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귀촌 통계 바로 읽기

얼마 전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15년에 귀촌인은 51만5천566명으로 전년 대비 2만1천886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촌인의 전거주지역은 경기가 23.9%, 서울이 15.2%이다. 귀촌지로서는 경기가 25.7%로 전년에 이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경남, 경북, 충남, 전남 순이다. 귀농 귀촌은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거주지 선택 행위이다. 하지만 귀농 귀촌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보고자하는 개인의 열망과, 국토의 분산 거주와 농촌의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변화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등장하는 이슈들은 과거 4~50년 동안 우리 사회 곳곳을 지배해 왔던 성장 시대의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귀농 귀촌은 농촌에서 생태적인 삶을 즐기기 위한 밝은 측면의 선택보다는 팍팍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고픈 어두운 측면에서의 선택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귀농자는 그렇다 하여도 귀촌자 가운데는 상당수가 농촌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원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부 은퇴자를 제외하고 안정된 귀촌 생활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귀촌 통계는 이러한 현상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 이번에 발표된 귀촌자는 동부에서 읍면부로의 인구 이동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도권이나 광역시 주변의 신개발 아파트단지로 이동하는 젊은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귀촌자가 많은 곳은 경기 남양주, 부산 기장, 경기 광주, 경남 양산, 경기 화성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중심도시에서의 주거 비용을 피해 원거리 통근을 선택하는 자들이 선호하는 이주대상지이다. 지난해 귀촌인의 연령대별 구성비가 20대가 33.3%, 30대가 22.6% 이고 평균 연령은 37.9세인 것은 이를 반증한다. 2015년 귀촌 통계에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보다는 위성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젊은 직장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들을 귀촌자로 분류하고 이들에게서 귀촌자의 특징과 과제를 도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귀농 귀촌 이유가 어떻고 귀농 귀촌 후의 개개인의 삶의 형태가 어떻든 귀농 귀촌은 성장 시대가 가져온 불균형 발전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귀촌과 귀농을 장려하는 정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좋은 정책은 정확한 통계에 기본한다. 귀촌의 개념에 보다 충실한 통계작성이 요구된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진솔한 이야기의 힘

우리의 삶은 어디서 어떻게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20대 젊은이라고 50년 이상 더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65세 어른이라고 10년 안팎의 삶만 남았다고 할 수도 없다. 내 삶의 길이를 알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어제를 쌓아가고 같은 시대의 오늘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오늘은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타인과 다른 무늬를 가지며 어제로 쌓일 것이다. 하루하루의 역사는 그렇게 한 세기 가까운 나의 역사로 차곡차곡 스토리텔링 될 것이다. 자기 삶을 어떤 식으로든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있다. 훌륭한 일, 좋은 일, 잘한 일, 착한 일, 칭찬 받을 일만 남기고 싶다는 유혹이다. 수많은 자서전이나 회고록, 평전들이 끝까지 읽히기 어려운 건 자화자찬과 미화로 한 사람의 삶이 더 이상 입체적이지 않고 생기를 잃었다. 뻔하다. 숨기는 게 아니고 그냥 안 쓸 뿐, 내 후손들도 볼 것인데 굳이 아름답지 않은 일이나 부끄러운 일까지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아름다울 때는 위대한 일을 했을 때보다 자신의 부끄러운 점도 인정하고 뉘우칠 때다. 그게 인간에겐 어쩌면 성공이나 성취보다 백배 더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만 다른 생물이 도저히 그 차이를 좁힐 수 없는 고차원적 동물의 위엄이다. 사회적 성취가 두드러지고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이런 고백은 더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실한 스토리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인물의 진가를 재확인하게 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디어 마이 프렌드라는 드라마가 있다. ‘나의 늙은 친구 이야기’를 책으로 쓸 계획을 한 젊은 주인공은 어머니 친구들의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를 토대로 아름다운 모습만 글을 쓰고자 했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막장드라마’ 같지만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삶을 담기로 했다. 그것이 진정한 인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자기 삶의 기록은 어떤 식으로든 남는다. 기록할 수 있는 도구가 사람들 손마다 들려있다. 글일 수도 있고 사진일 수도 있고 영상일 수도 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를 스치듯 기록할 수도 있다. 지구촌 70억 명이 함께 공유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다. 전미옥 문화출판그룹 마이스토리 대표

[천자춘추] 미술관을 즐기는 아이들

오래전 일이다. 해외 초등학교 미술교과서를 찾아보았더니 미술선진국들에서는 미술교과서가 없었다. 길거리에서 미술학원을 본 기억도 없다. 교과서 없는 교과목인 미술 시간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예술교육에는 왕도가 없는 법이라고 생각했다.다양성의 실현이라고 해서 당장 우리가 따라할 수는 없다. 모든 사회 시스템은 나름 그것대로 이유가 있으니 외양만 보고 평가하기는 곤란하다.하지만 미술, 음악시간에 실기 중심의 교육은 이제 좀 바뀔 필요가 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때는 그나마 학교에 와야만 그림도 그려볼 수 있고 노래도 배울 수 있었다. 말하자면 일천한 자원 속에서 보편적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화적 소양을 키워야 했던 시절과는 또 다른 환경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초중등학교에서 예술교육의 목표는 실기능력의 향상보다 미술이나 음악시간을 통해 창의적 발상이나 예술애호가를 만드는데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기 중심에서 감상 중심의 예술교육으로 전환되는 것이 마땅하다. 입맛은 7살 이전에 형성된다고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취향과 눈높이의 형성도 어린 시절에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달렸다. 미술관 문턱을 낮추기 위해 대중성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교예술교육과 함께 미술관의 교육 또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이에 따른 제도적 해결 과제들도 산적한 실정이다. 문화예술 활성화는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와 함께 가는 법이니, 해결 방법 또한 여러 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미술관에서 게임으로 읽는 미술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상현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가족 단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전시다. 특히 첨단미디어와의 연결을 시도하면서, 스마트미디어에 친숙한 어린이와 청소년층의 관심을 미술관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체험을 통한 미술 감상은 미술관 문턱을 낮추는 또 하나의 전략인 셈이며, 바뀐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광범위한 시민들을 미술관의 친구들로 만들게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미술관은 그래서 교과서 없는 열린교육의 현장이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천자춘추] 진정한 장애인 사랑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외국에서 겪은 장애인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이 지인은 독일을 여행하다가 우연히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힘겹게 경사로를 오르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휠체어를 밀어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마워 할 줄 알았던 이 장애인은 오히려 지인에게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그가 화를 낸 이유는 ‘내가 혼자의 힘으로 충분히 경사로를 오를 수 있는 데, 왜? 당신이 내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하느냐’며 도움 따윈 필요 없다는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지인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정 많은 한국 사람이 베푼 선행이 자립의 의지가 강한 이방인의 생각에는 쓸데없는 간섭으로 느껴진 것이다.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필자는 나 자신을 되돌아 봤다. 두 살 때 사고로 인해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온 나는 과연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 속의 외국인처럼 의타심 없이 자립을 위해 노력했는지 반문해 보았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보다 양보 받고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랐던 일이 더 많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과거보다는 많은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을 능가하는 성공 스토리를 쓴 훌륭한 장애인들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대인 속담 중에 ‘자식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자식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줘 하루를 살도록 하기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라는 격언이다. 이는 장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동정심에서 장애인을 돕기 보다는 장애인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그 시작은 바로 장애인들에게 체육활동의 기회를 많이 열어주어 재활과 자립의지를 고취시키고, 보다 많은 일자리 제공으로 그들 스스로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을 도움의 대상이 아닌 보듬어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 볼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밝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환경문제와 외부효과

개인이나 기업이 정당한 보상이나 대가를 지불하지 아니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거래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아니하면서도 때로는 유리하게 때로는 불리하게 영향을 받는 것을 ‘외부효과(Externalities)’라 한다. 경제활동 비참여자에게 대가 없이 이익을 주는 경우 이를 ‘외부경제(External Economy)’ 또는 ‘긍정적 외부효과’라 한다. 양봉업자 주변 과수원의 무상 꽃 수분, 공원시설 및 도로 개설로 인한 주거 조건의 개선 등이 좋은 사례라 하겠다. 반면 거래 비참여자에게 보상을 주지 아니하고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는 이를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 또는 ‘부정적 외부효과’라 부른다.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공장 매연이나 대기 오염농작물 피해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외부경제든 외부불경제든 이들은 현실 경제활동에 있어서는 시장의 실패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부경제의 경우 시장경제에만 의존할 경우 수요공급 및 가격 결정에 왜곡되어 재화와 서비스의 과소 공급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공공재의 특성으로 인해 무임승차자(free riders)를 양산하게 돼 생산자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경제적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부불경제의 경우 ‘부(負)의 공공재’ 또는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는데, 생산자는 정당한 보상없이 재화나 서비스를 무한히 공급하고자 동기를 갖게 되어 과다공급 현상을 야기한다. 생산자가 재화나 서비스 생산을 적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자원의 최적배분을 이루지 못하게 만든다. 외부효과로 인한 시장실패와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적정 환경오염 수준을 관리하고 통제하여 사회적인 후생수준을 극대화 하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환경재가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사결정에 있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판단기준 즉 비용편익분석이 중요하다. 끝으로 명령이나 통제를 근간으로 하는 직접적인 규제 장치 외에 세금 부과나 보조금 지급 등 경제적인 유인장치를 활용하여 오염물질 배출량을 시장기능에 맡기거나 정부가 설정한 적정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이상익 前 인천환경공단 이사장행정학 박사

[천자춘추] 선인들의 나눔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냥 서양에서나 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은 나눔을 실천하는 情이 많은 민족이었다. 어려울 때는 콩 한쪽도 나누었다는 우리 선인들. 우리 선인들의 나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여다 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하면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경주 최부잣집은 영남을 대표하는 만석꾼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12대에 걸쳐 300여년을 부자로 이어간 집안으로 유명하다. 최씨 집안의 가르침은 현대 우리 사회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그 가르침은 육훈(六訓)으로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 셋째,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넷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다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여섯째, 최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시집 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이러한 여섯 가지의 가르침에는 나눔의 실천이 담겨있다. 호남에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전남 구례군에 있는 운조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운조루는 조선 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가 세운 집이다. 이 운조루에는 쌀 두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나무뒤주가 있다. 이 뒤주의 마개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타인능해란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끼니를 이을 수 없을 때 마개를 열고 쌀을 가져가 밥을 짓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운조루의 주인은 배고픈 마을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필요한 양의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람들이 마주치는 일이 드문 헛간에 뒤주를 두고 늘 개방해 가져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함이 있었고 또한 세심한 배려와 아낌없는 나눔의 실천 그리고 사회 환원이라는 책임을 실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 선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굶주려가는 제주도민을 위해 기꺼이 전 재산을 내놓은 김만덕, 그리고 평양의 백선행 등 많은 선인들이 나눔을 실천해 왔다.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요즘,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한 우리 선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더욱 생각난다. 홍창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친환경 요리 먹방은 어떤지

요즘 TV를 보고 있노라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주제로 거기에 재미를 더한 요리방송, 이른바 먹방, 쿡방이 대세다. 여러 방송채널에서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형태도 다양해서 순수 먹방이 있는가 하면, 일전에 모 방송사의 ‘아빠! 어디가?’처럼 먹방 노출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며,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요리를 주제로 한 미니 요리경연 먹방이 있고, 음식 관련 드라마도 많다. 이전까지의 요리와 관련된 대부분의 방송이 지루하고 딱딱해서일까. 아니면 방송 소재가 별로 없어서? 광고 수입을 위해서? 어쩌면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시대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공통 관심사인 ‘음식’이라는 소재를 경쟁적으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먹방 내용을 보면,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기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요식업소 등에서 활용하기 쉬운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제안 하나. 현재 경기도는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을 시행 중이며, 어느 지역에서 어느 농부가 생산한 안심 농산물인지 철저한 이력관리가 되고 있다. 얼굴 있는 안심 식재료를 먹방 요리 재료로 사용해서 일반 가정에서 가정식으로 손쉽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내용도 추가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어느 지역 김아무개가 생산한 안심 농산물임을 인증하는 인증라벨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친환경 먹방 경연 등을 통해 가정식 안심 레시피를 발굴하여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주면 좋겠다. 더욱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특히 안심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에 딱 어울리는 구성일 것이다. 아울러 시청자들에게는 가정에서부터의 바른 식생활 실천 교육도 자연스레 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요즘 먹방이 상업적으로만 치닫는 것은 아닌지… 인스턴트 패스트 요리 재료가 먹방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관련 업체 및 업계의 매출이 급상승하는 효과와 광고수입 등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여기서 국토를 살리는 올바른 먹을거리인 안심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을 먹방의 무료 스폰서로 하는 추가 제안 하나 더.방송의 고유역할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국민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건강국가, 건강국민으로 가는 바른 식생활 전파 측면에서 방송사에서 적극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얼굴 있는 친환경 안심 식재료를 사용하는 먹방이 탄생하길, 멋있는 방송사가 나서주길 기대한다. 윤인필 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천자춘추] 주택연금 가입율 1위, 경기도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가 5천317명인 것으로 며칠 전 발표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천65명이 가입한 것과 비교하면 73.5%나 증가하여 현 추세로 가면 연말까지는 1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이유를 추려 보면 대략 3가지가 떠오른다.첫째는 고령층의 활발한 사회활동, 둘째는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의 해방, 셋째는 내집연금 3종 세트 출시 및 홍보 등 주택금융공사의 활발한 마케팅 노력이다. 공사에서는 언론,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한 홍보에도 열심이지만 노인정이나 복지관 등에서 어르신들을 대면한 강의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강의 현장에서 느끼지만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평생 매달 일정 금액을 받고 내가 죽으면 배우자가 똑같이 평생 받는다는 것”을 웬만큼은 다 알고 있다. 다만 가입을 언제 하면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 한다. 사실 가입시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많이 쓰면 자식에게 재산을 덜 남겨주게 되고 주택연금을 덜 쓰면 재산을 더 남겨주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돈이 필요한데 다른 연금이나 수입으로는 부족하고 자식에게 도움 받기는 미안하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혹시 내가 100세 이상으로 장수해서 집값이상으로 돈을 받아써도 자식의 재산으로 갚지 않아도 되고 다만 담보로 제공된 집으로만 갚으면 된다. 그러면 올해 상반기 경기도의 주택연금 가입현황을 알아보자. 지역별로 상세하게 표시하지 않았지만 경기도가 전국에서 집도 가장 많고 주택연금 가입자도 가장 많다. 주택비중보다 가입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령층의 사회활동도 활발하고 상속에 대한 인식전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서울·경기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비싸므로 주택연금 월 수령액이 높은 것도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서울은 9억 넘는 고가주택이 많은데 9억원이 넘으면 가입이 안 된다.간혹 주택연금에 가입하였다가 자식들 반대로, 또는 집을 처분하게 되어 중도에 해지하는 분들도 계시다.주택연금 가입 전에 자식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가입해야 중도해지로 인한 손해를 보지 않으며,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갈 경우는 새로운 집으로 담보를 교체하면 된다. 다만, 이 때 집값이 종전 집과 다르다면 월수령액은 달라질 수 있다. 박승창 한국주택금융공사 수도권서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우리는 고령사회를 대비하고 있나

연일 노인과 관련된 뉴스들이 끊이지 않는다. 노인의 빈곤문제, 우울증, 자살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고달픈 노인들의 모습이 우리의 삶의 무게를 더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인구에서 노인인구는 이미 13%를 넘어 급속한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한 국가에서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가 넘을 때 ‘고령화 사회’라고 지칭하며,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이다. 앞으로 10년 후에 노인인구는 20%, 34년 후인 2050년도에는 37%로 예측하고 있어 우리에게 ‘초고령사회’가 멀지 않았음에 무엇보다 주지해야 한다. 더욱이 혼자 사는 ‘나홀로’ 노인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 노인으로 훨씬 더 오랜 기간을 살아야 하는 것이고, 어쩌면 홀로 살아야 할 시기도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현재 노인 4명 중 1명이 ‘나홀로’ 노인이라 한다. ‘나홀로’ 하면 미국 코미디 영화 ‘나홀로 집에’(Home Alone)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집에 잠시 혼자 남아 가족을 기다리는 영화 주인공과는 달리 ‘나홀로’ 노인들은 기다릴 사람조차 없이 완전히 고립되어 지내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통계에 따르면 한국노인의 상대 빈곤율이 49%로 OECD평균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또한 ‘나홀로’ 노인의 53%가 최저생계비 미만의 가구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경제적 이유로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문제는 일을 해도 가난한 워킹푸어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노인의 생계형 파산이 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이처럼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 총인구의 32.4%)가 본격적으로 노년층에 진입하는 시기에 고령사회의 문제는 얼마나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닥쳐 올 이 난관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빈곤한 나홀로 노인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너무도 느슨하기마저 하다.노후 연금소득이 보장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재 연금제도도 받쳐주지 않고, 노인들 스스로도 노후 대책에 취약하여 준비 없이 노인기를 맞이한다. 특히 나홀로 노인 10명 중 7명이 여성노인이다. 초고령에 이를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령사회의 문제에 여성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특히 여성노인들은 노동시장 참여에 제한으로 인해 더욱 취약한 노인기를 맞기 쉽다. 고령사회를 대비하면서 전반적인 복지정책 마련과 더불어, 사회전반에 대한 인식의 전환, 그리고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보다 총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할 때이다. 문은영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천자춘추] 학교 밖에서 만난 세상도 따뜻하게

학교는 청소년의 교육과 보호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라면 으레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판단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러니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교육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매년 6만 여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났다. 대안교육이나 유학, 자기만의 진로계획 등 분명한 목적을 갖고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다수는 명확한 목적과 대안 없이 학교를 떠난다. 그렇게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감당하고, 부족한 배움과 사회진입 준비를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다행히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전국 202곳에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 설치되어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새로운 출발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1 학습 멘토링, 검정고시를 통한 학력 취득 지원, 복학 및 상급학교 진학 정보 제공, 대학 입학 설명회 개최를 통해 학습권을 지원하는 한편, 다양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및 직업훈련, 인턴십을 통한 일자리 연계 등 내실 있는 사회 진출 준비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학교 밖 청소년 발굴 지원 협의체’를 구성하여 교육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경찰청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찾아냄으로써 안전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육성재단 역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국가적 정책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한편, 수원시의 적극적인 뒷받침에 힘입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도심 팔달문 가까운 위치에 청소년자유공간(가칭)을 준비중이며 오는 9월 문을 열 예정이다. 열린카페, 밴드댄스실, 놀이공간 등을 갖춘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설계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청소년들은 씨앗과 같다. 어떤 나무가 되고 무슨 열매를 맺을 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물과 햇빛 그리고 자양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기꺼이 그 역할을 맡아갈 때 청소년들은 어느 곳에 있던 자신의 꿈과 재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난민법 시행3년, 개정논의 필요하다

한국은 2012년 2월에 독립된 법률로서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고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난민법 시행 3주년을 맞아 법률시민단체들은 ‘불회부결정’(난민불인정)이 난 신청자들이 행정소송을 하는 동안 거주하게 되는 대기소 환경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시민단체들과 법무부는 체류기간이 1년 남짓 남았거나 만료시점에 체류연장을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하는 남용적 난민신청 제도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법률시민단체 단체가 요구하는 송환대기실 설치는 운영 책임을 맡은 AOC관계자들과 협의하여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난민법의 개정 필요성도 분명해 보인다. 두 가지만 지적하면, 진짜 난민 신청자와 남용적 난민신청자를 구분하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난민법이 정하는 난민신청자의 자격은 난민신청자가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가 예상되고 그러한 공포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자나 밀입국이나 불법 체류자 또는 체류기간 만료일이 임박하여 난민신청을 한 자들도 해당된다.(난민법 제8조 제5항 제 3호) 하지만 후자의 경우 국내입국 후 즉시 또는 출입국 항에서 바로 난민신청을 하지 않은 이들의 경우 난민신청의 순수성이 의심된다. 또한 이들 신청자의 경우 불회부결정으로 본국송환이나 원 출발지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적인 행정소송을 하게 되는데 소송이 만료되기까지는 보통 8년에서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뿐 만 아니라 본인은 물론 국가의 재정손실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 국민들의 정서도 난민법 개정에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시리아출신 난민들이 난민인정자로 국내에도 상당히 들어와 있고, 계속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들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점(실제로 IS 추종자들이 국내에서 발견되고 있다)과 일자리 잠식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특히 최근 급증하는 이민과 난민유입으로 유럽사회가 반이민 정책으로 바뀌고 있고, 일자리 경쟁을 우려한 영국국민들의 브렉시트의 영향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법은 현실에 맞게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국제규약이나 조약도 존중해야 하지만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현실에 맞는 난민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본다. 신상록 성결대학교 객원교수

[천자춘추] 끊임없는 열정과 꿈

얼마 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1950년대 이화여대에 입학했지만 집안사정과 결혼으로 당시 금혼학칙에 따라 학업을 중단했다가 2003년 67세의 나이에 이화여대 인문과학대학에 복학한 인간승리의 80세 할머니 강의가 눈길을 끌었다.80대 고령임에도 새로운 꿈을 꾸며 타 대학에서 재활복지학 전공까지 마치고 10가지 악기를 배우겠다는 목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우신 하모니카, 바이올린 등 악기로 재능기부까지 하고 계시는 모습은 미래 세대들에게 다양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벌써 죽은 지 50여 년이 흐르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체 게바라!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승리로 이끈 아르헨티나 혁명가 체 게바라는 명문가 출신에 남들처럼 출세할 꿈도 있었겠지만 이른 나이에 여행을 다니며 억압과 굶주림으로 다르게 살고 있는 주변국의 모습들을 보고 느꼈다. 그 후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열망과 변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죽는 그 순간까지 “꿈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이 서른아홉 살 이른 나이에 뜬 눈으로 죽어갔다. 그가 써 놓은 편지에는 “사는 동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죽음을 실패라 여기지 않을 거다” “…미완성 서사시의 슬픔을 무덤으로 가져갈 뿐” 그렇게 자신의 꿈과 인류를 위해 죽는 순간까지 끝까지 노력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세계적 유명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젊은 예술가 발굴프로젝트로 아시아 최초 르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경기 영아티스트 선발과 국악 분야 차세대 예술가를 선발하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각 파트별 소수를 선발해 중점적으로 마스터클래스와 오케스트라와 협연, 독주회, 멘토링 등을 통해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시작한 지 1년 만에 지난 5월, 체코 프라하스프링인터내셔널뮤직페스벌에서 피아노 부문 1, 2위를 휩쓸었을 만큼 그 결과에 대한 영광된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재능 있는 친구들은 많지만 목표와 꿈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지금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명확한 꿈을 갖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습관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30년 넘게 문화예술 분야에서 종사해 오면서 청년시절 최고 기량을 발휘하더라도 반짝하고 사라지는 거품과 같은 경우를 쉽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체 게바라 처럼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꿈을 끊임 없이 놓지 않는 열정이다. 정길배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사업본부장

[천자춘추] 적자생존! 기록하고 기록하라

인터넷과 SNS 발달로 이제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삶을 기록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전국 35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주변에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 그 분들의 구술(口述)을 받아 짧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다.이것은 이른바 ‘메모로(Memoro) 운동’인데, 2008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로 퍼져나갔다. ‘기억하다’ ‘일깨우다’라는 뜻의 라틴어인 ‘메모로’에서 온 이 운동을 일본은 2009년 동참했고 우리나라에선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시작했다.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분들의 삶을 기록하는 의미 있는 일로 후손들은 거기에서 귀중한 역사를 배운다. 한국 일상사 연구의 필독서로 꼽히는 유희춘(1513~1577)의 미암일기(眉巖日記)는 아내와 나눈 편지, 매일 꾼 꿈의 기록, 여러 가지 선물 내역 등 일상의 세세한 기록이다. 그 당시에는 개인의 일기로서 가치밖에 없었을지 모르지만 세월이 흘러 역사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기록으로 후대가 그 당시 생활상을 읽을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일상적 기록은 유용한 역사 연구 자료가 된다. 우리가 꿰고 있는 역사의 큰 틀은 승자의 역사이거나 지배계층의 역사이기 쉽다. 여기에 묻히는 진실이 많겠지만 특히 많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개인들의 소소하고도 작은 삶은 사료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역사책이나 교과서가 역사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기록하는 우리 삶의 그 모든 것은 소중하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일기든, 가계부든, 일지든 나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보자. 나의 이야기가 우리 후손이 함께 읽는 역사 기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록에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의 삶은 자녀, 혹은 손자손녀가 듣고 기록해드리자. 적자생존, 적어야 산다. 개인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은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낼 때 이제껏 잊고 바삐 살아온 자신을 발견하고 위로와 격려,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삶의 의미가 한결 풍성해지는 것은 훌륭한 덤이다. 전미옥 문화출판그룹 마이스토리 대표

[천자춘추] 개별 맞춤형 학교교육 추진해야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지난 27일,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닌 상상하는 것이며, 미래를 지배하는 힘은 읽고, 생각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한 토플러는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에 대해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표준화 교육은 교육의 대중화에 따른 커다란 흐름으로 존재해 왔지만 표준을 충족하는 일부 학생들에 치우치는 획일성의 한계를 지닌다. 개인맞춤형 교육이 요구되는 오늘에도 우리는 표준화 교육에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관심 있게 살펴 본 ‘학교 혁명’에서 저자인 켄 로빈슨은 아이들을 타고난 학습자로 규정하고 표준화 교육의 폐해인 획일성에 맞서 개개인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존재이며, 저마다 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어, 여기에 맞춰 재능을 육성하는 방법도 다양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농부들이 식물에 억지로 색을 입히거나, 열매를 달아주지 않고, 좋은 거름과 적당한 양의 물을 주고 자연재해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살피듯이 교육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교사는 적절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고, 각각의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사회의 변화, 특히 알파고의 충격은 교육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표준에서 개별 맞춤형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의욕을 북돋워야 한다. 이재정 교육감은 최근 인터뷰에서 “알파고를 시작으로 교육에도 변화가 왔다. 앞으론 창의력, 상상력, 응용력이 중요한 시대고, 교육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기교육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으로 모든 아이들이 멋진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은 학생과 교사 사이의 소통에서 시작된다. 소통을 바탕으로 개개의 아이들이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비하는 맞춤형교육으로 읽고, 생각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창의, 상상, 응용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한 때다. 심학경 고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비급여 의료비가 봉인가?

요즘 병원에 처음 가면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다. “실손보험 있으시죠?” 병원에서 왜 실손 보험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걸까? 뒤따라오는 말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환자분의 증상에는 이러저러한 치료가 있는데 비급여라 치료비가 좀 비쌉니다. 그런데 실손보험이 있으시면 90% 보험보상이 되기 때문에 본인이 부담하시는 금액은 아주 적습니다.” 이 순간 의사가 권하는 치료가 아닌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비급여 치료라는 게 부르는 게 값이다. 이제는 의료 신기술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하기까지 한 MRI 촬영비만 해도 15만원에서 75만원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고, 통증완화 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프롤로테라피(인대강화주사)도 적게는 5만원에서부터 많게는 30만원까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검사, 치료행위임에도 병원에 따라서 책정된 진료비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야만 한다. 최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도수치료만 해도 그렇다. 행위의 정의가 없어 의료기관별로 2~3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병원별로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고, 적정횟수에 대한 기준도 없어 무분별하게 장기간 치료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잉진료의 전형이다. 모두 국민 개인의 몫이다. 이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서비스 수준과 가격만 표준화해도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회 연구보고에 따르면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비는 2007년 13조4천억원에서 2013년 23조3천억원으로 매년 건강보험 총진료비 증가의 약 2배에 달하는 증가율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정감사시에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해마다 메디컬푸어가 70만명씩 양산 된다고도 했다. 마치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정부에서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비급여 의료비체계를 손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 건강해야 국가도 건강한 법이다. 국민의 불합리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비급여 의료행위와 가격을 표준화 및 세분화 하여야 한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국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향상과 의료비 부담 절감이라는 큰 목표를 향한 한걸음이 필요할 때이다. 김덕룡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천자춘추] 농어촌에 보행자 전용도로 설치를

농어촌을 가다 보면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 한 곳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적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앞에 천천히 가는 경운기 등을 보고 놀란 경험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농어촌 도로 곳곳에는 ‘보행자ㆍ농기계주의’라는 교통 표지판을 붙여 놓고 운전자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에 비해 도로가 잘 닦인 나라도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종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선거 공약이 도로 신설이다. 고속도로 바로 옆에 4차선의 신설 국도가 있고 그 옆에는 사용되지 않은 2차선 국도가 있고 그 주변을 지방도가 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외형적인 도로 발달과는 달리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도로 안정성은 높지 않다. 특히 사람이 적게 사는 농어촌 지역의 도로는 자동차 통행만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에 의하면 농어촌의 교통사고율은 도시에 비해 낮지만 교통사고당 사망률은 도시보다 훨씬 높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의 사망사고율이 높다. 농어촌에서의 차량속도가 도시에 비해 빠르기도 하지만 도로의 안전시설 설치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도로의 대부분에는 보행자 전용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자동차 통행 위주로 설계된 도로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그리고 고령자가 모는 전동보행기들이 차량의 눈치를 보면서 차도 옆을 조심조심 통행하고 있는 것이 농어촌의 현실이다. 1년에 전국적으로 도로 건설에 쓰이는 돈은 아마도 수조원에 이를 것이다. 그 돈의 일부만 가지고도 농어촌의 기존 도로 옆에 차도와 분리된 제대로 된 보행자 전용도로를 충분히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의 고령화율은 이미 20%를 넘어서고 있다. 고령자가 보다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어촌 정책의 큰 과제이다. 차량의 통행을 위한 새로운 도로 보다도 농어촌에 사는 가까운 사람들이 안심하고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농어촌 도로를 고쳐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실력으로 승부하는 장애인

요즘 복면가왕이라는 가요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에 보여지는 것에 대한 편견, 인기라는 계급장의 편견에서 벗어나 노래와 실력으로 대결한다.어쩌면 복면가왕이 화제가 된 것도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의 욕구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그만큼 현 상황은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고, 그 편견이라는 벽이 가장 높게 보이는 사람은 바로 장애인이다.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불편함은 있지만, 그들의 재능과 실력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를 살펴보면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왼쪽팔이 절단된 지체장애인이었고,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빈센트 반 고흐도 망막생소변선증에 의해 점차 주변 시야를 잃으면서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그러한 반 고흐의 시선으로 세계 명작품이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체적 장애를 뛰어넘어 예술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방송에서 자주 볼 수도 있다. 장애인에게 문화예술은 감정을 표현하는 소통의 도구이자, 신체 및 마음의 치료 매개체다. 말로는 한마디 이상 표현하기 어려운 학생도 그림 속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현실에서 어려운 부분도 글속에서는 상상의 꽃으로 피어난다. 그러한 이유로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경기복지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누림센터는 경기도 내 장애인을 위한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로 제7회를 맞이하는 ‘경기도 장애인 문예미술사진 공모전’은 문화예술 분야에 재능이 있는 경기도 내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공모 주제는 “누림(만족스러운 삶)”으로 문예(시, 수필), 미술(회화), 사진(디지털)으로 3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한다. 장애라는 편견의 벽을 넘어선 문화예술분야의 실력자를 주목하고 있다.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은 9월경 전시회를 통해 경기도민과 함께 감동의 시간을 나눌 예정이다. 이흥로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장

[천자춘추] 나혜석 자화상의 의미

며칠 전 미술관에서 나혜석 탄생 120주년을 맞이해 ‘나혜석과 여성미술’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행사에서 나혜석 증손자의 인사말이 있었다.이번 학술대회 발표자들이 30~40대로 젊어진 것과 함께, 유족들과의 만남이 세대를 이어가며 이루어짐으로 그 의미가 한층 더했다. 나혜석에 관한 재조명이 이제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기존 나혜석에 대한 연구는 이구열의 발굴(에미는 선각자였느니라. 1974)과 윤범모(나혜석학회 회장)의 성과도 크지만, 사실 미술보다는 문학계에서 특히 1980년대부터 여성문학연구자들을 통한 재조명이 활발히 이루어졌다.이번 전시회에서 당시 1918년에 발행된 원본이 처음 공개된, 한국 최초의 여성주의 의식을 지닌 소설 ‘경희’를 비롯해, 나혜석의 글들은 여성주의자들과 문학계의 주목을 끌지 않을 수가 없다. 나혜석의 그림보다 글이 지닌 화제성과 시대성이 눈에 띌 법은 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불우하게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자화상을 다시 살펴 볼 이유는 명확하다. 당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로 인하여 가리어진’ 나혜석의 예술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의 선각자, 나혜석을 만나다전에 나온 나혜석의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 순간이, 한반도에서 여성의 위상을 바꾼 대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이 당당히 한 사람의 주체가 되고 또한 직접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표현한다는 것은 이전의 세계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곰브리히는 ‘모든 미술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고, 미술가는 작품을 통해 시대가 부여하는 목적의식을 표현한다’고 믿었다.이는 나혜석 본인은 물론 당대의 지식인들조차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나혜석 자화상이 지닌 역사성이라는 의미의 획득을 곰브리히의 말이 대변해준다.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고 하지만, 해석에는 새로운 관점이 점차 덧붙여지면서 역사의 깊이를 더하게 마련이다. 문화지체와 역사지체 현상이 두드러지는 한국에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이 재해석되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다. 나혜석 연구는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풍부해 질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짐작하기에 먼 일이지만 가능성을 생각해본다면, 나혜석의 자화상이 국보나 보물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천자춘추] 공익형일자리창출과 장애인체육시설

등록 장애인 250만 명, 비등록 장애인 포함 500만 명으로서 그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우리나라 인구 5명중 1명은 장애인가족들이다. 또한 불의의 사고나 고령으로 인한 장애에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애인 체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장애인체육은 ‘치료이자 복지’로서 장애인들의 자립과 자활의지, 연간 1조7천억의 공공의료비 절감,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 가족의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 건설로서, 장애인의 ‘삶의 질’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불만 축소를 통한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이 장애인의 체육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이 따라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장애인의 생활체육참여율은 2007년 4.4%였던 것이, 2015년 기준 15.8%로 매년 1.4%씩 완만한 상승률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체육시설의 부족과 열악한 환경, 그리고 생활체육지도자 지원 부족과 장애학생의 학교체육 전담 지도교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체육시설 부족의 문제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의 설치 요구를 고집하는 것과는 달리, 기존의 비장애인체육시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개보수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전용체육시설을 많이 건설하는 것이 일견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유한한 재정과 예산부족, 그리고 장애인의 이동거리와 이동시간의 한계를 고려할 때 접근성이 좋은 거주지 부근의 체육시설 개ㆍ보수가 오히려 타당성이 좋다. 생활체육지도자와 장애학생 전문 체육지도자의 문제는 배치확대를 위한 관계자들의 의지와 예산지원 확대를 위한 공감대 조성이 급선무이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경기도 1만2천여명의 장애학생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장애인체육 전담 지도교사가 없어 제대로 된 체육수업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졸업한다. 이러한 경기도의 학생들을 위하여서는 대략 140명 정도의 지도자와 약 36억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경기도장애인체육회는 경기도와 도교육청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긍정적으로 예산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형 일자리 창출과 One-Stop 생활체육지원시스템 구축으로 체육시설, 지도자,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따뜻하고 일자리가 넘치는 경기도를 만들어 가는데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앞장 설 것을 약속한다. 장호철경기도장애인체육회사무처장

[천자춘추] 인류의 문명과 분뇨

미국 작가인 해로인 로저스는 그의 저서 사라진 내일: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2005)에서 지구에 생명체 탄생 이후 쓰레기 또는 폐기물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사람과 동물의 분뇨 즉 똥과 오줌이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 공상 영화 마션(Martian)에서는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 마크 트와니가 지구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연명(延命)하기 위해 승무원 인분으로 무공해유기성비료를 만들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와 같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으면 배설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나의 중요한 생존의 법칙 또는 배설의 문화임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그는 “인류의 역사는 화장실의 역사”라고 했을 만큼 분뇨처리는 오랜 기원을 간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분뇨처리시설은 기원전 3천년 전 인도의 인더스강 지역에서 발견된 모헨조다로유적이다. 로마제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화장실문화를 갖추었는데 각 가정의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설치하고, 한때는 공동화장실 건립을 위해 배설세(排泄稅)를 부과하기도 했다. 근대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에는 도시화와 인구의 집중으로 인해 좁아진 주거공간으로 인해 곳곳에 배설물로 넘쳐났다. 심지어 각 가정에 화장실이 없다보니 오물을 모아 아침에 창밖으로 쏟아 버리곤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전부터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살아왔던 조상들은 뒷간이라는 이름으로 화장실을 발전시켜 왔다. 왕실 귀족들은 개인 용변기인 매화(梅花)틀과 매화 그릇이라 하여 이동식 화장실을 사용하였다. 분뇨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은 어떻게 다를까? 전통적으로 서양에서는 악취와 전염병의 근원이자 없애버려 할 골치 덩어리로 보고 이를 막는 대안으로 수세식 변기와 하수처리체계를 개발하였다. 반면 한·중·일 등 동아시아에서는 귀한 존재로 돈을 주고 사는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지금도 가축분뇨는 땔감, 건축자재, 생활용품, 최고급 식재료로 활용되는 재료다. 현재 세계적으로 분뇨는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생명의 고리로서 화학비료의 대체재, 바이오 가스와 같은 재생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투자가 더욱 필요한 때다. 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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