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공하는 인생의 고급기술

6월에 들은 이야기다. 어느 부인이 더위를 못 참고 에어컨을 켜려는 남편에게 한 마디 했다. 아직은 참을 만한데 벌써 에어컨을 켜느냐. 그랬더니 남편은 조금도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이렇게 받아쳤다. 지금도 참고 사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것까지 참으라고 하느냐? 부인은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답변에 주춤하다가 에어컨 리모콘을 빼앗아 남편이 좋아하는 서늘한 온도에 맞춰주었다고 한다. 영화제작자이자 ‘스토리텔링의 거장’이라고 부르는 그렉 S. 리드가 쓴 전략적 인내라는 책이 눈길을 끈다. 인내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핵심이 되는 무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인내하는 기준선이 점점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본래 ‘전략적 인내’는 군사 용어다. 적을 응징할 만한 군사력이 있지만 적의 도발을 못 본 척하고 참는 것을 말한다. 도발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할 때 ‘전략적 인내’를 하게 된다. 인생과 전략적 인내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리드는 적의 계략에 휘말려들지 않고 인내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전장처럼, 우리 인생도 살아가는 동안 여러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삶을 길게 보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도 인내가 필요하고,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서도 인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잘 인내하고 견뎌서 잘된 사람은 많지만 인내하지 못한 한순간 때문에 자기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사람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다 그렇게 하면서 살면, 나도 문제의식 없이 따라가고 싶은 일들이 많다.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이면 하지 않아야 한다.그것이 긴 인생살이 동안 내 스스로 위기에 빠뜨리지 않는 일이며, 언젠가 내 삶을 회고할 때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었음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순간이다. 물론 인내가 무조건 옳을 수는 없지만, 인내든 행동이든 그 모든 삶의 잔기술이 총동원되어 어느 순간 고급 기술로 승화할 때 전략적 인내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더불어 밋밋하고 심심할 수도 있는 우리 인생을 한결 풍성한 스토리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전미옥 문화출판그룹 마이스토리 대표

[천자춘추] 함께하는 놀이문화 되살려야

함께하는 놀이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함께하는 놀이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 오늘의 아이들은 각자 따로 노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마을과 학교에서 함께하는 놀이는 점점 줄어들고 실내에서 혼자만의 컴퓨터 게임, 휴대폰 등에 의존하는 놀이문화가 어느 사이 우리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40~50대 이상의 장년층이라면 누구나 마을과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이에 흠뻑 빠져 있었던 즐거운 기억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 함께 한 놀이는 단순히 놀이에 그치지 않고,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깨닫고, 여럿이 함께 즐기며 협동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되어 왔다. 하지만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협동하며 공동의 성취를 기뻐하고, 함께 아쉬워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던 놀이문화는 차츰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주당 운동시간이 1시간 미만인 학생 비율은 초등학교 4학년 42%, 5학년 42%, 6학년 38%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직접 햇볕에 노출되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 D의 결핍률은 9∼11세 62.8%, 12∼14세 75.1%(서울의과학연구소 연구결과ㆍ2015)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초등학생들의 부족한 운동량과 균형 있는 건강관리 간의 상관관계에 바탕하여 초등학교에서의 놀이교육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지난 7월 발표한 바 있다. 화성 수기초등학교 등 도내 42개교를 ‘놀이교육 중심학교’로 지정하고 연차적으로 지정 학교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참고할 수 있는 전래놀이 80종을 담은 ‘친구야, 놀자!’ 장학자료를 개발하여 보급할 계획으로 있다. 뿐만 아니라 놀이와 체육수업을 연계하여 체육교육과정을 통한 놀이교육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체육전담교사를 2017학년도부터 3학년 이상 학급 수 6학급 이상인 초등학교에 모두 배치할 계획이라 한다. 마을과 학교에서 우리의 건강하고 신명나는 놀이문화를 되살려야 한다. 컴퓨터, 휴대폰 중심의 혼자 하는 놀이에서 서로가 함께하는 공감적 놀이문화를 되살려야 한다. 학교와 마을에서의 건강한 놀이문화는 학생들의 체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소통과 협력의 가치를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새로이 발표된 경기도교육청의 놀이문화 활성화 계획을 계기로 놀이문화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마을과 학교에서 서로 간의 소통을 이어주는 든든한 연결고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심학경 고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폭염과 농부의 마음

필자가 사는 10층 아파트 밖은 푸른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오! 푸른 바람 불어와 푸른빛 물결 일으킨다네, 오! 온통 푸른 이 목장 수풀은 잘도 자랐네, 헤이’ 아파트 거실에서 푸른 농경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중학교 때 배운 푸른 목장이란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 겨울철 농촌은 생기 발랄한 도시에 비교하면 쓸쓸하기 그지없다. 농작물을 수확하고 난후의 빈 농경지와 여기저기 비어 있는 집들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노인 몇 분만이 옹기종기 마을회관에 모여 계시는 것을 보면 내년에 저 많은 땅들이 가꾸어 질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하지만 봄이 되면 예년과 같이 주변의 모든 땅들에 작물들이 심어진다. 땅을 놀리지 않는 농부들의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농작물이 심어진 논과 밭은 국민 모두에게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경제학에서 어렵게 표현하는 외부효과란 용어의 예로 이처럼 적절한 것이 또 있을까.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농사짓기가 높기로는 선비만 못하고 이익으로는 장사만 못하고 편안하기로는 공업만 못하다’고 하였다. 귀농이란 이름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고, 스마트 농업이란 말도 유행하지만 농업이 어려운 것은 다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국토를 푸르게 하는 일등 공신인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농사란 때가 있는 법이다.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도 따 말려야 하고 늦기 전에 참깨도 베어서 털어야 한다. 배동받이가 시작한 벼에게 물을 충분히 대어주어야 하며 논두렁에 심은 콩도 건사해 주어야 한다. 오죽하면 ‘어르신 여러분 더위 때는 제발 쉬세요’하는 현수막을 여기저기에 붙여 놓고, 폭염 경보가 발령될 때는 ‘오후 5시까지는 일하지 마세요’라는 마을 방송도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농작물들이 농부들을 가만두지 못한다. 이상 기후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기후가 빠르게 변화는 나라도 많지 않다고 한다. 좁은 국토에 지나치게 많은 공장과 도시적 시설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의 논을 전부 주택용지로 전환하였을 때 평균 기온이 1℃ 상승한다고 한다. 이제 머지않아 온 국토는 황금빛으로 물들을 것이다. 가을 농촌 들녘의 풍성함은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쌀농사를 지어도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지푸라기 밖에 없어요’라고 하는 어느 할머니 농담 섞인 푸념에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아름다운 농촌풍경이 연출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국민 모두에게 그리고 우리 국토에서 농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함무라비 정신이 그립다

기원전 1800년경 고대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이 만든 함무라비 법전 200조에 보면, 흔히들 말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보복법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인권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는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가혹한 형벌이란 생각도 일견 든다. 하지만, 이 법의 저간에 깔린 정신은 기본적으로 약자를 보호하고 모든 백성에게 정의를 권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의가 사라지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할 정도로 만연해 가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는 작금의 우리에게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바,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부분이다. 중국 전국시대에는 일벌백계(一罰百戒)라 하여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만인에게 경계가 되도록 한다는 고사로 손자의 일화도 있다. 오왕 합려가 손자를 만나 실제 군사를 지휘하는 것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손자는 궁녀 180명을 대상으로 군령을 선포하고 군고를 쳐서 명령하였으나 웃기만 할 뿐 따르지 않자 대장으로 임명한 총희 2명을 목을 베고 차석의 궁녀를 대장으로 삼아 명령하자 궁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를 그린 사마천의 사기 오자서 열전에 보면 도행역시(倒行逆施)란 말이 있다. 이는 어떤 일을 할 때, 일의 본뜻과는 관계없이 거꾸로 행하거나 거슬러 시행한다는 의미로서 일상의 기본적 도리를 벗어난 일을 하거나 억지로 행함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의 보험사기의 양태를 보면 꼭 이에 들어맞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에도 사농공상이라는 신분계층의 최하층에 속하는 보부상들에게도 ‘물망언(物望言·헛된말을 하지 말아라), 물패행(勿悖行·패륜행동을 하지 말라), 물음란(勿淫亂·음란한 짓을 하지 말라), 물도덕(勿道德·도적질을 하지 말라)’이라는 4계명이 있어 이를 어기는 자는 엄벌에 처했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와 공모해 수술을 하지도 않고도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하는 등 92건의 보험범죄에 가담한 의사가 받은 처벌은 벌금형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재판부의 의견은 깊이 반성하고 병원을 폐업한 것을 참작하였다고 하나, 이 의사는 바로 옆으로 이전하여 버젓이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일벌백계(一罰百戒), 함무라비의 정신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장

[천자춘추] 장애인 인권, 종사자만의 책임인가?

인권(人權)이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릴 권리’의 뜻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떠한 이유에도 차별받지 않고 행복을 누릴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 더불어 장애인 인권이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한 인권의 확장된 개념이다. 장애인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고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고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 제4조) 하지만, 최근까지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이용장애인 폭행 사건, 장애인 강제노역 및 가혹행위 사건 등이 언론에 보도되며 장애인 인권침해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인지능력이 낮은 지적장애인이 스스로 인권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보호 강화대책’을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 내 공동공간 CCTV 설치, 종사자의 인권교육 의무화, 피해쉼터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장애인 인권침해 사례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당 문제 지역의 실태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사회복지사는 모든 일에 있어서 만능인 ‘신의 한수’가 아니다. 복지사 또한 전문 직업 분야 중 하나일 뿐이고 언론에 비춰진 비윤리적인 종사자는 일부 개인적 문제이거나 상황 전반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오보되는 경우도 있다.대다수의 많은 종사자와 기관은 인권강화와 윤리경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더불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국가·지자체 외에도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등 교육기관과 모든 형태의 공공기관까지 장애인식개선교육 의무기관으로 지정되어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들은 올바른 장애인 인권의식 함양을 도모할 수 있고, 종사자들은 자질 향상 및 전문성 강화와 함께 인권의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보호와 옹호 활동을 지원할 종사자의 인권 또한 중요한 측면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 종사자와 이용자 서로 간의 이해를 높여 인권 침해 발생 사례를 예방하고 인권과 권익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가 공감하는 인권정책 개발과 실질적인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인권의식이 선행되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과 행동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장애인들이 인권침해 없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사회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이흥로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장

[천자춘추] 점심 유감(點心 遺憾)

점심(點心)과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 하나가 전해내려 온다. 덕산 선사는 본래 교학을 전공한 학승이었다. 율(律)과 ‘금강경’에 해박하여 세상에서 그는 ‘주금강(周金剛)’으로 통했다. 그가 불립문자를 내세운 선불교 측과 끝장토론차 길을 나섰다. 여행 도중 저잣거리에서 만난 노파가 그에게 제안한다. 당신께서 금강경에 정통하다하니 질문에 잘 답변하면 점심을 대접하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밥을 굶어야 한다 했다. 노파가 묻는다. ‘금강경’에 과거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 했는데 스님은 점심―곧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시겠습니까. ‘주금강’이란 찬사를 듣던 덕산 화상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물론 점심도 얻어먹지 못했다. 9세기의 덕산은 선리(禪理)를 몰라 점심을 먹지 못했으나 21세기의 한국인들은 시간이 없어서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성장제일주의에 떠밀려 극도의 경쟁에 내몰려 있는데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탓이다. 돈과 음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피곤하고 시간이 없어 아침을 굶고 심지어 점심도 대충 때운다. 식사보다는 잠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극도의 피로사회다. 피로와 출근시간에 쫓겨 아침을 거른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재충전을 위한 황금의 시간이다. 그런데 실상 어떤가. 사람으로 붐비는 직장 주변의 식당이 아니라 교외에서 한적하고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길 겨를이 없다. 한 시간으로는 양질의 서비스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식사도 어렵다. 현대인들은 시간적 약자요, 소수자다.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시간성 같은 형이상학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제 점심이라는 ‘골든타임’을 누릴 수 있도록 12~13시로 정해져 있는 사회적 관행과 정책을 바꿔볼 시점에 왔다. 사회의 다변화에 따라 복지의 개념과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점심식사 시간을 30분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사회적인 토론을 붙여보면 어떨까. 그렇다고 퇴근 시간 30분을 연장하자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한국에서 오후 6시에 정시퇴근을 하는 간 큰 직장인과 공무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유럽처럼 점심시간을 2시간을 주거나 시에스타 같은 라틴 문화는 바라지도 않는다. 시간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과 노동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식사 시간 30분을 연장하는 ‘점심이 있는 삶’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시도해봄직하다. ‘경기’도 살리고, 업무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천자춘추] 상상하는 미술관

100년 전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의 도시 그림들을 본 적이 있다. 오늘날 실현된 것들도 많지만 실소를 머금는 장면들도 많다. 사람들은 이렇게 때때로 비약적인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당대의 상상력은 동시대의 한계를 그대로 담기 마련이다.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어떤 것’들은 대체로 그런 인식하지 못하는 제약 속에서 그려진다. 그렇다고 상상을 멈출 수는 없다. 꿈꾸기를 멈추는 순간,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와 국가를 비롯해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불확실성의 세계를 살아가는 오늘에는 더욱이나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현상을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상과학영화 속의 미래 도시들은 종종 어두운 세계로 묘사된다. ‘새로운 현상’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킨 이유도 있지만, 당대 인식의 한계 속에서만 해답을 구하기에 ‘새로운 관점’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상상한다는 것은 새로운 관점(시대성)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미술 혹은 미술관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은 대중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주는 일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예술가들의 성과는 눈부시다. 때때로 시대를 앞서가는 인식과 표현들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도 만들었지만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건축과 일상의 디자인에 가져온 혁신은 물론이고, 머릿속의 생각도 미술이 된다는 개념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관습적 사고에 언제나 허를 찔러왔다. ‘24시간 개방하는 미술관, 전시실 안에서 캠핑하는 미술관, 재미있는 요리강습과 음식파티가 있는 미술관, 주말 저녁에는 나이트클럽으로 변하는 미술관’, 일상과 예술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대중을 미술관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재발견한 미술관의 이런 변화는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만나게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미술관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왔다. 신생 미술관이 구축해 가야하는 본연의 역할인 ‘조사·연구·수집·보존·전시·교육’의 임무도 막중하지만, 미술관의 이런 복합적이고 다원주의적 활동은 미술관이 평생학습사회에 부응해야하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새로운 콘텐츠의 기획과 운영은 전시뿐만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활동과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천자춘추] 리빌딩 위한 리프레싱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를 리빌딩 하여 정치,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맏형인 경기도가 대한민국을 리빌딩 하겠다고 말한다. 리빌딩의 리(Re)는 다시라는 말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말이기에 호사가들이 트집을 잡기가 만만치 않다. 리빌딩과 리프레싱의 차이는 리빌딩은 토목, 건축 즉 하드웨어적인, 리프레싱은 정신적인 즉 소프트웨어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모든 개혁에는 정신 개혁, 즉 교육 문화의 혁신이 선행 또는 병행돼야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물론 앓고 있는 중병에 대한 원인과 처방에 대하여서는 아전인수 격으로 서로가 옳다며 극과 극으로 대립하여 싸우고 있다.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이다. 그렇지만 진짜 망할 고질병은 이것이 병이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싸운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병을 치유하고 대한민국을 리빌딩하기 위하여서는 리프레싱이 병행돼야 한다. 바로 우리 자신 스스로의 정신을 새롭게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돼야만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다양성과 소수의 인권이 중요하다 하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침해하고 무시할 권리는 없는 것이며, 더더욱 방해하는 것까지 용납돼서는 아니 된다. 또한 좋은 일에 쓴다고 강도짓을 하는 것에 면죄부를 줄 수도, 주어서도 안 된다. 그러면 리프레싱을 어떻게 하여야 될지에 대해 우리 모두는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위기는 우리 자신들의 철학적인 사고와 철학적 삶에 대한 심각한 고찰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 더욱 집착하고,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항상 위만 쳐다본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갈구한다. 법과 원칙을 훼손하여 뺏고 뺏기는 약육강식 사회로 전락시킨 우리, 진실에 눈 감고, 진실을 찾으려 조차하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우리, 극과 극의 대립에서 방관하고 침묵하는 우리, 학연·지연·혈연·사탕발림에 흔들리는 우리의 정신을 새롭게 하지 못하는 한 리프레싱. 리빌딩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철학 있는 삶의 시작은 ‘왜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 이다. 묻고 싶다. 나는 왜 살며, 너는 왜 사니? 우리는 왜 사느냐?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환경정의와 환경이슈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는 1980년대 미국에서 생겨난 개념으로 우선 환경혜택과 부담의 공정한 배분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운동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환경이론과 정의론, 환경법 및 정부, 환경정책과 기획, 개발, 지속가능성 및 정치적인 이념을 포함한 학제적인 사회과학 총체를 뜻하기도 한다. 이와 상반 반대 모습인 환경부정의(環境不正義)는 인간과 인간의 불평등 관계와 인간과 자연의 불평등 관계로 나타난다. 또 환경정의는 편익과 공평한 분배를 다루는 ‘실체적 환정정의’, 비용의 공평한 배분을 다루는 ‘분배적 정의’, 정책에 대한 민주적 접근을 다루는 ‘절차적 정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환경정의는 분배적 정의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 환경정의는 1980년대 후반에 나타났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의 추진 결과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 이면에는 공기오염과 환경오염이 악화되었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한 사람들이나 지역에 집중되는 문제점을 안게 되었다.1990년대에는 환경정의는 정책결정과 관련 기관들의 연구를 통해 널리 인식되었고 그 결과 1992년 환경부의 탄생과 ‘환경정의를 위한 시민운동’이 발족하였다. 분배적 정의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새만금간척사업과 동강댐 건설, 경인운하 건설, 산업단지 개발, 수도권외곽도로, 신도시, 발전시설, 군사기지 같은 환경위해시설의 입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사업들은 국가발전과 국민 행복의 증진이라는 대의명분하에 추진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면도 없지 않다.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들 개발사업과 관련한 혜택 지역과 집단, 주민과 피해 지역과 집단, 주민 간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송도 LNG기지, 영흥도 화력발전소, 서구 가스발전소, 수도권쓰레기 매립지, 국가 및 지방 산업단지, 해안변 철조망, 항만시설, 미세먼지 사례에서 보듯 국가와 수도권 그리고 인천시 간 환경 혜택과 부담 상에 분명한 형평상 불균형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비용편익 뿐만이 아니라 손익계산을 따져 지역 간 및 주민 간 환경부정의를 반드시 검토할 때가 되었다. 이상익 행정학 박사

[천자춘추] 나눔이 주는 건강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로 인해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괴롭고 슬프다. ‘나’ 또한 주변 사람을 즐겁고 때로는 괴롭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듯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김밥장사로 모은 돈, 평생 젓갈장사를 해서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이나 학교에 기탁하는 뉴스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힘든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기사들을 신문이나 TV를 통해 종종 접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가슴속에 뭔가 뭉클함을 느끼곤 한다. 다른 사람의 선행에 대한 이야기를 보거나 듣기만 해도 마치 내가 직접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인체의 면역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마더테레사효과’라 한다. 1998년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진이 의과대생들을 대상으로 테레사 수녀의 봉사 일대기를 영상으로 보여주기 전과 본 후의 면역력 항체수치를 비교해 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면역 수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다시 연구진은 마더 테레사의 전기를 읽게 하고 같은 방법으로 면역기능을 측정한 결과 면역기능이 높아졌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후 이러한 심리적 효과를 ‘마더테레사효과’라고 명명하였다. 마더테레사효과와 유사한 연구는 계속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Allan luks)는 ‘선행의 치유력’이라는 책을 통해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 연구는 1주일에 8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 3천명 중 95%가 남을 도우면서 또는 돕고 난 후 몸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느끼는 포만감을 경험했다고 한다.이러한 증상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로 정의한 것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의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이것이 인간의 신체에 몇 주간 긍정적인 변화를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기분만이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혈압의 수치를 낮추고 엔돌핀도 평소의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얻었다. 이렇듯 선행은 그것을 지켜보기만 해도 우리 몸이 건강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직접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의 생명 연장도 가능하게 해준다. 나눔은 그것을 받는 사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다. 나누고 베푸는 일은 정서적, 심리적 만족과 안정은 물론이요,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묘약이다. 홍창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세계적 명품, 대한민국 양궁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막 시작됐다. 양궁=금메달! 긴 세월동안 눈물겨운 과정이 만들어낸 믿음이다. 읽는 내내 감동받은 책, 크고 작은 경영이 담겨있는 ‘따뜻한 독종’에 대한 내용을 써본다. 30여 년 동안 정상을 지켜온 한국 양궁. 환경은 열악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끊임없는 연구 끝에 장비의 국산화가 이루어졌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을 유지하면서 국산장비의 세계화도 이루어냈다. 이제는 전 세계 양궁선수들 중 50%가, 탑 클래스 선수들의 90% 이상이 한국산 활을 사용한다고 한다. 코치의 대부분도 한국인들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 이 책의 내용은 상상 그 이상이다. 결정적 순간에 강력한 멘탈이 요구되는 종목이 바로 양궁이다. 혹자는 너무 정적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서서 쏘기만 하니까. 허나 정중동(靜中動)의 운동이며 담력이 있어야 한다. 평상시 1등만 하던 선수도 큰 경기, 결정적 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어느 날 절벽과 절벽 사이에 설치된 줄길이 95m 번지점프대 훈련. 먼저 감독이, 뒤이어 코치들이 뛰어내렸다. 오랜 시간 머뭇거리다 남녀선수들이 눈물, 콧물이 뒤범벅되어 뛰어내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한 여자선수는 올림픽에 못나가더라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리더인 감독과 코치들이 녹초가 될 정도로 반복해서 뛰어내리면서 급기야 이 선수도 뛰어내렸다. 그 후 이 여자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정한 리더상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한 일은 피나는 눈물과 땀의 결정체이고, 남이 한 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과학, 열정, 노력, 신뢰 그리고 원칙 등이 어우러진 결과가 대한민국 대표상품 양궁이다. 인류는 규범생활을 해온데서 발전했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올림픽 메달보다 국가대표에 선발되기가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 그만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참 잘하는 일이다. 양궁은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받고 있다. 평상시에도 관심을 갖자. 국가브랜드를 한껏 올려준 한국 양궁이 아닌가. 지도부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메달색깔이 아무려면 어떤가. 엄청난 노력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대한민국 선수단 여러분! 힘내라! 저자는 말한다. “올림픽에서 마지막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는 순간, 이미 다음 대회 준비는 시작됐다”라고…. 윤인필 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천자춘추] 주택연금, 담보대출 갚고도 수령가능

지난 4월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내집연금 3종세트를 출시한 바 있다. 즉, 60세 이상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약칭 주담대) 상환용 주택연금, 40~50대용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 1억5천만원 이하 주택 소유자 우대하는 우대형 주택연금이 3종 세트이다. 신규 상품 출시 덕에 주택연금 가입건수가 4월 말까지 3천96건으로 월평균 774건이던 것이 5~7월에는 3천321건이 공급되어 월평균 1천107건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오늘은 60세 이상을 위한 주담대 상환용 주택연금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주택연금은 대출이기 때문에 가입을 할 때 주택에 저당권을 1순위로 설정해야 한다. 만약 이미 대출을 받아쓰느라 선순위저당권이 있다면 주택연금에서 일시금을 받아 선순위대출을 상환하면서 기존 저당권을 말소하면 된다. 그런데 기존 대출액이 너무 많아 주택연금 일시금으로 갚을 수 없는 수준이면 주택연금을 가입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하여 일시금 인출한도를 종전의 50%에서 70%로 늘려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수월하게 한 상품이 ‘주담대 상환용 주택연금’이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것이 인출한도 70%로 이는 집값의 70%가 아니라 대출한도의 70%라는 것이다. 즉 집값 × 대출한도비율 ×인출한도비율(70%)이다. 대출한도비율은 나이별로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를 쉽게 계산할 수 있게 만든 ‘주택금융공사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지능전화(스마트폰)에서 ‘주택금융공사 응용프로그램’을 내려 받으면 된다. 내려받은 다음에는 ‘주택연금’을 선택하면 가입신청, 잔액조회, 간편조회 등이 나온다. 간편조회를 누르고 집값, 나이 등을 입력하면 매월 주택연금을 얼마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6·25동란 전후 세대(1955~1963년생, 통칭 베이비부머)의 평균자산은 4억2천만원이고 선순위 부채는 8천만원이라는 통계청 조사가 있다. 만 60세인 사람의 주택이 4억2천만원이고 선순위부채가 8천만원이라 하고 이 프로그램에 숫자를 입력하면 매월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 월지급금은 51만9천670원, 목돈일시한도는 8천778만원임을 알 수 있다.만일 주택소유자가 1950년생이면 목돈 일시한도는 1억 353만원이고, 평생 받는 월지급금은 72만270원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제부터는 콜센터 전화하느라 고생하지 말고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서 궁금할 때 바로바로 알아보자. 박승창 한국주택금융공사 수도권서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양성평등, 양과 질 함께 논해야

지난해 7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법안 내용을 개정했다. 과거의 법이 여성의 능력개발과 사회참여의 지원을 강조했다면, 개정된 법은 평등사회를 실행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물론 두 법의 근저에는 성평등(Gender Equality)을 지향하는 내용이 주요 골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명칭이 바뀌고, 각 지자체에서도 같은 명칭으로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양성평등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약간의 혼선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는 정책대상의 범주를 해석함에 있어 이전 법에서는 여성만이 정책대상이었다면,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남녀를 모두 정책대상으로 보는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 한다. 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고 있는 현재, 일부 현장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정책적 수혜를 받는 대상이라는 측면에만 주목하여, 여성과 남성의 ‘양적인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여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예컨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역차별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남성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거나, 양성평등의 의미를 남녀 간의 기계적인 평등으로 해석하여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축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의 불평등한 성역할이나 사회구조적인 요소들은 그대로 둔 채 남녀의 양적 비율에 대한 고려와 남성의 참여여부에 집중하는 것은 애초의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의도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양성평등 수준은 국제적 성평등 수준 비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매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세계 성별격차지수(2015)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45개국 중 115위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또한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건강, 교육, 경제 측면에서 발표한 한국의 남녀개발지수(GDI) 역시 전체 161개국 중 104위이다. 여성의 저조한 경제활동참여, 낮은 정치적 대표성, 성별 임금 격차 등에 대한 지수들이 여성의 현황을 다 말해 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사회가 양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분명하다. 양성평등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그러므로 양성평등기본법이 지향하는 성평등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기계적 참여가 아니라, 현재 우리사회 속속이 뿌리 깊게 존재하는 차별에 보다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분명히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의 평등일 것이다. 문은영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천자춘추] 번아웃 키즈, 우리 사회에는 없는가

대부분의 초ㆍ중ㆍ고등학교가 지난 주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학교가 한산해지는 여름방학이 되면 청소년시설은 일년 중 가장 바쁘고 활기찬 시기를 맞는다. 학기 중에 하기 어려운 캠프나 봉사활동, 국내외 교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고자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육성재단에는 다종다양한 시설이 있는데 여름방학이 되면서 청소년들이 부쩍 많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체육관,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과 도서관이다. 스스로 왔든 등 떠밀려 왔든 간에 청소년기 운동과 독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신간도서 번아웃 키즈(Burnout kids)가 화제가 됐다. 알다시피 번아웃 증후군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 나중엔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아도 무감각해지는 소진(消盡) 상태를 말한다. 때문에 이 단어는 주로 한 분야에서 전력투구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된 성인들에게 쓰였다. 그런데 저자 미하엘 슐테 마르크보르트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 중에 통상적 범주를 벗어난 아이들을 발견한다. 이들은 늘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여러가지 정서적 장애와 불안증을 보인다. 사춘기의 특권인 열정과 호기심 대신 무기력과 탈진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 책이 화제를 모은 것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그 해법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해내야 할 과제이지만, 지금 당장 작은 단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운동은 신체의 균형발달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준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쉬운 방법이면서 체력과 집중력을 길러줘 결국은 학업에 도움이 된다. 또한 농구나 축구 같은 운동경기는 리더십과 협동심을 키워 주고 규칙의 존중 등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빌 게이츠는 어린시절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하는 고집불통이었지만 성공한 뒤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가 주신 최고의 조언은 운동을 못하는 내게 밖에 나가 놀라고 한 것이다.” 실제로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수영, 축구, 미식축구 등에 도전하도록 했고 이런 교육은 그가 창업한 뒤 리더십과 도전정신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청소년들이 운동과 야외활동을 많이 하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 온가족이 가까운 공원에서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사회통합기금 법 제정 서두르자

2014년 8월 국회에서 사회통합기금조성 공청회가 열렸을 때만 해도 곧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었다. 그러나 법사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나고 말았다.그러는 사이 인구절벽이 현실화되었고 2016년 8월 현재 이주민 200만 명(전체인구 비율 4%)이라는 상황을 접하며,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세계는 지금 인재전쟁, 인구전쟁, 경제전쟁이 한창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상황파악을 못하고 주고받기 식으로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주민 정책 또한 각 부처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예산이 배분되고, 권력과 더 가까운 부처가 더 가져가는 식이다. 도통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회통합정책을 추진할 의지조차 의심이 된다. 최근 영국은 유럽연합을 떠나는 결정을 했다. 영국국민들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이유가 무엇인가? 난민과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통해 얻은 부를 가난하고 소외된 국민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국민들이 유럽연합을 탈퇴해서 그들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데서 브렉시트라는 처방을 한 것이다. 브렉시트의 교훈은, 이민사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인 사회통합기금을 준비하지 못한 가운데 경기침체상황을 맞이했고, 갑자기 몰려오는 이민자와 난민들에 대한 대비를 못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 중의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학자들은 그 대안으로 이주민유입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주민이 대거 유입됐을 때 과연 이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면서도 사회통합이 용이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을 개정하여 사회통합기금법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통합기금법은 수요자 부담원칙이어서 이주민들이 낸 과태료와 법칙금, 수수료 등으로 운영되는 것이므로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없다. 또한 기금법은 안정적인 사회통합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수 요건이다. 특히 각 부처별로 분산되는 예산과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는 효과뿐 아니라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들을 선별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사회통합기금은 소모적인 경쟁을 일소하고 안정적인 사회통합 기반조성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신상록 성결대학교 객원교수

[천자춘추] 차세대 산업의 꽃

흔히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예술의 융ㆍ복합으로 이뤄지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적자원 확보와 다양하고 차별화된 문화적 자원의 확충이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경제 속에서 차세대 산업의 꽃은 문화예술분야와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을 통칭하는 글로벌경쟁 시대를 살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문화예술 정책은 정체성이나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최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실시한 두 차례에 걸친 전문가들의 토론회를 통해 진단하고 있다.또 창조경제ㆍ문화시대를 지향하는 경기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분야별 도민 만족도 조사에서 지난 해 도민들의 문화예술분야 만족도는 가장 불만족스럽다는게 경기도의회 해당 상임위에서 내 놓은 결론이다. 더욱이 경기도는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넓은 면적과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문화예술분야의 연간 예산은 1.5% 수준으로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차세대 산업인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을 경기도가 앞장서서 육성ㆍ발전시키기 위한 가장 원천적인 힘은 문화예술의 창작정신과 뛰어난 문화콘텐츠의 개발능력으로부터 시작 된다고 본다. 경기도가 우리나라 차세대 산업을 선도해 나가려면 우선 문화예술 장르별 경기도의 정체성이 버무려 있는 차별화된 대표 창작브랜드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상품화 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 또 노후화되어 있는 관련시설들을 확충해 차세대 전문인력들이 주체가 되어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문화예술분야는 단순하게 맞고 틀리고, 또한 잘하고 못하고도 없다. 더군다나 산술적 잣대로 점수 매기는게 문화예술 정책이 아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예술행정의 원칙이고 기본이다. 그냥 하게 놔둬야 한다. 뭔가 해보는 데서 비전이 보이고 문제점도 발견된다. 중요한 사실은 문화예술은 여백과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도 새 천년을 앞두고 있다. 새 천년을 준비하는 혁신적이고 융합적인 문화정책이야 말로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문화영토 확장으로 이어져 나아가 글로벌 문화영토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결실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년 일자리, 내수 활성화, 국가경쟁력 제고 등 다양한 사회적 현안들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정길배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사업본부장

[천자춘추] 교통안전 수준은 그 나라의 품격

사람마다 인격이 다른 것처럼 나라의 품격에도 차이가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라의 품격은 소중한 가치다. 또 나라의 품격에 따라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의 척도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품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정치적·경제적 수준 또는 문화적 수준 등을 흔히 말하곤 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도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만 교통안전 수준도 주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교통안전 수준은 경제력에 의해 결정되는 교통수단과 시설,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의식 등 상호 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3만2천3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4천621명이 사망하고 35만40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구 대비로 보면 교통사고로 인해 인구 10만명당 9.1명이 사망하고, 692.3명이 부상을 당하는 꼴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교통사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지고 있다. 한 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을 나타내는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32위로 여전히 최하위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렇듯 통계로 보면 교통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모를 심각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최근 발생한 4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전세버스 5중 연쇄 추돌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교통사고의 위험에 여전히 둔감하고, 교통안전에 무관심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6위권의 자동차 생산국이라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높은 교통사고율이 우리나라의 품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이제는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하며, 선진 교통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운전자와 보행자가 지켜야할 7가지 습관을 제시해 본다. 이 7가지 습관은 결코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며 단지 우리의 의지가 부족해서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습관 1 : 규정 속도지키기! 습관 2 : 안전띠 매기! 습관 3 : 음주운전 하지 않기! 습관 4 :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하지 않기! 습관 5 : 졸음운전 하지 않기! 습관 6 : 운행 중 전조등 켜기! 습관 7 : 무단횡단 하지 않기!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교수

[천자춘추] 시드니에서 만난 문화예술교육

경기도교육청의 정책 연수 공모에 선정되어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고양교육지원청의 역점사업인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관, 단체 간의 효율적인 협업의 사례를 찾고 정책 모델을 모색하기 위하여 싱가포르와 호주를 다녀왔다. 8박10일간의 연수 중 호주의 문화예술교육 운영 사례가 관심을 끌었다. 호주는 2013년 발표된 ‘창의 호주 2013~2022’ 정책으로 일상생활 속 문화예술의 역할과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창의력을 강조하고 있다. 보편적인 학교 예술교육을 위해 교내 다목적홀과 도서관 조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호주아동음악재단’ 등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학교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태블릿 PC, 전자칠판 등 미디어 기술을 십분 활용한 ‘뮤지카 비바(Musica Viva)’는 확장된 학교 음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화상 통신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은 인상적이었다. 각 지역의 교실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화상 통신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창의학습’ 프로그램은 모바일 기기와 노트북 카메라를 통해 시드니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과도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오페라하우스의 디지털투어, 생방송 공연, 쌍방향 워크숍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관객·참가자와 예술가·교육 강사가 거리를 초월하여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였다. 우리가 방문한 NSW 교육청, 학교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살필 수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참여와 교육기부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지역의 기업들도 학교를 지원하는 펀드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합창 활동, 주 교육청, 학교 간 경연대회, 밴드 운영과 미술, 비주얼아트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개별 학교에 대한 펀드 형태를 활용한 기업의 지원과, 지역별로 악기 은행을 설치하고, 음악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은 활용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고양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우수한 문화예술과 관련한 인적ㆍ물적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고양교육지원청에서는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학교 안 문화예술교육과 연결하여 찾아가고, 찾아오는 문화예술교육, 학생들의 문화예술 공연 관람 기회의 확대, 문화예술 발표 공간 제공을 통해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고양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문화예술교육 해외 탐방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우리 고양 문화예술교육에 접목하여 아이들의 예술성을 온전히 지켜주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심학경 고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운전면허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신뢰란 타인의 미래 행동이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또는 최소한 악의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라 하였다. 즉,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상대방의 협조를 기대하는 것으로부터 신뢰는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행정연구원에서 국가, 사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부 신뢰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는 입법·사법·행정 업무와 관련하여 소통, 투명성, 일관성에 있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최근 일상생활의 필수사항인 운전면허 시험제도 개선대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현행 운전면허 시험제도는 국가 면허시험장에서만 시행하다가 1995년 기능, 운전면허 응시자 적체현상이 일자 부득불 운전교육기관인 운전전문학원제를 도입 검정권을 부여하여 시행하였다. 또한 2011년 국민편의 확대란 미명하에 운전면허시험을 대폭 완화하여 의무교육시간이 총60시간에서 13시간으로 줄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운전면허 취득 제도가 부실운전자 및 비정상적인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다양한 지적들이 있어 왔다. 이에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면허시험 개선안을 발표했으나, 속내를 살펴보면 1995년 이전 시행하던 장내 기능시험을 재도입하는 것일 뿐 새로운 것이 없어 동족방뇨(凍足放尿)의 방편에 지나지 않음에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운전면허취득을 대하는 선진국의 태도는 매우 엄격하다. OECD회원국 의무교육 시간은 평균 50시간이다. 특히 교육과 시험을 철저히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식 운전면허를 따는 데, 호주 4년, 프랑스 3년, 독일은 2년이 걸린다. 대부분 초기에 임시면허나 관찰면허를 주고 운전자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후에 정식면허를 주고 있다. 운전면허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운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과 그 결과에 따른 엄격한 법 집행이다. 이 기본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고 멋있는 나무일지라도 올곧게 서있을 수가 없는 법이다. 운전면허 취득수단이 사실상 이원화된 현행 운전면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 운전교육시간만 확대하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장

[천자춘추] 소통이 권리로 통하는가

공무원 시험과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최근 뇌병변 장애인(1급) 장씨는 그 어렵다는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 중 수업 실연시험에서 60점 만점에 50.2점이라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하지만 심층면접 시험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아 0점 처리된 후 최종 탈락하였으나, 이후 소송을 통해 승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참여에 도전하는 많은 장애인을 좌절하게 하는 실상이다. 현재 경기도내 장씨와 같은 뇌병변 장애인 수는 전체 5만1천925명(2014년 12월 기준)으로 뇌병변장애인 중 중증장애인의 경우 85%~90%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교육, 취업 등 자립생활에 걸림돌로 행복추구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받는데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장애인의 의사소통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더불어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성 보장 및 지원체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쉬운 단어와 그림으로 표현된 문서, 이해하기 쉬운 동영상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수단이 제공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애인 인권보호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장애인복지법’ 제28조(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를 일부개정(시행일 2016.6.30.)하며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제공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ACC(보완 대체 의사소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지체 및 뇌병변 또는 발성ㆍ발음상의 장애로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구와 스마트폰을 사용한 어플리케이션도 함께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영화 부산행의 Barrier free(음성으로 설명하는 화면해설 및 한글자막) 버전 개봉 등 사회 문화적 관심도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 미비한 수준으로 장애인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지원을 위해 다양한 욕구, 대상, 환경, 등을 고려한 의사소통 도구 및 확대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통이 권리로 통하는 사회! 장애인의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해 의사소통을 위한 지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이흥로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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