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말

동아대학교 국어문화원이 564돌 한글날을 기념해 부산지역 간판을 조사해 예쁘고 아름다운 순우리말 가게 이름 다섯개를 선정, 발표했다. 그릇에 넘치도록 담은 것이 많다는 뜻의 부사인 안다미로 음식점, 어떤 일이 있어도 세상의 중심이 되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가온누리 언어심리치료실, 별똥에서 딱 한잔 술집, 빨간 병아리 닭집, 나무그네 아동복전문집이 그 이름들이다. 국적도 잘 알 수 없는 이상한 이름의 간판이 즐비한 요즘 우리 말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깨우쳐주는 동아대 국어문화원의 활동은 시사하는 바 크다. 어린이들의 생각도 뛰어나다. 5년 전 중앙일보의 초등 논술방 우리들의 수다에 초등학생들이 올린 행복을 주는 이름이 기억난다. 고아원을 천사원으로 바꾸어 고아들에게 천사같은 맑은 영혼을 주고 싶다. 양로원을 우정원으로 바꾸어 혼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드리고 싶다. 자폐아를 꿈꾸는 아이로 바꾸고 싶다. 이 이름엔 자폐가 있지만 꿈을 가진 아이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다. 당시 을지초등학교 4학년 김진영 어린이의 주장이다. 어린이가 상상할 수 있는 재기발랄한 의견과 이유를 적절히 들었다. 전혀 엉뚱하거나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행복을 주는 이름들인데 아직 그렇게 바뀌지는 않았다. 전남 고흥의 두원농협 조합장 송기두씨의 제언도 공감을 준다. 일부 농산물의 이름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고 대표적인 예로 호박을 들었다. 애호박은 아직 크지 않고 부드럽고 작은 호박을 뜻하는데 애호박보다는 풋호박이 어울린다는 의견을 내놨다. 애호박의 반대 표현인 늙은호박은 익은호박이 제격이라고 하였다. 가을철 노랗고 보기좋게 익은 호박을 나이들어 기력이 없고 영양분도 없어 보이는 듯한 늙은호박은 적절치 않다는 제언이다. 호박 주산지인 고흥 두원면 농협조합장다운 발상이다. 뜻 깊고 아름다운 우리 말을 앞으로 많이 사용해야 된다.수원시 세류동(細柳洞)은 원래 버드내, 이목동(梨木洞 )은 배나무골이었다. 임병호 논설위원

중국공산당

중국은 무늬만 공산주의 국가다. 중국사회는 자본주의 나라 뺨치게 더 자본주의화 한지 오래다. 예컨대 중국의 발달된 사유재산권을 레닌이 지하에서 본다면 통곡할 것이다. 이런데도 공산당을 하고 마오쩌둥을 국부로 받들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일당독재를 하자니 기왕의 공산당이 필요하고, 또 이러다 보니 마오쩌둥을 격하시키지 못해 떠 받든다. 일당독재가 필요한 것은 개혁 개방의 성장정책에 방해 요소를 방지키위해서다. 비교하자면 고도성장을 추구한 박정희 4공정권이 유신정치를 했던 것과 비슷하다.이제 살만해진 중국이 노골적인 강대국의 패권주의 조짐을 보인다. 일본과의 관계도 그렇고, 미국과의 관계도 그렇다.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 됐을 뿐만이 아니라,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을 만큼 우주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중국의 민주화 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류샤오보의 석방과 언론 출판의 자유를 요구하는 등 민주화운동 물결이 지식인 사회에서 잇따라 나왔다. 수백명의 이 같은 인사 중엔 중국 공산당의 고위간부를 지낸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는 마오쩌둥의 비서출신 리루이의 전 공산당 조직부 부부장도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개혁 개방으로 절대적 빈곤을 추방하고 나니깐, 민주화운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 또한 더는 노골적으로 이를 탄압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걸핏하면 중국의 인권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중국 자국내의 민주화 세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된 중국 공산당 제 17차 중앙위원회 5차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중앙 군사위 부주석으로 뽑혀 주목을 받았다. 오는 2012년 열릴 중국공산당 전국 대표자 회에서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10년간 중국을 이끌 실력자로 떠 올랐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올해 57세다. 그의 시대엔 중국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 민주화가 불가피 할것이다. 임양은 주필

부모교육

호적이 없었다. 특히 여성은 아명 뿐이어서 혼인하고 나면 성씨가 이름처럼 불렸다. 조선사회의 일이다. 혼인신고가 없었으므로 이혼신고도 없었다. 아내가 이혼을 요청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남편의 일방적 이혼만 있었다. 휴서(休書)는 남자가 여자에게 써주는 이혼의 증표다. 인연을 끊는다 하여 이연장이라고 했다. 글 모르는 상민들은 휴서 대신 자신의 옷고름을 베어주었다. 이를 수세라고 하여 부부가 갈라서는 것을 수세 베워준다고 했다.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은 여자쪽에서도 이혼을 요청한다. 해마다 늘어가는 이혼 가운덴 남편과 갈라서기를 원하는 아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혼인신고는 간단해도 이혼신고는 복잡하다. 전엔 본적지에 가서 부부가 합의 이혼신고서만 내면 그것으로 끝났던 게 법원의 이혼허가를 받아야 이혼이 가능해졌다. 이혼소송 절차가 더 복잡해져 숙려기간이 생겼다. 일정기간 부부가 이혼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이혼 부부에 대한 부모교육이 실시된다. 이혼에 따른 자녀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다. 어제부터 매주 월요일 실시하는 이 교육은 서울가정법원에서 시행하던 것을 수원지방법원이 도입했다.이혼은 한 가정의 문제에 끝나지 않는다. 그 영향이 사회에 파급된다. 이혼의 연령대가 넓어져 황혼이혼 또한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더욱 문제인것은 미성년 자녀를 둔 젊은 부부의 이혼이다. 결손가정이 결손자녀를 만든다. 어린 자녀에게 상처를 입히는 젊은 부부의 이혼은 무책임한 이기심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마땅치 않아 자식들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해가며 자신들이 선택한 부부관계를 청산해 가정을 깨야만 한단 말인가, 이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도리를 저버리는 행위다. 아버지 어머니에게도 부모의 자격을 갖추는 면허증 제도가 필요하다는 세간의 농담이 있다. 낳았다고 부모인 것은 아니다. 부모다워야하고 부모노릇을 해야 부모다. 예비이혼 부부에 대한 부모교육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부모교육으로 이혼을 접는 부부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임양은 주필

산호세광산의 인간애

지하 700m 갱도,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이 갱도가 무너졌으니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절망에서 희망을 살린 칠레 산호세광산 광부의 대역전 드라마는 인간애의 극치다. 전세계가 감동했다. 세계언론은 그동안의 온갖 얘기를 생생히 보도했다. 매몰된 70일간의 지상구조와 지하생활, 극적인 캡슐활동, 후일담 등. 죽을 뻔했던 33인의 광부는 영웅이 됐다. 영화 제작이 추진되고 수기 출판을 서두르기도 한다. 칠레는 이번 사고 수습으로 자신감에 차 있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칠레 조야에 충만해 있다. 산호세광산 구출작업에 모두 2천2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이 돈으로 33인의 인명을 구출할 수 있었다니 놀랍다. 효과면에서는 세기적 드라마로 몇백 배의 효과가 있다. 단 한 명의 광부를 살리기 위해 16일 동안 사투를 벌인 것이 46년 전의 충남 청양군 남양면 구봉광산 붕괴 사고다. 언론들 또한 매일 주요 기사로 다뤄 취재경쟁이 뜨거웠다. 막판 무렵 그날밤 구조가 될 것으로 예측, 조간에 구출됐다고 보도한 K신문이 오보를 내기도 했다. 예측이 빗나갔던 것으로, 그만큼 구출작업이 어려웠었다. 마침내 구출된 양 모씨는 유명해져 한동안 지방 콩쿠르의 심사를 맡는 등 명사 대접을 받았다. 단 한 명의 인명을 그처럼 나라 안 언론이 온통 관심을 가졌던 것 또한 인간 사랑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생명은 아무리 하찮은 이름 모를 벌레일지라도 신비하기가 외경스러울 정도다. 하물며 인간의 생명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이번 역시 온 세계의 이목이 산호세광산에 쏠린 것은 인간애의 관심이다. 구출한 것도 그렇지만, 따지면 구출된 것도 인간애의 하모니다. 인간애로 서로 뭉쳐 지냈기 때문에 살 수가 있었던 것이다.인간애는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인간의 인간다움이 곧 인성이다. 사람이 인성을 지닐 땐 아름답고, 인성을 잃을 땐 추해진다. 칠레 산호세광산의 기적은 우리에게 인간애의 인성을 일깨워준 점에서 값지다. 임양은 주필

우울증

슬프고 불행한 감정이 우울(憂鬱)이다. 이러한 감정이 깊어지면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다. 지난해 우울증 환자가 50만8천명으로 2005년 43만5천명에서 16.8%나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40세 이상 중년과 고령층에서 많이 나타났고, 여성이 남성보다 2.2배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우울증에 대한 심사 결정자료를 분석한 결과다.우울증의 원인은 신경세포 내 자극을 전달하는 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의 감소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 유전적 요인, 분노, 내향성, 의존적 성격, 지속적인 열등감, 억압된 적개심, 죄책감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우울증의 공통 증상은 우울한 기분과 흥미의욕 상실, 피로감, 수면장애, 식욕부진, 자신감 상실, 허무감 등이다. 우울증은 학업이나 직장 업무, 주부 역할 등 개인의 사회적 역할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운 질병 중 하나다. 직장 일도 대충 대충 하고 무기력과 피로 등으로 활동 시간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우울증은 의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심리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적절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검진을 해도 아무런 신체적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개인의 사회적 존재감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또는 검진을 해도 알아내지 못한다는 경우도 있어 우울증은 암보다 심각한 질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 정신과 외래 환자 6만2천232명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이 23.4%, 1만4천536명이나 된다. 우울증 환자 중 10%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니 무서운 중증질환이다. 얼마 전 지방에 내려가 있을 때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내용이 ○○○씨 사망이었다. 무심코 ○○○씨 부모 중 한 분이 타계하셨구나 생각하고 장례 후 조의금을 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나중에 ○○○씨 본인이 우울증으로 자살했음을 알았다. 남편과 아들을 두고 직장생활을 하던 그가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어 우울증을 앓았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허무했다. 가을에 느끼는 이런 감정도 혹 우울증이 아닌지 모르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왕의 밥상’

조선 제3대 왕 태종이 음양오행에 따라 궁중음식을 마련하는 기본 원칙과 나라가 가뭄과 홍수 같은 재난에 처했을 때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아예 밥상을 물리는 감선(減膳), 고기반찬을 줄이는 철선(撤膳) 등을 시행한 이래 후대 왕들은 이를 본받고 적극적으로 따랐다. 유교이념에 입각해 혼자 배 부르고 맛나게 먹지 않고 만백성과 더불어 먹기를 지향했기 때문에 조선시대 왕의 식사는 자신의 입과 위장을 통해 세상을 돌아보는 행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성대군(중종)을 앞세운 신하들의 반정(反正)으로 왕위에서 쫓겨나 31세의 나이에 강화 교동의 유배지에서 죽은 제19대 왕 연산군(재위 1494~1506)은 즉위 초부터 희귀하고 값진 먹을거리만 찾았다. 성균관대 국가경영전략연구소 함규진 박사의 저서 왕의 밥상에 따르면 연산군은 중국산 검은 엿부터 사슴 꼬리와 사슴 혀, 바다거북, 돌고래, 왜전복(倭全鰒), 소의 태아 등 남다른 식탐을 드러냈다. 연산군은 철선과 감선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천인감응론(天人感應論하늘과 사람이 긴밀히 연결돼 있어 인간 사회에 큰 폐단이 있으면 자연히 하늘의 경고나 견책이 이뤄진다는 설)이나 음양오행론에 회의적이었다. 연산군이 가장 존경했던 제7대 왕 세조는 정작 폭군 이미지와는 달리, 먹고 마시는 문제를 진지하게 여겼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바탕으로 세상의 조화를 꿈꿨다. 사옹방을 사옹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조선 궁중의 음식 관련 기구를 완성했으며 국내 최초 요리서인 산가요록과 최초의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를 편찬했다.성군(聖君)의 길을 걸었던 제4대 왕 세종은 노년에 소갈증(당뇨병) 등 온갖 병 때문에 마른 몸에 얼굴 빛은 파리하고 기침이 그치지 않는 가련한 노인네 몰골이었을 것이라고 함 박사는 추정한다. 더위 먹은 증세를 보인 제9대 왕 성종은 물에 만 밥을 자주 찾았으며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제22대 정조는 중년에 접어들며 안질과 등창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려 실제 나이보다 10년 정도 늙어 보였다고 한다. 음양오행과 의식동원(醫食東源)설에 입각한 양생을 추구했던 조선 왕들의 평균수명은 47.07세였다. 배추값이 오르니까 내 식탁에 배추 대신 양배추김치를 올리라고 한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양배추김치만 먹고 있는 지 궁굼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김정은 데뷔쇼

지난 10일 로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인민군 열병식은 텔레비전 녹화의 토막 방송으로만 보아도 정말 대단하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이 행사의 공연참가 여성들은 주석단에 앉은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바라보며 감격의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다. 평양정권이 이를 세계 언론에 개방하고 인민에게 실황 중계방송 한 것은 의도적이다. 그야말로 김정은 데뷔쇼 이기 때문이다. 당초 9월초에 열기로 했던 노동자 대표자회를 말일이 다 되어 연 것 또한 쇼 준비가 미흡해 연기했던 것 같다. 2만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열병식 쇼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선 예정보다 시일이 더 소요됐던 모양이다. 당 대표자회 연기에 갖가지 억측이 무성했으나, 지금 생각하면 열병식 준비 때문이었던 게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초청했다. 신화통신은 새지도부 초청이라고 했으나, 부자 세습의 공식 승인을 대외에 과시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녘의 광업권 등 기득권 보호와 자국의 동북아정략 실리를 위해 세계적인 3대 세습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평양정권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다. 이상한 것은 세습 시나리오가 급박하게 짜인 사실이다. 김정일이 권력 실세가 되는 데는 김일성 후계자로 공인 되고도 10여년이 걸렸다. 헌데, 김정은은 김정일 후계자로 공인된지 불과 10여일 만에 전례없는 데뷔 군사퍼레이드와 함께 권력서열 6위로 떠올랐다. 김정일의 건강이 그만큼 좋지 않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성립된다. 만약의 경우, 김정일 유고로 김정은이 집권을 하면 한반도 정세가 더 불안해진다. 북한 군부가 김정은을 과연 후계자로 받아들여 성공적으로 승계될지 의심스럽다는 것은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의 말이다. 그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다. 김정일 부재시 평양정권이 빚는 정정 불안은 두가지 요인이 된다. 정권 붕괴가 아니면 대남 도발이다. 올해 82세의 모드로 전 동독 총리는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그처럼 일찍 무너질지는 정말 몰랐었다고 했다. 임양은 주필

밭도둑

농산물 도둑에 룰이 있었다. 벼도둑을 예로 든다. 벼를 가마니에 담아 광이나 곳간에 놔둘 때 비로소 훔치는 대상이 된다. 들에서 멍석에 깔아 말릴적엔 훔치지 않는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절대적 빈곤시대에도 이러했다.근데 지금은 들에서 벼를 말리지 못한다. 밤엔 집으로 거둬들이기 귀찮기 때문이다. 거둬들이지 않으면 도둑맞기 십상이다. 예전처럼 못먹고 못사는 것도 아닌데 도둑 심보는 더 나빠졌다. 농산물 도둑에 그래도 한가닥 양심이 있었던 룰이 깨졌다.인삼밭 도둑도 전엔 없었던 도둑이다. 삼포집 주인들이 밭지키기에 애를 먹는다. 김장고추 값이 비싼 해엔 고추도둑이 성행했었다. 고추를 따가는 것이 아니다. 밤에 고추대를 뿌리채 뽑아 타이탄 트럭에 싣고 도망치곤 했다. 남의 한해 농사를 완전히 망치는 아주 몹씁 밭도둑이다. 집도둑은 있어도 밭도둑은 없었던 것이 이렇게 성행하더니 올핸 또 한가지가 늘었다. 배추파동으로 채소도둑이 극성인 모양이다. 안성시 일죽면 43개 마을 이장단이 채소도둑 등쌀에 회의까지 열었다니 그 고초가 짐작된다. 얼갈이 배추열무상추밭 등에 순찰을 강화하고 시설하우스 주변에 CCTV를 설치키로 했다는 것이다. 채소밭 도둑은 안성만이 아니고 용인 등지에서도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며칠 전에는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통마늘 5㎏ 분량을 말리려고 대문앞에 놔둔 것을 훔친 60대 이웃집 여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농산물을 둘러싼 밭도둑, 집도둑이 설치는 세태가 됐다.사람 사는 인심이 점점 더 고약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밭농사 한가지에 아흔아홉번의 손길이 간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농사다. 흔히 시골가서 농사나 짓는다고 말하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농사나가 아니다. 올 한 해 동안 작물을 가꾸는 것만도 큰 힘이 들었다. 이로도 모자라 가꾼 작물을 지켜야 하니 농민들의 고초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임양은 주필

‘행복전도사’의 자살

자신의 의지로 목숨을 끊어선 안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어난 게 절로인 것처럼, 죽는 것도 절로여야 하는 것이 생사의 순리다. 가톨릭의과대학은 의학 연구를 위한 시신 기증을 환영한다. 가톨릭 신자 여부를 가리지 않는다. 연구를 마친 시신은 화장을 거쳐 용인 천주교묘역에 안장된다. 그러나 자살한 시신은 받지 않는다. 사후 기증이 됐더라도 사인이 자살 같으면 기증을 거부한다. 자살은 죄악이기 때문이다.종교적 인식이 아닌 법률적 관념상으로도, 자살은 자신을 죽인 살인행위다. 다만 처벌대상이 죽어 처벌할수 없어 못하는 것 뿐, 법철학은 자살 또한 살인으로 이해한다. 어느 행복전도사가 병마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부부가 동반자살 한 것으로 보도됐다. 고통에 시달린 아내를 보다 못한 남편이 아내의 요청으로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목매어 죽었다는 것이다. 그도 하필이면 남의 영업장인 모텔에서 끔찍한 일을 벌여 세간의 입방앗 감이 됐다.방송 등을 통해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했다고 하여 붙여진 행복전도사, 그녀의 죽음은 유감이다. 그가 생전에 한말은 결국 모두 신뢰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때마침 팔다리가 없으면서도 세계 38개국을 다니며 희망의 삶을 강연하는 호주 태생의 닉 부이치치씨(27)가 한국에 들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누리교회 창립 25주년 예배에 참석했다. 그 같은 장애의 몸이지만 스케이트 보드를 탄다. 서핑을 하고 스쿠버 다이빙도 한다. 작곡가이면서 뮤직 비디오를 찍은 가수다. 돈이 행복이 아니라, 사랑이 행복입니다라는 것은 그의 말이다.오죽했으면 죽음을 선택했겠냐고들 말한다. 틀린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옳은 것은 아니다. 어차피 죽는 것이 생명이다. 자신의 생명이라고 하여, 자신이 끊을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행복전도사는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을 사회에 했다. 그의 자살은 안타깝지만 좋게 볼 여지는 없다. 인간의 행복, 그것은 어떤 처지에 있던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곧 행복이다. 임양은 주필

‘대통령의 오판’

미국의 언론인과 학자가 함께 저술한 대통령의 오판은 국가지도자의 판단 착오가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국부로 추앙받는 조지 워싱턴은 단 한 번의 오판으로 기나긴 세월 동안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독립전쟁 직후 재원 확보를 위해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하자 시골 오지의 서민들을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나 3년이나 지속돼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 폭동으로 인해 워싱턴의 연방당은 몰락하고 민주공화당으로 정권이 넘어갔으며 장장 60여년 동안 연방주의자들은 힘을 못 썼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공군이 진주만을 폭격하자 12만명에 이르는 일본계 미국인들을 포로수용소에 강제격리하도록 지시했다. 분별력이 뛰어났던 루스벨트였지만 인권국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결정을 내렸다. 성공한 대통령도 오판이 있었는데 실패한 대통령들의 오판이 남긴 후유증과 파장은 오늘날도 비판을 받는다. 닉슨 대통령은 국민과 언론, 심지어 작전을 수행하는 요원에게까지 비밀에 부치고 캄보디아를 무차별 폭격해 수 많은 민간인이 죽고 제3세계에 미제국주의 타도 바람을 촉발시켰다. 당대엔 비판받던 대통령의 정책이 후대에 이르러 재평가받거나 칭찬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등 과거 대통령의 일부 치적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사례들이 적잖다. 대통령의 오판에 이르는 과정은 몇 가지 실패의 법칙이 발견된다. 첫째,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과 인기를 과신한다. 둘째, 참모들이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대통령이 결정적인 순간에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넷째, 사건 발생 초기에 방치하거나 반대로 과잉대처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다섯째,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귀결된다. 결국 권력자의 추락은 정책 자체보다 정책을 추진하는 절차나 방법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누구든지 전폭적인 지지를 받긴 힘들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 전부 옳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운하 건설, 세종시 이전, 4대강 사업, 대북관계 등등을 놓고 찬반이 극심하다. 대통령의 오판을 청와대가 정독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시문화상수상자會

수원시가 문화상을 제정한 것은 1984년이었다. 제1회는 예술교육 지역사회개발체육언론 등 5개 부문이었으나 지역사회 개발 부문이 2명이어서 6명을 1984년 12월20일 수원시민회관에서 처음 시상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26회를 기록했다. 그동안 예술부문 25명, 교육부문 22명, 지역사회개발부문 26명, 체육부문 26명, 언론부문 21명 그리고 5회부터 시작한 학술부문 12명 등 총 132명이 수원시 문화상을 수상했는데 17명이 유명을 달리해 현재 115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15명 중 20여명이 최근 두 차례 회동하여 가칭 수원시문화상수상자회(수문회) 결성 준비위원회를 가졌다. 준비위원장은 1994년 11회 체육부문을 수상한 전 수원시장 김용서(金容西)씨를 선임했다.영예스러운 수원시문화상 수상자들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충실하고 110만 수원시민이 주신 사랑과 격려에 보답하고자 뜻을 함께 모았다고 전제하고 수원시민으로서 지역 내 학술예술교육체육언론지역사회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동안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해온 노력들을 하나로 모아 수원의 향토문화 창달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 및 문화예술 향상을 위해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지역사회에 바치고자 한다는 취지문도 채택했다. 수원시 문화상 수상자 일동은 세계 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수원시의 명예를 드높이고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관광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의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천명했다. 수원시문화상이 수원의 문화발전에 기여해 온 인사들의 공적을 기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지 않다. 각 부문별로 대상자들이 적지 않았을 터인데 수상자를 찾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교육언론학술 부문 등이 매년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게 그 사례다. 지자체장 선거를 이유로 2005년부터 부상을 중단한 것도 근시안적인 처사다. 1회 때 수상자에겐 상패와 순금메달, 부상이 각각 150만원이었다. 시문화상은 시민이 주는 상이지 시장 개인이 주는 게 아니다. 오는 11월 5일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수문회의 활동에 관심이 많다.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시문화상수상자會

수원시가 문화상을 제정한 것은 1984년이었다. 제1회는 예술교육 지역사회개발체육언론 등 5개 부문이었으나 지역사회 개발 부문이 2명이어서 6명을 1984년 12월20일 수원시민회관에서 처음 시상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26회를 기록했다. 그동안 예술부문 25명, 교육부문 22명, 지역사회개발부문 26명, 체육부문 26명, 언론부문 21명 그리고 5회부터 시작한 학술부문 12명 등 총 132명이 수원시 문화상을 수상했는데 17명이 유명을 달리해 현재 115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15명 중 20여명이 최근 두 차례 회동하여 가칭 수원시문화상수상자회(수문회) 결성 준비위원회를 가졌다. 준비위원장은 1994년 11회 체육부문을 수상한 전 수원시장 김용서(金容西)씨를 선임했다.영예스러운 수원시문화상 수상자들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충실하고 110만 수원시민이 주신 사랑과 격려에 보답하고자 뜻을 함께 모았다고 전제하고 수원시민으로서 지역 내 학술예술교육체육언론지역사회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동안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해온 노력들을 하나로 모아 수원의 향토문화 창달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 및 문화예술 향상을 위해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지역사회에 바치고자 한다는 취지문도 채택했다. 수원시 문화상 수상자 일동은 세계 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수원시의 명예를 드높이고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관광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의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천명했다. 수원시문화상이 수원의 문화발전에 기여해 온 인사들의 공적을 기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지 않다. 각 부문별로 대상자들이 적지 않았을 터인데 수상자를 찾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교육언론학술 부문 등이 매년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게 그 사례다. 지자체장 선거를 이유로 2005년부터 부상을 중단한 것도 근시안적인 처사다. 1회 때 수상자에겐 상패와 순금메달, 부상이 각각 150만원이었다. 시문화상은 시민이 주는 상이지 시장 개인이 주는 게 아니다. 오는 11월 5일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수문회의 활동에 관심이 많다. 임병호 논설위원

손학규

지난 2007년 3월19일, 한나라당 탈당 3년6개월 만이다. 손학규가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마치 뻐꾸기를 보는 듯 하다. 뻐꾸기는 알을 오목눈이 같은 다른 새둥지에 낳는다. 오목눈이는 뻐꾸기 알을 자기 알로 알고 품는다. 이렇게 해서 부활된 새끼 뻐꾸기는 어미 오목눈이가 먹이사냥을 나가고 없을 적에 새끼 오목눈이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 떨어 뜨린다. 뻐꾸기 부화가 며칠 더 빠르기 때문에 새끼 뻐꾸기가 새끼 오목눈이보다 힘이 더 센 것이다. 새끼 뻐꾸기가 둥지 안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선 안간힘으로 새끼 오목눈이를 밀어내는 억척은 처절하다. 어미 오목눈이는 이런줄 모르고 뻐꾸기 새끼를 자기 새끼로 알고 먹이를 먹여 키운다.손학규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다. 준비된 후보라는 평판도 있었다. 경기도지사 임기 직후에 가진 100일 민심탐방 대장정은 전례없는 정치인의 민생체험이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박근혜에 비해 좀처럼 뜨질 못했다. 결국 고사 위기를 느껴 탈당했다. 민주당 측 콜에 나는 불쏘시기가 아니다라던 그가 제발로 걸어 민주당에 입당했다.민주당 대표 당선은 극약 처방이었던 한나라당 탈당 모험이 일단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반대로 한나라당엔 한이 맺혔다. 당선 첫날 이명박 정권 폭정 을 들먹인 것은 그같은 한풀이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정권을 비난할 때면 그의 눈은 독사 눈으로 변한다. 민주당의 손학규 선택은 괄목할 변화다. 정동영정세균 등 전통적 호남세력 지배에서 벗어난 게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뻐꾸기 부화를 이미 경험했다. 민주당 또한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건지 아닌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손학규의 진보주의 열변은 생뚱맞을 때가 있다. 젊었을 적에 좌파 운동을 한것은 알지만, 우파로 전향한 것이 장관 국회의원 등 고관 현직을 지낸 한나라당이다. 이를 되돌려 또 좌파노선을 강조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세력에 영합하기 위한 선명성 부각의 살아남기 전략이다.어떻든 손학규는 그처럼 소망한 대선 후보 대열에 한걸음 더 가깝게 접근했다. 좌파 변신에 당부해 둘것이 있다. 종북주의자가 되어선 미래가 없다. 임양은 주필

권력의 순혈주의

평양정권 3대 세습은 권력의 순혈주의 승계다. 왕조세습의 순혈주의와 같다. 현대판 김씨왕조 순혈주의 세습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조선로동당 대표자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일성의 젊었을적 사진을 김정은 사진에 오버랩시켜 되풀이해 방송했다. 이른바 수령이미지의 연상효과를 노린 것이다.김일성이 사망한 것은 1994년 7월8일이다. 벌써 16년이 지났는데도 평양정권의 주석은 아직도 김일성이다. 후임주석이 없다. 공식 문서의 주석 이름은 여전히 김일성이다.지난 대표자 회의가 열린 곳은 금수산기념궁전이다. 주체의 성지라고도 한다. 김정일이 당 대표자 회의를 주관한 단상 뒤엔 거대한 김일성 입상이 세워져 있다. 할아버지에서 아들 손자에 이른 권력세습에 저들 나름의 정당성을 순혈주의로 상징하였다. 김씨왕조의 순혈주의는 김일성 선대까지 미화하고 있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31운동을 주도하고, 1866년(고종5년)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까지 침략한 미국 상선 셔먼호를 불태워 혼낸 민간인 주동자가 김일성 할아버지라는 것이다.김일성의 가계는 괜찮은 집안이다. 아버지 김형직은 한약방을 했다. 어머니 강반석은 원래가 기독교 집안이다. 강반석의 오빠되는 강양욱, 그러니까 김일성의 외삼촌인 그는 목사 출신이다. 그 강양욱이 평양정권 수립 초기에 국회의장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형들을 제치고 후계자가 된 것은 세자 책봉이다. 나이 27세의 젊은 대장 김정은, 로동당 중앙위원에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까지 앉힌 그의 아버지 김정일의 낙점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카리스마로 시작된 순혈주의의 후광인 것이다. 쟁쟁한 원로들이 김정은 앞에서 눈높이 박수로 열렬히 환영하는 것은 김일성을 대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정일 사후다.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김정일이 없는 사후에도 권력의 순혈주의 시효가 지금처럼 살아있을지는 의문이다. 임양은 주필

경감 특진

경찰의 경위 자동승진제 역기능이 심각하다. 전엔 시험승진제였던 것이 일정한 연한이 차면 절로 승진하게 되면서 경위가 많아졌기 때문이다.경위는 간부다. 엄격히 말하면 경찰관이란 경위 이상부터다. 이에 비해 경사 이하는 경찰리다. 평생 경찰에 몸담아 정년을 명예로운 간부로 퇴직케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경위 자동승진제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면서 경위가 넘쳐나 계급은 올랐지만, 직급은 떨어졌다. 경사가 맡았던 직책을 맡는 예가 허다하다.경찰청은 내년에 경위 1천25명을 경감으로 특진시킬 계획이다. 경위가 너무 많아 더 이상 인사적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전엔 경감 승진자가 연간 2백명에서 많아야 4명백가량이었다. 1천명 이상 늘린것은 파격적이다. 심사와 시험을 각 50%씩 병행하는 방법으로 승진자를 선별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정작 경감이 되어도 또 그렇다. 경감으로 승진되는 것은 좋겠으나 보직은 예를 들면 파출소 소장이다. 예전엔 경사가 하던 파출소 소장을 경위가 하다가, 이제는 경감이 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관 계급이 지금과 달랐을땐 을지 경찰서는 경감이 서장이었다. 경위-경감-경정-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 등 현행 8등급과는 달리, 경위-경감-총경-경무관-치안국장 5등급 일 때다.치안수요도 늘고 경찰도 증원돼 직제개편이 불가피했지만, 계급의 가치가 떨어지는 보직 인플레이션 현상은 마뜩치 않다.앞서 예를 든 파출소 소장이 경위라고 하여 경사가 하는 것보다 꼭 더 잘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경감이 한다고 해서 경위가 소장이던 것보다 파출소가 더 잘 운영되는 것 또한 아니다. 파출소장 사람 나름이다.이러한 경위계급의 경감 승진 대폭 확대 등에 더 드는 국가예산이 자그만치 25억원이다. 예년의 배 이상 승진시키는데 소요되는 인건비 등이 이처럼 많다. 보직은 낮추면서 계급은 올리는 것이, 과연 인력의 효율적 관리에 합치되는 지 의문이다. 못난 아재비 항렬만 높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임양은 주필

화령전

수원 화령전(華寧殿)은 화성성곽을 축조할 때 건축한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의 아드님 23대 순조(純祖)가 1801년 순조 원년에 세운 전각(殿閣)이다. 순조는 부친이신 정조대왕이 사도세자를 지극한 효성으로 받든 유덕을 기리고자 정조의 영정(影幀)을 화령전에 모셨다. 순조의 효심으로 지어진 전각이다.화령전은 조선말까지도 제조위장(提調衛將) 이하의 관리를 두었고 화성유수(華城留守)와 판관들이 관리토록 하였다. 해마다 제향을 드렸으며 그때마다 노인들을 초청하여 공경케 하는 풍화당(風化堂)을 지었다. 풍화당에선 노인들의 시회(詩會)를 열고 주연을 베풀어 경로사상을 일깨웠다. 정전(正殿)인 운한각(雲漢閣) 앞뜰엔 작약을 가득 심어 향기가 화령전 전체에 진동하였고 팔지송(八枝松) 소나무도 심어 경치가 좋았다. 운한각엔 정조대왕의 진영(眞影)을 모셔 백성들이 숭배하는 마음으로 화령전을 받들었다. 그러나 1910년경 일인들의 강압에 의해 정조대왕 어진을 서울로 옮겨 모시게 돼 수원 백성들이 땅을 치며 울부짖고 반대하였으나 막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진영은 보전처를 몰라 90여년 세월을 화령전에 어진이 봉안되지 않았었는데 2004년 어진 화가로 저명한 우당(友堂) 이길범(李吉範) 선생이 2004년 군복을 입은 정조대왕의 영정을 재현했다. 화성장대. 동장대 등에서 군병을 지휘하는 모습이 마치 생전처럼 신성하다.9월의 하늘을 이고 옥잠화 피었네 / 하늘의 무게만큼 내려 앉아 젖은 오후 / 누군가 문득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소리 // 신풍루 넓은 뜰에 울리는 북소리 / 아비 잃은 어린 세손 성군이 되셨구나 / 통한의 사부곡으로 한평생이 흘렀네 // 만백성 섬기면 그 또한 부모거늘 / 굽은 등 곧게 펴고 꼭 한번 우러러 뵐 / 나라님 크신 어깨에 오색 빛 찬란하다 -임애월 시조 화령전 옛뜰에서화령전에선 별시(別試)를 열어 인재를 뽑는 과거장(科擧場)이기도 했는데 순조는 한양에서의 과거시험을 여기서도 거행했다. 효심과 시심이 깃든 화령전에서 오는 23일 한국경기시인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정조대왕 숭모 전국백일장이 개최돼 더욱 뜻 깊다. 임병호 논설위원

대마도

대마도(對馬島)는 본래 신라(新羅)에 소속됐던 땅으로 차차 왜인(倭人)들이 와서 거주하게 되면서 일본땅으로 변하게 됐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6권). 고려 말조선 초에 왜구를 근절시키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왜구의 근거지인 대마도(對馬島)를 정벌한 일이 있었다. 왜구는 13세기로부터 16세기에 걸쳐 한반도와 중국연안에서 준동한 일본인의 해적 집단을 총칭하는 것으로 고려 말조선 초 약 70년간 우리나라 연안 각지에 침입하였다. 특히 고려 말 40여년간은 왜구가 창궐하여 피해가 극심했다. 조선의 대마도정벌은 1396년(태조 5)과 1419년(세종 1)에 있었다. 세종 원년 이종무(李從茂 1360~1425)는 9절제사를 거느리고 대마도 정벌길에 올랐다. 그때 동원된 병선이 227척, 군사는 1만7천285인으로 65일간의 식량을 준비하였다. 왜구의 규모를 짐작게 하는 대병력이었다. 대마도 정벌은 조선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왜구가 근절되진 않았다.대마도의 영유권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여야 국회의원 37명으로 이뤄진 대마도 포럼을 두고 여론이 찬반으로 갈린 것은 이 같은 대마도의 역사성 때문이다. 허태열 대표는 대마도 주민은 혈통적으로 일본 본토인보다 한국인과 더 가까울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한국이 97㎞나 가깝다고 주장한다. 대마도는 역사문화인종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기본 인식 아래 대마도와의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한 맞불 차원의 감정적이며 국수적인 대응은 오히려 국내외적인 설득력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일본 국민들의 감정만 훼손해 한일 간의 친선 증진에 역기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이근우 부경대 대마도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일본 영토가 명백한 대마도를 우리 영토로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까지 잃게 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지리적으로 한국에 가깝다는 것 말고는 독도처럼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잖아도 일본은 중국과의 외교전에서 쓴맛을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마도포럼 창립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마도가 원래 신라 땅이었다는 분명한 사료 등을 제시하는 게 우선적인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인민군 군사칭호

평양정권의 군사조직에 두 가지 특성이 있다. 군대 안 간 사람에게 장군이라고 하는 것과 계급을 군사칭호라고 부르는 점이다. 중앙통신은 28일 로동당 대표자회를 갖기 전날 김정일 동지께서 군사칭호 명령 제0051호를 하달하셨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인민군 대장 칭호를 6명에게 준 것인데, 이 중엔 셋째 아들 김정은과 누이동생으로 경공업상인 김경희 등 민간인 2명이 포함됐다. 아들과 누이동생에게 이처럼 대장 칭호를 준 것은 선군정치 강화의 포석이다.한편 군사칭호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공산주의 혁명 이론으로 내세우는 계급 타파에서 비롯된 것으로 계급을 부정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사계급을 군사칭호로 부른다고 해서 계급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인민군은 대장이 최고의 계급이 아니다. 대장 위에도 차수원수대원수 등 세 계급이 있다. 이번에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 대장이 차수로 군사칭호가 승진됐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장군인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것은 1991년 12월24일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19차 회의에서다. 이어 1992년 4월 20일 인민군 창설 60돌을 기해 원수로 추대됐다. 북에서 원한 관계의 원수를 원쑤라고 하는 것은 군사칭호의 원수와 구분하기 위한 조어다.대원수는 1992년 4월13일 김일성 주석이 80세 생일을 앞두고 추대됐으나 2년 뒤 사망해 지금은 없다. 김정일 원수가 대원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평양정권은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소련의 스탈린 수상을 스탈린 대원수라며 우상화한 적이 있다.한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사칭호 명령은 모두 40명의 장성급이 승진됐다. 나는 당과 수령의 품속에서 자라난 인민군 지휘성원들이 앞으로도 당의 령도를 충직하게 받들고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을 총대로 끝까지 완성해 나가는 데서 혁명의 기둥, 주력군의 영예로운 사명과 본분을 다하리라 굳게 믿는다는 것은 군사칭호 명령 전문에서 밝힌 김정일 위원장의 말이다. 임양은 주필

10대 고혈압

10대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고혈압은 성인병이다. 이런 고혈압이 10대에 생기는 것은 음식을 짜게 먹는 습관 탓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2007년에서 2009년까지 전국의 13~19세 청소년 2천113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나트륨 1일 섭취량이 놀라운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치 2천㎎ 두배인 4천㎎를 넘은 수가 1천4명(47.5%)이고, 4천㎎ 미만이면서 기준치를 초과한 수가 957명(45.3%) 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소금을 과다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고혈압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런데도 청소년은 혈압을 잘 측정하지 않고 무심히 넘기는 수가 많아 뒤늦게 발견하기 일쑤다. 10대 고혈압은 또한 같은 또래에 비해 비만율이 높다. 청소년의 고혈압이 청소년의 책임은 아니다. 어른들 책임이다. 어른들이 음식을 짜게 먹기 때문에 10대들도 짜게 먹는다. 자신의 자녀에 대한 소금 과다 섭취가 염려되면, 부모된 자신부터 음식을 싱겁게 먹는 습성을 가져야 된다. 예전의 양반집에서는 음식을 담백하게 먹었다. 음식의 담백은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동의보감은 음식이 짠것을 금기로 삼았다. 음식을 짜게 먹는 것은 없는 집에서 반찬을 아껴먹기 위해서였다. 이랬던 게 언제부터인지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입맛이 보편화됐다. 얼큰한 것은 맵고 짠 자극성 음식이다. 사회생활에서도 웬만한 일엔 면역이 된 현대인들은 자극성을 추구하게 돼 음식 또한 맵고 짜야 뭘 먹은 것 같은 기분을 갖는다.그러나 건강을 해친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만성병을 유발하며, 그 중 가장 심한 게 고혈압이다. 음식 짜게 안먹기 운동 같은 범국민적 캠페인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벌일만 하다. 음식만 짜게 안먹어도 성인병의 상당한 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청소년 고혈압 증가 추세는 국민건강의 적신호다. 젊어서는 잘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온갖 합병증이 유발된다. 기성사회는 10대의 나트륨 과다 섭취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임양은 주필

현미경 검증

인생사를 2백가지로 점검하기는 모자란 것일까, 김황식 총리 후보에 대한 청와대 내부 청문회에서 2백가지를 검증, 청렴성에 자신이 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의혹이 야당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전남 출신으로는 첫 총리 후보라는 점에서, 다소 우호적이던 민주당이 철저 검증으로 돌아서 연일 맹공을 퍼붓는 것은 이 정권에 대한 공격이다.야당이 벼르는 의혹은 병역 면제의 허위 진단서설, 누나가 총장인 대학에 특혜 지원설, 재산신고 누락설 등으로 이밖에도 또 있다. 이에 청문회서 그 같은 의혹을 적극 해명할 것이라는 것이 총리실의 발표다.그런데 국회의 인사청문회 때면 관련 인사의 개인적 적대 진영이나 반대 세력에서 정보 제공의 투서가 횡행, 야당의 공격 자료가 모아진다. 투서에는 음해성도 있고 사실 관계도 있다.취모멱자(吹毛覓疵)란 말이 있다. 입으로 털 사이를 불어가면서 흠집을 찾아낸다는 말로, 남의 결점을 억지로 들춰내는것을 뜻한다. 이는 형명법술(刑名法術)을 주창한 한비자(韓非子)의 한비자-대체편에 나오는 것으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 그도 취모멱자식의 흠집내기는 경계했던 것이다.국무총리 공백이 너무 길다. 오는 11월에 열릴 G20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서도 그렇고, 공석 중인 외교통상부 장관 임명을 위한 총리 제청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국무회의 부의장인 총리가 없어 부의장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나라의 체모가 말이 아니다.그러나 이렇다 해서 김황식 총리 후보의 인사 청문회를 적당히 넘겨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검증해야하는 것은 옳다. 문제는 김태호 낙마로 맛들이 야당이 이의 중독증상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갖는 김황식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단단히 벼르는 현미경검사라는 것이 취모멱자가 되어서는, 청문회를 지나치게 정략화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청문회 양상이 주목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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