운 사람이 부정(不正)한 사람이라고 생각되거나, 부정한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인정했네. 그건 왜 그랬는가 하면, 정의와 부정이 인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논의를 위해서는 정의 자체를 부정 자체와 비교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자네들이 내게 요청했기 때문일세 저서 국가에 나온 대화체의 한 대목이다.플라톤은 정의를 인간의 덕성적 영혼으로 정의(定義)했다. 동양의 고전에서 정치(政治)는 정치(正治)란 개념과 상통한다. 그런데 플라톤도 정치를 별로 달갑지 않게 여겼다.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일찌기 어지러운 정치에 관여하려고 했더라면 틀림없이 벌써 몸을 망치고, 여러분이나 나 자신에게 아무 이로운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진실을 말하더라도 노여워하지 말기 바랍니다.62 지방선거, 728 재보선을 치르면서 정치권이 온통 말 잔치, 말 놀음이다. 별의별 단소리가 솔깃하게 쏟아지고, 별의별 욕의 잡소리가 넘쳐난다. 오는 10월이면 국회의원 재보선이 또 있게 된다. 올핸 선거판으로 보내는 것 같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혐오스럽게 보이는 것은 정치인들이 부정(不正)한 탓이다. 정치를 인간의 덕성적 영혼이 아닌, 인간의 동물적 아귀다툼으로 벌이기 때문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후임이다. 자민당 만년 정권을 무너뜨린 하토야마 민주당 총재는 80%의 압도적인 지지율 속에 총리가 됐으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치 못해 집권 8개월만에 물러났다.당신이 총리가 되서 도대체 일본의 뭐가 바뀐다는 거지?는 간 총리의 부인 노부꼬 여사가 최근에 쓴 책 제목이다. 그녀는 남편 총리의 긍정부정적 양면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정치인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그따위 부정(不正)한 말로, 대체 대한민국의 뭣을 바꾼다는 것인가? 임양은 주필

노인 ‘왕따’

노인들의 따돌림 왕따 현상이 심각하다. 주로 경로당에서 발생한다. 노인들의 지상천국으로 칭송되는 모범 경로당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에서 세운 경로당의 경우 형식상으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노인은 출입이 어렵다. 일부 경로당은 2천~4천원의 월회비를 임의로 정해 놓고 회비를 내지 못하는 노인들은 접근조차 불허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 도시락이 제공되거나 돈 안 내고 점심을 먹을 수 있지만 그 외의 노인들은 밥값을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왕따를 당한다. 관리나 운영을 실세(實勢) 노인들이 직접하면서 힘 없는 노인들을 박대한다. 가족의 부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어딜 가나 서럽다. 경로당 내에서도 재력이나 차림새 등으로 차별하기 때문이다.대규모 아파트단지마다 있는 경로당도 거의 비슷한 분위기다. 회원 수가 20~30명인 경로당은 비교적 깨끗하고 공간도 넓다. 점심도 무료로 주고 별다른 출입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소득층 노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아파트 주민이냐 아니냐가 무언의 벽으로 작용한다.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 행위자 10명 중 3명 이상이 노인이다. 노인들이 가정에서 소외되고 학대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또래 집단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심한 경우 물리적 학대로까지 이어진다. 늙은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학대하는 모습이 한없이 서글프지만 경로당 등 사회시설 내부에서 일어나는 노인끼리의 학대도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노인학대 중엔 언어와 정서적 폭력을 쓰는 행위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신체적인 폭력도 22%나 된다. 고령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자녀들의 불효다. 함께 지내는 아들 내외가 해외여행을 가면서 집 열쇠를 안 주고 갔기 때문에 경로당에서 지내던 84세의 노인이 일주일 뒤 경로당에서 쫓겨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식까지 있는 멀쩡한 노인네가 뭐 하러 여기서 먹고 자느냐고 경로당 회원들이 내쫓았다고 한다. 인생의 깊이를 알 만한 노인들의 처사가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한국 여자축구단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제5회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조별리그에서 한국팀이 2연승으로 8강 진출이 확정됐다. 4강을 꿈꾸고 있어 기대가 된다. 남자월드컵은 1930년 처음 개최됐지만 여자월드컵은 1990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선 중국이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보였고, 이번에 한국과 같이 8강에 진출한 북한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한국은 1990년대 하키, 육상 등에서 차출한 선수들로 A매치에 나가 일본에 0-8, 0-10으로 참패하곤 했다. 2001년 여자축구연맹이 탄생할 정도로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후 대한축구협회가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초등학생부터 선수를 육성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남자축구 시스템을 본떠 13세15세17세 등 각급 대표팀을 만들어 전임 지도자를 두고 엘리트를 키웠다. 최근의 상승세는 열정적인 시스템과 지도자를 지원받은 덕분으로 봐야 한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FIFA 여자 랭킹 1~3위는 미국, 독일, 브라질이다. 미국은 등록선수가 9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넓다. 독일은 등록선수가 100만명을 넘는다. 한국은 고작 1천400명에 불과하다. 여건이 이런데도 첫 8강행을 이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악조건을 극복한 최인철 U-20 대표팀 감독, 선수들의 고된 훈련과 의지의 결실이다. 21명의 대표팀에는 한양여대 6명, 여주대 4명 등 중고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어온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조직력이 강하다. 대표선수 선발 최대 기준으로 희생정신을 꼽은 최인철 감독도 1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여자축구에만 매달렸다. 무명 선수들의 눈물 어린 희생과 지도자의 남모르는 노고가 8강행을 이룬 셈이다. 그동안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많이 외면당해 왔다. 한국여자축구가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져야 좋은 선수가 나오고 전체적인 축구 수준이 향상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체감물가

세종대왕의 위엄이 신사임당에게 밀려났다 장바구니 물가에서 나온 요즘 항간의 주부들 이야기다. 전에는 만원짜리 한두 장 들고 나가도 장바구니를 그런대로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만원짜리 서너 장으로도 모자란다는 것이 주부들 하소연이다. 5만원짜리 한 장은 들고 나가야 장을 제대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든 오만원권에 비해 일만원권에 그려진 세종대왕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올 하반기에 물가가 또 오를 조짐이다. 연탄전기가스 등 요금이 줄줄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그간 경제 위기로 인상 요인을 억제해왔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나,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한다. 올리는 것은 확실하고 다만 얼마나 올리느냐가 문제인 것이다.정화조 청소료쓰레기봉투상하수도 등의 요금도 들먹인다. 흔히 하는 얘기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원가 절감으로, 인상 요인을 흡수하라고 한다. 말은 공자 말씀 같지만 실제론 개나발 같은 소리다. 그렇게 해서 인상을 하지 않은 예는 고사하고, 그런 노력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이상한 것은 정부가 밝힌 경제지표와 서민들이 느낀 체감지표가 크게 다른 사실이다. 여기에 새삼 정부의 경제지표를 일일이 열거할 것도 없이 경제가 좋아졌다 경제 위기는 벗어났다는 것이 당국의 발표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좋아진 것도 없고, 여전히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정부 발표가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그 같은 지표가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데 문제가 있다. 물론 대기업이 잘 돼야 한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의 대기업 수출은 더 잘 돼야 한다. 그러나 경제구조에는 대기업만이 있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 또한 잘 돼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태반이 허덕인다. 서민경제는 중소기업과 연관된 측면이 또한 많다.대통령은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여당도 서민경제를 강조하고, 야당도 서민경제를 강조한다. 이토록 염려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서민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서민층의 꿈은 소박하다. 땀 흘릴 일자리와 땀의 대가가 헛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임양은 주필

임진강

지금과 같이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저녁 8시 이후 임진강 상류 댐의 물을 불가피하게 방류할 수 있음 지난 18일 오후 남북 간 경의선 군 통신선에 날아든 북의 전문 쪽지 내용이다. 전문을 보낸 북의 발신처도, 전문을 받을 남의 수신처도 적히지 않았다. 본문만 달랑 적힌 이 전문이 통일부로 전해져 즉각 한강홍수통제소 등 유관 기관에 통보됐다. 임진강은 19일 오전 10시부터 수위가 올라갔다. 북에서 댐 물을 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임진강 물이 갑자기 불어 연천군 임진교 근처서 텐트를 치고 잔 야영객 6명이 급류에 휘말려 숨졌던 게 지난해 9월6일이다. 북의 예고 없는 댐 방류로 소중한 인명이 떼죽음당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북의 예고는 이례적이다.더욱이 천안함 사태의 연착륙이 미완인 상태서 보낸 댐 방류 예고 전문은 어떤 숨은 메시지가 담겼다고 볼 수가 있다. 친절하다면 친절하다고 할 전문을 발신처도 수신처도 없이 보낸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화가 단절된 마당에 공식 문서로 보내기가 어려워 본문만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북측은 지금 6자회담 등 대화 재개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다른 화두로 돌려 마무리지으려는 저의다. 이에 정부도 고심 중이다. 천안함 폭침을 한사코 부인하는 저들에게 사과를 요구해도 사과할 리 없고, 그렇다고 경색 국면을 끌고 가는 것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한미는 군사합동훈련과 함께 서울서 외교국방부 장관의 전례 없는 2+2 회담이 서울서 3박4일 일정으로 내일 열린다. 한미 군사동맹의 공고화로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막는다는 것이 기조다. 남북 간 대화 재개는 아마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선에서 수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그 같은 표명은 북의 본의는 아니지만 형식상 그렇다.임진강 댐 방류 통고는 일종의 화해의 손짓이다. 그 목적은 쌀 등 대북 지원을 기대하는 데 있다. 그러나 임진강은 여전히 수공의 위험이 도사린다.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4월5일 1호댐에서 4호댐과 황강댐 등 5개 댐 저수량이 도합 3억8천500만t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가 세운 군남댐 저수량은 7천100만t이다. 저들이 일시에 방류하면 감당키 어렵다. 임진강은 남북을 관통하는 유일한 강이다.임양은 주필

홍준표의 몽니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714 전당대회 패배 몽니가 세간의 화제다. 그는 전당대회 이튿날 안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국립현충원 참배에 개인 사정을 들어 혼자만 빠졌다. 첫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도 의전상 대표 옆자리에 앉아야 하는데도 우정 떨어진 다른 자리에 앉았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당 대표 옆자릴 권하는 것을 끝내 뿌리쳤다. 일부 언론엔 (714 전당대회는) 줄세우기식 조직투표를 했다며 안상수 대표 체제의 정당성을 부정했다.이에 앞서 당 대표 경선에서는 안상수 후보가 군대에 안 갔다고 공격했다. 옆집과 개 문제를 둔 다툼도 끄집어냈다. 홍 후보의 이 같은 공격은 이미 오래된 해묵은 일들이다. 안 후보는 4선 의원이다. 병역에 비리가 있었으면 벌써 문제가 됐을 것이다. 개가 짖어대곤 하여 수험생이 공부에 지장이 있어 벌어진 다툼은, 그도 오래전인 사생활로 남의 집 가정사다.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 때다. 당시 민주공화당 박정희 대통령과 맞선 야당 후보로 신민당에서 40대 개수론이 나왔다. 김영삼김대중이철승 국회의원 3인방이다.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 첫날 김영삼김대중이철승 순으로 표가 나왔다. 그러나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다음날 김영삼김대중만을 놓고 결선투표를 하게 됐다. 그날 밤 김대중은 대의원들을 찾아 청진동 여관골목을 누빈 시각에, 김영삼은 상도동 집에서 후보 지명 수락연설 원고를 쓰고 있었다. 이튿날 결선투표 결과는 김대중의 역전승으로 판가름났다. 김영삼으로서는 아쉽고 분한 패배였으나, 김대중 신민당 대통령 후보를 위해 전국을 다니며 지원유세를 했다. 대통령선거는 박정희 6백34만2천828표, 김대중 5백39만5천900표의 94만6천928표 차이로 박정희가 당선됐다. 그때 당내 승패를 초월한 두 거물은 또한 모두 대통령을 지냈다. 역시 정치 거물들은 다른 데가 있다.홍준표 최고위원은 비록 2% 포인트차 패배가 아쉬울지라도 진 것은 진 것이다. 더욱이 비주류를 자처하며 도전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게 떳떳하다. 안 그러면 개끗이 승복하는 것이 정치인다운 금도다. 임양은 주필

매국 대가(代價)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매국인명사전에 나오는 대표적 매국노는 권중현박제순이근택이완용이지용 등 을사오적(乙巳五賊) 5명, 고영희송병준이병무이완용이재곤임선준조중응 등 정미칠적(丁未七賊) 7명, 고영희민병석박제순윤덕영이병무이완용이재면조민희조중응 등 경술국적(庚戌國賊) 9명이다. 이들 중 이완용은 을사오적정미칠적경술국적에 모두 해당된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나라의 주권이나 이권을 남의 나라에 팔아먹은 매국노는 비국민(非國民)이다. 특히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은 당시 외부대신(박제순), 내부대신(이지용), 군부대신(이근택), 학부대신(이완용), 농상부대신(권중현)이었다. 국권을 지켜야 할 각료들이어서 그 죄는 더욱 용서받을 수 없다. 그 매국노들이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 액수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에 의해 밝혀졌다. 일제 강점 직후 일왕(日王)은 병합의 공로자들에게 귀족 작위와 함께 이른바 은사금(恩賜金)을 주었다. 대표적 친일파 백작(伯爵) 이완용은 15만엔을 받았다. 당시 일본 1엔의 가치는 요즘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만원이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고 30억원을 받은 셈이다. 자작(子爵) 중에는 일제를 도운 공이 큰 송병준과 고영희가 10만엔씩 지급받았다. 두 사람은 을사조약과 정미칠조약을 주도했다. 왕족 출신으로 후작(侯爵)이 된 이재각과 이재완은 16만8천엔, 조선귀족회 회장으로 중추원 부의장까지 오른 박영효는 28만엔, 순종의 장인인 후작 윤택영도 50만4천엔을 받았다.가장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은 이재면이었다. 궁내부 대신으로 한일병합조약 체결에 참가한 대가로 무려 83만엔(166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낮은 작위인 남작(男爵)도 2만5천엔을 챙겼다. 이들 대표적인 친일파 16명이 매국 대가로 일왕에게서 받은 돈은 570억여원에 이르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리 거액도 아니어서 고소를 금할 수 없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매국노의 후손인 임종국(林鍾國 1929 ~1989) 선생이 자기반성으로 시작한 단체다. 오늘날엔 매국노가 없는가하고 묻던 그의 말이 떠오른다. /임병호 논설위원

소설가 이호철의 ‘희망’

소설가 이호철(李浩哲) 선생은 대표적인 분단문학 작가다. 함경도 원산 출신으로 올해 만 78세다.고등학생이던 1950년 7월7일 인민군으로 동원돼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해 10월 태백산맥 월정사 인근에서 국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후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이듬해 혈혈단신 월남했다.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등에 연루돼 투옥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60년대 중반 한 일간지에 연재한 장편 서울은 만원이다로 세태소설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었지만 그는 분단 현실을 리얼하게, 가슴 아프게 그리는 소설가다. 그의 소설은 직접 겪은 전쟁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 대부분이어서 생생한 기억이 묻어난다. 이북에서 직접 살았기 때문에 그쪽 세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에 출간된 남녘사람 북녘사람은 전쟁월남 체험을 담은 연작 장편소설로 독일러시아프랑스헝가리 등 전 세계 10개국에 번역돼 주목과 호평을 함께 받았다.그는 내 문학은 남북문제로 시작했고 남북문제로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 관계가 있는 한 쓸거리가 떨어지지 않으니 나는 운이 좋은 작가라면서 남북과 통일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작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모름지기 한국의 작가는 문학이 남북관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이바지해야 할 몫이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소설을 써야 한다. 난 능력이 없어 아직 못했지만 김정일이 소설을 읽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을 써야 한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문학밖에 없다는 지론을 편다.이호철 선생은 분단 된 현실이 외면 당하는 데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일제시대보다 긴 60년 분단세월을 보내고 있어 지겹더라도 작가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열 살 아래의 여동생이 지금도 고향 원산에 살고 있어 지난 5월 일본을 통해 5만엔을 송금했다는 그는 고향이 그리운 이산가족이다. 김정일을 감동시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소설이 발표되는 날은 언제일까. /임병호 논설위원

부부의 사랑

세상엔 별의별 투기가 많지만, 결혼처럼 투기인 것이 없다. 신성한 결혼을 욕보인다 할지 몰라도, 알고보면 사실이 그렇다. 남남으로 만나 부모나 형제 자매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 결혼이다.흔히 서로 상대를 잘 알아보고 결혼한다고 한다. 이래서 연애를 오래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연애하는 동안은 모른다. 가령 10년을 사귀고 결혼한다 해도, 막상 결혼하고 나면 연애시절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상대의 장점보다는 주로 단점을 재발견 한다. 남자쪽이나 여자쪽이나 다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안다고 해도, 완전히 모르고 하는 결혼이야말로 인생의 투기인 것이다.그래도 부부가 늙도록 해로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이 같은 사랑은 좋고 즐거운 일로만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살다보면 궂고 서글픈 일이 많다. 이런 저런 일을 함께 겪는 동안 서로 의지하고, 그러다보면 서로의 장단점이 세파에 의해 걸러진다.사랑은 젊은 부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부부의 사랑일수록 더욱 진하다. 사랑을 무한히 재생산하였기 때문이다. 사랑은 지하수를 뿜는 샘물과 같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일구는 사랑이 참다운 사랑이다. 곶감 빼먹듯이 까먹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더러 이혼하는 부부를 본다. 일구는 사랑이 아니고 까먹는 사랑을 한 탓이다. 잘못이다. 결혼은 미친짓이다라고 말한다지만, 정말 이혼은 미친짓이다. 이혼하고 재혼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쪽이든 한쪽 배우자를 사별하고 나서 하는 재혼은 행복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혼한 재혼은 좀처럼 행복한 사례를 못봤다. 그간 살아오면서 보아온 경험이다.사랑은 또 봉사다. 군림하려고 드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한다면 상대에게 감히 군림할 수 없다. 이해한다는 뜻을 가진 영어의 언더스탠드(understand)는 아래에 선다는 말의 합성어다. 상대의 위에 서서는 이해가 될수 없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이 지고지순한 것은 사랑은 흥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구는 사랑과 까먹는 사랑의 차이가 이에 있다. 인생은 사랑이다. /임양은 주필

TV 프로그램

텔레비전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바보상자다. 내용이 그렇고 그런 연속극을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멍청하게 보고 나서는 각기 제 방으로 돌아간다. 이를 테면 드라마가 가족 간 대화를 빼앗는 주범이다.그러나 텔레비전 방송의 기능은 대단하다. 요즘은 니, 신문에 났더라!는 말을 안 한다. TV에 나왔더라!라고 말한다. 특히 뉴스의 속보성이나 현장성은 신문이 전파를 따를 수 없다.괜찮은 프로그램도 있다. 인간극장(KBS-1TV)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다. TV 동물농장(SBS)은 야생의 동물의 세계 등과는 포맷이 다른 인간생활 주변의 별난 동물 이야기다. 잘 먹고 잘 사는 법(SBS)은 부정적이면서 긍정적이다. 무슨 스타들의 집안 자랑 방문은 사회에 위화감을 주기 십상이다. 시청자에게 어떤 의도로 방송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시골밥상 대목은 단연 한국음식문화 소개의 백미다. 전국 각지의 벽촌을 순회하며 고을마다 고유의 국내 음식을 발굴, 체험하는 시골밥상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래 음식문화의 소중한 자료가 될 만하다.또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SBS)는 우리 생활 주변의 이색적 사물을 전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하다 보면 저런 일도 있구나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지지대자가 꼽고 싶은 국내 으뜸 TV 프로그램은 생활의 달인(SBS)이다.생활의 달인은 서민사회의 직업 이야기다. 생업의 기능에 일가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길거리 빵장사도 좋고, 세차원도 좋고, 미화원도 좋다. 아마 100가지도 넘는 직업의 달인들이 출연했을 성싶다. 드럼통을 다루는 직업, 생수 배달을 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각기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룬 기능은 곧 생활예술로 존중받을 만하다.우리 사회는 이 같은 자기 직업에 충실한 달인들이 있음으로 해서 사회생활이 영위된다. 그 잘난 국회의원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말하다 보니 괜찮은 프로가 특정 방송에 쏠렸으나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임양은 주필

교장선생님

교장은 평생의 영예이면서 평생의 멍에다라고 했다. 교장을 지낸 친구의 말이다. 그는 사범학교 출신 교장이다.이유를 물었더니 교장 지낸 친구의 말이 대강 이러했다. 교장을 마치고 은퇴한지가 벌써 십년이 넘었는데도 사회적 호칭은 여전히 교장선생님이다라는 것이다. 어딜 가도 교장 선생님의 대접 또한 극진하다고 한다. 평생의 영광이 교장직인 것이다.이해가 된다. 누구랄 것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 그 학교의 어른이 교장이다. 교장선생님에게 외경심을 갖는 것은 자녀에 대한 기대감이다. 현직만이 아니고 전직 교장을 존경하는 사회적 기풍 또한 바람직하다.반면에 교장을 지내어 불편한 점도 많다고 한다. 그 친구의 말을 빌리면 어디 가서 농담도 함부로 못한다는 것이다. 교장 출신도 사람인지라 술한잔 먹고 실수할 때도 있고, 또 행동을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어도, 역시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래서 조심해가며 참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멍에가 아니고 뭐냐?며 신문쟁이는 자유로워서 부럽다며 웃는 것이다.교장직은 교직의 꽃이다. 교육장이나 교육감은 다만 행정책임의 직함이지, 교육자의 직위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선 학교의 교장보다 교육장이나 교육감을 우대하는 것은 관료주의 의식이다. 교육자로서는 당연히 일선 학교의 교장이 으뜸이다. 교장 선생님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여론이 일면 슬픈 이유가 이에 있다. 존경하고 싶고, 존경받아야 할 교장선생님들이 나쁜 소리를 듣는 것은 교육계의 불행일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불행이다.그런데 궂은 소릴 듣게되는 것은 돈 때문이고 그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몇십만원이 아니면 고작 100~200만원이다. 교장직 자리에 비하면 기껏해야 푼돈이다. 이런 푼돈을 받고 평생동안 연공을 쌓은 교장자릴 더럽히고 자신을 망치는 교장선생님들이 있어 안타깝다.학생들 수학여행 가는데 여행사 선정을 두고 뒷돈 받았으면 학생들 머릿수를 팔아먹은 셈이다. 교장으로서 더할 수 없이 치사하다. 이 같은 교장이 100명도 넘는다니 묻고저 한다. 당신들은 자존심도 없나? 교장출신 친구는 교직의 역적들!이라고 일갈한다. /임양은 주필

참교육학부모회 ‘교육상담사례집’

우리 학교 현장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 지 심히 걱정스럽다. 참교육학부모회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교육상담사례집 최근 내용은 믿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설마 그러랴 싶은 사례가 너무 많아서다. 도무지 용납 안 되는 비상식적비교육적인 일탈 행위들이다.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교사 자질문제다. 교육적 체벌을 빙자해 자행되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이 근절되지 않아서다. 몽둥이로 아이들 머리를 때리는 교사가 있다면 누가 믿겠는가. 요즘 들어 더욱 심해진 성추행도 심각하다. 여고 담임 교사가 여학생을 암암리에 성추행해 왔다는 학부모들이 주장이 적잖다. 해당 교사 처벌을 학교측에 요청했지만 조작이다 학생이 선생님을 사랑해 빚어진 일이라고 발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의 부모에게 담임 교사가 자주 전화를 걸어 아이가 이상하다 하루도 혼나지 않는 날이 없다고 말해 걱정을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촌지를 주면 그런 전화가 끊긴다는 게 학부모들의 얘기다. 한 고등학생의 호소는 대표적인 인권 모욕이다. 집이 가난해 급식비나 학교 운영비가 밀릴 때가 많은데 그러면 담임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네가 돈 제대로 낸 적 있어하고 면박을 준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자퇴를 강요하는 교사 때문에 죽고 싶다는 학생들도 많다.학교운영위원회불법찬조금비리급식 등의 학교문제도 학부모들을 괴롭힌다. 특히 학교 급식법이 개정돼 직영급식이 의무화되면서 위탁급식을 강요하는 학교장의 태도, 직영급식을 반대한다는 허위 서명 강요 등은 주목할 사례들이다. 2008년 정부가 415 학교자율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학교운영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이 학교장에게 독점되면서 일부의 경우 학운위를 통한 합의와 조정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교육계에선 참교육학부모회의 교육상담사례집이 가해교사와 학교측 반론 등 일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하지만 그러나 교육 당국의 교육비리 척결, 부적격 교원 퇴출 작업에도 불구하고 100% 개선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대다수 교사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문제교사들의 자성이 요구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축국

신판 중화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인 축구 또한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으로까지 진화한다. 영국의 럭비경기에서 발전했다는 게 통설인 축구가 중국의 옛 스포츠인 축국(蹴鞠)에서 비롯됐다는 게 요지다. 실제 고고미술자료에 나타난 축국 장면은 지금의 축구와 흡사하다. 축국이라는 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중 전국시대 유세객으로 이름 높았던 소진(蘇秦)과 장의(張儀) 두 사람의 행적을 정리한 소진열전(蘇秦列傳)이라는 곳에서 가장 먼저 보인다. 이후 중국인, 특히 권력자들이 즐기는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잡는다.축국은 한반도에도 일찌감치 상륙했다. 축국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사화(史話)는 신라의 김유신과 김춘추 이야기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625년(혹은 626년) 무렵 김유신과 김춘추는 지금의 경주 어느 광장 같은 데서 축국 경기를 했다. 김유신이 초청한 형식으로 이뤄진 이 경기는 기록만 보면 두 사람만 한 것처럼 돼 있지만 편을 가른 팀 스포츠로 유추된다. 김유신과 김춘추는 각기 그들 팀을 대표하는 캡틴이었다. 친선경기였지만 매우 격렬하게 진행된 듯하다.595년생인 김유신은 당시 나이가 만 30세를 넘겼으니 그보다 9살이 적은 20대 초반의 혈기방장한 김춘추를 맞받아쳤다가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던지 태클 혹은 유니폼 잡아채기 전략을 구사한 듯 싶다. 김춘추의 옷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1천400년 전 일어난 이 일화는 김유신이 기획, 감독, 주연까지 한 고도의 정치 스포츠 게임 인 셈이다. 김유신은 찢어진 옷을 기워 준다며 자기집으로 데려간 김춘추를 누이동생인 문희가 혼자 있던 방으로 들어가도록 꾸며 역사를 이뤘다. 이 때의 만남으로 문희가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아버지 김춘추의 뒤를 이어 일통삼한(一統三韓)을 달성한 문무왕 김법민(金法敏)이었다. 이들 부자를 김유신이 절대적으로 지원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김유신김춘추 생각을 하면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한 축구가 이래 저래 재밌다. /임병호 논설위원

민주당 전당대회

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정세균 대표 중심의 당권파와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이 연대한 쇄신파의 기싸움이 날로 거세다. 쇄신파는 당명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당권파는 정세균 체제를 고수하는 입장이다.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분당 등 또 민주당으로 전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속당으로 당선됐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 노 전 대통령의 선거빚만 잔뜩 떠안기도 했던 민주당이다.지금의 민주당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 계열의 동교동계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한동안 세를 떨쳤던 권노갑 한화갑 전 의원 등 양갑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당내에서 사라졌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의 각별한 총애를 받았던 박지원 의원만 원내대표로 있을 뿐이다. 이를 가리켜 민주당에 진짜 민주당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실제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옛날 민주당 사람들은 대부분 공천을 받지 못했다. 또 어떤 사람은 정동영을 따라 다녔다는 이유로 공천이 배제되기도 했다.작금의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보니 당권 다툼을 둔 싸움이 치열하고 미묘하게 돌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전당대회에서의 전당원 투표제 문제를 두고도 당권파는 경선 후유증이 너무 크다며 반대하는 반면에 전 당원 참여를 봉쇄한 체육관 전당대회 계속은 부당하다는 것이 쇄신파의 반박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2012년 대통령선거와도 무관하지 않아 저변이 더 복잡하다.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필요한 것은 당의 명확한 독자노선이 뭣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예컨대 국민참여당과 함께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중시조로 삼는 것은 술수적 혼선이다. 민주당안의 노무현 사람과 민주당밖 국민참여당의 노무현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도 설명돼야 한다.보수와 진보를 오락가락했던 민주당이 진보정당으로 진로를 정했다면, 이점 또한 국민사회에 분명하게 피력돼야 한다. 대북관계의 종북성향 역시 확실한 해명이 요구된다. 진보정당이라도 좋다. 민주당이 나라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공당으로 탈바꿈할 때, 비로소 진정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임양은 주필

정보통신의 발달

텔레비전에 대해 처음 말을 듣게 된 것은 중학교 3년 물상 수업시간이다. 그땐 무슨 공상과학으로 들렸다. 그랬던 것이 실제로 보게된 것은 그로부터 9년 후다. 그 무렵은 물론 국산 수상기가 없었다. 1961년 12월31일 개국한 KBS-TV를 미군부대서 나온 수상기로 시청했다. 수상기를 갖고 있는 것이 대단한 것으로 여겨진 시절이다.컴퓨터에 대해 처음 말을 들은 것은 1971년이다.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받은 2주간 코스 중견기자 재교육의 정보이론 과목에서다. 정보이론이라고 해서 첩보교육 같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엉뚱한 컴퓨터 교육이었다. 당시에는 국방부 등에만 컴퓨터가 있을 정도여서 실물을 놓고 배우지는 못했다. 컴퓨터의 기능 등에 대해 배우는 데 이 또한 무슨 마술사 소리처럼 들렸다. 그랬던 것이 10여년 뒤엔 사회적 보급이 되더니 이젠 완전히 대중화됐다.1981년에 삐삐라고 했던 전화호출기가 나왔다. 이를 지닌 사람을 찾으려면 호출기에 신호를 보내어 전화를 걸도록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원시적 방법이지만, 그땐 각광받은 통신 수단이었다. 나는 그 무렵에 들고 다니는 성냥갑만한 전화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1990년대 들어 이동통신시대가 열려 핸드폰이 나오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나옴으로써 승용차에서 이용된 카폰이 빛을 잃었다.지금은 핸드폰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어쩌다 집에 빠뜨리고 나오면 견딜 수 없을만큼 생활과 밀접해졌다. 핸드폰의 보급도 보급이지만, 놀라운 것은 수십가지에 이른 다양한 기능이다.신형 핸드폰이 잇따라 나온다. 디자인만이 신형이 아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핸드폰이 계속 출하된다. 요즘은 문자 메시지를 손으로 써보내는 핸드폰이 또 나왔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시대다. 인터넷과 연계하는 트위터 정치 또한 열렸다.정보통신의 발달은 생활의 변혁을 가져오고, 이런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수반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보통신의 무진장한 잠재기술은 10년이나 20년 후면, 지금으로썬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또 뭣인가를 출현시킬 것이다. 인류의 유사이래 현대처럼 숨가쁘게 급변하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현대인은 정보통신 급변의 홍수속에 긍정적, 부정적 양면의 갈등을 겪고 있다./임양은 주필

허정무 감독을 본받아라

한고조 유방이 중국 안휘성 영벽현 동남방 해하에서 항우를 죽여 천하를 얻게되자, 그를 도왔던 모사 장량이 유방 곁을 떠났다. 장량은 극력 만류하는 유방에게 내가 할일은 이제 없다면서 초야에 묻혔다. 월나라 왕 구천이 와신상담 끝에 오나라 왕 부차를 무찔러 마침내 자결하는 것을 보고, 구천을 도왔던 중신 범려가 자취를 감췄다. 구천은 전력을 다해 범려를 찾았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다.후세에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유방과 범려의 고사를 들어 측근들의 발호를 개탄했다. 그의 측근들은 의병 거병시 함께 나섰던 고향사람들이었다. 결국은 권력을 축재 등에 남용한 개국공신들을 주살하면서 개국보다 치국이 더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새로 당선되어 취임한 시장군수들 또한 명심해야 된다. 선거에 공을 세운 측근이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도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측근에 끌려 논공행상을 하다가는 이것이 화근이 되어 자신을 망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영포회란 것이 있어 말썽이다.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과 포항 출신의 공무원들 모임이라니 실로 고약하다. 설마한들 대통령도 아는 모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으나 비서실의 책임이 크다. 옛날에 주원장 같으면 영포회는 주살감이다. 순수하게 친목을 도모했을지라도 이런 모임이 있어선 안 된다. 만약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면 사조직이다.월드컵 국가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을 본받아야 한다. 허정무 감독은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직 연임 권고를 고사했다. 그간 자신의 모든 것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에 불태워 소진했기 때문에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말 명쾌한 처신이다. 그도 사람인데 어찌 대표팀 감독직 연임에 미련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처신에 매듭을 분명하게 지어 보인 것은 어려운 결단이다.새로 취임한 시장군수들이 측근 관리를 엄정하게 해야하는 것이나 영포회같은 호가호위의 모임을 단호하게 처단해야 하는 것이나 다 허정무 감독의 그 같은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사리사욕을 억제하고 명분과 대의를 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소년병

625참전소년지원병은 625 전쟁 발발 당시 중학교 2~4학년에 해당하는 15~17세의 나이에 지원, 전투에 참여했다. 1950년 6월25일에서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27일 사이에 입대, 자신의 키만큼이나 크고 버거운 총을 들고 전쟁터를 누볐다. 어린 나이에 소금국과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워가며 적과 싸워 누란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한 참전 용사들이다. 부상자는 물론 전사자도 적지 않다.그러나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됐지만 소년병들에 대한 대우는 열악하다. 더구나 병역 의무가 없는 어린 소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아직도 정부의 실체 인정이 인색하다. 또 다른 문제는 위령탑은 물론 위령시설조차 없는 사실이다. 전국 300여 곳에 현충시설이 있지만 소년병 현충시설은 한 곳도 없어 625참전소년지원병중앙회가 해마다 임시제단을 만들어 위령제를 봉행한다. 떠돌이 위령제를 지내는 상황이다. 올해는 지난 17일 대구 대명동 앞산공원 낙동강승전기념관 대강당에 마련한 임시제단 앞에서 625참전 순국소년지원병(2268위) 위령제를 지냈다. 이날 위령제엔 보훈처장, 육군참모총장, 육군 제2작전사령관 등의 조화가 놓여 있었지만 정부 대표론 대구지방보훈청 소속 과장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국한 전우의 넋을 기리기 위해 참석한 200여명의 생존자들이 더욱 눈시울을 붉힌 이유 중 하나다.현재 생존 소년병은 4천748명이다. 이들은 모두 최소 75세가 넘은 노인들이다. 생존자들은 전쟁이 끝난 후 거의 국군에 입대, 복무를 마쳤다. 대부분 학업의 시기를 놓쳐 후손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 소년병중앙회에 등록한 1천200여명의 회원 중 120명이 연간 5만원씩 내는 회비와 찬조로 월 20만원의 사무실 운영비와 매년 개최하는 위령제 비용 등을 겨우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소년병위령탑 건립은 국제적인 문제로 어렵더라도 위령제 봉행 지원은 가능하다고 본다. 625참전용사 대접을 받는 게 소년병 생존자들의 소원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예쁜 죄?

두 뺨은 우윳빛과 같고 머리결은 옻칠을 한 듯 검고 / 눈빛이 발에 들어오니 주옥과 같이 빛나네 / (중략) / 예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의 운명에는 기박함이 많으니 / 문을 닫고 봄이 다하면 버들꽃도 지겠구나 중국 송나라 시인 동파(東坡) 소식(蘇軾)이 지었다는 가인박명(佳人薄命)이란 시(詩) 내용이다. 이 시에서 가인은 30대 미모의 여승인데 동파는 여승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상상한 모양이다. 박명(薄命)은 단명(短命)과 다르지만 미인박명이란 속설이 여기에서 유래된 듯하다.미인들의 수난이 적진 않았다. 양귀비(楊貴妃)는 미인박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나라 현종의 총애를 한몸에 받다가 안록산의 난(亂) 때 38세로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조선 최고의 절색이며 시인이라는 황진이(黃眞伊)는 숱한 남자를 울리다 마흔살 전후해 병사했고, 세상 여성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던 영국의 다이애나비는 36세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뭇 남성의 눈길을 사로 잡던 미국의 여배우 마를린 먼로는 36세에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나라의 여배우들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미인박명, 미인단명의 속설 탓인가 싶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무전유죄(無錢有罪)는 엇나가는 사회상을 빗댄 말이지만 미인유죄(美人有罪)가 있는 진 모르겠다. 매력적인 외모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 당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여성이 있다고 외신이 전해 생각 난 말이다. 연봉 7만 달러(약 9천736만원)를 받고 씨티은행 뉴욕 지점에 취직했다는 로렌자나라는 이 여성은 1년여만인 2009년 해고됐다. 그녀는 뉴욕 금융지구 인권사무실에서 지나치게 몸매가 드러난 옷을 입어 동료들을 혼란케 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부당하게 내쫓았다며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란다. 그러니까 예쁜 것도 죄가 되느냐는 얘기다. 씨티은행은 업무 능력이 떨어져 해고한 것 일뿐이라고 그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미인박명이 지어낸 말인 것처럼 미모가 죄가 될 순 없겠다. 예쁜 얼굴이 어찌 죄가 되겠는가. /임병호 논설위원

라이터

라이터(lighter)가 사치품이던 시절이 있었다. 여송연이나 파이프담배를 멋으로 피우던 때다. 잎담배로 권연을 굵게 만 여송연은 필리핀의 루손섬에서 나는 게 향이 짙으면서 독해 으뜸으로 꼽았다. 파이프는 잎담배를 잘게 썰거나 빻은 것을 담아 피웠다. 여송연의 애연가로는 영국의 처칠, 파이프담배는 미국의 맥아더가 유명했다.라이터 가운데 고급품으로 쳤던 게 지포다. 뭣보다 발화가 잘 되고 튼튼해 고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포라이터는 실은 미군용이다. 사단급 이상의 미 군수부에서 관장했다. 그런데 이런 군수부를 일명 G-4라고 불러 라이터 또한 지포라이터가 됐다.여송연이나 파이프담배가 아닌 보통 권연을 피우면서도 좋은 라이터를 찾던 것이 점차 바뀌어 라이터에 신경을 안 쓰게 된 지 오래다. 끽연권보단 혐연권이 우선시되는 사회 변화의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직방형의 플라스틱 라이터가 보편화됐다. 옛 라이터는 수시로 휘발유를 넣어 썼으나, 플라스틱 라이터는 한정된 액화부탄가스가 담겨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집안마다 성냥 대신에 라이터 한 개쯤은 비치할 만큼 플라스틱 라이터는 널리 쓰이는 국민라이터가 됐다. 가게에서 파는 값이 개당 300원을 받기도 하고 400원을 받기도 한다.문제는 품질이다. 라이터에 담겨진 액화 부탄가스를 절반도 못 쓰고 발화대목이 고장 나 버릴 때가 많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가스가 떨어질 때까지 제대로 다 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라이터엔 분명히 품질보증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도 그러는 모양이다. 많이 팔아먹기 위해 일부러 중간에 고장나도록 하는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의문이 있지만 그럴리는 만무할 것이다.만약 제품에 쏟는 장인정신의 빈곤이 원인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300~400원짜리라고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라이터다운 자긍심을 갖고 책임 있는 출하를 해야 된다. 애연가들을 짜증나게 하는 라이터가 아닌, 사랑받는 라이터가 되면 이 또한 지포라이터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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