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지정 규정

군인군무원으로 33년간 장기근속하면 자동으로 국가유공자가 된다. 그러나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33년 장기근속을 해도 국가유공자 지정이 배제된 근정훈장만 받는다. 현직 경찰과 소방관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의 경우에도 국가보훈처의 심사를 통과해야 국가유공자가 된다. 신체적인 사고를 당해야 국가유공자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무원 사회에 존재하는 명백한 차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정한 사회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김정 국회의원(미래희망연대)에게 제출한 국가보훈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근 4년간 보국훈장 서훈자는 7천528명이다. 이 중 군인이 5천413명, 군무원이 1천918명으로 절대 다수다. 일반공무원은 44명, 경찰 1명, 민간인 27명에 불과하다. 군인군무원 보국훈장 서훈자의 92%인 6천745명의 서훈사유가 장기근속이다.보국훈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상훈법 개정에 따라 1988년부터 33년을 기준으로 해 장기근속 군인에게, 1994년부터는 장기근속 군무원에게도 퇴직과 동시에 보국훈장을 주고 있다. 보국훈장 서훈자는 자동으로 국가유공자로 등록돼 각종 혜택을 받는다. 9만~20만원 생활조정수당과 중.고대학교 수업료 면제를 비롯, 연 11만~66만원 학습보조비 지급, 무주택자 주택 우선 분양 등의 혜택이 있다. 장기 근속한 군인 군무원은 월 201~379만원의 퇴직연금과 함께 자녀는 각종 채용시험시 5~10% 가산점이 주어진다. 개선책은 경찰소방관의 장기근속도 국가유공에 포함시키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물론 군인은 전투에 임해선 목숨을 나라에 내놓는 차이점은 있다. 그러나 장기근속이라는 사유가 같은 데도 서훈 대상이 이처럼 구분되는 현 제도는 차별이 너무 심해 시정돼야 한다. 경찰과 소방공무원도 군인과 마찬가지로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추석 귀성

명절 귀성은 한국일본중국 등 동양 삼국의 전래풍습이다. 서구사회 명절은 동양처럼 두드러지진 않다. 귀성은 전통문화다.문명의 발달과 함께 구시대 문화는 사라져 간다. 전통문화 또한 많이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유독 귀성문화는 갈수록 더 성행하는 덴 연유가 있다.농경문화시대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나면 할 일이 별로 없다. 이래서 서로 일가친척을 찾아 왕래가 많은 것이 추수 이후의 이듬해 농사철까지다. 사촌 육촌은 말할 것 없고, 사돈네 팔촌도 찾는다. 지금처럼 자가용 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교통도 불편하여 흔히 백리길쯤은 걷기가 예사였다.산업사회 들어 계절적 휴식기간이 없어지더니, 정보화시대가 되어서는 더 바빠졌다. 자가용 차도 있고, 컴퓨터가 있는데도, 옛날과는 비할 수 없이 일이 많아져 사촌, 육촌은 고사하고 부모형제도 자주 못찾아보는 사회가 됐다. 생활문화가 복잡 다양해졌기 때문이다.일년에 설과 추석명절 두 번이다. 이의 귀성문화는 뿌리찾기다. 내가 누구며, 우리의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확인하는 것은 곧 정체성 찾기다. 인성의 재발견이기도 하다.만약 이 삭막한 세태에서 명절 귀성 풍습마저 없었다면 우리의 가족문화, 정신문화는 피폐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몇천만명의 대이동이라고 한다. 또 연휴가 있다. 이를 사회적 소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사회적 소비가 아닌 사회적 에너지다. 간접생산 요인이기도 하다.명절에 고향가는 길이 아무리 어려워도 짜증을 낼 수 없는 것은 귀성길은 가슴 설레이는 기대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도 갈 때마다 새삼스런 것은 인간으로서의 오성(悟性)의 발견이다.고향에 가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을 만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 모처럼의 만남이 좋은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덕담이 으뜸이다. 명절 귀성에서의 자기 과시는 팔불출에 든다. 좋게 기억되는 고향길이 되면, 이도 추억거리다. 임양은 주필

암행어사

조선 왕조는 27명의 왕이 승계하면서 519년간 지속했다. 중국 역사를 돌이켜 봐도 500년 이상 유지된 왕조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 나라 400년 역사도 전한, 후한 각 200년을 합한 것이다. 당 나라도 300년이 채 안 되는 왕조였다. 송 나라도 남송, 북송을 합쳐 겨우 300년 남짓 존속했고 원나라도 겨우 160여년 만에 멸망했으며 명나라와 청나라도 300년을 넘기지 못했다.한 왕조가 500년을 지속한다는 것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조선이 50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부패를 방지하려 한 노력이 첫번째다. 여러 권력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의 정치 역학이 작동하는데 핵심적 기능을 한 대간(臺諫), 감찰, 암행어사 제도가 권력 부패를 막았다. 대간은 관료를 감찰 탄핵하는 임무를 가진 대관(臺官)과 국왕을 간쟁(諫諍)하는 임무를 가진 간관(諫官)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조선의 대간은 왕권과 재상권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을 받았다.태종이나 세조는 대간에 대해 탄압으로 일관했지만, 유교적 정치이념이 고양된 성종에 이르러서 대간의 활동은 활발해졌다. 성종 때 대간에 의해 탄핵당한 고위 인사는 2천700여명에 달한다. 한명회는 성종 치세 기간에 무려 107차례에 걸쳐 대간으로부터 탄핵을 당했을 정도다. 대간은 최고의 실력과 강직한 성격을 지닌 사람을 뽑았다.감찰은 사헌부의 하급관원이었지만 곳곳에 파견돼 일반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적발했다. 감찰의 감시는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했고 자체 정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의 행위는 물론이고 일상생활 중에 범한 불법행위도 감찰의 대상이었다. 어사 박문수로 유명한 암행어사 제도는 지방 수령과 토호들의 전횡을 막고 민생을 안정시키려 한 조선왕조의 남다른 노력의 산물이다. 암행어사는 대체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관료를 선발했다. 조선시대 저명인사 중에는 암행어사를 역임한 인물이 많다. 이황, 채제공, 정약용 등이 암행어사 출신이다. 현대판 암행어사들의 활약을 보고 싶다. 임병호 논설위원

‘도덕경’

한자(漢字)에서 유(儒)는 사람 인(人), 비 우(雨), 말 이을 이(而)자를 결합한 글자다. 사람이 서 있는데 비가 내려도 계속 서 있다. 어떤 외부 환경에도 꿋꿋이 자신을 지키고 있는 선비의 모습이다. 이러한 선비의 삶의 방식을 담은 것이 유가(儒家)다. 반면 도(道)는 무척 관념적이다. 실제로 도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다. 추상적으론 보이지 않는 하늘의 도리란 것도 있겠지만, 글자 그대로 보면 도는 영어로 길(way)이다. 그래서 도가가 주장하는 바는 세상엔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도덕경(道德經)은 수많은 주석이 달리고 아직도 그 해석이 분분하지만 섬김이란 어휘를 생각하면 그 뜻이 심오하다. 섬김이라는 단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기고 모시는 것으로 쉽게 연결 짓게 되지만, 노자(老子)의 도덕경은 역발상, 거꾸로 가라고 한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섬기는 자세다.노자는 도(道)와 덕(德)을 닦았다는데 그의 학문은 자신을 숨기고 자기 명예를 부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주나라 황실에 머문지 오래 됐을 때, 노자가 조정에서 쫓겨 나기에 이르렀다. 그가 국경 마을을 지날 때 국경수비대장 윤희(尹喜)가 은퇴하시는군요. 힘드시더라도 저를 위해서 책을 한 권 써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하고 청했다. 노자는 5개월 간 그곳에 머물며 도덕경'을 썼다. 그후 노자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공자(孔子)의 논어에서 말하는 인간상은 군자(君子), 도덕경의 인간상은 성인(聖人)이다. 이들을 붙여 성인군자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군자성인이 아니고 성인군자라고 한다. 학문을 쌓는 자보다는 그것을 비울 수 있는 자가 한 수 위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성인은 부리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 타율로 강요하는 자가 아니라 겸손한 자, 완성된 자가 아니라 완성을 향하는 자다. 최근 도덕경을 다시 읽어 감회가 깊다. 임병호 논설위원

엿장사 국회

엿장사 마음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옛날 엿은 가락엿이 아니고 떡판엿이 많았다. 엿판에 끌을 대고 가위로 쳐서 떼어 파는데, 같은 돈이라도 일정치 않고 엿이 많고 적고 했다. 또 사는 사람이나, 아이에게 정감이 갈 땐 더 많이 떼어주기도 했다. 많이 주고 적게 주기는 그야말로 엿장사 마음먹기에 달렸었다.국회가 엿장사 마음인 것 같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릴 바꾼 임태희 의원의 국회의원 사직서 처리가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되지 않으면 성남 분당을 그의 선거구가 오는 10월27일의 재보선에서 제외된다. 1027 재보선에 들려면 9월30일 안에 처리돼야 하는데, 이달은 16일 하루만 본회의를 열기로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일 본회의에 앞서 여야가 임태희 의원의 사직서 처리안건 상정이 전격적으로 합의되면 또 몰라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의원 사직서를 낸 것은 지난 7월이다. 이런데도 여야는 암묵적으로 사직서 처리를 늦추고 있다. 그 이유가 고약하다. 성남 분당을 선거구 한 군데서 이겨봐야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일에 지면 대통령 실장 지역구도 지키지 못했다는 상처만 입는 위험 부담을 갖는다는 게 한나라당의 속셈이다. 민주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10월3일의 전당대회 몰입으로 1027 재보선에 신경쓸 경황도 없고, 또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직후에 갖는 선거에서 혹시 지면 이도 모양새가 좋지않다는 계산이다. 결국 여야가 은근슬쩍 10월 선거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일이 이렇게 되면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는 내년 4월이나 치루게 되는데 문제가 적잖다. 우선 지역구를 이토록 무단히 반년이나 더 비워둬도 되느냐는 유권자들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또 10월 선거에 출마하려고 잔뜩 목을 대고 기다리고 있는 예비 후보군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국회가 엿장사 마음 같지만 참 나쁘다. 예전의 진짜 엿장사 마음은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그런데 국회는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참 나쁜 국회다. 임양은 주필

이승만 홀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1875~1965)에 대한 재평가가 태동되는 것은 다행이다. 조선조말 독립협회 간부로 개화운동에 투신, 경술국치후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을 거쳐 1945년 광복을 맞을 때까지 평생을 항일 독립운동에 몸 바쳤다.광복되던 그해 10월 귀국,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으로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엔 좌우 혼란기에 민주 진영의 최고 지도자로 활약했다.독재자란 호칭은 그에게 씌워진 불멸의 멍에다.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희대의 날치기 국회 통과로 무려 4선을 내리 거친 자유당 독재는 1960년 419혁명으로 종말을 고했으나, 민주주의의 암흑기를 연출했다. 실각한 직후 떠난 망명지 하와이에서 5년만에 병사했다.그러나 독재자의 과오가 뚜렷한 것과 마찬가지로, 공로 또한 뚜렷한 그의 업적을 과오를 빗대어 폄훼하는 것은 옳은 평가가 아니다. 광복전 그의 독립운동, 광복후의 건국운동도 큰 족적이지만 625 남침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수호한 업적은 절대적이다. 오늘날 나라가 있게 된 것은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유엔 등에 기민한 국방외교 수완을 발휘한 그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이다.미국 프린스턴 대학교는 그가 1910년 미국의 영향을 받은 중립론이란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곳이다. 당시 프린스턴 대학 윌슨 총장이 1919년 민족자결주의 발표로 31운동의 도화선을 만든 미국 28대 대통령이다. 그런데 김종석 홍익대 교수 등 국내 동문들이 이승만 박사 학위취득 100주년인 올해 프린스턴대에 이승만홀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아울러 강영훈 건국대통령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회장 등도 이에 나서는 등 지식인층의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생각하면 건국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의 자긍심을 스스로 짓밟는 불행이다.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도 완전한 사람이어서 미국민이 추앙하는 것은 아니다. 이승만 박사에 대한 과오는 과오대로, 공로는 공로대로 평가하는 새로운 역사관 정립이 절실하다. 프린스턴대의 이승만홀 설립이 국내 동상 건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일본의 담배전쟁

일본에 담배전쟁이 일어났다. 물론 흡연자 사회에서다. 담배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사재기가 한창이다.오는 10월1일부터 마일드세븐은 300엔(4천원)에서 410엔(5천500원) 말버러는 320엔(4천300원)에서 440엔(5천900원)으로 오른다. 국내 담배값에 비해 두 배 가량 오르는 셈이다.흥미로운 것은 담배 사재기와 함께 담배를 끊는 단연 붐 또한 일고 있는 점이다. 담배값 인상을 앞두고 금연 상품이 날개를 단듯이 팔려 니코틴껌 전자담배 등 판매량이 50%나 늘었다는 소식이다. 또 웬만한 병원의 금연클리닉마다 금연 신청자들이 줄을 잇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8주~12주 과정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1만2천엔에서 1만8천엔까지다.담배값이 오를 때마다 담배 사재기와 단연 붐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일본의 이번 파동은 담배값 인상폭이 워낙 커 더 심한 모양이다. 문제는 금연이 과연 성공하느냐는 것이다.일본 정부의 담배값 대폭 인상은 흡연 억제가 이유다. 이에 따라 일고 있는 금연 시도 바람은 흡연 억제의 효과가 있는 듯 하지만, 결과는 금연 시도가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지난해 프랑스 역시 흡연 억제를 위해 담배값을 크게 올렸는데도, 흡연율이 떨어졌다는 뒷소식은 듣지 못했다. 호주에서는 담배값 인상 대신에 담배갑에 폐암 말기의 사진을 넣고 있어도 피우는 사람들은 여전히 피운다.우리도 얼마전에 담배 한 갑에 8천원으로 올린다는 말이 있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서다. 비싸서 안 태울 수 있으면 좋지만, 안 태울 수 없는 서민들이 담배마저 못피우면 울화통을 터뜨릴 길이 막히는 게 고려돼 그만 두었다. 그나 저나 흡연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담배 끊는 것을 싸우듯이 해대면 더 어렵다. 방법이 있다. 맘 먹기에 달렸다. 임양은 주필

‘모의 청문회’ 설 자격 누가 있으려나

청와대가 밝힌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 개선안은 말이 좋아 자기검증서지 곧 사전 청문회 질문사항이다. 만일 200가지 질문을 무사히 통과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면 가히 청백리(淸白吏) 반열에 오를 수준이다. 그쯤 되면 88 개각 때 총리 후보, 장관 후보 2명을 낙마시킨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청백리는 조선시대 사헌부사간원 수직(首職) 등의 추천을 받아 공식으로 인정한 청렴한 관직자다. 염근리(廉謹吏)라고도 한다. 고려시대엔 염리(廉吏)로 불렸다. 청백리는 청귀(淸貴)한 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품행이 단정하고 순결하다. 자기 일신은 물론 가내까지도 청백하여 오천(汚賤)에 조종되지 않는 정신을 가졌다. 적극적 의미의 깨끗한 관리를 가리킨다. 청백리 정신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청렴 정신은 탐욕의 억제, 매명 행위의 금지, 성품의 온화성이다. 선비 사상과 함께 백의민족의 전통적인 민족 정신이며 이상적인 관료 사상이다. 청백리가 지켰던 공직윤리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무엇보다 청렴근검도덕경효인의 등을 중시했다. 수기치인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백성을 위한 봉사 정신 등 개인적인 생활 철학으로 정립됐고 나아가 공직자의 윤리관으로 확립됐다.인사검증시스템은 바로 청백리의 위치에 올랐거나 오를 만한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옛날이 좋았다는 말이 나왔던 것 같다. 대통령 말 한마디면 총리, 부총리, 장관이 됐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 안 날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고위공직자가 될 사람들에게 던진 200가지 질문에 그야말로 윤동주의 서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도 걱정스럽다.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아닌 게 아니라 이달 초 청와대가 총리 인선후보를 늘리기 위해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 5, 6명에게 자기검증서를 보냈다고 한다. 본격적인 인사검증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하지만 회신한 사람은 1, 2명에 그쳤다. 그러니까 나머지 인사는 사전 청문회도 무서워 손을 들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청와대 사전 청문회의 위력도 대단한 셈이다. 새로 마련한 인사검증시스템은 양적 검증보다 질적 검증을 한층 강화했다. 검증 내용들은 88 개각 후유증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인 부동산 투기, 병역,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은 물론 항목 자체도 150개에서 200개로 대폭 늘었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공정한 사회를 키워드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 및 장관 내정자의 낙마를 거치면서 큰 타격을 받은 만큼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역력하다. 예컨대 재산 형성 과정에서 최근 5년간 본인배우자자녀의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연간 합계액이 총소득의 10%에 미달된 적이 있나란 질문이 추가됐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청문회 때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특히 새로 추가된 40여 개 문항은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대상으로 해 평소 같으면 크게 개의치 않고 넘어갈 사생활의 작은 부분까지도 혹독할 정도로 캐묻는다. 향후 고위 공직자에 오를 수 있는 인재 기준에 엄격한 잣대를 새롭게 마련한 것이어서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이제 고위공직 후보자는 예비 후보로서 자기검증서 작성 후 양적 검증 주변 탐문과 정황 증거 등 질적 검증 인사추천회의에서 면접(모의 청문회)의 3단계를 거쳐야 최종 후보자로 확정발표된다. 이 과정을 거쳐도 매서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된다. 누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설 것인가. 궁금한 건 200가지 질문 작성자들이다. 과연 그들은 200가지 질문에 하자가 없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속담에 청백리 똥구멍은 송곳 부리 같다고 하였다. 임병호 논설위원

‘국민방위군 사건’

625 전쟁 기간 중 아군 진영에 무참한 일이 발생했다. 국민방위군 사건이다. 1950년 12월 16일 전시 국회에서 통과된 국민방위군 설치법에 따라 12월17일 제2국민병 소집령을 내려 군경과, 공무원, 학생을 제외한 만 17세~ 40세 장정을 국민방위군으로 편성하였다. 대한청년단 단장 김윤근을 일약 준장으로 임관시켜 사령관에 임명했으며 교육 연대장과 극소수 기관요원을 제외한 지휘관 모두가 청년단 출신이었다. 이렇게 급조된 방위군 사령부는 단기일 내 50만명을 모았다.중공군의 3차 공세 등으로 전세가 불리해져 국민방위군은 1951년 14 후퇴 때 후방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방위군 고급 간부들이 대부분의 보급품과 식량을 부정 착복함으로써 많은 방위군이 아사 또는 동사하고 영양실조로 병사하는 전대미문의 참화를 불러 왔다. 정부의 공식 기록인 한국전란 1년엔 1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돼 있지만 중앙일보가 간행한 민족의 증언과 부산일보의 임시수도 천일에는 5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방위군 고급 간부들이 횡령한 국고금과 군수물자 착복 액수는 50억 ~ 60억원이다. 지금 감사원의 전신인 감찰위원회의 1년 예산이 3천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 부정 규모는 천문학적이다.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1951년 제주도와 경상도에 수용시설이 있던 국민방위군교육대 49개소엔 40만6천여명이 있었다. 당시 교육대에 있던 수 많은 방위군들이 간부들의 부정으로 굶주림과 전염병 등으로 죽거나 병들어 신음했다. 그때 사망한 방위군들은 교육대 인근의 공동묘지나 야산에 임시로 매장됐으며, 유해 매장 사실도 유가족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이런 참상이 만천하에 드러나 방위군은 해체되고 방위군 사령관 김윤근과 부사령관 윤익현 등 다섯 명은 대구 근교 야산에서 총살로 사형이 공개 집행됐다. 국민 여론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국민방위군 사건은 실로 참혹한 과거사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권고한 공식 사과를 국가가 받아들여야 한다. 대국민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은 민주당 세상

이 점에서는 지방자치를 실감한다. 민선 5기가 벌써 두 달도 더 지났다. 수원시장이 민주당 사람으로 바뀌고 나니까, 시청 주변의 인맥 형성 판도가 달라졌다. 전에 한나라당 시장이던 때와는 영 다르다. 신 인맥이 떠오르면서 구 인맥은 잠복했다. 유지 등 민간 지배계층 구도에 변화를 가져왔다.수원만이 아니다. 경기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 중 민주당이 무려 19개 자치단체를 휩쓸어 한나라당은 겨우 10개 자치단체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두 군데는 무소속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에 다시 정리해 본다. 수원성남고양부천용인안산안양의정부평택시흥화성광명파주군포김포구리오산하남의왕 시장 등은 민주당 출신이다.한나라당 출신의 시장군수 자치단체는 남양주광주이천양주안성포천여주양평과천연천 등 시장군수다. 동두천 시장과 가평 군수는 무소속이다. 그런데 이를 지도로 보면 좀 묘한 데가 있다. 대체로 민주당은 서쪽을 차지하고, 한나라당은 동쪽을 차지한 민서한동의 강세가 뚜렷하다.자치단체장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뀐 다른 시군 역시 수원과 같은 양상일 것이다. 전에 민주당 출신의 자치단체장이 한나라당으로 바뀐 덴 없다. 이래서 한나라당이 실각한 자치단체의 지역사회 인맥 부침이 묘해 더 흥미롭다. 이에 유독 수원시를 드는 것은 경기도의 수부도시로서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수원에서는 이를테면 여야가 바뀌었다. 한나라당이 여대야소의 집권여당이란 것은 중앙정치 얘기다. 경기도의 광역정치는 도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므로 한나라당을 여당으론 볼 순 있으나 도의회는 여소야대다. 이에 비해 수원은 시장이 민주당일 뿐만 아니라, 시의회도 민주당이 지배한다. 명실공히 지방자치의 집권 여당이다. 지방자치의 여야 관념을 중앙정치 종속에서 벗어나, 이제 독립적 개념이 가능하다면 수원 천하는 민주당이 여당인 세상이다.이만도 아니다. 수원에 그치지 않는 화성오산용인그리고 안산군포의왕 등 경기도 수부를 둘러싼 민주당 출신 시장 일색의 주변 도시가 수원시를 중심으로 세를 형성하는 추세다. 전에 수원시를 비롯, 역시 수원 주변의 도시가 한나라당 출신의 시장 일색이던 때와는 또 다른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지방행정의 광역화 협의체계로 보면 긍정적이다.그러나 문제가 없진 않다. 지방정권이 중앙정치의 정략화로 가면 지역사회 공익을 저해한다. 가까운 예를 들어 간단히 말하겠다. 현안의 수원비행장 비상활주로 폐지 및 이전을 추진하여 성사시킨 선거구 국회의원이 한나라당 사람인데, 민주당 국회의원이 좀 다른 말을 한다고 해서 이에 편들어 민주당 출신 수원시장이 비상활주로 이전 분담금 부담을 거부한다면, 당파의 시장이지 시민의 시장은 아니다.기초자치단체장, 즉 시장군수의 정당 공천제 배제 논의가 있었다. 장단점이 있어 한마디로 단언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참고로 말하면 무릇 제도의 문제점은 제도 자체보단, 제도를 잘못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을 때가 많다. 이 점에서 지방자치 역시 이당 저당이 번갈아 자치단체장을 맡는 것이 발전이 있다면 정당 공천제를 보완해 좀 더 두고 볼 필요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정작 역겨운 것은 염량세태다. 잇속을 챙기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인간다운 체면은 차릴 줄 아는 것이 역시 인간이다. 고사를 예로 든다. 병자호란 때다. 남산골 선비 이 생원이 청군에 납치된 아내를 수소문 끝에 청량리에 주둔하고 있는 용골대 군영을 찾았다. 미인으로 소문난 이생원 처는 이미 용골대의 정부가 돼 있었다. 화려하게 몸치장을 한 그녀는 남편과 고생했던 게 지겹다며 그를 죽이라고 용골대에게 애원했다. 너무나 달라진 아내에 남편은 모든 것을 체념, 그만 눈을 감았고 용골대의 칼은 기합 소리와 함께 번쩍 했으나 시신이 된 것은 변심한 여인이었다.민주당 사람의 새 수원시장이 들어서고 나서 형성돼가는 인맥 가운덴, 용골대의 야사를 생각게 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여기서 이 말 하고, 저기서 저 말 하기 일쑤인 이런 위인들은 백해무익하다. 나중에 선거 때 표도 안 된다. 수원시장은 철새떼처럼 몰려드는 주변 사람들을 가릴 줄 아는 것이 사는 길이다. 지역사회의 발전 또한 이에 있다. 본사 주필

암 예방하는 쌀

히데키 모리 일본 기푸대학교 총장이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쌀과 건강한 생활, 쌀의 가치와 기능적 우수성 심포지엄에서 쌀이 암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쌀의 구성성분이 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52주 동안 실험한 결과, 쌀 구성성분인 페룰린산과 폴리페놀이 암 발생을 억제했으며 특히 현미를 발효해 만든 프브라(FBRA)라는 가공식품은 대장암과 위암폐암 등 여러 종류의 암 발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뛰어났다고 한다. 피오나 아킨슨 호주 시드니대학 교수도 주식으로서 쌀이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며 특히 현미는 안슐린 조절을 통해 당뇨 예방과 체중 조절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쌀이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동안 국내 학자들도 여러차례 발표했다. 또 쌀밥은 다이어트 식품이며, 아침밥을 먹는 학생의 성적이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에 비해 더 좋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 쌀이 대장암 위암 폐암 등 여러 종류의 암 발생을 억제하고 만성질환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니 쌀이 우리의 주식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쌀을 우리가 먼저 더 연구하고 장점을 적극 알려야 쌀 소비가 늘어난다.더구나 식품업체들이 올해 들어 국내산 쌀로 만든 국수와 케이크, 막걸리는 물론 튀김가루까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 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웰빙 바람이 부는 데다 정부가 쌀 재고 해소를 위해 식품업체에 신제품 개발을 절실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우리쌀 국수 흑미찹쌀 식품 우리미(米) 순쌀 케익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그동안 밀가루가 거의 석권하다시피 해왔던 튀김가루 시장에도 쌀 활용도가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연간 8만t 수준인 가공용 쌀 소비량이 2012년엔 2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식품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사용하고 있는 가공용 쌀 가격이 너무 비싼점이다. 밀가루 20㎏은 1만5천700원인데 쌀은 2만8천92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정부가 식품업체에게 쌀 재고 해소를 위해 도와 달라고 요청하면서 밀가루보다 쌀값이 훨씬 비싸다면 곤란하다. 가공용 쌀값 조정이 필요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몹쓸 사람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5급 특채는 완전히 성적 등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계획된 것으로, 다른 공개 응모자는 들러리였다. 정말 몹쓸 사람들이다. 처벌받아 마땅하다.군화에 물이 샌다고 한다. 그도 보통 군화가 아니다. 방습이 잘 되는 기능성 군화란 것이 이렇다. 군화 뒤꿈치가 벌어지면서 물이 스며든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군 장병들이 신는 군화가 이 모양이다. 군화는 기동성의 기초 장비다. 물이 새어든 군화를 신고 작전인들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겠나, 납품된 상당량의 군화가 이래서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엉터리 군화를 납품한 제조 납품업체도 아주 몹쓸 사람이지만, 이를 검수한 국방부 당국도 정말 몹쓸 사람들이다. 전시 같으면 총살감이다.근데 또 있다. 육군 주력의 K-1 전차가 지난달 6일 파주 훈련장에서 사격훈련 중 105㎜ 포신이 찢어져 못쓰게 된 사고가 일어났다. 포신 수명은 1천발 발사라는 데 불과 360발 쏘고 파열됐다는 것이다. 한두 번도 아닌 8번째 이런 일이 생겼는데도 책임 소재를 가리지 못한다니, 이토록 한심한 원인 또한 당국이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이도 전시 같으면 총살감이다.현직 부장판사가 형사 피고인에게 2천500만원을 뇌물로 받고 징역 8월형이 확정되고, 또 판사에게 교제비를 준다며 역시 피고인에게 2천600만원을 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된 변호사가 지난 815 특사로 복권되기가 바쁘게 변호사 개업을 서둘다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철회 권고로 제지됐다. 하마터면 큰 일 낼뻔 했던 정말 몹쓸 사람들이다.몹쓸 사람들은 경기도의회도 있다. 도의회가 문을 연지가 언젠데 아직껏 민생의안 단 1건 처리한 것이 없이 말싸움으로 일관해 개점휴업 상태다. 말싸움도 도시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할 자기네들끼리의 감정싸움이다.묻겠다. 그게 그렇게 주요한 문젠지 묻고자 한다. 따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의회 본연의 소임을 내팽개쳐가며 매달릴 일은 아니다. 월급이 아깝다. 염치를 모르는 몹쓸 사람들이다. 소환 대상이다.임양은 주필

지구

우주는 신의 창조물이 아니다란 스티븐 호킹의 신(神) 부정론은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행하는 지난 2일자 과학 월간지 보도다. 우주는 당초 생성된 빅뱅, 즉 대폭발의 천체물리학적 법칙에 의해 절로 만들어져 간다는 것이 호킹의 지론이다.이에 종교계의 반박이 예상보다 빨라 영국 성공회 윌리암스 대주교가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빅뱅, 그 자체가 신의 창조라고 역공했다. 종교계의 반발은 더 큰 논쟁으로 번질 조짐이다.우주론적 증명이란 것이 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자연이 존재하는 이상 그의 창조자가 있지 아니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자연계의 인과로 신을 증명하려 드는 것을 일컫는다.그러나 빅뱅 또한 중력의 자연법칙에 따라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 호킹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신이란 말을 쓴 것은 단지 수사적 표현이라며,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태양계의 지구가 생긴 것은 30억년 전이다. 태양계엔 지구 등 9개의 행성과 달을 비롯한 32개의 위성 그리고 2천600개 이상의 소행성 등이 있다. 그런데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새로운 태양계를 발견했다는 발표가 근래 있었다. 지구로부터 127광년(光年) 떨어진 우주에 7개의 행성이 한 개의 항성 주위를 도는 새 천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광년은 항성 등의 거리를 나타내는 데 쓰이는 단위로 햇빛이나 전파가 1년 동안 가는 거리다.우주는 상상을 불허하여 무변광대하다지만 정말 끝없는 것일까, 가령 은하계도 한 은하계에 약 1억개의 별이 있는데, 이런 은하계가 1억개가 넘도록 우주에 널려 있는 것이다.빅뱅은 150억년 전으로 추산하는 게 천체물리학계의 통설이다. 도대체 뭣이 폭발하여 우주가 생겼고, 지금도 우주는 팽창해간다는 것인지 대자연의 신비가 외경스럽다.궁금한 것은 이토록 광활한 우주의 많은 행성 가운데,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 지구 말고는 또 없느냐는 것이다. 가설은 있어도 실체는 아직 없다. 그러고 보면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복 받은 행성이다. 임양은 주필

장관 딸 특채

장관 딸을 특채하면 동티가 날 줄을 아버지 장관은 모르고, 장관 부하들은 또 몰랐을까? 유명환 전 외교통산부 장관과 외교통산부 관리들 얘기다. 생각하면 장관 딸을 5급으로 특채하면 말썽이 날 것은 장삼이사도 능히 짐작할 일을 그들은 몰랐던 이유가 있었다.그 같은 특채가 처음은 아니다. 외교통산부는 이미 7명의 고위직 자녀들을 특채한 사실이 밝혀져 감사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자기네들끼리의 만성적 자녀 특채 상습벽이 되어 분별력을 잃은 것이다. 유명환 전 장관 딸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세간의 오해를 살 우려가 있으면 삼가는 것이 고위 공직자의 도리다. 그런데 이미 특채 상습벽에 중독이 되어 이를 간과하다가 결국 망신을 자초했다.외교통상부만의 망신이 아니다. 정부의 망신이다. 대통령이 격노한 것은 당연하다. 장관이 자릴 내놨지만, 정부만도 아닌 나라의 망신이 쉽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외교통상부의 이번 특채 소동 말썽으로 다시 생각게 하는 것이 국가고시 폐지 문제다. 외무고시 대신 2013년부터 1년제 외교아카데미에서 50명씩 선발하고, 행정고시는 2011년부터 민간 전문가 대상의 5급 공채로 충당을 확대해가고, 사법시험은 2012년부터 로스쿨 졸업생으로 변호사 자격시험을 실시해 사법시험 정원은 점차 축소 폐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물론 3대 국가고시 폐지 및 개선엔 이유가 있다. 다양한 변화의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폭넓게 등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나는 식의 고시합격 봉쇄는 없는 집 지망생의 출세길을 막는 반면, 면접 공채(행정고시)외교아카데미(외무고시)로스쿨(사법시험)은 있는 집 지망생만 출세길이 되기 쉬운 사회적 불균형의 문제점이 있다.또 있다. 외교통상부의 만성적 자녀 특채 같아서는, 3대 고시 폐지가 끼리끼리만 해먹는 고관 자녀 무시험 등용의 반서민적 신분 양극화 폐단을 부를 수가 있다. 임양은 주필

술 만드는 농업기술원

최근 지역쌀과 특산물을 주요 재료로 사용한 토속 막걸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애주가들을 즐겁게 만든다. 막걸리 원산지표시제와 막걸리품질인증제도가 8월부터 시행된 이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막걸리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쌀농사를 장려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동안 지역 내 막걸리 사업을 장려해온 지자체들은 막걸리 원산지표시제 실시와 함께 지역 막걸리 업체와 손잡고 막걸리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자체들은 지역 막걸리업체에 지역쌀로 막걸리를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대신 막걸리 업체에 설비와 디자인패키지 개선, 공동 유통, 제품 홍보, 판로 확장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지자체들은 또 우수 막걸리를 농민주로 추천해 주세를 현행 5%에서 2.5%로 경감해 준다. 경기도의 경우 산하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경기도 2청 농정과에서 각각 전통주 연구와 전통주 활성화를 맡고 있다. 특히 경기기술개발원은 경기 농특산물을 활용한 막걸리 제조기술을 제조업체에 이전, 상품화함으로써 신제품 산실로 부상했다. 경기도 농특산물인 자색고구마를 이용한 자색고구마 막걸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해 배해정누룩도가가 상품화한 제품이다. 7월엔 천년초 선인장을 사용한 발효주 제조기술을 이곳에서 이전 받은 배다리술도가가 천년초 선인장 막걸리를 출시했다. 이 막걸리는 고양시에서 생산한 유기농쌀과 손바닥 선인장 영농조합법인이 재배한 천년초만 사용해 만들었다.포항쌀에 우뭇가사리를 작은 입자로 분쇄해 만든 막걸리 영일만친구는 포항시 요청으로 포항공대와 포항테크노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포항시 박승호 시장은 영일만친구 막걸리만 마시겠다고 선언하고 조찬 모임에서 식사 대용으로 막걸리에 날달걀을 풀어 마시는 등 막걸리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포천쌀막걸리, 당진 백련막걸리, 예산 황토사과막걸리, 강진 설성동동주, 광주 울금막걸리, 금산 인삼막걸리, 청송 대추막걸리. 평창 메밀막걸리, 복분자막걸리 등 지역특산물로 빚은 술이 많다. 관공서가 막걸리 생산을 권장하고 농업기술원이 막걸리를 개발하는 별난 세상이 됐다. 추석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 막걸리가 넘쳐나 안 마셔도 기분이 좋다. 임병호 논설위원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

최근 5년 간 육군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 중 언어폭력으로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 사례가 27%나 된다. 하루라도 빳다 안 맞고 욕 안 먹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는 군대 시절 추억담이 아니다. 육군 법무관실이 만든 군 내 언어폭력, 이대로 좋은가라는 시사인권 가이드 자료다. 2008년 00사단 환경시설관리병으로 근무하던 한 병사가 오폐수처리장 지하 1층 난간에 목을 매 자살했다. 상급자에게 개ㅇㅇ, 죽을래 야구방망이 가져와, △△을 깨버리겠다 등 욕설을 듣고 모욕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 병영 언어폭력 가운데 대표적인 게 출신이나 배경을 들어 부하의 능력을 비하하는 폭언이다. 예컨대 한 중대장이 소대장에게 내가 아는 ㅇㅇ 출신들은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냐 ㅇㅇ 출신이라 천군만마를 얻은 줄 알았는데 보니까 이거 뭐 이등병만도 못하군하는 식이다. 한 부사관은 이등병에게 업무 내용을 외우게 한 뒤 이를 못하자 돌머리냐, 자살해라. 내 이름은 적지 말고 죽어라라고 폭언했다.일부 교사들의 언어폭력도 위험수준을 넘었다. 학생들의 상처를 보듬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한 고교 교사가 흡연측정기를 들고 교내 단속에 나섰는데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 받는 학생이 걸렸다. 그 교사는 학비까지 지원 받는 놈이 담배 살 돈은 있나 보지? 내 세금으로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받는 주제에라고 면박을 줬다.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알림장에 부모 도장을 받아오지 않았다고 담임교사로부터 엄마 아빠가 모두 죽었느냐 는 폭언을 들었다. 또 한 중학생은 보충수업을 안 받는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로부터 엄마는 술 먹고 담배 피우니, 네 아빠는 술 먹고 때리냐 등의 막말을 들었다.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울증 3급 장애학생에게 이 x x가 어떻게 일반 학교에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구제불능이다 라고 욕설을 퍼부운 교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사례들이다. 더욱 심각한 노릇은 교사도 사람이다. 교육 외에 잡무 등 쌓이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언어폭력 교사를 두둔하는 동료 교사들이 적잖다는 사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단체장의 황당계획

자치단체장의 황당계획 발표를 언론에서 받아 보도를 하긴 한다. 그러나 그 같은 발표가 실현된 예는 한 번도 못 봤다.예컨대 송영길 인천시장의 남북도로 건설 공약 또한 이상하다. 서해안 종합발전계획으로 충청권까지 해저터널을 뚫고, 북녘땅 황해남도까지는 고속도로를 건설해 인천을 경제수도로 삼는 산업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이다.인천 경제수도도 좋고, 산업벨트 조성도 좋다. 그러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계획은 결과적으로 기만이다. 제시된 자료에는 황해남도까지의 고속도로 건설에 12조5천75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산출 기초가 정확한지 의문이지만 재원 염출이 무대책이다. 서해안 해저터널엔 서류상이나마 얼마를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이 같은 사업엔 상대가 있다. 북녘 고속도로 건설에는 북쪽 당국이 있고, 충청권 해저터널 공사에는 경기도를 비롯한 충남 등지가 있다. 이 같은 사업 파트너들과 의논 한마디 없이 불쑥 내미는 발표는 상대에 대한 결례가 되기도 한다.믿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텔레비전 프로의 개그가 아니다. 자치단체장의 선거공약이다. 안 되면 말고 식의 공약은 결국 믿거나 말거나 하는 사탕발림이다. 기왕 믿거나 말거나 하는 것이므로, 가급적 그림을 크게 그리는 것이 안 되면 말고 식의 공약이다.문젠 언론의 책임이다. 공공기관의 발표문이므로 따라 보도했는데 불발될 경우, 책임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책임의 한계까진 당장은 모르겠으나 상당한 책임을 모면할 수 없는 것이 언론의 공익성이다. 기계적 보도가 아닌 정제된 보도가 요구되는 이유다.비전이 있는 계획과 황당한 계획은 구별된다. 자치단체의 거시계획이 다 황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발표로 끝나는 황당계획이 많은 사실은 고의로 언론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는 곧 농락이다. 농락당하는 언론 또한 잘못이다. 민선 5기 들어 쏟아내는 지자체장들의 장기계획 발표를 조심해야 된다.임양은 주필

인천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 성공은 625 전세를 역전시킨 탁월한 군사 전략이다. 인민군의 남침으로 국군이 낙동강까지 밀려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인 나라의 운명을 구한 것이 인천상륙작전이다. 이 작전으로 인해 인민군의 퇴각이 시작됐다.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다.1950년 9월15일 유엔군이 맥아더의 지휘 하에 있었던 이 작전의 첫 상륙 지점은 월미도다. 수많은 유엔군의 사상자로 참상을 빚었던 월미도에 오늘날 평화로운 문화의 거리가 조성됐다. 이곳에서 내달 15일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과 안보체험 행사가 열린다. 또 남구 관교동 버스터미널에서 남동구 구월동 시청역사 앞 구간까지 군부대의 거리행진이 펼쳐진다.그런데 월미도 안보체험 행사와 군 부대가 거리행진할 연도에 학생 동원을 국방부가 인천시교육청에 요청한 것을 두고 구시대 발상이라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구시대 발상이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과거에 예컨대 학생을 대통령 행차 등 정치적 목적에 동원한 적이 있는 게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국방부의 요청은 그런 건 아니다. 그럼, 학생 동원 자체가 구시대란 모양인 데, 이도 나름이지 행사가 인천상륙작전일 것 같으면 차마 못할 소리다. 인천에서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폄훼하는 것은 정체성의 훼손이다.물론 강제로 동원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625가 뭔지 잘 모르는 학생들이 적잖다. 이들에게 체험 행사를 갖게 하고, 군부대 거리행진 연도에 내보내는 것도 안보교육이다.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여러 가지 불만도 토로하고 불평도 한다. 불평 불만도 못하고 사는 체제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가 하물며 이 같은 자유를 구가하는 것을 다행으로 안다면, 자유의 보루인 인천상륙작전을 고맙게 여겨야 된다.올해는 특히 인천상륙작전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범국민적 국가 행사로 기념할 만하다. 인천 지역사회에서 훌륭한 기념행사가 되도록 혼연히 협조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임양은 주필

김정일과 카터

8월 넷째 주말의 북중미 숨바꼭질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뭣일까?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하루 뒤인 26일 김정일 북측 국방위원장은 중국 잠행길에 올랐다. 카터는 일정을 하루 더 늦췄으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만 만나고, 김정일 면담은 불발된 채 억류된 미국인 곰즈를 데리고 27일 귀국했다. 카터는 미국 정부와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곰즈의 불법 입국에 대해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 특사권을 행사해 돌려보내 주실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올렸다는 것은 조선중앙통신의 발표문이다.김정일 면담 불발은 모욕이다란 것은 미국 방송 CNN의 보도다. 카터의 방북엔 오바마의 메시지가 없긴 했다. 억류된 자국민을 데려오는 어디까지나 곰즈 석방의 미국 자존심 되찾기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전직 대통령 체면을 구긴, 잃은 자존심도 있는 것이 이번 카터의 방북이다.손님을 불러놓고 중국으로 훌쩍 떠난 김정일의 카터 따돌리기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물론 중국과 약속된 일정이 있었던 것이나, 카터 방북 일정을 두고, 미국 측에 한마디 사전 설명이 없었던 것은 노골적인 통중봉미의 홀대다.김정일이 김일성 성지라는 지린(吉林)성을 거쳐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과정의 이동이 베일에 가려진 것은 흥미롭다. 일본 NHK 방송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김정일의 희미한 동선 사진을 마치 특종처럼 보도했다. 김정일의 이동이 공개되지 않은 건 물론 신변 보호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유진영 언론의 관심을 더 유발하는, 저들로서는 신비감 조성의 의도 또한 없지 않다.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 동행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동행을 했건 안 했건 간에 분명한 것은 3대 세습에 중국 지도부의 인준을 구했다는 사실이다. 북이 지구상에서 믿을 곳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이런 평양정권을 동북아 정세에 최대한 이용한다. 동북아 정세가 100년 전, 중국일본미국러시아 등 열강의 각축을 방불케 한다. 임양은 주필

반려동물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호칭이 바뀌었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요즘은 가족처럼 여긴다. 늙은 부모가 아프면 늙어서 그러시겠지 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으면서 애완견 건강이 이상해 보이면 동물병원으로 달려가는 실정이다. 늙은 반려동물의 치료비가 보통 수백~수천만원이라고 한다. 동물의 치료비 기준은 따로 없이 천차만별이서 보호자들을 어렵게 만든다. 보통 예방접종비가 2만~5만원, 혈액검사 7만원, 컴퓨터단층촬영(CT) 비용은 70만원 정도다. 백내장이나 심장병, 디스크 암 등의 수술비는 상태에 따라 200만~700만원이다.애완동물의 장례비도 만만찮다. 화장 처리하면 15만~50만원 수준이다. 납골 보관료는 2년에 30만원, 수의와 비석 등을 갖출 경우 최고 300만원까지 든다. 사람보다 비싼 경우도 적잖다.고가의 액세셔리 보조용품도 필수품이다. 30만~140만원 하는 개 돌침대, 20만원짜리 개 시계, 살균 건조기 200만원, 유전자 카드 등이 10만원에 판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에 2천248개이던 전국 동물병원 수는 2008년 2천970개로 증가했다.동물을 사랑하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친 사랑은 반려동물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한다. 15세 이상 되는 늙은 개는 치료가 힘들어 안락사를 시키는 게 보통인데 최근엔 고가의 수술비를 감수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시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또 강아지가 예쁘다고 품에 끼고 다니거나 매일 목욕 시키는 경우. 이는 개의 습성과 맞지 않아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고 한다.예전에 수필가 K선생이 기르던 강아지가 죽은 뒤 쓴 수필 가을이를 읽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애완동물은 인간과 참 묘한 관계다. 아파트 15층에 살면서도 엘리베이터 문열리는 소리만 듣고도 자기 식구인 중 알고 꼬릴 치며 반갑게 짖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지지대 者의 집에 푸들 강아지가 두 마리 있는데 이 놈들이 그러하다. 개 삶 15년이면 인생 80이란다. 오래 살아줬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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