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보면 가끔 손을 번쩍 들고 길 건너는 아이들을 본다. 참 사랑스럽다. 언제 우린 저 손을 내리게 된 걸까? 지금 내가 저런 모습이라면? 좀 어색할 것 같다. 어차피 어른이 되면 아무도 안 할 일들, 참 많이 배웠다. ‘착하게 살아라. 싸우지 말고!’ 그래서 제페토 할아버지도 피노키오에게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진다 했다. 사실 그때 할아버지 코가 엄청 길어졌어야 했다. 거짓말 안 해본 인간이 어디 있으랴! 어른은 아이의 ‘착해보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어한다. 하지만 ‘순진’은 ‘착함’이 아니라 ‘무지’이다. 모르니까 속이기 쉽다. 아이는 착해서가 아니라, 뭘 몰라 세배돈을 부모에게 주는 것이다. 사실 보면 못된 구석이 더 많다. 배우지 않아도 거짓말 하고, ‘부도덕’과목이 따로 없는데 싸우고, 남 잘못되면 즐거워한다. 반면 ‘도덕’은 아무리 가르쳐도 어른만 되면 대부분 딴 세상이다. 운전할 때, 끼어들기, 집 살 땐 다운계약서, 일 있으면 연줄찾기, 사업할 땐 이중장부, 권력 있으면 남용, 없으면 비방… “너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구나!”라는 말 뒤엔 세상의 민낯이 있다. 소위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세상, 그 곳은 맹자보단 홉스의 원리대로 움직인다. ‘homo homini lupus(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박원순, 반기문, 우병우… 등등 요즘 미디어를 통해 듣게 되는 수많은 이름들. 그들도 아마 하늘 향해 손 높이 들고 길 건너거나, 받은 세배 돈 엄마 손에 꼭 쥐어주며 안겼을 때도 있었으리라. 인간은 똑 같다. 누구나 ‘순진’을 지나 ‘까짐’의 시기를 산다. 제 잘난 맛에 세상 활개 치며, 멋지게 한 번 살아볼 거라고, 말 그대로 ‘난장을 깐다’. ‘그래도 저들이 있으니 아직 세상은 살 맛 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지극히 예외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개헌이다 아니다’ 말이 많은데, 이제껏 경험하고, 아직도 모를까? 고민하는 것이 이상하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도낄 개낄’일 텐데! 사람은 다 마찬가지이다. 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법이다.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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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
2017-01-12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