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왜곡

樹木等到花(수목등도화) 謝才能結果(사재능결과) 江水流到舍(강수류도사) 江才能入海(강재능입해), 혼탁한 정국현안과 관련하여 얼마 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전달했다는 경구이다. 청와대가 나서서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해설까지 곁들여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지혜로 삼아야 할 말씀이라고 전했다. 다수의 언론이 화엄경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여과없이 보도했지만 실상은 화엄경에서는 이와 유사한 문구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출처가 불명확하고 진정성을 찾기 힘든 정보가 급증하고 있다. 솔개가 40살이 되면 갱생하기 위해, 무뎌진 부리를 바위에 쪼아 버리고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과 깃털 마저 뽑아낸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우화일 뿐이다.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함께 수조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가 더욱 건강해진다는 메기론, 물의 온도를 서서히 높이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속수무책으로 삶아져 죽는다는 개구리론 등이 모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기성세대에게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도 허다하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며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전화기 발명도 자주 언급된다. 두 사람이 동일한 기술로 전화기를 발명하였지만, 벨이 2시간 먼저 특허를 신청해서 최초발명가로 인정받았으며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특허제도는 2011년 전에는 발명시점이 빠른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선발명주의를 고수하고 있었다. 모로 가나 기어 가나 서울 남대문만 가면 그만이지, 화엄경에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존재가치는 듣는 사람의 지식을 확장하여,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아무리 잘 이해하고 감동을 받더라도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손까지”라고 하지 않던가. 한 순간의 거짓(!) 감동은 단거리 이동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궁극적인 실천의 동력으로는 미흡하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

[천자춘추] 금년 쌀농사가 풍년이라고요?

가을추수가 마무리되고 날씨까지 추워지는 입동만큼이나 요즘 농업인들의 얼굴에는 웃는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하락하는 쌀값 때문이다. 올해는 쌀값하락이 어느 해보다 심하여 농업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가지만 잇달아 터지는 사건으로 농업인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말았다.하물며 일부 언론에서는 금년 쌀농사가 대풍이라는 잘못된 보도로 쌀값하락을 부채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농업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소농 전문가들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농촌진흥청 강소농 현장지원단으로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 현장지원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민간전문위원들은 매월 10회 이상 현장 컨설팅을 하면서 농업인들의 현장의 소리를 마지막 주 월요일에 모여 정보교환을 정례화하고 있다.10월 모임에서 지역전략작목 식량작물분야 전문위원은 ‘매스컴에서 쌀농사 풍년이라고 홍보해 쌀 가격만 떨구었다’고 농업인들의 불만을 소개하였다. 실제로 쌀 수확농가들은 수확을 해 보니 전년보다 5~10%정도 적게 났으며 벼 도정시 제대로 된 쌀이 나오는 도정수율도 평년보다 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쌀 생산량 감소는 벼 출수기에 지속적인 고온으로 벼이삭이 영글지 않는 불염현상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11월15일 기준)에 따르면 금년 쌀 생산량은 벼 재배면적 감소와 예상단수 감소로 전년대비 3%정도 적은 419만7천t으로 21년만에 가장 낮았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쌀값도 전국 평균 3만2천337원/20kg(11월5일 기준)으로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미의 평균 수매가격도 4만8천264원/40kg 산물 벼(일부 잠정가격으로 12월 중 사후정산 조건도 있지만)로 전년보다 1만원이상 낮은 가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쌀값하락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는 것과 외국쌀 의무수입물량(MMA)이 증가 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정부에서도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여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으나 농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수급안정을 위하여 생산자단체와 정부 관련부처 그리고 관련학계, 산업체, 소비자 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고 농업인의 지속가능한 영농차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김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 전문위원

[천자춘추] 사랑의 열매

가을인가 싶었는데 겨울이 왔다. 사계절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계절 변화가 요즘 변덕스럽기만 하다. 모처럼 짝의 손을 잡고 찾은 용문사의 가을 나들이가 이 조급성과 무질서에 몹시도 실망스럽다. 미처 아름다운 빛깔로 다 채우지 못하고 시들해져 버린 단풍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 오묘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교훈이 참 뜨겁다. 미처 준비할 여유도 없이 절기를 뛰어넘는 겨울이 찾아왔으니 올해는 몹시도 춥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나, 가족, 이웃의 따뜻한 마음을 상징하는 빨간 3개의 열매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뜻하는 초록색 줄기의 ‘사랑의 열매’가 우리들의 가슴에 달릴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전해야 하는 걸까. 자신을 다 채운 후에야 눈을 돌려 남을 돌아볼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랑도 봉사도 아님은 당연하다. 물론 아직도 우리는 구석구석 힘들어 아우성이다. 그러나 1966년 1인당 국민소득 125달러에 불과하던 어려운 시기에 주변국들의 원조에 의지하며 몸부림칠 때 ‘사랑의 열매’는 탄생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이런 마음가짐에 입각하여 지난 2013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낮고($1천980) 전력시설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학교가 7천304개나 되는 온두라스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조금은 낯 뜨거운 일이지만 온두라스 설탕재단에서 항공비, 체제비 등 1천600여만원을 지원받고 도 예산 1천만원으로 온두라스 촐루테카의 12개 마을을 찾아가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주고 마을 리더들을 대상으로 공동체 조직력을 키우는 경기도형 평생교육을 진행했다. 빔 프로젝터 지원 기념 현판식을 위해 한 마을을 찾은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이곳에서 여성들은 산에서 돌을 주워오고 남성들은 흙으로 된 바닥에 돌을 놓는 등 온 마을주민들이 모여 포장 작업을 하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마을 이장들은 교육을 먼저 시작한 다른 마을이 변화된 모습을 보고 우리 마을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진흥원의 교육이 주민들을 하나로 만들고 마을을 180도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스스로 놀라워 했다. 진흥원의 노력들이 온두라스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훨씬 더 크고 지속가능한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온두라스 농촌 지역 주민들을 더불어 함께 살게 만든 교육의 힘, 공동체 지수가 OECD 38개국 가운데 37위인 지금 우리나라에서 정작 이러한 교육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천자춘추] 국민건강검진 수준의 징병검사

중국 은나라 시조인 성탕(成湯) 임금의 반명(盤銘)에 새겨져 있는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이란 말처럼 ‘언젠가 한때 새로워진다면 나날이 새로워질 것이고 또한 새로워질 것이다’ 라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병무청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여 국민에게 병역의무 부과만 하는 기관이 아닌 국민과 함께하는 병무청이 되도록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병무청은 한때 병역비리로 인해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지고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으나, 국민의 신뢰 회복과 병무행정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첨단 검사 장비 도입으로 징병검사 전 과정을 전산화하여 부조리가 개입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였으며, 투명하고 공정한 징병검사를 위해 검사체계의 변화 및 신체등위 판정기준의 합리적으로 조정하였다. 특히, 올해는 징병검사 수검자 가족들의 검사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모가 함께 징병검사장에 가지 않아도 집이나 직장에서 아들의 징병검사 시작과 진행과정, 예상 소요시간 및 병역처분 결과까지 알 수 있는 ‘징병검사 과정 실시간 공개 서비스’가 시행되어 스마트폰 앱과 병무청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종합병원 건강검진 수준의 징병검사를 실시하는 등 맞춤식 건강정보제공서비스를 실시하고, 건강검진 결과서를 병무청 홈페이지 나만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및 출력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현재 간 질환, 당뇨, 에이즈 등 14종의 병리검사를 내년에는 알코올성 간질환, 심혈관계 질환, 신장 기능검사 등 5개 종목이 추가된 19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정밀한 신체검사를 바탕으로 병역처분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는 투명하고 공정한 병역처분과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맞춤식 건강검진으로 병역의무자들에게 더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군에서 필요로 하는 정예자원을 선발하여 충원함으로써 국민이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병무행정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나’는 무엇인가?

도시의 많은 직장인들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기업체, 심지어 초등학교의 교육기관까지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함으로써 변화된 생활 패턴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다.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 또는 야간근무로 주 60시간 이상 열심히 일하던 ‘고단한 과거’가 주 40시간 근무의 ‘편안한 현재’로 바뀌었다. 이 편안한 시간은 다이어트, 헬스, 수영, 댄스 스포츠, 미용, 성형, 낚시, 골프, 등산, 여행, 바둑 아니면 쇼핑과 외식 등으로 더 바쁘고 피곤한 주말생활을 만들고, 모처럼의 ‘여가시간’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체로 몸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웰빙인양 인식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고는 외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고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요즘 학생은 물론 일반인들도 혼자 잘 있지를 못한다. 여럿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모습엔 때와 장소가 따로 없다. 왜 그럴까. 혼자 있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 ‘중심상실’에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우리들의 시청각에 어필하는 대상에만 집중하지, 그 대상이 환기(喚起)시키는 내면의 기분과 감정에는 별로 집중하지 않는 향수(享受) 태도에서 비롯된다. 즉 자기가 자기를 외출하여 자기가 자기를 만나지 못하고, 사유(思惟)의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시집을 읽고 있거나, 악기를 다루고 있거나,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은 우리들이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검은 구름 속에서 붉게 타고 있는 저녁노을을 볼 때, 갈대숲이 우거진 연못에 유영(遊泳)하는 백조를 만났을 때, 밤바다 수평선 멀리 떠있는 고깃배의 불빛이 파도를 타고 내 앞까지 흔들리며 다가와 있을 때, 비온 뒤 운무(雲霧)에 휩싸여 봉우리만 하늘로 내밀고 있을 때, 아니면 어떤 사건이나 장면을 듣거나 보았을 때, 우리는 그것들로 감정이 흔들린다. 이 흔들리는 감정을 붙잡을 수 없을까. 인간은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것을 글이나 그림으로 아니면 몸짓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불만을 갖게 된다. 약간은 거칠거나 부족하더라도 그러한 감정들이 표현되었을 때 마음은 비워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일상의 생활 속에 굳건한 나의 ‘취미의 성(城)’을 쌓자. 이 은밀한 ‘취미의 성’에서 창조된 글과 그림들은 바로 자아실현의 결과물이며, 그 속에서 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덤까지 가져갈 취미를 갖는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의 보람이요, 기쁨이요, 가치이다. 윤옥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관장

[천자춘추]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라 하면 흔히들 시, 음악, 미술의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들만이 영유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그러면 도대체 예술의 의미란 무엇인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마루운동의 묘기를 보거나, 홈런 한 방으로 역전할 때, 코너에 몰려 소나기 펀치를 맞던 복서가 한 스텝 빠져나와 원 펀치로 상대를 KO시킬 때, 또는 거구에 밀리던 선수가 몸을 제켜 그를 모래판에 쓰러뜨릴 때, 관람자는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 이 함성과 박수는 왜 나왔을까? 그것은 미(美)와 쾌(快)의 감정을 유발시켰고, 미와 쾌가 최고의 기술에서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술=미+쾌=최고의 기술’이란 등식이 성립된다. 그러면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藝術)에 있어 예(藝)는 동양적 의미로는 토괴(土塊, )에 초목을 심는 인간능력(丸)의 작용(云)이란 합성어로, 장차 사대부(士大夫)가 되기 위해 젊을 때 일찍이 교양의 씨를 뿌린다는 뜻으로 인격도야의 의미를 갖는다.술(術)은 읍중도(邑中道), 즉 나라 안의 길이란 뜻으로 실천적 방도로서의 기술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인격도야를 위한 기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편 서양적 의미의 ars(라틴어), art(영어, 프랑스어), Kunst(독일어)는 특수하게 숙련된 기술을 말한다.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서양인은 “Help me!”라 하고, 한국인은 “사람 살려요!”하고 구원을 외친다. ‘나’를 도와 달라는 것과 ‘사람’을 살리라는 것의 차이에서 서양인은 ‘나’를, 한국인은 ‘사람’을 강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이야말로 존귀한 존재이다.왜냐하면 ‘사람’되기에는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고 그것의 극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늘(辛) 세 쪽과 쑥(苦)를 먹고 100일 간의 어둠(暗)을 극복한 곰만이 사람인 웅녀(사람)로 탄생하였고, 호랑이보다 곰을 택한 것은 영웅보다 성자를 보다 훌륭한 인간으로 생각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단군신화는 알려주는 것이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지위가 높고 권리가 있으며, 부자라 하여도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면 인간(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명한 정치가가 되려면 예술작품을 보고 시민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예술가는 현실의 대변자이기 때문이다. 윤옥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관장

[천자춘추] 저주는 저주가 아니다

월드시리즈와 한국 시리즈, 일본 시리즈 우승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카고 컵스(Clark)와 두산 베어스 팀(철웅이), 니혼 햄(브리스키 베어)의 마스코트가 모두 곰을 사용한다. 곰은 예로부터 우리 민화에 나오는 친근한 동물로 온순하고 참을성이 많으며, 곰은 힘과 비전, 그리고 희망을 상징한다. 시카고 컵스는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풀고 우승을 하자 축하 퍼레이드에 500만 명의 시민이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시카고 강은 컵스의 색깔인 커피 블루로 물들여졌다. 두산 베어스는 2년 연속 우승을 하고 나서 NC의 승부 조작이라는 악재에 우승의 의미가 다소 사라져 버린 듯하다. 우승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지만 시카고 컵스의 우승은 108년 염소의 저주를 풀고 만들어진 우승이기에 더욱 의미 있고 값진 우승으로 평가를 받는다. 1945년 시카고 컵스 구장에 빌리 시아니스라는 농부가 염소를 몰고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저지를 당하자 “다시는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어 염소의 저주를 만들었고 그 이후 컵스는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 했다. 이러한 저주의 해결사는 테오 엡스타인(과거 베이브의 저주를 푼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단장의 ‘경영이라는 마법’과 조매든 감독의 ‘적용 리더십’이 하나가 되어 팀의 선수 관리와 운영을 데이터를 통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통해 팀을 1승 3패 후 기적 같은 3연승을 연출하며 108년의 저주를 풀었다. 우리 사회를 보면 우리에게도 저주는 있는가? 그것이 과연 우리를 옥죄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를 보다 도전과 희망으로 만들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참고 견디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했던 컵스와 두산 그리고 니혼 햄의 곰처럼, 다른 팀에 지지 않기 위해, 우승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곰의 실천 정신을 배워야겠다. 저주는 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처럼 이 어려운 시기에 곰처럼 그렇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실천으로 묵묵하게 나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저주 자체가 컵스에게 큰 축복이었다”는 시카고 팬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각종 어려움과 난제들이 우리에게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길 바란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경기도시公의 성인식 위한 조건

내년이면 경기도시공사가 창사한지 20년이 된다.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되는 해인데 경기도가 설립한 이 공기업은 그동안 별다른 혁신도 없었는데 택지, 산업단지, 주택 및 도시개발 사업 등을 종횡무진하며 무척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지난 1997년 창립되던 해에 1천244억원으로 출발했던 자본금은 이제 1조6천억원으로 10배가 넘었다.한때 우려했던 부채비율도 올해 216%로 건전하고 2010년부터는 최고신용등급(트리플A)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수 400여명으로 올해 매출 30조원에 1천20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외형적으로는 어엿한 대기업의 풍모를 갖춰 성인이 되기에 충분한 듯 보인다. 그러나 신체 발육 상태가 좋다고 곧 어른이 아니듯이 기업 특히 공기업의 경우는 더더욱 외형적 규모만으로 그 건실성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정 건전성과 사업손익 타령하는 것 보다는 자기 책임하에 자기 결정권이 있느냐 없느냐가 성인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본질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 점에서 경기도시공사는 아직 성인이 될 준비가 안돼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아픈 대목이 있다. 바로 창사 이래 20년동안 단 한 명의 내부승진 임원도 없이 경영권이 경기도 관피아 등 낙하산 부대에 장악돼 있는 현실이다. 공사가 성인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는 경기도로부터 인사 자주권을 확보하는 일이어야 한다. 임원중 최소한 절반은 내부 승진 인사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낙하산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수십년 청춘을 바쳐 일해 온 직원들이 이사도 되고 사장도 되는 비전과 희망 정도는 심어줘야 한다. 경기도의회가 공사에 대고 백날을 떠들어 봐야 백년하청인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2년짜리 관피아들이 돌아가며 판치는 기업에서 어떻게 혁신이 나오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겠는가. 경기도가 무슨 꾼 돈이라도 청구하듯이 꼬박 꼬박 낙하산을 내리 꽂는 것은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하는 일이다. 경기도는 낙하산 보내는 짓을 이제 좀 정도껏 해야 한다. 경기도시공사는 경기도청의 것이 아닌 경기도민의 기업이 되어야 한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천자춘추] 시즌 초 혹사 논란… 선수가 기계인가

선수 건강보다 눈앞의 1승이 중요할까. 한국 스포츠는 프로 출범 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미디어 취재 환경, 훈련 및 재활 시스템, 마케팅 등 2000년대에 접어들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선수를 바라보는 지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선수 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청주 KB스타즈의 국가대표 선수 강아정의 ‘혹사 논란’이 있었다. 오른쪽 외측인대 2개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은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킨 것이다. 강아정은 11월 5일 경기에서 39분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긴 시간을 소화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안덕수 감독은 강아정 본인의 의지도 있었기 때문이라 했고, 강아정 역시 “선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플레이오프나 우승컵이 걸린 중대한 경기도 아니고 개막 초반인데, 굳이 무리를 시킬 이유가 있느냐는 이유였다. 강아정은 노장이 아닌,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드는 선수다. 당장의 1승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강아정의 무리한 출전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투혼’으로 포장된 강아정의 ‘혹사’가 타 구단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남자프로농구에서도 모 선수가 부상 투혼을 벌이자, 타 구단서 “너는 밥이 넘어가냐. 저 선수를 보면서 느끼는 것 없냐”며 눈치를 줘 부상자들이 좌불안석했던 사례가 있다. 저변이 열악한 국내 스포츠 현실에서 스타 1~2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열악한 저변에도 불구, 롤모델들이 모범사례,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며 꿈나무들도 계속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 여자스포츠에서 지도자는 ‘코치님’이 아닌 ‘선생님’이라 불린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진정한 선생, 즉 스승이라면 선수의 건강과 미래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천자춘추] 시야각 속의 세상 읽기

‘코끼리는 기둥이다.’ ‘코끼리는 벽이다.’ ‘코끼리는 밧줄이다.’ 불교 열반경에 나오는 ‘맹인모상(盲人模象: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에 나오는 보지 못하는 이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각자 자기가 본 것이 진실이라 주장하며, 자기가 본 것이 전부라고 주장하는 우매함을 꾸짖는 교훈적인 내용이다. 이 교훈에서 우리가 한 면만 본다고 꾸짖을 것인가. 이야기 속에서는 왕은 자신이 만진 것에 대해서만 주장하는 이들을 꾸짖는 내용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달리 봐야 하지 않을까. 각각의 생각과 시야각(視野角, Viewing Angle)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우리는 소통, 공감, 공유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얼마나 우리는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고 서로 다른 시각을 인정하는지. 그 인정 속에서 얼마나 소통, 공감, 공유하는지. 사람들은 각자의 처해진 상황에서 보고 판단하고 서로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토론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나와 의견이 같은가, 다른가에 따라 내편 남의 편으로 편가르기가 들어간다. 이런 편가르기에서 본질은 사라지고 서로를 상처 입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 소모적인 모습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인천시는 얼마 전 ‘인천형 복지모델’을 만들어 발표하였다. 발표에 앞서 인천시는 각 사회복지기관 및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시의 소통, 공감, 공유하려는 모습과 다른 생각과 다른 시각을 인정하는 모습에서 해답을 찾아본다. ‘인천형 복지모델’은 완성된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여 거듭나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소통, 공감, 공유라는 시도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천이 성장과정 중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인천이 인천시민들과 함께 가기 위한 프러포즈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면 안 되는 것인가. 이제 인천형 복지는 진행형이다. 시민이 필요로 하고 시민이 만족하는 시민과 함께 희망을 논의하는 출발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다른 시각은 인천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언하고 참여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형복지 모델개발을 통해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복지 정책으로 성장하여야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행복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 도시 인천을 복원하기 위해 함께 조력하길 기대해본다. 전경희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천자춘추] 브렉시트 투표 후, 아직 건재한 영국

지난 6월 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영국에 쏠렸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거의 모든 언론과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고 탈퇴로 귀결되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한 해외의 지도자들까지 나서 영국인들에게 EU 잔류를 설득했음에도 영국인들은 결국 탈퇴를 선택했다. 투표 후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향후 영국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섣불리 예측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새 내각의 수장인 테레사 메이 총리가 직면한 대내외 과제는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특히, 비록 부결되었지만 이미 지난 2014년 독립투표를 한 차례 시행했던 스코틀랜드는 이 기회를 틈타 다시 한 번 독립을 추진하게다고 벼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허언(虛言)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영국 경제는 아직 건실하다. 얼마 전 발표된 영국의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브렉시트의 충격에도 성장세를 나타냈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졌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영국 경제를 지탱하는 서비스업도 호조이다. EU 탈퇴 협상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영국 경제의 전망은 다시 한 번 안개 속으로 접어들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보건대 생각만큼 그 충격이 미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명불허전이라고 불릴 만큼 이 나라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필자는 이러한 영국의 힘이 국가의 위기일수록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치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역대 영국의 지도자들은 위기 때마다 강력한 리더십를 발휘했고, 국민들은 이념과 계급에 관계없이 정부에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큰 진통이 없지는 않겠지만 영국은 이 난국을 어떻게든 돌파할 것 같다. 영국의 지난 역사는 그런 믿음을 준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떠한가? 비선실세의 국정농락 문제가 안 그래도 갈 길 바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보, 경제, 사회 및 교육 등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도 말이다. 대통령의 권위는 실추됐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권력을 위한 기회가 아니다. 정치와 국민 사이의 신뢰를 되살릴 기회다. 피땀 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의 기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이길 바란다. 조의행 신한대학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천자춘추] 자기소개서의 비애

정규직이란 친구가 지금 취업 면접 중이다. “규직씨! 자신을 한 번 소개해보겠어요?” “아! 네! 저는 제출한 자기소개서대로 ~한 부모님의 맏이로 태어나 학교는 ~를 졸업했구요. 학창시절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경험을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상상한 대로, 상투적이며 상식적이다. 당연히 다음 질문이 와야 하는데 이 면접관이 좀 요상하다. “제가 궁금한 건 ‘당신이 지금까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아니라 ‘당신이 누구인지’ 입니다. 경험 말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사람들은 태어나 경험한 것들을 자신이라 믿고 산다. 그런데 경험은 지식, 감정, 그리고 욕망을 낳는다. 지정의, 그것을 우린 마음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 ‘나의 마음’을 ‘나’라고 믿는다. 그래서 ‘내 마음 나도 몰라’ 한숨 쉰다. 인간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 본능적인 욕망이 있다. “나 배고파!” “나 졸려!” “나 응아!” 여기 ‘나’는 정확히 나의 몸이다. 우리는 몸으로 많은 경험을 한다. 피자를 먹고, 소주를 들이키고, 에르메스를 보고, 람보르기니를 타본다. CEO나 정치가를 보며 돈, 권력, 명예의 맛을 알게 된다. 그래서 말한다. “나 에르메스 갖고 싶어!” “나 람보르기니 타고 싶어” “나 무조건 성공할거야!” 여기 ‘나’는 내가 아닌 ‘나의 마음’, ‘경험의 집합’이다. 두 사람이 맞선을 본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상대를 알아간다! 이 때 서로가 내놓는 ‘나’는 마음가운데 상대가 혹할 만한 좋은 것만을 선별하여 부풀린 반면, 나쁜 것은 감추고 위장한 폼 나는 ‘자기소개서’이다. 이것을 사회적 자아(Ego)라 부른다. 당연히 에고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몸’도 ‘나의 마음(Ego)’도 ‘나(Self)’는 아니다. ‘나’는 어디 있을까? 만남은 나와 너의 만남이다. 그런데 서로의 몸과 마음만 있으니, 기다림은 이제 내가 너에게로 가도 해소되지 않는다. 10월의 마지막 밤도 지났건만, 기다리는 ‘누구’를 모르니 함께 있어도 둘은 늘 외롭다. 같은 공간에 있음이 만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밤새 노래방에서 소리 지르고 술을 퍼마셔도, 심지어 두 남녀가 결혼해 수 십 년을 해로해도 만남이 아닐 수 있다. 그건 오래 이혼하지 않고 버텨내기도, 한 이불 덮고 자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남은 그냥 나와 너의 만남이다. 단순하다. 참 쉽다. 그래서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렵다.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 대표

[천자춘추] 모든 슬픔을 웃는 마스크로 덮다

80년대 초, 필리핀 남부, 네그로스섬의 주도-바콜로드 지역민의 유일한 생업이었던 사탕수수가격이 폭락하고, 1천여 명의 지역사람들을 태운 돈 쥬앙 여객선의 침몰로 7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면서 바콜로드는 그야말로 희망이 없는 도시였다.경제적 위기와 가족을 잃은 슬픔이 함께 덮쳐 유래 없는 공황상태에서 어려움을 이겨낼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지역 예술가들은 고민 끝에 웃는 얼굴을 한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 ‘마스카라페스티벌’(Masskara Festival)을 만들었다. 모든 아픔과 슬픔을 웃는 얼굴로 덮고 앞으로 올 희망을 축하하자는 의미였다. 끼와 흥이 많고 긍정적인 필리핀 사람들의 민족성이 드러나는 기획이었다. 지역민들의 참여를 위주로 한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었다. 예술가들은 마을 단위와 학교 단위로 그룹을 만들어 ‘마스크와 의상’을 제작하였고, 춤 경연을 펼쳤다. 이렇게 마을단위로, 지역단위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적 성격의 축제는 아픔을 같이 겪은 바콜로드 지역 사람들의 호응 속에 점차 강한 축제성을 띄며 화합의 장으로 역할했고, 필리핀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이 축제가 가진 힘 중의 하나는, 지방정부와 교육부의 지원, 그리고 지역기업의 후원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 점이다. 바콜로드 지역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마스카라댄스를 경험하며 그 학생들이 중등부에 가면 중등부 경연을 펼치고, 성인이 되면 마을단위로 그 맥이 이어진다. 축제가 하나의 관습이 되고 문화가 되어 교육적인 자생력을 갖게 된 것이다. 바콜로드를 대표하는 ‘마스카라 축제’ 기간에는 도시 곳곳에 화려한 마스크들이 등장했다. 마치 바콜로드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대중이 모이는 공공기관, 쇼핑센터, 식당, 호텔마다 인테리어처럼 마스크들이 매달려 있고, 축제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쓰고 서빙하는 점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축제 퍼레이드와 광장거리, 특설무대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넘쳐나고 밤늦도록 축제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의 마스카라축제는 여느 축제와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고, 마스크와 의상, 소품 등은 훨씬 화려하고 디자인도 다양하지만, 37년의 축제역사동안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마스크는 ‘웃고 있다’ 는 것이다. 그것으로 이 축제의 취지와 의의를 잊지 않고 있다. 숲의 도시, 안산은 내년 봄, 4월을 남다르게 만나는 준비를 차분히 하고자 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이제는 치유를 넘어 희망을 그리는 조붓한 마을축제를, 거리극축제의 명소가 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가족애에 기반한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강창일 (재)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저소득층 전세자금 특례보증 ‘주목’

이제 가을 이사철은 지나고 곧 김장 준비를 해야 하는 동절기로 접어들고 있다. 10월 마지막 주에는 쌀쌀한 날씨 때문에 젊은이들 중에도 옷을 두툼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많이 보였다. 추운 날씨엔 무엇보다 집이 따뜻해야 몸도 편하고 마음엔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본 지면을 통해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상품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다. 가급적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하여 일반전세자금보증보다는 특례보증 위주로 소개를 하였었다. 전세자금 특례보증이란 신용회복지원자, 기초생활자나 차상위계층이면 이용할 수 있는 전세자금보증과, 제2금융권의 전세자금대출을 은행으로 갈아타게 해주는 징검다리 전세보증을 말한다. 그런데 수도권의 특례보증 목표달성률이 지방에 비하여 상당히 저조하다. 수원, 안양, 용인 등 경기도 중부권의 공급목표는 131건인데 지난달 27일 기준 110건 공급에 그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목표가 많거나 지원금액이 현실과 맞지 않거나 홍보가 덜 되어서일 것이다. 먼저 공급목표를 보자. 수도권이 지방보다 목표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는 통계 등을 바탕으로 설정되고 합의된 목표이므로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다. 다음으로 지원금액을 살펴보면, 신용회복지원자에게는 최대 2천500만원,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는 최대 2천500만원(채권보전조치 시 4천만원), 징검다리 전세자금은 최대 1억5천만원이다. 언뜻 보면 적어 보인다. 그러나 취약계층용 특례보증은 지명채권양도 등 채권보전조치에 동의할 경우 4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징검다리 전세자금은 1억5천만원을 한도로 기존 제2금융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을 갈아탈 수 있게 하므로 상당히 큰 지원 규모다. 따라서 특례보증 지원금액이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수도권과 지방의 전세자금 수준을 생각한다면 지역별 차별 없이 지원액이 동일하므로 상대적으로 수도권 지원금액이 적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어차피 공짜 아닌 빚이다. 전세자금은 최대한 자기 돈으로 해결하고 부족한 부분만 빚에 의존해야 맞다. 마지막으로 홍보를 보자. 역시나 핵심은 홍보이다. 경기지역의 소득통계를 봤을 때 취약계층이 없을 리는 없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 했거늘, 이런 상품이 있는 줄 모르면 찾는 이도 없을 수밖에. 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은 특례보증 상품을 알리기 위해 주민센터, 신용회복위원회 지부, 지역자활센터 등을 분주히 다니고 있다. 경기지역 관련단체의 긴밀한 협조가 더 필요하다. 어려운 지역민의 전세금 해결을 위해 모두의 더 따뜻하고 활발한 협조를 기대한다. 박승창 주택금융공사 수도권서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장애인체육에 아름다운 기부를

경기도가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119개, 은메달 125개, 동메달 116개로 총 19만1천409점을 득점해 ‘맞수’ 서울특별시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종합우승 11연패를 달성했다. 장애인체육에서도 경기도가 최고임을 입증한 의미 있는 결과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그동안 엘리트 선수들만의 대회로 치러져 왔던 것을 사상 처음으로 생활체육 동호인부가 신설돼, 전문 선수와 동호인 선수가 함께한 대회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대회였다. 우리 경기도 역시 17개 종목에 걸쳐 123명의 동호인 선수가 참가해 평소 갈고닦은 기량을 뽐냈다. 장애인체육은 비장애인체육과 달리 전문체육(엘리트체육)이라 해도, 사실 성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이 체육을 통해 얼마만큼 사회생활을 하고, 행복해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경기도 내 장애인 중에 체육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말은 85%의 장애인들이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체육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 채, 가정에만 머물고 있는 재가(在家) 장애인들이라는 것이다.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대다수 동호인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성적보다 같은 유형의 장애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경기를 펼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또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수부로 육상 투척경기에 출전해 금메달 2개를 비롯해, 모두 3개의 메달을 따낸 김숙자씨(57)의 사례를 접하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김씨는 30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은 뒤, 한때 삶을 포기하고 싶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였으나 체육활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체육활동이 가져오는 장애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도내 장애인들은 체육활동을 하고 싶어도 거주지 주변에 마땅한 장애인체육 시설이 없고, 일부 종목의 경우 고가(高價)의 장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많은 재가 장애인들이 체육활동을 즐기고, 이를 통해 전문 선수를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장애인 체육시설과 운동기구, 특수체육지도자가 필요하다.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형편상 큰 예산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체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단체 등의 기부와 비장애인들의 재능기부가 절실하다.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보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제4차 산업혁명과 환경문제 변화

인류사에 있어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태동한 1차 산업혁명을 시초로 하여 제2차 및 제3차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제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출발점으로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초기에는 면직물 생산과 같은 소비재와 경공업이 중심이었으나 후반기에는 점차 전기화학, 제철 등 중공업으로 발전하였다. 반면 이로 인해 당시 유럽이 당면하게 된 환경문제로는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인한 무분별한 도시의 확산, 매연과 대기오염, 수질오염, 쓰레기 방치, 위생적인 상·하수도시설의 절대 부족, 호흡기 질환과 콜레라와 이질 창궐 같은 전염병의 만연 등이 지적되었다. 제2차 산업혁명은 1920년대 미국의 자유자본주의 발전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대량생산체제의 대명사격인 테일러리즘(Taylorism)과 포디즘(Fordism)이 시초라 하겠다.당시 미국 사회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과학적 관리법에 기초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소비가 미덕인 시대로 상징되었다. 제품을 아껴 오래 쓰거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로운 제품과 상품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폐기물은 매립장 또는 소각 처리하는 것을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였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화석연료의 고갈과 무분별한 자원개발에 대한 비판, 쓰레기 처리의 어려움, 대기 및 수질 오염에 대한 거부감, 지구환경 보호 운동 확대, 인구증가, 국가 간 부와 소득의 불균등 심화가 지구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제3차 혁명은 1960~80년대 인터넷과 컴퓨터 즉 정보통신(IT)혁명을 집약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로 등장하고 세계경제를 한동안 좌지우지하며 제4차 산업혁명과 중첩되면서 현재도 그 위력과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시기 환경문제는 세계기후변화, 석유자원과 자연자원의 고갈, 전 세계적인 고유가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대변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핵심 어젠다로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명명하였다.유비쿼터스, 모바일 슈퍼컴퓨팅, 인공지능 로봇(AI), 자율주행자동차, 유전공학, 신경기술,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과 전문 영역이 서로 경계 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파괴적 혁신’을 일으켜, 좁게는 개인의 일상생활부터 넓게는 세계 전반에 걸쳐 대변혁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비록 환경 분야에 대한 언급은 많이 없을지라도 모든 과학기술발전에 인간이 중심이 되는 한 이를 비껴갈 수는 없으리라 본다. 이상익 행정학 박사

[천자춘추] 고령화 시대 불청객 ‘뇌졸중’

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orld Stroke Organization)에서 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2초에 1명꼴로 발병, 6초에 한 명씩 사망할 만큼 빈번한 질환이자 국내 단일 질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흔히 중풍으로도 알려진 ‘뇌졸중’은 사망률도 높지만, 발병 후 다행히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선제적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정맥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유형인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5배나 높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심방세동’ 질환 특징을 살펴보면 규칙적으로 뛰어야 하는 심방이 분당 400~600회 정도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면서 혈전(피떡)을 만들고,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졸중을 일으킨다.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의 경우 1년 이내 사망률이 50%에 달해 다른 원인에 의한 뇌졸중보다 사망 위험이 2배나 높으며, 거동에 큰 장애를 동반한 뇌졸중 가능성도 2배 이상 높아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하지만 ‘심방세동’ 환자라고 해서 무작정 뇌졸중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생활 습관과 약물 또는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뇌졸중 발병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졸중 예방을 위해 혈액을 묽게 하는 항응고 치료를 받게 되는데, 최근에는 치료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가 보험 적용이 되면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심방세동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와 더불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음주와 흡연은 심방세동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과도한 카페인 섭취, 과식, 스트레스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혈액순환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일 두근거리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즉시 부정맥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리 없는 암살자로 불리는 뇌졸중이라도 미리 위험 요소를 파악해 조기부터 관리한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작은 증상도 쉬이 넘기지 말고 조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임홍의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천자춘추]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분위기는 항상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사실 현대사회는 이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게 쉽지가 않다. 저마다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그렇다. 요즘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지만 결코 말처럼 대립적 관계를 원만히 풀어내기가 힘들다. 감정이 상하게 되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며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간에는 물론이고, 더 큰 집단 간에는 소통을 이루기 위한 전제가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미술관 개관 1주년을 맞이해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전이 열리고 있다. 21세기 뉴패러다임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보고자 했다. 뉴패러다임은 ‘불확실성(미결정성)’을 가리킨다. 세계를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 본 고정된 의미의 세계가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타자와 주체의 관계가 끊임없이 서로를 변화시키면서 공존한다는 뜻이며, 타자와의 관계 맺기가 자아의 존재방식에 매우 중요한 일이며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방식임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위기 문제들은 생태적 순환의 관계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자연에 의한 천재지변을 포함해, 사회적 원인으로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이기심이 스스로를 회복 불가능한 파괴로 몰아간다는 것이다.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기적 개인이 이타적 개인을 이기는 반면, 이기주의자들의 집단은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을 이길 수 없다”고 했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이기적인 개인들의 끝없는 욕심이 그런 집단을 형성하고 생태적 순환의 흐름을 단절할 때 발생한다. 전시를 기획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또한 전시회가 비평적 역할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평의 통로를 열수 있도록 화두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이룬다고 생각했다.21세기는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이래로 자신들의 세계를 이끌어가는 규범을 상실한 첫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규범을 잃어버린 덕분에 우리는 ‘유동하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다. 불확실성이라는 미결정성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내일을 다르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천자춘추] 기부와 위대한 유산

요즘 미국은 한 달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뉴스로 연일 시끄럽다. 그 중에 필자의 눈에 띄었던 것은 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기부와 관련한 이야기다. 클린턴과 트럼프, 그들의 사회적 책임,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느냐, 다시 말해 대선 후보들이 기부를 얼마나 했느냐는 것이다. 클린턴 부부는 지난해 총 소득의 9.8%를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한다. 부통령 러닝 메이트인 팀 케인도 총 소득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했다고 한다. 반면 트럼프는 아직까지 소득을 공개하지 않아 기부금액을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기부활동도 대통령 선택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정치에서 기부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기초단체, 광역단체, 총선과 대선 등 다양한 선거용 홍보지 그 어디에도 총 소득의 일정 부분을 기부했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오른손이 할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 국민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주어야 건전한 사회, 미래가 있는 희망찬 사회가 된다는 것을 믿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세상의 많은 부자들, 그들의 부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존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 환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말도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결국은 내가 가진 것을 사회에 돌려주어 사회에 도움이 되게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성경에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리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라는 말씀이 있다. 그리고 우리 선인들의 말씀 중에도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나 이것도 하나를 주면 열을 얻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말씀들처럼 기부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함으로써 스스로 만족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요, 사회적인 존경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더테레사 효과를 전파함으로써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하는데도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기부는 자신에게도 남는 장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이 앞으로 오래도록 살아갈 이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따뜻하게 만듦으로써, 즉 우리 후손들에게 큰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기부는 위대한 유산이다. 홍창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존중, 배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상대방에 대하여 때로는 답답해 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그 상대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협력업체, 정치인 등 다양하다. 나 또한 상대방에게 답답함과 미움을 주고 있을 것이다. 한 몸인 나 자신과도 갈등이 있고 스스로 답답해 하기도 하며,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조차도 제각각이고 다를진대, 하물며 공동의 미션을 같이 수행하는 직장동료, 이 사회의 사람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나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나의 방식이 맞고 내가 옳고, 상대방의 방식은 틀리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하는 데서 오는 편견들이다. 허나 모두의 방식에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 예서 중요한 것 하나,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는 것, 서로의 이견(異見)을 하나하나 좁혀 나가는 것이 바로 사회생활이며 우리네 인생사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먼저 나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하자. 그러고 나서 나 아닌 상대방에 대하여 더욱 더 존중하고 배려하자. 요즘 정치권을 한 번 들여다보자. 소속 당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때로는 국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도 공중파 등을 통해서 보게 된다. 가정에서 아이들과 TV를 보고 있노라면 기성세대로서 낯뜨거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어느 국민이 대한민국 정치를 신뢰할 수 있을까.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질 때 대한민국 정치는 후퇴하게 될 것이며, 나라의 발전도 없다. 전 세계로 넓혀 봐도 우리나라 정치가 결코 잘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과연 필자만의 느낌일까? 물론 그 중에는 소속 당의 천편일률적인 주장과는 무관하게 소신껏 자기주장을 펼치는 정치인들도 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입법기관이다.국민들을 대변하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결국 여당, 야당을 불문하고 공통의 목적은 지금보다 더 나은, 잘 사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러 면에서 안팎으로 위기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접근 방법을 달리해보자. 아무리 좋은 결과라도 그 과정이 나쁘면, 그것은 더 이상 좋은 결과가 아닌 나쁜 결과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은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윤인필 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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