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료

우리나라에는 월간, 계간, 반연간, 연간 등을 합쳐 약 300종의 문예지가 발행된다. 10여종이 발행되던 1950~60년대 땐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는 기회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동인지 형태도 많아서 문인들에게 비교적 넓은 지면이 제공된다. 작품을 발표한 문인에겐 당연히 소정의 원고료를 지불해야 도리인데 재정이 여의치 못한 문예지들은 대개 작품이 실린 책을 우송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래도 불만을 나타내는 문인들은 거의 없다. 저서를 발간하면 서로 증정하듯 오고 가는 인정처럼 일종의 묵계인 셈이다. 문예지는 원고료 안 들이고 책 내고, 문인들은 작품을 발표하는 일로 낙을 삼는다. 더러 파격적인 원고료를 지불하는 문예지가 있긴 있지만 그런 덴 발표할 기회가 적다. 예전엔 정부가 유력 문예지에 운영비 명목으로 원고료를 지원해 줘 문인들이 요긴하게 받아 쓴 적도 있었다. 시(詩)의 경우 보통 한 편당 1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데 차라리 안 받는 게 낫지 하는 문인들이 많다고 한다. 영혼을 기울여 쓴 작품 앞에서 자존심을 구기는 것 같기도 하고 면구스럽기도 해서 그렇단다.한국경기시인협회는 계간으로 발행하는 시 전문지 한국시학의 원고료를 현금으로 송금치 않고 진로소주를 택배로 보낸다. 주식회사 진로는 한국경기시인협회를 후원하는 기업이란다. 시가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소주를 원고료로 받은 문인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것으로 회자된다. 한국문단에서 연치가 제일 높은 황금찬 선생 같은 원로시인, 목회를 하는 박이도최호림 시인에게도 똑같이 소주를 보낸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안진김지향 시인 등 여성 문인들도 뜻밖의 원고료를 받고 기뻐했단다. 김송배정성수홍해리김용오유선 시인 등은 다른 술과 달리 아까워서 조금씩 반주로 마셨다고 전한다. 인터넷에 올려 원고료=소주란 소문이 문단에 널리 퍼졌다. 그런데 제주도의 문학단체 애월문학회(회장 김종호)는 문예지 애월문학 필자들에게 원고료로 싱싱한 제주 특산 취나물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주처럼 특별한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소주나 취나물 등으로 대신하는 원고료를 받으면 기분이 매우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군 기밀 유출범죄

군사기밀 유출은 이유를 막론하고 이적행위다. 반국가적으로 엄히 처벌해야 된다. 작금 군사보안 정보상황이 너무 노출돼 우려를 금할 수 없는 터에 또 공군의 시기별 무기구매 계획에 관한 정보를 유출한 예비역 공군 대령 장모씨가 구속됐다. 구속된 장씨는 2012년부터 2026년까지 공군의 주요 무기 구입과 전력증강계획을 담은 합동무기체계기획서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 2, 3급 문서 10여 건을 유출한 혐의다. 이 중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군이 도입을 추진 중인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 등 첨단 신무기 구입 계획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전역 후 미국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의 한국 대리점에 취업한 장씨를 통해 록히드 마틴쪽에 넘어간 정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씨가 사전에 취업을 염두에 두고 불법적으로 기밀을 탐지수집해왔다면 보다 철저히 조사해야 된다. 전현직 장교와 방위산업체간의 무기 입찰비리 커넥션의 첫 시발점이기 때문이다.전직 군장교에 의한 무기획득사업과 관련한 기밀 유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작년 12월에도 방위사업청에 근무할 당시 수집한 전술정보통신체제(TICN) 사업, 무인항공기(UAV) 사업 관련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예비역 중령과 대령이 구속됐다.이들 역시 직무상 획득한 국가안보와 관련된 군사 기밀 사항을 전역 후 취업한 방위산업체에 빼돌렸다. 공직자윤리법과 군사기밀보호법의 허점을 노린 전형적 비리사건이었다. 고급 장교가 직무상 취득한 군 기밀을 유출한 것만으로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다. 최근 잇따라 터진 무기관련 군 기밀 유출 사건은 전역을 앞두고 사전에 관련기밀을 의도적으로 수집, 민간 업체로 취업해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와 같은 행태가 더해져 심각성도 그만큼 크다. 직책상 군 기밀 유출 가능성이 큰 전역 예정자에 대한 군 당국의 철저한 보안 관리, 전력증강사업과 관련한 군기밀 유출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군 입찰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 등을 강구해야 된다. 기밀 유출 뿐 아니다. 기밀 유출 과정의 비리 커넥션 존재 여부도 철저히 수사, 전모를 밝혀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협정문 오역

외교통상부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한국어 번역본이 오류 투성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형별로는 잘못된 번역 128, 잘못된 맞춤법 16, 번역 누락 47, 불필요한 첨가 12, 고유명사 오기 4건 등 모두 207건이다.외교통상의 영문 번역은 외교통상부의 기초 업무다. 최고의 전문기관이다. 이 같은 정부 부처의 문건 번역본 중 틀린 게 그토록 많다는 것은 무책임하기가 짝이 없다. 상대되는 나라에 실례가 되기도 하고, 수치스러운 일이기도 하다.외교문서는 단 한 자가 잘못돼도 외교나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그 의미를 달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식이 수혈로 자회사가 현지법인으로 역학 서비스가 피부의학 서비스 등으로 오역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외교통상부의 문서로 보기엔 상상을 불허하는 저질이다.이런 엉터리 번역본을 국회에 낸 것은 슬픈 코미디다. 물론 영자 원문도 함께 냈지만 국회의원이 외교통상 영어에 능통한 것은 아니다. 영자 원문 협정문보단 번역본을 주로 보고 심의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을 것이다. 만약 오역 투성이인 것이 드러나지 않고 넘어가, 엉터리 번역을 그대로 믿고 심의할 상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그런데 오역은 한-미 FTA, 한-페루 FTA에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외교통상부의 오역 파동은 한-EU FTA 협정문 번역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문제는 한-EU FTA의 국회 비준이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번역본 오류를 바로잡았으므로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지만 민주당 생각은 다르다. 이미 확인된 오역 문제도 있고 해서 모든 걸 충분히 검토한 뒤 처리해도 늦지 않다며 느긋하다. 한-EU FTA는 오는 12일 외교통상위에 새 비준안이 일단 상정되긴 한다. 그러나 외교통상위를 통과한다 해도 427 재보선 관계로 선거 전엔 본회의가 열리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협정문 처리가 이토록 지연되는 원죄가 오역에 있다. 임양은 주필

당선무효

국회의원이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얌치가 없길 창피한 줄도 모른다. 당선무효의 선거법 조항을 둔 집단 이기가 그치질 않는다. 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벌금기준을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여야가 높이려다 사회적 새찬 비판이 일어 그만둔 게 2009년이다. 그러다 지난 4일 여야 의원 54명이 본인이 아닌 부모나 자녀의 범법으로 당선 무효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및 부정선거방지법 개정안을 내어 빈축을 샀다. 그런데 이번엔 여야의원 20명이 2년전에 추진하려다 그만둔 당선무효 벌금의 상향조정 법률 개정안을 지난 4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한 무효는 100만원에서 300만원, 선거사무장과 배우자등 범죄로 인한 무효는 3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이다.정말 자의적 입법행위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자기들 입맛대로 뜯어 고치는 것은, 한비자(韓非子) 말을 빌리면 법의 도둑질이다. 한비자는 형명(刑名)사상가로 엄격한 법집행을 치세의 요체로 강조한 법만능주의자였지만 법은 백성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한데, 당선무효의 벌금기준 상향조정이 좀 바보스런 데가 있다. 판사가 당선무효 기준이 100만원이기 때문에 벌금 100만원을 때리는 것이지, 그냥 100만원을 선고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100만원짜리를 300만원, 300만원짜리는 700만원으로 올렸으면 올린 기준의 벌금을 때리면 당선무효가 되긴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런 개정안을 낸 이유가 또 있다. 대표발의자 김충환 의원(한나라당 서울 강동갑)은 부인이 2009년 1월 설 선물로 300여만원 상당의 멸치상자를 유권자에게 돌려 벌금 500만원을 확정선고 받았는데, 중앙선관위는 오는 19대 총선 사전운동으로 보고 현 의원직은 유지하되 다음총선엔 나갈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던 것, 이에 차기 출마길을 터기 위한 것이 배우자 등의 벌금 기준을 높이는 법률 개정안인 것이다. 법을 이토록 제멋대로 주물럭 거리는 국회의원 본인도 그렇지만, 이에 동병상련으로 개정안 발의에 도장을 찍은 여야 동료 국회의원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임양은 주필

신공항 공약

선거공약은 선거의 필수과목이다. 그러나 이행 여부는 선택과목이다. 어느 누구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당선자는 없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면, 그 후보자의 공약이 다 옳다고 봐 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안 지켜도 문제고 지키는 것도 능사가 아닌 게 선거공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고 다음 세대까지 부담을 주는 이런 사업을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백지화는 잘한 일이다. 비좁은 국토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지방공항이 14군데나 된다.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적자운영이다. 고속도로가 사통팔달하고 있다. 그런데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또 있다. 우선 민주당이 그렇게 말하고, 심지어는 같은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도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해야 된다는 것이다. 약속도 약속 나름이다. 별 볼 일 없는 공항을 9조원이나 들여 또 만드는 것은 재정 집행의 적정성에 위배된다. 박근혜 의원은 신공항이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책임한 소리다. 이런 둔사는 지도자다운 자세가 아니다.MB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은 대통령 후보 시절의 약속이다. 그리고 백지화는 대통령으로서의 공약 파기다. 표가 아쉬운 후보 땐 비록 사탕발림 약속을 했지만, 막상 당선돼 살림을 맡고 본 나라 속사정은 그럴 형편이 아닌 것이다. MB의 신공항 백지화를 비난하는 민주당이나 박근혜 의원도, MB가 후보 시절에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던 똑같은 대중영합주의다. 검증되지 못한 공약 포퓰리즘 폐해가 다음 대선에까지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 안타깝다.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건설해 준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후루시초프의 말이다. 서구식 민주주의의 선거 방식을 빗대어 서방세계 정치인들을 이렇게 비난했다. 이 말이 생각나는 것은 우리의 정치인들 역시 다름이 없어, 도가 지나친 것 같아서다. 정치인들이 근거없이 내뱉는 달콤한 말은 뱀의 이빨에서 나오는 독과 같다. 임양은 주필

야학

야학(夜學)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정규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주는 사회교육기관이다. 사회의 관심 밖에서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야학은 사회규범과 정서적인 안정, 생존 능력을 골고루 가르친다. 야학은 역사도 깊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야학은 무산자의 자녀들을 받아들여 교육함으로로써 민족애 고취에 크게 기여했다. 815 광복 후에도 국민계몽운동의 하나로 계속 이어져왔다. 516 이후의 재건학교도 야학이다. 재건학교는 고등공민학교새마을학교향토학교 등의 이름으로 그 명맥이 현재도 이어진다.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정규학교 진학률이 높아져 야학이 적잖게 없어졌지만 우리 사회에는 야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큰 뜻을 이룬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야학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정책 당국자들의 안이한 인식 탓이다. 우선 야학 예산배정 주체였던 보건복지부가 지원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보조를 맞추던 지방자치단체도 덩달아 지원을 끊었다. 과거 문화관광부가 꾸준히 지원해오던 야학을 2006년부터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담당하면서 지원이 줄었다. 주경야독형 청소년들이 줄어 야학에서 공부할 학생수도 감소했다고 판단한 탓이다. 여성가족부도 요즘은 밤에 공부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인 학생이 거의 없으니 청소년 야학에 대한 보편적인 수요가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중고 학업중단 청소년 현황에 따르면 2006년 학교를 떠난 학생 수는 5만7천148명에서 2009년 7만2천86명으로 3년 만에 1만5천여명이 늘었다. 성남 지역만 해도 한 해 1천600여명의 중고생이 학교를 떠났다. 가정불화, 빈곤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의지하는 곳은 주로 야학이다. 야학은 사회교육의 한 형태로 제도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보상적 기능을 수행한다. 예컨대 1982년 문을 연 이래 최근 제29회 졸업생을 배출한 신갈야학과 최근 출범한 포천의 솔모루장애인야학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야학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예산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시 문화예술발전기금

예산이 적은 탓도 있겠지만 2011년 수원시 문화예술발전기금 지원사업 대상 선정은 여러가지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원시 관내에 사무실을 둔 각 문화예술단체 또는 개인들이 신청한 각종 사업 중 20건을 선정해 28일자로 수원시 홈페이지에 공고는 했는데 의구점이 적잖다. 우선 기본적으로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심사위원은 사계(斯界)의 전문가로 구성돼야 하며 지원대상 선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문화재단에서 지원대상 발표 후 가장 후유증이 심한 게 심사 과정이다. 경기문화재단의 경우 반드시 심사위원 명단과 경력, 심사평을 함께 발표한다. 신청건수도 발표한다. 그러나 수원시 문화예술발전기금 지원 선정 대상 발표는 상식적인 행정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 자칫하면 탈락자들의 오해를 살 만한 일이다. 수원시가 문화예술발전기금 지원을 마련한 의도는 좋다. 문화예술 창작 보급 및 전시 공간 활성화를 비롯 전통문화예술 계승발전을 위해서다.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특히 수원을 홍보, 상징할 수 있는 문화예술 컨텐츠 발굴사업도 포함됐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문예사업들 가운데 나혜석생가터 문화예술제 수원의 전통과 문화 강좌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 이의동 옛모습 사진집 출판 및 전시회 들썩 들썩 골목난장판 2011 동네야 놀자 젊은 예술인 100선 수원시민극단 공연 뮤지컬 선각자 나혜석 등이 눈에 띈다. 음악문화강좌사진연극미술연극뮤지컬 등 각 장르를 골고루 참여시키려고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개인보다는 단체지원에 역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학부문의 경우 홀대를 한 느낌이 든다. 예컨대 단 한 사업이 선정된 제3회 자연사랑 숲속 어린이 백일장 및 아동문학강연, 동시낭송회는 끼워 맞추기 식인 것 같다. 지원금도 가장 적다. 여러 문인들이 작품집 발간비 지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 졸작으로 예상했는지 한 사람도 해당자가 없다. 문예사업 결과를 안 보고 평가를 예단하는 대상 선정 방법은 위험하다. 수원시 문화예술발전기금 지원이 첫해인 까닭으로 지적사항이 도출됐겠지만 일부에서 지원금을 반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우려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시장 보시오

소나무가 가로수로는 합당치 않다. 옆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나무 가로수가 있다. 가로수는 가로수인데 보도변에 심어진 게 아니다. 길 복판에 심었다. 이를테면 분리대를 겸한 길 복판 화단이다.분리대를 좀 더 높게 쌓아 올리긴 했지만 꽃이나 가꾸면 제격인 화단이다. 이런 화단에 소나무를 심어놨다. 키가 약 2m쯤 되는 소나무다. 이런 소나무가 3m간격으로 20그루나 된다. 소나무가 심긴 화단밑 아스팔트는 그대로 놔뒀는 지, 아니면 땅김이 오르도록 화단밑 아스팔트 부분은 파냈는 지 궁금하다. 이러나 저러나 문제다. 아스팔트를 그대로 놔뒀으면 가로수 소나무를 흙상자 속에 심은 격이고, 만일에 파냈다면 실효성 낮은 시설 손괴다. 소나무가 그같은 조건에서 장송이 될 순 없기 때문이다. 이토록 묘한 길 복판 가로수가 차량 왕래가 많기로 손꼽히는 경수대로에 있다. 잘은 몰라도 차량 매연으로 제대로 자랄지 의문이다. 위치를 말해야겠다. 수원 파장동이다. 시내에서 서울쪽으로 가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으로 빠지는 오른쪽 길목을 지나 그대로 좀 직진하면 이 가로수 소나무 화단이 보인다. 이상한 것은 중앙분리대를 겸한 화단이 소나무 심은데만 덜렁 있는 점이다. 이렇게 가로수 소나무를 식재한 덴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또 잘한다고 했을 것이다. 새로운 실험일 지도 모른다.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전문가들이 심었을 것이나 전문가도 여러가지다. 또 다른 전문가들 견해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수원시장의 최종판단에 앞서 현장을 한번 살펴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다. 소나무는 수원시목이다. 소나무 가로수는 유서 깊은 노송지대를 잘 가꾸고 효행공원과 팔달산 등 소나무 군락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임양은 주필

고위공직자 재산

해마다 이맘 때면 서민들 심경을 뒤집어 놓곤 하는 것이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및 등록사항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는 부자다. 부자여서 고위공직자가 됐는지, 고위공직자가 되어 부자가 됐는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부자들이다.그렇다고 초가집도 비새는 집에서 살았다는 황희 정승 같은 청빈을 능사로 치는 것은 아니다. 가난은 미덕이 될 수 없다. 누구든 살 만큼은 잘 살 권리가 있다. 행복추구권이다.그런데 고위공직자 재산을 보면 잘 살아도 너무 잘 산다. 수십억원은 약과고 수백억원대 재산이 즐비하다. 기묘한 것은 1년에 수억대에 이르는 재산증식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세가 올라서라고 하지만, 1년에 수백만원 모으기도 힘든 서민들이 보기엔 정말 요지경 속이다.기업하는 사람이나, 장사하는 사람 같으면 한 해동안에 얼마를 벌든 이해가 간다. 돈 버는 게 본업인 것이 기업인이고 상인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는 돈 버는 게 본업은 아니다. 명색이 고위공복자다. 이런 공복자가 돈 버는 게 본업인 시민들보다 더 잘 버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괴이한 것은 부모, 자녀 등의 재산고지거부권 남용이 심한 점이다. 공직자 윤리법은 독립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모나 자녀가 정액소득이 있으면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를 원용하는 것이 고지거부권이다. 전국의 신고대상 고위공직자 2천265명 가운데 650명(28.7%)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이같은 거부는 부모나 자녀가 본인이 벌거나 자기돈으로 살기 때문이라지만, 증여 또는 은닉재산의 은폐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진짜 재산공개의 의의를 살릴 요량일 것 같으면, 부모나 자녀 등 직계가족 재산도 공개하는 것이 떳떳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거부한 고위공직자 면면을 보면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아지는 이들이 적지않다. 아마 직계가족의 재산이 공개되면 이들 고위공직자 재산 또한 더 늘어날 것이다. 부모나 자녀 등 재산도 공개 의무를 지우거나, 고지거부권을 더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임양은 주필

폐지수집 할머니

폐지수집은 어느덧 노인직업이 됐다. 골목길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노인들 폐지수집이다. 잘해야 하루에 3천원 번다. 이도 수집하는 노인이 늘어 경쟁이 심해진다고 한다. 이런 폐지수집 노인 채모 할머니가 종이상자에 든 돈뭉치를 주웠다며 경찰에 맡겼다. 인천 만수동 다세대주택에 사는 분으로 올해 74살이다. 며칠 전 이 할머니가 주인을 찾아 달라며 만월지구대에 건넨 돈은 백만원짜리, 십만원짜리 수표를 비롯해 현금 230만원 등 모두 790만원이다. 뒤늦게 돈을 찾은 돈 주인은 옷장 속 옷에 보관하던 돈뭉치를 헌 옷을 종이상자에 담아 내다 버리면서 잘못해 함께 버렸다며 찾아준 채 할머니에게 고마워 했다.채 할머니는 정말 대단하다. 그는 큰 돈을 줍다 보니 가슴이 뛰어 혼났다고 말했다. 폐지를 5~6년 모아도 모으지 못할 큰 돈이다. 아마 돈의 유혹도 안 받진 않았을 것이다. 비단 그만이 아니고 여느 사람 같아도 유혹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다른 사람이 뿌리치기 어려운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경찰에 맡겼다. 이 사회의 민초는 이토록 착하다. 그리고 열심히 산다. 한데, 열심히 사는 착한 민초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위인들이 벼슬아치들이다. 특히 정치인은 더한다.사람은 배웠다고 해서 선량한 것이 아니다. 못 배운 민초들은 착하게 사는데, 배웠다는 벼슬아치들 중엔 온갖 협잡질을 일삼는 못된 사람이 수두룩하다. 경찰서나 구청에서 채 할머니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궁금하다. 잃은 돈을 찾아 주면 법정 비율의 사례를 주인이 해야 하는데 그 같은 뒷소식이 없다. 만약에 사례를 안 했다면 경찰과 구청의 관심 소홀이다. 표창도 할 만하다. 정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정직한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임양은 주필

독재자의 축재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돈 없으면 불가능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내셔널 저널은 미국이 지난 19일 공습 첫날에 미사일 발사에만 1억달러(약 1천124억원) 이상을 썼다고 전했다. ABC 방송에 따르면 공습 첫 3일간 미국과 영국군이 발사한 토마호크 미시일 값만 2억2천500만달러에 달한다. B2 폭격기 3대가 25시간 동안 비행한 비용이 600만달러다. 이들 폭격기들이 사용한 정밀유도폭탄 45개의 가격도 100만달러 이상이다. F15전투기의 경우, 미사일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행에 드는 비용만 시간당 수백만달러에 이른다. 추락한 F15 전투기를 대체하는 데도 3천만달러 이상이 든다. 유가 급등으로 전투기와 군함에 드는 기름값도 매주 수백만달러다. ABC는 리비아 군사작전이 조기에 끝나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의회에 추경예산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도 전쟁비용이 국방예산을 초과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언제 종전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토네이도 전투기 비행에는 시간당 3만5천파운드(약 6천200만원), 타이푼 전투기의 경우는 시간당 7만파운드가 든다. 토네이도에서 발사한 스톰 새도와 브림스톤 미사일 가격은 개당 75만~80만파운드다.전쟁비용을 많이 쓰기는 독재자 무하마르 카다피가 앞선다. 용병(傭兵)들에게 1만달러의 계약금과 매일 1천달러(약 120만원)의 전투수당을 지급한다. 북아프리카의 유목민 투아레그족이 카다피의 용병이 되기 위하여 리바이로 모여들고 있다. 투아레그족은 카다피가 1972년 아랍권을 수호하겠다며 비정규 사병조직 이슬람여단을 만들 때 참여했었다. 투아레그족 외에도 리비와와 국경을 맞댄 알제리니제르 지역의 투아레그족도 카다피 용병에 들기 위해 리비아로 오고 있는 중이다. 국제사회가 카다피 자산을 동결하면서 돈줄을 죄고 있지만 카다피가 금(金) 방석 위에 앉아 있는 한 재정적으론 난공불락이라고 한다. 카다피가 보유하고 있는 금 143.8t은 시가로 65억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축재가 놀랍다. 카다피가 앞으로 수년간 용병과 친위대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한다. 리비아 사태는 돈(錢)의 전쟁이 됐다. 임병호 논설위원

전 세계에서 식수 부족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올해 10억명에 달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산하 기구인 국가정보자문회의(NIC)는 2025년이면 30억명이 식수 부족으로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화장실협회(WTA)에 따르면 화장실과 물 부족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180만명이 설사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유엔도 202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 2025년에는 3명당 2명꼴로 물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우리나라는 올해 8억t, 2016년 10억t의 수자원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이유는 수자원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 데 있다. 1인당 연간 가용 물의 양이 1천700t 이하면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1천453t이다. 수자원 총량은 2003년 기준으로 1천240억t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517억t은 증발 등으로 자연 손실되고, 나머지 723억t이 하천으로 흘러든다. 하천수 중 386억t은 바다로 흘러가고 전체 수자원의 27%인 337억t만이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나라는 강수가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때 물을 모아두지 않으면 일년 내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여름 철 빗물을 가둬두기 위해서는 댐저수지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해당 지역민들은 환경파괴와 생존권 등을 들어 댐 건설 반대가 심하다. 당국이 주로 계획하는 댐은 홍수를 막고 생활용수, 농공업용수 확보와 발전을 겸하는 다목적댐이기 때문에 반대만 할 문제는 아니다. 수자원 확보 측면에서 물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 우리 국민이 수돗물을 마구 쓰는 이유는 물 값이 싸다는 데 있다고 한다. 수질 오염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오염된 물은 생명수가 아니라 죽음을 부른다. 공장폐수축산폐수농약과다 사용 등은 수질오염원이다. 특히 이번 구제역 사태와 같이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수질오염을 야기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22일 제19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2011년을 수질개선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차질없이 추진되기 바란다. 임병호 논설위원

여성판사 3인방

서방 진영의 리비아 공습인 오디세이 새벽 작전이 미국의 오바마를 움직인 클린턴 미 국무, 라이스 유엔 미 주재대사, 파워 미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 여성 3인방 작품이라는 외신보도는 어제 전했다. 이러다 보니 또 다른 여성 3인방이 생각난다. 이탈리아의 여성판사 3인방이다. 이 맹렬 여성들은 오는 4월6일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미성년자 성관계 및 권력남용에 대한 재판을 개시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혐의는 모로코 출신인 18세 나이트클럽 댄서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인데, 이 여성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을 때 직접 사람을 보내 빼낸 것에 대해 권력남용이 적용됐다. 모로코 출신 댄서는 지난해 5월 총리 별장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면서 가깝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물론 혐의를 부인한다. 그러나 2009년엔 속옷모델과 부적절한 스캔들로 부인에게 이혼소송을 당하고, 이보다 앞서서는 한 침대에서 총리와 밤을 보냈다는 진술이 마약사건 수사를 받던 콜걸 입에서 나오는 등 추문이 잇달았다. 특히 이번에 재판을 받게 된 사건인 나이트클럽 댄서에게 건넨 선물이 어마어마하여 롤렉스 시계, 여우 털목도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이 우리 돈으로 3억6천만원 상당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총리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재판부가 줄리아 투리오르슬라 데 크리스토포로카르멘 델리아 등 여성판사 3인방으로 구성된 것은 각별하다. 이탈리아 여성들은 총리가 나라의 위신을 망치고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불러 일으켰다며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런 정서가 배려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판사 중 줄리아 투리는 지난해 7월 코카인을 상습 복용한 고위층 인사를 가택연금 시키는 등 면도날 같은 예리한 판사로 유명하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8년 자유국민당을 함께 창설해 총선에서 승리했던 프랑크 피니 하원의장이 의원 33명과 함께 탈당해 정치적 난관에 처해있다. 이런 참에 여성판사 3인방이 그의 섹스 스캔들에 내려질 사법적 판단은 설상가상으로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임양은 주필

오디세이 새벽

리비아 내전사태가 미군 등 다국적군이 참전한 국제전 양상의 새국면으로 들어섰다.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중심의 군사개입은 현지 시각의 지난 19일 오디세이 새벽 작전 돌입으로 시작됐다.토마호크 미사일, 스텔스 폭격기, 항공모함 등을 동원한 1차 공격으로 리비아 방공망을 무력화 시킨데 이어 20일 2차 공습은 카타피 관저를 파괴하는 등 주요시설을 초토화 시켰다.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지난 17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데 따른 리비아 방공망 파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리비아는 총리가 전화로 나에게 시민군 공격을 중단할테니 제발 연합군 공격을 막아달라고 간청한 순간에도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었다며 추가적 군사조치나 경제적 제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그러나 카타피는 결사항쟁으로 지지자들의 단합을 다그치면서 식민주의 침탈공격으로 규정, 아랍권의 서방세력 저항 구도로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지상군 투입이 없는 공격이 장기화할 경우는 인도주의 명분의 다국적군 개입이 되레 인도주의를 해친다는 반서방 중론이 현실화 할 수 있는 점이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지상군 투입을 자제하고 있다.리비아 사태가 1개월여 만에 서방진영과 카타피간의 대결로 확대하면서 크게 걱정되는 것은 현지 우리 국민들의 안위다. 일부는 이미 철수하고 지금은 118명이 남아있다. 최악의 경우엔 이들도 철수시키기 위해 해군함정 최영함이 대기하고 있다. 리비아 주요 시설의 건설현장에 파견된 이들이 철수하면 당장 피해가 막심하지만 인명에 우선할 순 없다.오디세이 새벽작전은 클린턴 미 국무, 라이스 유엔 미 주재대사, 파워 미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이 오바마를 움직인 여성 3인방 작품이라는 외신보도다. 정치 및 군사적 판단의 강공은 남녀 성별과는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임양은 주필

방사성 황사

황사비가 멈췄다. 이도 봄비다. 가을비는 추위를 재촉하고 봄비는 온난을 부른다. 꽃소식은 봄의 전령이다. 꽃샘추위는 힘 잃은 한파의 시샘이다.중국발 황사에 방사성물질이 섞였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자료다. 놀라운 건 방사성물질이 해마다 검출된 사실이다. 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황사가 집중적으로 부는 2~4월에 방사성세슘(Cs-137)이 매년 검출됐다는 것이다. 비교적 근래인 지난해 3월에도 89.6㏃/㎥ 농도의 낙진이 떨어졌다고 한다. 대기부유진을 기준으로 Cs-137 농도가 통상 5만㏃/㎥ 이상이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건 다행이나 몰랐던 방사성 낙진을 알고 보니 기분이 좋진 않다. 중국은 더욱이 산업화 물결을 타고 원자력발전소를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두고 별의별 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중국의 원자력발전소다. 가령 지금쯤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났다면 방사능이 편서풍 황사를 타고 직통으로 날아온다.예전에도 황사가 심하긴 했다. 삼국사기엔 흙비라는 말이 더러 나온다. 신라의 고도 경상북도 경주는 한반도의 동남쪽이다. 편서풍과 거리가 좀 있다고 하면 있다. 이런데도 서라벌에 흙비가 내렸다는 것을 보면 경기지역은 지독한 황사였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편서풍이 이젠 흙비만을 뿌리지 않는다. 중국 산업화의 산물인 납 등 중금속이 흙비에 섞인 것은 오래전이다. 한데, 중금속만도 아니다. 방사성물질까지 편서풍이 실어 나른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아직은 인체에 영향이 없다지만 언제까지나 괜찮을지는 의문이다.봄의 불청객인 황사는 참으로 골치 아픈 단골이다. 이번 꽃샘추위가 끝나고 나면 5월까진 또 흙비에 시달려야 된다. 황사가 자연의 재해가 아닌 문명의 인재인 사실이 점점 더 두려워진다. 임양은 주필

부족한 국제사회 공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친위부대가 반군의 거점인 동부 도시 벵가지로 진격했다고 외신이 전한다. 리비아 정부는 벵가지로 가는 길목인 아즈다비야에서 알카에다와 연결된 용병과 테러리스트들이 일소됐다며 정부군이 현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벵가지는 아즈다비야에서 북쪽으로 140㎞ 떨어진 곳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일본 대지진으로 쏠린 사이 승기를 잡은 카다피측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국영 TV에 출연해 프랑스미국영국 등을 거명하며 우리들은 생명을 걸고서라도 리바아의 단결을 지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항복 안 하면 전원 사살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가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카다피군의 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반군은 정부군에 의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졌다며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지 않고 있는 데 분노를 떠뜨렸다. 만일 카다피가 인구 67만명의 벵가지를 공격한다면 르완다 같은 대학살이 자행될 것은 능히 예견된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위협한대로 피의 강이 흐를 게 뻔하다. 1994년 내전에서 승리한 르완다 정부는 100일 간 약 80만 명의 반군을 학살했다. 전투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가차 없이 죽이고 있는 카다피로선 얼마든지 똑같은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반독재 시위로 금방 카다피 국가원수를 몰아낼 것 같았던 리비아의 상황이 한 달 만에 이렇게 급전직하했다. 한때 리바아 전체의 80%까지 장악했던 반정부 시위대는 전투기 등 압도적인 화력으로 무장한 카다피군의 맹공에 밀려 현재 최악의 수세에 밀렸다. 만일 카다피가 승리하면 국제정세는 무섭게 변한다. 우선 포기했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재개발을 시도한다. 이번 반정부 시위로 위기를 느낀 카다피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할 것은 불문가지다. 세계가 카다피의 석유에 취해 침묵하고 있다는 반정부 세력의 절규를 국제사회가 방치해선 안 된다. 리바아의 모든 세력은 즉각적인 정전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촉구를 받아들이도록 공조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굽은 나무

장자(莊子)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275자가 전부다. 그 기록에 따르면 장자는 전국시대 몽(蒙)이라는 지역에 살았던 본명은 주(周)이고 옻나무 밭을 관리하는 하급관리를 지낸 사람이다. 몽은 지금의 하이난성 지역이다. 그는 생몰연대가 불분명하다. 기원전 370년전쯤 태어났다고 추정할 뿐이다.장자가 후세에 익숙한 것은 장자란 책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도 베일에 싸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사마천의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1세기 무렵 10만여자로 된 장자란 책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장자는 모두 33편으로 북송의 철학자인 곽상(郭象)이 엮었다. 학자들은 33편 중 내편(內篇) 7편이 장자가 직접 쓴 것이고, 외편(外篇)과 잡편(雜篇) 26편은 후학에 의해 서술된 것이라고 본다. 장자는 천지만물의 기본원리가 도(道)라고 봤다. 여기서 도는 어떤 대상을 욕망하거나 소유하지 않는 무위(無爲)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의미한다. 장자의 말 중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 잘리고, 옻나무는 쓸모 있어 베인다. 표범은 그 아름다은 털가죽 때문에 재앙을 맞는다. 사람들 모두 쓸모 있음의 쓸모는 알고 있어도 쓸모 없음의 쓸모(無用之用)는 모르고 있구나는 굽은 나무,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의미가 된다. 이 무용지용은 사람들의 습관, 즉 인습을 등지고 살았던 장자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이제 막 꾸기 시작한 것인가? 어느 날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깬 장자가 한 말이다. 그 유명한 호접지몽(胡蝶之夢)이다. 장자는 나는 천지로 관(棺)을 삼고 일월(日月)로 연벽(連壁)을, 성신(星辰)으로 구슬을 삼으며, 만물이 조상객(弔喪客)이니 모든 것이 다 구비되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임종에 즈음하여 제자들이 그의 장례식을 성대히 치르려고 의논하고 있음을 눈치챈 장자가 했다는 말이다. 장자의 사상은 중국불교와 산수화 특히 시가(詩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굽은 나무의 오늘과 착한 일 하더라도 이름이 날 정도로 하지 말라는 내일이 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국회 사법개혁안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성안한 개혁안이 개악안인 것은 이미 알려졌으나 그 중에서도 특별수사청 신설은 가관이다. 과거 수차 거론된 공직자비리수사처 대신에 둔다는 것이 특별수사청이다. 이를 두면서 대검중앙수사부 (중수부)는 없앤다는 것이다. 중수부는 수많은 정치인들 비리를 척결한 곳이다. 국회의원들 눈엔 별로 달갑지 않게 비친다. 중수부 폐지엔 그 같은 부정적 정서가 없다 할수 없다. 그런데 신설한다는 특별수사청이 판검사 범죄만을 전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과거에 말이 나왔던 공직자비리수사처는 국회의원도 포함됐었는 데 이번 특별수사청엔 국회의원 범죄는 쏙 빼놨다.집단이기엔 아주 이골 난데가 대한민국 국회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후보자 당선무효 규정 완화를 서둘고 있다. 본인 아닌 가족 잘못으로 당선무효가 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지난번엔 세비 5% 인상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집단이기에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물론이고 자유선진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한통 속으로 군말없이 무사통과다. 특별수사청의 기능이 너무 한정됐다는 비판에 국회가 의결로 의뢰한 사건도 포함시킨다지만 이 역시 집단이기다. 국회의원들이 밉게 보는 사건은 특별수사청에 넘기는 새로운 권한을 갖는다. 특별수사청이 없어 판검사 범죄를 다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비리수사청도 그렇지만 특별수사청 역시 별개 아니다. 현행 중수부가 해오고 있는 것을 없애려고 하니깐 특별수사청 같은 기형아를 만들려 한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개혁안은 장점보다 단점투성이라는 것이 재조 및 재야법조의 평판이다. 법조계 해당기관은 물론이고 각 정당간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특위위원 몇명이 조악하게 만들어낸 일방적인 개혁안이다. 사법개혁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개혁안다운 안을 새로 성안해야 된다. 이러기 위해선 국회 특위가 만든 개혁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임양은 주필

일본 사람들

일본 센다이 어느 초등학교 임시 게시판은 실종된 가족을 찾는 난민들 메모로 꽉찼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들은 임시 수용소인 학교 체육관에서 지낸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난민들에게 뜨거운 물이며 라면을 끓여준다. 그런데 난민들은 서로가 먼저 드시지요하고 양보한다. 불편이 많아도 불평은 없다. 정부에서 지금 한다고 하는데 우리마저 불평하고 나서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은 한 난민의 말이다. 아픔의 통곡을 삼키며 조용히 기다린다는 것이다. 재해지역 전기보내기 절전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진피해가 적은 지역에서 전기를 아껴 지진피해가 많은 지역에 보내는 것이다. 오후 6시~8시 사이엔 불필요한 전기제품의 콘센트를 뽑아주세요 절전지역의 트위터에 나도는 문구다. 도쿄전력은 어제부터 수도권을 5개구역으로 나눠 정전 시간대를 정해 절약한 전력을 동북부 재난지역으로 송전하고 있다. 해일로 물난리를 치루고 지진으로 불벼락을 맞은 숱한 이재민들 생활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아쉽지 않는 게 없다. 이런 가운데도 질서가 살아있다. 모처럼 오랜만에 문을 연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손님은 몰려도 한결같이 살 만큼만 산다. 사재기가 없다. 약탈도 없다. 수도가 끊긴 주민들은 줄을 서 급수차를 기다렸다가 차례로 배급받는다. 지하철이 송전상태가 나빠 멎을 때가 잦다. 승객들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데도 불평하거나 항의 할 줄을 모른다.한 마을이 바닷물에 휩쓸려 유령도시가 된 폐허지역이 동북부 태평양 연안 도처에 널려있다. 수천명, 1만여명이 한꺼번에 실종되기도 했다. 조물주가 하늘과 땅을 만들어 사람이 살거늘, 어찌도 이렇게 모진 시련을 주는가. 일본열도는 아직도 여진이 계속된다. 공포는 공포를 낳아 동요가 심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놀라운 것은 일본 국민들의 끈기다. 침착성참을성협동성의 끈기가 놀랍다. 이를 통해 일본의 미래를 본다. 일본은 이번 미증유의 대지진 참사를 극복하면서 더 뭉치고 더 강해질 것이다. 무서운 사람들이다.우리가 그같은 재난을 당했으면 우린 과연 어땠을까를 생각해본다. 임양은 주필

일본의 지진참사

일본기상청은 규모 9.0으로 관측이래 최대의 동북지방 지진을 11일 오후 2시46분 발생 1분전에 경보를 냈다. 지진해일 즉 쓰나미 또한 그날 오후 5시께로 예보했던 것이 3 시30분께 이미 태평양 연안도시를 덮쳤다. 지진 규모도 당초 7.9로 발표했던 것을 8.8에 이어 다시 9.0으로 수정했다. 아직은 사태수습에 경황이 없지만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일본 열도의 잦은 지진 원인이 지구속 지각판인 태평양판아시아판오세아니아판 등이 겹치는 경계지점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전설이 있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가 본토에서 여러지역 섬들을 밧줄로 묶어 끌어온 것이 오늘의 일본 열도라는 것이다. 개국신화다. 여러지역 섬들을 끌어온 신화가 여러지역 판들이 경계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영화 일본침몰은 하구치 신지 감독 작품이다. 2005년에 우리 돈으로 쳐 200억원을 들여 만든 초대작이다. 줄거리는 제2관동대지진으로 화산이 연쇄 폭발하면서 일본 열도가 서서히 바다속으로 반쯤 잠긴다는 것이다. 공전의 히트를 쳐 대박이 터졌다. 일본사람이면 행여나 하는 원초적 두려움 속에 아니길 바라는 관심사인 것이다. 이번 동북부 강진은 1923년 9월1일 발생한 관동지진보다 더 강해 가히 일본침몰이 설정한 제2관동지진 상황이 될만하다. 그러나 동북부 강진이 설마한들 일본침몰의 조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일본의 이번 재난은 1945년 제2 차세계대전 패전 이후에 처음 맞는 최대의 국난이다. 여객선과 열차가 파도와 해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일은 연안의 도심지 10 km 지역까지 처들어가 숙대밭을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여기저기서 화염이 치솟아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물과 불속에서 저마다 살려달라는 비명이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공포의 절규 속에서 죽어간 생령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참혹했을까, 아마 최종 사망 집계엔 수만명이 될 것이다.이런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이 1 2호에 이어 3호기도 폭발 위험에 처했다. 주민 15만명이 추가로 방사능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교도통신의 보도다.일본이 이번 국난을 잘 넘기길 바란다. 우리들 또한 남의 재난으로만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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