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국제학교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된 학교다. 당초 외국인 정원의 5% 내에서 내국인을 선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국적 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2011년까지 설립승인을 신청한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내국인 입학생 비율이 5년 동안 정원의 30%까지 보장됐다. 일반 외국인학교와 달리 해외 체류 3년 이상이란 자격 제한이 없고, 면접과 필기시험 등을 통해 선발해 영어만 잘하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오는 9월7일 개교하는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를 예로 든다. 모든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는 이 학교는 총정원이 2천80명으로 지난 6월, 1차로 유치원생 40명, 초등생 200명, 중등생 40명 등 280명을 선발했다. 학교 측은 정확한 내외국인 학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 학생은 10~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국인이 무려 9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국인 입학생 중 상당수는 이 학교에 근무하는 외국인 교사 35명의 자녀들이며 외국투자기업 소속 외국인들의 자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자유구역내 국제학교가 내국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무늬만 국제학교가 된 것은 외국인 투자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입학자격을 크게 완화했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2003년 국내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외국인은 33개 외국기업체 651명만 체류 중이다. 송도영종청라지구를 모두 합해도 상주 외국인은 1천334명이 전부다. 문제는 인천지역엔 채드윅 이외에도 송도 1곳, 영종 2곳, 청라 1곳 등 모두 5곳에서 국제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사실이다.상황이 이러해 송도엔 국제학교 진학을 전문으로 하는 영어학원이 수두룩하다. 국제학교가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해 외자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국제학교가 한국학생들의 또 다른 특목고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인허가 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설립 초기엔 내국인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변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김정은

무적 필승의 영장 / 우리 장군님의 담력과 기상이 / 그대로 이어진 씩씩한 그 발걸음 소리 / 걸음 걸음 따르자 무장으로 받들자 / 우리의 최고 사령관 / 우리의 당 중앙을 / 천세만세 영원히 목숨으로 사수하자이상은 지난 22일자 로동신문에 빛나라, 선군장정 천만리여!라는 제목으로 실린 김정일 장군 찬양시다. 알다시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에 몸담은 적이 없는데도 위대한 장군님으로 불린다.가장 주목되는 시구는 우리의 당 중앙을하는 대목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 수령 밑에서 노동당 조직지도부서 후계자 수습을 받을 당시의 공식 명칭이 당 중앙이었다. 지금은 있지도 않은 당 중앙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새로운 당 중앙, 즉 후계자가 곧 가시화되는 것을 의미한다.오는 9월 초 소집이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대회는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되는 공식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전망이다.지금 평양 인근엔 대규모 병력과 화포 및 기갑부대가 속속 집결되고 있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확인하고 있다. 신형 전차 등 다수의 신무기 또한 포함됐다. 9월 초 당 대표자대회에서 10월 당 창건 65주년 행사까지 소위 선군사상의 기치를 드높이는 군사 퍼레이드가 수차 과시될 것이다.조선로동당은 로동계급의 령도적 역할을 높임으로써 로동동맹을 기초로 한 전 조선(필자주 남조선 포함)의 각계각층 애국적 민주력량들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것은 조선로동당 규약 전문의 한 대목이다. 당원은 당조직에 복종하며 하급당 조직은 상급당 조직에 복종하며 모든 당 조직은 당 중앙위원회에 절대 복종한다는 것은 규약 제2장(당의 조직원리와 조직구조) 11조 2항의 규정이다.제3대 권력 세습을 위한 채비와 잔치가 노동당 대표자대회 및 창건일을 중심으로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각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당이다. 한편 권력 세습의 저들 논리는 김일성 수령론의 순혈주의다.임양은 주필

李·朴 회동

사흘만에 뒤늦게 발표된 이명박박근혜 821 청와대 비밀회동의 뒷말이 무성하다. 배석자 없이 95분에 걸쳐 두 사람만이 나눈 밀담 내용이 뭣인진 공개되지 않았다.다만 여섯번 만난 가운데, 이박 모두 가장 흡족한 회동인 덴 다 함께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짐작 못할 것도 아니다. 박근혜는 국정 후반기를 지원하고, 이명박은 박근혜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한다는 밀약이 거래됐을 것으로 촌탁된다. 이를 압축한 것이 국정 후반기 협조, 정권 재창출 최선요지의 발표문이다.회동은 두 사람 다 필요했다. 이명박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처리를 앞두고 박근혜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만약 박근혜 계열이 반대하면 세종시 수정안 무산처럼 국회 동의가 불가능하다.이래서 가진 회동에서 이명박은 김태호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차기 다짐이 나왔을 법 하다. 박근혜 또한 정치적 미로에 빠진 상황에서 청와대 회동 같은 전기가 필요했던 터에 망외의 차기 말이 나와 흡족했던 것으로 볼 수가 있다.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부결의 치명적 상처를 주고 받은지가 불과 얼마 안 된다. 이런 시점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인진 의아스럽다.물론 미래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과거의 앙금은 묻어버리는 것이 정치의 세계이긴 하다. 그런데 현실적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밀약따윈 헌신짝 버리듯이 하는 것 또한 정치의 세계다. 정치는 생물이다. 정체되지 않는 변화를 거듭한다. 앞으로 차기까지 또 무슨 변고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 못한다.물론 이박의 821 밀약은 그대로 지속되어 성공할 수 있다. 반면에 깨질수도 있다. 문제는 깨질 경우다. 그 땐 이박 간에 숨겼던 이야기를 서로 아전인수식으로 토해낼 것이다. 회동이 아예 진정성이 없었다는 말도 나올만 하다. 이박 821 청와대 밀회는 서로가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이다. 임양은 주필

금도장

난데없는 금도장 파문이 괴상하게 돌아간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국새를 만들었던 때다. 대한민국이라고 새긴 국새는 순금 3㎏이 구리 아연 등과 함께 들어갔다.그런데 순금 800~900g(싯가 4천만원)이 남은 것을, 국새 제작단 M 단장이 가져가 금도장을 만들어 정계 요로 인사에 선물했다는 것이다. 금도장은 13개라고도 하고 14개라는 말도 있다. 어떻든 이 가운데 두 개는 민주당 J의원, 전 행안부 차관 등으로 확인됐는데 나머지는 행방이 묘연해 억척이 구구하다.문제의 금도장은 지름과 높이가 각 1.5㎝의 14K로 싯가 200만원 상당이다. 단순한 선물이 아닌 로비성 뇌물로 소문이 나 있다. M 단장은 일반인에게는 큰 돈을 받고, 금도장을 새겨판 것으로 알려져 있다.금명함은 있었다. 왜정 때다. 국내 백화점왕 이었던 P씨는 조선총독부에 일본인 고관이 부임하면, 으레 자신의 이름을 두툼한 금명함에 새겨 건네며 인사를 나누곤 했다. 금명함은 금괴나 다름이 없다. 금덩어리를 준 것은 뇌물이라 하겠으나, 명함으로 주고 받은 것이니 괜찮다는 것이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뇌물로 간주되지만 왜정 땐 그렇게 통했다.국회의원의 금배지는 4대 국회 전에는 없었다. 4대 들어 어느 금광업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자비로 전 국회의원에게 금배지를 만들어 나눠준 것이 시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국회 사무처에서 도안을 정식으로 채택해 공식 금배지를 만들게 됐다. 그런데 금배지를 가슴에 단 그들이 별로 국민사회의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금도장은 처음이다. 어떤 고관대작들이 금도장을 받았는 지 모르지만 아마 실제로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인감도장으로도 안 썼을 것이다. 패물함에 넣어 뒀을 것이나, 장물로 만든 게 인정되면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금도장 파문은 행안부의 조사 의뢰로 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 그 전모가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 것인 지 흥미롭다. 임양은 주필

제부도 바다시인학교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2㎞ 떨어져 있는 제부리 제부도(濟扶島)는 일명 모세의 섬으로 알려졌다. 하루에 두번씩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져 섬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바다가 속살을 드러내는 정경이 펼쳐진다. 이 길을 통해 사람들과 차량이 왕래한다. 길이 하루 종일 열려 있을 때도 있다. 화성팔경 중 제부모세의 현장이다. 역시 화성팔경 중 하나인 궁평낙조도 유명하지만 제부도 바다의 낙조도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해수욕장도 자랑꺼리다. 썰물 때 바닷길이 드러나면 양쪽 갯벌에서 잡히는 조개류들이 풍성하다.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환상의 섬이어서 문학, 미술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된다. 제부도를 소재로 한 시(詩)가 많은 연유다. 이 제부도에서 올해도 제부도 바다시인학교가 8월 14, 15일 이틀간 열렸다. 4회 째다. 제1회는 2007년 8월 4일, 5일 개교했다. 당시 공동 교장으로 일한 박무웅 한국예총 화성시지부장, 지현숙 한국문인협회 화성지부장의 노고가 컸다. 한국문단의 저명한 시인들이 강의하고 원근의 독자들이 제부도를 찾았다. 호남에서도 왔다.올해 바다시인학교 명예교장은 이근배지현숙 시인, 교장은 현대시학 주간 정진규 시인, 고문은 박무웅 시인, 이사장은 문협화성지부장 윤인환 시인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14일 오전,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쏟아져내려 걱정했는데 1회 때처럼 오후엔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다. 하늘이 맑아지고 바닷바람이 한결 시원하게 불어왔다. 사람들은 모세의 기적이라며 즐거워했다. 바다시인학교 교실에선 임병호김기택송찬호이덕규정병근장석주정수자 시인이 시와 삶을 주제로 이야길 펼쳤다. 수강자들 가운덴 기성 문인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모두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줘 시종 진지했다. 이튿날 오전엔 수강자들이 참여한 백일장 시상식도 가졌다. 화성문협 전 회원들이 동분서주한 덕분이다.해마다 열리는 제부도 바다시인학교는 운영비 일체를 화성시가 지원해 더욱 돋보인다. 시예술을 존중하는 화성시의 행정이 고맙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전문화’

사단법인 기전향토문화연구회(회장 이창식)가 최근 기전문화(畿甸文化) 12집을 펴냈다. 1986년 창립한 기전향토문화연구회는 오상근이질현 선생이 이끌어 오면서 그동안 기전지방의 문화와 역사 등을 재조명하고 사료 발굴에 애써 왔다. 여러 차례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기전지방의 유구한 문화를 대내외에 알렸다. 기전은 기내(畿內) 서울 부근을 뜻한다. 그러니까 한양(서울)을 중심으로 가까이 뻗어 있는 행정구역, 즉 그 지방이다. 따라서 예전의 기전지방은 북으로는 개성(開城), 남으로는 충청도 접경, 서쪽으론 제물포(인천), 동쪽으로는 강원도 접경까지를 두고 이른 말이다. 한반도의 중심이 기전지방이다.기전문화 12집은 625전쟁 60주년을 주제로 삼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왜곡된 625전쟁의 진실을 바로잡고, 다른 하나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전쟁의 상흔을 교훈으로 삼고자(이창식) 해서다. 625전쟁의 전개 과정과 성격 사진을 통해 본 625전쟁과 수원 625전쟁과 제2대 국회의원의 동정 분석을 필두로 625전쟁 UN군 참전 현황 625전쟁과 경기도 625전쟁을 전후한 경기지방 언론 625전쟁 전후의 경기교육이 걸어 온 길은 동족상잔의 참상을 되돌아보게 한다.625전쟁이 끼친 문화예술적인 면도 다뤘다. 625 전후의 시조문학 고찰 한글 간소화 안의 그 허(虛) 625를 무대로 한 한국의 소설문학 음악교과서에 반영된 625전쟁 625전쟁 전후의 대중가요 625전쟁 이후 여성문학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고찰 내가 겪은 625는 모두 노작(勞作)들로 연구위원 개개인의 면모를 보여 준다.문화예술학술단체들의 어려움은 모두 재정이다. 기전문화 12집도 출판비가 부족하던 터에 이존하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장이 적지 않은 지원금을 선뜻 기부한 덕분으로 나왔다. 경기문화재단도 큰 도움을 주었다. 기전향토문화연구회의 전망이 밝아졌다. 기전지방 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 활동이 기대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경장과 경사

파출소가 없어지고 지구대란 것이 생겼었다. 몇 개의 파출소 관할을 지구대가 통괄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과는 신통찮았다. 아무리 순찰을 강화한다 해도 상주 파출소보다 나을 순 없는 것이다.파출소는 민생치안의 초소다. 결국 없앴던 파출소가 부활됐다. 이름도 괴상한 지구대는 아직도 존속하는 모양이나, 시민들과 가까운 것은 지구대가 아닌 파출소다.경위 승진을 시험제에서 연공제로 바꿨다. 일정 연한만 되면 자동 승진하는 것이다. 경찰관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고 했다. 순경에서 시작하여 잘 하면 경위, 즉 간부로 정년을 마칠 수가 있다.그러나 경위가 흔해져 직책의 값어치는 떨어졌다. 일선 경찰에선 경사보다 경위가 더 많은 데가 있을 정도다. 경위가 종전의 경사 보직을 맡는 경우가 허다 하다. 경위 계급의 과잉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할 수 있다. 경위는 경찰의 기초간부다. 간부답지 않은 직책의 평가절하는 문제다.이제는 경장과 경사 계급의 통합을 추진한다고 한다. 통합 대상의 경장, 경사급 경찰관은 전 경찰의 35%다. 이 바람에 경사들 급여가 줄 전망이어서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일반 공무원 계급은 9단계인 데 비해 경찰관 계급은 11단계여서 두 계급을 통합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인사 적체는 운영의 묘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계급 수가 많아서 줄여야 할 것 같으면, 하위계급이 아닌 상위계급을 줄여야 된다. 또한 하위계급의 승진 연한을 단축시켜야 한다.지구대 출범은 실패했고, 경위 자동승진제는 문제점을 가져왔다. 손을 잘못대어 동티를 냈다. 매사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경장, 경사 계급 통합이 또 동티를 내지 않을까 하여 걱정된다.제도 개선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고칠 것은 고쳐야 하지만, 안 고칠 것은 손 대지 말아야 한다. 고칠 것, 안 고칠 것 가리지 않고, 앞뒤 생각없이 마구 들쑤시는 돌팔이 시책이 문제다. 임양은 주필

통일세

통일세 문젠 처음이 아니다. 199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전년의 독일 통일을 계기로 거론됐다가 유야무야해진 적이 있다. 이랬던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 검토가 제안되어 논의가 분분하다.북한을 자극하는 흡수 통일 대비로 비칠 수 있고, 대북 강경책 기조의 일관에선 분단 고착세로 전락한다는 것은 부정적 견해다. 이에 비해 독일 통일을 거울 삼아 통일에 대비하는 통일비 적립이 필요하다는 것은 긍정적 반응이다.통일비란 북의 사회간접자본 등 여건을 남쪽에 버금가게 조성하고, 북의 주민 소득 또한 남쪽 수준에 크게 낙후되지 않게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일컫는다.평양정권이 지금 상태로 급격히 붕괴할 경우, 2040년까지 2천525조원의 통일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추정치라고 한다. 국민 1인당 5천180만원 꼴이다.통일세 마련 방안도 가지가지다. 직접세 세목을 신설해야 한다고도 하고,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뭣이 됐든 분명한 것은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독일은 조세 부담보다, 국채 발행 비율을 높여 통일비용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목적세 증설의 세부담 증가는 74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층의 조세 저항이 예견된다. 국채 발행은 국가 부채 및 공기업 부채가 710조원에 이른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그런데 남쪽에서는 통일비용을 걱정하는 데 반해, 북쪽에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남반부 혁명을 완수하면 남조선 경제 또한 공화국 것이 된다고 떠벌린다. 남반부 혁명이란 비폭력, 무력 등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통일에 대비해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남북이 같이 발전하는 것이다. 이런데도 수십 년 전의 이밥에 고깃국 욕구 타령을 아직도 인민들에게 못 채워 주고 있다. 세습제를 위한 폐쇄사회를 유지하느라 개혁 개방을 안한 탓이다.통일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통일세에 의한 대비 또한 가닥인즉슨 맞는 방향이다. 만약 우리가 독일 통일과 같은 급변 사태를 맞으면, 우린 더 혼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 통일비가 틀린 말은 아닌데도, 정작 이에 대한 해답은 난해한 것이 통일세다. 임양은 주필

위장전입

인사청문회는 벼슬 중에도 아주 높은 벼슬아치에 대해 갖는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위장전입이다.이번에도 이인복 대법관 후보가 아파트 구입 때문에 위장전입한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 법에 의해 재판을 해도 높디 높은 판사가 대법관이다. 그런 분이 주민등록법을 어겨 놓고 미안하다고 했다.또 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도 위장전입한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 자녀들 학군, 그러니까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다. 신 장관 후보자는 한 번도 아닌, 세 번이나 위장전입한 전문꾼이다. 이분들 역시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한다.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이런 사회에선 부정 부패가 없다. 하도 부정 부패가 넘친 비상식 사회가 되다 보니, 위장전입쯤은 높은 벼슬을 하겠다는 사람들조차 죄의식을 별로 갖지 않는 불의의 사회가 됐다.그러나 주민등록법은 허위의 사실을 신고, 즉 위장전입에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의 거주 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여 행정사무의 적정하고 간이한 처리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주민등록법이다.하지만 위 법조항은 사문화됐다. 워낙 많은 사람이 위장전입을 하고도, 대한민국의 아주 높은 벼슬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토록 법질서를 어긴 위인들이 벼슬아치랍시고 민초들에게 훈계하려 든다.그러나 국민사회는 이들을 존경할 수 없어 무시한다. 정부와 국민 간에 괴리현상이 생기는 연유가 이에도 기인한다. 다대수의 민초들은 법질서를 지키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이에 비해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져도, 으레 임용되는 것이 관례가 됐다. 그쯤은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게 만성화됐다. 이 또한 비정상이다. 벼슬아치가 범죄의 위법 사실을 저지르고도 미안하다는 한마디면 묵과되는 작금의 국가사회다. 뭐가 잘못됐어도 단단히 잘못됐다. 임양은 주필

권투선수 안전관리

외국은 권투선수 안전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의 경우 시합 전에 뇌 검사결과서를 받아보고 선수가 경기에 출전해도 안전한 지를 판단한다. 또 선수들에게 건강상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고 이러한 데이터가 없으면 아예 라이센스를 발급하지 않는다. 미국 또한 경기 출전 라이센스를 쉽게 발급해주지 않는다. 주 행정법규에 따라 보호장비 없이 이뤄지는 경기에는 구급차와 응급의학에 정통한 2명의 의사가 경기에 참석해 의료시설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경기 주최자에게도 기도유지 장치, 산소 탱크 등의 응급의료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한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권투 현실은 엄격한 라이센스 발급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 검진에 드는 의료비가 400만~500만원에 육박해 선수 개인의 부담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선수층이 얇아 경기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프로모터들이 무리하게 매치업을 하는 것도 문제다. 선수들은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우려가 크고 이것이 사망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최근 배기석 선수가 권투경기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 권투선수의 안전관리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007년 12월 최요삼 선수가 경기 직후 뇌출혈로 사망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권투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최 선수가 사망했을 당시 허술한 응급체계가 세간의 질타를 받았고 그 뒤 한국권투위원회는 의료시스템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지정의사(링 닥터)는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가 맡도록 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다행히 지난 6월엔 법원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다. 최 선수의 어머니 오모씨가 지정의사 소속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오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권투 경기장 의료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선수들의 상황이 너무 열악한 점이다. CT 촬영, MRI 촬영 건강진단서 제출도 어려운 게 권투계의 현실이다. 그래도 챔피언의 꿈을 잃지 않는 선수들의 삶이 눈물겹다. 임병호 논설위원

웅담이 얼마나 좋길래

웅담분(熊膽粉)은 곰의 쓸개를 말린 건조품이다. 웅담은 중국 당(唐)나라 때부터 만들어진 한약재로 전해진다. 원동물(原動物)은 곰과의 반달가슴곰과 불곰 또는 그 변종이란다. 웅담은 채집하는 시기에 따라 검정빛호박빛(琥珀色)황록색담록색청록색 등 빛깔이 다르다고 한다. 예로부터 심장을 깨끗이 하고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담석을 녹여준다고 하였다. 또 눈을 밝게 해준다고 해서 귀한 약재로 사용돼 왔다. 간장약과 위장약, 폐결핵, 심장질환 특효약으로 처방돼 왔으며 중풍으로 쓰러질 때, 임산부가 중독증으로 사경을 헤맬 때 구급약으로 썼다. 이를테면 만병통치, 만능 명약인 셈이다. 하지만 엄청난 물량이 유통돼 별의별 위조품이 범람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지지대者도 수년 전 먹어 봤지만 가짜인지 효험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전 일산에서 살아 있는 곰의 체액을 채취해 고가에 판매한 농장주가 적발됐다. 히말라야산 반달곰 44마리와 사슴 15마리를 사육 중인 이 농장주는 산 곰을 마취시킨 다음 초음파로 쓸개 위치를 찾아 그 곳에 주사기를 꽂고 쓸개즙을 뽑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쓸개즙을 채취한 곰은 죽지 않지만 3개월 후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쓸개즙을 뽑았다고 한다. 이렇게 뽑아낸 쓸개즙은 100㏄에 300만원 수준으로 거래됐다. 한 번에 곰 한 마리에서 쓸개즙 30㏄를 채취할 수 있어 100㏄를 판매하기 위해선 세 마리의 쓸개즙을 채취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곰쓸개가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생식(生食)은 위험하다.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자의 50%가 곰쓸개즙, 사슴피 등을 생식했기 때문이라는 학계의 보고가 있었다. 특정 동식물 및 그 체취물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의학한의학약학식품학영양학기생충학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의학적 효능을 맹신하는 것도 우려되는 일이지만 동물 생약이 마치 만병통치제인 것처럼 선전하는 상술이 더 문제다. 웅담생즙 섭취가 어떤 위험성이 내재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를 생식하는 것은 먹는 사람 자신을 실험동물로 자초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채로 쓸개즙을 빼앗기는 곰을 생각하면 인간이 참 혐오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줄기세포 치료법

중국의 6국을 통일, 최초의 황제가 된 진시황(BC 269~210)은 늙지도 않을 뿐더러 죽는 것은 더욱 싫어했다. 나이 36세에 황제가 됐으니 그 영화를 길이길이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불로초, 불사약을 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늙지않고 죽지 않는 선약이란 게 있을턱이 없다. 결국 59세에 심장질환으로 급사했다.진시황이 구하지 못한 선약과 처방이 나왔다.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문헌에 의하면 줄기세포란 이런 것이다. 인체 조직의 원시세포로 다양한 조직세포를 만드는 데 골수나 지방에서 추출한 것은 성체줄기세포, 배아에서 얻은 것은 배아줄기세포, 태아의 탯줄 혈액에서 뽑은 것은 제대혈줄기세포라는 것이다.그런데 이런 줄기세포를 질병으로 고장난 인체 조직에 집어넣어 망가진 부분을 재생시키는 것이 줄기세포 치료법이라고 한다는 것이다.놀라운 것은 심장 치료의 국내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느 관련 업체가 개발한 심근경색증 줄기세포 치료법의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사용승인 허가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의약품 허가의 식약청 심사가 약 4개월 소요됨으로, 내년 초께면 이의 줄기세포 치료가 상용화 될 것이라는 것이다. 즉 혈류 차단으로 손상된 심장 근육을 줄기세포 주입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만이 아니다. 늙으면 생기기 쉬운 퇴행성 관절염, 사고로 손상된 척추신경 질환, 치질이 악화된 치루병, 실명 환자의 망막 재생, 파킨슨병 등 치료에도 줄기세포 치료의 임상시험이 관련 의학계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이런 말도 있다. 앞으로 언젠가는 자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보관해두었다가 치명적 질환 부위의 재생에 투여하게 된다는 것이다.이렇다 보면 늙지 않는 치료법도 나오고, 마침내는 죽지 않는 치료법이 나오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곰곰히 따지면 의학의 이같은 발달이 인류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사람이 늙고, 죽는 것도 대자연의 섭리인 생태계에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죽은 진시황이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일 충격적인 치료법의 개발이다. 임양은 주필

피서지 쓰레기

여름철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서 행렬이 절정이다. 산과 바다가 인파로 줄을 잇는다. 피서객들이 넘치면서 또한 쓰레기 더미가 넘친다. 피서객들이 먹고 쓰다 버린 쓰레기 더미가 피서지마다 사방에 널려 악취를 풍긴다.소주병, 맥주캔, 과자봉지 등은 약과다. 비닐봉지며 음식찌꺼기 등 온갖 부패 물질이 널부러진 가운데 쓰레기를 모래 속에 파묻기도 한다. 화성시 제부도해수욕장, 궁평해수욕장 등이 쓰레기 투성이라는 보도가 며칠전에 있었다. 산도 마찬가지다. 도내 북부지역의 산자수명한 계곡마다 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가평군은 심하다. 해마다 가을로 접어들면 계곡 구석구석에 버려진 쓰레기 치우기에 전쟁을 벌이다시피 한다. 먼저 간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나중에 간 피서객이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기왕 버려진 쓰레기라 자신도 버린다. 그럼 또 다음에 간 사람 역시 버려 쓰레기 투기가 잇따라 파급된다.다른 사람은 버려도 나는 안 버린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이 잘 안 되고 있다. 일본에 다녀온 지인(知人)의 얘기다. 후쿠오카의 어느 산골짝으로 피서 갔다 겪은 체험담이라고 한다. 들고 먹던 아이스크림 껍질 종이를 땅에 떨어뜨린 줄 모르고 있는데, 어느 신사풍의 점잖게 생긴 사람이 곁에 와 줍더라는 것이다. 좀 민망스런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고 했더니, 되레 미안하다면서 우리가 이걸 줍지 않으면 시에서 따로 돈을 들여서 치워야 한다고 하더라는 것이다.물론 그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사람 중에도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간다는 사회적 연대의식이 일반화된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그들이 선진국가가 된 저력에는 그 같은 국민정신도 들어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린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피서지에서 자기 쓰레기 되가져오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문제다. 그런데 그게 안 되어 산 계곡과 바다 사장을 쓰레기 더미로 뒤덮고 있다. 누굴 탓할 것 없다. 먼저 나부터, 우리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임양은 주필

수원 시장실

염태영 수원시장의 시장실 손님 접객이 좀 쉬워질 것 같다. 총무과 직원이 곁에서 시장과의 대화를 적고 있으니 손님이 불편한 얘길 꺼내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실을 찾는 사람은 대개가 지역사회에서 내로라하고 행세하는 이들이다. 시장 내심은 어떻든 문전축객 할 순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들이 시장실을 찾는 덴 개인적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장이 듣기엔 내용이 난감한 것 들이다. 그래도 일언지하에 자를 수 없는 게 시장의 입장이다. 알아 보겠다 검토해 보겠다는 적당한 말로 얼버무리곤 한다.시장실 방문객 접객 기록은 당초엔 부탁을 해도 고약한 부탁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 밀담이나 뇌물 거래를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럴법 하다. 기록원이 옆에 있는데 손님이 돈 보따릴 놓고 나올수도 없고, 따로 약조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은 있다. 시장 자택으로 찾아가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또 자택이 아니고 제3의 장소에서 만날 수도 있다. 기록원 배치는 다만 뇌물 차단의 선언적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근원적 처방은 아니다.시장실 대화 내용을 나중에 공개할 때까진 시장도 볼 수 없다하여 왕조의 사관제도에 비유했으나 합당치 않다. 왕은 궁중에서만 살고 신하의 독대도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에 비해 시장은 자유자재다. 대화 기록을 시정의 투명성으로 내세우는 것은 무리다.시장실 대화 기록의 실효는 엉뚱한 데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장실 방문객들로 인해 가장 애를 먹는 게 결재 받으려는 각 실과의 공무원들이다. 시장이 행사나 현장 확인 등으로 출장나갔다가 돌아온 틈틈이 결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 비서실은 으레 결재판 들고 기다리는 공무원들이 줄을 잇기가 일쑤다. 그런데 시장실을 한 번 들어간 손님은 몇 십분씩 세월아 내월아 해가며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보내어 결재판 든 공무원들의 발을 동동거리게 만들곤 한다. 한데, 이젠 손님의 말을 적고 있으니, 설마한들 눈치코치 없이 시장에게 객담으로 시간을 축내는 일은 적어질성 싶다. 임양은 주필

천렵 철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 보세 / 해 길고 잔풍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 굽이 찾아가니 / 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 촉고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 반석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 팔진미 오후청(五侯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4월령이다.천렵(川獵)은 주로 여름에 많이 하였지만 농가월령가처럼 봄부터 가을까지 즐긴다. 냇물이나 강가에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잡는다. 냇물에 들어가 한두 사람이 그물을 잡고 있으면 몇 사람이 수초 같은 델 발로 뒤져 물고기가 나오게 해 그물 쪽으로 몰기도 한다. 천렵할 때 바람이 조금씩 불면 물고기가 잘 잡힌다고 한다.붕어, 송사리, 미꾸라지 등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인 음식이 천렵국이다. 매운탕이라고도 하는데 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끓여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 더욱 맛이 난다. 옛날엔 선비들이 시(詩)를 읊으며 흥을 돋우고 농군들은 농악에 맞추어 노래하고 춤추며 즐겼다고 한다. 태종실록 7년(1407년)엔 임금이 완산부윤에게 전지를 내려 회안대군(懷安大君)의 천렵 등을 허락하게 하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왕실에서도 천렵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 물고기만 잡았던 것도 아니다. 1929년 8월1일자 별곤건 제22호에 실린 김진구의 팔도기행문에 안주(安州)명물로는 도야지갈비 불고기이지만 그것 보담도 삼복 중의 닭 천렵이다란 내용이 나온다. 또 청천강가에서 천렵하는 안주의 여름은 하루 동안에 닭의 죽는 수가 수백마리씩 된다니 한 여름 동안에 죽어나는 닭의 수가 그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글로 미루어 강가에서 닭을 잡는 천렵도 있었음을 알게 한다.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그물을 메고 근처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나무 그늘에다 터를 잡고 천렵국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겼다. 혹 비가 오면 다리 밑에서 양은솥이나 냄비에 끓여 쭈구리고 앉아 먹었다. 실은 그 맛이 더 좋았다. 수원천서호천원천천에서도 천렵을 많이 했었다. 요즘은 전국의 대부분 하천이 오염돼 마음 놓고 천렵을 할 수 없어 아쉽다. /임병호 논설위원

‘귀여운 남자’

201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이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지소연 선수가 날마다 화제의 주인공으로 회자된다. 알려진대로 이문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8년 처음 축구를 시작한 것은 자신을 남자로 생각한 축구부 감독의 착각 때문이었단다. 남자애들과 축구를 하고 있는데 김광열 코치가 머리칼이 짧은 지소연을 남자인 줄 알고 회원모집 전단을 주었다. 지소연은 남자축구부에서 타고난 능력과 열정을 보였고 김 감독은 지소연을 여자축구부가 있는 오주중학교로 진학시켰다. 축구를 하기 위해 초등학교를 세 군데나 다녔다. 지소연의 재능은 최인철 현 U-20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만나면서 꽃피우기 시작했다. 당시 오주중 축구감독이었던 최 감독과의 인연은 동산정보산업고를 거쳐 현재 대표팀에 이르렀다.지소연은 솔직하다. 최 감독이 운동장에선 무섭지만 잘 생겨서 좋다고 말하고, 축구가 아니면 무엇을 했을 것이냔 질문에는 공부를 못해서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린다. 머리가 좋다는 대표팀 관계자의 말을 인터뷰 기자가 전하자 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금세 장난이라고 수줍어했다. 친한 친구는 많지만 남자친구는 아직 없다고 한다. 남자친구를 일부러 사귀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사실 만날 기회도 없고, 머리도 짧고 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화장을 하면 이상하다는 생얼 미인이다. 특히 수줍은듯한 미소는 TV화면이나 신문지상에서 누가 봐도 매력이 넘친다. 어렵게 얘길 꺼낸 이상형은 귀여운 남자란다.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싶다는 말에 각계에서 컴퓨터를 선물로 보내와 더 갖고 싶은 게 없다는 지소연에게 희소식이 날아 들었다. 미국독일에서 억대 연봉 제의가 들어왔다. 독일의 한 축구팀이 연봉 1억원에 집차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미국에서 뛰고 싶다고 한다. 내년 2월이면 한양여대를 졸업하는 지소연이 틈나는 대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연유다. 언젠가 엄마한테 1층 살림집, 2층 레스토랑, 3층엔 찜질방이 갖춰진 집을 차려주고 싶다는 지소연 앞에 이젠 귀여운 남자도 나타날 것 같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함지뢰

접경지역의 말라리아로 골탕먹이더니 임진강 홍수로 신경을 쓰게 하다가, 이제는 목함지뢰로 긴장시키고 있다. 이 모두가 북에서 내려오는 것들이다. 참 가지가지로 애먹인다.목함지뢰 소동으로 연천군 일부 피서지역과 강화군 몇몇 해수욕장의 피서인파가 줄어 여름철 대목을 기대했던 현지 상인들이 울상이다.민박 등 예약취소가 잇따른 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발견된 이북의 목함지뢰는 2명의 사상자를 낸 가운데 닷새째 되는 어제까지 임진강 지류인 연천군 백학면 사미천, 강화군 일부 지역에서 68발이 수거 처리됐다. 이에 동원된 육군과 해병대 장병 1천여명은 지뢰덧신, 방탄복, 방탄헬멧 등을 착용했다.가로 20㎝ 세로 9㎝ 높이 4㎝의 나무상자에 폭약이 든 이 지뢰는 금속위주의 일반 지뢰와 다른 것이 특징이다. 목함지뢰 역시 인명 살상용이긴 하나, 금속지뢰보단 위력이 약하다. 상대의 병력 손실을 일으키는 덴 적을 죽이는 방법도 있으나, 적을 다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즉 죽이는 것은 그로서 끝나지만 중상을 입히면 중상자 한명을 부축하기 위해 1~2명이 따라붙어야 하기 때문에 병력 가동력이 그만큼 더 감소되는 것이다. 목함지뢰는 물론 사망케 하는 것도 있지만, 다치게 하는 목적으로 제조된 지뢰다. 위험한 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점이다. 지뢰탐지기는 금속반응에 의해 매설된 지뢰를 찾아낸다. 그런데 목함지뢰는 금속이 아니여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나무로 지뢰를 만든 의도가 또한 이에도 있다. 이런데도 지뢰탐지기로 수색하는 것은 나무상자로 지뢰를 만들었어도, 뇌관과 안전핀은 금속으로 돼 힘은 좀 들어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북에서 왜 떠내려 왔는지가 궁금하다. 장맛비 홍수로 북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가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군 당국의 발표였다. 그러면서도 한편 고의성은 낮다고 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일부러 떠내려보냈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튼 저사람들은 여러가지로 애를 먹인다.목함지뢰는 한창인 피서철의 날벼락이다. 조심해야 된다. 괴물을 보면 손대지 말고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상책이다.

판사의 실수

법대가 그렇게 높아 보일 수 없더라는 것은 변호사를 갓 개업한 어느 판사 출신의 말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자신이 그 법대에 앉아 재판을 했으면서도, 법대 밑에서 변론을 하는 입장과는 또 다른 소회를 가진 것이다.하물며 재판을 받는 당사자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재판장이 무척 커보인다는 것은 한결같은 피고인의 술회다. 예를 들어 정치 거물이라 할지라도, 무명판사의 판결을 기다리는 데도 피고인이 되면 초조한 심정을 겪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상정이다.법정에서는 재판장이 왕이다. 검사도 법대 아래에 선다. 형사사건에서 검사는 이를테면 원고다. 자신이 기소한 피고인과 대칭되는 개념이다. 공소사실을 둔 이견 다툼은 검사나 피고인이나 대등한 권리를 갖는다. 이의 재판과정에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 재판장, 즉 판사다. 가령 재판장이 검사나 피고인의 이의신청을 기각해도 더 할말이 없고 , 받아들여도 토를 달 수가 없다.사법연수원 교육에 법정예절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재판장의 위엄을 강조한다. 재판장의 질문에는 반드시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법대 아래에 선 사람이 재판장을 향해 말할 땐 먼저 존경하는 재판장님하고 존경이라는 말을 붙여야 한다고 됐다. 굳이 나쁘다고 할 이유는 없다.문제는 존경할 수 없는 재판장들이 없지 않다는 사실이다. 판사가 민사소송에서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면박을 주는 예가 더러 있어 사회적 물의를 빚곤 했다. 형사소송에서도 젊은 판사가 나이든 피고인에게 반말을 하기도 한다. 재판장의 위엄을 상대의 인격이나 인권 폄훼로 높이려는 극히 일부의 이같은 판사는 가치관의 도착이다.실로 황당한 것은 민사소송에서 법정 판결로는 승소한 사람에게 패소 판결문을 보낸 판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아니다. 절대로 있어서도 안되고, 또 있을 수 없는 실수다. 왜냐면 존경하는 재판장님이기 때문이다. 판결문을 바꿔 보냈어도 법정 판결이 효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재판은 법정에서만 갖는 기속력이 있다. 그러나 착오로 인해 소송 당사자에게 어떤 불이익이 파생됐으면 판사, 즉 국가의 책임이다. /임양은 주필

고인을 추모하며

집안의 대(代)를 잇는다는 게 도대체 뭡니까? 코미디언 백남봉(45), 그는 이미 맏딸은 시집보내어 외할아버지가 되어있고, 지금은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제사를 말하는 건가요? 딸도 자식이니까 알아서 하겠죠. 그가 아들 딸을 가리지 않는 자기 믿음을 갖게 된 것은 오래전에 굳힌 생각인 것 같다.(중략) 전북 진안에서 출생, 두살 때 아버지의 사업관계로 평양 근처 진남포로 이사해 살다가 815 해방을 맞아 서울로 왔다.625 동란은 그에게도 큰 상처를 주었다. 아버지를 잃은 것이다. 국민학교 시절에 해본 구두닦이를 비롯하여 옷장사, 열차판매원, 공사판 인부노릇을 해가며 학교를 전전했는데, 고등학교는 부산에서 배정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만큼 떠돌이 생활을 했다.그렇지만 나 자신을 비관해본 적은 별로 없었어요. 물론 인정을 모르고 자란 탓에 삐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매우 강하게 타고난 낙천적인 기질이 그때마다 그런 잘못된 생각을 떨쳐버리게 했고, 그로 인해 코미디언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불우한 환경에서도 주위사람들을 곧잘 웃긴 그는 장소팔이 이끄는 쇼단체에 들어가 팔도사투리를 주무기로 원맨쇼를 했다. 연예계에 데뷔한 것은 64년도. 백남봉은 중견 코미디언으로 이제 안정된 기반을 다졌다. 전국일주 리포터를 10개월동안 해오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중략)처음 한동안은 자문자답하는 버릇이 있었다. 상대에게 물어놓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는 지레짐작의 자기말을 이어가곤 한 것이다. 이 고약한 습관을 고쳐준 사람이 바로 그의 부인 이순옥씨(45). 양어깨를 치켜올린 점잖지 못한 걸음걸이도 아내 때문에 고쳤다고 한다.경북 성주가 고향인 부인 이순옥씨 또한 아들 딸을 가리지 않는데, 그녀에겐 여장부 같은 면모가 있는듯. 백남봉은 좀처럼 넥타이를 안매지만, 어쩌다 넥타이차림을 할 땐 아무리 바빠도 절대 뛰지 않는다. 이 역시 아내의 권고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상은 필자가 KBS 별관서 가졌던 고인의 생전 인터뷰 기사다(1984. 8.4 TV가이드). 그를 추념하며 옮겼다. 이제 분당 메모리얼파크에 잠드셨다. 박두식 선생(본명) 편히 쉬소서. 임양은 주필

초고층빌딩 재난대책

세계는 지금 초고층빌딩 시대다. 우리나라도 그 추세를 따른다. 부산의 A빌딩은 250m, 서울의 B빌딩은 249m다. 서울 상암 DMC 랜드마크타워는 133층640m 높이를 목표로 설계 중에 있고, 555m123층의 잠실 제2롯데월드는 이미 저층부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 뚝섬과 인천, 부산에도 110~151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건축법시행령은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 건물을 초고층건물로 정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는 이미 준공된 39곳과 공사 중인 51곳, 허가가 나거나 설계계획 중인 건물 등 초고층건물이 총 125개에 달한다. 초고층빌딩은 수직으로 조성된 작은 도시와 같다. 100층 업무빌딩의 경우 1만명의 상시 근무자와 5만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게 안전시설이다.외국의 경우, 828m160층의 아랍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는 재난안전시설이 특급 수준이라고 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5개 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고 피난계단 안에 양방향 통신시설 설비를 갖췄다. 모든 디지털장비가 불통됐을 때 육성으로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도 확보했다. 대만의 509m101빌딩도 비상 시 승강기들 일부를 대피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고 피난안전구역도 8개 층마다 촘촘히 설치했다.그러나 국내 초고층빌딩의 재난안전시설은 열악한 편으로 조사됐다. 국내 A빌딩은 비상엘리베이터가 1대에 불과하고 아파트로 사용되는 부분은 가연재를 마감재로 사용했다. 국내 대부분의 빌딩은 계단 폭이 좁아 대피하기 어렵다. 화재 시 동원되는 소방 고가사다리차 사다리의 최대 높이가 52m에 불과하다. 50층이 넘는 초고층빌딩은 화재진화나 인명 구조가 쉽지 않다. 펌프차의 살수 높이는 15층 높이가 한계다. 고가사다리차의 사다리가 닿을 수 없는 높이에는 헬기가 출동하거나 옥상에서 로프를 연결해 구조작업을 펼쳐야 하는데 바람의 영향을 받기 쉬어 한계가 있다.초고층빌딩에선 간단한 사고도 대재앙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경기도내에도 초고층에 가까운 고층건물들이 많이 들어선다. 재난 예방을 위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완벽을 기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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