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시험은 시험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인원수에 관계없이 성적위주로 합격자를 낸다. 그러나 임용시험은 필요한 신규 정원수 만큼 시험성적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2012년 첫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치룰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냐, 임용시험이냐로 논란을 빚었다. 결과는 임용시험이 되었으나, 자격시험이 돼야한다는 주장이 아직도 만만치 않다. 발단은 법무부에서 전국의 첫 졸업생 2천명 중 합격자를 50%로 한다는 방침에 재학생들이 자퇴서를 내며 집단반발을 한데서 시작됐다. 결국 75%로 재조정해 사태는 일단락 됐으나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변호사를 많이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대한변호사회 등 현업 변호사들 입장이다. 이에 의하면 2012년엔 첫 로스쿨 졸업생 중 1천500명,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 1천명 등 모두 2천500명의 변호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매년 1천명씩 배출된 신규 변호사들도 취업난인 터에 두배반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취업이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그러나 로스쿨 측은 변호사 시험을 자격제로 치뤄(의과대학 졸업생의 의사 자격시험 합격률 수준인) 90% 이상의 합격자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사가 많다는 주장엔 우리나라 변호사는 인구 5천명당 1명꼴로 미국의 260명당 1명보다 비교가 안되게 적다고 반박한다.그런데 변호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2년 후에도 해마다 1천~2천명씩 증가한다. 이 같은 증가를 선민(選民)의 눈으로 보면 부정적이고, 서민(庶民)의 눈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변호사들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법원 주변의 변호사 사무실 중엔 사무실 유지비도 못내는 변호사가 없지 않다. 법원 주변만이 아니라, 읍면사무소 소재지에 사무실을 내야할 때가 온다. 변호사는 더 이상 한건 수임료로 팔자를 고치는 귀족이 아니다. 값싼 다중의 수임료로 서민의 친구가 돼야한다. 사회상의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유독 변호사라고 예전과 같을 순 없다. 변호사 시험이 자격시험이든, 임용시험이든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있다. 법률서비스가 대중사회에 널리 파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형님예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한나라당 단독으로 강행된 이후 여야는 마냥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야권의 비아냥 소리 중 하나가 형님예산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선거구에 책정된 선심성 예산을 말한다. 이상득 의원의 선거구는 포항남울릉이다. 그런데 포항만 들어가면 무조건 형님예산으로 분류한다. 물론 선거구 예산도 있다. 이 중에는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산업화가공단지 조성사업비 10억원이 있어 과메기예산이라고도 한다. 형님예산은 수천억원을 배정했지 않았느냐는 것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말이다. 자신도 선거구인 목포에 선심성 예산으로 목포고기능수산식품지원센터, 목포신항 건설 기타 등 사업비로 65억원을 챙기지 않았냐는 일부의 말에 그같이 말했다. 그러나 철도도로사업 등은 참여정부 시절에 시작했던 사업비로 수천억원이란 당치않다는 것이 이상득 의원 측의 반박이다. 예산안을 여야 합의 없이 여당이 처리한 것은 유감이나, 이를 유발시킨 야당 또한 책임이 있다. 민주당이 먼저 의장석을 점거한 데 이은 한나라당의 강공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다수당 폭력인 데 비해,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방해하기 위한 소수당 폭력이다. 폭력은 협상의 결렬이다. 협상이 안 되면 다수결이 의회주의 원칙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위해 따로 임시국회를 열자고 했다. 하지만 처리를 질질 끌어 연말 가까이 갈 것이 뻔하다. 예산안의 헌법상 처리 시한은 지난 2일이다. 법정 시한은 고사하고 정기국회 회기 내에서도 처리를 늦춰 임시국회를 갖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예산안 처리를 늑장 부리다가 깍아야 할 예산도 더 깍지 못한 채 그대로 넘어간 것은 민주당의 잘못이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전략 결함이다. 그런 박지원 원내대표가 형님예산을 들어 화풀이를 했다. 이래저래 무슨 고비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들먹여지는 것이 형님이고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아우님을 위한 형님인지, 형님을 위한 아우님인지 모르겠다. 임양은 주필

공자평화상

2010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10일 올해 수상자인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불참한 가운데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거행됐다. (중략) 세계 47개국 대표 등 1천여명이 참석한 시상식은 중국 정부의 불참 방침으로 수상자인 류샤오보는 물론 그의 가족과 지인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노벨위원회는 류샤오보 대신 빈 의자에 평화상을 올려놓는 것으로 시상을 대신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수상자와 대리인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1946년 나치치하의 독일 언론인 카롤폰 오시에츠키 이후 74년만이다. 상금전달까지 생략된 것은 노벨상 109년 역사상 처음이다. (후략) 이상은 서울신문 11일자 기사다. 시상식에 수상자가 참석지 못한 것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가족이 대리수상을 못한 것은 중국 정부가 출국을 금지 시켰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노벨평화상 시상식 전날 중국에선 제1회 공자평화상 시상식이 있었다는 점이다. 수상자는 롄잔 전 타이완 부총통이다. 중국 관영 언론이 노벨평화상에 대응해 중국판 평화상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지 3주만에 공자평화상이 만들어졌다. 공자는 중국의 현대 정치사회에서 마오쩌둥에 의해 죽었다가 덩샤오핑에 의해 살아난 인물이다. 공자를 쓸모없는 자본주의 유생으로 전락시킨 마오쩌둥은 공림(孔林) 등 그의 유적지 참관도 금지 시켰을뿐만 아니라, 현대판 분서갱유로 공자관련 서적도 불온시 했다. 공림은 중국 산둥성 취푸시 북쪽 일대에 위치한 공자의 생가와 공자를 비롯한 그의 후손들 무덤이 있는 묘군으로 유명하다. 공자(BC 551~BC 479)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사람이다. 마오쩌둥에의 정치적 사망선거를 받은 공자가 덩샤오핑의 개방 개혁정책으로 부활한 것은 역시 중국을 대표한 세계적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최고 덕목은 인(仁)으로, 이는 극기복례 (克己復禮) 즉 자기 자신을 이기고 예에 따르는 게 어진 삶이라는 것이 그의 사상 기조다.중국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을 거부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공자를 비난했던 문화혁명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사상적 모순의 갈등에 빠져있다. 공자평화상의 앞날이 어떨지 궁금하다. 임양은 주필

성경 속 公僕

요셉은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위해 친서민 정책을 펼쳐 주께서 우리를 살리셨사오니 우리가 주께 은혜를 입고(창 47:25)라는 칭송을 받았다. 요셉은 총리로서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었었지만 가족들을 절대 요직에 앉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바로에게 자신의 친족을 목축업자로 소개하고 왕궁이 아닌 고센 땅에서 목축을 하도록 배려했다(창 46:31~ 47:6). 이런 요셉에겐 위장전입이나 쪽방촌 투기, 부인의 위장 취업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시키기 위해 생명을 걸고 바로와 6개월 간 씨름한 위대한 지도자였다. 출애굽을 한 뒤에도 그는 자신의 이름을 주의 책에서 지워버려도 좋으니 백성들의 죄를 사해 달라며 간절히 매달렸다(출 32:32). 한 사람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그는 백성을 가사 도우미로 쓰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 하느님은 이런 모세의 모습을 보시고 징계를 거두신다.여호수아는 가나안 정복전쟁의 영웅이지만 땅 분배에서 이익을 먼저 챙기지 않았던 지도자다. 그는 이스리엘 자손 모두에게 땅을 분배한 다음 마지막에 자신의 땅을 받았다(수 19:49~51). 그는 군대 지휘관(출 17: 8~16)에서 정탐꾼(민 14:6~9), 민족의 지도자(수 1장)로 승승장구했지만 만년까지 스스로 조심하여 너희 하느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수 23:11)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특권을 이용해 재산증식을 않고 으스대지 않았다.느헤미야는 아닥사스다 왕의 최측근으로 고위직에 있었지만 피폐한 동포의 상황을 전해 듣고 왕국의 호화스런 생활을 포기했다(느 1~2장). 그리고 BC 444년부터 432년까지 예루살렘을 다스리는 총독이 되어 성벽을 재건했으며, 민생을 곤경에 빠뜨리는 고리대금을 근절하고(느 5:1~ 13) 재임기간 봉급을 받지 않는 희생을 감수했다(느 5:14~18). 이런 희생적 리더십이 있었기에 무너진 성벽은 150년 만에 재건된다. 요즘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내년 초 개각설이 나돈다. 성경 속의 요셉, 모세, 여호수아, 느헤미아 등의 행적이 생각나는 연유다. 지도자고위공직자 리더십엔 반드시 높은 도덕성과 막중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FIFA 악재 ‘연평도 포격’

국제축구연맹(FIFA)은 세계 축구를 좌지우지한다. 회원국 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많은 208개국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는 셈이다. FIFA는 월드컵을 비롯해 남녀 연령대별 축구대회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FIFA는 자신들의 지시와 규정을 거부할 경우 어떤 나라, 어떤 팀을 막론하고 강력한 제재를 내린다. 어떤 국가도 축구에 관한 한 FIFA의 권위에 함부로 대항할 수 없다. FIFA의 최고 결정기구는 집행위원회다. 총 25명으로 임기는 4년이다. 회장, 부회장 등 7명의 회장단에 나머지는 대륙을 대표하는 임원들로 채워진다. 아시아 4명, 유럽 9명, 남미 3명 등 대륙별로 쿼터가 있다. 아시아 4명 중 1명이 정몽준 FIFA 부회장이다. 사무총장을 뺀 24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 등 중요 사안이 모두 여기서 이뤄진다. 소수이지만 권한은 막대하다.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를 희망한 한국이 지난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섰다. FIFA 집행위원, 세계 각국 취재진에게 유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자리로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김황식 국무총리, 한승주 월드컵 유치위원회 위원장, 정몽준 FIFA 부회장이 연단에 올랐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축구가 필요하다고 모두 비슷하게 말한 것으로 외신이 전했다. 영상물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과 만나는 사진, 정몽준 부회장이 축구계 거물들과 함께 있는 모습 등을 소개했다고 한다. 한국 유치위원들의 활동 평가는 엇갈리지만 연평도 포격 사실을 공개적으로 전한 부분은 얘깃거리다. 유치위원들은 그만큼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려고 했겠지만 외국인들에겐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을 걸로 여겨진다. AP통신이 한국을 아웃사이더라고 혹평할 정도로 준비가 밋밋했다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스위스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 측의 치명적인 악재였다. 월드컵 유치 방해의 하나로 간교한 북한이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워 그 만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쌀밥에 고깃국

74 남북공동성명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발표됐던 게 1972년이다. 외세, 무력배제의 평화통일과 사상 이념 제도를 초월한 민족적 대단결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남북적십자회담이 성사되고 서울-평양간 직통전화 개설, 남북조절위원회가 구성됐었다.이해 여름에 박성철 북측 총리가 서울에 왔을 때다. 박성철은 초저녁에 어딜 가보고 싶다면서 서울시내 약수동에 안내 해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약수동 산비탈엔 무허가 건물투성이의 달동네였다. 이윽고 어느 허름한 집에 들어선 박성철은 두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마침 그집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쌀밥을 TV를 보며 먹고 있더라는 것이다. 북에선 좀처럼 해선 어려운 흰 쌀밥이며 TV를 가난뱅이 동네에서 예사로 누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쌀밥에 고깃국, 기와집에서 비단옷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이 김일성이다. 김일성이 생전에 새해가 될때마다 내건 단골 매뉴다. 김정일 역시 한동안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김정은이 이같은 말을 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6일자 보도로 전했다. 그의 고모부며 김정일 사후 김정은 후견인이 될 장성택이 주재한 어느 경제 관련 회의에서 김정은이 3년내 인민경제를 회복시켜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평양집단은 연평도 사태 도발 이후 대외적으로는 대남협박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자립경제를 부쩍 내세운다. 김정일의 공장 기업소 현지 지도는 자립경제 강조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의 쌀밥에 고깃국은 김정일의 자립경제와 연관된 말이다.북녘 동포가 그들 말처럼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형편이 되면 좋겠다. 그러나 전보다 살기가 더 어려운 형편에서 곧 나아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 북측은 원유를 비롯한 각종 물자며 생필품의 70%를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1950년대에 미군 물자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판치던 것과 비슷하다. 북녘동포가 쌀밥에 고깃국을 못먹는 것은 평양집단이 대남 동포를 겨냥한 핵 등 대량 살상무기 개발의 군비 확장에 혈안이 된 연유가 크다. 임양은 주필

미녀 간첩

첩보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영국 출신의 소설가 이안 플레밍이 창작한 가상의 인물이다. 007 위기일발을 비롯한 20여편의 007영화는 살인 면허를 가진 영국 첩보원 제임스 본드 해군 중령이 스토리를 반전시키는 종횡무진의 활약상이 기상천외의 비밀병기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이런 가운데 맛깔스럽게 양념을 더하는 것이 팔등신 미녀 스파이인 본드걸이다. 본드걸은 제임스 본드의 적이 되기도 하고, 동지가 되기도 하는 변화를 거듭하다가 결국은 해피엔딩하곤 한다.미국에서 본드걸 뺨치는 미모의 러시아 여성 스파이가 잡힌 것이 지난 6월29일이다. 냉전 이후 체포된 최대 규모의 러시아 스파이그룹 일원의 이혼녀인 안나 차프만(28)이 바로 그녀다.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은 그녀의 스파이 혐의 사실보다 미모에 치중한 선정적 묘사로 독자의 시선을 끌었다. ABC방송은 빨강 머리의 섹시녀라고 보도했다.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허벅지를 드러낸 채 방에서 야경을 내다보는 그녀의 사진을 본드걸 저리가라는 글과 함께 싣기도 했다. 안나차프만은 뉴욕의 상류층 사교장인 줄리아클럽 등을 단골로 드나들며 얼짱몸짱에 뇌쇄적 눈매로 주요 인사들로부터 고급정보를 빼냈다는 것이다. 안나 차프만이 미국에서 체포돼 추방된지 불과 6개월만인 며칠 전엔 역시 러시아 미녀스파이 자툴리 베테르(25)가 이번엔 영국에서 붙잡혔다. 영국 하원 국방특위 마이클 핸콕(64)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러시아 대외정보국에 영국의 국방관련 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짧은 치마를 즐겨입은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도된 그녀는 여성 편력이 심한 핸콕 의원에게 성적 유혹으로 접근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냉전은 끝났어도 첩보전은 여전하다. 특히 러시아의 미인계는 007영화본드걸을 방불케한다. 국내에서도 연전에 적발된 북의 미인계 간첩이 있었다. 미모의 여간첩이 국군 장교를 유혹, 동거하면서 군기밀을 빼냈던 것이다. 여 간첩 미인계는 이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 체포된 미녀간첩소식이 어쩐지 남의 일같지 않게 들린다. 임양은 주필

동짓달

내일이면 동짓달 초하루다. 겨울이 본격화하면서 밤이 길어진다. 양력으론 이달 22일이 동짓날이다. 음력으론 17일이다. 음력은 해마다 날짜가 다르나, 양력으로는 언제나 12월22일이 동짓날이다. 올 동짓날은 젊은 동지다. 음력 초순에 든 동짓날이면 애기 동지라고 하여 동지죽을 쑤지 않는 풍습이 있다. 하순이면 노동지다. 올 동지는 젊은 동지라 동지죽을 맛보겠다.동짓날 밤이 일년 중 가장 길다. 동지 이튿날부턴 차츰 낮이 길어져 내년 여름 하지 땐 낮이 가장 길어진다. 동짓달 밤을 말하다 보니 고시조 한 수가 생각난다. 조선 중엽의 명기 황진이의 염시(艶詩)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둘러내어/ 춘풍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루신 님 오신 날 굽이굽이 펴리라 언어의 구사가 참으로 절묘하다. 초장의 한 허리 둘러내어는 세련된 감각적 표현이다. 중장의 이불의 원문은 니불이다. 동짓달 추운 밤이지만 님과 함께한 이불을 춘풍이라 한 것은 기발하다. 종장의 어루신은 얼다의 고어인 어루다가 어미변화한 것으로 얼어붙다 즉, 동침의 은유법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서리서리 넣었다가 (춘풍이불 속에서) 굽이굽이 펴리라란 가히 황진이 같은 여류 풍류객이 아니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표현의 자유다. 이 고시조는 황진이가 평생 서화담을 짝사랑해 그리워한 심정을 담았다. 송악산의 10년 면벽 도사 지족선사를 파계시키고 나서 서화담을 유혹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해 이 시조를 지었다고 전한다. 동짓달 긴 밤은 자다가도 몇번을 깬다. 잠을 잘 자는 사람은 깨고도 이내 또 잠이 든다. 하지만 잠을 잘 못 든 사람은 한 번 깨고 나면 그대로 밤을 지새는 수가 있다. 긴긴 밤을 뜬눈으로 샌다는 것은 고역이다. 잠을 억지로 청하면 더 못 든다. 잠이 안 올 땐 두 눈을 감은 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는 최면법이 있다. 그래도 잠이 안 올 땐 긍정적인 즐거운 생각만 하다보면 어느새 잠이 든다. 황진이도 아마 그랬지 않았나 싶다. 오늘은 동짓달 초하루, 앞으로 겨울이 동지섣달 두달이다. 임양은 주필

말뿌리

신토불이(身土不二)는 1989년 농협중앙회가 대대적으로 벌인 우리 농산물 애용운동을 통해 대중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은 말이다. 하지만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펴낸 사쿠라 훈민정음의 주장에 따르면 이 말은 1907년 일본 육군 식양회가 먼저 사용했다. 식사를 통해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만든 이 단체는 자기 고장의 식품을 먹으면 몸에 좋고 남의 고장 것은 나쁘다는 것을 말할 때 신토불이를 썼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성적 평가의 척도였던 수우미양가 등급이 일본 전국시대 때 자신이 베어 온 적의 머릿수를 세는 단위에서 유래됐다는 얘기도 황당하다. 국어사전에서 뜻풀이를 할 때 일본어 표시가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아, 우리말에서 일본어 찌꺼기를 걸러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예컨대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한 달인은 일본식 표현이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달인을 대체할 토종 표현은 고사하고 일본에서 온 말이라는 표식도 없다. 일본말로는 마음이 개운한 모양을 뜻하는 사바사바가 우리나라에선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조작되는 짓을 의미한다. 현재까진 속세를 뜻하는 불교 용어 사바에서 유래했다는 측과, 자신의 밥을 덜어서 새에게 주는 일어 산바에서 유래한다는 해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윤옥 소장은 일어로 고등어를 뜻하는 사바라는 단어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일본에선 얕은 속임수를 쓸 때 고등어 수를 센다고 표현하는데 거기서 사바사바가 오지 않았겠느냐고 한다. 사바사바를 숙덕공론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하지만 숙덕공론으로 사바사바의 느낌을 전하긴 어렵다. 문제는 언어의 발음에서 오는 느낌, 그동안 언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면서 굳어진 인식 등 그 단어 특유의 분위기를 순 우리말이나 한자어로 그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말 중에 어차피 70%가 한자말인데, 일본에서 쓰인 한자든 원래 쓰든 한자든 무슨 차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그러나 이씨, 김씨라도 호적을 알고 보면 본이 다르고 파가 다르듯, 원래 우리가 쓰던 한자말과 일제 식민지 시대에 침투된 말 사이엔 민족적 정서상으로도 큰 차이가 난다. 말의 뿌리를 찾는 언어학자들의 보다 깊은 연구가 기대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매타작값

옛날엔 매 맞는 일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가집 자제를 따라다니며 경호도 하고, 한편으론 탈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감시역할도 하는 하인, 종들이 그들이었다. 그런 경우 모시는 대가집 자제가 기방을 드나들거나 탈선을 하면 그를 징계하는 대신 종이 혼찌검을 당해야 했다. 종이 매를 맞는 아픔을 보면서 장본인이 간접적인 아픔을 느끼게 하는 수단이었다.모시는 양반 상전이 잘못을 저지르면 벌금을 물고 종이 대신 관가에 끌려가 상전 대신 매를 맞는 경우가 제도화됐던 시절도 있었다. 그 또한 종이 매를 맞음으로 양반 상전에 망신을 주고, 간접적으로 아픔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방식이었다. 잘못은 더러운 상전이 저지르고 매는 선량한 종이 맞는 일이었다.실업자 청년이 길거리에서 매를 맞아주고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 나선 얘길 담은 영화가 있었다. 권투 글러브를 낀 사람이 때리면 그대로 얻어 맞고 돈을 받는 직업(?)이었다. 이 시대를 비웃는 하나의 풍자극이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면 아마 세상살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거나 아니면 자신의 주먹이 어느 정도 센가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엔 대신 매를 맞지 않았지만 매타작을 하고 매타작 당한 사람에게 거액의 매타작값을 준 고약한 사건이 발생했다. 물류업체 전 대표인 모 재벌가 2세 C씨가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알루미늄 야구방방이로 마구 때린 뒤 매값이라며 1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주었다고 한다. C씨도 나름대로 할말이 없지 않겠지만 사람을 폭행하고 돈으로 달래려는 듯 거금을 던져 주었다면 돈이면 다라는 극에 달한 재벌가 2세의 도덕적 불감증이 놀랍다. 부하 직원들이 빙 둘러서 있는 한가운데서 조직폭력배 두목이 폭력으로 분풀이 하는 영화 속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피해자가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시정잡배와는 달리 재벌가 사람들의 처신은 달라야 한다. 사건을 일으키고도 변호사를 사 뒤처리를 맡기면 해결되는 전례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돈을 주면 때릴 수 있다는 재벌가 사람들의 유전무죄 사고방식을 법이 바로잡아야 한다. 돈 없는 사람은 이래저래 서러운 세상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서해5도

연평도 사태로 서해5도란 말이 자주 나온다. 이 다섯섬에 면적순으로 백령도 (44.1㎢) 대청도 (12.63㎢) 연평도(대연평도소연평도 7.13㎢) 소청도 (2.91㎢)가 들어가는 것은 맞다. 하나남은 섬이 문제다. 우도라고도 하고 소연평도라고도 한다. 어느 것이 맞을까, 둘 다 정답이다. 군사적 개념의 서해5도엔 우도가 들어가고 행정적 개념의 서해5도엔 소연평도가 들어간다. 백령도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대청도는 옹진군 대청면 대청리, 연평도는 옹진군 연평면, 소청도는 옹진군 대청면 소청리며, 마지막 소연평도는 면적 0.94㎢로 역시 옹진군 관할이다.이에 비해 우도는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에 속한다. 서해5도 중 최북단이 백령도이고 최남단은 우도다. 우도는 또 유일하게 일반 주민이 없다. 군 부대만 주둔하고 있다.그런데 우도가 다른데도 많아 더러 헷갈린다는 사람들을 본다. 경남 진해 통영시, 북제주군 구좌면, 전남 목포시고흥무안완도군, 충남 서산보령군 등지에도 우도가 있다. 이의 우도는 한문으로 모두 友島다. 그러나 군사적 개념의 서해5도에 드는 강화군 우도는 隅島다. 모퉁이 우자에 섬도자인 것이다.덕적도를 서해5도에 포함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인천에서 비교적 가까운82㎢ 거리인 덕적군도의 주도로 면적이 21.9㎢며, 이 또한 옹진군 덕적면 이다. 덕적도는 인천에서 서남쪽인데 비해 군사적 개념이든 행정적 개념이든 서해5도는 인천에서 모두 서북쪽 외딴섬이다. 예전에는 황해도 벽성군에 속했던 섬도 있다.저들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중대한 것을 일깨웠다. 바다를 건너오는 상륙공격의 대비위주였던 것은 허점이다. 해상포 공격의 소홀은 전술적 착오다. 이는 연평도 만이 아닌 서해5도가 다 그렇고, 내륙 역시 이의 대비해 새로운 점검이 있어야 한다. 북방한계선 (NNL) 해상은 남북 충돌의 화약고다. 이에 서해5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강력한 군사력 증강이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 임양은 주필

광저우AG 한국선수단 개선

광저우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의 개선이 북의 연평도전투 도발 때문에 빛이 가렸다. 그러나 원정 사상 최고의 성적이 가리워진 것은 아니다. 우리 선수단은 당초 금메달 65개를 목표했다. 이로써도 4연속 2위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영준(29코오롱)의 남자 마라톤 금메달을 마지막으로 목표보다 11개 더 많은 76개로 종합 2위를 달성했다. 은메달은 65개, 동메달은 91개다. 북한은 금메달 6, 은 10, 동 20개로 12위다. 종합우승한 중국은 금메달이 무려 199개에 은 119, 동 91개다. 메달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무용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없앨 순 없다. 역시 13억 인구의 저력이다. 그러나 인구가 많다고 꼭 스포츠 강국인 것은 아니다. 인도 또한 인구가 중국과 버금가는 11억5천만명이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성적은 금 14, 은 17, 동 33개로 6위에 머물러 중국과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속 타는 것은 인구가 1억3천만으로 적지 않은 일본이다. 일본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위 탈환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종목마다 전략적 육성을 하는 데 막대한 훈련비를 투입했다. 지난 4년간 들인 돈이 우리 돈으로 3천억원대를 넘는다. 그런데도 결과는 금메달 48개로 우리의 금메달 76개와 큰 차이를 보이며 여전히 3위에 그쳤다. 일본스포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대두된 일본 체육계의 화두다.우리 선수단이 선전한 광저우아시안게임은 많은 화제를 뿌렸다. 새삼 여기에 열거하지 않아도 모두 국민을 기쁘게 해준 영웅들이다. 이제 2012년 런던올림픽이 있고 이어 2014년은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준비태세가 아직은 시원찮지만 이제부터라도 분발하면 된다. 북의 행패가 없었다면 언론의 각광을 더 받았을 우리 선수단의 금의환향이 금의야행 같이 됐으나 자랑스럽다. 대통령의 선수단 청와대 초청 소식이 아직 없지만 곧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선수단의 그간 노고를 치하한다. 임양은 주필

비상근무

평양집단의 연평도 도발이 자행된 지난 23일 오후는 참으로 착잡했다. 텔레비전 방송마다 중계한 시커먼 연기 속의 외딴섬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저마다 한숨을 내쉬었다.조선중앙방송이 뚱딴지 같은 소릴 했다. 민간인 사망자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는 것이다. 민가고 뭐고 가리지 않은 채, 온통 들쑤셔 섬을 무차별 공격해 놓고 한다는 소리가 얌통머리 없다. 연평도의 포연을 보면서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이러다가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다. 그러나 국민사회는 침착했고 의연하게 대처했다. 주식시장 등도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모든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린 것은 마땅하다. 국가비상시에 공직자들이 제자리를 지키도록 한 것은 언제 소임을 이행해야 할 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도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선 청내 방송 또는 내부 전산망 문자 등으로 비상연락망을 점검해가며 비상근무에 임했다. 자정이 지나선 귀가한 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밤을 세웠다. 그런데 비상이 아닌 데가 있었다. 도교육청 비상근무체계 구멍 주제목의 부제는 북 포격에 일선학교 공문하달 상당수 교사들 다음날 연락 받아로 됐다. 지난 25일자 본지 기사다. 심지어는 퇴근 교사의 복귀 지시 후 귀가 대기, 재복귀 통보 등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비상근무 통보가 제대로 안돼 반대로 교사들의 문의가 도교육청에 쇄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왜 이랬을까? 이 의문에 교육감이 그런 사람이잖느냐는 말이 있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다. 김상곤 교육감이 아무리 좌파성향이로소니 비상근무령 이첩 시달을 고의로 늦췄다고 볼 순 없다.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것이다.인천시 옹진군 연평면사무소 면직원들은 오늘도 북녘의 위협 포성 속에 비상근무에 임하고 있다. 주민이 단 한 명이라도 남으면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남북분단 이전엔 조기잡이의 황금어장이 연평도였다. 해상에서 열리는 생선시장이 파시(波市)다. 조기 파시로 명성이 전국에 드높던 연평도가 지금은 무력 긴장이 드높다. 비상사태다. 임양은 주필

폐휴대폰 재활용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5천만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휴대폰은 우리 생활에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지만 교체주기가 짧은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TV나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보통 5년 이상씩 사용하지만 휴대폰은 2~3년 안에 교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최근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그 주기가 더 짧아져 교체되는 휴대폰이 매년 1천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 잘 회수돼 재활용되는 것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500만 대가량의 폐휴대폰이 함부로 버려지거나 서랍 속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문제는 폐휴대폰이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땅속에 묻힐 경우 납카드뮴비소와 같은 유해물질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하수로 흘러들어 우리가 먹을 물을 위협하는 점이다. 휴대폰의 주요부품인 LCD를 소각하는 경우엔 고엽제의 주요 성분인 다이옥신과 퓨산이 나와 우리 건강을 해치게 된다. 폐휴대폰의 피해를 막는 건 재활용이 최선의 방법이다.휴대폰과 같은 전기전자제품은 여러 종류의 재료로 이루어져 있어 재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특히 휴대폰 속 전자기판에는 금은구리 등 유기금속이 많이 사용돼 있어 폐휴대폰 100대만 모으면 1돈(3.75g)짜리 금반지를 만든다고 한다. 재활용 기술이 더욱 발전되면 폐휴대폰에서 다양한 금속까지 재활용하여 산업발전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멀쩡한 제품을 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일을 먼저 줄여야 되지만 폐휴대폰 수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을 다른 제품으로 바꿀 때 구입처에 맡기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다. 크기가 작아 아무 데나 방치되기 쉬워 개개인이 신경 써서 수거 장소에 내놓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정부가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 기업과 힘을 합치면 힘들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매년 실시되었던 폐휴대폰 수거 범국민 캠페인을 통해 올해는 106만 대를 수거했다. 자원도 재활용하고 수익금으로 불우 이웃도 도왔다. 국민이 버려지는 휴대폰 한 대씩만 잘 모아 재활용하면 그것이 바로 녹색성장의 첫걸음이다. 휴대폰 소지자들이 지금이라도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휴대폰이 있지 않나 한번 찾아볼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주한미국대사 ‘심은경’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한국의 인연은 남다르다. 1975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1977년까지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외교관시험에 합격, 1978년 외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 이름 심은경은 동료 평화봉사단원과 교사들이 함께 지어준 이름이다. 주한미국대사관 정무팀장(1984~1987년), 부산 미국영사관 선임영사(1987~1989년)를 지낸 그는 2008년 주한미국대사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국어가 유창한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주한미국대사로 평가 받는다. 지난 10월엔 한미관계 강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미국 외교관으로는 두번째 고위직인 경력공사(career minister)에 임명됐다.대사 부임 직후 더 많은 한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 cafe USA와 블로그 심은경의 한국이야기를 개설해 총 90여편의 글을 연재했는데 이미 5만6천여명의 누리꾼들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높다. 주로 일요일 저녁에 영어로 쓴 스티븐스 대사의 글은 월요일 오전 대사관 직원들과 회의를 거친 후 원본과 함께 한국어로 번역돼 업데이트 된다. 여행에서부터 각종 행사 참여 후기 등 소소한 일상에 관한 글이 많지만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글의 소재는 다양하다. 자전거타기와 등산여행 등을 통해 만난 사람, 느낀 감정, 찍은 사진들이 글감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김대중노무현 두 전 대통령 서거, 지방선거와 천안함 사건,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월드컵 등 한국인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거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들에 대한 단상도 빠지지 않는다.스티븐스 대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글들을 바탕으로 최근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한국에는 다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의 영혼이 담긴 정(情)입니다라며 한국 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이야기한다. 정이야말로 한국의 장점이자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그 정을 듬뿍 안겨주는 사람들은 가장 한국적인 영혼을 보여주는 표상이라고 말한다. 심은경 주한미국대사의 이런저런 모습이 모두 정겹게 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KBS 시청료

KBS가 이사회 결의대로 수신료를 2천500원에서 3천500원으로 올리면 5천60048억원에서 7천607억원으로 1천959억원이 증대된다. 시청료 인상은 이미 부당하다는 지적이 여러모로 제기된 바 있으나, 여기서는 또 다른면에서 이의를 펴고자 한다.인상요인으로 수신료가 30년동안 동결됐다는 주장은 능사가 아니다. 가구수의 증대로 수상기가 늘어 시청료 수입은 해마다 늘어왔다. 문제가 있다면 인력 과잉과 낭비성 지출 등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여 인상요인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KBS측이 드는 인상요인의 또 하나는 난시청 해소다. 그러나 바로 코앞인 경기도내 일부의 난시청 조차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지가 오래다.KBS는 기간방송이다. 공영방송이다. 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민영방송 같은 상업성을 버려야 한다. 민영방송과 시청자 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기간방송다운 공영성을 보여야 된다. K2TV 채널은 민간에게 매각하는게 적절하다. KBS가 전체 수입에서 41.6% 수입을 K2TV 광고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면모가 아니다. 여의도 별관과 2TV채널 등 종사원들을 통째로 내놔 군살을 빼야 한다.영국의 BBC 같은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방송편성 또한 재편돼야 한다. 예컨대 TV드라마의 축소 등이다. 약 30% 시간대의 오락위주 편성은 공영방송의 소임이 아니다. 보도, 교양, 오락의 3대기능 균형은 상업방송에서나 하는 소리다. 공영방송의 오락프로 30% 편성은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에서도 없는 일이다.드라마 축소 등은 봄가을 개편때 더러 논의 되다가도 마는 이유가 시청자 경쟁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란 말뿐, 속은 상업방송인 모순된 구조가 KBS다. 재미는 덜 할지 몰라도 다큐멘터리등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는 것이 공영방송의 소임이다. 국민의 방송으로 장삿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기간방송의 소명이다. KBS가 이런 방송사가 될때 시청자들은 통합 징수 당하는 시청료를 올린다 해도, 아깝지 않게 여길 것이다. 임양은 주필

황혼결혼식

결혼 1주년 기념식을 지혼식(紙婚式)이라고 한다. 목혼식(木婚式)은 5주년 기념식이다. 10주년 기념식은 석혼식(錫婚式)이다. 수정혼식(水晶婚式)은 15주년, 도혼식(陶婚式)은 20주년 기념식이다. 상아혼식(象牙婚式)은 30주년 기념식을 말한다. 이의 명칭은 서구사회에서 도입된 것으로, 연차에 따라 종이나무주석수정제품과 도자기 그리고 상아제품을 선물한 데서 유래됐다. 우리의 전래 결혼 기념식으로는 25주년을 기념하는 은혼식(銀婚式), 50주년을 기념하는 금혼식(金婚式)이 있다. 은혼식금혼식은 단순히 기념하는 게 아니고 실제로 부부가 결혼식을 다시 갖는다. 회혼례(回婚禮)는 결혼 60주년 기념식으로 자녀들이 부모에 대한 축하잔치를 올린다. 결혼기념일이 이토록 많이 있지만 살다보면 해마다 돌아오는 결혼날짜도 잊곤 한다. 특히 남편들의 건망증이 심해 아내의 핀잔을 듣기가 일쑤다. 그런데 상아혼식 등도 아니고 은혼식금혼식도 아닌 노부부의 합동결혼식이 있었다. 얼마전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가졌다는 이들 열네쌍의 합동 결혼식은 60대70대 부부들로 황혼이혼이 우려된 위기의 부부였다는 것이다. 노부부의 위기관계 개선 프로그램으로 상담을 해온 끝에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1박2일의 신혼 아닌 신혼여행도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 결과 심기일전한 노부부들은 마치 신혼 같은 감정에 싸여 깨가 쏟아진다고 한다. 이혼이 바람직하지 않은 건 젊은 부부만이 아니다. 늙은 부부의 이혼 역시 바람직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자신이 살아온 생애의 상당 부분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 노부부의 이혼이다. 그러나 현실은 황혼 이혼율이 늘어가는 추세다. 오죽하면 이혼을 생각할까마는 인생의 석양 자락에서 이혼 뒤의 새출발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면 그동안 세월 속에 미운 정 고운 정이 주름살과 함께 든 부부가 그래도 여생의 동반자다. 서울시립은평노인복지관의 노부부 관계개선 프로그램은 파급시킬 만하다. 도내에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의 확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나이 든 황혼이혼의 위기부부 처방은 바로 황혼결혼식이라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다. 임양은 주필

하남시의회 야간회의

하남시의회가 제201회 임시회를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야간회의로 진행한 것은 이색적이다. 시민들의 방청을 돕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낮에 일하는 시민들이 밤에 편히 방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찬반이 엇갈린다. 시민 참여의 기회를 늘리는 신선한 시도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필요 이상의 낭비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있다.의정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보니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시의원 투표에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것은 한 방청객의 소감이다. 반면에 시의회의 야간회의는 시민의 세금을 부질없이 축낸다는 것은 한 시민의 말이다.하남시의회의 야간회의엔 15~20명의 방청객이 참관했다. 시의회가 야간회의를 하면 시청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시장이나 국장 등이 의회에 출석하면 더한다. 하남시의회가 야간회의를 하는 동안 하남시청은 220여명에서 260여명의 직원들이 야근을 했다. 이 결과 매일 밤 7시부터 11시 넘어까지 의회와 시청의 불을 켜야 해 전기 사용료가 추가되고, 연인원이 수백 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초과근무 수당 또한 꽤나 된다.평가는 어느 곳에 우위를 두느냐에 달렸다. 그래도 시민들 방청이 예산 소모보다 더 뜻이 깊다면서 방청객이 차츰 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방청객이 는다고 해도 기껏 몇십 명의 시민에게 회의를 보여주기 위해 전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회의 상황은 의회 홈페이지 공개로도 충분하다는 의견 또한 만만찮다.외국에서도 지방의회가 야간회의를 하긴 한다. 주로 노르웨이 등 북유럽 지방의회다. 지방의원들이 농공상 등 하루의 생업을 마치고는 밤에 시의회 등에 모여 의안을 처리한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회의 시각이 되면 작업복 차림 그대로 의회에 나가기도 한다. 북유럽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러해도 상당한 연봉을 챙기는 우리네 지방의원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노르웨이 지방의회 야간회의와 하남시의회 야간회의는 어떻게 다를까?임양은 주필

국민연금 지급일

국민연금 지급일을 둘러싸고 연금 수령자들이 연금 지급 날짜를 20일, 아니면 25일로 변경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이유가 충분하다. 신용카드 대금 결제나 통신료 등을 납부하기 위해 대개 25~29일에 돈이 필요한데 연금은 매달 마지막 날에 나오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자들이 가장 곤란을 겪는 건 신용카드 대금 결제다. 날짜를 임의로 정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주로 25~27일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 월급 날짜인 21~25일에 맞춰 결제일을 정한 경우가 많아서다. 전화와 인터넷 요금도 마찬가지다. 통신사에 따라선 25일과 27일, 말일 중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결제일이 25일이다. 지난 10월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의 지적은 매우 적절했다. 윤 의원은 각종 공과금 납부기한과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이 보통 25일인데 유독 국민연금만 말일에 지급해 서민을 배려하지 않는다며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지급일을 25일로 당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25일로 당기면 5 ~6일치 이자 손실이 연간 50억원에 달하는 데다 연금 수령자가 늘면서 손실 규모가 20년 뒤엔 연간 1천400억원으로 불어난다며 추가 재정을 정확히 따져 개선책을 검토하겠다고 이상하게 답변했다.지급일을 처음 바꿀 때 한번은 복잡하겠지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복지부는 2008년 1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할 때 매달 말일 지급하다 불만이 고조되자 지난해 6월에 25일로 앞당긴 바 있다. 아파트 관리금 납부 기한이 대부분 말일이지만 25일인 곳도 많다. 매월 마지막 날 국민연금을 타서 납부기한에 걸린 각종 공과금을 내려면 혼잡과 불편이 여간 아니다. 국민연금 지급 일을 하루만이라도 당겨줬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공무원군인연금기초노령장애연금기초생계비 등은 지급일이 25일, 20일인데 국민연금을 애초 말일로 정한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다.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한 복지제도다. 국민이 의무를 다했으면 국가는 마땅히 연금 납부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고충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국민연금 수령자가 300만명을 넘었다. 임병호 논설위원

‘음주운전 하지 마세요’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안전 캠페인 글짓기 작품들을 읽었다. 음주운전을 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아빠에겐 음주운전 하지 마세요라고 명령조로 글을 썼다. 엄마에게도 음주운전 하면 큰일 난다고 호소한다. 아이들이 쓰는 글은 상상보다는 경험들이 많다. 남자들의 음주운전은 다반사이지만 여성들도 음주운전자가 적잖다. 오죽하면 자녀들이 음주운전을 하는 어른들은 정말 밉다는 글을 쓰겠는가.지금 지구촌에선 나라별로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음주운전을 단속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즉시 조사를 거쳐 체포되고 개인신상에 기록을 남긴다고 한다. 음주운전 시 적발되면 즉시 수갑을 채워 체포한다. 체내 알코올 농도에 따라 벌금을 최고 500달러까지 추궁하고 향후 1년간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일부 주에선 사고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며, 심지어 시체실의 시체를 직접 보도록 한다. 미국은 매년 음주운전을 하다 체포되는 인원이 150만명에 이른다.중국에선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 방안이 통과되면 음주운전을 했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일본에선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향후 10년 동안 운전면허증을 재발급해 주지 않는다.영국에서도 음주운전으로 1회 적발될 경우 1년간 면허 취소, 2회 적발될 경우 3년간 면허면허 취소에 1천만 파운드의 벌금을 지불해야 하고, 만약 10년 내에 음주운전으로 3회가 적발되면 109년 동안 면허가 취소된다. 호주에선 음주운전을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적발될 경우 경미한 경우에는 벌점을 추가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면허증을 취소하고 영장을 발부한다.우리나라는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가 지난해 2만6천460건, 사망자 수가 910명에 달했는데도 처벌이 관대한 편이다. 자동차 시동 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다. 음주운전 비중이 12.6%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잠금장치가 필요하다. 아빠의 음주운전은 저를 죽이는 것과 같아요라는 어린이의 글 내용이 떠오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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