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통과 협력, 지지를 통한 동반성장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의 고용률을 높이고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통해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어 대안적 경제 모델뿐 아니라 복지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0년 제정된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각종 지원사업으로 사회적경제가 성장하여 현재(2016.6.30) (예비)사회적기업 149개, 협동조합 305개, 마을기업 56개에 달한다. 어느정도의 양적 성장속에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도 많지만 답보상태이거나 포기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쉽게 개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개선하고 마케팅에 힘써도 부족한 시간에 명확한 원인파악도 안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대표자 혼자 고군분투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이러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제해결을 도와주며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는 긴밀한 상호동반자적 관계이다. 센터에서는 답보상태에 있는 기업이나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상반기 전문컨설팅에 참여한 기업은 많지않다. 어려움은 있지만 하반기 컨설팅을 개별컨설팅과 소그룹컨설팅으로 방향을 설정하여 추진 중이다. 단순히 전문가의 소견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타 기업들과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업 간 상호 멘토와 멘티가 되어 협력할수 있도록 하며 프로세스를 직접 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툴을 제공하였다. 그 밖에도 센터에서는 디자인개발지원, 홍보사진촬영, 토론회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의 경우와 같이 기업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업방식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특히 디자인지원사업은 인천디자인지원센터와 디자인기업협회와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사업이다. 아쉬운 것은 사업을 수행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수정하여 기업들과의 접점을 찾을 기회도 없이 평가받는 일이다. 기업들의 참여도가 좋은편은 아니다. 그 이유는 센터의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센터와 기업이 서로 긴밀한 관계라는 인식부족의 탓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잘 활용해야 할 기관이다. 자본주의 4.0 시대에서는 공생과 공유를 통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특징이다. 사회적경제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더욱 효율적인 성장지원을 위한 2017년 사업이 준비되었다. 센터는 기업들을 위한 사업을 고민하여 기획하고 기업들은 적극적 참여와 발전적 제안을 통해, 센터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전경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천자춘추] 아직도 모를까

운전하다 보면 가끔 손을 번쩍 들고 길 건너는 아이들을 본다. 참 사랑스럽다. 언제 우린 저 손을 내리게 된 걸까? 지금 내가 저런 모습이라면? 좀 어색할 것 같다. 어차피 어른이 되면 아무도 안 할 일들, 참 많이 배웠다. ‘착하게 살아라. 싸우지 말고!’ 그래서 제페토 할아버지도 피노키오에게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진다 했다. 사실 그때 할아버지 코가 엄청 길어졌어야 했다. 거짓말 안 해본 인간이 어디 있으랴! 어른은 아이의 ‘착해보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어한다. 하지만 ‘순진’은 ‘착함’이 아니라 ‘무지’이다. 모르니까 속이기 쉽다. 아이는 착해서가 아니라, 뭘 몰라 세배돈을 부모에게 주는 것이다. 사실 보면 못된 구석이 더 많다. 배우지 않아도 거짓말 하고, ‘부도덕’과목이 따로 없는데 싸우고, 남 잘못되면 즐거워한다. 반면 ‘도덕’은 아무리 가르쳐도 어른만 되면 대부분 딴 세상이다. 운전할 때, 끼어들기, 집 살 땐 다운계약서, 일 있으면 연줄찾기, 사업할 땐 이중장부, 권력 있으면 남용, 없으면 비방… “너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구나!”라는 말 뒤엔 세상의 민낯이 있다. 소위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세상, 그 곳은 맹자보단 홉스의 원리대로 움직인다. ‘homo homini lupus(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박원순, 반기문, 우병우… 등등 요즘 미디어를 통해 듣게 되는 수많은 이름들. 그들도 아마 하늘 향해 손 높이 들고 길 건너거나, 받은 세배 돈 엄마 손에 꼭 쥐어주며 안겼을 때도 있었으리라. 인간은 똑 같다. 누구나 ‘순진’을 지나 ‘까짐’의 시기를 산다. 제 잘난 맛에 세상 활개 치며, 멋지게 한 번 살아볼 거라고, 말 그대로 ‘난장을 깐다’. ‘그래도 저들이 있으니 아직 세상은 살 맛 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지극히 예외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개헌이다 아니다’ 말이 많은데, 이제껏 경험하고, 아직도 모를까? 고민하는 것이 이상하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도낄 개낄’일 텐데! 사람은 다 마찬가지이다. 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법이다.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 대표

[천자춘추] N포세대가 하고 싶은 일

“선생님, 캐나다에 가서 찾아보려고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요.” 지난여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에 가겠다며 상담을 요청한 제자의 말이다. 잘 다녀오라고,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아오라고 손 한 번 잡아주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더라도 아르바이트와 다르지 않겠지만 적어도 세상을 보는 눈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필자는 현재 대학에서 ‘취업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 겨울방학부터 3학년을 이제 막 마친 학생들을 다그치게 된다.운 좋은 해에는 졸업생 중에 30% 남짓이 취업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취업을 한 아이들 중에서도 절반은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그러면 또 ‘취업지도교수’로서 어르고 달래기 시작한다. ‘이직(移職)을 하려면 경력이 필요하고 이상한 선임은 어느 회사에나 있는 것’이라며 구구절절 어설픈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 늘어놓는다. ‘취업지도교수’라고 해도 대학 외에는 취업을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대학들은 앞다투어 인문대학 학과를 ‘구조조정’하는 시대다. 철학과 사학(史學)을 비롯하여 독일어, 불어와 같은 학문은 대학 내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학과로서 존립 자체가 어려워졌고, 국어국문학과 역시 언어문화커뮤니케이션, 문화콘텐츠, 미디어한국문학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래 수요에 맞추지 못하는 학과는 없애라는 것이 교육부의 정책이고, 대학 입장에서도 졸업생이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과는 부담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학생 하나는 돈은 조금 벌어도 좋으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고 했다. 시를 쓰고 싶다는 학생은 평화나비며 촛불집회며 열심히 따라다니고 있다. 교사가 되겠다는 아이는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학교 기숙사에서 독하게 공부하고 있다. 패션 잡지 기자가 되겠다던 아이는 명동의 큰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니 결국 제법 유명한 패션지의 에디터가 되었다. 못난 어른들이 ‘취업률’이라는 엉성한 숫자로 몰아세우는 것이 부끄럽게도 아이들은 자신에게 이토록 치열하고 세상에 열정적이다. 다시 겨울방학이다. 이제 또 3학년들에게 어디에 취업하겠느냐고 전화라도 해야겠다. 이현희 안양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천자춘추] 소통, 흐르는 물처럼…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견해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 견해가 옳다고 여길수록 남과 대립할 개연성이 커진다. 상이한 의견은 조정이 필요하다. 그 수단이 대화다. 대화를 뜻하는 다이얼로그의 어원은 dia(통)와 logue(말씀)이고, 컨벌세이션은 con(합)과 versation(대립)이다. 두 단어를 조합하면 ‘말을 통해 이견을 조율한다’는 의미가 된다. 독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체로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점이 인상 깊다. 심지어 대답을 해도 되는지 묻고 나서 말하기도 한다. 교육의 결과이고 훈련된 사회문화라고 본다. 우리는 그런 방식에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그러니 회의나 토론을 잘 할 수가 없다. 말과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교수들도 이 부분에는 취약하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자르고 자기 말만 계속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상대는 대화에 흥미가 없어지고 무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관통하지 않는 말의 행위는 대화가 아니라 웅변이나 설교하는 것이 된다. 듣기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한다. 상대의 견해를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읽지 않고 답을 적는 수험생과 같다. 잘 듣는 것은 훌륭한 대화기술이다. 듣는 동안 상대 견해의 요점을 간파하여 자기주장의 오류를 찾아내고 논리를 정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겪고 있다. 소통의 시스템을 망가뜨린 결과로 받은 업이다. 바른 소통은 많은 영역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엄격한 명령도 대화의 통로가 열려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다양한 이견을 조율할 기회가 사라지면 흐르는 강에 댐을 막는 것과 같이 된다. 경직된 조직일수록 물의 숨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제대로 흐르지 못해 오염된 물이 넘쳐 우리 사회는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이얼로그가 고대 그리스에서는 주로 독백을 의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자기 자신과도 대화할 수 없는 사람이 타인과 잘 소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타인과 말하기 전에 자신을 진솔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삶의 철학은 아니었을까. 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주식투자할 때 포기해야 하는 것들

학교에서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던 시절 미국 금융시장의 60여 년간의 장기 통계를 보며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다. 연 평균 수익률로 볼 때 주식시장이 국채보다 약 7% 포인트 높았다. 주식 투자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업으로 살아오며 잃은 것이 참 많다. 첫째는 마음의 평화다. 주식은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배당은 하지만 이자만큼 일정하지도 않다. 시간이 지나 만기만 되면 약속했던 원리금이 통장에 찍히는 일 따위는 상상할 수도 없다.직접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처럼 투자한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다 보니 쏟아져 나오는 자료를 읽고 정보를 분석하느라 수험생 시절보다 바쁘고 고달프다. 거의 강박적이다. 생각지도 못 한 일로 손실을 본 적은 많지만 뭔가 깜빡해서 돈을 벌어 본 적이 없다 보니 더욱 그렇다. 둘째는 타인에 대한 신뢰다. 나름 품을 팔아 전도유망한 기업을 찾아내서 투자를 했는데 정작 회사의 상황이 좋아지자 대주주가 회사의 성과를 다른 주주와 공평하게 나누지 않고 교묘한 편법을 써서 독차지하는 파렴치한 경우를 너무 자주 겪었다. 직접 동업을 할 때처럼 사업 자체만이 아니라 동업자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턱없이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뒤통수의 안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셋째는 남들과의 일체감이다. 1999년 바이 코리아 선풍, 2000년대 중반 적립식 펀드 붐, 2011년 차화정 랩 열풍, 2015년 바이오 광풍. 모두 돈과 사람이 몰려들어 단기간에 시세가 비이성적으로 폭등 후 폭락한 경우다. 분위기보다 계산기를 믿다 보니 시장이 달아올라 다들 희희낙락 할 때 같이 어울리지 못 하고 구경만 했다.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내심 무지하게 부러웠다. 어쨌든 남들이 덜 가는 한적한 길만 고집하다 보니 여태껏 살아 남았는데 어느 새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몰리는 번잡한 곳을 피하는 버릇이 생겼다. 도대체 주식이 뭐길래 이렇게 살았을까? 답은 7% 포인트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천자춘추] 새해 포부와 생존편향

제2차 세계 대전 중, 연합군은 독일의 대공포 공격에 많은 전투기를 잃고 있었다. 이에 전투기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대공포에도 끄떡없도록 강철판으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런 비행기는 무거워 날 수가 없다. 비로소 취약한 부위에 최소한의 갑철을 덧대어 비행기를 보호하자는 아이디어에 이르게 된다. 이 업무는 해군분석센터가 맡았고, 연구원들은 적지에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비행기를 조사했다. 기체에 남아있는 총탄자국을 분석해 가장 피해가 많은 부위를 파악했다. 피탄분포는 주날개를 따라 동체에 집중돼 있었다. 대다수 장교들이 탄흔이 집중된 이 위치를 갑철로 보완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런데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인 왈드(Abraham Wald)는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탄흔이 발견되지 않은 부위가 가장 위험하므로, 갑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군분석센터가 분석한 비행기는 총탄을 맞고도 살아서 기지로 돌아왔으므로, 탄흔이 집중돼 있어도 그 곳은 안전상 치명적이지 않다. 도리어 탄흔이 전혀 없는 곳이 가장 취약하다. 그 위치에 총탄을 맞은 비행기는 모두 귀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왈드의 추론은 베트남전과 한국전쟁에도 적용돼 수리적으로 확증되었다. 새해의 계획과 포부를 가다듬는 시기이다. 자칫 성공미담에 현혹되어 허울 좋은 계획을 세우거나, 행복감이 떨어져 의기소침해 하는 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왈드의 전투기처럼 생존성공한 결과에 과도하게 몰입하여 실패사례를 간과함으로써 야기되는 왜곡현상을 생존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기록의 대부분이 사라진 패자보다 살아남은 승자에 대한 미담으로 채워졌다는 점도 이러한 왜곡을 증폭시킨다. 창업에 성공한 CEO, 주식투자 성공담 등의 대박 스토리에서 입빠른 호사객들이 흥미를 끌려고 근거없이 양산하는 정보를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공통점을 찾아서 수십 가지의 그럴듯한 성공요인을 사회에 강권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장에서 경미한 상처를 입고 귀환에 성공한 비행기의 무용담일 뿐이며, 진정한 성공요인이 아닐 수 있다. 타인의 성공신화보다 본인 스스로의 미션과 비전, 장단점을 진중하게 곱씹어 보는 성찰이 새해맞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천자춘추]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

고대 근동사회 이전부터 인간은 항상 하늘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아침에 뜨는 해를 보면서, 과연 무엇이 거대한 태양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궁금해 했다.달이 뜨고 지고, 또한 크기와 모양이 매번 바꾸는 것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그것을 변하게 하는 것일까 궁금해 했다. 밤하늘 수많은 별들의 실체도 궁금했고, 그 별에 무엇이 살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많은 철학자들이 이에 대해 사유하였고, 과학자들도 또한 이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에 주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천상과 지상의 세계를 각각 나누어 이원론적으로 구분하였다. 천상은 신의 세계로서 완전한 운동을 하고, 지상은 세속의 세계로서 불완전한 운동을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천상의 모든 별들은 완전한 원운동을 하고 있다고 간주하였다. 천상의 운동이나 지상의 운동이 동일한 원리에 의해 운행된다고 밝힌 사람은 17세기에 활동했던 갈릴레오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2천년 즈음 지난 이후 천체 운동의 원리가 밝혀졌다. 그렇다면 지구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논쟁이 있었던 내용이다.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강력한 이론이었다. 지구가 중심이 있고, 태양이 주위를 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믿었고,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천동설은 카톨릭과 기독교가 공인한 세계관이었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주창한 상황에서도 천동설은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였다. 과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의 천체 운행의 설명이 천동설을 사용하던 지동설을 사용하던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8세기 뉴턴에 의해 완벽하게 천체 운행이 설명되기까지, 천동설과 지동설은 모두 각각의 약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천체는 태초부터 변하지 않고 창조된 모습대로 그렇게 운행하고 있었는데, 인간들은 오랫동안 천체의 운행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생각하였다. 인간의 어떠한 관계없이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7년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주위의 세상사로 인해 혼란 가운데 빠지지 않고,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는다. 또한 대한민국의 힘을 믿는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오직 위대한 국민이 만들었다고 믿는다. 김두환 인하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천자춘추] ‘87체제’ 30년, 그리고 개헌

지금으로부터 꼬박 30년 전인 1987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매우 뜻 깊은 한해였다. 88올림픽을 1년여 앞두었던 6월, 전두환 군부독재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6월 민주화운동’ 혹은 ‘6월 민중항쟁’으로 불리는 거국적 저항은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대통령 직선제 수용 (6.29선언)으로 이어졌다. 결국 대통령 직선제 등의 내용을 포함한 헌법 개정안이 그 해 10월 27일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 법률 및 제도의 토대가 된 소위 ‘87체제’의 시작이다. ‘87체제’를 지탱하는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많은 정치 및 제도적 장치들이 현재 대한민국 정치와 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최근 대통령 탄핵 심사로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바로 이 때의 개헌으로 신설된 헌법기관이다. 그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87체제’는 태생적으로 불완전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극소수의 정치인에 의해 논의된 데서 찾을 수 있다. 6.29선언 이후, 여야는 각각 네 명의 국회의원을 선발해 ‘8인 정치회담’을 구성했는데, 이들은 첫 회의가 열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헌법전문과 부속 조항 개정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즉, 현재까지 30년간 이어진 ‘87체제’는 단지 여덟 명의 손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급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렇다 보니 개정된 새 헌법의 잉크가 미처 마르기도 전에 각양각색의 개헌 관련 문제가 정치권에서 다시 터져 나왔다. 그런데 국민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등장한 다양한 이 논의에 정작 국민은 없었다. 2017년 새해에도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 분위기에 맞물려 개헌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다. 개헌의 성사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우리는 민주화와 개헌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냈음에도 그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지난 1987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개헌 논의의 중심에는 그 누구보다도 국민이 있어야 할 이유다. 조의행 신한대학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천자춘추] 국민을 위한 변화, 병무행정 용어순화

인터넷이나 SNS에서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의 언어세계는 정말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기성세대들이 요즘 친구들과 대화를 하거나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특히 자주 사용하는 줄임말을 알아야한다. 예를 들어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소)’, ‘안물안궁(안 물어봤음 안 궁금함)’, ‘낄끼빠빠(낄데 끼고 빠질 데 빠져)’ 등 그들만이 가진 언어세계를 알아야지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처럼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를 얼마나 알고 이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병무청에서는 국민과 올바른 병무행정의 소통을 위해 평소에 국민들이 자주 접하고 사용하는 병무행정 용어를 순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을 지난 2016년 11월 30일 부로 시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병무행정 용어 26개를 순화하였다. 1949년 최초로 병역법을 제정한 이후 67년간 사용해 오던 병무행정 용어는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로 바뀌었다. 이러한 병무행정 용어들의 변경을 위해 병무청은 국민들의 공모를 통해 꾸준히 쉽게 풀어쓰려는 순화작업을 준비하였으며 ‘국립국어원’의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병역법을 개정하였다. 순화된 병무행정의 용어를 살펴보면 징병검사는 ‘병역판정검사’로, 제1국민역은 ‘병역준비역’으로, 제2국민역은 ‘전시근로역’으로, 의무종사는 ‘의무복무’로, 무관후보생은 ‘군간부후보생’으로 순화하였다. 경인지방병무청은 순화한 병무행정 용어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직원 대상 교육과 청 내 표식과 안내판 등의 교체작업을 완료 하였으며,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는 병역의무자와 국민들이 병무행정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면서 서로가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국민을 위한 행복한 변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도시가 성장하는 길

얼마전부터인가 전국지자체들은 도시를 성장시키는 고민에 빠진 듯하다. 떠올리는 것은 인재양성과 육성이다. 지역의 중장기 계획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정리해본다. 인천은 항만과 공항이 함께 공존한다. 정부가 인천항을 세계적인 물류·해양관광 거점 항만으로 육성하는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9조원을 투입해 항만물류 강화와 인천항 주변거점지역을 연결하는 해양관광벨트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을 약속하고 인천시 역시 해양박물관건립 유치에 발 벗고 나섰지만 IPA와 부지제공 문제로 서로의 입장차이로 법정소송 진행중이다. 하지만 최근 IPA와 인천은 함께갈 고민들을 논의중인듯 하다. 인천시는 첫번째로 중구·동구 일대에서 추진하는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인천내항 8부두와 개항장을 가로지르는 우회고가교를 철거(중구 우회고가교는 파라다이스호텔인천에서 인천내항 8부두를 끼고 경인전철·수인선 인천역 옆을 지나 북항을 연결하는 1.2km 길이의 고가도로) 하기로 했다. 이사업으로 인천역·차이나타운·개항장일대와 내항간 보행축 단절을 완화시키려는 의도이다. 이렇듯 인천은 여러 가지 계획과 발표와 논의들이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300만도시의 인천이 성장하는 길에 대해 신중히 고민할 시기다. 학생들을 위한 ‘실습선 도입 추진위원회’에 인천항도선사회, 인천항발전협의회등 인천지역 해양항만 관련 업계의 협력 계획하고 해양·항만·물류 등 해양 관련 분야의 국제해사대학 학사·석사과정을 제공하는 해기사 고등교육기관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전석산 인천해사고 전문연구원이 제언하였다. 인천은 최초·최고·처음·시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잊고 있었던것은 아니었을까? 해양·항만이라는 좋은 자산을 잘 사용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워 해양·항만이 남의 것이라 인식해서일까? 아니면 무관심일까? 인천의 성장을 위해서 일시적인 성과를 바라보는 랜드마크가 필요한지, 일시적인 경제성장을 바라볼 것인지, 지속가능성을 담고 시민의 삶의 질을 담는 계획을 만들 것인지 등은 향후 도시 성장의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그 성장의 중심에 서두에서 거론했던 인재양성과 육성이 기반이 되어야함을 잊지말기를…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답에 가까이 가는 길은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의 요구사항을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성장의 길이다. 상생을 위한 협업 속에서 정답을 찾아가길 바래본다. 전경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천자춘추] 일(1)코노미 해의 시작

우리나라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는 2017년에 일(1)코노미의 해가 시작된다. 일코노미란 ‘1인’과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1인가구가 증가하여 경제소비패턴이 바뀌는 것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통계청에서 지난해 12월19일에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수는 520만 가구로 전체가구수의 27.2%를 차지하였고 10년 후인 2025년에는 31.3%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다.게다가 2인가구수도 27.1%로 1~2인가구수는 53.3%로 절반이상이 소가족형태로 바뀌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홀로 사는 혼족이나 자녀 없이 부부만이 생활하는 핵가족시대의 라이프 스타일도 상당한 변화가 도래한다. 제일먼저 식품소비형태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1~2인 가구는 용량이 많은 식제품을 구입하면 다 먹지 못하고 보관도 어려워 처치곤란을 겪는 경우가 다 반사이기 때문에 용량이 적은 식품을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식음료업계에서는 1인가구를 타켓으로 하는 용량이 적은 신상품개발에 돌입한 상태고 유통업계도 혼자 거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거나 소량으로 물품을 구매하면서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각도농업기술원, 각시군농업기술센터로 이어지는 농촌진흥기관에서도 최근 농식품 키워드를 ‘미니’ ‘믹스’ ‘프레시’로 요약하고 미니과일, 미니채소 생산기술을 중점 보급하고 있다.과일의 경우 기존 대과(큰 과일)위주에서 ‘소비자 선호형 중소과 생산 시범사업’으로 전환하였고 수박, 참외 등 과채류도 애플수박, 방울참외, 미니오이, 방울토마토 등 작은 열매채소 생산으로 변하고 있다.이를 위해 도내 사과, 배, 포도, 복숭아 연구회와 지역별 강소농 자율모임체 등을 통해 사과는 루비엑스, 알프스 오토메, 가을스타 등 미니사과 품종을 배도 소원, 신화, 조이스킨, 그린시스 등 작거나 껍질째 간편히 먹을 수 있는 품종으로 확대보급하고 복숭아의 경우도 과육이 다소 단단하고 작은 편의점용 사이즈 생산, 포도의 경우는 샤인 마스캇 등 3색 포도 중점 보급, 채소의 경우도 애플수박, 미니 양배추 등 작은 신선채소류 생산기술 보급에 치중하기로 하였다. 이에 맞춰 우리 농업인들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미니과일, 미니양파, 방울토마토, 미니 양배추, 미니오이, 애플수박, 방울참외 등 작은 채소류 생산에 관심을 갖고 일(1)코노미 시대에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 할 때이다. 김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 전문위원

[천자춘추] 스포츠 산업 이대로 멈출 수 없다

최순실 국정 논단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은 스포츠산업 분야이다. 무엇보다 이 분야와 관련하여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온 기업과 관계자들의 한숨이 길기만 하다. 내년도 관련 사업인 스포츠 산업 잡 페어, 스포츠 산업 포럼, 스포츠 R&D 사업, 엘리트 사업 등 스포츠 산업과 관련 되어 있었던 각종 사업들이 폐지되거나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무엇보다 가슴이 아픈 건 스포츠 산업 자체의 본질이 왜곡되어, 정유라 승마특혜로 인한 대학 체육의 병폐, 장시호의 동계 스포츠 영재센터 비리로 인한 평창 동계 올림픽의 분위기 저하, 스포츠 재단으로 인한 기업들의 스포츠 참여 저조 등 각종 비리에 따른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다.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스포츠 산업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하였다. 스포츠 산업 진흥법이 개정 및 공포실행되어 건전한 여가 제공과 더불어 프로 스포츠 구단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대한 체육회와 국민 생활 체육회가 통합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자생력을 잃어버린 분야가 아니라 새로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 집행의 방향성과 미래 비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 산업은 우리나라만의 국가 정책적인 사업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 선진국들도 선진국으로 가기위한 각종 정책 개발과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공통 분야이다. 끊임없이 멈추지 않는 노력만이 발전의 기틀이 된다. 이도윤 시(詩) 바다를 보면 “썩지 않기 위해 제 몸에 소금을 뿌리고, 잠들어 죽지 않기 위해 제 머리를 바위에 부딪치고 출렁이는 바다를 보아라. 그런 자만이 마침내 뜨거운 해를 낳는다” 는 그의 시에서 새로운 스포츠 산업의 희망을 본다. 정유년 닭의 해가 밝는다. 닭의 울음소리는 예로부터 어두움과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좋은 상징으로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서곡과 같은 것이다. 뜨거운 태양을 낳기 위해 하루 70만 번 이상 파도를 치는 바다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새로운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새로운 희망이 노력이 온 누리에 넘쳐 났으면 한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부학장

[천자춘추] 고향에 대한 고마움과 바라는 마음

올해 봄에 고향 포항에 있는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했다. 바쁘신 가운데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시어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주신 여러 인사들과 자리를 빛내 준 초등학교, 여자고등학교 동창생들과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들께 늦게나마 경기일보를 통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새기고 고향을 떠난 지 40여년 만에 그림으로 고향을 찾은 셈이다. 80년대는 순환에 의한 영원한 생명의 근원인 ‘물’을 조형적으로 실험하였고, 90년대는 우주의 에너지(氣)를 비상(飛翔)하는 ‘새’를 통해 조형화 하였으며, 2000년대는 아름다움과 고난의 양면성을 진실로 하는 ‘꽃’을 표현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고 생활이 변하듯 이를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음도 변할 것이며 따라서 나의 예술세계와 조형적 실험도 끊임없이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고향은 떠나야 ‘고향’이다. 이 마음의 ‘고향’은 나의 탄생이요, 자람이며, 학습이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향’은 그리움과 사랑과 추억이 고여 있는 마음의 샘물이다. 그러나 산업입국의 숨 가쁜 질주 끝에 이룩한 경제적 풍요와 삶의 여유로움이 포항에도 곳곳에 드러나고 있었다. 세상에 자랑인 포스코의 공장과 하늘에 치솟은 굴뚝, 용트림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함대가 집결한 듯한 아파트 단지, 혼란스런 간판과 명멸하는 불빛들, 강물처럼 흐르는 차량들의 행렬들은 40년 만에 찾은 나에게는 에뜨랑제의 낯설음 만 안겨 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교향악으로 울려오는 바다소리가 있고, 창공을 비상하는 물새의 자유로움이 있으며, 산과 들에는 이름 없는 꽃들의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가 있지 않는가? 유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들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그 행복의 핵은 바로 문화적 삶일 것이다. 이제 고향인 포항도 오페라와 연극이 있고, 무용과 음악의 발표회가 열리고, 미술전시회와 거리문화가 있는 문화도시로 발전되었으면 하는 것이 고향을 아끼는 출향민의 바람일 것이다.산업화, 상업화된 척박한 환경을 낭만과 정서의 문화가 흐르는 여유로운 삶의 터전으로 바꾸는 것이 고향을 ‘고향’으로 재생시키는 도시정책의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그런 모습의 고향을 다시 찾아 역작으로 작품전을 열어 많은 분을 초대하고, 바다와 물새와 꽃을 만나고 싶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어머니처럼 고향의 바다는 항상 나를 부르고 안아 줄 것 같기에. 윤옥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관장

[천자춘추] 2017년, 진정한 통합을 기대한다

연말 K스포츠 사태로 얼룩지긴 했지만, 그래도 2016년 대한민국 체육인들의 가장 큰 화두는 ‘통합’이었다. 대한체육회(1920년)와 국민생활체육회(1991년)로 각자 길을 걷던 체육이 저변 확대, 정책 및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하나가 된 것이다. 각 종목별로 통합 작업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새 단체가 됐다. 필자가 맡고 있는 농구종목은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되면서 기존의 아마추어, 국제대회뿐 아니라 생활체육까지 관장하게 됐다. 이는 국제농구연맹(FIBA)에서도 평소 꾸준히 권장해왔던 부분으로, 겉보기에는 마침내 꿈이 실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공존’을 위한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명칭만 같이 사용한다고 해서 ‘하나’는 아니라는 것이다. 생활체육은 그 종목의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생활체육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 종목이 그만큼 활성화되어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농구는 이 두 부문이 따로 놀고 있었다. 일단 생활체육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면서 10대, 20대 유입도 점차 늘고 있다. 유니폼과 농구화 등 용품 판매가 늘고 있고, 팀수도 많아졌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회도 많이 개최되면서 동호회 농구 유명인사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농구가 붐이다. 이들이 직접 선수로 출전하는 TV 프로그램도 기획됐다.반대로 엘리트 농구는 하향세다. 프로농구 시청률은 답보 상태고, 경기력이나 흥행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초중고등학교로 내려가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각 단체들은 통합을 바탕으로 선수 수를 늘려 미래 주역이 될 선수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한 계획 수립에 고심이 많을 것이다. 농구도 그중 하나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농구’라는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즐겨 흥행과 저변 확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 마련도 중요하다. 통합 취지인 저변 확대, 정책 및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이룰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중장기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정체성이 분명한 두 단체가 하나가 된 만큼 기싸움도 있었을 것이며 여전히 갈등도 남아있을 것이다. 이를 얼마나 빨리 봉합하고 의견을 합하느냐 역시 ‘통합’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천자춘추] 세월X의 진실과 직접 민주주의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됐던 세월호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세월X 가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자로가 2년 동안 추적해 제작했다는 세월X는 장장 8시간 49분짜리 진실을 향한 대장정이다. 핵심 요지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고 그것은 잠수함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참사원인을 둘러싼 음모론과 가설은 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미친 김감독’으로 불리는 김지영 다큐멘터리 감독의 ‘투묘(anchor) 침몰론’이다. 이 가설은 정부가 공식 발표한 세월호 항적도는 조작됐고 세월호를 지그재그식으로 전속력 항해하면서 닻을 내리는 외부 충격으로 침몰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김감독은 이 가설을 다큐 ‘더 인텐션’이라는 제목으로 조만간 세상에 내보일 참이다. 둘 중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직 더 치열한 논쟁과 과학적 검증, 조사가 필요하다. 두 개의 가설 외에 전혀 뜻 밖의 진실이 수면 위로 떠 오를 수도 있다. 중단된 세월호 특조위를 재구성하고 최소한 수사권을 부여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월X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중 주목해야 할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대표해왔던 대의제의 작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원인이 ‘과적-조타실수-고박불량-복원력상실’ 때문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고 있다.눈치보는 정치권을 압박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끌어낸 동력 역시 국민들이 직접 든 촛불에서 나왔다. 정부, 정치, 검찰 심지어는 언론에 이르기까지 어느 대의적 권력기관도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사이 평범한 직장인과 시민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자로와 김감독 등 수많은 1인 미디어와 블로거, 그리고 대규모 촛불시위는 무능하고 기득권화된 대의민주주의가 스스로 침몰하고 대신 직접민주주의가 분출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눈이 빨개지도록 세월X를 보면서 정치인으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부끄러워지는 이유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천자춘추] 키친 캐비넷

지난 12월 18일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대통령 변호인단의 헌법재판소 답변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정치인이 연설문을 주변에 자문 구하는 일이 왕왕 있다”고 밝히는 한편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최순실에게 연설문을 다시 한 번 검토하게 한 이유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 것으로서 의견을 청취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표현이 나타난다. 주방 내각이라고 직역될 만한 ‘키친 캐비넷(kitchen cabinet)’이 바로 그것이다. 원래 이 말은 미국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대통령이 재임 중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던 내각의 각료들을 제쳐두고 자신의 친구나 지인과 같이 국정을 논의한데에 유래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직책을 부여 받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 관저의 부엌을 편하게 들락날락할 정도의 측근이었기에 국정에 더욱 깊숙이 관여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시대 워싱턴의 국정이 잘 돌아갈리 만무했다. 로널드 레이건도 적극적으로 ‘키친 캐비넷’을 활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민영화를 열렬히 신봉했던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기업인들로 채워졌었는데, 이 시기부터 확산된 신자유주의의 근원을 짐작케 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승만 대통령 역시 ‘키친 캐비넷’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광복 전후, 미군정기,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자신의 측근인 미국인들의 조언과 자문에 의지했다. 미국과의 외교에서도 정상적인 외교채널보다는 자신을 숭배했던 이들을 더욱 중용했다. 문제는 비록 이승만에 대한 충성심은 높았을지 모르지만 한국 전체의 국익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다는 데에 있다. 전직 미 전략정보국(OSS) 출신 프레스턴 굿펠로우(Preston Goodfellow)는 미군정의 잠정적 묵인 하에 당시 한도를 훨씬 뛰어 넘는 은행 차입을 받았고, 이 액수의 반은 이승만의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 이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이승만의 정치자산이 되었다. 국정운영자에게 흉금을 터놓을 사람조차 없는 것은 한 개인의 불행이다. 하지만 바로 그 사람에게 국정이 휘둘리는 순간 국민이 불행해진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추운 평일과 주말 거리를 도심을 지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주방에서의 안식이 필요한 때인데. 조의행 신한대학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천자춘추] 진짜 부자

거금 1천300억원을 모교에 기증한 한의사가 화제이다. 이란에서 20년간 왕실 주치의로 활동한 이영림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고 했다니, 참 아름다운 분이다. 평생 300억을 모은 부자가 인생을 즐겨보려 여행을 떠났는데, 사고로 죽고 말았다.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300억의 부자가 죽었다고! 정말 그럴까? 한 거지가 너무 힘든 나머지 좀 이상해졌다. 본인이 300억의 부자라고 자랑하며 다녔다. “이 돈은 다 내꺼야! 아무도 주지 않을 거야!” 그렇게 살다 죽었다. 두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까? 없다! 돈은 소유가치가 아니고 교환가치이다. 당신이 돈을 그냥 가지고 있는 동안엔 전혀 가치가 없다. 가치는 무언가와 교환할 때만 발생한다. 따라서 평생 소비할 이상의 돈은 당신 돈이 아니다. 타인의 돈을 애써 은행에 보관하다 넘겨줄 뿐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잡스는 83억 달러에 이르는 유산을 남겼다 한다. 분명한 것은 그 중 잡스의 돈이 한 푼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마이클 잭슨은 사후에도 연봉이 8억 2천500만 달러에 달해 연봉 랭킹 일위라고 한다. 웃긴다. 소비할 수 없는 인간은 소유한 것이 아니다. 죽음이 세상사에 무관심하기도 하지만 실제 그는 한 푼도 벌지 못했다. 한 푼도 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엔 대부분 부자들뿐이다. 은행에 돈이 넘쳐나는데 안 쓰는 골통 부자, 돈을 물 쓰듯 쓰면서도 늘 모자란다는 심통 부자, 아무리 써도 모자라지 않으니 아무 생각 없는 먹통 부자, 은행잔고는 텅텅 비었는데, 머릿속에만 돈이 가득한 깡통 부자, 그리고 나쁜 마음으로 수천억을 숨겨놓고 전전긍긍하는 똥통 부자! 다행히 진짜 부자도 있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쓰고 싶은 것 다 쓰는데 돈이 전혀 모자라지 않는다. 늘 계산이 맞아떨어진다. 버는 대로 감사하며 사용하기 때문이다. 혹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와도 다 쓴다. 나를 위해 쓰고 나머진 다른 사람을 위해 쓴다.조금이라도 남겨두면 내 돈이 아니니 아까워서라도 다 쓰고 간다. 그렇게 전부 내 돈으로 만든다. 맛깔진 사람이다. 이영림 원장이 그렇다. 그래서 부자는 돈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면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왔다 무언가 의미 있는 존재로 가는 것이다.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 대표

[천자춘추] 일상생활과 취미생활

우리 인간은 이성적(理性的) 동물이요, 섬세한 감정과 표현의 기능을 갖고 있으며, 무엇인가 만들어 낼 줄 아는 창조적 동물(maker)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라 일컬어진다. 모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나님에게는 특별한 존재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각자 각자에게 탄생의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부여한 인간의 ‘특별한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 내재(內在)한 그 ‘특별성’을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잘났다, 못났다고 생각하고 또 판단하기도 한다. 나의 ‘특별성’은 단 한번 주어진 나의 일생을 어떻게 하면 보람 있게 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 것인가 하는 가치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 정립은 나의 천부적(天賦的)인 소질과 재능, 그리고 사상에 의해 결정된다. 나이에 관계없이 가치관이 정립되었으면 철이 들었고 그렇지 않으면 철이 들지 않은 것이다. 인생은 지내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는 것이다. ‘날마다의 생활’ ‘평소의 생활’ ‘늘 하는 생활’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가는 수동적 삶이 아니고, 삶의 목적과 방향을 세우고 그것을 향하여 시간을 주관적으로 경영하는 적극적 삶이란 뜻이다. 황량하고 급박한 일상생활일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정신적 문화이다. 마음에 느껴 일어나는 정취(情趣)를 표현해 본다든지, 아름다움이나 멋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을 키운다든지, 아니면 재미로 좋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해 보는 취미생활은 ‘날마다’ ‘평소’ ‘항상’이란 일상의 피곤함과 지겨움을 해소시켜 줄 것이다.취미생활에 빠져보면 그 속에서 나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할 수 있고, 남과 다른 나의 ‘특별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글쓰기나 읽기, 그림그리기, 만들기, 꾸미기 등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것이 흔들림이 없는 ‘나의 세계’가 되고 나아가 현실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취미생활 10년이면 훌륭한 직업이 되는 많은 예가 이를 말해 준다. 일렁이는 바다에는 사물이 비치지 않는다(海印). 애증(愛憎)의 감정이나 시기와 질투, 원망과 욕심이 일렁이는 마음으로는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고 또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거친 세파가 밀어 닥쳐도 삶의 목적과 방향이 뚜렷하고 내 마음을 항상 담을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질 때 평상심(平常心)은 유지될 것이며,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윤옥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관장

[천자춘추] 인천의 밥심

잘 먹고 잘 사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 일반적인 서민들의 생각이 아닐까? 그런데 간혹 우린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식주 중 식문화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요즘은 텔레비전을 보면 먹방, 쿡방 등 편성프로그램을 보면 우리의 삶의 대부분을 먹는 것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먹는 즐거움을 무시 못하고 집밥에 대한 요구가 큰 시점에서 집밥 만큼은 아니지만 매식을 하는 직장 근로자의 경우 하루 중 점심시간의 즐거움이 클 텐데 그들의 밥심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인천의 지방지에 실린 보도자료에 보면 인천지역의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으로 산업단지 내 급식소들이 관할 규청에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하거나 유통기한이 표기되지 않은 불량 식자재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무허가 급식소가 늘어나고 있어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언을 해본다. 국가적으로 청년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서 푸드트럭을 합법화하였다. 그러나 푸드트럭 창업자들은 법적요건은 모두 갖추어 있지만 영업장소가 공원이나 지자체가 정한 곳으로 되어있다. 주말이나 되어야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소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서울 외의 타 지자체는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는듯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점심 식사시간 등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도심에서도 영업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경우도 있다. 우리도 산단의 근로자들의 건강과 편의를 해결함과 동시에 청년창업으로 시작한 푸드트럭업체들의 상생을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상생을 위해 여러 가지의 고민과 검토는 필요하겠지만 산업단지 근로자들과 청년창업자들을 위해 부딪히는 부분도 많겠지만 의미 있는 일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인천이 300만 시대에 고민해야 하는 것은 민생이다. 인천의 시민들이 법의 잣대로 단속되거나 처벌을 받기 전에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야만 하는지 법으로 처벌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있는지 고민하는 인천이길 바라본다. 연말을 보내는 산업단지의 근로자들이 따뜻한 밥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2017년을 기대해본다. 전경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천자춘추] 대선 테마주의 민낯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요동을 치다 보니 소위 대선 테마주라는 것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차피 주식 투자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것이니 어떤 회사 주식을 사든지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이요 책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투자가 합리적인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식은 가격이 무작위로 움직이는 종이딱지가 아니다. 주식은 해당 기업의 지분증서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의 가치도 오르고 주가도 올라간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주가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이 되지만 길게 보면 기업의 가치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없다. 어떤 회사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최대주주가 유력 정치인의 출신 대학 동문회장인 경우, 회사 임원 중 한 명이 정치인의 친척인 경우, 회사 대표가 정치인과 고교 동창인 경우 등등에서 급기야 최대 주주 본인이 유력 정치인인 경우까지. 그런데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차기 대통령과의 사소한 인연으로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클 수 있을까? 혹시 최순실의 경우처럼 초기에 잘 나가다 한순간에 몰락할 가능성은 없을까?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일단 편의상 곱절로 커진다고 가정하자.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확률이 25%라면 기업의 가치는 25% 증가할 것이고 주가가 그만큼 오르는 것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대선 테마주의 주가는 하루 상한가 30%는 기본이고 2~3일 만에 50% 이상 오르는 경우도 흔하다. 최대주주가 현재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어느 대선 테마주는 지난번 대선을 앞두고 2만원이던 주가가 16만원을 넘어갔다 폭락하기도 했다. 대선 테마주를 사고파는 사람들은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격이 올라가는 종이딱지를 사서 뒷사람에게 더 비싸게 팔겠다는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급등하는 시세에 현혹된 사람들이 몰려들 때는 모두가 즐겁지만 잔치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자들의 돈을 들고 튀는 사기꾼만 없을 뿐 폰지 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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