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모의투표

오는 2012년 재외국민 참정권 행사를 앞두고 지난 14~15일 이틀 동안 미국중국일본을 비롯한 21개국 26개 도시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의투표 행사가 있었다. 이 결과 몇가지 문제점이 나왔다. 첫째는 투표율이다. 모의투표율은 20.6%였다. 투표소는 대한민국 재외공관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나라에 따라서는 기차 등을 타고 투표소에 가야 된다. 이 때문에 팩스나 e메일을 이용한 투표가 고려됐으나 재외국민에게만 허용될 순 없다. 둘째는 우리글을 모르는 교포 23세에 대한 홍보다. 영어일어한문 및 기타 현지어 홍보자료가 제작돼야 한다. 셋째는 불법에 대한 무대책이다. 선거에 부정을 저질러도 주권이 미치지 않아 사실상 처벌 방법이 없다. 이상 세가지 문제점 외에도 현지교민 회장 등을 두고 교민사회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재외국민 참정권 입법의 역기능으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국민대접하는 것에 감격해 하는 재외국민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마땅치 않게 여기는 국내 목소리 또한 없지 않다. 우선 국민의 권리는 의무와 병행하는데 납세나 국방의 의무는 지지 않은 채, 국내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살지 않아 실정도 잘 알지 못하면서 투표를 한다는 것 또한 맹점이라고 한다. 뭣보다 한반도 안보환경과 전혀 무관한 외국에 살면서 갖는 투표권 행사는 책임감이 기속되지 못한 무책임한 투표라는 지적도 있다. 재외국민 유권자는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선의 경우 몇십만 표로 당락이 좌우된 전례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재외국민 유권자도 투표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당마다 재외국민 득표를 위한 선거운동을 갖게 되는데, 이의 전략에 문제가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외국민 투표로 야기된 말썽이 선거무효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재외국민을 존중하는 것은 좋으나, 투표권 입법은 좀 지나쳤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김윤미 선수

임신한 여성을 보면 외경스럽다. 나라를 위해 애쓴다는 생각도 든다. 출산율 저하가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사격 2관왕 김윤미 선수(28서산시청)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의 헤로인이다.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여자 공기권총 10m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석권했다. 그러나 화약권총엔 출전하지 않았다. 공기권총과 달라서 소음과 반동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원려에서다. 1920년 앤트워프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스웨덴의 매그다 줄린 선수가 임신 3개월의 몸으로 금메달을 땄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선 독일의 스켈레톤 선수가 임신 2개월의 몸으로 출전했으나 아깝게 메달권엔 들지 못했다. 임신한 선수의 출전 전례가 이처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신 2~3개월과 7개월은 또 다르다. 배가 불룩한 임신 선수로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캐나다의 크리스티 무어 선수가 있었으나 김윤미 선수보단 몸이 가벼운 임신 5개월이었다. 김윤미 선수는 경기 도중 어려운 고비에 처할 때마다 뱃속의 아기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역전으로 우승을 장식했다. 애기와 더불어 금메달을 일구어낸 것이다. 동갑내기 신랑과 화촉을 밝힌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임신한 주부선수로 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편의 이해심이 큰 도움이 됐다. 김윤미 선수는 애기에게 선물될 것을 꼭 갖고 오라는 남편의 격려에 쌍금메달을 갖고 가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김윤미 선수 부부는 애기를 일찍 낳기로 했다고 한다. 애기를 늦게 갖는 것도 신혼설계의 방법이지만, 빨리 낳아서 얼른 키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자신의 일을 위해 결혼을 늦추는 여성들이 있고, 또 일을 위해 임신을 늦추는 주부들이 있다. 이에 비하면 김윤미 선수는 2관왕의 선수생활과 곧 출산할 아이까지 가진 결혼생활을 훌륭히 병행했다. 한국의 스포츠 야사에 전설적 기록이 될 만하다. 임양은 주필

송영길 인천시장

2008년 8월8일 밤 8시에 열린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행사가 육상의 판타지였다면, 2010년 11월12일 밤 8시에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 행사는 수상의 판타지였다. 광저우(廣州)는 중국 광둥성의 성도다. 1757년 개항한 중세 이래의 대무역항이다. 자동차, 시멘트, 제지, 화학 및 섬유공업 등이 발달된 풍요한 도시다. 주장(珠江)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막식 행사는 물, 생명의 기원이 주제다. 120여명의 출연진이 야간 조명 속에 육해공의 공간을 그리며 연출된 장관은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통해 봐도 가히 충격이었다. 스펙터클한 작품이 그토록 정교하게 돌아가는 게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대형범선이 노도와 싸워 극복해내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수상개막식은 세계 스포츠사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이 처음일 것이다. 광저우가 해상 도시이긴 하지만, 수상개막식을 착안한 것 자체가 기발하다.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줄곧 생각한 것이 오는 2014년 열릴 예정인 인천아시안게임이다. 그리고 송영길 인천시장이다. 아마 송 시장도 중계방송을 봤을 것이다. 만약에 안 봤다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다음 아시안게임 개최지 책임자로서 광저우아시안게임에 가보는 것도 그의 임무다.그런데 걱정된다. 주경기장 문제도 아직 딱 부러지게 해결된 것 없이 모든 게 미진하다. 심지어는 프레대회도 제대로 치르지 못할 판이다. 이제 불과 4년 남았다. 광저우시는 꼬박 6년 동안 준비해왔다. 인천시는 준비는커녕 아직 계획조차 구체화된 게 없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내심 아시안게임을 공연히 유치해가지고 속 썩힌다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여차하면 반납하면 그만이라 여기는 것 같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 또한 미흡해 보인다. 만약 이 같은 짐작이 사실이 아니라면 분발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된다. 중국인들은 실리주의자다. 실리를 따지는 그들이 개막식 행사를 그냥 거창하게 갖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잇속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는 스포츠 산업이다. 광저우 항구도시에 이어 열리는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인천도 항구도시다. 임양은 주필

반려동물의 죽음

전국 반려동물은 약 200만 마리로 추정된다. 1998년 외환위기가 수습된 이후 다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늙은 동물일 것으로 생각된다. 수의사들에 따르면 개의 경우 평균수명이 15살 안팎인데 10살을 넘으면 크고 작은 병에 걸린다. 늙은 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유기동물이 2002년 1만5천958마리에서 지난해 8만2천658마리로 5배 이상 늘었는데 상당수가 노령견임에서 알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늙은 동물은 기르지 않으려고 한다. 죽음의 과정에서도 노령견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개가 병들면 안락사로 처리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문제는 동물들이 죽은 뒤의 일이다. 폐기물관리법은 죽은 동물의 사체를 쓰레기, 오니, 폐유 등과 함께 폐기물로 규정한다. 다른 폐기물처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동물병원이나 연구기관에서 배출된 동물의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반면 동물 사체를 주변의 야산이나 언덕 등에 묻으면 불법 매립에 해당된다. 지정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에 큰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 법 감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 매립 행위를 거의 처벌하지 않는다고 한다.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장묘업체가 양성화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경기도와 부산에만 있을 뿐더러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 서민층이 이용하긴 부담스럽다. 보통 작은 개의 화장 처리 비용은 20만원 안팎이고, 대형견으로 갈수록가격이 큰 폭으로 뛴다. 일부 동물병원의 경우 단체 화장이라는 이름으로 처리해주기도 한다. 1㎏당 4천~5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다른 의료폐기물과 함께 소각돼 반려인들을 서글프게 한다.애니멀 로스(animai loss)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일컫는 말로, 인간과 동물이 죽음을 매개로 교감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처음 기를 때 자연사할 순간까지 보살핀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늙으면 안 그런다. 하기야 사람도 늙으면 푸대접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늙은 개를 어떻게 한다고 하여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늙으면 아프다 죽는 건 인간이나 반려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임병호 논설위원

‘G20 회의’ 성공을 위하여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은 서울 G20 정상회의가 오늘 개막됐다. G20 회의가 중요한 국제행사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 세계인들이 서울을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 주요국가 정상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의장국으로서 이번 회의를 반드시 성공시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야 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과 보다 안정적인 경제질서를 마련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한다. 이번 회의는 세계의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에게 다소 불편한 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경호와 안전, 의전과 시설에 주력한 이유다. 행사 기간에 각국 정상들이 수시로 서울 시내를 오가게 된다. 주요 도로의 교통 통제는 불가피하다. 교통 혼잡의 최소화를 위해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서울 전역에서 승용차 2부제를 시행치 않을 수 없다. 지하철과 버스의 운행을 확대하였으므로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교통 혼잡은 능히 줄일 수 있는 문제다. 정상회의 행사장 주변을 경호안전구역으로 설치한 건 당연한 일이다.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불편이 있지만 부득이한 상황을 이해하고 협조해야 된다. 불과 이틀이다. 국가적 행사 기간에 불법적폭력적 수단으로 집단의 이익이나 의사를 관철시키려는 계획은 자제해야 된다. 일부 노조들의 강성 시위 계획이 알려진 건 안타까운 일이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과시한 성공적인 이벤트였다. 올림픽 개최지라는 자부심에 국민들이 기꺼이 힘을 보탠 덕분이었다. 통역 및 응원 지원 등 각 분야 자원 봉사자 수가 무려 150만명에 달했다.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실시한 차량 운행 홀짝제, 공장 가동 중단 등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개개인이 단기적인 불편을 참아냈다.우리도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저력을 보여줬다. G20 회의를 개최하는 주역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 우리 역사에 남는 또 하나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민의 협조가 중요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인간애

옛 분위기 그대로 추억을 팝니다는 며칠 전 본지 경제면에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접객업소의 인테리어나 메뉴에 선술집 등 복고풍이 분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새마을운동을 모티브로 한 새마을식당도 있어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새마을운동은 대단했다. 1970년 4월22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도지사 회의에서 제창해 시작된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운동은 국민정신을 개조했다. 단군 이래 수천년 동안 줄곧 그 모습이던 농촌을 일신시켰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라고 했던 새마을 노랫말대로 전국 방방곡곡의 농촌에서 주막과 도박, 가난을 추방한 것이 새마을운동이다. 선술집은 영어로 스탠드바, 일어로는 다찌노미다. 스탠드바는 바텐더와 손님이 카운터를 가운데 두고 상대하는 술집이다. 다찌노미는 서서 마신다는 뜻이다. 우리네 옛 선술집은 주로 도회지 풍물이다. 나무로 짠 길다란 술청 앞에서 선 채로 술을 먹던 집이다. 술은 막걸리다. 한 되 술은 찌그러진 주전자에 담고 낱잔으로 파는 대포는 한 사발이 한 잔이다. 안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김치깍두기가 안주의 전부다.가난했던 그 시절이 왜 추억이 되는 것일까,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은 인간애 운동이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믿음의 구심체였다. 선술집은 인정이 넘쳤다. 미국 서부의 스탠드바처럼 총잡이가 있던 것도 아니고, 일본의 다찌노미처럼 사무라이가 설쳤던 것도 아니다. 우리의 선술집은 민초들이 한잔 술로, 요즘 말로 하면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끼리도 시선이 마주치면 눈웃음을 나누곤 했다. 비록 없이 살아도 사람 냄새 나게 살았던 얘기가 어찌 새마을운동이나 선술집뿐이랴, 이 밖에도 많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풍요 속에서 산다. 그런데 사람이 두려운 세태가 됐다. 집 방문객에게 문도 제대로 안 열어준다. 이웃끼리 별미를 만들면 나눠 먹었던 예전과 달라서, 혹시 누가 음식을 줘도 반갑잖게 여겨 버리기 예사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세상이 됐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복고풍을 통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구다. 복고풍보다, 현대풍의 사람이 반가운, 사람냄새 나는 인간애의 사회 건설이 있어야 겠다. 임양은 주필

낙엽송(頌)

늦가을 비는 겨울을 부른다. 비를 머금은 도심 속 낙엽이 싱그럽다. 낙엽 속 단풍이 영롱하다. 가로수 잎마다 단풍이 곱다. 느티나무며 벚나무 잎은 적록 단풍, 은행나무 잎은 노랑 단풍이 든다. 단풍은 낙엽의 전주곡이다. 보도에 수북이 쌓인 낙엽, 나뭇가지의 단풍잎들이 늦가을 도심의 정취를 물들인다. 길 가다가 낙엽을 손으로 끌어안던 두 여고생이 마침내 나물 흔들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손뼉을 치고 탄성을 지르는 거리, 수원시 장안구청 앞은 낙엽의 거리다.5월은 나뭇잎이 새 순을 트는 신록의 계절이다. 11월은 단풍잎이 지는 낙엽의 계절이다. 1년 열두 달 가운데 여섯 달을 피고 지면서 세월을 재촉한다. 이 달이 가면 또 한 해가 훌쩍 넘어가는 12월이다. 낙엽을 노래했다. 낙엽을 긁어모아도 북풍의 싸늘한 망각의 어둠 속으로 몰아가 버리네 추억과 회한도 저 낙엽과 같은 것은 이브 몽탕이 영화 밤의 문에서 부른 낙엽이란 샹송의 일부분이다. 국내 가요도 있다. 거리마다 낙엽이 쌓이면 어쩐지 나는 눈물이 어려요, 가까이 와요 외로워지면 나 여기 있고 우리는 영원한 연인 낙엽 쌓이는 노랫말은 최진희가 부른 낙엽의 한 대목이다.낙엽은 슬픈 것인가, 슬픈 노래가 많다. 낙엽은 사라진다. 낙엽 지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이 불기도 해서 슬프게 느껴지는 게 사람의 정서일지 모른다. 하지만 낙엽이야말로 늦봄에 신록으로 시작해서 여름철 이파리 구실을 다하고 늦가을 단풍으로 마치는 나무의 성장 동력이다. 낙엽은 내년을 위한 나무의 겨울잠 채비인 것이다.뭔가에 쫓기듯이 바쁘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세월을 실감하는 늦가을의 거리에서 하늘을 본다. 하늘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늘은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는데, 땅위 인간사는 한 해가 다르다.낙엽은 새로운 시작의 예고다. 새 희망을 전제한다.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라는 고시조가 있다. 낙엽이라고 해서 잎이 아닌 것은 아니다. 도심의 거리에 뒹구는 단풍낙엽이 무척 아름답다. 임양은 주필

정치인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 치솟던 하토야마 일본 수상이 불과 1년도 안돼 급전직하로 추락해 수상직을 사임, 정권을 간 총리에게 넘겼다. 자민당 만년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당 정권은 일본 국민의 기대가 컸었다. 특히 일본 개조론을 부르짖은 하토야마에게 갖는 기대는 더 했다.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재설계를 들고 나와 미국 역사상 초유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지난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2008년 대선에서 사상 최다 득표로 당선된 오바마가 2010년 중간선거에선 72년 만에 기록된 최악의 패배를 안았다.하토야마나 오바마의 추락은 정치인의 인기가 얼마나 무상한가를 말해준다. 두 사람 모두 경제를 국민의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해 불만을 샀다. 경제의 중심은 실업률 감소로 곧 일자리 창출이다.프랑스는 얼마 전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350만명의 노조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된 노조의 파업 및 시위는 그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개혁에 후퇴는 없다고 맞서 결국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로 발효를 앞두고 있다. 프랑스의 연금개혁은 2018년 부터 퇴직자 연금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는 것이 골자다. 즉 수혜자가 2년을 손해보는 것이어서 우리네 같은 포퓰리즘에 젖은 관념으론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연금 복지 안정을 위한 개혁으로 이를 관철 시켰다. 정치인은 국민의 인기를 먹고 산다. 그러나 국민의 인기만 의식해서는 소신을 제대로 펴지 못한다. 국민사회 구성 또한 다원 다계층이다. 하토야마, 오바마, 사르코지의 사례를 보면서 국민에게 순응해야 하고, 국민을 거스를 줄 아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생각 해본다.국내정치는 눈치정치다. 국민에게 마냥 듣기좋은 소리만 하는 게 만병통치 처방인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국민이 듣기에 안좋은 말도 할 줄 아는 것이 소신있는 정치인이다. 우리에겐 이런 정치인이 없다. 심지어는 눈치놀음으로 이말했다가 저말했다가 하는 냄비정치인들도 있다. 임양은 주필

정치인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 치솟던 하토야마 일본 수상이 불과 1년도 안돼 급전직하로 추락해 수상직을 사임, 정권을 간 총리에게 넘겼다. 자민당 만년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당 정권은 일본 국민의 기대가 컸었다. 특히 일본 개조론을 부르짖은 하토야마에게 갖는 기대는 더 했다.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재설계를 들고 나와 미국 역사상 초유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지난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2008년 대선에서 사상 최다 득표로 당선된 오바마가 2010년 중간선거에선 72년 만에 기록된 최악의 패배를 안았다.하토야마나 오바마의 추락은 정치인의 인기가 얼마나 무상한가를 말해준다. 두 사람 모두 경제를 국민의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해 불만을 샀다. 경제의 중심은 실업률 감소로 곧 일자리 창출이다.프랑스는 얼마 전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350만명의 노조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된 노조의 파업 및 시위는 그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개혁에 후퇴는 없다고 맞서 결국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로 발효를 앞두고 있다. 프랑스의 연금개혁은 2018년 부터 퇴직자 연금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는 것이 골자다. 즉 수혜자가 2년을 손해보는 것이어서 우리네 같은 포퓰리즘에 젖은 관념으론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연금 복지 안정을 위한 개혁으로 이를 관철 시켰다. 정치인은 국민의 인기를 먹고 산다. 그러나 국민의 인기만 의식해서는 소신을 제대로 펴지 못한다. 국민사회 구성 또한 다원 다계층이다. 하토야마, 오바마, 사르코지의 사례를 보면서 국민에게 순응해야 하고, 국민을 거스를 줄 아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생각 해본다.국내정치는 눈치정치다. 국민에게 마냥 듣기좋은 소리만 하는 게 만병통치 처방인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국민이 듣기에 안좋은 말도 할 줄 아는 것이 소신있는 정치인이다. 우리에겐 이런 정치인이 없다. 심지어는 눈치놀음으로 이말했다가 저말했다가 하는 냄비정치인들도 있다. 임양은 주필

공짜 강의료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은 초빙교수전문교수 등 비전임직 교수들에게 거액을 지불해 화제(?)다. 카이스트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에게 제출한 2008~2010년 비전임직 교수 채용 현황에 나왔다. 이 자료에 전문교수 18명, 초빙교수 138명 등 비전임교수 156명이 지난 3년동안 받은 연봉과 학기별 강의 시간이 담겼다. 카이스트는 3년 동안 비전임교수들에게 83억7천36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은 21명은 연봉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똑같이 강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초빙교수와 전문교수 65명은 연봉을 22억6천393만원이나 받은 점이다. 65명 가운덴 전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우식 전 과학부총리는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고 3년 동안 8천만원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씨도 전일제 초빙교수로 6천만원,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강의 없이 3천160만원을 지급받았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등 적은 시간의 강의를 하고 거액을 받은 전직 관료들도 있다. 시간당 4만원 안팎의 강사료를 받는 7만여명의 시간강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카이스트는 교과부로부터 출연금 형식으로 매년 수천억원을 받는다. 이 돈은 카이스트의 경상 운영비와 일부 연구비로 쓰인다. 카이스트는 교과부 예산 외에도 기업으로부터 산학연구비와 후원자들로부터 기부금 등을 받는다. 그런데 카이스트가 자문료와 학생지도비가 포함됐고 김 전 부총리는 2008년 교내에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을 설립할 때 도움을 주었다고 이상하게 해명했다. 그렇다면 김 전 부총리에게 준 돈은 대학원 설립에 따른 사례비란 얘기인가. 국민의 혈세를 받아 운영되는 카이스트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을 초빙교수로 채용해 강의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거액의 수당을 지급한 것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무시한 처사다. 조속히 감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강도 높은 제재를 해야 된다. 세금을 펑펑 쓴 카이스트도 그렇지만 공짜 강의료를 냉큼냉큼 받은 인사들의 양심도 속이 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다람쥐 밥 도토리

도토리는 떡갈나무, 갈참나무, 줄참나무,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종류의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상실(橡實)이라고도 한다. 안에 녹말이 많아 묵을 만들어 먹는다. 예로부터 가뭄이나 흉작에 의해 먹을 것이 귀해졌을 때 쌀과 보리 등의 주식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구황(救荒기근 때 굶주림을 면하도록 주는 곡식의 북한어)을 위한 대표적인 양식으로 많이 사용됐다. 특히 평소에도 먹기가 좋아 인기가 있었으며 조선 시대엔 평년에도 미리 수집을 하여 비축토록 하였다. 본초강목에 흉년에는 산사람들이 밥을 해 먹거나 찧어서 가루로 먹었으며 풍년에는 돼지에게 주었다고 전한다. 잘 익은 도토리의 경우 보관을 잘 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조정에서 소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산에 잣나무와 도토리 나무를 심는 것을 장려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도토리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쓰고 떫으며 독이 없다고 하였다. 설사와 이질 등을 낫게 하고 장과 위를 든든하게 하여 몸에 살을 오르게 한다고 기록됐다.도토리에 관한 관용구와 속담도 재밌다. 도토리 키재기는 정도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서로 다툼을 이르는 말이다. 도토리는 벌방(벌) 내려다보면서 열린다는 말은 농사가 잘 되는 때에는 도토리도 많이 열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북한 속담이다. 떼굴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 /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골짝에서 왔지 / 떼굴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 / 깊은 산골 종소리 듣고 있다가 왔지 / 떼굴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 / 다람쥐 한 눈 팔 때 졸고 있다가 왔지 같은 도토리를 그린 동요도 많다.도토리는 사람만 먹는 열매가 아니다.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 번 넘으렴 / 팔닥 팔닥 날도 참말 좋구나란 동요처럼 다람쥐들이 특히 좋아한다. 겨울철 식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을 찾는 사람들이 도토리 생긴 게 귀여워 무심코 주머니에 넣고 간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가면 다람쥐의 먹을거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겨울철에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묵을 쑤어 먹을 거라면 혹 몰라도 장난 삼아 도토리를 집에까지 갖고 올 일은 못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중국어선

백령도 근해는 공해도 아니고 영해다. 백령도 어민들이 겪는 중국어선의 횡포는 집마당에서 당하는 폭력이다. 중국어선이 떼를 지어 백령도 근해에서 불법 조업하기가 예사다. 우리 어민들이 쳐놓은 정치망을 걷어가는 등 그 행패가 가히 해적 수준이다.우리 어민들이 못들어가는 북방한계선(NLL) 등 어로저지선을 중국어선들은 맘대로 드나들며 조업하는 것은 그런다 쳐도, 우리 어민들에게 중국어선이 직접 입히는 폐해는 참다가도 분통이 터지는 노릇이다. 며칠전 우리 어민이 또 기막힌 변을 당했다. 백령도 연지어촌계장이 쳐놓은 꽃게잡이 박통 50개를 송두리 째 도둑 맞았다. 잡아 올릴 꽃게는 빼고 어구만해도 시가가 500만원대다. 다른 어촌계원들도 같은 변을 당했다. 이 도둑이 또한 중국어선이다. 강풍주의보를 피해 백령도 등지에 피항했던 중국어선 300여척이 돌아가면서 이런 몹쓸짓을 했다. 태풍을 피해 무사히 돌아가는 것도 고마워해야 할 판에 도둑질까지 해갔다. 피해 어선 42척에 어구 피해 5억7천만원, 조업 손실액이 10억원에 이른다는 것은 어제 본지에 보도된 내용이다. 중국어선이 조업해상에서만이 아니고, 이젠 피항해 손님으로 왔다가 돌아가면서까지 도둑질을 일삼으니 도둑을 끼고 사는 셈이다. 이에 어민들이 중국어선의 불법행위 근절 대책과 함께 피해보상을 농림수산식품부에 진정했다고 한다. 도대체 나라에선 뭘 하는지 모르겠다. 역대 정권이 다 이 모양이다. 우리 영해에서 우리 어민들 하나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나라있는 백성이라 할 수 있는 지 참으로 한심하다. 중국어선의 서해상 횡포, 특히 백령도 근해의 만행은 외교문제화 할 만 하다. 한데, 일언반구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평양정권을 의식해 중국의 비위를 거스리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자국 어민이 중국어선에 이리 당하고 저리 당해도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를 어민들 입장에선 정부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임양은 주필

이재오 90도 인사법

한글로는 최경례이고, 한문으로는 最敬禮다. 일본말로는 사이게이례다. 가장 존경하는 뜻으로 정중히 경례함 또는 가장 존경하는 뜻으로 허리를 많이 굽혀 공손히 하는 경례란 것은 국어사전 낱말 풀이다.그러나 일본말의 사이게이례는 다르다.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인사법이다. 그리고 사이게이례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일본 국왕 부부에 국한한다. 국왕 부처외에는 내각의 총리대신에게도 사이게이례를 하지 않는다. 국왕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왕궁인 니주바시(二重橋)를 지나면서 절을 해도 역시 사이게이례를 하는 것이 일본의 예절 법도다.국어사전이 최경례를 일본의 사이게이례처럼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하지 않고, 다만 허리를 많이 굽혀 공손히 하는 경례라고 한 것은 우리에겐 90도 인사법이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90도 인사법이 나왔다. 서울 은평을 728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당선 직후부터 90도 인사법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말인 즉슨 과거를 반성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처음 시작한 90도 인사법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김영삼 전 대통령, 친박계 여의도 포럼 이경재 의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이어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에게 잇따라 했다. 허리를 완전히 90도로 꺾으면서 상대의 손을 자신의 두손으로 모아 감싸는 그의 인사법은 정중함이 넘쳐 과공비례를 연상케한다.아니나 다를까 자승 총무원장이 한마디 했다. 고개를 너무 많이 숙이면 눈을 볼 수 없어 뭔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면서 45도만 숙일 것을 권했다.이재오 의원은 재보선 후 특위장관이 되었다. 그의 90도 인사법이 여전히 계속될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숨기는 것은 있을지 모른다. 킹 메이커는 별명이다. MB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또 누구의 킹 메이커가 될 것인가에 정가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근래들어 누군가 보단, 자신이 직접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그러고 보면 이재오 의원의 90도 인사속엔 차기 대권 구도가 담겨져 있다는 해석이 나올 법 하다. 최경례 의미가 뭔지 두고 볼 일이다. 임양은 본사 주필

인구주택 총조사

오늘부터 15일까지 2010 인구주택 총조사가 실시된다. 5년마다 한 번씩 국내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구주택 총조사는 우리나라의 모든 인구, 가구, 주택에 관한 내용을 파악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국가 기본 통계조사다. 지난 22일 시작한 인터넷 조사가 이달 말 끝나면 오늘부터는 보름 간 조사원들이 각 가구를 방문, 면접 조사를 실시한다. 인터넷 조사는 응답률을 끌어올리고 인건비 인쇄비 등 총 140억원의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5년 전 처음 도입한 방법이다.모든 정책은 각종 통계를 근거로 수립한다. 인구주택 총조사는 앞으로 5년 간 효율적인 나라 살림을 설계하는 국가 기본 통계는 물론 선진 일류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총조사는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사회적 관심사항인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와 외국인, 저탄소 녹색성장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됐다. 국민의 응답 부담을 줄이고, 조사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조사를 확대 실시하고,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을 배려하여 9개 언어로 된 조사표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에 달하고 다문화 가정도 15만가구를 넘기 때문이다. 총조사의 핵심은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실한 응답이다. 다소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사실이 기재되도록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기입하는 응답 내용은 오직 통계의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물론 법에 의해 엄격히 보호돼야 한다. 10만여명의 조사원이 동원되고 예산도 1천800억원에 이르는 국가적 대사업이다. 우려되는 게 없진 않다. 예년의 경우 방문 조사원들의 강압적인 태도와 준비 부실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낮에 집을 비우는 가정이 많아 조사원이 심야 방문한 일도 논란이 됐었다. 조사원들의 언행이 신중하고 예의를 지켜야함은 말할 나위 없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온전한 기초 자료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다. 소중한 응답 하나 하나는 밝은 미래를 여는 선진 한국의 초석이 된다. 인구주택 총조사는 국가의 일이지만 결국은 개개인을 위한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문학작품 오역

詩를 위주로 한 한국 문학작품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잘못 전달된 사례를 소개한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욱동 통번역학과 교수의 논문 한국 문학의 영문 오역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논문에 실린 11건 가운데 한용운의 임의 침묵 오역은 충격적이다. 원문은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갓슴니다인데 뜬금없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였듯이 당신도 나를 사랑하였다는 구절이 삽입됐다. 더구나 번역된 시의 제목은 Meditation of the Love(님의 명상)이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라는 구절은 강도가 모든 빛을 빼앗아갔습니다. / 산에서는 푸른 빛을 / 계곡에서는 붉은 빛을로 바꿔 놓았다. 보스턴대와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뉴욕대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했던 한국 문학의 권위자 강용흘(1898~1972) 선생의 번역이란다. 원문의 적은 길을 적(賊)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함께 번역한 미국인 아내 킬리 여사가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 같다.이문열 작품 시인에 나오는 백수(白首)라는 뜻은 동양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뚜렷한 벼슬이나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 단어인데 번역자 티크는 초판번역본에 grey-haired(흰머리)라고 번역했다. 정지용의 시 비로봉 마지막 구절 흰 돌이 / 우놋다는 흰 들이 웃는다가 돼 버렸다. 번역자 키스터 신부가 민음사의 정지용 전집을 보고 번역했기 때문이다. 민음사의 책에 흰 돌이 흰 들로 잘못 나와 있었다고 한다. 또 우놋다는 우리 고어로 울다라는 뜻인데 번역자는 정반대의 뜻인 웃는다로 잘못 해석했다. 신라 향가 제망매가를 번역한 호주 외교가 부조도 원문과는 사뭇 다른 번역을 해놓았다. 현대어로 옮긴다면 삶과 죽음의 길이 / 여기에 있음이 두려워(머뭇거리며) /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정도의 뜻이 될 테지만 한 구절도 제대로 옮기지 못했다. 한국 문인 중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은 것은 번역 문제 탓도 있다. 번역의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2명 배출했다. 임병호 논설위원

‘납치산업’ 무감각증

사람들을 걸어 다니는 황금이라 부르며 상품처럼 사고파는 게 이른바 납치산업이다. 납치산업 발생 지역도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중남미와 소말리아는 물론 나이지리아, 모리셔스, 콩고민주공화국,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파키스탄, 필리핀 등이 급부상했다. 관련 산업도 급성장했다. 몸값을 대신 지급하는 보험회사가 생겼고, 고액을 받아내는 협상전문가, 변호사 등이 호황을 누릴 정도다. 그래서인지 납치사건은 매년 증가한다. 멕시코에서는 2008년에만 7천명 이상 납치됐고, 나이지리아에선 납치사건이 지난해 1천건 이상 발생했다. 전 세게적으로 매년 적어도 1만2천명이 납치된다.납치범에게 지불하는 몸값도 갈수록 커진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2006~2008년 남치범에게 지불된 몸값 규모가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북아프리카에선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UIM)가 외국인 납치 산업에 뛰어들면서 연간 약 2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한다.몸값을 올린 주범은 소말리아 해적들이다. 과거 해적들이 요구하던 몸값은 1인당 15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300만 달러로 두배나 뛰었다. 선박의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외국인 1인당 20만 달러를 요구하지만 선박은 3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를 제시한다.케냐 연안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어선 금미305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지난 17일경 또 납치됐는데 국내가 조용한 게 이상하다. 올 4월 한국인 5명이 승선한 원유운반선 삼호드림호가 피랍된 지 6개월 반이 지나도록 석방교섭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인 2명과 중국인 2명, 케냐인 39명이 탄 금미305호가 납치돼 큰 걱정이다. 한국 선적이거나 한국인이 탄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사건만 이로써 7건으로 늘었다.2008년 10월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을 허용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838호가 채택되면서 한국 등 27개국이 함정을 파견했는데도 올 7월 현재 22척의 선박과 387명의 선원이 억류돼 있을 정도로 여전히 해적이 횡행한다.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에도 해적들의 납치산업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큰일이지만 정부도 무정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도로명주소

지번이라고도 하는 번지는 토지에 매긴 번호다. 표기에 예를 들면 100의 3이라 하고, 100-3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100의 3번지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률상 100번지의 3호가 정답이다.대부분의 지번도를 보면 꽤나 복잡하다. 번지수 찾기가 종잡기 어려운 게 많다. 지번이 차례로 매겨있지 않고 건너 뛰거나 엉뚱한 곳에 있기가 예사다. 번지만 해도 이러한 터에 호수 또한 찾기 어렵게 배열됐다. 호수 역시 가령 100의 20 등으로 으레 같은 지번에서도 광범위하게 분활됐다.지번의 시작은 불행한 역사다. 1910 년 일제 강점 후 식민지 수탈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지번은 문자 그대로 토지에 대한 개념이다.이에 비해 건물에 대한 개념이 도로명주소다. 이미 도로명과 건물번호 안내판 등이 정비됐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012년 1월1일부터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본격 시행한다고 한다. 주민등록부도 도로명 주소를 쓰고,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이나 분실 재발급에도 도로명 주소를 기입하는 등 주소의 행정체계를 바꾼다는 것이다.체계적인 도로명 주소가, 왔다갔다하는 지번 주소보다 주소지 찾기가 더 쉬운 것은 사실이다. 행안부의 순찰차 출동 시범운영 결과 지번주소보다 도로명 주소가 약 30% 포인트 앞섰다는 것이다.주소 개편에 3천582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주소지 찾기가 더 쉬워진 유류비 시간낭비 예방으로 절감되는 연간 이익이 금액으로 따져 4조3천억원 상당이라는 것이 행안부의 추정치다.그러나 도로명주소는 생활편익 위주에 그친다. 재산보호 장치는 여전히 지번 주소에 의존한다. 땅만이 아니라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은 계속해서 지번으로 처리된다. 지번제를 바꾸면 약 100년 동안 이어온 부동산 소유권 행사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지번제를 도로명제로 완전히 바꾸지 못하는 원인 또한 일제의 식민지 잔재다. 주소지의 이원화가 불가피 하다. 토지 중심의 지번제와 건물 중심의 도로명제를 병행하는 주소지 체계가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임양은 본사 주필

개헌설

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김영상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있었을 때다. 이제 7공 정권이 들어서면 하는 이가 있었다. 사회적 신분이 상당했던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이 바뀌면 공화국 기수도 달라지는 것으로 잘못 안 것이다. 헌정사상 몇 공화국 하는 기수가 헌법이 정한 정체를 준하는 것은 상식이다.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29일 8차에 걸쳐 개정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도 노태우 정권과 같은 제 6공화국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6공1기(노태우 정권), 2기(김영삼 정권), 3기(김대중 정권), 4기(노무현 정권), 5기(이명박 정권)로 분류하겠으나 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1948년 7월12일 건국 헌법이 제정된 이후 여덟 번의 개헌이 있었으므로 모두 9개의 헌법이 있었다. 이 가운데 최장수를 누리는 게 현행 헌법으로 23년이다. 1948년 8월15일 건국 이래 1987년 8차 개헌까지의 평균 수명 4년9개월과는 비교가 안된다.이래서인지 가끔씩 개헌론이 고개를 든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엊그제 G20회의가 끝난 후 개헌을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은 청와대 측도 원한다. 민주당 측 또한 여권의 정략적 의도가 배제되면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궁금한 것은 뭘 개헌하느냐는 것이다. 전에 간헐적으로 나왔던 것은 대통령의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 복귀설이다. 이외엔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그냥 개헌을 들먹인다.대통령 임기의 현행 5년 단임제도 나쁜 것은 아니다. 좋은 점도 있다. 4년 중임제 역시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 또한 있다. 요컨대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 개헌론자들 속셈은 권력 구조 개편을 둔 동상이몽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국민의 권리와 의무나 경제조항을 만약 섣불리 잘못 손대다가는 재앙을 초래한다.이권의 개헌 논의 발표가 현명한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개헌의 필요성은 국민사회가 인식하고 있지 않다. 정치권 편의를 위한 개헌은 국력 소모다.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층더러 개헌 찬반 투표를 하라고 하면, 아마 다대수가 생뚱맞게 여길 것이다. 헌법이 잘못되어 정치가 이 모양인 것은 아니다. 임양은 주필

화성골든벨

올 수원시화성문화제에서 새로 생긴 화성골든벨은 단연 압권이다. 물론 다른 행사도 좋지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화성골든벨은 퀴즈 풀이를 통해 화성문화제를 왜 갖는가에 대한 의미를 터득게 한 점에서 수작으로 꼽힌다. 특히 학생들이 주인공인 것은 미래 지향적이다. 어른만의 행사가 아닌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지역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예비 주역의 긍지를 갖게 해 준다.수원은 정조가 만든 당시의 신도시다. 이 신도시를 둘러싸고 축성한 것이 화성이다. 이에 관련한 문제만이 출제된 화성골든벨엔 25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한 문제씩 풀어나갈 때마다 환호성이 터지곤 했다. 정답이 원행을묘정리의궤나 녹로인 문제는 쉽지 않다. 정조19년(1795년) 윤2월13일 정조대왕이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수원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갖고, 백성들에게 구휼곡을 나눠주는 등 행궁에 머문 동정을 자세히 기록한 것이 원행을묘정리의궤다. 또 녹로는 화성 축성 시 정다산이 발명한 운반기계로 그의 다른 발명작인 유형거, 거중기와 구분이 간단치 않다. 즉 유형거는 수레가 경사로를 오르기 쉽게 저울 원리를 이용해 만들고, 거중기는 도르레를 이용해 석재 등 상하 운반이 쉽도록 하고, 녹로는 좌우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서 만든 기계로 각각 용도가 다르다. 이런 까다로운 문제를 다 맞춰 마침내 골든벨을 울린 최종 승자가 신풍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다. 마지막 문제로 녹로를 맞추고도 여유로운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수원시에서 장학금으로 백만원을 주었다.수원시는 올 화성문화제 행사를 치르면서 2억4천만원을 절감했다. 아마 연예인 등을 불러오는 경비를 없앤 것 같다. 화성문화제는 시민문화제다. 연예인 공연무대가 아니다. 화성골든벨은 학생행사였지만 어른들도 배울 점이 참으로 많다. 수원에 살면서 수원의 정체성을 아는 것은 고장 사랑이다. 이런 수원의 정체성은 또한 역사문화다. 역사문화와 미래문화를 함께하는 화성문화제가 한층 돋보인다. 임양은 주필

지적장애인 수난시대

정신의학에 따르면 지적장애(知的障碍)는 증세의 경중에 따라 분류한다. 한때 표준으로 사용했던 노둔(魯鈍)치우(癡愚)백치(白痴) 등의 호칭은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 지적장애의 범주는 개인의 신체적사회적 발달상태를 고려하여 정하는데 대체로 지능지수(IQ)와 일치된다. 지적장애 중 IQ 53~70은 상위범위로 대부분의 지적장애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특수훈련을 받으면 학문을 배울 수 있고, 직업을 가질 만큼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학교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은 지능지수로 판단하는데 IQ 50 ~75는 교육가능, 25~ 50은 훈련가능, 0~25는 보호 필요로 구분된다고 한다.지적장애 원인은 일반적으로 출생 전후 또는 분만 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원인들로 인해 생긴다. 예컨대 크레틴병이나 몽고증을 유발하는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질병, 수막염(髓膜炎) 같은 감염성 질병, 신체 기형, 방사선, 납 등의 유독성 물질에 의한 중독, 머리의 손상, 영양 실조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벼운 진행성 장애의 경우는 아동기 초기에 주로 빈곤으로 인한 경제적문화적 결핍이 그 원인일 수 있다. 지적장애는 본인이 거의 장애를 자각하지 못한다고 한다.그런데 작금 지적장애인들이 수난을 겪고 있어 공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지적장애 여중생이 남고생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은 무참하다. 몰지각한 것은 집단성폭행한 고교생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경찰이다. 가해학생들이 미성년자인 데다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고 폭력이 행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처분했다니 소설가 공지영씨의 말마따나 도대체 정말 이게 제 정신으로 하는 짓인지 기가 막힌다. 과거에도 많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거불능 상태의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결한 경우가 많았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16명이 집단성폭행하는데 건강한 운동선수 여성인들 항거할 수 있겠는가.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행사건은 경찰 수사과정뿐 아니라 법정에서조차 항거불능상태의 성폭력이 아니다라는 판결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은 재수사를 하여 범죄자들을 엄벌해야 마땅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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