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당쟁에 휘말려 유배를 거듭했던 윤선도는 85세까지, 이익은 83세까지 살았다. 칠삭둥이로 태어난 한명회는 73세까지 살았다. 노론의 우두머리였던 우암 송시열은 여든 세 살에 명을 달리했다. 숙종이 내린 사약을 마시고서였다. 첫 사발을 마셨을 때 끄떡도 하지 않아 세 사발이나 마시고서야 비로소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우암은 평소 엄동설한에도 추위를 모를 정도로 원기 왕성했다. 임금의 노여움을 사지 않았다면 백수(白壽)를 누렸을지도 모른다.조선시대 명문가의 유학자들이 장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든든한 배경이었던 가문이었다. 정지천 동국대 한의대 내과 교수의 명문가의 장수비결에 의하면, 학문을 닦으면서 자연스레 의학 지식을 같이 습득했던 것도 장수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았다. 일례로 우암은 매일 어린아이의 오줌을 받아마셨다고 전한다. 한의학에서 어린아이의 소변은 화기(火氣)를 내리고 어혈을 풀어주는 것으로 보는데 의학에 밝았던 우암은 이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장수의 비결은 또 삼년상의 관습이나 유배다. 당쟁의 스트레스 및 음주와 기름진 음식, 여색 등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의 장수비결은 소식(小食)이었다. 경화세족(京華世族)들의 사치풍조를 비판했던 이익은 친척들과 함께 삼두회(三豆會)를 조직하기도 했다. 콩죽과 콩장, 콩나물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절식하는 생활을 하자는 모임이었다. 18년 동안이나 긴 유배생활을 했던 정약용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만덕산 자락의 다산초당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지켰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다 강진의 동문 밖 주막에서 음식 수발을 들었던 표씨 여인과의 만남도 도움이 됐을 터이다. 여인의 정성이 담긴 밥상에 고른 영양이 담겼을 것이란 얘기다. 그래서인가, 정약용은 75세까지 살았다. 그러나 함께 유배돼 흑산도에서 혼자 지냈던 형 정약전(丁若銓)은 59세에 세상을 떴다. 절해고도에 유배돼 막막한 절망감과 한을 술로 풀다가 술병을 얻어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술은 즐겁게 마시면 약이 되고 슬프게 마시면 독이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가축 운동장

구제역으로 가축들이 살처분 매몰되면서 동물복지가 자주 거론된다. 가축별 사육면적을 규정하고 안락사시키며 매몰 대신 소각하자는 내용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기아갈증불편함고통상처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활동을 할 자유, 공포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 5개 자유를 동물복지 개념으로 정해 축산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EU는 1999년 이후 가축보호후생조약 의정서를 채택하고 송아지는 생후 8주가 지나면 우리에서의 사육을 금지하고 어미돼지도 개별 우리에서 기르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독일의 일부 주에서는 1㏊ 농지에 소 3마리, 돼지 14마리, 닭 200마리 이내로 사육가축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사육규정이 없진 않다. 축산법에 따른 적정 사유면적 지침은 6개월 미만 한우송아지 2.5㎡, 젖소송아지 4.3㎡, 한우성우 10.0㎡, 젖소 16.5㎡, 60㎏ 이상 비육돼지 0.8㎏ 등으로 돼 있다. 그러나 경제성이 우선시되면서 좁은 축사에 밀집 사육이 이뤄지는 등 관련지침은 사실상 사문화 상태다. 국내 최대 한우단지인 경북 경주시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안강읍의 경우 800여 가구에서 소 1만7천600마리를 길러 경주시 읍면 가운데 가장 많은 두수를 사육했다. 구제역 대재앙이 밀집사육 등 후진국형 사육방식과 안이한 초기대응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 터에 전라남도가 동물 복지 보장을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6일 소와 돼지 등의 사육농장에 운동장 설치 등을 지원하는 동물복지형 친환경 녹색축산 육성 조례안을 마련, 전남도의회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동물 복지를 위해 조례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이 조례안에 따르면 한우의 경우 송아지는 마리당 2.5㎥ 이상, 젖소는 송아지 4.3㎥ 이상, 성우는 8.4㎥ 이상의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돼지는 임신돈 1.4㎥ 이상, 비육돈 0.9㎥ 이상, 닭은 1.1㎥ 이상, 오리 0.11㎥ 이상이다. 운동장엔 그늘막, 음수시설, 분뇨유출 방지턱을 만들고 주변에는 편백 등 수풀과 초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결국은 인간에게 잡혀 먹히겠지만 사는 동안은 그래도 환경은 좋겠다. 실행여부가 주목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사이버전

현대전의 특성으로 전쟁에서 화력전 못지않게 주요한 것이 사이버전이다. 상대의 화력전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게 사이버전이기 때문이다. 사이버전은 또 양성적인 화력전과는 달리 음성적이다. 화력전은 시기가 있는 반면에 사이버전은 시도 때도 없이 자행된다. 사이버전은 적성국가 즉 상대의 정보통신 교란과 정보통신 절취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며칠 전 북이 발사한 수도권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장애 전파는 교란에 속한다. 저들은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아군의 대포병 레이더에 대한 전자방해(ECM) 공격이 있었다. 이보다 두어 달 앞서서는 서해안 남부 지역에서 GPS 수신 장애가 또 있었다. 이번 교란 전파 발사는 키리졸브 통신 방해를 노렸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관측이다.주요 국가기관 및 금융기관에 대해 수차 시도된 디도스(DDoS) 공격은 교란 및 절취 겸용이다. 이번의 그 같은 시도에도 별 피해가 없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 장애나 해킹으로 정보를 빼내는 단계를 넘어 국가기관 시설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 디도스 공격이 어디 누구의 소행인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지난해 6월 미국산 고고도무인정찰기(UAV) 글로벌 호크의 국내 도입 계획을 중국에 해킹당한 것은 정보통신의 절취다. 이 밖에도 성공하지 못한 해킹이 연간 약 2만건이라는데 대부분 중국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한다. 한편 사이버전의 교란 목적은 상대의 전략전술전투 등에 착오를 일으켜 실패를 유도하는 데 있다. 즉 군사적 의미의 전자전은 적의 지휘통제체계와 전자무기체계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무력화하는 군사 행위다. 평양정권이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에 정보통제기구를 설치한 게 지난 2001년으로 벌써 10년 전이다. 이 기구는 정찰군과 지상군을 비롯한 해군공군의 전자정보부대를 모두 통제하는 사이버 전문조직이다.물론 우리 군 역시 이에 응분의 대처를 하고 있다. 사이버전은 긴장의 연속이다. 총성 없는 사이버전에서 이겨야 총성 나는 화력전을 막을 수 있다. 임양은 주필

정치자금법 개정안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공개토론이 생략된 채 상정 10분 만에 전광석화처럼 기습 통과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청와대가 7일 적절치 않다며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급제동이 걸렸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기부받은 정치자금에 대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희대의 악법이다. 사실상의 입법 로비 허용이라지만, 사실상의 금품 수뢰 허용법안이다. 더욱 괴이한 것은 청목회로부터 불법 기부를 받아 기소된 6명의 국회의원을 구제키 위한 소급 입법이란 점이다.청와대가 국회 일에 언급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안 처리는 국회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거부권 행사에 개입의 근거를 두고 있다. 청와대 측은 국회에서 통과돼도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란 말을 공식적으로는 안 내놨어도 정부 일각의 그런 의견이 있다는 말로 국회를 압박했다.청와대의 압박 배경은 이렇다.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른 정부의 공포로 이를 비난하는 여론의 뭇매에 국회와 함께 덤터기 쓰기보다는 미리 막는 차별화가 민심을 얻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분을 앞세운 국회 압박은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문책 성격 또한 없지 않다. 또 국회에 대해 평소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정부가 제출한 농협법 등 법률안은 몇 해씩 잠재우면서 국회의원의 집단이기법안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처리하는 데 대한 불쾌감이다.어떻든 청와대 측의 압박으로 전날까지만 해도 3월 국회에서 처리 가닥을 잡아가던 여야 지도부가 엉거주춤 한발 물러섰다. 처리 시한을 3월 국회로 정한 바 없다는 것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처리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다 보니 법사위는 물론이고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개정을 서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만 풀 먹다 들킨 강아지꼴이 되어 머쓱해졌다.어떻게 보면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저능아들이다. 민심의 뭇매를 맞을 줄 몰랐던가, 이에 기선을 제압한 청와대만 좋은 일 시켰다. 문제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폐기돼야 한다. 임양은 주필

리비아

북아프리카는 역사적으로 유럽과 밀접하다. 이집트와 로마의 관계도 그렇지만 리비아도 그렇다. 고대 리비아는 사하라사막 북부지역, 지중해 연안을 지칭한 것으로 로마는 이곳에 속현을 두었다. 아프리카(Africa)란 이름은 로마제국 후기무렵 카르타고 원주민 마을 가운데 아프리가(Afriga)란 데가 있어 유래됐다지만 여러 이설이 있다. 카르타고는 페니키아인족이 지중해 통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세웠던 위성도시로 6세기에 번창을 누렸다. 아프리카 어원의 이설 중엔 아브라함의 자손인 아펠(Afer)설, 아름답게 빛난다는 라틴어의 아프리카(Aprica)설, 식민지를 의미하는 페니키아 말의 아프리구아(Afryguah)설 등이 있으나 정설은 분명치 않다. 분명한 것은 중세기의 아랍인들은 이프리카(Ifrika)로 부르기도 했던 명칭이, 아프리카로 전래된 것은 중세기 말 대륙에 있던 이탈리아 사교(司敎) 관할의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전파한데서 시작됐다. 리비아(Libya)는 대륙이 아프리카로 불리우면서 앞서 말한 지중해 연안을 포함하는 약 176만㎢의 땅이 로마 제국과 이탈리아 등 지배를 거쳐 오늘날 인구 620만여명의 국가 명칭으로 부르게 됐다. 수도 트리폴리(Tripoli)는 그리스의 세 도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예전의 3개 도시가 리비아의 수도를 형성하고 있는데서 유래됐다. 1951년 12월 왕국으로 독립하고도 목축국가로 별 볼일 없던 나라가 1959년 유전이 발견되면서 세계 유수의 산유국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69년 국왕이 해외에 나간 사이에 당시 27세의 카다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군주제를 폐하고 지금의 리비아 아랍 공화국을 세웠다. 그러나 42년의 카다피 철권 독재에 항거한 시위대에 보안군의 무차별 살륙으로 번진 내전사태가 갈수록 심각하다. 리비아 국기 전반의 단일 녹색은 카다피가 집권하면서 제정한 것으로 녹색은 이슬람교와 아랍인에게 신성시 되고 있다. 보안군의 기총소사로 숨진 시위대의 선혈이 그가 들고 있었던 녹색국기를 빨갛게 물들이기도 한다. 리비아란 원래 그리스 신화의 여신 이름에서 나왔다. 이런데도 현실은 살륙과 공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양은 주필

방화수류정 상량문

화려한 대들보를 추켜들면서 공손하게 선송(善頌)을 펴겠노라. / 대들보를 동쪽으로 밀어라. / 일자로 뻗은 봄뫼는 그림 같은데, 행전(行殿)은 언제나 보좌를 열었는가 의심하였더니 부상의 상서로운 빛은 새벽에 먼저 붉었네. / 대들보를 서쪽으로 밀어라. / 무지개 같은 저 다리 밖은 금제(金堤)를 호위하였는데, 사람마다 유도(留都)의 즐거움을 해설하는 듯 달 아래 생황 노래 만호에 어울리네. / 대들보를 남쪽으로 밀어라. / 교잠(喬岑)은 까마득하게 저무는 구름을 머금었는데, 우림군(羽林軍)의 천 기가 새해 아침에 조회하는 듯 푸른 잣나무는 아스라하게 이슬 아래 달(甘)겠구나. / 대들보를 북쪽으로 밀어라. / 푸른 나무 가운데를 넓은 길이 꿰뚫었는데, 그 위에 까마득하게 주필대가 솟아 있네. 봄바람 한 떨기에 정기빛이 어렸구나. / 대들보를 위로 밀어라. / 옥경의 一 二루를 멀리 바라보니 별 가운데 버들이고, 달 가운데 꽃이로다 / 하늘 위나 인간이나 한 모양으로 응하였네. / 대들보를 아래로 밀어라. / 편편한 논에 물은 희게 비치는데 논갈이 말이 떠있구나. / 때 맞추어 단비 오니 풍년을 점칠러라. 가을 뒤의 누른 구름 온 들에 가득하리. / 엎드리어 원하옵건대 상량한 뒤에 봄빛은 늙지 말고, 땅의 신령이 남몰래 보살피어 구슬 같은 이 땅 위에 만년토록 길이 울종한 가기(佳氣)를 띠시고, 금성 천리에 반석같이 태평한 큰 터를 드리우소서. 연푸른 버들과 고운 복숭아는 모두가 영춘(靈春)의 나무가 되고, 어린아이와 늙은 사람이 함께 강구연월에 태평을 즐기도록 좋은 운수가 무궁하게 뻗고, 태평한 기상이 언제까지 덮고 있도록 하소서.수원 화성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의 상량문 후반부다. 1997 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최근 한국의 으뜸 8대 명소로 선정된 수원 화성은 사대문을 비롯 각 시설물마다 상량문이 전해져 내려와 더욱 문화적 가치가 높다. 정조의 어명을 받아 명신들이 지은 상량문 또한 명문이다. 화성의 화려함은 7개 수문 위에 세워져 있는 화홍문(華虹門)과 어울린 방화수류정에 이르러 극치를 이룬다. 정조 18년(1794년) 건립된 이 방화수류정은 일명 동북각루인데 보물 1709호로 지정됐다. 상량문만 봐도 승경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언어 보전

유네스코는 지난해 12월 인도 코로(koro)어와 함께 제주어(濟州語)를 소멸위기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등재했다. 소멸위기 언어가 됐다는 것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사라질 언어란 뜻이다. 하지만 제주는 환호했다. 제주가 주목한 건 사라진다가 아니었다. 사라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이며 그 안에 담긴 제주어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제주도에서는 제주어 소멸의 속도만큼 빠르게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7년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가 제정됐고, 2008년 제주어보전회가 설립됐다. 2007~2009년엔 초중고교생용 제주어 교육자료가 발간됐다. 제주어 주간이 지정되고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지역 언론엔 제주어 방송과 제주어 신문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시내 곳곳에 제주어 간판도 걸렸다. 제주어 간판 컨설팅이 이뤄지고, 제주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의 안내 방송이 제주어로 나왔다. 일반인 관심도 높아졌다. 제주어보전회가 지난해 처음 개설한 제주어선생육성과정에는 정원을 초과한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정년퇴직한 교사와 사업가, 주부, 연극인, 문화해설사도 수강신청을 했다. 학교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제주어로 편지 쓰기 제주어 글짓기 등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어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정규 교과 과정의 하나로 제주어를 가르치는 학교도 생겼다.과거 학교에서 제주어는 훈육과 제재의 대상이었다. 제주어를 쓰다가 장학관에게 지적받는 교사도, 제주말 쓰다 교사에게 혼나는 학생도 제주도에선 흔했다. 2008년 제주대 국어문화원의 제주지역어 생태지수 조사 보고서를 보면, 60대가 쓰는 단어 대부분을 20대는 뜻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현재는 10~20대는 물론이고 40대조차 제주어로 소통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확실한 제주어로 존속하게 됐다. 지방방언이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인정됐다.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는 있어도 경상어, 전라어, 충청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인류의 언어는 소중하다. 제주어뿐만 아니라 각 지방 사투리도 보전돼야 한다. 언어의 운명은 민족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낚시

봄기운이 대지를 적시면 누구보다 가슴 설레는 것이 민물 낚시꾼들이다. 겨우내 묵혀둔 낚시 장비를 손질하며 곧 닥칠 시조의 기대감에 부푼다. 성급한 꾼들 중엔 벌써 낚시를 다녀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봄철 낚시는 붕어의 산란기가 적기다. 물과 지형에 따라 좀 다르지만 이번주부턴 산란이 시작된 낚시터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낚시하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하고, 또 낚시하는 것을 곁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더 바보다라는 말이 있다. 누가 자살하려고 물가에 갔다가 마침 주인이 자릴 비운 낚싯대 찌가 요동을 쳐 얼결에 들어챘더니 대어가 발버둥치는 것을 보고, 미물도 이런 터에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죽음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낚시관리 및 육성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곧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것이라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건전한 낚시문화 정착을 위해 이 법을 만들었다지만 입법예고를 듣지 못했단 낚시꾼들이 많다. 한동안은 낚시 면허제가 검토된 적이 있어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긴 하나 지나친 졸속이 아닌가 싶어 우려된다.대체적인 내용은 낚시통제구역이 지정되고 일부 물고기의 경우, 크기와 잡을 수 있는 마릿수며 잡는 방법 등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것으로 돼 있다. 더 구체적인 것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시행령과 규정으로 정하겠지만 탁상 감각이 아닌 현장 감각이 살아 있는 법규여야 할 것이다. 만들어 놓고 지켜지지 않을 법 같으면 아예 안 만든 것보다 못하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6개월 뒤에 발효하게 돼 내년 9월께나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그 이전은 아마 계도 기간이 될 것이다.낚시 규제는 환경보호가 우선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낚시에 의한 남획이나 환경 훼손 방지도 중요하지만, 토종 어류를 마구 잡아먹는 외래 어종의 추방 대책 또한 신경을 써야 한다.임양은 주필

술은 인류기원 이래 가장 친근한 음료다. 좋아서도 마시고 나빠서도 마신다. 기뻐서도 한잔하고 슬퍼서도 한잔하는 것이 술이다. 음주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남자만이 아니라, 여성들도 마신다. 여성 음주가 흉은 아니다. 주정부리는 것이 흉이다. 남자고 여자고 간에 주사 부리는 주정뱅이가 흉인 것이다.지난해 국내 성인 인구로 본 1인당 평균 소주 소비량이 81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잖은 양이다. 아무래도 음주 인구를 60대 이상보다는 그 이하,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다고 치면 술을 주로 소비하는 20대에서 50대 남성의 연간 소주 평균 음주량이 100병을 돌파할 것 같다.한국주류산업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소주 출고 결과가 이렇다. 이에 따르면 모두 32억7천447만여병으로 전년보다 0.3%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성인 남녀 한명이 4.5일에 소주 한병을 마신 셈이다. 술은 소주외에도 많다. 다른 술까지 합치면 한국인의 음주량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좀 오래된 통계이긴 해도 2005년 한국인의 알코올 소비량은 전세계의 13 위다. 성인 1인당 14.8ℓ로 체코 16.45 ℓ, 헝가리 16.27ℓ, 러시아 15.76ℓ 등보다 적고 일본 8.03ℓ, 독일 11.8ℓ, 영국 13.37ℓ보단 많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알코올 소비는 질병위협 요소 중 세 번째로, 특히 소득 수준 중위권 국가에서 질병 위해가 많다고 했다. 이러면서 효과적인 알코올 소비억제는 세금 인상을 통한 주류의 고가화라고 밝혔다.글쎄, 비싼 술값이 술소비 억제책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작 문제는 적당히 마시는 것이다. 술도 음식이다. 술병의 바닥을 꼭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음주는 버릇이다. 버릇은 버릇 들이기에 달렸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소주 출고량이나, WHO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음주량은 상당한 편이다. 국민건강 차원에서 한번 깊이 살펴볼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임양은 주필

전관예우

일 년에 백억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8월 임기가 차 대법관을 떠났던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로펌의 그 같은 유혹에도 변호사 개업을 않고 서강대 석좌교수로 있다가 얼마 전에 국민권익위원장 직을 맡았다. 로펌이 서둔 비싼 몸값 영입은 전관예우의 실효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법복을 벗는 모든 법조인에게 변호사를 안 해도 될 만큼 충분한 연금을 줄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 근절되지 않는 전관예우 문제에 고민을 털어놨다.판검사로 있다가 그만두고 최종 근무처 지역에서 변호사 일을 하면 자신의 최종 근무처 사람들이 전직 동료인 변호사 수임 사건은 잘 봐주는 것이 이른바 전관예우다.재조법조계의 거물로 있었던 변호사의 수임 사건을 법원이나 검찰이 잘 봐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전관예우는 이 또한 부패다. 법조계에서 준공식 부패화한 것이 전관예우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원성을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변호사법이 정한 변호사의 사명 조항이다. 이 조항은 또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의 유지와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다. 돈에 팔리는 변호사 같으면 본연의 사명에 합당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이번 법원 정기인사에서 법원을 그만둔 법원장급 및 부장판사 등 새로 개업한 고위 퇴직법관 출신 변호사 12명을 손꼽히는 어느 대형 로펌이 대거 영입했다. 이들의 몸값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당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비싼 몸값은 비싼 선임료가 필연이어서 사건 의뢰자, 즉 법률 수요층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변호사 선임을 가리켜 변호사 샀느냐고 했던 옛말이 이래서 지금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돈에 팔려 달라지는 변론 같으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한다 할 수 없다. 전관예우 타파는 법조인들의 양식에 달렸다. 사법질서가 사회의 신망을 얻기 위해선 전관예우부터 없애야 된다.임양은 주필

식량안보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09년 기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쌀은 국내 생산만으로 100% 자급할 수 있지만 다른 곡물은 자급률이 5%대에 불과해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연간 곡물 수입량 만도 1천400만t을 넘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세계적인 곡물 파동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 큰일난다. 당장 식량전쟁이 일어나 자급자족해야 한다면 국민의 4분의 1은 생존에 필요한 곡물을 구할 수 없다. 최근의 국제 곡물가 움직임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곡물 수입국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국제 추이를 보면 옥수수 가격은 1년새 70%, 콩은 50%가 올랐다. 밀 가격은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히 폭등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FPI)는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 1월에 기록적인 231에 도달했다.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곡물가 상승은 일반 식품은 물론 사료육류 가격을 비롯해 각종 물가로 이어졌고, 필리핀이집트아이티 등 만성적 식량 부족국가에선 폭동으로 번졌다. 올해도 2008년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곡물가가 치솟자 튀니지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소요사태가 빚어졌고, 수출국들의 금수조치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올해 곡물 수확 전망이 비관적이기 때문이다.정부가 주요 곡물의 비축제를 추진하는 것은 다행이다. 쌀 중심의 공공비축제를 곡물비축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 45일분 소비량을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대략 밀 25만t, 옥수수 25만t, 콩 5만t 등 55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주목을 받는 정책은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이다.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옥수수 등을 심으면 정부가 1㏊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쌀 수급 조절 및 다른 곡물의 자급률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농민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세계적인 기상이변은 식량대란으로 이어진다. 식량안보를 보다 튼튼히 다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2009년부터 시작한 해외 농지 및 농업경영 기반 구축을 계속 지원하는 일은 곡물비축과 함께 매우 중요한 국가 정책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산불 걱정

산불은 혹 자연적으로도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의 산불은 거의 인재다. 사람들의 아주 사소한 부주의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4%가 산림이다. 하지만 해마다 일어나는 산불로 인해 수십년, 수백년 된 산림자원이 순식간에 훼손된다.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림은 수십년, 수백년 세월이 지나야 겨우 원상복구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 하다. 산림 만드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도 막대하다.지난 설 연휴기간에만 전국에서 15건의 산불이 발생해 모두 4만㎡(1만 2천여평)의 산림 피해를 냈다. 산불의 원인이 어처구니 없다. 성묘객의 실화가 4건, 쓰레기 소각과 입산자 실화가 각 5건, 담배불에 의한 실화가 1건 등 산소를 찾은 성묘객이나 입산자들의 실수로 인한 화재가 대부분이었다. 연휴기간 경북 의성에선 밭두렁을 태우던 김모 노인이 불을 끄려다 사망했고, 충남 금산에선 한 임야에서 불이 나 밭 소유자 오모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날씨가 풀려 산을 찾는 상춘객이 늘어나면 산불 발생이 더욱 잦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스럽다. 산불의 가장 큰 요인은 사람의 부주의가 80% 이상이다.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산불은 예방된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지켜야 할 몇가지 수칙을 다시 생각해보건대 우선 등산할 때는 성냥이나 라이터 등 화기를 아예 소지하지 말아야 된다. 입산통제구역은 절대 들어가지 말고 시간대별로 통제한다면 시간을 확인해 반드시 준수해야 된다. 만일 산에서 야영할 경우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만 취사를 하고, 취사가 끝난 다음엔 철저히 불씨 단속을 해야 한다. 특히 담배는 태우지 말아야 하지만 태웠다면 그야말로 꺼진 꽁초도 다시 보자다. 산림과 인접한 곳에서 하는 논두렁 태우기나 쓰레기 소각은 방화와 마찬가지다. 운전하면서 차창밖으로 담배를 버리는 건 미개인이나 할 짓이다. 산불 예방은 산불예방진화대나 산불감시원의 활동으로는 불가능하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아주 조금만 주의하면 산불은 발생하지 않는다. 산불 내는 사람은 산을 찾을 자격이 없다. 산림은 인간을 지켜준다. 산림을 보호하는 일은 사람들의 몫이다. 봄이 와서 걱정되는 산불 발생이 제발 기우였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담뱃값

담뱃값과 금연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어느정도일까냐는 궁금한 문제다. 이 의문에 참고가 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팀이 1천562명의 흡연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2천500원에서 1만원을 더 올리면 금연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자가 54.6%로 나타났다. 그러나 담뱃값과 상관없이 금연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도 40.1%나 된다. 담뱃값 1만원 인상 효과는 한꺼번에 올리는 충격요법이어야 한다. 찔끔찔끔 올려서는 면역이 돼 효과가 적다. 프랑스는 수년전 담뱃값을 단번에 3배가량 올린적이 있다. 하지만 우린 물가 문제 등이 맞물려 수월치 않다. 미국은 올 하반기부터 흡연경고의 이미지로 담배갑에 새로운 도안 등을 집어 넣는다. 예컨대 관속에 누워있는 시신이나 암세포로 흉하게 변형된 폐나 새까맣게 썩어가는 치아 등 사진이다. 흡연은 당신을 죽일 수 있다라는 글귀도 포함된다. 단순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라는 종전의 글귀보다 강도를 높인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그같은 흡연경고 도안 등 36가지를 놓고 일반인 등 평가를 종합 중이다. 이 가운데 9가지를 오는 6월까지 확정지어 담배회사가 담배갑 앞뒷면에 절반크기로 싣는 것을 의무화 하는 것이다. 담배가 유럽에 소개된 15세기엔 피부병, 두통, 부인병의 특효약인 것처럼 잘못 인식돼 급속히 파급됐었다. 원래는 중앙아메리카 동쪽 바다인 카리브해의 서인도제도 원주민들이 피우던 것을 콜럼부스 탐험대가 보고 서유럽으로 전한 것이 시초가 됐다. 이것이 동양으로 전래된 것은 16세기초 포르투갈 상인 등을 통해 필리핀과 일본으로 간 것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왔다. FDA의 강력한 흡연경고 규제는 미국 국민의 흡연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지금 20.6%인 흡연율을 10년내 12%선까지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30% 선이다. 임양은 주필

IT산업의 발달

IT(information technology)산업의 눈부신 발달은 정보의 홍수를 가져왔다. 인터넷, 트위터, 핸드폰 등은 정보의 바다를 이룬다. 정보화시스템 성장은 가공할 무엇이 또 나올지 상상을 불허한다. 이런 정보기술의 진전은 인간 생활의 변혁을 수반한다. 가치관의 변화도 유발한다. 앞으로 30년 후면 세상이 무섭게 달라질 것이다. 중국이 대대적인 인터넷 단속에 나섰다.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일당(공산당) 독재 끝내자며 100여명의 젊은이들이 가진 민주화 요구 시위가 혁명집회 갖자던 네티즌들이 일으킨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의 반응이다. (중국) 각지에서 인터넷 및 손전화(휴대폰)을 통한 퇴폐문화 배격의 황색숙청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하고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하여 민심을 흐리게 하고 사회적 불안정을 조장하는 행위들에 대해 타격을 가하는 것은 인민의 리익과 사회안정,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옳은 조치라고 강조했다.중국이 인터넷 통제에 나선 것은 인터넷을 통한 군중이 무바라크 독재를 붕괴시킨 이집트 시민혁명에 이어, 리비아 예멘 바레인 등 아랍권에 번진 인터넷 등 영향이 자국으로 파급될 것을 우려해서다. 평양의 그 같은 반응역시 같은 처지의 동병상련이다. 국내 인터넷도 대단하다. 인터넷 정보의 바다엔 참말, 헛말, 농담, 괴담 등이 다양하게 깔렸다. 3년전 요란했던 미국 쇠고기파동 또한 인터넷 괴담 영향이 적잖았다. 지금도 별별 소리가 다 있다. 그러나 국가사회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힘이다. 하지만 독재국가에선 다르다. 억압됐던 민중의 욕구가 어떤 계기가 있으면 화산처럼 분출된다. 그 계기의 요인이 되는게 곧 인터넷 등이다. 리비아 시위 군중은 박격포, 예멘 시위대는 수류탄 세례를 무릅써가며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IT산업의 발달은 일상생활만이 아니고 동토의 정치사회 변혁까지 자극하고 있다. 지구촌에서 가장 폐쇄된 곳이 북녘 땅이다. 핸드폰 등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결국은 정보의 빗장문이 열리고 말것이다. 임양은 주필

조직사회 인사문화

직급은 계급이고 직책은 소임이다. 계급과 직책의 경중에 차별이 있을 수가 없다. 어느 조직에서나 이의 균형이 이상적이다. 대체로 계급 우선의 조직은 예컨데 회의 때면 별 말이 없다가, 끝나고나선 뒷말이 많다. 반대로 직책 우선의 조직은 회의 땐 말이 많으나, 끝나고 나선 뒷말이 없다.서울 서초경찰서가 계급 위주의 서열파괴 인사를 한지 나흘만에 없던 일로 되돌렸다. 즉 지난 18일 수사과 경제팀 지능팀 등 각 팀장을 고참 경사로 임명하고, 초짜 경위를 그 밑에 배치했던 인사를 나흘만인 22일 백지화 시켰다. 신선하다는 외부의 시각과는 달리 계급역전의 내부 반발이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서초경찰서의 인사 시도는 극단적일지는 모르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있다.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탄력을 이완시키는 것이 무능한 연공서열이다. 일은 못하면서 계급장만 내세운다. 한비자(韓非子) 오두편에 이런 말이 있다. 두는 나무를 파먹는 좀벌레를 말한다. 지금 나라안의 백성 모두가 정치를 말하고 있고 상앙과 관중의 법을 적은 책을 집집마다 갖고 있지만 나라는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밭갈이를 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쟁기를 잡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또 나라안 모든 사람들이 다 병법을 말하고 손자와 오자의 병법을 적은 병서를 집집마다 갖고 있지만 군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는 전쟁론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갑옷을 입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만 앞세운 자가 많아지면 사리가 무너지고 일에 힘쓰는 자가 적어지면 곧 나라가 가난해져 세상이 어지러워 지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한비자의 말은 연공서열 위주는 조직의 좀벌레와 같아 직능효율보다 못한 이유가 된다. 유능한 선배, 무능한 선배가 있는가 하면 유능한 후배, 무능한 후배가 있다. 무능한 선배일 것 같으면 유능한 후배 밑에서도 일할 줄 아는 것이 조직사회의 신문화다. 단 한가지 조심 할 것은 유무능 평가의 객관화다. 서초경찰서 같은 인사가 언젠 간 보편화 될 때가 온다. 임양은 주필

우리말 차 이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선보이지만 한글 이름을 가진 차량은 1대도 없다. 판매 1위 아반떼를 비롯 쏘나타, K5, SM5, 알페온, 그랜저, 모닝, 카니발, 스포티지, 렉스턴 등 모든 차명이 외국어 혹은 외래어로 추세가 바뀌었다. 수출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러나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순한글 이름을 사용한 자동차가 있었다. 1982년 새한 자동차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란 뜻의 한글이름인 맵시를 선보였다. 소형세단이던 이 모델은 1983년 대우자동차의 맵시나로 다시 태어났고, 당시 최고급 차량이었던 로얄살롱을 닮은 스타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로야구 올스타전 MVP에게 수여될 만큼 중산층을 상징하는 모델이었다.쌍용자동차가 1993년 내놓은 무쏘는 코뿔소를 뜻하는 순 우리말 무소를 경음화한 표현이다. 무쏘의 영문표기인 MUSSO에서 두 개의 S는 쌍용의 심벌마크인 SS로 쌍용차 모델명으로써도 안성맞춤이었다.1997년 출시된 대우자동차 누비라는 전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차라는 의미로 김우중 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패밀리카를 지향한 무난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당시 준중형 차량으로써는 넓은 실내를 갖춰 불티나게 판매됐다. 1999년 3월 시판된 누비라2는 기존 누비라에 연비와 성능을 대폭 개선시킨 모델이다. 이 모델은 1999년 6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려 대우차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1998년 등장한 삼성자동차 1톤트럭 야무진도 예쁜 한글이름을 뽐냈다. 사실 야무진은 Yes! Mount the Zone of Images의 조합으로 누구나 꿈꾸던 1톤 트럭의 새로운 세계라는 의미지만 성질, 행동이 빈틈이 없이 단단하고 굳세다라는 뜻의 우리말 야무지다와 발음과 의미면에서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맵시 맵시나 무쏘 누비라 야무진을 끝으로 한글이름을 지닌 차량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최근 나오는 국내 차종들이 우리말을 가진 이름이 없어 옛날이 생각날 때가 많다. 세계인이 발음하기 쉽고 한국 고유의 뜻이 담긴 차명이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성폭력 2차 피해

성폭력 피해여성들에게 한국사회의 법과 제도는 큰 힘이 되지 못한다. 되레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 일쑤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밝힌 2010년 성폭력 피해여성과의 상담사례는 충격적이다. 피해여성이 어렵게 마음 먹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면 성폭력 당하기 전 성경험을 따지듯 묻는다. 학벌사유재산부모 직업을 묻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데이트 상대 같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수사 과정 내내 고소 동기마저 의심받는다. 성폭력 피해여성들을 두번 세번 울게 만든다.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상담건수 1천312건 가운데 63.8%가 성인여성이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인여성은 그러나 가해자와 맞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으로 사실상 법과 제도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예컨대 지난해 음주에 의한 감경사유 배제나 형사사법절차에서의 피해자 권리 및 보호방안 등을 새롭게 만들었지만 아동성폭력피해에만 한정된다. 진술 과정에서부터 고소, 의료, 심리치료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해바라기센터나 원스톱지원센터, 성폭력전담수사반 등이 성인폭력보다는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더 주력한다. 물론 아동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제도 정비로 이어지는 건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유독 성인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이 미비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성폭력 피해자가 힘없고 나약한 존재일 것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성인여성 피해자들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친고죄의 폐지도 시급하다. 친고죄는 합의만 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해자 측의 합의 요구가 집요하다. 가해자의 딱한 입장을 생각해 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도 몰리게 된다. 합의에 대한 압력은 수사 과정에서 주로 나타나는 걸로 알려졌다. 경찰 고소 후 대질 심문 중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공간에 남겨둔 채 원만히 화해하고 합의하라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가해자 가족들이 피해자 직장으로 찾아와 고용주에게 피해 사실을 공공연히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상처받는 2차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성폭력범죄를 비친고죄로 개정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평양특별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수도는 평양이다 평양정권의 헌법 171조가 규정하고 있는 그들의 수도에 관한 조문이다.저들은 헌법 제7장에 국장(國章), 국기, 국가(國歌), 수도를 이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표현이 흥미롭다. 제168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장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쓴 붉은 띠로 땋아올려 감은 벼 이삭의 타원형 테두리 안에 웅장한 수력발전소가 있고 그 우에 혁명의 성산 백두산과 찬연히 빛나는 붉은 오각별이 있다라고 했다. 국기에 관한 조문은 제169조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기는 기발의 가운데에 넓은 붉은 폭이 있고 그 아래에 가는 흰 폭이 있으며 그 다음에 푸른 폭이 있고 붉은 폭의 기대 달린 쪽 흰 동그라미 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다라고 했다. 제170조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애국가이다라고 했다.평양정권의 헌법에서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마 이 7장의 조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제5장 공민의 기본 권리와 의무(62조~86조) 가운데 신앙의 자유에 관한 규정이 있다. 제68조로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 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누구든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 질서를 해치는 데 리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신앙의 자유 조문 12절이 마지막 3절에 의해 사실상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북녘에서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는 부동의 조항 7장 가운데, 저들의 수도 평양이 축소된 것은 이변이다. 그제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에 기존의 평양특별시 변두리를 황해북도로 떼어냈다는 것이다. 1956년, 1967년, 1996년 등 수차 행정구역 개편 때마다 넓혔던 면적을 줄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구역 축소로 평양은 2천630㎢에서 절반으로 줄고, 인구는 300만여명에서 250만여명으로 약 50만명이 감소됐다.북녘에서 평양시민은 선택받은 인민이다. 생필품 배급이 잘돼 의식주 생활이 다른 지역보다 안정됐다. 평양 면적과 평양 시민을 줄인 고육지책의 배경이 주목된다. 임양은 주필

경기도의회

제26조(의회의 설치)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5장 지방의회 제1절 조직에 관한 조항이다. 그러니까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에 속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별개로 독립된 기관이 아니다. 굳이 따지면 같은 지방자치단체에 단체장 중심의 집행부, 의회 중심의 의결부로 나눌 순 있다. 경기도의회가 도의회 사무처장 인사권 독립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 같다. 뭘 모르는 소리다. 기왕이면 인사권 뿐인가, 국회처럼 예산안 편성권도 갖고 싶겠지만 아니다.도의회는 착각을 하고 있다. 지방의회를 국가 조직의 삼권분립에 의한 국회처럼 여기는 모양이지만, 국회와 지방의회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처럼 연방국 같으면 광역의회(주의회) 역시 독립기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린 예컨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단일국이다. 연방국이 아닌 단일국이므로, 일본의 광역의회 역시 우리처럼 독립기관이 아니다. 보좌관제 성격의 무슨 정책조사원 도입을 위해 헌법 소원도 불사한다니 이는 철회하고 대신 추진한다는 것이 인사권 독립이다. 보좌관제 도입은 헌법소원을 해도 패소한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어 철회한 모양인데 잘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사무처장 인사권 독립 역시 그런 조례를 만든다 해도 무효다. 상위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보좌관이나 인사권은 전에도 나왔던 얘기다. 한나라당 도의회나 민주당 도의회나, 되지도 않을 똑같은 레퍼토리가 거듭되는 것은 유감이다. 수준이 의심된다. 묻겠다. 의정활동 하는데 왠 보좌관이 필요하고, 사무처장 인사권 독립권이 왜 필요한 지를 묻는다. 말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고 유급화를 해달라고 해서 유급화를 해주니까, 보좌관도 거느리고, 자치단체장이 지닌 사무처장 인사권도 가져가 마음대로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경우를 알아야 한다. 지방자치법은 의회를 지방자치단체에 둔다고 했지, 의회를 지방자치단체와 별개로 둔다고는 안했다.임양은 주필

동해안 폭설

눈은 겨울의 낭만이다. 겨울을 상징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은 삭막하다. 그러나 이도 눈이 알맞게 내렸을 때다. 이를 서설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턱없이 많이 내린 눈은 폭설이라고 한다. 눈이 얼마나 내리면 서설이고 폭설인지에 대한 구분은 확연치 않다. 대체로 인간의 일상에 피해를 끼치면 폭설이라고들 한다. 지난 주말 강원도 동해 남부에 최고 110㎝의 폭설이 내려 이 지역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강릉동해 삼척 등 18개 마을 640여가구 1천280여명이 고립됐다. 비닐하우스, 축사 등 75개소의 농축산시설물이 무너져 45억7천3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13일 현재 강원도 재난대책본부) 폭설 피해는 끊긴 교통망과 통신이 회복되면 집계가 늘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동해안 재해를 100년만의 폭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토록 엄청난 이변이란 뜻이지 꼭 100년만이란 기록은 없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것이 1937년이다. 그러니깐 기상관측 이래 74년만에 처음 보는 폭설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서울에 내린 최고 강설량은 2010년 1월4일 25.8㎝로 1969년 1월28일의 25.6㎝를 41년만에 경신했다. 1969년 같은 해에 동해 북부지방인 속초엔 자그만치 89.6㎝의 눈이 내렸다. 국내 최고 강설량은 1955년 1월20일 울릉도에 내린 눈으로 무려 150.9㎝에 이른다. 강원도 대관령에는 3월에 47.5㎝의 눈이 내린적이 있는데 1962년 봄이다. 이번 동해안 눈 또한 봄철 폭설인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직 3월은 아니지만 입춘은 지났다. 삼라만상이 해빙기에 접어들어 대기와 대지에 춘색이 완연하다. 이런 가운데 내린 폭설은 대관령이 가로막은 영동의 동해와 영서 내륙간 공중의 기온 차이라지만 올핸 정말 대단하다. 이러고도 모자란지 오늘까지 적게는 10㎝ 많은덴 30㎝ 이상의 눈이 더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다. 강원도는 제설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대규모의 군병력이 투입됐다. 천재지변을 잘 극복해내길 바란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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