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가축들이 살처분 매몰되면서 동물복지가 자주 거론된다. 가축별 사육면적을 규정하고 안락사시키며 매몰 대신 소각하자는 내용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기아갈증불편함고통상처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활동을 할 자유, 공포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 5개 자유를 동물복지 개념으로 정해 축산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EU는 1999년 이후 가축보호후생조약 의정서를 채택하고 송아지는 생후 8주가 지나면 우리에서의 사육을 금지하고 어미돼지도 개별 우리에서 기르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독일의 일부 주에서는 1㏊ 농지에 소 3마리, 돼지 14마리, 닭 200마리 이내로 사육가축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사육규정이 없진 않다. 축산법에 따른 적정 사유면적 지침은 6개월 미만 한우송아지 2.5㎡, 젖소송아지 4.3㎡, 한우성우 10.0㎡, 젖소 16.5㎡, 60㎏ 이상 비육돼지 0.8㎏ 등으로 돼 있다. 그러나 경제성이 우선시되면서 좁은 축사에 밀집 사육이 이뤄지는 등 관련지침은 사실상 사문화 상태다. 국내 최대 한우단지인 경북 경주시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안강읍의 경우 800여 가구에서 소 1만7천600마리를 길러 경주시 읍면 가운데 가장 많은 두수를 사육했다. 구제역 대재앙이 밀집사육 등 후진국형 사육방식과 안이한 초기대응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 터에 전라남도가 동물 복지 보장을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6일 소와 돼지 등의 사육농장에 운동장 설치 등을 지원하는 동물복지형 친환경 녹색축산 육성 조례안을 마련, 전남도의회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동물 복지를 위해 조례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이 조례안에 따르면 한우의 경우 송아지는 마리당 2.5㎥ 이상, 젖소는 송아지 4.3㎥ 이상, 성우는 8.4㎥ 이상의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돼지는 임신돈 1.4㎥ 이상, 비육돈 0.9㎥ 이상, 닭은 1.1㎥ 이상, 오리 0.11㎥ 이상이다. 운동장엔 그늘막, 음수시설, 분뇨유출 방지턱을 만들고 주변에는 편백 등 수풀과 초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결국은 인간에게 잡혀 먹히겠지만 사는 동안은 그래도 환경은 좋겠다. 실행여부가 주목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임병호 논설위원
2011-03-09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