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수원청소년 - 꿈꾸는 나비릴레이

유럽 최초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중심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인구 22만의 작은 도시지만 고딕양식의 대성당과 대학으로 유명하고, 무엇보다 ‘세계환경수도’로 불리는 독일의 대표적 생태도시로서 관광객들과 건축학도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수원시의 국제자매도시가 된 이곳에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양 시가 합의를 마쳤고, 수원시민들은 동상 제작기금 마련을 위하여 약칭 ‘독일평화비건립위원회’를 발족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인 오는 12월 10일 ‘자유의 도시’라는 뜻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 인권유린의 상징인 소녀상이 세워질 전망이다. 같은 전범국가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반성과 사죄로 일관하고 있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매년 8월 각료들이 A급 전범을 안치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으로 역사인식을 대변하고 있기에 독일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그 의미가 자못 크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1월 서울종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된 이후 전국 각지에 약 50개가 세워졌으며 지금도 민 간 중심으로 계속 건립되고 있다. 또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조형물도 10개 정도가 됐을 정도로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소녀상이 단순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만을 기리는 조형물이라면 이렇게까지 세워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위안부’라는 전쟁의 참상과 잔인성을 극악하게 보여주는 상징인 동시에 ‘소녀’가 보여주는 평화와 여성성의 가치가 아픈 과거를 넘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재단에서도 소녀상이 의미하는 가치를 미래지향적으로 내면화하고자 청소년들과 함께 작은 행보를 시작한다. 지난달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에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캠페인과 기금 모금, 퍼포먼스를 펼친 것을 계기로 재단 각 시설의 청소년동아리들과 임직원이 동참하여 이번 주말인 오는 24일부터 매주 토요일 올림픽공원 수원 평화비(평화의 소녀상)를 찾아가는 ‘수원청소년 ― 꿈꾸는 나비 릴레이’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는 무슨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소녀상의 주변 환경을 정돈하고 작은 공연이나 캠페인을 펼치면서 바른 역사인식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생활 속에서 내재화하고자 하는 소박한 시간이 될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앞으로도 릴레이처럼 계속되어 전 세계인의 마음 속에 휴머니즘과 평화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각인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흥겹지 않은 풍년가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 강산으로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춘삼월에 화전놀이를 가자’ 가을이 오면 자주 듣는 풍년가의 첫 소절이다. ‘올해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연년연년(年年年年)이 풍년이로구나’하는 풍년가의 두 번째 소절처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유례없는 풍년이 예상된다. 언제부터인지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풍년은 그리 달갑지 않는 일이 되어버렸다. 소비되지 않은 쌀이 창고에 그득한데 올해 또 풍년이 된다면 가격이 떨어질 것은 뻔한 이치다. 앞으로 1달 안에 대형 태풍이 오지 않는 한 금년 쌀 생산량은 작년과 거의 비슷하거나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개입해서 쌀 재배 면적을 줄였는데도 농사 기술의 발달로 면적당 쌀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선의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전체의 손해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나라 농업 현실이다. 세계화와 무역 자유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 우리 주위에는 먹거리가 넘쳐난다. 가장 한국적인 전통이라는 명절 차례상에도 밤, 대추, 사과, 배 대신에 바나나, 망고, 오렌지 등 외국산 과일이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저래 국내산 먹거리에 대한 소비는 줄어만 가고 있다. 줄어든 국내 시장을 놓고 산지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봄여름의 푸른 들판, 가을철의 황금물결이 출렁거리지 않는 우리의 국토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세계에서도 인구 밀도가 몇 번째 가는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답답함을 덜 느끼는 것은 사시사철 다른 모습의 전원 풍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는 끊임없이 사람의 손길로 가꾸어지는 것이다. 한두 사람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 아름다움과 개성은 배가 된다. 선진국의 농촌이 아름다운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의 국토가 그래도 이만큼 유지되는 것은 수많은 농민들의 수고 덕분이다. 금년 쌀 수매가격을 놓고 또 한 번의 국가적인 홍역이 예상된다. 먹거리 생산으로만 농업을 바라보고, 수요와 공급으로만 농산물을 재단하면 농업과 농민들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더불어 아기자기한 농촌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즐거움도 줄어들 것이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다.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고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국토를 가꾸는 관점에서 농업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농민들에게 전원 박물관의 학예사 자격이라도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혈통보다 사회적 유대

코끼리는 어미를 중심으로 강력한 모계집단을 이루면서 산다. 이 집단에서 어린 코끼리는 특별하다. 어미를 비롯한 집단 전체의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는 지뢰를 밟아 장애를 입거나, 서커스단에서 퇴역한 늙고 병든 코끼리 등을 모아서 돌보는 ‘코끼리 자연공원(elephant nature prak)’이 있다. 이곳에서 어린 코끼리가 강을 건널 때, 네 마리의 어른 코끼리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서로 밀착하여 보호하고 위협을 느끼면 누군가 트럼펫 비슷한 소리를 아주 크게 낸다. 또 버마국경 밀림에서 지뢰를 밟아서 왼쪽 앞발이 성치 않은 코끼리의 경우 네 발이 성한 다른 코끼리들이 늘 자매처럼 따라 다니며 서로를 돌보면서 살아간다. 코끼리 집단이 반드시 혈연으로 묶이지 않았지만 서로가 어미 이상의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것을 보면, 가족이란 혈통보다는 사회적 유대를 본질로 하는 것인가 싶다. 운남성과 사천성 경계를 이루는 호수 ‘루구호’ 둘레에 사는 소수민족 ‘모서인 사회’도 ‘아버지’라는 단어가 없다. ‘모서인 사회’에서는 옛부터 남자들은 죽을 때까지 어미 곁에 살았다. 모서인에게는 서구적인 의미의 혼인계약제도에 기초한 가족이 없다. 남녀는 ‘방문’을 통해 후대를 잇는다.남자의 방문은 상호 애정에 기초하며, 사랑이 식으면 헤어진다. 태어난 아이들은 평생 어머니 곁에 머무른다. 그리고 외삼촌과 이모 그리고 마을 전체가 아이를 돌본다. 그러니 ‘가정해체’란 게 있을 수 없다. 혈통을 중요시해서 어머니가 유대인이어야만 유대인으로 인정했던 유대인들도 19세기 말부터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뉴욕사회의 경우 유대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결혼하여 한국계 유대인이 되는 것이 이젠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또, 일본인이 유대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랍비가 되어 활동하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로 유대인 범주는 점차 관대해지고 있지만 ‘유대인은 하나의 공동 운명체’라는 그 소속감과, 공동체를 지켜야한다는 유대감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것 같다.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지라도 유대인을 돕기 위해 막대한 돈을 선뜻 내놓는 사람들이 바로 유대인들이다. 대표적으로 1991년 5월 에티오피아 내전 격화로 집단 학살위기에 놓인 흑인 유대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국 유대인들이 불과 며칠만에 3천5백만달러란 거금을 모아 몸값을 냈고, 이스라엘군이 ‘솔로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이틀만에 이스라엘로 공수해 온 사례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우리도 전통적으로 혈통을 중요시하고 살아 왔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쓰나미를 우리 스스로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혈통에 기반되는 ‘사회적 유대’란 서로 쓰다듬고 돌보는 데서 비롯한다. 사회적, 집단적 유대가 결여된 혈통은 의무만 남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정길배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사업본부장

[천자춘추] 아직 만나지 못한 내 이야기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자매 중 언니인 두얼이 연 카페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손님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지만, 함께 일하는 동생 창얼이 개업선물로 받은 잡동사니들을 손님들이 가져온 물건과 ‘물물교환’을 하기 시작하면서 타이페이 명소로 자리 잡게 된다. 그 중 한 남자가 세계 35개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35개의 비누를 가져와 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얼은 비누마다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35장의 그림을 완성한다. 비누가 자신의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35개의 이야기가 담긴 비누 35개와 그림 35장을 가지고 떠났다. 창얼은 언니의 그림까지 가져가버렸다고 화가 났지만 두얼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림을 그릴 수도 없었을 거야. 그 그림은 원래 내 것이 아니야.” 이야기는 기억이고 기억의 모음은 결국 삶이다. 두얼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비누와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두얼은 돈을 벌고 싶었지만 카페를 떠나고, 세계여행을 꿈꾸던 창얼은 자동차가 생겼지만 카페에 남는다. 사람의 삶은 고유하다. 출근길은 날마다 똑같은 것 같지만 어제 내 앞을 지나간 차가 오늘 내 앞을 지나가는 차가 아니듯,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삶 가운데 하나일 것 같지만 내 삶은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그래서 사실 두얼처럼 나만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굳이 길을 떠날 필요는 없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고유하게 생기는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내 주위로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나만의 있음에도 아직 그 이야기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그 첫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야기를 솔솔 풀어낼 첫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화 하나면 된다. ‘허핑턴 포스트’를 창간해 언론계에 돌풍을 일으킨 아리아나 허핑턴이 쓴 베스트셀러 전기 파블로 카잘스와 마리아 칼라스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한다. 물론 이 일화들은 주인공의 운명적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도입부에 차용된 것이지만, 무명의 삶이라고 해도 잊히지 않는 어떤 순간, 어떤 한 때는 있다. 그 결정적 한 장면부터 찾아보자. 그 다음엔 술술 굴비 엮듯 이야기가 엮여 나올 수 있다. 그래도 내 것이다. 그것이 진짜다. 전미옥 마이스토리 대표중부대 겸임교수

[천자춘추] 마을과 함께 꿈을 디자인하자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스웨덴의 ‘진로체험학습’ 등을 모델로 2013년 42개 연구학교 운영 등 3년간의 운영을 거친 자유학기제가 2016년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개척한다는 뜻을 담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과정이다. 경쟁적 입시교육과 학력 위주의 교육 대신 자신의 꿈과 끼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하여 학교와 함께 마을의 적극적인 참여는 매우 긴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학교현장에서의 제한적인 경험을, 마을과 지역이 가진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으로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하여 학교에서는 흥미 위주의 일회성 체험활동이 아닌,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양질의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을과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협력 체제를 갖추고 내실 있는 직업 체험처를 지속적으로 확보함은 물론이고, 자유학기제 운영을 상시 지원하는 전문적 지원단 활용도 필요하다. 학부모도 단기간의 성적보다는 자녀의 앞날을 길게 내다보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을과 지역에서는 산업 현장과 대학 등이 함께 지니고 있는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자유학기제의 운영을 도울 수 있다. 마을과 대학 등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각종 시설 등의 지원으로 함께 참여할 때 자유학기제는 보다 빠르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고양교육지원청에서도 자유학기제의 전면 시행에 발맞추어 지역의 기관, 문화시설, 대학 등 40여 개 유관기관과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를 통해 각계의 전문가와 시설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교육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자유학기 운영 지원단과 학부모 지원단, 진로체험 지원단을 구성하여 현장 맞춤형 컨설팅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지혜처럼, 마을은 이제 새로운 교육 네트워크의 주체로서의 역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학생들의 꿈을 키우고, 끼를 살려주는 진정한 자유학기제를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심학경 고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오케스트라 명연주를 위한 조건

오케스트라는 현악기를 중심으로 해서 여기에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그리고 타악기와 피아노, 오르간, 첼레스타 같은 건반악기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전형적인 서구 기악 합주를 의미한다. 이런 오케스트라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끼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생활에 찌든 보통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명연주는 많은 연주자들이 마치 한사람 같이 주어진 악보를 읽고 일체의 불협화음 없이 자신의 몫을 다한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삐끗하면 그 오케스트라는 제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음주운전과 관련한 입법과 그 법을 집행하는 정부 그리고 법원도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대 명제 아래에서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입법 따로 집행 따로 판결 따로 가서는 음주운전을 근절시키기는커녕 감소시키기도 여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우려가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5년동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120만 명 중 절반에 이르는 50만명이 재범이고, 이 중 18.5%는 3회 이상 적발되었다고 한다. 단란한 한 가정을 파탄내는 것은 단 몇 초의 시간이면 충분하였다. 인천 청라지구의 일가족 사망사고를 돌이켜보면 누구라도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경찰과 검찰에서는 5년 5회 적발되면 상습음주운전으로 차량을 몰수하겠다고 한다. 국회에는 음주운전 기준을 혈중알콜농도 0.03%으로 강화하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그러나 현실은 참으로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음주운전 사고로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에 대한 혈중알콜농도 측정(호흡 및 혈액채취)이 음주 후 90분 내에 이루진 것으로 혈중알콜농도 상승기라 단속시점과 동일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얼마 전에는 자신이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주장하던 청주 크림빵 뺑소니 운전자도 음주운전만큼은 무죄라고 판결하였다. 1986년에 도입된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단속시점에 음주기준치를 넘었다면 그게 음주운전이지 어떤 게 음주운전이란 말인가? 이제부터라도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국가적 대 명제 앞에서 입법, 행정, 사법기관은 하나의 오케스트라로서 호흡을 맞춰 나가야만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일체의 불협화음도 있어서는 안된다. 삼위일체로 완벽한 조화와 협조가 있을 때에 비로소 음주운전사고 제로라는 아름다운 연주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경기단상] 한가위, 희노애락

갑자기 바뀐 날씨에 놀랐습니다. 분명 전국을 강타한 폭염 때문에 시원한 음료를 찾으며 부채질을 하며 지냈는데, 성큼 다가온 가을이 반갑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친구의 갑작스런 방문처럼 놀랍기도 합니다. 이제 곧 한가위입니다. 평택 너른 들판은 묵직하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는 황금들녘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올 한가위에도 우리 평택시민 여러분 모두 넉넉하고 풍성한 마음으로 명절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여느 해보다 빠르게 찾아온 한가위 명절을 기다리면서 요즘 제가 느끼는 희노애락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희(喜), 3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덥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셨죠. 올 여름 시청 앞에 와보셨나요? 시청 근처에 와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올해 시청은 많은 어린이 손님으로 만원이었습니다. 삼삼오오 커다란 튜브를 챙겨 시청 앞으로 모였습니다. 시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커다란 물놀이장을 개장했습니다. 시청 앞 물놀이장에서 더위를 식힌 어린이도 시원했겠지만 물놀이하는 어린이를 보는 저 역시 시원하고 기뻤습니다. 노(怒), 주부들이 장보기가 겁난다고 합니다. 폭염으로 채소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던 쌈채소 값도 오르고, 한가위를 맞아 배추, 무 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밭에서 논에서 일하시는 농업인 여러분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입니다. 혹시라도 폭염으로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경로당,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쉼터로 정해 한낮엔 절대 일하지 마시고 쉬시라고 열심히 안내했습니다. 그래도 무더위로 바짝 마른 농작물을 보기가 안쓰러워 밭에 연신 물을 대느라 동분서주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낸 농업인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애(哀), 한가위입니다. ‘일년 365일이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먹을 것, 즐길 것, 인심 모두 풍성한 시기입니다. 그동안 마음과 정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가족, 부모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선물을 준비하느나 바쁘시죠? 이때 우리 주위 이웃도 잠시 둘러봤으면 합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나,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도 훈훈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게 관심를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명절,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것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이웃에게 나누는 것도 의미있는 명절이 되리라 생각됩니다.명절을 앞두고 지역의 단체들이 주위 이웃들에게 음식도 나누고, 필요한 물건도 직접 사서 전하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혹시, 나도 이웃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난감하시다면 시청이나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 행복나눔본부로 문의하시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락(樂), 한가위를 맞아 시민 여러분에게 가슴 뻥 뚫리는 즐겁고 좋은 소식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신성장 경제신도시 우리 시에서 진행 중인 대기업 산업단지 건설이 속도감 있게 진행 중입니다. 특히, 삼성반도체 평택단지는 올해 12월 건축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상반기 공장가동을 목표로 하루에 약 1만 2천여명의 건축근로자와 약 1천800여대의 장비가 투입돼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많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우리 시 곳곳에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도 속속 조성되고 있습니다. 고덕면 소풍정원, 소사벌 배다리생태공원, 덕동산의 유아숲체험장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힐링 산책코스입니다.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편안히 산책하면서 둘러보시기 딱 좋은 명소입니다. 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배다리 생태공원 낮에 산책하는 것도 좋지만 저녁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올해 한가위에는 배다리생태공원에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면서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어 보십시오. 저는 올 한 해도 시민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일가, 친척들과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알찬 한가위 명절 보내십시오. 공재광 평택시장

[천자춘추] 문화융성 선도자 경기도

언제부터인지 외국인을 맞이하거나 해외를 방문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요즘 K-POP 열풍이 불면서 외국에서 ‘Korea’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음도 실감한다. 그러나 아이돌의 춤과 노래 외에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문화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인식하는 아이콘은 과연 무엇인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때 그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와 예술이 없이는 진정한 위치를 점유할 수 없음을 우리는 세계사를 통해 학습해 왔다. 한국 대표 문화아이콘 전통(傳統) 도자기(陶瓷器) 우리의 미적 감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대표적 유산이 바로 ‘도자기’이다. 한국은 이미 9세기에 자기를 생산했고 12세기에 상감청자를 만들어낸 민족이다. 물론 중국보다는 5세기 가량 늦었지만, 당시 도자문화만큼은 세계를 선도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으로 치면 그때의 도자문화는 핵무기 개발이나 우주항공 개발만큼이나 최첨단 과학이었기에 일본이 16세기 전후로 한국의 자기문화에 그리도 탐을 냈었고, 서구 유럽 또한 17세기나 돼서야 겨우 자기를 만들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다. 그랬던 우리의 도자문화가 분원의 민영화와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쇠락된 반면 일본은 우리에게서 가져간 도자기술을 통해 생산한 그들의 자기를 유럽에 수출하여 막대한 이윤을 보게 된다. 또한 회화와 동반한 일본 미술의 유행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꺼져 가는 한국 도자문화의 불꽃을 되살린 ‘2001 경기세계도자기엑스포’ 근·현대에 와서 세계는 동양의 ‘도자기’ 하면 먼저 ‘중국’을 떠올렸다. 그 다음은 ‘일본’. ‘한국’은 도예계에서 그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한 ‘2001 경기세계도자기엑스포’는 세계 도자계를 넘어 문화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자’라는 단일 장르를 갖고 이천, 여주, 광주의 드넓은 대지에 세계의 도자문화를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많은 외국인들이 ‘한 번의 이벤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세계도자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두 번, 세 번, 회를 거듭하면서 세계 도예계는 한국의 도자문화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세계도자의 헤게모니는 자연스럽게 일본이 아닌, ‘한국’이 장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도자문화의 트렌드와 흐름을 견인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조선 말의 ‘분원’이 민영화되고 사라진 이후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일을 ‘대한민국’이 아닌, ‘경기도’가 해낸 것이다. 경기도가 진정한 선도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아홉 번째 비엔날레를 맞는다. 전통 문화의 아이콘인 도자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성재 한국도자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천자춘추] 막걸리의 새로운 비상

막걸리는 쌀, 밀, 보리 등을 찐 후 물, 누룩을 넣어 발효과정을 거친 우리 고유의 술이다. ‘술’의 어원인 ‘수불’이라는 말 또한 막걸리의 발효과정에서 나온 말로, 효모가 알코올을 만들어내며 끓어오르는 것을 “물(水)에서 불이 난다”고 하여 생겨났다. ‘막걸리’는 발효 후 위쪽의 맑은 약주를 떠내고 아래쪽에 남아있는 술지게미에 물을 부어가며 체로 막, 마구, 대충 걸러내어 만든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바로 방금 걸러서 마시는 신선한 술이라는 의미라고도 한다. 흐리고 탁해서 탁주(濁酒), 농사철에 빼놓을 수 없어서 농주(農酒), 빛깔이 하얘서 백주(白酒), 집집마다 담가서 가주(家酒)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으며 오천년 역사와 함께해 왔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역사와 문화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일제 강점기에서는 가양주 제조금지, 주세법 시행 등의 시련을 맞는다. 해방 이후에도 양곡관리법에 의해 쌀을 이용한 술 제조가 전면 금지되었고,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맥주와 양주의 소비가 급증하여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막걸리 보호차원에서 1990년대 초반, 주세가 대폭 낮아졌으며 영리목적이 아닐 경우 자가 양조가 합법화되었지만 일제시대와 현대 근대기를 거치는 약 90여 년간의 공백은 너무 길었다. 몸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게 바로 막걸리다. 단백질, 탄수화물, 당질, 콜린, 식이섬유, 비타민B, 유산균 등과 암의 발생이나 증식을 억제하는 파네졸과 스쿠알렌이 들어있다는 사실 또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시대, 정책, 유행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우수한 술, 막걸리. 최근 정부와 업계가 막걸리 세계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음은 다행이다. 업계에서는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맛과 디자인, RTD(Ready To Drink) 스타일의 저도주 개발 등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막걸리협회(회장 박성기)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으로 도쿄 신주쿠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홍보와 시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하며 일본술인 사케(홍보대사 : 전 일본 축구국가대표 나카타)에 맞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막걸리는 그간 서민술의 이미지가 짙었다. 우리쌀로 제조해야 하고, 우리부터 막걸리의 우수함과 전통 명품주로 인정해야 새롭게 비상할 수 있다. 최근 소비가 더디어진 쌀 소비촉진에도 막걸리가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윤인필 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천자춘추] 장애인은 모두 우리의 친구?

‘반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온 장애우 A씨는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위의 짧은 문장 안에 올바른 표현은 몇 개나 될까. 정답은 0에 가깝다. 그러나 위의 문장을 보고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 자체나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휠체어와 같은 보장구를 강조하는 ‘반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등의 표현, 장애가 있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편견을 가지게 하는 ‘비록 장애가 있지만…,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의 표현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은 장애인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주고 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친근감의 표시로 ‘장애우’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요즘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비장애인의 입장일 뿐이다. 산악인이지 산악우가 아니지 않은가, 체육인이지 체육우가 아니지 않은가. 장애인은 그냥 장애인일 뿐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장애우’는 정식 용어가 아닐뿐더러 장애인을 비주체적ㆍ비사회적 인간으로 인식하게 하므로 ‘장애인’으로 고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애인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정상인’이나 ‘일반인’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잘못된 표현이다. ‘정상인’이나 ‘일반인’의 반대말로 장애인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장애인과 장애가 없는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으며,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에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해 ‘그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 장애를 그들만의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장애인은 소수계층이 돼 버리고 장애인을 무능력자,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려는 장애인에게 낙인을 찍어 결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되게 만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12월 말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은 249만406명으로 추정되며, 특히 경기도는 51만2천882명(21%)으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이 다방면에서 이뤄졌지만 여전히 잘못된 편견은 도처에 깔려 있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절실하며, 바른 언어사용의 실천이 올바른 인식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흥로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장

[천자춘추] 마을박물관, 동네미술관을 찾아서

영국에서 지도책을 보고 운전하던 때다. 우연히 작고 낯선 마을에 들어섰다. 한적한 시가지 중심에서 박물관 이정표를 보고 주민센터 2층에 있는 마을박물관을 찾았다.전시된 유물들은 2천 년 전 로마 군인이 흘렸을 법한 동전에서부터 죄다 깨어진 그릇들과 사소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대영박물관에 비교한다면 결코 전시실에 나올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감동은 가득했다.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는, 그것 자체가 뿜어내는 이야기는 평범한 옛사람들의 체취를 그대로 맡을 수 있었다. 영국의 박물관은 3천500개에 달한다. 이런 작은 박물관들은 수많은 관광객들을 영국으로 불러들이는 토대를 이룬다. 세계적 유명 인사가 아니더라도 마을의 역사를 형성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개인박물관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박물관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외지인들을 위한 문화관광코스 개발만이 목표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잊지 말자는 의미도 크다. 일상의 거리 문화를 바꾸는데,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형성에 정주 공간을 위한 문화기반시설이 덧보태져,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박물관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반드시 ‘위대한 어떤 것’을 보지 않아도 관람객들은 ‘작은 삶의 교훈’을 타인을 통해 얻기 마련이다. 지난해 미술관 개관 특별전으로 수원 시민들의 ‘사연’을 담은 ‘아주 사적인 이야기’ 전시를 만든 이유가 그것이다. 40여 년간 모아온 월급봉투의 변천사를 통해 당대의 문화와 삶의 기억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도 했다.한 개인에 관한 추억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자화상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점 미술관의 역사적 탄생도 그렇다. 광활한 러시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일리야 레핀의 저녁 모임 단 한 점의 그림으로 전시가 이루어졌다.단순히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소재가 된 깡충거리는 러시아 민속춤과 민속음악이 그림을 보기 전에 들려지고 커튼이 젖혀지면서 그림을 보는 방식이다. 반세기도 전에 1점 미술관은 복합예술공간으로 출발한 셈이며, 그림은 명화의 의미를 넘어서서 지역주민들 스스로 ‘생활의 역사’에 자긍심을 갖게 했다. 21세기의 미술관은 도시의 얼굴이며 도시를 바꾼다고 한다. 거점이 되는 대형미술관 박물관도 필요하지만, 도시의 오래된 골목과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작은 미술관들은 예술적 감동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을, 어제와 내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작은 미술관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천자춘추] 철학 있는 삶

‘왜 사느냐?’ 물으면 황당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물으면 막연할 것이다. 그것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었을 수도 있고, 이 바쁘고 혼란하고 험난한 세상에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어디에 있느냐고 핀잔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 삶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 너무도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렇기에 오늘날, 사람을 중요시하기보다 돈이 중요시되고, 깨끗한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요시하고, 서로가 다름을 외면하고, 나눔보다는 모든 것을 독식하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되었다. 그 결과 국민과 국가를 우선시하기는커녕, 자신과 자기편의 유불리만을 생각하는 정치, 돈만을 목적으로 탈법과 불법, 각종 사기, 신종범죄의 창궐, 예의, 윤리, 도덕을 저버린 패륜 범죄, 막말 ‘갑’질 등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는 총체적 난국인 혼돈한 세상이 되어 갈 길을 잃고 말았다. ‘왜? 어떻게?’ 의 질문에는 딱히 정답도 없고, ‘종족보존을 위하여’, ‘좋은 흔적을 남기기 위하여’ 등 개개인마다 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고상하고 철학적인 답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작금의 고단한 사회 분위기에 지치신 사람들은 어차피 태어난 것 ‘부귀영화를 위하여’, 또는 ‘입신양명하여 편히 살고 싶다’고 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돈을 벌기위해 산다!’, ‘출세하고 권력을 잡겠다’가 과연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에 대한 답으로서 옳고, 그름을 떠나 ‘돈이 많으면 진짜로 행복한가?’라는 의문과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가?’ ‘어떻게 출세를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여야 할 것이다. 불법과 탈법 없이, 다른 사람을 짓밟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고, 권력을 잡고, 나 자신의 편안함을 얻었는가? 물론 우리 사회가 눈을 찡그리지만, 감내할 수 있는 정도로서, 사회 규범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잘못은 누구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을 인지하고 뉘우치고 재발 방지 또는 회피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면, 면죄는 아니더라도 용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만족할 줄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끝없는 탐욕과 ‘완장질’, ‘갑질’ 등은 철학 없는 삶, 왜곡된 가치관의 당연한 결과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병폐는 지금 당장 바뀌지 않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 다시 한 번 ‘왜 사느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시작할 때,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사무처장

[천자춘추] 공상영화 마션과 우주 쓰레기

천재 작가로 불리는 미국인 앤디 위어(Andy Weir)의 장편 공상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기리 상영됐던 마션(Martian) 에서 우주 환경과 관련한 장면이 시선을 끈다.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우주비행사 마크 트와니는 화성 탐사 6일 만에 예상치 못한 모래 폭풍으로 인해 지구로 귀환하게 된 다른 동료 5명과 떨어져 홀로 화성에 남겨지게 된다. 그는 지구의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생존을 위해 식량으로 감자를 재배한다. 이에 필요한 물은 수소와 산소를 이용하고, 동료들의 배설물 즉 분뇨를 활용하여 무공해 유기성 비료를 만들어 감자 재배에 성공한다. 한편 영화상에서 화성에는 우주 쓰레기로 버려진 우주장비와 기계, 시설물이 도처에 널려져 있다. 이러한 장면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류의 발전과 생활환경의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특히 미래 우주시대에도 변함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야를 지구 대기권으로 돌려보자. 지난해 8월17일 ‘National Geographic Channel’에서 우주 쓰레기 습격이란 2분 11초 짜리 YouTube를 상영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쓰레기는 수명이 다 되어 기능이 정지되었거나 사고 및 고장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 인공위성, 위성 발사에 사용된 로켓 본체와 그 부품, 다단 로켓의 분리로 생긴 파편, 우주 비행사가 떨어트린 공구와 장갑, 부품까지를 포함한다. 천연 암석과 광물, 금속으로 구성된 우주 먼지는 유성물질로 따로 구별하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에 50~60만개의 잔해가 지구의 중력에 의해 떨어지지 않고 벗어나지 않는 시속 2만7천400㎞의 속도로 돌고 있다. 그 중 2만 여 개는 소프트 볼만하고 연장 가방이나 로켓에서 분리된 파편들이다. 매년 200~400개가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는데 이중 100개만 지상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대기권 재진입시 모두 타버린다. 지구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들로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유럽이 지목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위성이 계속 발사되기 때문에 대기 상태는 점점 더 빽빽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현실은 인공위성 초보 국가인 한국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오늘날 우리도 늦으나마 이에 대한 대비를 본격화할 때라고 본다. 이상익 행정학 박사

[천자춘추] 체감하는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

최근 지방자치제 실시 이래, 체감하는 정책에 대한 요구와 이를 실행하려는 집행부의 관심이 증대되어가고 있다.정책의 집행이 일방적으로 공급자의 입장에서 시달되어지는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정책의 수혜를 받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다 생활에 밀착된 정책 또는 수요자 맞춤형 정책으로까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관심은 보다 진화되어가고 있다. 이에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주요 주체간의 협업이 강조되고 있고 그 방법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시도되고 있다. 경제적 용어로 사용되는 ‘프로슈머’라는 단어는 영어로 생산자의 프로듀서(producer)와 소비자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이다. 즉 생산자가 소비자이고, 소비자가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의미로, 소비자의 요구를 생산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의지를 담은 단어이기도 하다. 이 단어는 정책에도 적용되어지고 있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 정책의 수혜자인 시민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재단에서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관객으로 인천시장과 함께 ‘인천여성의 삶과 희망’을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섬에서의 삶, 인천에서 싱글맘으로 산다는 것은, 또 아이를 키우며 사는 워킹맘의 고충,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의 삶 등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인천시에는 이와 관련하여 어떤 정책들이 필요하고 앞으로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의 출발은 아마도 삶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접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인천시는 300만 시대를 준비하면서 ‘혁신’과 ‘소통’, ‘성과’를 핵심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과 소통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투영하고자 시도 중에 있다. 최근 재단에서 받은 종합감사의 경우, 기본적 접근에서 ‘문제점의 지적’이라는 감사의 틀을 깨고, ‘문제점을 해결’해 주기 위한 컨설팅 감사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우리기관 직원의 업무진행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검토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도 않고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체감하는 정책의 출발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자세에서 출발하며,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체감하는 정책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문은영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천자춘추] 정이 많은 민족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내 일이 아니어도 나서서 도와주는 그런 민족, 엄마 없는 심청이가 젖동냥으로 키워지고 의좋은 형제들은 서로에게 볏짐을 더 주려는, 그런 정이 많은 나라.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의 어려운 아동들을 돕는 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 유수의 모금기관들도 우리나라를 상당히 매력적인 모금시장으로 생각하고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을 돕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들을 정말 많이 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의 자선구호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은 2010년부터 매년 150여 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를 조사해 국가별로 순위를 매겨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국가별로 1천명 또는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우에는 2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또는 대면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첫째, 당신이 모르는 낯선 사람, 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까?(Helped a stranger, or someone you didn’t know who needed help?) 둘째,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였습니까?(Donated money to a charity?) 셋째, 단체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였습니까?(Volunteered your time to an organisation?) 이 세 가지 질문의 결과에 대해 각각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그리고 평균값으로 종합 순위를 결정한다. 2010년부터 시작한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10년 총 155개국 중 81위, 2011년에는 153개국 중 57위, 2012년 146개국 중 45위, 그리고 2014년에는 60위, 그리고 2015년에는 64위에 자리했다. 매년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지난 5년 동안 조사에 참여했던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이 세 가지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평균적으로 35% 내외였다. CAF가 5년간 10위권 내의 국가들을 종합해 본 결과, 미얀마가 1위, 그리고 미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9위, 10위에 각각 스리랑카와 카타르라고 한다. 이 결과만 보자면 나눔을 실천하는 데 있어 잘 살고 못 사는 것이 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우리 민족이 정이 많다는 이야기가 무색해진다. 급변하는 세상을 쫓아 바쁘게 살다보니 남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던 것인가. 정이 넘치는 우리 민족의 가치가 그저 선인들의 이야기만이 아니었기를 바라본다. 홍창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탈북주민에 전세자금 지원 ‘주목’

지난 8월 17일 브라질 리우올림픽 TV방송이 한창일 때 영국주재 북한 외교관인 태영호 공사가 우리나라로 귀순해왔다는 통일부 발표가 있었다. 국내로 망명한 인사 중 노동당 비서출신인 황장엽 선생 다음 가는 고위급이라 북한체제변화에 미칠 영향이 클 거란 관측도 많다.태영호 공사의 경우 일반 탈북자와 중량감이 달라 정부지원금 규모도 제법 클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 정착하는 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새터민들은 아무래도 고위급보다는 쉽지 않을 터. 우연의 일치겠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지난 8월 8일부터 전세자금 특례보증 대상자의 범위에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새터민도 포함시켰다. 그 전까지 특례대상자는 신용회복지원자, 사회적배려대상자였다.여기서 사회적배려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만을 의미하였는데 이번에 북한이탈주민도 추가함으로써 그들의 주거안정을 좀 더 돕고자 하고 있다. 단순히 특례보증 대상자의 범위만 넓히지 않고 지원방식도 좀 더 완화하여서 더 많은 분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즉, 신용회복지원자는 무조건 신용변제금을 24회차 이상 납부해야 했던 것을 사전워크아웃을 적용받는 분은 12회차로 이상 납부로 기준을 완화했다. 또한 사회적배려대상자의 경우 보증신청시기를 종전 잔금일(주민등록전입일, 계약갱신일)로부터 3개월 이전으로 제한하던 것을 신청기한 제한을 없앴으며, 상환능력별 보증한도산정도 생략하기로 하였고, 전세자금 보증한도도 원칙적으로 2천500만원이지만 질권설정이나 채권양도 동의를 하게 되면 4천만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게 하였다. 만일 사회적 배려대상자인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또는 북한이탈주민이 현재 거주 중인 전세주택의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준비된 자금에서 4천만원이 부족하다면 대출을 받든지 아니면 다른 전셋집을 찾아야 할 것이다.이때 그들의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낮으면 고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야 해서 이자부담이 증가할 것이요, 전세금이 저렴한 집으로 이사를 가려해도 중개료, 이사비 등의 적지 않은 돈이 또 나가게 된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나? 일반 시중은행 전세자금 담당자에게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특례보증을 받고 싶다고 상담하시라. 그러면 복비, 이사비보다 저렴한 금리로 부족한 전세자금을 해결할 수도 있으리라. 박승창 한국주택금융공사 수도권서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축구에서 배우는 신뢰경영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선수단 여러분 고생 많았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영향인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축구의 경우, 과정이 좋았기에 미래가 밝다고 본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2002 한일월드컵이 문득 떠오른다. 세계 4강이라는 대업. 코치진과 선수 개개인이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유기적 협력으로 일궈낸 성과다. 감독, 코치, 선수들 간의 상호 신뢰로 이뤄낸 대성과다. 여기에 국민들은 길거리 응원이라는 뉴 트렌드로 힘을 실어줬다. “독일 사람들은 코리아 하면 생각나는 게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이며 정말 환상적이라고 한다” 일전에 독일에 출장갔을 때 가이드가 했던 말이다. 이후 이를 벤치마킹한 길거리 응원이 새로운 전 세계 응원 트렌드로 자리잡았으며 코리아의 국가브랜드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승리의 변수는 사람, 바로 사람이다. 축구는 한 명의 골키퍼와 열 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승리하는 게임이다.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이 없다. 각자가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충실히 다할 때, 각 포지션별로 유기적 플레이가 이루어질 때, 그리고 신뢰로 똘똘 뭉쳤을 때 비로소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안정환선수가 패널티킥을 실축했다. 이후 한 골을 허용했다. 후반 43분 설기현선수의 극적인 동점골로 서든데스(전후반 무승부일 때 연장전에서 한 골을 먼저 넣는 팀이 이기는 방식) 연장에 돌입했다. 패널티킥을 실축해 경기 내내 울면서 뛰었다던 안정환선수가 연장 후반 12분에 이영표선수가 올려준 볼을 솟구쳐 오르며 헤딩슛 골든 골로 연결했다. 모두가 신뢰로 똘똘 뭉친 위대한 결과였다. 패널티킥 실축한 선수에게 끝까지 믿음을 주었던 거스 히딩크감독. 이에 보답한 선수들. 언어의 부자유성이라고나 할까. 뭐라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멋졌다. 라인과 스탭, 라인과 라인, 스탭과 스탭 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경영을 하고 있다. 자신 경영, 가정 경영, 부서 경영, 회사 경영, 나라 경영…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사람중심의 신뢰가 수반되는 경영이어야 한다. 결과?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이 좋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당장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지라도 그 과정이 좋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에…. 윤인필 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천자춘추] 불법체류·취업 외국인, 해답은?

경기도 하남시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목사님이 격앙되고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부인은 국내 대학원에서 유학중이고 남편은 불법체류자로 있다가 법무부의 자진출국프로그램에 따라 자진 출국했는데 10~20일 후에 재입국 할 수 있다는 제도를 믿었지만 국내에서 불법체류 했다는 이유로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불법체류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재입국제도를 알지 못해 오해를 한 것이다. 먼저 재입국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즉 고용노동부를 통해 국내 고용주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는 모든 외국인에게도 해당된다. 외국인 사역을 하다보면 지자체 공무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다. 한 번은 읍장을 만났는데 출입국 공무원들의 단속이 너무 많아서 사업장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불법체류근로자를 고용하는데 단속이 심해서 합법근로자들까지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이 문제로 출입국관리사무를 찾아가 관계자와 대화 해보니 우리 사무소에서 단속하지 않고 아마 다른 지역에서 와서 단속했을 것이라고 했다. 누구 말이 옳은지는 모르지만 법과 현실사이에 불법체류 근로자가 뜨거운 감자로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주민들을 돕는 많은 사역자들의 공통된 질문과 하나의 답이 있다. 불법체류외국인들을 법대로 해야 하느냐? 아니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생존권을 위해 보호해야 하느냐?다. 결론은 ‘보호해야 한다’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결론에 문제를 제기하는 논의가 있다. ‘보호는 하되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즉 사회통합과 이들의 삶을 위해서는 합법적 체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민정책의 발달과 성실근로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지원단체들도 불법체류보다는 기간 내 출국을 권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결혼이민자 가족 취업문제가 논의된다. 출산과 가사를 돕기 위한 체류목적(F-1-5)으로 4년 10개월 동안 체류하게 되는데, 문제는 취업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임금 노동이나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체류나 불법취업문제는 이민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민국가들은 외국인 근로자나 가족 이민과 재결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고, 심지어 불법체류자 문제도 선별적으로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개진하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정책으로, 고용허가제(E-9)로 들어 온 외국인 근로자 들 중 숙련인력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체류자격을 변경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연령, 자격, 임금 등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해당자가 많지 않다. 신상록 성결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청소년기 직업체험,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디?” 얼마 전 영화 ‘곡성’에서 귀신에 빙의된 주인공의 딸아이가 내뱉은 대사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광고에서도 반복해서 사용되면서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가 되었다. 혹자는 영화의 대사 한 마디가 이처럼 이슈가 되는 현상을 그저 재미로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무엇이 중요한지 너는 모르고 있다”는 그 한 마디가 우리 사회를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한 마디 대사에서 현실을 대변하는 무언가를 느꼈기에 유행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없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중에서도 직업체험을 통해 진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진로탐색활동은 청소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한 학기 동안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체험처를 찾기가 힘들다고 하고, 체험처에서는 학생들에게 직장을 자주 개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청소년이 여러 가지 직업을 체험해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한 후 진학 목표를 설정한다면 최소한 대학에 가서 자기가 원했던 공부가 아니라고 후회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돼 다시 전문대학에 가는 ‘유턴입학’ 같은 사회적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이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더 높다. 부모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사는’ 아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체험활동을 응원해줘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사회적 공헌을 하면서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정책으로 받아들인다면 부담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뭣이 중헌지’는 개인과 조직의 입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꿈이 있는 청소년을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꿈이 있는 청소년 육성이 바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다름을 이해하는 배려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던 필자는 지난 주말,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딸의 성장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큰딸의 장애와 작은딸의 비(非)장애를 통해 삶의 다양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얘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책을 만날 수 있었다. 필자도 선천성 발달장애의 딸과 비(非)장애의 아들을 가진 아빠로써 우리 아이들의 문제가 바로 우리 어른들의 문제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의 마음이 읽혀지고 공감이 가는 것은 단순히 같은 환경과 시대를 살아온 탓일까? 처음엔 어느 누구에게 표현하기도 어렵고 쉽사리 공감할 수 없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애환을 통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필자에게 충분한 위로와 희망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딸이 발달장애로 태어나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아픔이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아픔이라는 비관과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온 시간들도 많았다. 그러나 치료를 거듭할수록 반대급부로 타인의 아픔을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내 자신도 다른 누구에게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공감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면서 “우리 딸 때문에…” 라는 부정적인 말투에서 “우리 딸 덕분에…” 라는 긍정적인 언어로 바뀌게 되었고, 잃은 것보다 얻은게 많고, 딸을 통해서 오히려 사회를 위해 내 자신이 희생할 수 있도록 커다란 배움을 얻어가고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이 순간 행복을 미루거나 놓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또, 육체적 장애는 없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흔히 말하는 일시적 정신장애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속에서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애현상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으로 사회적 양보와 희생, 그리고 배려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배려를 위한 민간차원의 운동은 공동체 마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시스템 개발 위한 전담기구가 없는 것은 아쉬울 뿐이다. 예를 들어 예술치료로 통칭하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문학치료, 무용치료 , 놀이 치료 , 드라마 치료 등등 좀 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전담기구가 사회복지 차원에서 시급하게 설립하여 정신적, 육체적 배려 대상들이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길배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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